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하면서 온통 저 남자를 사로잡고 있는 건 누구일까.-《아프리카의 별》, 정미경, 9쪽


















내가 오래 좋아하던 소설가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에서 나는 '부재하면서 온통 저 남자를 사로잡고 있는 건 누구일까'라는 문장을 접했기 때문인지, 《육식의 성정치》에서 만난 낯선 용어, '부재 지시 대상'은 보자마자 확 와닿는 단어였다. 부재하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이해랄까. 그러니까 '부재'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존재'가 필수적인게 아닌가. 내가 육식의 성정치에서 부재 지시 대상을 보는 순간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을 떠올렸고, 그리고 육식의 성정치를 읽는 내내, 나는 계속해서 저 문장을 떠올린다. 나는 정미경의 소설에서 만난 저 문장이 진짜 너무 좋은 거다. 저런 거, 우리 너무나 잘 알지 않나. 누구나 다 한번쯤 겪어보지 않았나. 그 사람이 내 옆에 없으나 그러나 그 사람이 나를 온통 휘어잡고 있는 것. 부재는 그래서 존재할 때보다 더 그 존재의 드러남이 강하다. 만화 《베가본드》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는 '오츠'를 그리워하면서 그런다. '눈에 안 보이면 멀어진다는데, 눈에 안보이니까 가슴에 담는다'고. 눈에 안보이되 가슴에 담는 상태, 그것이 부재하면서 온통 나를 사로잡고 있는 그 상황이 아닌가.



부재 지시 대상이라는 낯선 용어, 이 책에서 처음 만난 용어는 내게 너무나 쉽게 확- 와닿았던 반면, 그러나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단어가, 그러니까 확 와닿지도 않을 뿐더러 이해하려고 애쓰고 애쓰도 그것이 잘 안되는 단어가 육식의 성정치에는 더러 등장하고, 그래서 혹시 그 단어를 원서에서 찾아보면 이해가 빠르려나 싶어서 나는 부득이 원서를 구입했다.


내가 원서를 구입하려고 마음 먹었던 구절이 뭐였더라. 아마도 제일 처음 만난 20주년 기념 서문을 보고 아 무슨 말이야, 이러면서 원서를 사기로 마음 먹었던 것 같은데, 오늘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내가 찾아본 단어는 '낳다' 였다. 물론, 그 전에 찾아본 단어는 '살이 되다 였다.


이 책 <4장>의 제목은 <말이 살이 되어> 이다. 이 말이 내가 아는 그 말이 맞는지, 그리고 이 살이 내가 아는 살이 맞는지 너무나 혼란스러운 나는 원서를 뒤적였다. 그리고 이런 제목을 찾아냈다.


<CHAPTER 4 THE WORD MADE FLESH>


일단 '말'은 내가 아는 그 말인데, 살은 그 살인가, 나는 영어사전에서 FLESH 를 검색해보고, 그 단어가 '고기'를 의미하는 그 '살'인게 맞더라. 말이 살이 된다는 것, 어떤 의미인지 대충 알겠는데 뭔가 선명하진 않아. 그런 상태로 책을 읽게 되는데, 이 챕터를 다 읽어도 나는 말이 살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뭔가 분명하게 잡히지를 않는다. 그런 후에 만나는 단어가 '낳다'인 것이다.


소제목 중에 <채식주의 단어 낳기>가 있고, 나는 이것을 역시 원서에서 찾아보았다. 이 낳기가 내가 아는 그 낳기가 맞는지, 그러니까 탄생, born 을 뜻하는 그 낳기인지. 원서에서 찾아본 소제목은 이렇게 되어 있었다.


<Bearing the vegetarian word>


bearing?


이 '낳다'는 단어는 그 후에도 여러차례 등장한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언급하면서 이런 문장을 쓰는 거다.



메리 셸리는 이 책에서 페미니즘, 낭만주의적 급진주의Romantic radicalism, 채식주의를 연결하면서 채식주의 단어를 낳는다. -p.218



나는 위의 문장을 원서에서 찾아보았다.


In its association of feminism, Romantic radicalism, and vegetarianism, Mary Shelley's book bears the vegetarian word. -p.95


bears


나는 영어사전에서 bear 를 찾아보았다.


1. 참다, 견디다

2. 지탱하다, 부담하다

3. 곰

4. 탄생, 출생, 출산


저 문장에서 bears 가 참다의 뜻도 아니었을 거고 당연히 곰의 뜻도 아니었을테니 '낳다'가 맞을터. 나는 이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낳다'가 명확히 잡히지를 않는다. 그러니까 책의 본문을 읽어보면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여성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읽는자로 하여금 채식주의를 인식하게 하고 받아들이게 하고 나아가서는 채식주의를 실천하게 한다는 뜻으로 쓰여진 말인것 같은데, 그런 어떤 뜻에 대해서는 짐작이 되지만 '낳다'가 참 걸리적거리는 거다. bear 말고 다른 단어, 좀 더 적합한 다른 단어는 없었을까? 혹은 bear가 주는 뜻은 명징한데, 그 단어 자체에 캐럴 제이 애덤스가 담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담겨 있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즉각적으로 오지 않는건가 싶어지는 거다.



원서를 사기를 잘한 것 같다. 이렇게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 뭐 들여다본다고 사실 내 이해도가 껑충 뛰는 것은 아니지마는...



어제였나 내가 육식의 성정치 페이퍼 쓰면서 '샬럿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를 가져와 얘기했었는데, 오오, 육식의 성정치 뒷편에는 허랜드가 예시로 나온다. 만세! 허랜드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재작년 8월 도서였다. 마거릿 애터우드의 소설과 함께. 와, 책을 어찌나 선정을 잘하는지. 뛰어난 나다. 음화화핫. 게다가 위에도 언급했듯이 메리 셸리의 책도 언급되는데, 이야,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우리가 다가오는 5월에 함께 읽을 도서로 메리 셸리를 선택해둔 터다.
















진짜 대단하잖아? 나 말이다. 나 대단해.

며칠전에 친구가 전화해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 선정 어떻게 하는거냐, 뒷배가 있는거 아니냐 물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다. 나다, 내가 한다, 내가! 이, 내가, 이렇게, 멋진 선정을! 꺄울 >.<

겁나 짱이야.



이쯤하고.



















육식의 성정치 읽으면서 자꾸만 아프리카의 별을 끌어온다. 자꾸만 생각이 난다. 부재하면서 온통 나를 사로잡는 존재라는 것, 존재했던 시간에 대해 자꾸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것,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마사 누스바움이 말했던 '시적 정의'가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시적 정의, 부재, 부재하면서 사로 잡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또다시 상황극으로 들어간다.



그렇다.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그렇게나 싫어하면서도 그것을 이렇게나 오래 잘 해올 수 있는 것은, 아침만이 주는 풍경을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요즘 같은 계절에 아침 일찍 출근하면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게 큰 매력이다. 평소에도 걸을 때면 상황극에 몰두하는 나이지만, 혼자 걷는 거리, 조용한 아침 거리에서는 상황극이 빛을 발하는 거다. 상황극하다가 입밖으로 소리가 나기도 하고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진짜다. 그리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기 위해선 극에 무엇이 필요한가?


뮤직.

음악이다, 음악. 음악을 BGM 으로 깔아두면 내 극의 기쁨은 더 기뻐지고 슬픔은 더 슬퍼진다. 극을 한참 진행하다가 뮤직 큐, 하면서 내가 아는 음악 중에서 이 상황에 맞는 것을 쫘악- 골라 깔면 아아, 너무나 완벽한, 내가 주인공인, 그리고 내가 음악감독이기도 한 극이 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참을 수 없이 그 음악이 듣고 싶어지고, 그렇게 오늘 내가 재생한 곡은 <그리워하다> 였다.







이 노래가 들어보면 알겠지만 너를 그리워하다 하루가 다 지나고 일년도 가버리고 나는 그냥 그렇게 산다는 노래인데, 그런데 뭔가 리듬이 경쾌하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오히려 더 한풀이가 잘되는 것 같다(응?). 혼자 거리를 걷다가 상황극하고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갑자기 너무 씐나져가지고, 아아, 그 거리를 온통 혼자 차지한다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 나는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내 한을 담고서. 한..가라가라 갇혀 확갇혀, 하면서 내 한을 담아, 한, 다시 부르리라, 어디서 어떻게든, 하면서 그리워하다를 부르고, 부르다보면 한을 담았지만 또 흥에 겨워서 몸을 뒤흔들게 되고 그러다보면 둠칫두둠칫 이 거리에 내가 혼자 있다는 것은 이렇게나 좋아. 아침 일찍 혼자 걷는 것은 인생 개꿀 보장이다.... 베리굿이여...


우리 다같이 울면서 부르자.


My life is incomplete
It’s Missing you
오늘도 하루를 보내 다를 게 없이
하나도 안 어색해 혼자 있는 게
너 없인 안될 것 같던 내가 이렇게 살아
근데 좀 허전해 난 여전히 거기 있나 봐
후련하게 다 털어내 다 다
지난 일에 마음 쓰는 게 It’s alright
답이 잘 보이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날 가두는 감옥이 돼
시간은 앞으로만 가는 걸 어째
그동안 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네
아직도 내 마음속엔 너 Oh oh
너를 그리워하다 하루가 다 지났어
너를 그리워하다 일 년이 가버렸어
난 그냥 그렇게 살아
너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다 괜찮을 거라 되뇌어 봐도
내 하루에 끝엔 또 너로 남아
너 없인 안될 것 같던 내가 이렇게 살아
사실 좀 허전해 넌 여전히 여기 있나 봐
내 마음은 여전해 아직 너를 원해
몇 년이 지나도 난 아직 널 그리워해
난 아직 기억해 우리 처음 봤을 때
네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도 다 정확하게
I pray for you every night and day
I hope that someday soon
I can see you once again
아직도 내 마음속엔 너 Oh oh
너를 그리워하다 하루가 다 지났어
너를 그리워하다 일 년이 가버렸어
난 그냥 그렇게 살아
너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잠에서 깨어 헝클어진 머리처럼
내 일상도
꽤나 엉망이 돼버렸어 책임져
아무렇지 않은 척
드리워진 표정도 내 모든 곳에
스며든 네 흔적도 다 책임져 아직도 난
잊을 수 없나 봐 다시 돌아와 줘
또다시 같은 엔딩이라 해도 너
너를 그리워하다 하루가 다 지났어
너를 그리워하다 일 년이 가버렸어
너를 잊으려 하다 하루가 지나가도
너를 지우려 하다 일 년이 가버려도
난 그냥 그렇게 살아
너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어제 업무의 스트레스가 아직 남아 있었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도 가슴이 답답했는데, 혼자 거리를 걸으면서 머릿속에서 상황을 설정해 대사를 치고 울먹이다가 노래를 들었는데 그 노래가 또 나를 둠칫두둠칫 하게 만들었어. 인생,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알겠느냐.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아야겠다. 지금은 일단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일이 많아..



그럼 이만..


너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다 괜찮을 거라 되뇌어 봐도
내 하루에 끝엔 또 너로 남아
너 없인 안될 것 같던 내가 이렇게 살아
사실 좀 허전해 넌 여전히 여기 있나 봐
내 마음은 여전해 아직 너를 원해
몇 년이 지나도 난 아직 널 그리워해
난 아직 기억해 우리 처음 봤을 때
네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도 다 정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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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먼 댓글: 부재하면서 그를 사로잡는
    from 책읽기의 즐거움 2021-01-20 15:13 
    <0시를 향하여>에는 유명 테니스 선수 네빌이 재혼한 케이가 첫부인에 대해 불평하는 부분이 나온다. 항상 없지만 있는, 그래서 신경 쓰이게 하는 다른 여인의 존재. 그 말을 들은 경찰은 "그는 푸른 수염인가?" 라고 대꾸한다. 공중에 떠다니는 하얀 유령처럼, 그 여자가 집안 곳곳에 있다고 느끼곤 했어요. 네빌은 자기가 그 여자에게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이가 마음 고생을 했다는 걸 저도 알아요. 그는 그 여자를 완전히 잊을 수는 없었어
 
 
미미 2021-01-1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이른 시간 공기맛이 좋더라구요~오늘은 아프리카의 별과 둠칫두둠칫을 챙겨갑니당ㅋㅋㅋ

다락방 2021-01-20 07:58   좋아요 0 | URL
저는 실내에 있다가 바깥에 나가면 왜이렇게 숨통이 트이는지 모르겠어요. 실내에서는 나름 잘 지내는데도 나가면 또 으아 살 것 같다 이렇게 되는건지.. ㅋㅋㅋㅋㅋ 아직 완전히 해가 뜨지 않아서 지금도 여전히 바깥이 예쁩니다.
:)

2021-01-19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1-01-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저기 챕터 4에서 페이퍼 제목을 가져왔거든요. ‘채식주의의 말이 살이 되어‘
물론 전문가들의 번역이니 믿을만 하지만, 이렇게 원서를 보면서 읽는 건 또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저자를 ‘직접‘ 만나는 거니까요.
사진이 아니라 실물영접? 약간 그런 느낌도 들고요.
저도 가끔씩 원서 찾아보며 읽어가고 있는데 어제는 잘 읽혀서 한글로만 쭉쭉 진도나갔네요.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생각 혹은 다른 감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둠칫둠둠칫!!!

다락방 2021-01-20 08:21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출근길에 단발머리님의 아름다운 책 풍경 잘 보았답니다. 후훗. 원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원서를 읽진 못하지만 이렇게 뭔가 갸웃할 때 찾아보니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봤자 이해도가 급상승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ㅋㅋㅋㅋㅋ
저도 오늘 아침에는 잘 읽혀서 몇장 읽긴 했는데 오늘도 회사에서 바쁠거라서.. 제가 도대체 이 책을 언제 완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Persona 2021-01-2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가 더 잘 와닿을 거 같단 생각이 문득 드네요. 비투비 노래도 잘하고 웃기고 착한 그룹 같아요. ㅋㅋㅋ
저 진짜 오랜만에 오늘 샤크라의 한 들었는데 ㅋㅋㅋ

다락방 2021-01-20 08:23   좋아요 1 | URL
페르소나님, 이 책은 진짜 원서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원서를 쭉쭉 읽을 수 없는게 너무 짜증나서 역시 영어공부가 답이다!! 라고 한 이천년간 생각중인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비투비에 대해 전혀 몰라요. ㅋㅋㅋ 저 노래만 알아요. 비투비에 대한 정보 진짜 1도 없어요. 저 노래도 몇년전에 마트 갔다가 나오길래 급히 스맛폰으로 검색해서 알게된 노래랍니다. 젊은 노래 1도 모르는 저는 구세대...
아니 근데 페르소나님.. 샤크라의 한을 아는 세대셨습니까?

Persona 2021-01-20 08:56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 제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은 다 세기말에 몰려있어요. ㅋㅋㅋ 요즘 노래는 방탄 노래 것만으로도 벅찬데 그마저도 다 못 외워요;; top100음악은 일할 때도 자주 들어서 그래도 퇴사 전까지 시기의 노래들은 귀에는 익숙한데 그 이후는 거의 방탄 노래만 따라 듣고 있어요. ㅋㅋㅋ
비투비는 잘 몰랐는데, 유튜브에서 방탄 영상 보면 웃기는 아이돌 클립으로 자꾸 떠서 차츰 얼굴이랑 이름을 알게 됐어요. 원래는 드라마 도깨비로 육성재만 알고 있었는데 은근 좋은 노래들 많고 애들이 자작한 노래들도 있고 성격들이 좋더라고요. 저 노래도 저 역시 음악검색으로 알게 되었어요. ㅋㅋ
이해가는 부분 빠르게 한글로 읽고 모르는 부분만 휙휙 원서 찾아보는 방법도 너무 좋은 거 같아요. _

다락방 2021-01-21 07:57   좋아요 1 | URL
저는 방탄소년단이 하도 인기라길래 어디 어떤가 싶어 노래 들어보려다가 한 곡도 다 못듣고 껐어요.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말을 알아듣지를 못하겠어요. ㅋㅋ 아, 저는 너무 옛날 사람인가 봅니다. 이문세의 <이별이야기>들으면서 좋아하고 여전히 가슴 아픈 노래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 이에요. 드라마 도깨비도 안봤고 육성재도 이름만 들어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원서를 찾아보는 게 뭔가 근사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든 책을 원서로도 또 사고 싶어져요. 미쳤나봐요. 이건 진짜 소비욕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ersona 2021-01-21 10:21   좋아요 0 | URL
서정적이시군요. ㅎㅎㅎ 저는 주로 신나는 노래 위주로 들어요. ㅋㅋㅋ
진짜 덕질하고 싶은 책만 원서도 구매하셔요. ㅋㅋㅋ 이 책을 사면 그만큼 새로 읽을 책이 줄어드는데 그래도 괜찮을까? 하면서요. ㅎㅎㅎ 저도 너무 좋은 책이거나 어린왕자만 다른나라 말 버전이 같이 있고 보통은 더 저렴한 책을 고르는 편이에요. ㅋㅋㅋ 저에게 돈은 늘 제한적이라 이거를 사면 다른 거를 못 읽는데 그걸 감수하고서도 좋은지를 자꾸 따지는 거 같아요. 책도 적게사면서요. ㅋㅋㅋ
 















얼마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님과도 대화를 나누었지만, 기존에 읽었던 책들도 지금 다시 읽으면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동화를 다시 읽을 때도 이제 페미니즘을 알기 전과 후가 다르고, 육식의 성정치를 읽고난 전과 후가 다르다. 친애하는 알라디너님은 《샬롯의 거미줄》을 예로 드셨는데, 나도 오래전에 그 책을 읽었던 바, 처음 문장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제기랄 ㅋㅋㅋ 유일하게 완독한 원서가 샬롯의 거미줄이라 원문을 가져올 수밖에 없네 ㅋㅋㅋㅋㅋ)




"You mean kill it? Just because it's smaller than the others?" (p.1)











여자 꼬마아이 '펀'은 다른 돼지들보다 더 작기 때문에 죽게될 운명에 처한 돼지 '윌버'를 구한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 2013년에는 이 부분에서 약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펀을 읽었고, 그리고 펀의 부르짖음이 윌버를 살렸다고만 이해했다. 그러나 페미니즘과 육식의 성정치를 읽는 지금의 저 문장은 그보다 더 큰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특히나, 이런 문장들도.


"Kill you. Turn you into smoked bacon and ham." continued the old sheep. "Almost all young pigs get murdered by the farmer as soon as the real cold weather sets in. There's a regular conspiracy around here to kill you at Christmastime.(p.49)


늙은 양은 윌버에게 사람들은 너를 죽이고 너는 베이컨이 되고 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어린 돼지들의 운명이 그렇다고. 그러니까 한 존재가,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로부터 듣게 되는 것이다. '네 운명은 죽음을 당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먹히는 것이지' 라고. 그 말을 듣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자신의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살리고 죽이고 껍질을 벗겨내는 것은, 그러니까, 과연 정당한 일일까. 그래도 되는 일일까. 채식주의자들이,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윤리적 채식을 권하는 캐럴 제이 애덤스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얼마나 오래전부터 육식이 당연시 되어 왔는지도 우리 모두 알고 있고 캐럴 제이 애덤스도 알고 있다. 캐럴 제이 애덤스는 동물에게 생명을 주었으므로 그것을 거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기 이야기는 종교적 유형론, 곧 신의 탄생, 죽음, 부활의 형식을 따른다. 이런 신성한 이야기가 고기의 소비를 통해 성취되는 동물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세속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안내자 구실을 한다.

이야기는 동물의 탄생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육식이 동물의 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동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홀크로프트는 채식주의에 반대하면서 육식이 숱하게 많은 동물에게 새로운 생명을 가져다주고 인간인 우리의 '평판'을 높여준다는 주장을 일간지에 싣는다. 홀크로프트의 이런 언급은 생명이란 동물에게 부여된다는 함의를 지닌다. 그리고 이런 생명을 부여하는 자비의 문제는 육식인들이 육식을 옹호하기 위해 가장 자주 되풀이하는 주장의 하나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두 가지 기원이 있다고 확신한다. 하나는 동물의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고기 이야기를 전통적인 이야기 전개 구조 속에, 그리고 호혜성이라는 문화적 기반에 가두어버리는 이야기의 발단이다. 호혜성이란 우리가 동물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추론하면서 이야기의 발단을 해걱한다. 고기 이야기가 개념화되는 방식은 그 이야기가 인간의 의지를 끊임없이 지시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동물들에게 실존을 허락하며, 우리는 동물이 우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믿기 시작한다. -p.192



내가 너에게 생명을 부여하였으므로 나는 그것을 다시 앗아갈 수도 있다는 호혜성에 대해 아침 출근길에 읽으면서 밑줄을 그었는데, 오, 나는 오늘 성경의 <출애굽기>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난다.



출애굽기는 모세가 이스라엘인들을 데리고 애굽을 빠져나가는 이야기이다. 이때 애굽의 왕 바로는 모세가 이스라엘인을 이끌고 애굽을 나가는 것을 막았는데, 이 과정에서 여호와는 바로에게 힘을 보이고자 애굽에 열가지 재앙을 보이셨고, 마지막에는 애굽 사람들에게 재앙을 내리실적에 히브리인(이스라엘 자손)들이 사는 집은 어린 양의 피로 문에 표시를 해두면 그 집에는 재앙 없이 지나가게 했던 거다. 이 일이 있은 뒤 모든 첫 태어나는 짐승들을 여호와에게 바치라 하고 이게 유월절의 시작이 된거다.


유월절은 유대의 최대 명절이다. 출애굽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신은 이집트가 히브리 노예들을 풀어주도록 하기 위해 이집트에 열 가지 재앙을 내린다. 마지막 재앙은 이집트에서 태어난 모든 첫 아이(가축도 포함된다)들의 죽음이다. 모세는 히브리인들에게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라두면 밤에 신이 보낸 죽음의 사자가 그 집을 그냥 지나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유월절의 시작이다. 이 첫 유월절은 무교병(발효시키지 않은 빵)의 축제라고도 부르는데, 출애굽기 12장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히브리인들은 서둘러 이집트를 떠나야 했으므로 신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발효된 빵이 아니라 발효시키지 않은 빵을 만들라고 명했다.

 

그렇게 의미가 깊고 중대한 날인데도 후대 사람들은 그 날짜를 잊었다. 모세의 수백 년 뒤에 요시야 왕은 백성들에게 유월절을 지키라고 명했다(열왕기하 23:21~23). 그 뒤부터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충실히 지켰다. 유월절 축제 기간은 7~8일 정도다. 첫날밤에는 세데르라고 부르는 식사를 함께하면서 출애굽기 12장의 이야기를 읽는다. 이때 무교병을 먹는 게 전통이다.

 

예수의 시대에 독실한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신의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에서 보내고 싶어했다. 예수가 체포되고 처형된 때가 유월절 기간이었으므로 유대교의 유월절과 그리스도교의 부활절은 비슷한 시기다. 예수가 제자들과 가진 유명한 최후의 만찬은 바로 유월절 식사였다. 유월절 축제는 억압과 압제로부터 자유를 쟁취했음을 찬양하는 것이었다. 유대인들을 지배하는 로마는 유월절 기간이 되면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예루살렘을 엄중히 감시했다. 그런 상황인지라 빌라도와 유대 사제들이 예수를 위험인물로 낙인찍을 수 있었다. 요한복음은 로마 총독이 매년 유월절을 맞아 유대인 죄수를 한 명씩 풀어주는 관습이 있었다고 전한다. 다만 공교롭게도 군중은 예수가 아니라 정치 혁명가인 바라바의 이름을 외쳤다고 한다.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은 예수를 '신의 어린 양', '유월절 어린 양'이라고 불렀다(고린도전서 5:7). 그래서 유월절은 그리스도교도들에게 점차 중요성을 잃어갔다. 그들은 유월절보다 더 중요한 일, 즉 예수의 처형과 부활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월절 [Passover] (바이블 키워드, 2007. 12. 24., J. 스티븐 랭, 남경태)


위의 출애굽기에서 모든 처음 난것으로 여호와께 제사 드려야 한다니, 무릇 생명이란 태어나고 죽는 것이 운명이라 한들, 저때 처음난 것들의 운명은 제물로 바쳐지기 위함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애초에 그 생명을 준게 여호와가 아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육식의 성정치의 호혜성이 확 생각나버리는 거다. 생명을 주었으면 앗아가는 것 역시 마땅한것인가? 창세기에서 여호와는 이 모든 생물들을, 사람까지도 다 만들지 않았던가.



그러고보면 신이 준 생명을 다시 앗아가는 일은 창세기의 탄생과 출애굽기의 유월절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노아의 방주! 인간을 물로 심판하는 과정에서도 방주에 타지 않았던 모든 생명을 다 없애지 않았던가. 만든 것 자체가 신이었는데 심판하면서 생명을 쓸어가버린 것도 신이었다.





생명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을 가져가면 안된다는 것 역시 인간이 하고 있는 생각이고 그러한 것들은 지금 캐럴 제이 애덤스가 주장하고 수많은 영화나 책에서도 다루어지지만, 애초에 천지가 창조된 시작부터의 이야기,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대체 어떤 메세지를 주는가, 를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는 거다.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면 그런식이 아닌가. 신이 인간을 만들고 그 인간을 돕고자 다른 인간을 만들고 인간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하고 그러나 그것을 어겼기에 벌을 주고, 그리고 그들이 악해지기에 싹 쓸어버리고,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다시 만들고 그 과정에서 그 생명들중 일부는 제물로 바치라 하고..


아아, 신이시여.. 저는 성경을 계속 읽어도 되겠습니까?

성경을 읽기 시작한지 지금 22일이 경과되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말인즉, 그전에는 모르고 있었다는 거다. 이를테면 신이 남자들에게 할례를 요구했다는 것(자신이 만들어둔 생명의 생살을 왜 벗겨내라 한걸까? 만들고보니 그 부분이 불필요했나?), 야곱의 다른 이름이 이스라엘이라는 것(몰랐어요..), 모세가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바다를 가르고 애굽을 탈출하는 이야기가 출애굽기 라는 것들이 그렇다. 그외에도 모르는 것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는데, 그러나 내가 그렇게 성경을 읽고 아는 게 늘어날수록 이렇게 꼬치꼬치 이건 왜그랬어? 저건 왜그랬는데? 하면서 빡치기만해.. 아아, 나여.. 내가 성경을 읽지 않는 편이 성경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은 일이었던건 아닐까... 그러나 22일째까지 마쳤고, 시작한 이상 끝까지 간다...



그리고 이런 문장을 읽는다.


동물화된 단백질의 필연적인 산물이자 그 전조는 우유나 달걀 같은 '여성화된 단백질'이다. 또 한 번 동물은 유제품 생산자로서 우리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다. -p.169


어쩔 수 없이 '샬럿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가 떠오른다. 진짜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고기는 물론이고 우유를 얻기 위해 소를 키우거든요. 소의 우유는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음식이죠. 우유를 모아서 유통하는 사업의 규모도 상당하고요."

그녀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그린 소를 가리켰다. "농부들이 소의 젖을 짭니다." 그러고는 우유 통과 의자를 그리고 몸짓으로 소 젖을 짜는 모습을 재연해 보였다. "그러고 나면 우유 배달원이 도시로 가져와 운반하지요. 모두가 아침이면 집 앞에 놓인 우유를 받아볼 수 있답니다."

소멜이 진지하게 물었다. "소는 새끼가 없나요?" -《허랜드》, p.88



아, 나는 허랜드의 저 문장들을 읽다가 자지러질 정도로 좋았다. 나 역시 우유도 먹고 달걀도 먹는 사람이지만, 길먼이 지적하는 이야기에는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소는 새끼가 없나요? 소의 젖을 대체 왜 소의 새끼가 아닌 인간이 먹는가.. 길먼 천재님.. ㅠㅠ



그나저나 주말동안 책을 한 장도 안읽어서 ㅠㅠ 육식의 성정치도 아직 반이나 남았고, 그런데 책 사기를 멈추지는 않아서 정말이지 큰일이다.






위의 책들이 연말과 연초에 걸쳐서 도착한 책들이고, 그리고 오늘 또 샀지롱! 오늘 산 책들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다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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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18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풍성한 책들이여~♡ 구매인증 사진만으로도 즐겁네요. 제가 요즘 유일하게 사치부리는게 책이예요.
성경을 읽다보면 현실과는 맞지않는 부분이 참 많은것 같아요. 반면 다락방님이 지적하신것처럼 ‘현실의 문제들‘의 원인을 보여주는 근거도 많구요.<육식의 성정치>다 읽은 뒤 리뷰가 정말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1-01-18 15:00   좋아요 0 | URL
미미님, 저 아직 육식의 성정치를 반정도밖에 못읽었어요. 어쩌면 좋죠 ㅋㅋㅋㅋ 반정도 읽고 페이퍼를 세 번썼나, 네 번썼나, 이래가지고서는 다 읽어도 리뷰는 못쓰지 않을까 싶어요. 그나저나 책을 언제 다 읽나요. 요즘 책 왜이렇게 안읽히죠. 맨날 액션 영화만 보고 있어요. 우엉 ㅠㅠ
성경 읽고 이렇게 막 화내고 따지기만 하지만 그래도 성경 읽는거 재미있고 매일매일 뭔가 알게되는 것 같아서 씐나요! 계속 읽을겁니다. 훗.

미미 2021-01-18 15:06   좋아요 1 | URL
그래도 멋지심!ㅋㅋ
저도 요즘 읽기 느리고 이책저책 슬쩍슬쩍,새책또구매, 미드, 영화에 빠져살아요ㅋㅋㅋ

syo 2021-01-18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나라 출판계가 다락방님 덕분에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다락방 2021-01-18 15:00   좋아요 1 | URL
제가 책 사고 싶어서 사는 줄 알았죠? 다 출판계 분들 먹고 사시라고 사는거에요. 자비의 마음, 하해와 같은 마음인것입니다. 제가 하는 행동에 의미가 없는 건 없답니다. 샤라라랑~

blanca 2021-01-18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제 책 주문하려다 몇 번이나 결제 직전에 안 했다 오늘 또 다시 고심하다 결국 결제 버튼 누른 나로서는 너무 부러운 상황인데요.^^ 그런데 <만들어진 신> 저 두께 충격적이젠요. <니클의 소년들>도 궁금하고요. 그런데. 저 컵과 트레이는 헉 사은품인가요? 오, 다락방님 성경 읽기 꾸준히 진행되고 있군요! 역사서 같아요.

다락방 2021-01-18 15:02   좋아요 1 | URL
만들어진 신처럼 두꺼운 책들을 잔뜩 사서 쟁여두고 있는데 대체 언제 읽을까요, 저는? 그만 사야되는데..

네, 컵과 트레이 알라딘 굿즈였고요, 초록색 하얀색 검정색 있었거든요. 검정색도 마저 받아야지 했는데 그 사이에 없어져버렸어요. 아놔... 결국 갖춘건 두가지 뿐이네요. 저거 예쁘고 좋아요. 좀 무겁지만...

성경 읽기는 재미있어요, 블랑카님. 새로 알게되는게 생겨서 너무 좋아요. 나의 신앙과 상관없이 성경은 읽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후훗.

han22598 2021-01-22 0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게 성경 읽으시네요. ^^ 저는 크리스챤이지만 다락방이 던지신 여러가지 질문들과 비슷한 질문들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의심하는 자들에게 복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ㅎㅎ

[육식의 성정치] 아직 손톱 두께만큼도 안 읽어서 열심을 내야 하지만, 리뷰만으로 재밌어요 ^^

다락방 2021-01-21 07:55   좋아요 1 | URL
오늘도 오늘치의 성경을 읽었습니다, 한님. 성경 읽기는 재미있어요. 불완전한 인간들이 성경 안에 그대로 녹아있달까요. 성경을 읽으면서 저는 신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완전한 존재란 세상에 없는거구나, 하고요.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성경을 읽으며 질문을 던지는게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한님은 크리스챤이라 하시면 그 의문들이 조금 더 힘드시진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일전에 윤김지영 선생님 강의를 들을 때, 본인은 천주교이신데 왜 여자만 미사보를 써야 하냐는 질문에 ‘원래 그런거다‘란 답을 듣고 철학을 공부하기로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그렇다는 답이 답이 아니라고, 왜 그런지 찾아보고 싶어서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이왕 철학을 공부할거라면 프랑스로 가자, 해서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무엇이 됐든 의문을 던지는 건 저 역시 옳다고 생각합니다. 복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계속 의문을 던져야만 결국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육식의 성정치 열심히 읽고 있는데 요즘 너무 일이 많아 집에 가면 피곤해서 몇 장 읽지 못해요. 덕분에 아직도 다 못읽고 있네요. 시작한지가 언젠데 ㅠㅠ

han22598 2021-01-22 05:12   좋아요 0 | URL
의심없는 신앙생활은 좀더 신과 가까워질 수 있는 나이인 어릴때 빼고는 ...현재까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의심이란 다른 말로 이야기 하면 ˝질문하기˝˝신과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히려 의심이 들기 시작한 사춘기 시절부터, 의심이 오히려 불신앙과 믿음없음과 관련짓는 소위 ˝믿음의 꼰대˝들 때문에 저는 오히려 힘들었답니다. 관계와 세상이 열리기 전까지는 그런 믿음의 꼰대들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저와 비슷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수많은 영성가(철학자)들의 수련은 결국 질문에서터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죠. 이세상에는 신이외에는 ˝원래 그런거다˝라도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끈임없이 ˝원래 그런거다˝를 거스르는 질문을 통해서 신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증법?)

아무튼, 다락방님의 성경읽기는 제가 아주 쭈욱 즐겨 읽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꿈을 꿨다. 

꿈에는 그가 나왔다.

그는 나의 옆집에 살았고 그 집은 아주 큰 집이었다. 그도 잠시 여행을 다녀온다고 집을 비웠고 그의 부모님과 그의 할아버지도 공교롭게 모두 집을 비워 며칠간 그 집은 비어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와 다정한 사이였고 그에 대한 애정이 매우 컸다. 그를 사랑했다. 그는 나만큼의 크기는 아니어도, 그 역시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부모님들도 나를 좋아하셨고 특히나 그의 할아버지가 나를 좋아했다. 그 집이 며칠 비워지는 동안, 그 집 부모님은 내게 연락해 집을 좀 들여다봐달라 부탁했고, 나는 기꺼이 그러겠노라 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그의 텅 비고 큰 집을 나는 가끔 들여다봐주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곧 집에 돌아올 거라고 했다. 그가 가장 먼저 돌아올거라 했으니 그렇다면 이 큰 집에 그 혼자 있을테구나, 나는 빈 집을 한 번 돌아보고 나가려는데, 대문에 그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여자가 있었고 나는 그가 왜 나에게 말도 없이 돌아왔을까, 그가 왜 여자랑 함께 있을까 갸웃하며 보는데 그는 함께 있는 여자를 보느라 아직 나를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고, 암수 서로 정다웠고, 그리고 커플 티를 입고 있었다. 커플티와 커플 바지. 가만있자, 저건 커플티인데.. 왜 다른 여자랑 커플티를 입고 있을까? 그리고 왜 저렇게 다정할까? 그는 며칠간 집에 없었는데, 그렇다면... 하다가 벼락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신혼여행을 다녀왔구나, 그는 신혼여행을 다녀온거야. 나랑 다정하게 지내는 내내, 나의 연인으로 살갑게 굴어놓고서는, 결국 다른 여자랑 결혼을 한거였고, 그렇게 몰래 신혼여행을 다녀온거였어. 나는 경악하며 그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서 맞춰보는 동안,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몸을 돌려 내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울면 안된다고, 그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이를 악물고 걷고 있는데, 그는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는 나를 돌려 자신을 마주보게 하고는 말했다. 그런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신혼여행 다녀온거잖아, 너 저 여자랑 겁나 정답던데, 아니긴 대체 뭐가 아니라는 거야. 그러자 그는 내게 그게 아니라고, 자꾸만 그게 아니라고 했다. 너 신혼여행 다녀온거 아니야? 그건 맞아. 그런데 뭐가 아니라는거야? 그는 내게 어쩔 수 없는 결혼이었다고,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다고, 집에서 정략결혼을 하도록 강요했고 자신은 피할 수 없었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신을 좀 이해해달라며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설사 네 말대로 그게 정략결혼이고 어쩔 수 없이 결혼했어도, 너 그 여자 금방 사랑하게 될거야, 너 이미 사랑하고 있어, 너 그 여자랑 있는거 내가 봤는데, 라고 대꾸했더니, 그는 아니라고 했다. 나를 놓지 않을거라고. 그런데 그렇게 나를 마주보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어느새 현빈의 얼굴이 되어있었고, 그렇게 현빈의 얼굴로 그런 말을 하노라니 나는 그에 대한 내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가 기억났고, 그러니까 .. 나는 그가 어쩔 수 없이 그의 아내랑 사는 동안, 그냥 예전처럼, 지금처럼, 그와 다정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내적 갈등이 찾아왔고, 이게 다 이새끼 얼굴을 보니까 그런거야, 하면서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 '생각해볼게' 하고 돌아서 내 집으로 돌아갔는데, 돌아가는 길에 자꾸만 그의 말을 듣고 믿고 그를 계속 사랑하려는 내 마음이 튀어올라와서, 안돼, 얼굴에 현혹되지마, 내 사랑에 현혹되지마, 저 새끼는 개새끼가 맞아, 개새끼야, 안돼, 끊어버려,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아, 너무 가슴이 아파..

집에 돌아와 창밖을 보면서 나는 계속 고민했다. 나는 이제 어쩔 것인가. 그의 부모님도 뻔히 우리 사이 알면서 어떻게 저 결혼을 강제하나. 모두가 나를 속인 것인가. 무엇보다 이런 개같은 배신을 당하고서도 왜 나의 마음이 이렇게나 그를 버리는 걸 어려워하나, 


떠나자, 떠나는 거다. 떠나는 게 답이다. 뭐가 됐든 그는 결혼을 했다. 끝이다. 끝이어야 한다. 내가 여기에 계속 있다면 그러나 나는 질척거릴 것이다. 나를 이런 상태로 둘 수 없다. 나를 이런 개같은 경우에 놓고 수시로 자존감 박살나게 할 순 없다. 옆집에 살면서 수시로 그를 마주치게 된다면, 그 얼굴을 본다면 나는 냉정하게 돌아서기 힘들것이다. 떠나자, 어디로든 떠나자. 그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자. 이건 돌이킬 수가 없다. 신혼여행 갔다온 그 사람을 내가 대체 무슨 수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떠나자. 어디로든 떠나는거야. 어디로든 가자. 어디로든 가고 또 어디로든 이동하면서 그렇게 살자. 한동안 그를 보지 않는다면 마음도 조용해질 것이다. 떠나자. 그렇게 나는 짐을 쌌고,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을 하는 중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서는 꿈속에서 느낀 슬픔이 그대로 내 안에 있어 당황했다. 어휴, 꿈이잖아, 왜 이런 꿈을 꾼담? 하다가, 이것은 엊그제 읽은 에바 일루즈의 책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념하면서 결국 받아들이는 것,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사랑이라고 나를 설득하고자 하는 그런 모순에 대해서 나는 그 책에서 읽었던 터다. 그래서 이런 꿈을 꾸었구나, 하였지만, 바로 이런 내용의 책이 있었다, 앨리스 먼로다! 하고 생각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 그대로의 내용을 앨리스 먼로가 한참전에 이미 단편으로 써주었지!!

















이 책에 실린 단편 <그림엽서>에서 여자는 남자와 연애중이다. 그와 결혼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가문으로 자신이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자를 안고,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여자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니까. 여자에게 결혼하자는 말도 했고 그래서 여자는 언젠가는 그와 결혼하게 되겠구나, 생각했던 거다. 그녀가 온마음으로 그와 결혼하고 싶어한 건 아니었지만 그와 결혼하는 것은 자신에게 닥칠 미래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여동생 부부와 여행을 떠난 그가, 여행지에서 그녀에게 그림엽서까지 보냈던 그가, 여행지에서 다른 여자랑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을 신문의 기사를 통해 알게 된다. 게다가 그는 그 결혼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여자가 있는 마을, 그가 살던 마을로 아내와 함께 돌아온다. 마을로 돌아온 남자는 여자를 찾아오지도 않고 어떤 변명의 말도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남자와 여자는 연인으로 알려졌었는데, 그런데 이제 그녀는 이 마을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무엇보다 이 남자가 나에게 행한 일의 이 배신감은! 기가 차다. 도대체 여자는, 나는, 뭐가 된것이란 말인가.


여자는 배신감에 치가 떨려 참으려고 하다가, 결국 한밤중에 차를 끌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그가 이제 아내와 함께 사는 집. 그의 집 앞에 멈추어서 경적을 울리고 소리친다.


나는 차를 세우고 차창을 내렸다. 그런 뒤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숙이고 내가 참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길고 크게 경적을 울렸다.

그 소리에 나는 마음이 푹 놓여 한껏 소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이봐, 클레어 맥쿼리. 할 얘기가 있어!"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클레어 맥쿼리! 클레어 나와!" 나는 깜깜한 집에다 대고 고래고래 악을 썼다.

나는 또다시 경적을 울렸다. 한 번, 두 번...... 몇 번인지 모르게 수도 없이. 경적을 울리는 사이사이에 고함도 계속 질러댔다. 나 자신이 저쪽에 몇 발짝 비켜서서, 주먹으로 꽝꽝 내리치는지, 고함을 질러대는지, 경적을 눌러대는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난리굿을 벌이는지, 무엇이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째깍째깍 하는지, 보기에 따라서는 신 나는 놀이였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러고 있는지도 거의 잊었다. 나는 리듬을 살려 경적을 울리는 동시에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림엽서>, pp. 262-263



결국 경찰이 찾아오고 그녀를 진정시킨다. 아마 이 일은 다음날 마을에 소문이 날 것이다. 그녀는 남자로부터 배신당했고, 한밤중에 남자의 집 앞에 가 행패를 부렸노라고. 여기에서 여자의 잘못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이 쑥덕임은 여자를 향할 것이다. 어휴, 남자가 자기 사랑하는 줄 알았나봐, 남자한테 이용당했네, 가서 행패부렸대, 하고. 


이 단편을 읽었던 2012년에는 내가 통쾌하다고, 한반중에 찾아가 경적을 울린거 잘했다고 페이퍼 써놨는데, 지금은 딱히 통쾌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나였다면 그 집앞으로 찾아가 경적을 울리고 소리치는 일을 하지도 못했을 거지만, 그 일은 그가 당하는 벌로써 너무나 약하다. 그게 뭐야. 그 배신감을 어떻게 한밤중의 경적울리는 걸로 퉁칠 수 있어? 안돼, 저것 가지고는 안된다. 저건 통쾌하지 않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뭐가 되는걸까. 분명 아내는 물어볼 것이다. 저여자가 한밤중에 여기서 왜 자기 이름을 부르는거야? 그렇다면 남편은 결혼 전에 나 따라다니던 여자인데 결혼한거 알고 집착하는 거야, 신경쓰지마, 미친 여자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만약 내가 그 아내라면, 나는 그에게 결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고 싶다. 단순히 경적을 울린 여자가 미친 여자구나, 라고 돌아서는게 아니라, 왜 울렸을까? 어떤 여자일까? 나는 그 여자의 사정을 알고 싶다. 그러나 그 사정을 알게 된다면, 그 다음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아, 이게 다 에바 일루즈 때문이여 ㅠㅠ 

아침부터 꿈에 잠식당하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잊나 생각중이다. 일기를 쓰는게 답이다. 일기를 쓰고 풀어버려야 돼.

이게 일요일 낮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꿈에서 느꼈던 아픔과 배신감이 아직도 배꼽에 남아있어.

암수 서로 정다웠던 너와 다른 여자... 휴.....




어제는 이모가 왔었다. 외할머니 댁에 가기 전에 잠깐 들른 건데, 나는 이모가 온다는 소식에 빵을 구웠다. 이모가 도착하자 커피를 내려주고 파운드 케익을 구워 잘라주었다. 점심으로는 장칼구수를 야채 듬뿍 넣어 끓여 주었고 그걸 맛있게 먹은 이모는 울엄마를 모시고 외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오늘 울엄마를 우리집에 다시 데려다줄거라서 나는 이모 가져가라고 파운드케익을 새로 하나 또 만들었다. 점심 전에 출발하려고 한 이모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를 구워주었다. 이모는 고르곤졸라 피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모가 오면 해줘야지 벼르고 있던 터였다. 고르곤졸라 치즈도 사두었었고. 그렇게 이모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줬더니 이모는 맛있다고, 파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먹더니, 한조각 남은 것은 본인 싸달라고 했다. 집에 가서 데워먹고 싶다고. 그렇게 이모는 내가 구워준 파운드케익과 피자를 가지고 돌아갔다.



지난 주에는 여동생이 조카들을 맡기고 갔었다. 나는 오븐에 치킨을 구워주었고, 우유를 뜨겁게 데워 핫쵸코도 만들어주었고,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주었고, 쭈꾸미를 볶아 주었고, 장칼국수를 끓여주었고, 소고기를 구워주었고, 따뜻한 보리차를 끓여주었고, 함께 머핀을 만들어 먹었다. 내가 내주는 음식들을 잘 먹는 조카들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 음식 만드는 내내 부엌에 서있어야 해서 고단했지만 내가 차려둔 음식을 맛있게 또 배부르게 먹는 조카들을 보는게 너무 행복이었어서, 아, 나는 진짜 이런게 너무 좋다,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내어주는 일.


조카들은 오랜만에 보는거였다. 코로나 때문에 좀처럼 만나지 못하고 있었고, 서로의 집에 가는 것도 조심스러웠으며 5인이상 모이면 안된다는 말에 만날 생각도 못하고 마냥 미루기만 하고 있었는데, 조카들이 할머니 보고 싶다고 울어버리자 여동생이 안되겠다 싶어 조카들만 우리 집에 두고 돌아간거다. 그렇게 주말 내내 조카들과 있었는데, 조카들은 내 생각보다 우리 집에 일찍 도착했다. 나는 조금 더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샤워를 하던 중에 조카들이 온 것이다. 밖에서 웅성웅성 조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초조해졌다. 으앗 왔구나! 나는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옷을 입었다. 안방 욕실에서 샤워를 했었는데 문을 열자 큰조카가 안방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더라. 그렇게 나를 보더니 이모!!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나 역시 조카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소리 지르고 서로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었다. 보고싶었어, 나도. 이러면서. 아... 이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게.. 이게... 내가 살면서 이렇게 나 보고 싶었다고 진심으로 나를 끌어안는 이런 경험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누가 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반갑다고 나를 안아줄까. 내가 너를 안고 너가 나를 안는 그 순간이 진심만으로 꽉 차는 순간들이 살면서 나에게 앞으로 몇 번이나 오게 될까. 내가 무슨 복을 받았다고 이런 마음을, 이런 그리움을, 이런 사랑을 받나. 어떻게 나에게 이런 순간이 오나. 내가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다고 신은 내게 이런 사랑을 경험하게 하신걸까.



2주 전에 새로운 조카가 태어났다. 나는 고모가 되었다. 새로운 조카에게는 젊은 이모가 셋이나 있다. 그 이모들에게 첫조카이니만큼 아마 크게 사랑받겠지. 이 아가의 사진을 받거나 영상을 보게 될 때마다 내 눈은 하트가 되는데, 그런 나를 보며 엄마가 '그런데 이 아가는 이모가 셋이나 되어서 너는 뒤로 쳐질거야, 얘는 아마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너에게 무심할 수도 있어' 라고 하셨다. 나는 엄마에게 안다고, 아마도 그렇게 될거라고, 아이에게는 아마도 가끔 보는 고모보다 자주 보는 이모가 더 친하고 다정하며 소중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나는 아이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랑하는게 아니라고, 내가 사랑해서 사랑하는거라고, 내 안에 사랑이 너무도 크고 충만하게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도 않고 아무리 사랑을 퍼주어도 나는 행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 

내 안에는 이미 사랑이 차고 넘친다. 그리고 그것을 주는 일은 받는 것과 꼭 같은 크기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나는 정말이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해가 잘 드는 집이라서 나는 이 시간의 이 장소, 해가 잘드는 여기를 좋아한다.




이 시간에 매트 깔고 요가 하는 거 너무 좋아한다. 오랜만에 요가를 해야겠다. 요즘 통 안했는데 이런 환한 낮에 요가하는 건 궁극의 행복이다. 샤라라랑~


요가를 하고나면 이것저것 또 해먹어야겠다. 삼겹살도 있고 파스타도 있고 와인도 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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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17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얼 다락방님 얘긴가하고 너무 놀라서 조마조마 두근두근하고 읽다가 몇 프로쯤 유사한 추억하나 떠올랐어요. 좀 웃긴데 나중에 올려볼까말까 이러고 있음. 고르곤졸라는 사랑이네요^^♡

다락방 2021-01-17 15:49   좋아요 1 | URL
고르곤졸라 치즈 냄새나 진짜 꾸리꾸리 하잖아요. 너무 싫은데 ㅋㅋㅋㅋ 저희 엄마도 이거 하면 냄새가 싫다고 막 그러시는데 이모랑 조카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고르곤졸라 피자를 좋아하는건지 꿀...을 좋아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핫. 해줬는데 잘 먹으니 너무 좋더라고요!

미미님, 유사한 추억하나 꼭 언젠가 적어주세요. 읽어보고 싶어요. 기다립니다. 제 꿈 너무 슬퍼서 저는 지금 혼술 중입니다. 흑흑 ㅠㅠ

테레사 2021-01-1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오븐은 어떤 기종으로 사신건지요? 전기요금은 감당할 만한지요? 푸하핫..저는 이런 좀 현실적인게 긍금 궁금..

다락방 2021-01-17 15:48   좋아요 1 | URL
테레사님, 안그래도 전기 오븐이 전기료 엄청 잡아먹는다고 해서 쫄았는데요, 제가 주말에만 빵을 구워서인지 전기료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요. 그래서 마음 놓고 오늘도 또 빵을 만들었어요. 아하하하하.
제가 구매한 모델은 이것입니다.

https://www.hyundaihmall.com/front/pda/itemPtc.do?slitmCd=2114539868§Id=141253&searchTerm=sk%EB%A7%A4%EC%A7%81%20%EA%B4%91%ED%8C%8C%EC%98%A4%EB%B8%90

blanca 2021-01-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이... 감동적이에요. 애들한테 밥 해주며 귀찮음을 느꼈던 내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그리고 다락방님의 조카는 평생 잊지 못할 이모와의 추억을 가져갈 거예요. 저도 그런 이모의 추억이 있어서....맛있는 음식을 해주었던 이모. 내 숙제를 도와줬던 이모. 이런 순간들이 불쑥불쑥 떠올라요. 그런데 장칼국수는 뭐죠? 어떻게 해 먹는 건가요? 혹시 내가 레시피를 놓쳤나요? 다락방님 레시피좀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다락방 2021-01-17 15:45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 장칼구수는 밀키트고요. 이게 파는데가 별로 없어서 좀처럼 먹어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강릉에 장칼국수 맛집이 있다 하더라고요), 밀키트가 나와서 아주 제대로 요즘 자주 해먹고 있어요. 여동생네 보내줬었는데 제부도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http://www.hyundaihmall.com/front/pda/itemPtc.do?ReferCode=429&slitmCd=2106060026&utm_source=naver&utm_medium=cps_pcs&utm_campaign=sale&NaPm=ct%3Dkk0ru67k%7Cci%3D26f04b0c46ecf56201880e7f7f4872d4eadb5e08%7Ctr%3Dslsc%7Csn%3D14%7Chk%3D160bd6ce7861e950959f16d96d2b4afc122a4089

이건 프레시지 장칼국수 밀키트 인데요, 이게 제일 맛있고요, 풀무원에서 나온 장칼국수 밀키트도 맛있어요. 인터넷으로 주문할 땐 프레시지 주문하고 마트가면 풀무원꺼 사서 해먹고 있어요. 저는 들어있는 것 그대로 넣고 물은 언제나 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넣고요, 거기에 만두와 각종 야채를 취향껏 추가합니다. 한 번 해서 드셔보세요!

조카들은 이런 일들을 나중까지 기억하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이모가 자기들을 사랑했다는 사실 만큼은 잊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가 나에게 애정을 가졌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알 수 있잖아요. 후훗.
저는 그나마 어쩌다가 이박삼일 함께 하는 거였으니,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정성껏, 힘들어도, 고단해도 기쁨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일 해야 하는 가사노동이라면 저는 아마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건 사실이에요 ㅠㅠ

2021-01-17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1-01-17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과 책과 소소한 깨달음의 억지스럽지 않은 연결은 다락방님의 강점 같아요.
무겁고 진지하지 않게, 유쾌하게 글을 맺는 것도.

난티나무 2021-01-17 17:43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다락방 2021-01-18 09:5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나인님. ㅠㅠ
읽어주시고 이렇듯 좋은 말씀도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누군가 강점이다 혹은 장점이다 말해주기 전까지는 사실 잊고 살게 되잖아요. 그러다 이렇게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글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앞으로도 계속 쓰겠다는 의욕도 다지게 되는것 같아요. 그러고보면 정말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가 봅니다. 훗.
한 주 잘 보내세요!

다락방 2021-01-18 10:17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난티나무님 ㅠㅠ

난티나무 2021-01-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
전혀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가 짐작되지 않는 꿈은 왜 꾸는 걸까요???
장칼!!! 저는 그 유명하다는 강릉의 장칼국수 먹어봤습니다!! 하하. 먹을 때는 음 맛있군 하고 마는데 나중에 자꾸 생각나요. ㅠㅠ
앨리스 먼로의 저 책은 제게도 있어 반갑고요.
고모와 이모의 차이, 남자쪽 가족과 여자쪽 가족의 차이에 관한 글을 어느 책에서 봤는데 기억 안나 답답하고요.ㅎㅎㅎㅎ (다락방님의 기억과 경험과 끌어오기 스킬이 부러워지는 순간)
위 댓글에도 쓰셨지만 매일매일 먹이는 일을 하게 되면 아마... 라는 생각을 저도 했습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21-01-18 10:00   좋아요 0 | URL
저는 꿈을 아주 자주 꾸는데요, 깨고 나면 항상 ‘이걸 왜 꿨을까?‘ 생각해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꿈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것도요. 꿈에서의 기분에 잠식당할 때가 더러 있는데, 어제 이 꿈이 그랬어요. 하루종일 그리움과 서운함에 허덕였어요. 휴.. 털어내자고 글 썼지만 그 기분은 좀처럼 제게서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저도 고모와 이모의 차이에 대해서 어디선가 본것같은데 ㅋㅋㅋㅋㅋㅋ그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기억과 경험과 끌어오기 스킬을 가진게 아니라, 각자가 기억하는 부분들이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분명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지금 전혀 안나거든요. ㅋㅋㅋㅋㅋ

맞아요, 난티나무님! 제가 힘들어하면서도 조카들의 식사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뭐해줄까 고민하며 즐거워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가사노동에 끝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일요일이면 제부모가 와서 데려간다! 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이걸 매일 겪는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요. 아마 저는 중간중간 수시로 가출을 했을지도 몰라요. 몇해전에는 집에서 설거지 하다가 뛰쳐나간 적도 있거든요. 왜그렇게 답답하던지.

매일매일 한다면 아마도 저는 가사노동의 부당함과 고단함과 기타등등에 대해서 매일매일 분노의 글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핫.

scott 2021-01-1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가 온다는 소식에 빵을 굽고 이모가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내려주고 파운드 케익을 구워 잘라주고 점심으로 장칼국수를 야채 듬뿍 넣어 끓여 주었고 이모 가져가라고 파운드케익을 새로 하나 또 만들고 점심 전에 출발하려고 한 이모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를 구워주고 조카들에게 오븐에 치킨을 구워주고, 우유를 뜨겁게 데워 핫쵸코도 만들어주고,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주고, 쭈꾸미를 볶아 주고, 장칼국수를 끓여주고, 소고기를 구워주고, 따뜻한 보리차를 끓여주고, 함께 머핀을 만들어 먹고
다락방님 거의 스무시간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싸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내어주는 일이 너무 좋다고 하시는 다락방님
조카들이 나중에 크면 이모? 고모?에게 빵을 구워주고 피자를 만들어주고 쿠키를 함께 만들어주고 파운드 케익을 만들어 싸줄것 같아요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ㅋㅋㅋ ♥๑♥
저라면 밀키트 제품 사서 모셔놓은 비싼 그릇에 플레이팅만 멋지게 하는뎅 ㅋㅋㅋ
다락방님 조카 탄생 축하합니다. 사랑할 대상이 한명 더 늘었네요.^0^


다락방 2021-01-18 10:02   좋아요 0 | URL
스콧님, 저도 밀키트 제품 사서 후딱 해치우는 것들이 많아요. 위에 언급된 것들 중 장칼국수도 쭈꾸미볶음도 다 밀키트였어요. 밀키트 없이 저런걸 어떻게 다 준비하나요?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하하핫. 그런데 제가 워낙 요리를 못하는지라 밀키트를 가지고도 좀 헤매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요.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잘하게 될 날도 오겠지요. 아직 먼 것 같지만...

조카들이 훗날 제게 무언가를 해주게 될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변함없이 제 사랑을 받아주고 저랑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준다면 저는 그것만으로 족할 것 같아요.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것을 저는 조카들 덕에 깨닫고 있거든요. 조카들과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며 살게 된다면 정말 기쁘고 행복할것 같습니다. 훗.

유부만두 2021-01-1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춘기에 이십대 아이들은 매일매일 해먹이는데 덜 이쁜 이유는 매일 봐서 일까,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 안의 사랑이 말라버린 걸까요. 아 슬프네요. 새로 태어난 조카 아이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나길요! 그럴거에요. 광파 오븐을 가진 고모님이 계시니까요. 그 고모님 사랑 광산 부자님이시니까요.
눈이 걱정 보단 덜 쌓인 월요일입니다. 이번 한 주도 건강하게 멋지게 보내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1-01-18 10:09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 제 여동생도 간혹(사실은 자주) 가사에 치여서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어도 거리가 필요하다고 부르짖곤 한답니다. 여동생은 그래서 종종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해요. 저도 기간이 정해져있었고 그 끝이 언제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만한 사랑으로 이 모든걸 해냈지, 만약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채로 하염없이 매일, 매끼니를 준비해야 했다면 저는 수차례 가출했을것 같아요 ㅠㅠ
저 때도 조카들 돌아가고 난 뒤에 뻗어서 기절했답니다. 조카들 돌아가고 난 뒤의 고요함과 평안함을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깨달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에 연달아 부엌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 노동이 고단해서 ‘역시 나는 직장 체질이야, 회사원 해야 해‘ 했는데, 오늘 회사에 출근하고 여태까지 사고 수습하면서 ‘나는 직장 체질이 아니야, 직장 힘들어‘ 이러고 있네요. 제가 과연 어떤 체질인지 좀 더 파악해봐야겠어요. 하핫.
 

(이 글은 PC에서 보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사랑은 왜 불안한가》의 저자 '에바 일루즈'는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파리10대학교에서 사회학, 커뮤니케이션, 문학을 공부하고 히브리대학교 석사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아넨버그 스쿨 박사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이론을 공부했'다고 한다. 공부 엄청 많이 했네.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한 에바 일루즈는 역시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프린스턴 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베를린 지식연구소 교수를 지냈다'고도 한다. 대단하다.


이렇게 공부를 많이한, 그러니까 엄청난 지식인인 '에바 일루즈'가 '엄마들의 포르노'라 불린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고 그것으로 현 상황과 인기를 끈 이유를 분석해 책을 냈다는 것이 나는 너무나 짜릿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일단 좋았다. 기존 지식인들이라면 B급이라 칭하며 읽지도 않고 까거나 무시할게 뻔할 책을, 에바 일루즈는 3부까지 모두 읽고 사람들이(사실은 여자들이) 이 책을 왜그리 많이 읽었나, 들여다보고 그걸 책으로 써낸거다.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책으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책이 문학작품으로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문학적으로 뛰어나야만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역시 아니다. 이 책이 왜 인기인지 알고 싶어 나도 출간 당시 사서 읽었더랬다. 1부만 읽고 더이상 읽기를 그만둔것은, 이 책을 읽는 내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2012년에 써둔 리뷰를 덕분에 오늘 찾아 읽었는데, 오, 제대로 정확히 잘 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1부만 보고 내가 판단한 것은, 링크된 리뷰를 보면 알겠지만, 젊은 여성 아나스타샤가 세계적인 대부자 그레이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놈은 SM..으로 주인과 종관계를 맺고 계약서를 쓰며 '사랑'이나 '연애'가 '아닌' 그저 섹스만을 추구하는 놈이라는 거다. 그러나 1부의 끝에서 그레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아나스타샤를 섹스 도중 '때리고' 이에 아나스타샤는 고통스러워 하며 그의 곁을 떠나는 거다. 2,3부를 읽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 다음 내용은 짐작할 수 있다. 이에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방식대로 변화하게 되고 진실한 사랑을 찾게 될 것이며 그들은 그 후 행복하게 살았다... 는 것.

















책은 1부만 보고 말았지만, 영화는 다 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것도 극장 가서 봤어. 나랑 이 영화의 1부를 같이 본 친구는 결국 나랑 이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같이 보았는데, 마지막에, 누구나 추측할 수 있었던 뻔한 결말 그대로, 아나스타샤가 그레이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모습으로 끝을 맺는 것을 보면서, 그러면서 뭔가 친구와 나는 극장을 나서면서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아아, 이 기분 무엇????????
















나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아나스타샤 나 같다... 생각하곤 했는데 도대체 왜그랬냐면, 생김새가 닮았기 때문이라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나 혼자 생각한다. 생긴게 꼭 나같네? 라고 늘 나는 생각하는 것..(사실이 아님)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여튼,

아나스타샤는 영화 1부에서 그레이한테 푹 빠져서 그레이가 원하는대로 해주고자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섹스 도중 자신을 때리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그녀는 아파하면서 울고, 그렇게 울면서 그에게 말한다. "이게 진짜 당신이 원하는거에요?" 그렇게 떠나가버리는 것.. 그렇게 사랑하지만, 그러나 사랑한다고 해서 나를 때리는 것까지, 그것이 섹스의 이름을 달고 있다해도, 용납되진 않는 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자신의 책에서 한 여성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마조히즘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 자아는 고통을 피하려는 성향을 가진다. 그러나 마조히스트는 외려 고통을 찾아다닌다. 우리 자아는 모든 일을 통제하려 애쓰는 반면, 마조히스트는 통제를 당하려 한다. 우리 자아는 최고의 자존감을 세우려 노력하지만, 마조히스트는 자청해서 굴욕을 뒤집어 쓴다. -P.93, 재인용



위의 인용문을 가져온 뒤, 에바 일루즈는 마조히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마조히즘은 일종의 자발적 형태의 굴종이며 제 스스로 아픔을 감당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자존감과 자율성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현대의 향락적 주체와 극단의 대비를 이룬다. -P.93



내가 아나스타샤와 같다고 했던 지점은 그녀가 고통을 박차고 그를 떠났다는 데에 있다. 아나스타샤는 그레이가 너무 좋다. 그레이는 사랑 대신 섹스만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서도 그레이가 너무 좋다. 그레이를 사랑한다. 가급적 그에게 맞춰주려고도 했다. 그러나 나를 때리는데에 그 고통을, 그것은 맞아서 내 피부에 상처가 나는 육체적 아픔이 주는 고통보다는, 맞았다는 것에서 오는 자존감 하락에서 오는 아픔이 더 크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어 한다.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런데 나를 이렇게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행위를 감당하면서까지 당신 옆에 있지는 않겠다는 선택. 바로 그 지점.


그 지점은 나의 사랑보다 나의 자아를 선택한 것일테다. 당신보다 내 자아, 사랑보다 내 자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면서 내 자아가 박살나? 그렇다면 떠나겠다. 세이 굿바이. 안녕-


그레이가 만약 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그러니까 그레이의 가슴 속에 사랑이 없었다면, 그레이는 아 이번 여자(아나스타샤)는 내 성적 취향과 맞지 않군, 아쉽지만 보내줄 수밖에...라고 했을 것이다. 마주 세이 굿바이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아나스타샤와 그레이의 이야기는 더는 진행될 수도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레이의 가슴속에 샤라라랑 사랑은 생겨나버렸고, 그대를 알고부터 사랑은 시작되고 사랑을 알고부터 그대만을 느끼다보면, 어느 정도 상대에게 맞춰지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가려던 것들 중에 포기하는 것들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트라우마와 상처로 똘똘 뭉쳐져 있어서 사랑이나 연애를 할 수 없었던 우리의 (안잘생긴)그레이는, 아나스타샤를 다시 찾고! 아나스타샤의 바람대로 사랑이라는 것을, 연애라는 것을 하게 되며, 심지어 아이까지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이 지점들을 보고 분석해서 베스트셀러 원인중의 하나로 꼽아 놓았다. 어쩔 수 없이 여자가 바라는 바가 있고, 보고 싶어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내용이 여기 들어가 있었다는 것.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를 다 보았던 사람으로서 나는 이 부분에서 에바 일리즈가 휘두른 삼지창에 찔려버렸다. 나라는 인간의 모순됨을 나 역시 수시로 깨닫는 바, 에바 일루즈가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해버렸기 때문이다. 아, 똑똑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



로이피(미국의 여성 작가로 뉴욕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기도 한다)는 『뉴요커』The New Yorker 지에 실린 대프니 머킨의 말을 인용한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 심지어 겉보기뿐인 평등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지만, 언제나 섹스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로이피가 여기서 문제 삼는 것은 더더욱 흘려들을 수 없는 노골적인 불평, 곧 평등이 섹스 욕구를 퇴색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남녀의 평등은 그다지 섹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평등을 존중하는 섹스는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번거로운 절차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반면교사로 삼은 남자는 적극적이며 직접적으로 섹스를 주도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니까 여성은 자신감에 넘치며 게임이라도 벌이듯 유려하게 접근하는 남성성을 갈망한다. -p.81-82



평등은 원래부터 혼란스럽다. 평등을 기본 전제로 깔면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갈등이 불거진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평등이 불안함과 애매함을 낳는 원인이라 말할 수 있다. 불평등을 편안하게 여기게 만드는 두 번째 측면은 권력관계를 보호관계로 바꿔주며, '자연스러운' 상호의존성과 강한 감정적 접착성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반대로 평등은 어떤 의무감도 낳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욕구와 권리의식을 강화함으로써 상대방과 갈등을 빚도록 조장한다. 불평등이 지닌 세 번째 편안한 측면은 역할 문제를 놓고 서로 협상을 벌이지 않아도 좋다는 점이다. 이로써 관계 당사자들은 좀 더 자발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을 가짐으로써 골치 썩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 시나리오가 그려내는 사회적 역할을 보라. 고민하고 자시고 할것 없이 그저 감당하기만 하면 되는 역할이지 않은가. -p.82-83



그러니까 바로 엊그제도 나는 이런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요즘은 책읽기보다 영화 보기를 하고 있는데, 액션 영화를 보노라면 걍 세상 시름 잊고 화면만 볼 수 있어서 넘나 좋은 거다. 그렇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찾아 보게 됐는데, 예전에도 보고 인상 깊게 기억하던 장면이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에서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아내와 헤어진 이유가 나온다. 정부 비밀 요원으로 살아가며 위험한 일들을 하다보니 아내까지 위험에 처하게도 했던 것. 이에 이단은 아내와 헤어짐을 결심하고 가끔 아내로부터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는 걸로 족하다. 멀리서 아내를 지켜보면서 아내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만족하는 것, 그게 이단의 사랑하는 남자로서의 역할인 것이다. 내가 오래전에도 이 영화 보면서 이 장면 너무 좋다고 썼을텐데, 이번에 보는데도 너무 좋은 거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게 진짜 자지러지게 좋은 거다. 이 장면을 좋아하는 나에게 나는 물었다. 그렇게 독립적이길 원하면서도 저런 거 보고 좋아하다니, 나라는 인간의 모순은 무엇? 자율적이길 원하면서 보호를 원하는것인가? 막 이런 내적 갈등이 찾아왔던 것이다. 하여간, 액션 영화를 봐도 이렇게 맨날 내적갈등 하고 그래? 세상이 주는 시름 잊자고 액션 영화 보면서 내 안에 시름 쌓아가는 나 무엇? 아아, 나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고민하는 동물인가.. 인생 무엇, 사랑 무엇, 보호 무엇, 자유 무엇..


아무튼 그런 감정을 느끼던 차에 에바 일루즈를 읽었고 에바 일루즈가 이렇게 평등을 바라지만 섹스에 있어서 불평등한 점을 바라기도 하는 모순에 대해 똭- 얘기를 해줘버린 것이야.. 인간이여...





그래서 나는 이런 놈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부장제를 갈망하는 태도는 페미니즘의 반작용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런 갈망은 여성이 지배당하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감정적 결합을 갈구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물론 감정적 결합에는 피치 못하게 남성의 지배가 뒤따르기는 한다. 혹은 이런 지배를 드러나지 않게 숨기거나 교묘하게 정당화 하기도 한다. 마치 남성의 보호자 역할을 봉건체계로부터 떼어내 보호만 보장해주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어쨌거나 그 본질은 남성의 지배다. 다시 말해 오늘날 여성은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영역에서 남성의 지배와 직면해야만 한다. 물론 여성에게 낮은 신분을 강요하며 남자에게 보호의 의무를 안기는 봉건적 규칙이 사라지기는 했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여성은 감정을 나눌 짝 혹은 배우자를 갈망하는 탓에 여전히 남성에게 휘둘리고 만다. -p.84




소설을 읽을 때 해묵은 페미니즘 물은 하나가 끈질기게 우리의 뇌를 파고들 정도로 그레이는 철저하게 보호 역할을 감당하려 노력한다. 작품 자체도 명시하고 있듯, 그가 보이는 '보호'라는 강박관념 뒤에는 혹시 일종의 통제 욕구가 숨어 있는 것 아닐까? 비록 아나는 그레이를 거듭 '통제광'이라 표현하지만 정작 그가 보호자처럼 구는 것은 물론, 자신이ㅡ 소유임을 과시하는 ㅔ스처를 갈망하는 쪽 역시 아나 자신이다. 그리고 점차 아나는 자신이 지배닿아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따라서 지배받으려는 갈망은 아나가 자율성을 열망하는 것과 나란히 가는 여성성의 또 다른 측면이다. 물론 남성이 지배해주며 이끄는 섹스를 바라는 여성의 태도가 곧 사회적으로도 남성이 지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같은 것은 아니다. 다만 역할 문제를 협상하지 않아도 좋은, 그 어떤 두려움이나 불안함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섹스를 하고 싶은 것일 따름이다. -p.86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에바 일루즈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바라고 좋아하면서 읽는 사람이 그토록이나 많다는 것을 보니, 아, 세상에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이성애에 뭔가 다들 미쳐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이성애자이면서 자신을 보호해주고 사랑해주고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줄 상대를 고대하다보니, 그것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인 이 소설이 잘 팔려나가버리게 된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이 책에서 사디즘과 마조히즘에 대한 언급도 하는데, 나는 에바 일루즈가 이 책을 쓴 것도 너무 좋고 이 책을 읽으면서 흥분을 하기도 했지만, 에바 일루즈가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결이 다르다는 것은 그러므로 우리가 함께 갈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사회현상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내 역할은 분노..인 것이구나, 싶은 거다. 만약 내가 《여자는 인질이다》, 《포르노랜드》,《포르노그래피》,《포르노에 도전한다》등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에바 일루즈의 이 책을 내 성서처럼 받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여자는 인질이다, 라는 책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만큼 팔리거나 읽혔다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토록 흥행할 순 없었을 것 같다. 사랑에 미치고 연애에 미치고 완벽한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원하는 게 아닌, 그래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학습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소설에서, 우리는 어떤 남자가 멋있는지 그리고 어떤 여자가 남자들로부터 사랑받는지 보아 오지 않았던가. 내 환상의 어느 지점들, 아니 대부분의 지점들은 바로 그런것들로부터 생겨났을 것이며 또 고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에바 일루즈가 분석한대로의 이유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만든 것 역시 그동안의 세상이, 우리가, 대중매체가 한 일이라는 거다.



여자는 남자가 보호해준다는 데에 감격해서 애초에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남자의 폭력 때문이라는 점을 잊는다. -《여자는 인질이다》, 디 그레이엄, p.190



위의 문장을 가져오고 나니, 어제 보았던 영화 <스노우맨>이 생각난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하도 오래전에 읽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연쇄살인범이 불륜을 저지른 여성들만 살해한다는 것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레베카 퍼거슨' 나오는 영화 보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스노우맨이 이미 몇해전에 개봉했다는 걸 알고서는 부랴부랴 다운 받아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보고 싶었떤 것은 레베카 퍼거슨의 액션이었던 바, 그런데 해리 홀레 말고 여자가 액션을 보였던가? 아니지 않았나? 하면서 보게되었고, 내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고... 아, 그전에 내용을 다시 언급하자면,


영화에서 연쇄살인범의 어린 시절이 보여진다.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어머니는 유부남과 불륜관계인데, 이 유부남은 이 아이에게 결코 좋은 아버지가 되어주지 못하고 폭력적이며 심지어 이 여자랑 아들을 버리고 가버린다. 이에 엄마는 상심해 자살을 하고, 이 자살을 아이가 목격한 것. 이 때부터 아버지없이 살게 만드는 엄마들, 아이를 내팽개치는 엄마들 혹은 여자들에 대한 증오감이 이 아이 안에 폭발해서, 그런 여자들만 골라 살해해버리는 거다. 이에 해리 홀레는 그 범인과 격투를 하면서 말한다.


"널 버린 건 네 엄마가 아니야. 네 아버지지."


그렇다. 홀어머니와 살고 있었다면, 친아버지가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면, 그 아버지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애초에 홀어머니랑 살게 둔 그 아버지, 그 아버지는 어디에 있냔 말이다.



가끔 우리의 원망과 분노는 가야할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데, 제대로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분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스노우맨이 복수하는 대상은 잘못되었다. 그런데 책에서도 이런 말이 나왔었나? 그걸 모르겠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책이 워낙 두꺼운터라 엄두가 안난다. 패쓰.




그래, 레베카 퍼거슨에 대해 얘기하자, 레베카 퍼거슨.

그러니까 미션 임파서블 연달아 두 편에서 레베카 퍼거슨이 대단한 액션을 보여주는 거다. 와, 너무 좋아. 공중에서 막 사람 목을 다리로 휘감아 쓰러뜨리고 그러는데, 아마도 이것이 이 여배우의 장기인가 보았다. 그런 장면이 두 편 다 나오는데 진짜 세상 멋져. 아아, 나는 이 여자의 액션을 좀 더 보고싶다? 하고 검색해보니 스노우맨이 나왔고 스노우맨이여... 레베카 퍼거슨을 이렇게밖에 쓸 수 없습니까? 이게 전부야, 이렇게 써야 해, 이 배우를? 이 엄청난 액션 파워 가지고 있는 배우를 고작.. 하아- 슬프다 슬픔의 새드니스..


그렇지만 레베카 퍼거슨의 영화가 더 있으므로 더 보기로 하자. 세상의 감독들아 레베카 퍼거슨 이대로 두지말고 액션에 데려가라, 액션에!! 레베카 퍼거슨을 이렇게 두지 말란 말이닷!!


















미션 임파서블에서 이단은 일사(레베카 퍼거슨)와 자주 업무 때문에 마주치면서 그녀를 소중히 생각하게 된다. 이에 이단의 동료인 '루터'는 일사에게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단은 당신을 아껴요' 라고 말하면서 '그러니 이 작전에서 빠져요'라는 거다. 이단은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 소중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임무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일사는 스스로 강한 사람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인지라 그런 말 때문에 오 날 아낀다니 땡큐, 난 그렇다면 조용히 빠질게, 라고 하지 않고 임무에 뛰어든다. 일사, 액션 계속 보여주세요.


저 대사를 보고나서부터 '아낀다'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아낀다, 아낀다라.. 나는 누구를 아끼나, 나는 무엇을 아끼나. 아낀다는 말을 들어본 게 너무 오래된 것 같은 거다. 누가 나를 아끼나, 아낀다라는 감정 너무 좋고 소중하네. 혹여라도 감정이 몽글몽글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렇게 만드는 상대에게 물어봐야겠다. "날 아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간질거리는구먼 간질간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에바 일루즈 덕에 나는 사랑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해보기로 했다. 책을 읽는 사람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뭔가 공부할 게 생기면 관심가는 게 생기면 일단 책부터 보게 되지 않는가. 나 역시 그런 사람1이다. 그렇게 나는 에바 일루즈의 책을 사러 간다. 슝-

















이 페이퍼는 오늘 아침 들은 노래로 끝맺겠다. 완벽하다.







되도록 여성에게 거리를 두고 감정을 희롱하며 상처를 안기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디스트는 결국 상처를 입힐 대상, 곧 여성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게 바로 사디즘 패러독스다. "우리는 우리 욕구의 대상이 곧 우리 의지의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러자면 대상은 곧 주체여야만 한다. 다시 말해 우리와 똑같은 자율적 의지와 욕구를 갖는 주체만이 욕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인간은 오로지 독립적 인격을 갖는 주체만을 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에 우리는 이렇게 덧붙일 수 있다. 오로지 자율적 주체만이 욕구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직 그런 주체만 우리에게 ‘아, 저 사람 정말 갖고 싶구나!‘ 하는 감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P65

그레이의 숱한 사랑 고백에 아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내가 당신 말을 안 들어도?" 그레이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 내 말을 안 들으니까, 아나스타샤."(3부 1권 71쪽) 여자를 지배하고 ‘서브‘, 곧 노예로 만들려는 시도로 시작된 관계는 ‘인정을 얻어내려는 투쟁‘으로 발전한다. 끝없이 말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돔‘은 ‘서브‘의 의지에 굴복한다. 약자가 결국에는 진짜 강자로 입증된다는 속담이 떠올려지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돔‘은 자신의 권력의지를 포기하고, 그 대신 ‘서브‘의 인정에 목을 맨다. "참 다루기 힘든 사람이군, 스틸 양."(1부 2권 75쪽) 그레이가 여러 차례 사랑을 듬뿍 담아 하는 말이다. 우리의 욕구와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타인의 자율성이다. 우리는 자율성을 자랑하는 사람을 욕구한다. 그리고 우리의 욕구는 다시금 타인의 욕구를 이끌어낸다.- P67

많음 여성 학자가 보기에 통속소설 가운데 마조히즘을 미화한 작품은 결코 적지 않다(『O 이야기』는 물론이고 히치콕이 영화화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도 여기에 속한다). 이런 작품은 여성으로 하여금 희생자 역할을 긍정하고 내면에 새기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미셸 마세(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의 영문학 교수0는 여성이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으며 장차 남성과 맺게 될 섹스와 감정 관계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아픔을 미리 연습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소설문학은 여성 독자에게 남녀 사이의 관계가 갖는 아픈 요소를 허구 세계의 쾌락적 요소로 바꿔버림으로써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준비하게끔 돕는 게 된다. 그렇다면 마조히즘은 사랑의 조건이나 변태적 섹스가 아니라 사회가 지어낸 일종의 장치다. 이 장치는 여성으로 하여금 회피해야만 하거나 가질 수 없는 남자를 사랑하면서 생겨나는 아픔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를 감내하는 법을 배우게 만든다.- P94

이 소설(『O 이야기』)이 페미니즘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더욱 직설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이 작품은 여성이 처한 불편한 사정을 가감 없이 폭로하는 것처럼 보인다. 곧 여성들이 사랑과는 무관하게 거침없는 성적 쾌락과 욕구를 오로지 굴종과 복종이라는 상태에서만 체험하게 될 수 있다는 고발로도 읽을 수 있다. 마조히즘을 그 논리적 귀결, 곧 ‘O의 죽음‘까지 몰아가면서, 이 작품은 욕구의 주체인 여성을 파괴하는 것이 이성애 사랑의 핵심이라는 점을 무의식중에 폭로한다. 아무튼 『O 이야기』에서는 자기의식 말살, 마조히즘, 사랑이 하나의 유일한 연속적 연결고리를 이룬다.- P97

‘그레이 시리즈‘는 조악한 문학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허구와 진실 사이의 구분‘을 넘나들면서 오늘날 우리의 성생활과 애정생활이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P113

소설이 아나를 보호하고 소유하겠다는 그레이의 희망에서 촉발된 수많은 행동을 묘사하는 것은 그만큼 여성이 보호에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다는 반증이다. 보호받고 싶다는 희망과 안정적인 감정 결속을 이루고 싶다는 갈망은 오늘날 많은 여성이 페미니즘에 갖는 반감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페미니즘은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허물고자 노력하면서 양성관계를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 수혜자여야 할 여성이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고 이중적 감정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은 페미니즘 혁명이 미완의 것으로 남았다는 반증이다.-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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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15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5년에 제가 이 책을 읽었을 떄는 페미니즘을 탑재하기 전이더군요. 두 사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썼더라구요.
이성애만을 답으로 상정하는 이 세계에 대해 의문이 많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마지막 지점은 진실하고 충직한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절망을 주는 것은 사람이지만 결국 위로해주는 것도 사람이다....

항상 좋지만 근래 다락방님 페이퍼 더 좋은 거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뭔가 파이팅!이 더 느껴진달까요?
전 <육식의 성정치>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1-01-15 13:35   좋아요 2 | URL
저는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좋을테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절망을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위로를 주는 것도 사람이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다정하고 또 사랑하면 그야말로 천국 아니겠습니까. 다만, 사랑을 찾아 헤매이느라 우리가 꼭 봐야 할 것을 지나쳐버리는 것, 참지 않아야 할 것을 참는 경우가 생기지요. 그럴 때를 더 잘 인지하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페미니즘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사랑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 길을 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랑을 공부할거고요, 그러므로 에바 일루즈의 책을 또!! 살겁니다. 이건 잘하는 거잖아요. 이럴 때 책 사도 되는거잖아요. 이런건 현명한 소비 아닙니까? 네? 맞잖아요?!


단발머리님, 육식의 성정치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저는 읽는게 너무 신나요. 똑똑한 여자들이 똑똑한 생각을 써낸게 진짜 너무너무 짜릿해요. 덩달아 신나서 읽고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제게 이런 기쁨과 짜릿함을 주기 위해서라도 단발머리님은 계속 읽고 쓰셔야 합니다. 멈추지 마시고요. 아셨죠? 움화화핫.

2021-01-15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5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연 2021-01-15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우 이번 페이퍼는 어디 실려야 하는데 더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하는데 알라디너들만 보기엔 너무 저릿저릿한 글입니다.

다락방 2021-01-15 13:35   좋아요 2 | URL
아이 수연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뭘 또 그렇게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서 정신줄을 놓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1-15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라라라라랑 이런 표현들이 다락방님 글의 매력중 하나예요~!!ㅋㅋ읽다가 덩달아 동요되게만드는? 저도 나쁜 사랑에서 벗어나려고 동대문역에서 핸드폰(슬라이드)두개로 부순뒤 휴지통에 버렸는데 그것이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죠.(R.프로스트)ㅋㅇㅋ;

다락방 2021-01-15 14:00   좋아요 2 | URL
제가 이 페이퍼에도 또 샤라라랑 썼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미님 댓글 읽으니까 왜이렇게 웃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폰을 부숴버리셨단 말입니까? 폰을 부순건 너무나 아깝지만 그것이 나쁜 사랑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지의 발현이었다면 그래야만 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사랑에서는 벗어나야지요. 우리는 살면서 한번쯤은 혹은 그 이상으로 나쁜 사랑 혹은 어리석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결국은 거기서부터 벗어나야 하고 박차고 나와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더 나은 상대, 더 나은 사랑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혼자 건강할 수도 있고요. 앞으로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미미님. 힘내서 열심히 살아봐요. 좋은 책 잔뜩 읽고 또 글도 쓰면서요!

공쟝쟝 2021-01-1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읽고 있길 읽게되길 참 잘했다!
이 페이퍼도 읽고 있고 읽게 되길 너모 잘했다! (나자신 쓰담쓰담)
사회자체가 거대한 스톡홀롬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아니 세상의 사랑은 그것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부모-자녀 의 관계까지도. (아니 그 관계야 말로) 저 역시 사실은 평등을 싫어하는 피곤해 하는 어떤 느낌을 느껴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그레이도 봐야께씀 ㅋㅋㅋ 전 영화로 먼저 ㅋㅋ

다락방 2021-01-17 16:00   좋아요 1 | URL
쟝님 이 책은 다 읽었나요? 그레이는 봤어요? 주말을 그레이 영화로 불살라 버려욧!! ㅋㅋㅋ 궁금하다. 그레이 보고 쟝님은 어떤 감상을 남길지. 꼭 보고 글 써줘요, 알았죠?

공쟝쟝 2021-01-18 06:24   좋아요 0 | URL
월요일이예요 다락방님... 눈이... 눈길이... 빠샤빠샤! 전 그레이가 하나도 섹시하지 않아서 2편을 보다가 졸기까지 했답니다... 3편은 안보기로ㅋㅋㅋ

다락방 2021-01-18 10:11   좋아요 1 | URL
그레이 진짜 너무 별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에서 겁나 치명적으로 써놨는데 영화에서 너무 안치명적이라서 미치겠어요. 게다가 2편인가 3편에서 아나스타샤 옆에 있는데도 여자 건축설계사가 그레이를 노골적으로 유혹하거든요. 그 장면은 제가 지금도 기억하는 미친 장면이에요. 아니, 저 남자 뭐가 좋다고 아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유혹하냐 싶었고 또 세상 어느 여자가 옆에 아내 있는데도 그녀의 남편을 유혹하냐 똥같네.. 했었답니다? 하하하하하. 섹시함이라는 것은 저마다의 몫이니,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에겐.. 섹시했는가 봅니다. 저랑 쟝님은 아닌 걸로.. ㅋㅋ

공쟝쟝 2021-01-18 11:51   좋아요 0 | URL
인용된 소설이 훨씬 야했어요 ㅋㅋㅋ 정말 안치명적이어서 하품, 야하긴 한데 너무 기대했던지 안야하게 느껴져서 또 하품...

공쟝쟝 2021-01-18 11:51   좋아요 0 | URL
365 남주 생긴게 더 좋아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8 11:53   좋아요 0 | URL
꺅 >.<
맞아요! 그 영화 진짜 쓰레기같은데 남주 겁나 잘생겨버림.. 휴... 너무해 ...... 그 얼굴로 그 영화에밖에 나올 수 없었니? ㅜㅜ

공쟝쟝 2021-01-18 12:10   좋아요 0 | URL
그 얼굴로 바로 그 영화에 나왔기 때무네 글로발 대스타가 된 겁니다... 왜 그레이가 칠천만부가 팔렸겠습미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후
 

(이 글은 PC에서 보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마침 어제도 이 책 읽다가 사진 올린 분이 생각나, 사무실에서 도착해 나도 인증샷을 찍어 보았다. 밑줄을 긋고 북마크 붙여버린 나의, 육식의 성정치!



위의 밑줄은 한나 아렌트에 대한 부분이다. 아, 한나 아렌트 좋아, 한나 아렌트 멋져. 한나 아렌트 이렇게 막 여기저기 나와가지고 내가 한나 아렌트를 계속 읽어볼 겁니다.


한나 아렌트는 폭력에는 언제나 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구를 이용한 폭력 없이 인간은 고기를 먹을 수 없다. 폭력은 도살 행위의 중심에 있다. -.120



책을 읽다 보면 책에서 인용되는 혹은 언급되는 다른 책들이 읽고싶어지는데, 육식의 성정치에서도 마찬가지. '업튼 싱클레어'가 직접 도살장에 취업해 일을 하고 써냈다는 《정글》을 읽어보고 싶어서 검색했더니 절판이라고 나왔다. 그렇다고 내가 원서를 사서 읽을 순 없는데!



20세기 초, 업튼 싱클레어는 직접 도살장에 취업해 일을 했다. 싱클레어는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를 둘러싼 운명의 은유로 여겼다. 《정글》에서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유르기스는 일자리를 얻으려고 도살장에 들른다. 안내자가 유르기스를 일할 장소로 안내한다. 유르기스는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주의를 끌지도 못하는, 빛도 기억도 망각된 지하 감옥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조금 무서운 범죄 같은 것"을 경험한다(Sinclair 1906, 38~45). -P.121



















80페이지에 언급된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의《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The Woman's Bible》도 읽고 싶어 검색했는데 국내에 번역된 건 없었고 원서만 주르르 검색이 된다. 슬퍼..



고기가 남성의 특권이라는 점은 성서에도 나온다.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은 《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The Woman's Bible》에서 《성경》의 <레위기> 6장에 나오는 구절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사제들은 제단 앞에서 깨끗한 옷으로 강라입고 나무와 숯을 이용해 매우 정성 들여 고기를 조리했다. 여자들은 그 음식을 맛볼 수 없었고, 모세의 형이자 유대교 최초의 제사장인 아론의 아이들 중 사내아이만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Stanton 1974, 91). -p.80


















요즘 성경 읽기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을 너무 읽어보고 싶은데 원서 밖에 없다니.. 역시 영어 공부가 답인가. 해마다 '이번에는 기필코 영어공부를!' 다짐하지만 어째서 이 다짐은 저리로 꺼져버리는가. 사라져버려, 흔적도 없이.. 가벼운 다짐, 영어 공부. 샤라라랑~ ♡



그러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애덤스의 육식의 성정치에 언급되어 사고(읽고) 싶어진 책 두 권을 전부 구할 수 없었다는 거다. 특히나 업튼 싱클레어의 책은 읽으면 육식의 성정치와 맞물려서 좋을 것 같은데. 아쉬워.. 그렇다면, 이 책들이 없다면, 내가 책 구매를 이렇게 가볍게 포기하고 가겠는가? 나란 여자, 포기를 모르는 인간이다. 나는 장바구니에 책을 차곡차곡 쓸어 담았고, 그래서 장바구니에 이런 책들이 있다.


















'필리스 체슬러'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읽고 싶다고 어제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는 '그거 읽고 계속 육식하려고 그러지?' 라고 물어서 나를 빵터지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책에 대해서는 책소개보다는 목차를 가져오는 게 더 읽고픈 욕망을 끌어올릴 것 같다.



특히나 <포르노그래피와의 전쟁> 부분을 너무나 읽어보고 싶다.

게다가 나는 여성들이 가장 먼저 버려야할 것은 '도덕 코르셋'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이라는 타이틀도 마음에 든다. 물론 내용이 전체적으로 내 생각과 같을지, 내가 동의할 수 있을지는 읽어보아야 알겠지만, 포르노그래피와의 '전쟁'이란 단어를 쓴 걸 봐서는 나랑 지향하는 바가 같지 않을까.

















'경선'의 《오빠가 사라졌다》는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가상의 한국을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디지털 성범죄물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 역시 대학시절 한창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양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대학 전산실에서 보았더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컴퓨터를 잘 다룰줄 몰라서 친구가 이게 그거라고 틀어주고서야 볼 수 있었다. 그당시의 나는 내가 그것을 본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진 못했었다. 다만, '이 여자는 이거 찍히는 거 몰랐던 거 같은데 이게 세상에 나와서 얼마나 암울할까'하는 생각은 했더랬다. 그리고 얼마뒤 서점에서는 그 비디오를 찍고 유포한 남자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소개에서 그는 자신의 수많은 여성편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C. 라마자노글루'의 《푸코와 페미니즘》이란 책은 존재도 몰랐는데 어제 일명 '푸코 처돌이'인 친구로부터 소개 받아 알게 되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 왔으며 경험한 바도 생각한 바도 지향하는 바도 다 다르기에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느끼는 바가 다르다.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으면서 나는 너무 힘들었는데 어쨌든 4권까지 기어코 읽어냈고, 친구는 성의 역사 1권만 읽고도 푸코에게 흠뻑 빠져들어 푸코 처돌이가 되어 입문서를 돌파하고 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한 명은 드디어 해방이라고 토할 것 같았다고 말하고 한 명은 푸코를 탐독하기 시작한다. 아아, 놀랍지 않은가.


나는 그런 친구에게 나의 이론 <대머리 총량의 법칙>을 설파했다.

우리는 누구나 생에 한번 대머리를 품게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누구나 다 아는 '재이슨 스태덤' 팬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나는 재이슨 스태덤 말고는 딱히 좋아하는 남자 배우도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재이슨 스태덤은 대머리이다. 그러니까 나는 대머리 성애자라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사실 '대머리는 절대 안돼' 라고 마음 먹은 사람도 아니다. 대머리이든 아니든 별 상관 없는 사람이고 못생기든 아니든 역시 별 상관없는 사람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반하는 건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대머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키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으며 쌍커풀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배가 나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이상형은 근육질의 남자, 코어 파워 대마왕인 사람이고, 앞으로 내가 또 사랑에 빠진다면 혹은 또 연애를 한다면 코어 파워가 엄청난 남자가 아니면 안된다고 부르짖은 사람이긴 하다만, 어쨌든 나는 재이슨 스태덤에게 연정을 품은 것이다. 내가 그대를 연모하오.

그러나 푸코 쳐돌이 친구는 대머리에 대해서라면 '안된다'는 취향이 확실했던 사람으로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대머리 푸코에게 빠져들고 말았고, 나는 나의 대머리 총량의 법칙을 이제 그만 인정하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내 말이 옳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는 정말 인정하기 싫어해서 몸서리쳤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나 너도 빠졌잖니, 대머리에게. 바로 지금, 바로 푸코에게! 대머리 총량의 법! 칙!


단톡방에서 우리의 대화를 보고 있던 또다른 친구는 말했다. 대머리 총량의 법칙 옳다고, 자신도 일전에 대머리를 사랑한적이 있었노라고... 거봐, 맞다니까? 맞다고!

아직 대머리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여러분, 앞으로가 있다, 앞으로.. 앞으로 여러분은 생에 한 번, 언젠가, 기필코, 대머리랑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샤라라랑~ ♡


아무튼 재이슨 스태덤은 코어 파워 대마왕이기도 한 부분.. ♡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직딩인 나는, 눈이 오는 날씨를 매우 싫어한다. 눈이 오는 것도 눈이 쌓인것도 아름답지만, 내게 아름다운 건 뒷전으로 밀린다. 출퇴근길이 편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내겐 더 중요하단 말이다.

어제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갑자기 눈이 내리고 쌓이기 시작했다. 슬슬 스트레스가 차올랐다. 아, 이거 이렇게 계속 내리면 어째, 쌓이면 어째, 나는 집에 어떻게 갈 것인가, 내일 출근은 어쩔 것인가.

회사에서는 눈이 많이 오니 일찍 들어가라 했고 그렇게 나는 퇴근시간이 되기 전에 사무실을 나섰다. 지하철역까지 꼬박 이십분을 걸어야 했는데, 걷는 길은 눈이 쌓여 있었고 누군가 치워놓은 길은 질퍽질퍽하고 미끄러웠다. 내 신발이 유독 미끄러운 신발인건 아니었지만, 눈길을 걷는건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가까스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조심히 걷느라 신경줄이 팽팽해진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건 무리였다.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있어서 편하게 영화를 보며 가자고 생각했다. 마침 며칠전에 텔레비젼 채널 돌리다가 미션 임파서블 다시 보고 오 재밌어 하면서 다른 편을 넷플에서 다운받아놓은 뒤였다. 물론 이것도 이미 본거였지만.















내가 이런 액션을 '다시'보게 되다니, 역시 사람일은 모른다. 미래는 예측불허야.. 그리고 무슨말인지 사실 내용은 잘 모르겠다. 이 정보 왜 보안 되어야 하는지, 그 보안 어떻게 뚫을 것인지 이렇게 말하는 거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어쨌든 본다. 처음부터 나오는 여성 '일사(레베카 퍼거슨)'의 액션이 엄청 뛰어나서 놀라서 보는데, 그러나 이렇게 액션 뛰어난 여자 주연이어도 드레스를 입고 허벅지를 내보이며 총을 쏘고, 이 영화를 통틀어서 비키니 입고 수영장에서 나오는 장면도 이 여자 등장인물에게만 있다. 아무리 여자한테 역할 주고 액션 줘봤자 여성성이 드러나는 걸 포기를 못하는 것이구먼..


그러다 놀랍게도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린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외로움이란 감정에 대해 언젠가부터 가끔 생각하는데, 예전엔 외로움이란 나와 먼 감정이라 생각하다가 요즘엔 불쑥 내것이 되기도 하는바, 최근에도 외롭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거다. 보통 내가 외롭다고 생각할 때는 내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때 생긴다. 이 감정을 누구도 이해못할거야, 누구도 날 이해할 수 없어, 라는 느낌은 나를 외로움으로 몰아간다. 내가 혼자 가져가고 내가 혼자 이것들을 겪어내고 내가 혼자 이것들을 견뎌내고 이겨내고 극복해야 한다는 걸 새삼 다짐하게 될때면,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는 별개로 외로워지는 거다.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헌트'(탐 크루즈)가 '벤지'(사이먼 페그)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놀랍게도 위로를 받았다. 헌트는 CIA 로부터 쫓기는 사람이 되어 숨어 지내면서 악당을 찾아 무찌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몇달간 보지 못했던 옛동료 벤지에게 연락해 도와달라고 하지만 자신의 계획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았고 게다가 벤지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에 헌트는 '널 보호할 수가 없어, 돌아가' 라고 말하는 거다. 그러자 벤지가 말하는 거다.


"그건 네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야.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현장 요원이고 매주 부인해 왔지만 네 친구이기도 해.도움이 필요해서 날 불렀잖아. 그러니까 난 아무데도 안 가."



CIA 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 항상 거짓말로 헌트와 친구냐고 묻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던 벤지는, 헌트와의 대화에서 친구임을 인정한다. 벤지의 이 말들에 내가 울컥해지는 거다. 좋네. 헌트 잘 살았네, 좋구먼. 친구라고 옆에 있어주려는 사람이 있다. 좋구먼. 난 아무데도 안 가, 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구먼. 좋다. 네 친구야, 라고 당당히 말해주는 사람이 있구먼. 좋다. 헌트, 그동안 외로웠겠지만 지금은 외롭지 않겠네. 네 친구이기도 해,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생이 외롭지 않겠어. 그래...


그래.....



그래..........



어쩐지 쓸쓸하군.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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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13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머리 총량의 법칙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3 11:26   좋아요 1 | URL
진리입니다, 참진리!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1-01-13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나도 읽어봐야겠어요.
머릿 속에서 떠나지가 않아요. 다락방님의 예언 ㅠㅠㅠㅠ 좋아하던 사람 중에 대머리 있었던가 계속 생각하는 아침.
대머리 모닝이여 ㅠㅠㅠㅠ

다락방 2021-01-13 11:28   좋아요 1 | URL
저도 오늘 당장 살건데요 그런데 다른 책을 무엇을 함께 지를까 막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어요.
로버트 패틴슨이나 샘 클라플린이 대머리가 된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해지지 않겠습니까? 고민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연 2021-01-1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 똑똑이가 푸코와 페미니즘을 읽으면 어떤 파워를 가질지..... 잔뜩 기대!!!! 오늘 땡투하고 여기에서 하나 챙깁니다! 두근두근

다락방 2021-01-13 11:28   좋아요 0 | URL
푸코와 페미니즘을 읽고 써낼 페이퍼를 기다립니다. 후훗.
수연님이 여기서 하나 챙기는 것은 무엇일까요? 수연님도 혹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두근두근

수연 2021-01-13 11:52   좋아요 0 | URL
딩동댕!!

다락방 2021-01-13 11:53   좋아요 0 | URL
저는 이미 주문을 마쳤습니다. 엣헴-

공쟝쟝 2021-01-1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전의 쇼님 페이퍼에도 달았읍미다만 쳐돌이 (x) 처돌이 (0) 입니다. 신조어 올바로 쓰기 운동본부에서 나왔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1-13 11:49   좋아요 2 | URL
아 오케오케 쓰면서도 쳐돌이인가 처돌이인가 했는데 처돌이구나. 그렇다면 제가 위의 본문에서 쳐돌이를 처돌이로 수정하고 오겠습니다. 영차!

공쟝쟝 2021-01-13 12:38   좋아요 0 | URL
으앙 이토록 성실하면 무안하잖아!

공쟝쟝 2021-01-13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생에 한번쯤은.... 한명의 대머리를 품게된다는 그 대머리 총량의 법칙 말입니다, 옳다고 칩시다. 그런데 하필 그토록 거부하던 대머리에게 빠졌는 데 이미 죽어버린 게이 대머리라니.. 나에겐 잔인한 법칙이야... 흥 미워!!

다락방 2021-01-13 11:51   좋아요 1 | URL
그거슨 저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머리에게 빠지게 될지 알 수 없어요. 무릇 사랑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스리슬쩍 다가와 후려갈기는 것이므로..... =3=3=3=3=3

수연 2021-01-13 11:52   좋아요 0 | URL
원래 인생이란 게......

다락방 2021-01-13 11:53   좋아요 0 | URL
아아, 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공쟝쟝 2021-01-13 12:37   좋아요 0 | URL
나의 생은 미친듯이 대머리를 거부하였으나 단 한번의 사랑은 대머리였노라

미미 2021-01-1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 퍼가서 읽고또 읽을래요!

다락방 2021-01-13 11:51   좋아요 1 | URL
아니 오늘 페이퍼 딱히 내용도 없는데 퍼가서 읽고 또 읽으신다니, 무엇을 퍼가실지... ㅋㅋㅋㅋㅋ
저도 육식의 성정치 부지런히 읽고 완독하겠습니다. 빠샤!!

Persona 2021-01-13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득 대머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지만 그래요… 사랑했던 사람이 대머리가 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진짜 그런 건 안경을 썼냐 안 썼느냐 정도에 가까운 것 같아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오늘도 좋은 책들이 많이 들어있네요.

다락방 2021-01-13 11:52   좋아요 2 | URL
아 페르소나님, 댓글 너무 웃겨요. 그래, 그러고보니... 맞네, 하시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벌써 주문을 마쳤답니다? 하하하하. 언제나 책 주문할 때에는 행동이 너무 빨라버리는 부분... 후훗.

Persona 2021-01-13 11:54   좋아요 1 | URL
저 아련하고 진지했었는데요. 웃기다시니 저도 웃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3 11:55   좋아요 1 | URL
진지하게 읽었는데 진지하게 웃기더라고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아련..이라고 하시면 두 눈 그렁그렁해져서 떠올리게 되는, 그런 부분인가요??

Persona 2021-01-13 11:57   좋아요 0 | URL
그렁그렁은 아니고요. ㅋㅋㅋㅋ 내가 누굴 뭘 좋아했더라 생각하니까 어릴 적 저나 걔네들이 부러워져서요. ㅋㅋ

다락방 2021-01-13 13:15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가끔 돌이켜보곤 하는데요,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때면 괴롭더라고요. 그렇지만 과거의 그 때로 돌려놓으면 다시 꼭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제 인생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들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말이지요.

음.. 써놓고나니 저야말로 진지한 댓글을 달아버렸네요. ㅋㅋㅋㅋ 댓글은.. 의식의 흐름. 어디로 갈지 저도 몰라요~ 하핫.

Persona 2021-01-13 13: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렇게 부러워봤자 같은 선택을 했겠죠. 제딴에는 늘 최선의 선택을 해 온 거니까요. ㅎㅎㅎ
의식의 흐름 좋습니다. ㅋㅋㅋㅋ

2021-01-13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4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1-01-1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 281쪽 ˝천재 페미니스트는 왜 고통받는가˝!
치아바타 천재 페미니스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 주제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다락방 2021-01-15 11:44   좋아요 0 | URL
아아 인생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고통스럽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는 저는 그러니까, 천재 페미니스트인 겁니까? 인생은 고...통............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