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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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한 여자배우가 토크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첫결혼을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었다. 그녀는 십대시절 유명한 남자 가수를 만나 스무살에 결혼을 했었고 이 일은 나중에 사람들에게 알려져 한창 시끄러웠다. 게다가 그녀는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남자 가수들의 여전한 팬들로부터도 엄청난 욕을 먹었다. 왜 스스로 한 선택이 만든 결과로 후회를 얘기하며 그 가수를 욕보이냐는 것이었다. 나 역시 십대 시절 그 가수의 팬이었고 만나고싶다, 친해지고 싶다는 당연한 사춘기적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수에 대해 잊게 됐고, 사실 그다지 팬심이란 것을 갖추지 못한 나로서는, 그 가수의 사생활 역시도 관심이 없었다. 여자배우가 나왔던 토크 프로그램도 보지 않아 정확한 워딩을 알 순 없지만, 나는 그녀가 어린 시절에 했던 선택이 자신에게 나쁘게 다가왔다는 걸 지금은 알고, 또 그에 대해 후회하는 것 역시도 당연하다 생각한다. 지금 그 당시 기사를 검색해보니 그 여자배우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 살이라도 더 먹었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말도 한 모양인데, 나는 이것도 역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사랑에 빠진게 열여섯살이었고 상대는 인기 있는 가수 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에게 '네가 한 선택인데 말 함부로 하지마, 네가 한 선택에 책임져'라고 돌려주었다. 나는 그 당시에 대중들의 이 반응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친구를 만난 술자리에서 '어떻게 십대의 여자가 한 선택에 대해 사람들이 그렇게나 잔인할 수 있지?' 놀랐더랬다.



'로미 홀'은 종신형으로 감옥에 들어와 살고 있다. 그녀가 감옥에 들어오기 전, '사회인'이었을 때 그녀의 직업은 '스트립 댄서'였고 그녀는 아들 하나를 낳아 키우고 있었다. 그녀가 스트립 댄서로 일하는 '마스 룸'에서 그녀에게 '정을 줘버린' 남자 '커트'가 그녀를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님으로 그녀의 춤을 보는 걸 즐겼으나 그 관심은 점점 넘쳐서 그녀를 미행하고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나타나지 말라고 소리도 쳐보지만 다 소용없다. 그녀는 그가 여행간 틈을 타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 이제 그를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집에 귀가해보니 현관에 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쳤고 그녀는 질렸다. 그녀는 아이를 집 안에 들여보낸 후 다시 나와 그 스토커를 죽여버린다. 그렇게 그녀는 종신형을 받았다.



나는 지금 내 삶의 모습이 그동안 나의 선택들로 형성된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이것 아니면 저것, 여기 아니면 거기의 선택에서 무언가를 분명 선택한 순간이 있었고, 그것은 내 생각과 내 결정이었으며, 그것들은 모여서 지금의 나와 지금의 나의 삶의 방식을 이루어왔다. 지금의 내 모습이 과거의 나의 선택들로 이루어진 거라면 앞으로의 내 모습 역시 지금부터 선택할 내 결정이 형성할 것이다.



로미 홀은 스토커를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녀가 스트립 댄서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 스토커를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스트립 댄서로 돈을 버는 것을 선택했다. 그녀가 스트립 댄서가 되기로 했던 것은 그렇다면 그녀의 온전하고도 순수한 선택이었을까? 그녀가 스트립 댄서가 되기 전의 생활은 어땠을까? 어떤 시간들이 그녀를 스트립댄서가 되는 삶으로 데려온 것일까. 그녀의 어린 시절, 더 어린 십대에 그녀에게는 가난한 동네가 있었고 마약이 가득한 동네가 있었다. 그녀가 여기에 이른건 정말 그녀의 온전하고도 순수한 선택들 때문일까. 그녀가 부잣집 딸로 태어났어도 그녀는 스토커를 죽이고 종신형을 받게 되었을까?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스토커를 죽였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싶었지만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국선변호사가 할당되었는데, 그에게는 그녀를 지킬 의지도 딱히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고 지독하게 괴롭히던 스토커를 죽였다'는 사실을 배심원들에게 전할 수 없었고, 배심원들은 그녀가 '남자를 죽였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다. 그녀에게는 종신형이 내려진다.




그런 그녀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어머니도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보살펴주기로 했으니, 이것은 그녀가 가진 유일한 위안이요 행운이었다. 그러나 감옥에서 보내는 시간이 흐르던 어느날, 그녀는 교도관으로부터 그녀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제 일곱살이 된 아이에게 돌보아줄 어른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이건 감옥안에 있는 그녀를 미치게 만드는 소식이다. 그녀는 아들의 소식을 알고 싶다. 아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누가 돌보아주고 있는지 그걸 알고 싶다. 아직 일곱살 아들의 소식을 알려달라고 그녀는 울부짖지만 교도관들은 그런 그녀에게 그러게, 잘못을 저지르지 말고 살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꾸할 뿐이다.



"제 아들이에요." 내가 말했다. "이제 겨우 일곱살이에요.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제가 가봐야겠어요."

"네가 가봐야겠다고? 넌 두 번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다, 홀.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내 아들이라고요. 걔가 병원에 있는데, 내가 ……"

"홀, 누군가의 어미 노릇을 하고 싶으면 사고 치기 전에 그 생각부터 했어야지." (p.205)




존스가 말했다. "넌 그애의 보호자가 아니다, 홀."

"그럼 그 보호자가 누군데요? 내 아이 상태가 어떤지 알아야겠어요."

존스가 수감실에서 멀어져갔다. 그녀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목소리의 톤을 가다듬었다.

"제발요, 존스 교위님. 제발."

그렇게 되고 있었다. 나는 이 사디스트에게 어린 소녀의 목소리로 애원하고 있었다.

존스가 멈춰 서고는 내게 예의를 갖춰 대하는 척 굴었다.

"홀, 힘든 일이라는 것 안다. 하지만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은 백퍼센트 네 선택과 행동의 결과야. 책임감 있는 부모가 되고 싶었으면 다른 선택을 했어야지."

"저도 알아요." (p.251)



그 누구보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고 있는 건 홀 자신일 것이다. 그 때 스토커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 아들과 떨어져 살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의 보호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채로 저 바깥에 엄마 없는 곳에서 아이의 삶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펼쳐질 것을 스토커 앞에서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그녀는 스토커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토커를 죽이지 않았을 때의 선택이라고 해서 그녀에게 행복한 시간을 주는건 아니었다. 그녀가 스토커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디로 피해도 그를 마주치는 일을 계속 겪어야 했을 것이다. 피하고 도망치고 이름을 바꾸고 숨는 일들의 반복이 그녀에게 남겨졌을 것이다. 그녀가 선택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러나 그녀가 그것 말고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딱히 행복한 삶이 펼쳐지는 건 아니었다. 하나의 비극과 또다른 하나의 비극 사이에서 선택한 것은 과연 존스 교위의 말처럼 그녀의 '백퍼센트 선택과 행동'인것일까. 그녀에게 스토커가 없었다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스토커가 그녀를 쫓아다니지 않았다면,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설사 그를 죽였어도 그녀를 변호해줄 좋은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있었다면 역시 다른 결과를 손에 들었을 것이다. 이런 로미 홀에게 교위를 비롯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건 네 선택이었잖아, 그러니 결과에 책임져'라고 말하는 것은 온당한가?




이 책은 감옥에 있는 로미 홀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녀가 있는 감옥에는 이렇게 저마다의 선택으로 감옥에 오게된 여자들이 가득하다. 사형수도 있고 곧 풀려나갈-그러나 다시 잡혀 들어올게 뻔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어떤 죄를 저질렀든, 그 순간 그 행동을 '선택'한 여자들이 지금 여기에 갇혀서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채로 뜨개질을 하고 나무를 다듬고 싸우고 약을 한다. 놀랍게도 이들 모두는 사회에 있었을 때도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고 또 그들이 살아온 어린 시절도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가난, 마약, 알콜, 양부모, 폭행. 그런 환경속에서 살면서 순간순간 내린 선택들은, 이 사람들의 백퍼센트 선택이며 그렇기에 지금은 그들이 선택한 결과이므로 합당한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를 수시로 떠올렸다. 우리는 그 때 우리가 선택했다고 했지만, 그것은 선택이었을까.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의지라한들 애초에 주어지는 선택지가 달랐다면 다른 삶이 펼쳐졌을텐데, 주어지는 선택지가 다른 것은 왜 고려되지 않는가.



성매매 집결지에 서 있도록 강요되게끔 내 자신을 최초로 허락했을 때, 이상하고 역설적이게도 과감한 결단을 내린 듯한 기분이 샘솟았다. 가출 이후 처음으로 삶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느꼈듯이 말이다. 몇 년 후 과거를 돌아보고 깊이 들여다본 뒤 그 감정이 주도권 상실에 대한 반작용이었음을 자각하고는 얼마나 어리석게 느꼈는지 모른다.
성매매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성매매는 자라난 가정에서 독립하는 일반적인 나이 혹은 권장되는 나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독립한 10대 여성들이 흔히 진입하게 되는 삶의 국면으로 널리 인식된다.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정말 알아야 할 때는 몰랐다.- 레이첼 모랜,《페이드 포》, P96





사회적으로 더 권력 있는 남성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은 줄곧 수그러들지 않았고, 도망칠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실질적 혜택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착취를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했다'라고 표현하는 일이었다. 성매매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뒷받침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성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적인 요소는 즐길 수 없었고 견뎌야 했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업주에게는 빈 업소가, 성구매자들에겐 빈 필름이 남았을 테다. -레이첼 모랜,《페이드 포》, p.127



스토커를 때려 죽이는 여자가 나온다는 것 정도만 알고 봐서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를 표현해줄 줄 알았다. 오랜만에 속시원해지는 책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 책에는 자신의 선택으로 감옥에 오게된 수많은 인생이 담겨있었다.


1번과 2번 중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을 때, 그것은 그렇다면 우리의 순수한 의지이며 선택인가. 1번부터 5번까지의 선택지가 있는 사람도 있고, 애초에 7번부터 100번까지의 선택지를 받아든 사람도 있다. 주어지는 선택지가 다른데도 결국 절망에 놓여있는 사람에게 그것은 네 선택이잖아, 라고 일갈할 수 있을까. 앞으로 로미 홀의 어린 아들이 받아들게 될 선택지는 어떤 것일까.


절망은 이런 식으로 반복된다. 내가 받아든 선택지에서 선택하는 것으로.



토퍼스의 칵테일 웨이트리스가 술에 취하고 약에 절어서는 박사가 팬티 옆에 찔러준 지폐 두 장이 미국달러가 아니라 그보다 가치 낮은 캐나다달러라는 사실에도 성질머리를 부리지 않던 밤이 있었더랬다. 하 하 하. 그런데 칵테일 웨이트리스가 대체 왜 달랑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있었을까? 그건 토퍼스 미스터리의 일부였다. 토퍼스 유일의 미스터리였다. 그는 그 미스터리를 부수고 여자를 위장순찰차로 데려갔다. 팬티를 내리고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었다. 여자가 제모기인지 왁스인지로 정리한 저 아래가 꼭 아이처럼 느껴졌으니, 박사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보호자이자 수호자가 아니던가. 털 없는 보지의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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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7-0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별 네 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7-08 11:31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른 책이었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무거운 책이었어요. 잠자냥 님 읽고나서 어떤 리뷰를 써내실지 너무 기대됩니다. 그리고,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0-07-08 11:43   좋아요 0 | URL
지난번에 추천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어서 살짝 사볼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보겠습니다. ㅎㅎㅎ (땡스투는 거여유셀 다락방 님에게 ㅋㅋㅋ)

다락방 2020-07-08 11:59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스릴러 소설을 기대했다가 너무 절망적인 내용을 만나서 과연 이 절망을 추천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거든요. 그런데 절반을 지나고 나서부터 작품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자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책장을 덮고 이것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잠자냥 님 이라면 이 책을 읽고 아주 좋은 리뷰를 써주실 것 같아요.

비연 2020-07-0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착했어요. 지금 간단하게 읽고 있는 소설 하나 다 끝나면 이 책 바로 들어가려구요.

다락방 2020-07-08 12:00   좋아요 1 | URL
비연님, 책장이 쉬이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천천히 읽어보셔요.
 
엘살바도르 엘 보르보욘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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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산미가 거의 없고 고소한 향이 강하다고 한다. 내리기 전의 향으로는 이 커피가 최고라고.
그렇지만 나에게는 은은한 산미가 한모금 마시자마자 입안 가득 퍼진다. 은은하게, 진짜 은은하게. 이건 은은한 산미. 그간 마셔본 알라딘 커피중 산미가 가장 약한데 이건 이것대로 또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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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7-0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130원 드리겠습니다.....

다락방 2020-07-02 15:38   좋아요 0 | URL
저 나오자마자 맛보고 싶어서 사무실에 지금 원두가 세 종류나 있지 뭡니까. 에휴.. 커피에 그렇게까지 진심 아닌데 어쩌다보니 진심된 편...

130원 미리 감사합니다. 꼭 주셔야 해요, 꼭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자 좀 되봅시다, 저도!

단발머리 2020-07-0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커피 신상 왜케 자주 나오나요? 어제 겨우 동백꽃 마신 사람인데, 고소한 향 먹고 싶으면 어쩌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7-03 11:21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어제 마신 건 블렌드 수국이네요. 이제 겨우 2개 섭렵.
동백꽃, 수국... 위에꺼는 이름이 어렵네요

다락방 2020-07-03 12:35   좋아요 0 | URL
동백꽃과 수국은 블렌드에요. 알라딘이 자체내로 이것저것 섞어서 만들다보니 자기들이 이름 지어 붙이는거라 동백도 수국도 쉬운 이름으로 붙일 수 있는데 이놈의 싱글 오리진 커피들은 죄다 어려워요. 엘살바도르 엘 보르보욘도 어렵고 과테말라 엘 소코로도 어렵고 시다모 난세보 ㅋㅋㅋㅋㅋㅋ아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싱글은 죄다 이름이 어렵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저는 블렌드보다 싱글이 더 낫더라고요. 맛 구분 잘 못하지만 뭐 좀 그런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하리오 드립서버 - 60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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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일은 정말이지 알 수가 없어서 내가 드립서버를 샀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넣어 마시는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내가 알라딘의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도 예상치 못했던 일인데 아아 인생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가. 그러니까 핸드드립 분쇄로 원두를 사서 사무실에 있는 커피메이커에 넣고 내려 마시다가, 흐음, 드리퍼 사긴 싫지만 쫄쫄 내려볼까, 하고는 핸드드립커피필터를 사서 몇차례 쓰다가 흐음, 안되겠다, 하고는 드리퍼를 샀더랬다. 드리퍼를 사기까지는 나름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나는 사용하지 않는 모든 것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드리퍼 역시 플라스틱 쓰레기에 불과할 것이고, 나는 세상에 쓰레기를 더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다. 어쨌든 샀고 이제 드리퍼를 이용해 텀블러에 커피를 내려마시기 시작했다. 내릴 때 나는 향을 맡으면서, 이것이 커피가 주는 행복이다, 맛이 아니라 향, 하면서 좋아했더랬는데, 아아, 슬금슬금 서버 욕심이 생겨버린 거다. 나는 또 갈등을 시작한다. 얼마가 됐든 공간을 차지할 것이고, 몇 번 사용하지 않고 처박아둔다면 역시 쓰레기... 쓰레기 만들고 싶지 않다...하는 마음과 투명한 용기에 커피 내려지는 걸 확인하고 싶은 이 마음.. 텀블러에는 얼만큼의 커피가 내려졌는지 몰라서 수시로 드리퍼를 들어 올려 확인해야 했었던 거다. 게다가 텀블러에 내려 머그잔에 따르노라면(커피는 머그잔이잖아요?) 반드시, 꼭, 예외없이 텀블러 바깥으로 커피는 쪼르륵 흘러내리는 거다. 좋다, 사자. 그렇게 나는 세상에 쓰레기 하나를 더 늘려버리는(에코페미니즘 읽은 부작용..) 것이었던 것이었다. 어제 도착했고 오늘 아침 내렸다.






아, 이게 뭐라고 이리 행복해. 나 왜 행복해? 이게 뭐라고 행복해? 아아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여... 투명한 케이스에 커피가 쪼로로 내려지는 거 보는데 왜 행복해? 코끝에 커피 향기가 스며드는데 왜 행복해? 바깥에 비 오는데 빗소리 들으면서 커피 내리는 거 왜 행복해? 왜 이렇게 사소한 걸로 행복해? 흑흑.

다 내리고 나서 머그컵에 따르는데, 아아, 서버 바깥으로 커피가 흐르지도 않는다. 만세 ㅠㅠ 서버 만세 ㅠㅠㅠ



사진을 찍어두고 가만 보노라니 알라딘에서 산 커피, 알라딘에서 산 드리퍼, 알라딘에서 산 서버... 이것은 코로나 때문인가 싶어졌다.


사용하지 않으면 쓰레기이니 사용해야지. 사용하면 돼.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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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20-06-30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코페 읽은 부작용 ㅋㅋㅋㅋㅋㅋㅋ 머리핀 하나 사도 아 내가 이 지구에 쓰레기를 이렇게 하나 더 늘려가는구나 10년 쓰면 죄책감이 좀 사라질까 캔맥주 마시고난 후에 아 이 캔 어쩔겨 이거 재활용 안되면 또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죄책감 마구 상승하는 시점.... 에코페 읽고난 후......

다락방 2020-06-30 11:56   좋아요 2 | URL
저는 원래 예쁜 쓰레기 싫어하거든요. 필요한 것 실제 쓰는 것만 좋아해서 데코성 물건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안생기고, 드립 서버도 그런 물건이 될까봐 멀리한건데..아아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저도 캔맥주 다 마시고 버릴 때도, 와인병 다 마시고 버릴 때도, 아아 내가 너무 먹고 마시는가...쓰레기를 줄이려면 소비를 줄이는게 답이다... 하게됩니다.

얼마전에는 쿠키를 먹었는데 세상에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있는게 아니겠어요? 집에서 아빠엄마한테 분노했어요. 세상에 왜 쿠키를 플라스틱에 담아, 이게 다 쓰레기야 쓰레기!!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6-30 12:18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인가 재활용 쓰레기 내면서.. 와인병을 헤아리며.. 비연, 너 이래서 되겠니. 인류에 이런 병쓰레기를 마구 날려도 되겠니... 하며 한병씩 한병씩.. 차곡차곡 쌓아올렸다는. 그러니까 우리는 먹는 것만 좀 줄이면 세상에 쓰레기 양산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텐데요.. 그러나 그 맛마저 없다면... ㅜㅜ

비연 2020-06-3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살 예정임다... 집에서는 드립커피 먹는데 직장에서도 먹고 싶어서..
이것은.. 에코페 관점에서.. 그래도 네스프레소 같은 캡슐커피는 아니니까 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나이다. ㅜ

수연 2020-06-30 11:41   좋아요 0 | URL
에코페 관점에서 드립도 마시고 네스프레소도 마시는 저는 흑흑흑 죄책감을 따따블로 안고 가고......

다락방 2020-06-30 11:54   좋아요 0 | URL
그렇제만 네스프레소는 캡슐 재활용이 되는걸요... 저 일요일에도 매장 가서 캡슐 반납하고 왔단 말이에요. 흑흑 ㅠㅠ

저 드립 서버 처음 써보는데 좋아요.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비연 2020-06-30 12:17   좋아요 0 | URL
아. 캡슐은 재활용이 되는군요.. 전 안 써봐서 잘 몰랐다는...ㅜㅜ
그러나 드립 서버 정도의 소박한(?) 사치는 우리 용서해도 되지 않을까요.. 라면서 막 에고페를 애써 밀어낸다..
다른 걸 안 사니까. 고럼요고럼요. 다른 걸 잘 안 삽니다.. (흠냐흠냐)

다락방 2020-06-30 12: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다른건 잘 안사요. 책만...책만 사요..책은.... 쓰레기가 아니니까요. 계속 책장에 꽂혀 있으니까요...... 그쵸?

=3=3=3=3=3=3=3=3=3=3=3=3=3=3

비연 2020-06-30 13:00   좋아요 0 | URL
그쵸 책만.. 책만.. 책만. 책이 쓰레기라뇨. 인류지식의 보고이자.. 책장에 떡하니 자리를 잡은 제 재산.
.. 그래서 오늘도 내일 살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나이다. 오늘 사지? 아닙니다. 7월에 살 거에요.. 휘릭.

바람돌이 2020-06-3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콩을 갈지는 않나요? 좀 있으면 분쇄기도 하나 사실듯.. 심지어 여름에 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 위해서 캡슐머신까지 산답니다. ㅎㅎ

다락방 2020-06-30 13:4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회사 직원이 이제 분쇄기 사셔야겠네요, 하더라고요 ㅋㅋ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분쇄기까지 사진 않을거야!! 정말 인간이란 모를 존재에요. 저도 제가 이럴줄은 몰랐습니다...

캡슐머신은 집에 이미 있습니다. 집에서는 네스프레소 내려 마시고 있어요. 우힛.

바람돌이 2020-06-3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행복할 일 맞습니다. 좋아하는걸 먹기 위한 장비가 늘어난걸요. 기쁘고도 기쁜 일이죠. ㅎㅎ

다락방 2020-06-30 13:48   좋아요 0 | URL
예전엔 시간 걸려서 핸드드립으로 커피 내려마시는 건 진짜 못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쪼르르 물 내려가는거 보면서 행복하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사소한 걸로도 행복해하는 소박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스트 인 파리
도미니크 아벨 외 감독 / 알스컴퍼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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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노년의 이모를 구출하기 위해 살면서 처음으로 파리로 여행하는 것도 좋고, 이모가 죽기 직전 기다렸던 조카를 만나는 것도 따뜻하다. 저렇게 나란히 앉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성애 로맨스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물음표와 불쾌함이 이어진다. 자기존중감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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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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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읽어본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은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건 새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어느 하루 날 잡아서 도선생님 책 쌓아두고 읽고싶어.

2. 에세이 면으로는 역시 알라디너 S 님 말대로, D 작가를 따라오긴 힘들것 같다. 이쯤되면 D 작가는 에세이의 신?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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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6-2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nspiration 뿜뿜??!! ㅎ

다락방 2020-06-23 12:43   좋아요 1 | URL
트랜님은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많이 읽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이 책 읽으면 도선생님 책 쌓아두고 읽어보고 싶어요. 저도 까마라조프씨네 형제들, 영원한 남편, 가난한 사람들, 죄와벌을 읽어봤지만 죄다 다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죄와벌부터 다시 도선생님 도전할까봐요... 후훗

transient-guest 2020-06-23 13:13   좋아요 0 | URL
주로 갖고 있을 뿐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이 태반입니다. 뭔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ㅜㅜ

다락방 2020-06-23 14:45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죄와벌 읽을 때 등장인물 이름 때문에 진짜 돌어버리겠더라고요. 이름에 애칭에 또 애칭에..누가 누구를 가리키는건지 원... 그렇지만 좀 익숙해지면 세상 재미있는 도선생님 입니다. 트랜님 뭔가 도선생님 시작하면 알려주세요. 저도 타이밍 맞춰 같이 읽어볼래요. 후훗.

비연 2020-06-23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악령>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살포시 꺼내어 일단 옆에 두었나이다... 언제쯤 읽을 수 있을지.

다락방 2020-06-23 14:46   좋아요 0 | URL
저는 죄와벌을 다시 읽어볼까, 그러니까 재시작은 죄와벌로 할까 싶은데 노름꾼을 일단 사둘까 어쩔까 싶고 그렇습니다. 네, 일단 사는게 먼저지요... 하하하하하

바람돌이 2020-06-2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숙제같은 도선생님. ㅎㅎ
고등학교 때 카라마조프가를 읽었는데요. 그 때 뭘 알고 그렇게 좋아라했었는지 저 자신이 궁금해서라도 다시 읽고 싶은데.... 일단 구입부터 하고 옆에 끼고 다니면 읽어질까요? ㅎㅎ

다락방 2020-06-23 14:48   좋아요 0 | URL
저도 카라마조프 읽을 때 되게 신났었어요. 뭔가 짜릿하더라고요. 엄청난 장광설이 막 쏟아지는데 그게 매구절 다 감탄이었던 기억이 나요. 아,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이 에세이집 읽으니까 여유로운 하루 날 잡아서 까페에 가 도선생님 작품 좌르륵 쌓아놓고 읽고 싶어졌어요. 일단 구입이 먼저입니다, 바람돌이님. 지르세요!!

단발머리 2020-06-2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작가님... 알라딘에서 활동하는 사람이고...s님 페이퍼랑 봤으면 양심적으로 신간 준비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ㅎㅎㅎ

다락방 2020-06-23 14:48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D 작가님은 신간 안내고 뭐하고 살고 있는 거랍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6-23 14:54   좋아요 0 | URL
가능하시면 D작가님께 연락 부탁드려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요!! 원고 가지고 있는거 좀 내어놓으시라고요!!

다락방 2020-06-23 15:05   좋아요 0 | URL
제가 잘 전달해드리겠습니다만, 그 분이 워낙 게으르셔서 말입니다.......... =3=3=3=3=3

수연 2020-06-25 10:17   좋아요 0 | URL
신간 신간 신간!!! D작가님 신간 여기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다락방 2020-06-25 10:19   좋아요 0 | URL
흑흑 그 분이 뭐라고 이렇게들 기다려들 주시고. 흑흑 ㅠㅠ 따뜻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흑흑 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0-06-23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작가님 두 권 다 보유 중 고이 꽂아 두었는데 조만간 읽어볼 예정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 도제히 아니구요.

다락방 2020-06-23 16:10   좋아요 1 | URL
아... D 작가님이 무척 반가워할만한 소식이긴 하지만, D 작가님 책들은 지금 읽기에 다소 낡은...책이긴 합니다 ㅠㅠ 지금 읽으신다면 실망하실 확률이 매우 큽니다 ㅠㅠㅠ 그래서 글은 항상 후회없이 잘 써야해요...(글썽)

반유행열반인 2020-06-23 16:39   좋아요 0 | URL
세월의 갭은 실시간으로 끊임 없이 공급되는 D작가님의 따뜻한 최신 글로 충분히 메우고 있습니다... 존경과 감사의 뜻으로 출판물도 읽어봐야겠다 몇 달 째 다짐만 하다 아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