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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는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는 오랜 짝사랑이 나온다.
주인공 강지윤(한지민)과 유은호(이준혁)가 만나서 미워하는 듯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빠진 뒤로는 서로만 보이고.. 하는 진행 과정을 보이는데, 그런데 나는 여기서 이들을 오래 혼자 좋아해온 사람들을 본다. 그들에 대해 생각한다. 왜, 어떤 사랑은, 도무지 응답받지 못할까? 왜, 어떤 사랑은, 그토록 오래 진행되는데도 결실을 맺지 못할까?
회사 동료이자 강지윤 회사에 투자한 돈 많은 회장님의 아들 우정운(김도훈)은 오래 강지윤을 좋아했다. 우정운의 아버지 역시 강지윤이 똑똑해서 투자를 하면서 언젠가 강지윤이 자기 아들과 결혼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강지윤은 우정운에 대해 어떤 낭만적인 감정 같은 거 없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유은호가 나타나는 순간,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꿈꿔본 적 없던 강지윤의 마음이 흔들린다.
정수현(김윤혜)는 죽은 언니의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고 조카의 엄마가 되어 열심히 조카를 자식으로 키운다. 결혼해본 적 없지만 싱글맘으로 아이를 사랑하면서 열심히 사는데, 그런 그녀는 자신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싱글대디 유은호를 좋아하고 있다. 정수현이 유은호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걸 아는 정수현의 엄마는 용기를 내어 고백해보라고, 둘이 잘 어울린다고, 서로 외로운 사람들끼리 어울리면 좋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정수현은 사실 용기가 나지 않는다. 혼자 오래 좋아하면서 바라보기만 한다.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있었고 매일 아침 유은호와 함께 아이들 등원을 시키면서 서로의 아이를 봐주기도 하고 아주 절친한 사이이지만, 이들 사이에도 역시 낭만적인 감정은 없다. 아니, 유은호에게 그게 없다. 유은호는 사랑 같은거, 생각해본 적도 없다. 유은호에게 정수현은 아주 친한 친구이자 동료같은, 그런 관계다. 게다가 싱글대디에 싱글맘이라는 처지도 같으니 이야기 나누기에도 아주 좋고 편하다.
정수현은 어느날 용기내어, 정말이지 크게 용기를 내어 유은호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유은호가 좋아한다는 영화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걸 함께 보자 청한거다. 아주 용기내어 제안한건데 유은호는 처음에 당연히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영화를 보자는 줄 알았다가 아니 그 영화이고 우리 둘이 보자, 라는 말에 알았다고 한다. 그에게 그것은 딱히 특별할 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정수현에게는 두근두근, 너무나 설레는 일이었다. 내가 오래 좋아한 이 남자와, 드디어, 단둘이, 애들 없이,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겠지, 하면서 그 다음의 관게에 대한 희망에 부풀기도 할테다. 그런데,
영화 상영을 앞두고 유은호는 정수현에게 미안하다며 같이 영화를 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그가 달려간 곳은 강지윤이 있는 곳이었다. 강지윤을 두고 도저히 영화를 볼 수가 없어서, 자꾸만 강지윤이 아른거려서 약속도 취소하고 강지윤에게로 갔고, 강지윤 역시 마찬가지, 유은호 생각에 혼란스러워 유은호를 향해 가다가, 둘은 광화문 한복판에서 만나 키스를 나눈다. 세상에.. 내가 어린 시절 강남역 한복판에서 키스한 적은 있지만 광화문 한복판에서 키스라니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게다가 나는 그날 술이라도 마셨지 여러분, 맨정신이잖아.. 부끄.... 각설하고,
자,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누구에게? 강지윤에게, 그리고 유은호에게.
그러나 이 이야기는 새드엔딩이다. 누구에게? 짝사랑에 오래 가슴앓이해온 우정운에게 그리고 정수현에게.
나는 특히나 정수현을 보며 너무나 궁금했다. 왜, 어째서 정수현은 그렇게 오래, 한 사람을 혼자 좋아해야 했을까. 그런데 그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그 사랑은 왜 불발로 끝났을까. 이런 일은 왜 일어난걸까. 분명 유은호를 안 것도 정수현이 먼저였고 유은호를 좋아한것도 정수현이 먼저였다. 유은호의 사정을 아는 것도 정수현이 먼저였고 그리고 더 깊이 안다. 매일 아침 보는 것도 정수현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고민과 기쁨을 나눈 것도 정수현이었다. 그런데 유은호는 강지윤을 사랑하게 되었다. 왜?
여기서 먼저 안다는 것과 먼저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안다는 것, 먼저 좋아한다는 것, 오래 좋아한다는 것이 바로 사랑의 결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저 불발의 사랑으로 그칠뿐. 그리고 이 외사랑은 자신의 외사랑이 혼자 열병 앓았듯 혼자 이별을 고해야한다. 사요나라, 굿바이, 아디오스,잘가요 내 소중한 사랑.
그렇다면 정수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의심을 해볼 수 있다.
강지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강지윤만 아니었다면, 내가 그의 짝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이게 다 뒤늦게 나타난 강지윤 때문이다!!
물론 정수현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게 아니라, 정수현의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잇다는거다. 저 여자만 아니었다면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광토끼의 노래 가사는 이 부분에서 진실이다. 만약에 내가 너를 그녀보다 먼저 알았다라면/그래도 넌 그녀를 택했겠지/난 그냥 아닌거지.
야광토끼 노래 가사에서는 짝사랑 중인 '내'가 그녀보다 그를 나중에 알았지만, 먼저와 나중이 중요한게 아니다. 야광토끼가 노래했듯 '난 그냥 아닌 거'다. 난,
그냥 아닌 거다.
정수현은 그냥 아닌 거다. 정수현은 유은호에게 사랑이 아니다.
그건 정수현이 뭘 잘못해서도 아니고 어디가 못나서도 아니다. 어딘가에서 무엇이 바뀌었더라면? 하는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수십만개 돌려도, 정수현은 아닌거다. 정수현은
그냥
아닌 거다.
그건 뭐 어쩔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과 사랑을 하고 혹은 사랑을 하지 않는 문제는, 그 사랑이 이루어지고 혹은 아닌것에 대한 문제는, 나의 의지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너도 나를 사랑해? 그거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고, 사실 대부분의 사랑은 불발로 끝나버리고 만다.
나는 정수현이 안타까웠다.
그토록 오래, 혼자 사랑한 정수현이. 그러나 끝내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게된 유은호를 보게된 정수현이.
그런 한편, 정수현의 이 외사랑은, 강지윤의 존재 때문에 비로소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있을지도 모를 어떤 사랑의 가능성, 그것이 1프로이든 90프로이든, 터뜨리지 않는 이상 가능성을 안고 살았는데, 그런데 강지윤의 존재가 나타남으로써 비로소 그 가능성은 제로가 되었다. 지로우. 영 퍼센트. 그러므로 정수현은 이제 이 길고도 길었던 외사랑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왜, 어떤 사랑은 오래 혼자 앓다가 또 혼자 끝내야 할까. 나는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다.
드라마에서는 그런 정수현에게 같은 외사랑의 아픔을 가진 다른 남자가 등장해 친구가 되어주고 동료가 되어주고 아마도 사랑도 되어줄 것 같다.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흐른다면 이 세상의 모든 외사랑들이 결국 웃을 수 있겠지만 사실 현실에선 외사랑 끝난 나에게 결국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오랫동안 싱글로 지내온 피터 배커스라는 수학자는 2010년에 자신과 데이트를 할 잠재적인 여자친구의 수보다 은하계에 존재하는 지적인 외계 문명의 수가 더 많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p.15-16)
정수현, 아무쪼록 화이팅!!
어제는 산에 눈이 녹지 않았을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갔다.
아빠는 예전처럼 걸을 수 없으시고 중증 장애 등급을 받으셨는데, 그렇게 되기 전에 등산을 좋아하셨고 그 때 사둔 아이젠이 있어 그 아이젠을 가지고 나는 산으로 갔다. 아니나다를까 눈이 여전히 쌓여있었고, 나는 오래되고 낡은 아이젠을 신발에 착용하고 눈이 녹지 않은 산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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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지 않은 산은 맑고 환하고 영롱했다. 그리고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났다.
책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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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퍼가기 시대]는 2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라서 샀다.
[나의 폴라 일지]는 김금희를 딱히 좋아하는게 아닌데도 아니, 어떻게 남극에 갈 생각을 하지?? 너무 신기해서 샀다. 정말이지 어떻게 남극에 다녀올 생각을 햇을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젠더 크라임]은 신간 둘러보다 알게된건데, 아마도 강간 피해자가 가해자들을 향한 사적 복수를 하는 내용인 것 같다. 너무 궁금해서 샀다.
[파선]도 신간 둘러보다 알게된건데, 작고 외딴섬에 커다란 배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약탈과 착취.. 스릴러 인것 같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장미 저택] 과 [아기 곰의 여행]은 다정한 알라디너의 선물이다. 조카들 주라고 선물해주셨다. 헤헤헿헿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헤벌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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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책탑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이 책도 샀다.
이 책은 왜 샀냐면 이번 주말에 혼자 싱가포르에 갈건데, 그런데 왜 가냐면, 한국이 달리기에 너무 추워서.. 이다.
한국.. 달리기에 넘나 춥네요 ㅠㅠ 그래서 못달리고 있네요 ㅠㅠ
그래서 더운데 가서 달릴라고 싱가포르에 가기로 했고, 내내 벼르던 카야토스트도 먹고 올 작정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얘들아 주말에 싱가포르로 달리러 와. 나랑 하이파이브 하자!!
배고프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