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함께 읽기 책은 '캐런 윌슨-부터바우'의 [아기 퍼가기 시대] 입니다.

이 페이퍼를 쓰기 직전에야 제가 이 책을 아직 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어 부랴부랴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두부스낵과 함께.. 샤라라랑~
















3월은 '조앤 스콧'의 [젠더와 역사의 정치] 입니다.
















4월은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 입니다.

















5월은 '클레어 혼'의 [재생산 유토피아] 입니다.


 















음, 아마도 5월이 우리가 여성주의 책을 같이 읽는 마지막 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자, 함께 읽는 동안 열심히 읽어봅시다.

여러분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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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3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진짜요??? 😱😱😱😱😱

잠자냥 2025-01-31 15:09   좋아요 0 | URL
웅 이제 혼자 읽어!!🔥

다락방 2025-01-31 15:21   좋아요 0 | URL
네, 현재 계획은 그렇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01-3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지금 구매해요. 두부스낵과 함께…

다락방 2025-01-31 15:57   좋아요 1 | URL
두부스낵이란 무엇인가.. ㅎㅎ

단발머리 2025-02-0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구매 전입니다. 고백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부 스낵도 같이 올 거에요. 지난번에도 주문했는데 저는 맛도 못 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2-03 08:48   좋아요 1 | URL
저는 구매했습니다. 두부 스낵과 함께 제게 오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네이버 블로그에 가끔 일기를 쓰는데, 최근 쓴 일기에 누군가 댓글로 <샬라샬라> 라는 예능을 추천해주었다. 보통 예능에 대해선 관심이 1도 없는 나이지만, 아니 세상에 중년 아재들의 2주간의 어학연수를 보여준다는게 아닌가. 오오??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나는 싱가폴에 혼자 가는 거였고 밤에 숙소에서 보면 되겠다 싶어서 유료로 구매를 했다. 히융.. 제가 구독하는 ott 로는 볼 수가 없더라고요.. 히융..




와 그런데 정말 내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지금 현재 2회까지 방송했는데,

영국 캠브리지로 2주간 어학연수를 떠나는 이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52 세라고 한다. 성동일, 장혁, 김광규, 신승환, 엄기준 이 영어 공부하러 떠나는데, 다들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나 장혁의 경우 개인 과외도 많이 받았었다고 한다. 신승환은 자녀들 영어 교육 시키면서 자기도 지금 공부하고 있다고 했고. 신승환은 그래서 토익도 계속 보고 있는데 자꾸 점수는 떨어진다고 했다. 여하튼 이들이 캠브리지에 있는 어학원에 가기 위해서 반편성 레벨테스트를 봤는데 필기에서는 100점 만점에 성동일이 8점으로 꼴찌였다.


이들은 영어를 못한다. 그나마 잘하는 사람이 장혁인데 장혁도 문장에 the 를 수시로 넣는다. 이건 무슨 습관 같은데, 단어 앞에 일단 무조건 the 를 넣고 보는 것 같았다. 하여간 이 다섯명이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려서 숙소까지 찾아가야 하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바람에 길을 물어봐도 현지인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너무나 힘들게 네 시간 걸려 숙소에 도착했다. 다음날은 학교에 입고 갈 잠바도 다같이 구입하고 밥도 해먹고 하다가 드디어 월요일이 되어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스피킹 테스트에서도 다들 제대로 말하지 못해 스스로에게 답답해하기도 했다. 김광규는 말은 해야겠고 그런데 못하겠고 하다보니 답답한 마음에 자꾸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내가 볼 때는 다들 비슷한 실력인것 같았는데 성동일과 김광규는 초급반으로 장혁, 신승환, 엄기준은 중급반으로 배정되었다. 그들은 각자의 클래스에서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등 다른 국적의 학생들과 영어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서 알아보았을 때 나는 한달짜리 프로그램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내 생각은 '한 달 가서 무슨 공부가 돼?' 였다. 그거.. 그냥 놀러가는 거 아닌가? 어떻게 한달동안 공부하고 온다는거야? 그게 돼? 하는게 나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읽은 책에서는 이탈리아로 어학연수 일주일 가는 사람도 있었고, 영화 <굿모닝 맨하튼>에서도 일주일인가 이주일 짧게 어학연수를 받는게 나오지 않았던가. 스페인 어학연수도 검색해보면 한달짜리 들이 있다. 한달.. 이게 된다고?


그런데 <살랴살랴>를 보니 되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선생님들이 반의 레벨에 맞추어서 수업을 이끌어가는데 무조건적으로 다 영어로 하기는 하지만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해주고 무조건 말하게 시키는거다. 물론 영어를 못하니까 그마저도 알아듣기가 쉽지 않아 멤버들은 옆 사람이 교과서에서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보기도 하고 선생님의 특별 지도를 받기도 하면서 이 수업들을 해내가지만, 오, 이거 되겠다 싶은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동일의 다크서클이 진해지고 김광규의 낯빛도 어두워지지만, 오 되겠는데? 2주로 확 영어 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주 후에 이들이 어떻게 변할지 너무 궁금해지는거다. 나이가 많다보니 김광규는 집에서 복습을 좀 할래도 노안 때문에 잘 안보여가지고 힘들어하지만... ㅠㅠ 오, 될 것 같은거다. 과연 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 이들은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뤘을까. 너무 궁금해지는거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에겐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 성동일과 엄기준 이었다.

성동일의 경우 레벨테스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현지에서 사람들과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눈다. 모르면 일단 아는 단어 총 동원해서 사람들에게 묻고 답을 들으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렇게 일단 부딪혀보는 성격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은거다. 그런데 성동일에게서 인상적이라고 느낀건 그런 성격이 아니라 그의 삶이었다.

성동일은 가난한 무명 생활을 거쳤고 그에게 그의 가족은 가장 소중한 존재들이다. 성동일은 비록 영어를 못하고 그래서 이렇게 배우러 왔지만, 성동일의 자녀들은 자유자재로 영어 구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큰애가 16살 둘째가 13살 막내가 몇 살이더라..하여간 둘째의 경우는 영국에서 안가본데가 없다고 한다. 자녀들은 십대에 영어를 마스터하게끔 뒷바라지 해줬지만 정작 자신의 배움은 이제 시작이라는거, 아니 그나마 그것도 프로그램 때문에 이렇게 본격적 영국에서의 배움이 시작되었지, 만약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내가 모르긴 하지만, 아마 성동일의 영어 배움은 진행되지 않았을 것 같은거다. 나는 잘 말하지 못하지만 그러나 내 자식들은 잘 말하게 하는 그 부모 특유의 정서가 그에게서 느껴지는거다.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그리고 아니 에르노 생각도 났다.


성동일은 영국으로 떠나기전 인터뷰에서 '우리 때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A B C D 를 배웠다'고 말했다. 

나도 그랬다.

나의 경우에도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알파벳을 배웠고, 내가 알파벳을 배우고 외운건 중학교 때였다. 나는 소문자의 존재도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그런 내게 Good Morning 이 도대체 왜 '굿 모닝'으로 발음되는건지는 너무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중학교 입학전에 과외를 좀 하고 들어온 애들은(많지는 않았다) 이걸 읽을 수 있었고, 누군가의 필통에서 저 글자를 보고 '이건 굿모닝 이잖아'하는 걸 듣는 순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는 도무지 이 글자를 그리고 이걸 읽는 그 아이를 무엇보다 이걸 읽지 못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몇 번 얘기했지만 한글을 좀 빨리 익혔다. 국민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미 한글을 알고 온 아이는 거의 없었고, 입학 전부터 글씨를 읽는 내가 신기해 동네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너 진짜 읽는거니? 이거 읽어봐' 하고 책이나 신문을 들이민적이 수차례였다. 나는 엄마와 친척집이나 이웃집에 방문하면 엄마가 그집 주인과 얘기할 때 그 집 돌아다니면서 보이는대로 책을 꺼내 보곤 했다. 피아노 선생님 집에 놀러갔을 때도 책을 구경하고 꺼내 읽고 그랬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책이 없었거든. 하..그런데 지금 책더미에 갇힌 내가 되었네...(잠깐 눈물을 닦자).


국민학교 때의 나는 여러가지 의미로 잘난 아이었고 그래서 중학교에 갔을 때 '걔가 너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랬다. 국민학교때 잘났던 나였다. 그런데!! 굿모닝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이 엠 인수를 모르겠는거다. 아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엄마가 헌책방에서 사준, 표지도 없는 영어 참고서를 들여다보면서 I am Insu 가 왜 나는 인수인지를 모르겠어서 그 문장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울었더랬다. 이게 왜 나는 인수야 ㅠㅠ 나는 모르겠어 ㅠㅠ 나는 정말로 중학교때 '나는 인수다'를 몰라서 울었다. 영어 시간이 지옥 같았다. 선생님은 father 와 thank you 에서의 th 발음이 다르다고 칠판에 쓰면서 설명하시는데, 그 말 자체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는거다. 발음기호.. 뭐에요? 알파벳을 이제 겨우 다 외운 나에게 스펠링, 발음기호, 단어.. 등은 너무나 어려운 것들이었고 그걸 읽는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부지런히, 선생님이 문장 읽어즐 때 그 단어들 밑에다가 한글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써야했다. 그래야 따라읽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질문할 때마다 곧잘 대답하곤 하는 애가 너무 부러워서, 어느날은 그 아이에게 가 묻기도 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 라고. 그러자 그 아이는 '나 과외 해.' 라고 말했다. 나는 집에 가 엄마에게 '엄마, 나도 영어 과외시켜주면 안돼?' 물었더랬다. 엄마는 그건 할 수 없다고 했고 그래서 나는 여전히 참고서를 붙들고 한참을 쳐다보다 잠들어야 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나는 이 모든 단어와 문장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영어 선생님은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영어가 싫었고 무서웠다. 정말 너무나 끔찍했다. 


그런데 친구가 가진 중학생용 영어 사전을 알게 되었다. 그 사전에서는 단어를 찾으면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 한국어로도 써져있더라. 나는 엄마를 졸라 그 사전을 샀고 그래서 교과서 단어들을 찾아 그 발음들을 써넣었다. 정말 간신히, 간신히 영어 수업시간에 맞지 않으면서(?) 버텨나갔다. 간신히, 간신히. (김광규는 영어 시간에 선생님에게 맞아서 영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했다.) 세상 똑똑한 줄 알았던 내가 세상 똥멍충이로 영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정말 비참했다. 모르는채로 멍청한채로 보낸다는게 너무 비참했다. 학교 가기가 너무 싫었고 영어 수업 시간이 너무 싫었다. 나의 화려한 시절은 영어 때문에 한순간에 끝나버리고 말았다. 잘났던 나여, 안녕.....


그러다 영어 선생님이 전근을 가시면서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여선생님이 오셨고 이 선생님은 전혀 무섭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마음 놓고 영어를 포기했다. 영어 점수는 그전보다 더 떨어졌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이제 마음 놓고 영어를 포기해도 된다! 선생님이 질문하고 일어나서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게 내 차례가 되면 나는 그냥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모르겠거든. 그러면 선생님은 그냥 앉으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게 앉는 내 자신은 너무나 쪽팔렸다. 하... 내 영어 역사를 얘기하려고 했던게 아닌데... 이렇게 또 길게 하소연하게 되어버렸네.


그렇게 영어를 무섭고 싫어하는 나인 채로 중학교 시절을 그리고 평생을 보낼 줄 알았는데, 오, 이 젊은 여선생님이 나를 구원하셨으니, 아아, 나에게 꼭 맞는 맞춤 학습법을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네. 선생님은 어느날 팝송 가사를 칠판 가득 적으시고 커다란 라디오를 가져와 그 노래를 틀어주신거다. 해석도 해주셨다. 와, 가사를 보면서 팝송을 들으니까 가사가 들리잖아요? 무슨 말인지 몰라도 칠판을 보면서 따라 부를 수가 있잖아요? 이걸 반복하니까 외워지잖아요? 이것이야말로 신세계다. 게다가 그즈음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를 사가지고 ㅋㅋㅋ 맨날 집에서 비디오 두새개씩 빌려다 보는 바람에 ㅋㅋㅋㅋ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온갖 유명한 영화를 다 봐버려가지고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화들 까지도 막 빌려와서 보게 되고 ㅋㅋㅋㅋ 아무튼 그러다가 나는 영화에 나온 팝송을 외우게 되고 단어 실력이 월등히 올라가며 듣기평가 점수도 계속 만점을 받게 되고 ㅋㅋㅋㅋㅋ중학교2학년 때는 외삼촌이 붙들고 앉아 두꺼운 영어사전 맨 앞의 발음기호 나와있는걸 가르쳐주어서 달달 외워가지고 이제 한글로 써놓지 않아도 단어도 읽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무럭무럭 성장한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영어과목인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발음도 해석도 완벽해! 영어 선생님 해라!!' 는 말을 듣게 되었다. 문법책 한 권 보지 않고 그런 말을 들었다. 인생역전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수능 점수로 대학 원서 써야했을 때 영문학과 가고 싶다는 나에게 선생님은 "너 영문학과 쓰면 대학 떨어져" 라고 하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다시 원래 하려던 얘기로 돌아오자.


몇해전 엄마 아빠를 모시고 남동생과 괌으로 여행을 갔었다. 남동생과 나는 짧은 영어로 길을 묻고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차를 렌트했다. 영어를 전혀 모르시던 아빠는 이 낯선 나라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크게 당황하고 화도 내셨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엄마에게 "우리 애들은 어떻게 저렇게 영어를 잘하게 됐지" 하며 우리를 자랑스러워하셨다. 아빠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데 아빠의 자식들은 영어로 길을 찾고 있었다. 엄마는 영어를 못하는데, 엄마의 딸은 영어로 길을 찾아 엄마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좀 마음을 아프게한다. 이걸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게 마음이 좀 아프다. 내가 결국 엄마 아빠보다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어떤 면에선 분명 부모보다 더 나은 자식이 된 것 같지만,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그 부모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 성동일을 보는데 그런 내가 생각나는 거다. 영어라는 외국어를 통해 부모보다 더 나은 계급으로 편승해버린 일이랄까. 


성동일은 자신의 둘째에게 전화를 해서 영어 때문에 이런 어려움이 있었다고 얘기하고서는 런던에 왓는데, 너는 런던 와봤지? 물으니 성동일의 둘째는' 나는 영국(에 있는 도시) 다 가봤지', 하는거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떻게 너는 십대인데 영국의 곳곳을 다 가보고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게 되었니? 그건 너에게 그걸 지원하는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걸 잊어서는 안돼.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p.127)











나는 못하지만 내 자식은 잘한다. 나는 못하지만 내 자식은 잘해, 라는 그 정서. 부모만이 가질 수 있는거 아닐까. 자신의 자녀가 영어를 잘한다는 자부심, 자랑스러움을 안고, 그러나 영어를 못하는 성동일이 이제 자신의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2주간 그가 배우게 될 영어가 확실히 늘어도 자녀만큼 잘하게 되는 일은 아마 힘들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고 익히는 것은 즐겁지 아니한가. '내 자식은 영어를 잘해' 를 넘어서 그 자신도 할 수 있게 되는건 얼마나 좋은가. 배움은 할 수 있다면, 물론 힘들겠지만, 나이 들어서도 이어지는게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엄기준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엄기준의 연기를 내가 본 일이 거의 없기는 하다. 내가 텔레비젼을 잘 안봐서.. 예전에 무슨 시트콤에서 봤던게 전부인 것 같은데, 그런데 그 짧게 본 것만으로도 엄기준은 좀 지적으로 보였던 터다. 영어를 못해서 어학연수 하러 가야한다는 이 자리에 나온게 좀 의아한 사람이랄까. 그런데 엄기준은 정말 영어를 못했다. 이 영어를 못함이 영어의 지식이나 실력 탓이라기보다는, 성격 탓으로 내게는 보였다. 그리고 그 점이 정말 의외였다.


많은 연예인들이 대중 앞에 서야하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성격도 파워 E 일거라고 짐작하게 되지만, 그러나 아주 많은 연예인들이 극도로 내성적임을 밝히곤 한다. 촬영이 없을 때면 집에만 있어야 한다, 사람들 만나면 기가 빨린다는 얘기를 하는 연예인들을 곧잘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와 연예인이라는 거는 정말 철저하게 직업이었던 거구나, 자기 정말 성격은 이렇게 내성적인데도 사람들 앞에서는 잘만 하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엄기준이 딱 그런 케이스 같았다. 아예 못알아듣는게 아닌 것 같은데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가 의외였다.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들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데, 혼자 떨어져서 빙빙 돌기만 하는거다.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말하는 일이 그에겐 퍽 어려운 일로 보였다. 게다가 그걸 영어로 해야 해? 그에게는 그게 정말 어려운 일로 보였다. 뮤지컬도 하는 사람이, 유명한 드라마에도 곧잘 나오는 사람이, 그런데 저렇게 조용하고 내성적이라니. 이게 정말 인상적인거다. 결국 선생님의 도움을 재차 받아가며 어느 틈에 다른 학생들에게 질문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래서 엄기준이 채운 질문과 답의 양은 다른 학생들보다 적었다. 아마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기까지 속도는 좀 느리겠지만, 일단 말을 걸게 되면 엄기준은 영어가 빨리 늘지 않을까? 내 성격은 성동일에 더 가깝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일단 던져보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동일이 영어를 잘 못하는 채로 말 거는 거에 대해서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엄기준을 보면서는 실력은 성동일보다 좋은것 같은데 좀처럼 다가가지를 못하네? 확실히 사람들앞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과는 구분되는 것인가... 하고 관심있게 지켜보게 된다. 성격이란 무엇인가...


아, 이것말고도 할 얘기가 많은데... 싱가폴 다녀온 얘기도 해야하는데.. 페이퍼가 너무 길어지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자.


그리고,

책을 샀다.



어제 올렸어야 되는데, 아휴 너무 바빠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토요일에 싱가폴 달리기 얘기는 썼으니까 다들 그거 읽으셔유...


지난 주에 산 책은 딸랑 두 권. ㅋㅋ 목요일에 싱가폴 가느라 책을 덜 살 수 있었다. 아니면 여기에 몇 권 더 추가됐을거야. 껄껄.
















[교회 옆 미술관]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너무 기대된다. 보지도 않았는데 어쩐지 좋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언어의 요가] 역시 좋을 것 같다. 언어에 관심이 많다. 결국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씨발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너무나 명확하게, '씨발년을 말하는 사람' 이다.  그걸로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을 보여준다. 여러가지 의미로 나는 언어에 관심이 많다. 이를테면 요가에서 'asana' 는 영어에서의 'pose''를 뜻한다. '사바 아사나' 는 송장 자세, '브릭샤 아사나'는 나무 자세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사나 앞의 저 단어의 뜻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사바, 는 송장이란 뜻이겠구나, 브릭샤는 나무란 뜻이겠구나, 하고. 이런 거 너무 재미있지 않나. '트리코나 아사나'는 삼각 자세인데 '파리브리타 트리코나 아사나'는 변형된 삼각 자세이다. 그렇다면 트리코나 는 삼각형, 파리브리타 는 변형이란 뜻이겠구나, 할 수 있다.


재미있지 않나요?


게다가 요가의 언어는 발음의 묘미도 있다.


'아도무카 스바나 아사나' 라고 선생님이 다운독 자세를 주문하면, 그 자세를 따라 하면서 나도 역시 아도무카 스바나 아사나, 하고 속으로 읊게 된다. 언어에 관심이 많고 요가의 언어를 사랑한다.


지금 내가 구입한 이 책은 그러나 반다, 조절, 마음, 의존 등등의 언어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다. 읽어봐야지.



자, 이렇게 긴 페이퍼를 마칩니다. 우리는 내일 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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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2-18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점 성동일에서 아니 에르노로 이어지는 의식의 흐름! ㅋㅋ
아 저런 프로그램이 있군요?
성동일이 엄기준보다는 금방 실력이 늘 것 같기는 해요.
성동일은 회화 실력이 엄기준은 독해 실력이 더 먼저 늘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엄기준 같은 성격이라 영어로 말하는 거 극도로 싫어하거든요. ㅋㅋㅋ(차라리 영어 책을 읽겠노라)
예전에 친구들하고 터키 갔을 때 거기서 터키에 사는 친구를 만났어요(같이 여행 간 친구의 유학 시절 친구), 그때 같이 여행 간 제 친구들은 다 영어를 잘해서(다들 영문학 전공 ㅋㅋㅋㅋㅋㅋ) 다들 그 터키 친구랑 한국말로 하듯이 대화하는데.. 전 그냥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아니 이런 일이!! 그 친구랑 저 딸랑 둘만 남겨진 상황이 생긴 거예요!
와.. 진짜 그 서먹함 ㅋㅋㅋㅋㅋㅋㅋ 터키 친구는 제게 여러 가지로 말을 거는데(제가 또 다 알아듣긴 함) ㅋㅋㅋㅋㅋ 저는 답을 다 단답형으로 하니까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그 친구가 대화 포기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 시간은 곳통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은 성동일스러워서(엥?ㅋㅋㅋㅋㅋㅋ) 금방 늘 거 같아요.
참 다락방 님이 말한 저 중학생용 영어사전 ㅋㅋㅋㅋ 저도 그거 썼어요. 그 시절 저의 소중템 ㅋㅋㅋ

다락방 2025-02-18 10:09   좋아요 2 | URL
바빴어요? 나 토요일에도 페이퍼 썼는데... (시무룩)

잠자냥 2025-02-18 10:14   좋아요 1 | URL
토욜엔 작업실 출근 안 하자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2-18 11:46   좋아요 1 | URL
엄기준이 진짜 딱 단답형으로 하더라고요. 뜻 통하는 단어만 해요. 게다가 먼저 말거는건 절대 안하고요. 연기자라는 건 그에게 철저히 직업이고 일이었구나 싶더라고요. 그 점이 참 흥미로웠어요. 일을 할 때는 다른 성격이 나온다는 지점이 말이죠. 제 경우엔 일을 하나 친구를 만나나 여행을 다니나 다 똑같은 성격인데 말입니다. 아시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저도 영문학 전공하고 싶었지만, 영문학 원서 쓰기엔 점수가 안된다고 ㅋㅋㅋㅋ 사람들 지원 잘 안하는 과에 써야 된다고 해서.. 담임 선생님 말을 듣고 ....... 대학생은 되었지만 결국 대학생활에 흥미를 전혀 붙이지 못하는 그런 학생이 되었습니다. 다 지난 일입니다. 버리고 싶은 내 20대... 흠흠. 그렇지만 뭐 중년 되어서는 잘 늙고 있으니까요. (응?) ㅋㅋㅋ 잠자냥 님 같은 친구도 만나고. 인생 개꿀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2-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전히 영어가 고민이고… 저는 이게 더 부끄러워야 할 상황인지라 더 부끄럽고요ㅋㅋㅋㅋㅋ 요즘 공고 찾아보면서 이력서 쓰는 시즌인데 ‘영어능통자’를 찾더라구요. 언제 능통해질것인가. 능통해지기는 할 것인가. 그런게 고민…

전… 제가 보기에(락방님과 원서모임 1년반 이상 기경험자) 락방님은 환경이 열리면 금방 영어실력이 늘거 같아요. 일단 고등학교때 영어쌤께 그런 코멘트를 들었을 정도로 기초가 탄탄한거고요. 성격이 성동일 부럽지 않은터라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친해지면서 구체적으로는 바로 친구(애인도 좋음) 사귀면서 영어 실력 폭발!
이 프로 저도 봐야겠어요. 계속 여기저기 다니느라 틈이 없었답니다ㅋㅋㅋㅋ

다락방 2025-02-18 11:50   좋아요 1 | URL
영어는 왜 우리에게 이렇게 오랜 시간 고민인걸까요?
그리고 영어 능통자는 또 왜그렇게 많은가요? 저 프로가 좋았던 건 요즘 티비 틀면 영어 능통자 너무 많이 나오는데 저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영어 못하는 자신을 내보이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고요. 수업에 집중하면서 점점 기빨리는 그들을 보는 것도 남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저거, 곧 내 얘기다... 하아. 나이 들어 공부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김광규처럼 노안이 제 공부를 방해할 것 같아요 ㅠㅠ 나에게 노안은 왜이렇게 빨리 왔는가 ㅠㅠ

제가 해외 어학연수를 가게 된다면 ㅋㅋㅋ 문란한 성생활을 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문란한 성생활을 하게 되면 단발머리 님께만 말씀드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어떻게든 영어 실력 폭발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폭발하자 영어실력!! 으르렁-

이 프로그램 보시게 되시면 단발머리 님 감상도 들려주세요. 제 동료는 제 추천으로 이거 보더니 너무 재미있다면서 자신은 장혁 때문에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오... 신기했어요. 저는 장혁에게는 별로 관심이 안갔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5-02-1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한 예능이 많이 나오네요. 저는 연예인들을 저렇게 대놓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예능을 결코 좋아할 수가 없더라구요. 게다가 대체로 나이 많은 남성들이 주로 나오는 것도 싫구요. 세명은 알고 두명은 모르겠네요. 예능이 싫기는 하지만, 저렇게 영국에 있는 어학원에 다니게 해주면서 출연료도 벌 수 있다면, 그건 좋은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내 일상이 그대로 화면에 담겨 전세계로 송출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

저는 다락방님과는 달리 처음부터 영어가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렵기는 했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 자체를 설레는 일이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나중에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울 때에도 재미있었구요. 팝송 가사를 한글로 적어서 외우는 것 그 시절에 대부분 했던 일이었죠. 제가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도 팝송 덕분이었어요.

다락방 2025-02-18 11:54   좋아요 0 | URL
저도 예능 안보는데 저건 재미있더라고요. 음 그리고 그들이 웃음거리가 되진 않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건 현실적으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같고 저희 엄마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웃음거리가 됐다고 보면서 생각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저렇게 여러가지 이유로 영어를 못하는데(실력 부족이나 내성적 성격) 그들이 이 연수로 인해 어떻게 바뀔까에 대한 기대가 생기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나이 들어서 노안도 찾아오고 기억력도 예전같지 않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걸 보여주는 건 또 그대로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이 그들의 공부가 전세계로 송출되는 것에 대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팝송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건 제 경우에 너무 잘 맞는 방법이었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해보기를 추천하는데, 제가 추천한다고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는건 또 아니니까... 하여간 팝송으로 영어 공부하는 건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감은빛 2025-02-18 14:13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연예인이 웃음거리가 된다고 표현한 건 이 프로그램이 아니라 보통 생각나는 예능이 그렇다고 쓴 거였어요. 그렇지 않은 예능도 분명 있겠지요. 다른 누군가가 내 관심사를 공부하는 걸 보는 건 확실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게 유명한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그래도 전 여전히 예능 방송 프로그램의 돈을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는 속성 때문에 반감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삐딱한 인간이라 어쩔수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blanca 2025-02-18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프로가 있었군요. 저도 어학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긴 한데...일어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가까이 됐는데 정말 너무너무 못하는 거예요. 그러다 요즘 성시경이 일본에서 활동한 영상을 보는데 정말 좌절감이 들 정도로 너무 잘해서,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시작했는데 이렇게 현지인처럼 하는 사람이 있구나, 그럼 나는 안되겠다 싶은 좌절감이...저는 영어 공부를 진짜 한맺힌 사람처럼 했던 사람이라 그렇게 사십대 이후에 처음 일어를 시작해서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을 보니 상대적으로 열패감이 들어요. 저는많이 읽는 사람이지만 그런 면에서 언어감이 좋은 건 아니구나 싶은 현타가 왔어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라 댓글 길게 답니다.

관찰자 2025-02-1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요가디피카>를 읽어보세요. 동작에 대한 설명이 길어서 일반인들에게는 지루할 수 있지만 요가 관련 서적 중에는 가장 재미있어요^^ 수학의 정석과도 같은 책! 그렇다고 수학의 정석이 재밌다는 말은 아님요
 

싱가폴에는 어제 이른 아침에 도착했다. 전날 밤을 꼬박 비행기에서 보냈다.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호텔까지 왔다. 혹시 지금 체크인이 가능하냐 물으니 안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샤워실을 빌려줄 순 있다고 했다. 전날 아침에 출근전에 닦은게 마지막인 터라 꼬박 하루를 못닦았으니 샤워가 간절했다. 그렇게 짐을 끌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문을 잠가도 잠기는게 아니라 열리는 시스템이다. 이게 뭐여? 보니, 문을 잠그면 밖에서 봤을 때 손잡이 부위에 빨간색으로 표시되기는 한다. 이걸 과연 보고 열지 않을것인가, 누군가는 반드시 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샤워를 하자, 내 짐작이 틀리기를 바라자, 하고 샤워를 했는데, 샤워를 마치고 커다란 타월로 몸을 감쌌는데, 마침 그 때 누군가 문을 열어버린 겁니다. 껄껄. 다행히도 여자였고 게다가 그 여자가 한국 사람이었어. 나랑 같은 비행기 탔나봐요. 나는 "사람 있어요!" 라고 한국말로 말했고 상대도 "죄송합니다" 한국말로 말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얼굴에 스킨과 로션도 바르고 하여간 아까 그 분을 또 마주쳤다. 정말 죄송하다고 그 분이 말했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여기 잠기는게 아니라 빨간색 표시만 되더라고요, 하고.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기도 했지만 운동복 꺼내기도 거시기하고 아직 지리도 모르니, 첫날은 뛰지 않았다. 그렇게 정말 부지런히 걸어다녀서 점심 먹을 때쯤엔 이미 걷는 것 만으로 이만보가 되어있었다. 신이시여.. 나니까 이렇게 돌아다니지 진짜 다른 사람한테 같이 여행하자고 말 못하겠다. 날도 더운데 땀 뻘뻘 흘리면서 반나절동안 이만보 걷는 여자 어떤데?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혼자 다니겠습니다. ㅎㅎ


호텔 예약할 때 지도로 주변에 공원과 강이 있는걸 확인했더랬다. 첫날 돌아다니면서 보니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강이 있었다. 오, 여기서 달리면 되겠어! 나는 동생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내일 여기를 달리겠어!! 


그리고 오늘 아침. 여섯시 조금 넘어 일어났는데 바깥이 아직 어둡다. 흐음. 나가기에는 너무 어두운데? 사실 이 시간쯤에 나가 달리고싶긴 했는데 너무 어두워서 꺼려졌다. 흐음. 한시간 더 자고 일어날까? 싱가폴은 평소 아침 일곱시에 해가 뜬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깼는데 잠이 다시 올 리 없었다. 흐음. 나는 창밖을 보았다. 어둡지만 누군가 도시를 뛰고있는게 보였다. 그래, 나가보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슬렁슬렁 나가다보면 해가 뜰지도 모르지. 그렇게 나는 옷을 차려입고 워치를 하고 객실을 나섰다. 리셉션에 가 한 시간 후에 돌아올테니 가방 좀 보관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구글맵을 켜두고 어제 봐둔 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니 조금씩 밝아졌고, 달릴 수 있는 강에 다다르니 어, 이제 거의 밝아졌는데 아직도 달이 보이네? 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다리에 도착하면 아래로 내려가서 왼쪽으로 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사람이 달리면서 오른쪽으로 가는게 아닌가. 그래서 오른쪽으로 따라 달렸다. 오랜만에 달리는거니 천천히, 천천히 달리자. 5km 목표로 달리자. 제발 그 중간에 포기하지 않게 해주세요. 나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와 그런데 너무 신났다. 무엇보다 달리는 사람이 무척 많은거다. 무리지어 뛰는 사람들은 아마도 달리기 크루들인것 같고 혼자 뛰는 사람도 많았다. 젊은 여자 나이든 여자 젊은 남자 나이든 남자 동양인 서양인 천천히 뛰는 사람 빨리 뛰는 사람. 정말,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뛰고 또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달리다보니 여긴 어제 내가 와보지 못했던 곳이라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었다. 신난다, 신난다 하면서 달렸다. 신난것에 비해 속도는 느렸지만, 뭐 느리게 달리면서 살자. 느리게 달려도 심박수 높습니다..하아. 아직 내 몸은 달리기에 단련된 몸은 아닌가보다. 어쨌든 그렇게 달렸다, 싱가폴에서. 만세!!


껄껄. 씐난다!!










보통 여행갈 때 손수건을 여러개 챙기는 편인데 이번에는 손수건을 하나밖에 안가져왔다. 그나마도 늘 가방에 넣어다녔기 때문에 그 하나가 있는거지 아니면 아예 없을 뻔. 걸을 때 땀이 나서 닦아야 하는데 하나밖에 없어서 어쩌나. 오늘 아침에 빨아 널었는데 안되겠다 싶어 하나 더 사려고 돌아다녔건만 그 어디에도 손수건을 팔지 않았다. 무지에서는 핸드타올을 주더라. 아니아니 낫 핸드타올, 행커치프 했는데 이것 뿐이라고 했고 유니클로에 갔더니 우린 행커치프 없어, 무지에 가봐, 하길래 무지에 없어 나 거기 갔다왔어, 했다. 휴.. 로드샵들도 들어가봤는데 행커치프 다 없네요.. 여러분.. 손수건 안쓰나요? 나는 손수건 필수품인데... ㅠㅠ 


지금 숙소에 돌아와보니 아침에 빨아 널은 손수건 거의 말라서 그냥 이거 쓰고 새로 안사는 걸로...못산거지만.....


이제 좀 쉬다가 저녁엔 삼겹살 먹으러 나갈 예정이다. (네?)

소주도 한 병 할 생각인데 아니 .. 소주가.. 여기 식당에선 2만원인 것 같아요. 네.. 할 수 없죠. 일단 저녁은 이따 다시 생각해보는 걸로.

피곤하다. 

오늘은 그나마 중간에 까페에서 책 읽느라 앉아있었는데, 그래도 아침에 달렸기 때문에 벌써 또 이만보... 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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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2-15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놔, 너무 부럽고 너무 멋있어요. 흑... 다락방님은 제가 살고 싶은 삶을 대신 살고 있습니까?

다락방 2025-02-17 12:3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블랑카 님, 지금은 돌아와서 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진짜 빡세게 살고 있네요, 저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망고 2025-02-15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관광지에 가면 지도 그려진 손수건 곳곳에서 파는데 거기는 없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혹시 모르니 관광지 기념품 가게를 살펴보셔요😆

다락방 2025-02-17 12:34   좋아요 0 | URL
이렇게 덥고 습한 나라에서 도대체 왜 손수건 구하기가 힘든걸까요? 그러고보니까 땀흘리고 다니는 사람은 나뿐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있는 손수건으로 빨아서 썼습니다. 어휴..

단발머리 2025-02-1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다락방님 사진 보니깐 저도 위아래 반팔 입고 너무 뛰고 싶어요! 사람들이랑 같이 뛰면 더 신날 것 같고요.
좋은 시간 꽉꽉 채워서 야무지게 뛰고 오세요~~

다락방 2025-02-17 12:35   좋아요 1 | URL
확실히 달리는 사람들 보면 제 달리기도 더 흥을 받기는 하는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여전히 느리고 실력 향상은 안되는것 같지만... 마지막 날도 20분 호텔 주변을 달렸습니다. 제가 여행 후기도 써야하고, 샬라샬라 후기도 써야하는데. 단발머리 님, 샬라샬라 보세요? 완전 재미있어요!! >.<

햇살과함께 2025-02-1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얼른 따뜻해져서 저렇게 가벼운 옷 입고 뛰고 싶네요! 저도 손수건 필수예요!

다락방 2025-02-17 12:35   좋아요 1 | URL
역시 따뜻할 때 뛰는게 좋습니다. 옷도 가볍고 콧물도 덜 나고 말이지요. 저는 손수건 정말 사랑하는 아이템 입니다!!

hnine 2025-02-1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가폴에 달리는 사람들 많지요. 보태니컬 가든에 갔는데 거기서도 열대림 사이를 소매없는 러닝복 입고 달리는 할머니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2년 전인데.
사진 속에 제가 묵었던 숙소도 보이네요, 히~~

다락방 2025-02-17 12:36   좋아요 0 | URL
네, 제 생각보다 달리는 사람들 많더라고요. 그리고 겉에서 보기엔 국적도 너무나 다양했고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뛰노라니 너무나 신났습니다. 달리기를 잘한 것 같아요. 후훗.

관찰자 2025-02-17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엄마가, 저보고 오래 살고 싶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ㅋㅋ 무병 장수 하는 동물 중에 뛰는 것들은 없다며. 대표적으로 장수하는 거북이를 좀 보라며.... 다락방님, 괜찮으신거죠??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2-17 17:30   좋아요 0 | URL
제가 오늘 페이퍼 쓸 작정 하고 출근했는데 출근하자마자 너무 바빠서 글을 쓸 틈이 없었네요.
저는 괜찮습니다. 오늘 저녁엔 치킨이나 먹자!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타입이긴한데, 만약 느긋한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몸무게가 세자리 수가 되었을 겁니다 ㅠㅠ

독서괭 2025-02-1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싱가폴이시구나!! 하고 씐나서 댓글 보니 이미 귀국하셨구나…. 제가 너무 늦게 봤군요 ㅠㅠ
달리기 넘나 멋집니다~ 싱가폴이 더운데도 러닝을 많이들 한다더라고요.이열치열인가?? 맛난 것도 물론 많이 드셨겠죠??

다락방 2025-02-17 17:31   좋아요 1 | URL
ㅋㅋ 제가 짧게 다녀왔습니다. 여행은 저에게 이제 일상이므로 ㅋㅋ 퇴근하고 슝- 날아갔다가 다시 또 슝- 와서 바로 출근하고. 제 인생은 왜 이런건지, 제가 살고 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싱가폴에 있는 동안 비가 왔는데요 비 그치고 나니까 와.. 습도가 그런 습도가 없어요. 호텔 나서자마자 땀이 줄줄 났습니다. 하하하하하.
카야토스트 질리게 먹고 왔어요. 보쌈도 먹고 왔답니다? (응?) 여행 이야기는 차차 풀어놓을게요. 아 바쁘다 바빠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2-18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인간은 뭔가 조용하다 싶으면... 어딘가 가 있음.
지난주 목욜인가 금욜인가 조용해서 이 인간 싱가포르 간 거 아냐? 했더니 역시ㅋㅋㅋㅋ
(트위터에서 2만 보 걸었다는 거 보고 역시 이 인간 갔군 했어요) ㅋㅋㅋㅋ
한국이 아직까진 사계절이라 다행이에요.
여름만 있거나 겨울 없어지면 다락방은 몸 부서지게 사계절 내내 뭔가 하고 있을 듯 ㅋㅋㅋ

근데 결국 삼겹살 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2-18 11:44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한 달에 한 번씩 다녀오고 있어가지고 ㅋㅋㅋ 한 3개월간 좀 안가고 쉬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다니면서 걷는거 먹는거 다 좋은데 숙소 돌아오게된 밤이면 외로워요.. ㅋㅋㅋㅋㅋ

삼겹살 못먹고 수육 먹었는데 요건 따로 페이퍼 쓰도록 하겠습니다. 인생 수육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혼자서 싱가폴에서 소주 마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소주 2만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혼자 수육 먹느라 7만원 썼어요. 미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한편, 1940년대에는 심리적 결함이 있는 미혼 여성이 사생아"를 임신한다는 관점이 등장한다. 당시는 매우 성애화된 사회였으나 피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고 피임 도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시대 미혼 임신은 더 증가했다. 심리학 및 사회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혼모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출산후 바로 그 아기를 입양 보내는 것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되었다.
젤(Kunzel 1993)에 따르면, 이때가 사회복지 전문가들의미혼모에 대한 관점이 "유혹당하고 버려진" 불쌍한 여자에서
"정신박약"이거나 "성적으로 방종한" 여자로 전환된 때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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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전쟁과 평화]는 딱히 읽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더랬다. 만약 이번에 친구가 같이 읽자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과연 읽게 되었을지 잘 모르겠다. 전쟁 이야기는 내가 정말 안좋아하는 이야기이다. 남들이 다 재미있다고 해도 전쟁 이야기라면 영화도 잘 안보고 책도 잘 안읽는다. 그런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이제 고작 1권 읽었을 뿐이지만 너무 재미있다.


나는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이 너무나 헷갈린다. 이름이 진짜 너무 헷갈려. 길지도 않은데 인물1과 인물2의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읽다보면 '어? 아까 죽은애 아니야?' 막 이렇게 된단 말이다. 한국 소설은 잘 안헷갈리고 영어권 소설도 괜찮은데 유독 일본 소설이 헷갈리고 그리고 하!! 러시아 소설.. 등장인물들 이름 미쳐 날뛴다. 이사람들은 이름도 있고 거기에 직위가 있는데 애칭도 있고 그런데 애칭도 하나가 아니고.


전쟁과 평화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표트르 키릴로비치 베주호프 백작은 표트르 키릴리치 베주호프 이면서 프랑스식 이름은 피에르, 애칭은 페챠, 페트루샤, 페트루시카, 페치카 등이란다. 


아 쉬바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장인물 죄다 이런 식이어서 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안나 미하일로브다 드루베츠카야 공작 부인도 있고 안나 파블로브나 셰레르 도 있고 이 안나가 저 안나냐 이 안나가 아까 그 안나 아니야? 막 이렇게 된단 말야. 그런데다가 각자 다른 인물인 이름 쿠투조프, 로스토프, 돌로호프... 막 이래. 그런데 볼콘스키 란 이름 막 나오다가 갑자기 안드레이 공작 얘기 나오면 이 둘이 같은 인물인거.. 어떻게 매치시키죠? 휴... 1권의 초반은 정말 혼란의 대환장파티였다. 


어느정도 흐음, 이 인물이 이 인물이군...하고 머릿속에 정리되는 듯하다가도 읭? 얜 갑자기 뭐지? 막 이렇게 되는데 하여간 그 와중에 엄청 재미있다. 책의 초반부터 나폴레옹이 언급되고 어떤 이들은 나폴레옹을 영웅시하고 어떤 이들은 나폴레옹을 싫어하는 당연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제 청년들은 군대에 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고 한다. 그렇게 볼콘스키도 보리스도 니콜라이도 참전하는데, 볼콘스키는 결혼한 아내가 영 별로고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남자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친구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니콜라이는 참전하기 전 소냐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전쟁에 나간 그의 나이 스무살. 그의 가슴 속엔 이 전쟁에 대한 어떤 벅참이 있고 무엇보다 황제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있다. 나는 이게 진짜 신기했다. 이해해보려고 엄청 노력한 감정이었다.


그가 스무살이기 때문일까, 전쟁중이라는 상황 때문일까? 스무살 니콜라이는 참전하여 알렉산드르1세 황제의 모습을 직접 보고 그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그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대신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거다. 어떻게,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 그게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는거지?


당장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윤석열이고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이기 때문일까. 나는 이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 너무나 사랑해서 그를 대신해 죽을 수도 있다는 그 마음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거다. 이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당시 특수한 상황 혹은 러시아라는 상황.. 이라고 보기에도 나는 이해가 잘 안되는거다. 


그러다 몇해전 본 인터뷰가 생각났다.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사람이 박근혜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자신은 박근혜를 지지할거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러고보면 아직도 많은 나이든 사람들이 박정희를 영웅시하기도 하지. 그런걸까? 아니, 그렇게 오래 거슬러갈 필요도 없지. 이재명의 경우 엄청난 팬덤이 형성되어 있잖아? 이런걸까? 그건, '그 사람을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는 그런 마음인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게 이해가 안되는거다. 우리는 개개인으로 누구든 좋아할 수 있고 팬심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고, 나도 오래전에 임태경을 잠깐 좋아한 적이 있고(지금은 아니다) 안젤리나 졸리와 재이슨 스태덤을 여전히 많이 좋아하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연예인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을 대신해서 죽을 순 없는데? 내가 왜? 나는 스무살 때도 그런 생각은 안한것 같은데? 그리고 그 팬심이란 것이 어떻게, 군주를 향해 작동할까? 문재인이라면, 오바마라면 이해가 가능한가? 해도, 나는 지지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좋아 완전 사랑해 저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을 바쳐도 좋아..같은 마음.. 은 안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스무살 니콜라이에게는 군주를 향한 이 극진한 사랑이 있지? 이건 스무살과 전쟁이라는 두가지가 합쳐져 일어난 일일까? 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군주를 향한 극진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톨스토이 덕분에 알게 되었다.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아마도 많은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래서인지 니콜라이만 황제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보이는 건 아니다. 그 전장의 다른 많은 젊은이들도 그랬고, 휴가를 나와 집에서 파티를 하면서도 황제를 향한 건배를 한다. 이게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우리가 모이면 지금의 대통령 욕하는게 사실 비슷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가 너무 좋아서 그 사람을 위해 건배를 하는것처럼, 누가 너무 싫어서 빡쳐서 욕하면서 건배를 하기도 하는거, 그거 좀 비슷하지 않나. 게다가 상대가 다 군주인 건 같다. 아, 어렵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나오는 건, 힘드네요. 그렇지만 바로 이런게 책을 읽는 맛이 아닐까. 이해할 순 없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존재가,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되지 않았나. 어떤 사람은 군주를 극진히 사랑하기도 해, 라는 마음 같은거.


몇 번이나 니콜라이는 알렉산드르1세 너무 아름답다고 하는데 위키피디아 찾아보고 흐음... 그가 아름답다고 하는건, 어떤 아우라같은 것이로구나.. 했다.



그런 한편, 황제를 칭송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모두 남자들의 것이라는 것에서 또 생각이 많아진다. 톨스토이는 여성 인물들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그려서 그 모든 여성들이 표독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독립적이기도 하고 기타등등 다들 캐릭터가 분명하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적 배경 때문에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올 남자를 기다리고 남자만을 바라본다.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기를 바라고있지만 남편은 집에 돌아와 그런 아내를 보는게 답답하고. 이런 마음은 사실 지금 누군가와 같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발견되는 그런 마음 아닌가. 나도 가족들과 있지만 어느날은 집에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기 싫단 말이야, 누구와도 말하기 싫다고. 애인에 있어서도 그렇다. 어느날은 다정한 통화같은거 할 의욕이 진짜 1도 안생기기도 하고 그러잖아. 나는 그 사람의 딸이나 애인이지만 동시에 한 사회의 구성원이고 직장원이라 굉장히 많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상황들에 놓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집에서 나만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나를 보는 순간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생기는 건 당연하고, 이건 그러니까 우리 인간들이 영원히 안고가야 할 숙제가 아니냔 말이지. 그렇다면 집에서 나만 기다리는, 집에서 당신만 기다리는 삶보다는, 나도 무언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삶이 낫지 않은가, 생각해보게 되는거다. 니콜라이가 아내를 지겨워하고 친구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청하는거, 그런거보면, 아, 당시에 여자들이 일할 수 있었다면 정말 달라졌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를 사랑하는 극진한 마음이 젊은 남성들로부터 발현되는 것도 마찬가지. 남자와 여자에게 주어진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반응이 나오는게 아닌가 말이다. 물론 같은 전장에서도 황제에 대한 팬심 같은거 없는 남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여자에겐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 환경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내가 사랑하지도 않지만, 오오, 저 못생기고 뚱뚱한 남자 재산 물려받아 백작됐네? 좋았어!! 막 이러고 그러다 나중에 그여자 잘생긴 남자랑 바람피는 거, 이런 것도 다 사회적 환경이 달랐다면 다른 식으로 진행될 이야기가 아니었는가 말이다. 물론 여자가 일한다해도 그런 문제들이 없어질거라는건 아니지만,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다른 식으로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비난(?)하는건 안되는거겠지만 말입니다, 아니,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도대체, 왜 잔을 깨는거죠?


















젊은 로스토프의 환희에 찬 목소리가 300명의 목소리 속에서도 들렸다. 그는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황제 폐화의 건강을 위하여!" 그가 외쳤다. "우라!" 그는 잔을 단숨에 비우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다. 그리고 커다란 함성 소리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목소리가 잠잠해지자 하인들이 깨진 잔들을 치웠고, 다들 자리에 앉아 자신의 함성에 뿌듯해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리야 안드레이치 백작은 다시 일어나 자신의 접시 옆에 놓인 쪽지를 흘깃 보고는 아군의 지난 원정의 영웅인 표트르 이바노비치 바그라치온 공작의 건강을 위해 건배했다. 다시 백작의 하늘색 눈동자가 눈물로 촉촉해졌다. "우라!" 또다시 300명 손님들의 목소리가 외쳤다.

(중략)

합창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건배가 있따랐고, 그로 인해 일리야 안드레이치 백작은 점점 더 감격에 겨워했다. 계속 잔들이 깨지고 계속해서 함성이 들려왔다. -2권, p.47~48



1권에서도 건배한뒤에 잔을 깨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라리여, 300명이 모여서 건배하고 다 잔을 내동댕이 친... 아니, 무슨 술문화가 이래요? 하아- 니콜라이가 바닥에 잔 내동댕이 쳤다고 해서 이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하고 속으로 으르렁거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고 ㅋㅋㅋ 그리고 하아- 미치고 팔짝 뛰겠네. 하인들이 다 치웠대. 그리고 또 건배하고 또 내던지고 또 하인들이 치우고..


야, 이........


이게 다 하인들이 치우기 때문에 할 수 있는거다. 니들이 직접 치운다고 생각해봐라. 깨겠냐? 

나는 어쩌다 컵 하나 깨도 치우기가 너무 거시기한데 300개라니.. 그걸 자꾸 치우고 또 치우고... 야, 진짜 자기가 치워야 되면 저거 안던진다에 백원 건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런 잔을 깨는 문화는 악운을 물리치고 행운에 대한 영원을 약속하는거라고... 네, 그렇죠, 문화의 다양성 존중해야죠.. 그렇죠. 압니다, 아는데. 그래도 .. 그렇게 잔 깨면 어딘가에서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적은 돈에 그 잔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고 그 깨진 잔은 환경을 파괴하겠죠. 네.... 



아무튼 전쟁과 평화 재미있다. 너무너무 재미있다.

이제 2권도 쭉쭉 가자. 4권까지 쭉쭉 가자 쭉쭉 쭉쭉!!




읽다가 너무 헷갈려서 메모하면서 읽었다.





어제 점심 메뉴는 나의 소울푸드 제육볶음 이었다.



제육볶음이 있었다는 거짓말.....














알라딘이 크레마 새로 나왔다고 계속 광고하던데, 크레마 c 는 399,000 원에 지금 사면  혜택가 319,000 원인것 같다.

크레마 a 는 239,000 원인데 혜택가 229,000 원.


크레마.. 살까... 나.. 필요한가... 막 혼자 고민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집에 있는 크레마도 잘 안쓰는데 왜 사려고 하죠? 스맛폰이나 아이폰으로 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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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2-13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 그랬떠니 떡하니 썼어!

다락방 2025-02-13 10:03   좋아요 0 | URL
흠흠. 내가 이런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2-1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 이야기 안 좋아하는 다락방에게 <삶과 운명> 선물한 잠자냥이.... (사실 그런 저도 전쟁과 평화/ 삶과 운명 다 언젠가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는 전쟁 이야기 안 좋아하는 1인입니다...-_-;;)

군주를 위해 죽는 마음 저도 잘 공감이 안 가더라고요. 일본 책이나 영화를 봐도 천황을 위해 죽는 마음.... 대체 왜 죽나? 싶은... 대통령을 그렇게나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은 더더욱 이해가 안 가고요;; 그래도 문학의 장점은 그런 마음을 한번 헤아려보게 만들어보는 거겠죠...

잔 깨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치우지도 않을 사람이 괴로워해! ㅋㅋㅋㅋㅋㅋ
제가 다락방 님의 어질러진 방을 볼 때 그런 심정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레마 저도 좀 탐나더라고요; ㅋㅋㅋㅋ 제 크레마 사운드 요즘 너무 빨리 배터리 떨어져....-_-;;

다락방 2025-02-13 15:0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으면서 세상에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 이라는게 있고, 그런 마음을 품은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또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됩니다. 이래서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책을 읽지 않는 다락방은 지금보다 편견 덩어리 였을것 같아요. 휴.. 그나마 책이라도 읽어서 다행입니다.

제가 참, 그런 사람입니다. <잘생긴 개자식> 읽다가 남주가 자꾸 여주 팬티를 찢어가지고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었어요. 어휴...

저 크레마 사용 안한지 오만년 된것 같아요. 흐음... 새로운 걸 사면 크레마를 보게 될까.. 사둔 전자책도 많은데..크레마 사야할까요? 확실히 아이패드 보다는 눈에 좋을텐데... (먼 산)

햇살과함께 2025-02-1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러시아소설이나 희곡 이름 너무 힘들어요. 이름도 길고 애칭도 여러 개고. 누가 누군지 ㅠ

다락방 2025-02-13 15:01   좋아요 1 | URL
뭘 그렇게 애칭이 많답니까. 애칭이 한 개도 아니고 너무해요 ㅠㅠ 그냥 이름도 너무 길어가지고 헷갈리는데 애칭까지. 호칭 하나로 통일해라!!!!!

관찰자 2025-02-1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게 너무 웃겨요.
저도 크레마 광고 보고, 이미 사용하고 있는게 있는데도,
˝헐, 칼라야!!!!!˝ 하면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아직 저를 설득시킬 명분을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또,
아니 다들 책 읽을 때 이렇게 읽는거에요? 이것도 너무 웃겨요.

일본 소설은 주인공들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계속 헷갈리고,
러시아 소설은 이름도 비슷한데, 애칭이 너무 많아서 꼭 주요인물 이름을 포스트잇에 정리해서
책 앞에 붙여 두고 읽는데,
엄뫄, 이것도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안나까레리나>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직 <전쟁과 평화>는 사놓고 읽지 않음.
다락방님 덕분에 한번 꺼내 읽어 보려구요.

(근데, 옛날에 어떤 애가 저보고 안나까레리나의 안나같다고 해서 싸웠던 기억이 있는데, 왜 싸웠지? ;;;;;; 기억안남)

관찰자 2025-02-13 12:44   좋아요 0 | URL
특히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을 때가 대박이었습니다!!!!

다락방 2025-02-13 15:03   좋아요 0 | URL
저 까라마조프 읽을 때 진짜 머리 팽팽 돌던 기억납니다. 한참 읽고나서야 얘가 둘째고 얘가 첫째고.. 인지하게 됐던것 같네요. 하하하하하.
이게 책 앞에도 등장인물들 다 적혀 있거든요. 이 사람 이름은 뭐고 애칭은 뭐다, 다 써있는데, 남이 써놓은거 보면 잘 익혀지지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읽다말고 제가 직접 써보게 됐습니다. 어휴, 왜 노트에 메모까지 하면서 책을 읽게 만드냐 러시아 작가들앗!!

안나 같다고 할 때 어떤 뉘앙스가 기분 나쁘게 한 거 아닐까요? 일단 지금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 같다고 하면 딱히 싸울 요소가 없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만약 싸웠다면, 거기에 담긴 어떤 뉘앙스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안나를 비난하는 혹은 비약하는 그런 뉘앙스요.

단발머리 2025-02-1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소설의 읽기의 고통과 아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저 귀한 메모에 박수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레마가 새로 나왔군요. 저는... 크레마 사운드인데, 이게 페이지 넘어갈 때 너무 오래 걸리는 거에요. 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잘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근데 예전에, 예~~~~~~~~ 전에 하이드님 크레마 봤는데(그 모델은 제 모델 보다 최신이긴 했습니다만) 페이지가 쭉쭉 너무 잘 넘어가는 거에요. 아이패드처럼요. 그래서, 그 때 비로소... 혹시 내 제품이 불량이었나? 이런 생각을 5분간 했습니다.
저도 급 고민되네요. 아이패드나 아이폰 보다는 크레마가 눈에는 훨씬 나을텐데.... 쩝...

다락방 2025-02-13 15:05   좋아요 1 | URL
도저히 메모를 하지 않고는 안되겠더라고요. 메모 하지 않으면 죽었던 사람이 살아날 것 같아서 말이지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메모 해놓고 갑자기 또 이 이름 나오면 뭐여...하고 추가하고 들여다보고.. 독서, 이렇게 어려워도 되는겁니까? 이게 다 러시아 작가들 때문이닷!! ㅋㅋㅋㅋㅋ

저도 그렇습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 보다는 크레마가 확실히 나을텐데, 그런데 나는 종이책을 좋아하지.. 그렇다면 크레마를 사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가...

이런 고민을 했더니 회사 동료가 뭐든 나오자마자 사는게 혜택이 젤 크다고 빨리 지금 사라고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그렇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5-02-1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시는군요~~~
저도 컵 깨는거 왜 그런건지 궁금했는데...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2~30대 때 정말 러시아 소설 심취해서 읽었던 기억이... 그리고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백치, 까라마조프의형제들 열심히 읽었었는데... 이제 다시 읽을 자신은 없군요.
근데 삶과 운명도 진짜 재밌었어요~~~~
아직 안 읽으셨다니.... 아쉽네요.

다락방 2025-02-17 17:32   좋아요 1 | URL
컵 깨는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깨고 막 그러면 ㅠㅠ 치우는 사람은 무슨 고생이며 ㅠㅠ 진짜 그러지들 말아라. 저 관습도 부자들이나 하는거 아닐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새로 컵 사기 싫어서 안깰 것 같아요. 컵 깨는걸 제가 반대합니다!!

저는 안나 카레니나, 까라마조프 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전쟁과 평화도 엄청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요, 음, 그런데 저는.. 읽다가 불현듯,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나는 빅토르 위고가 더 좋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흠흠.

blanca 2025-02-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평화> 진짜 재미있어요. 마지막 권 읽으면 진짜 웅장하다, 눈물난다 이러면서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러시아 이름 이해가 안 가요. 한 사람 이름을 거의 네 가지로 부르지 않나요? 다락방님처럼 인물 정리 안하면 나중에는 그 인물이 그 인물인가? 막 길 잃고 그런데 이거 다른 나라 사람들도 러시아 소설 읽으면 다 이름 헷갈려서 미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특히 예도 못 들겠는데 여자 이름이 더 어렵고 황당한 게 아예 다르게 바꿔 부르기도 하고 그래서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리자인가? 이게 엘리자베스 뭐시기도 그렇게 부르고.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안 그래도 저 오늘 저 크레마 뭐지? 하며 흠...노려보는 중이랍니다. 소비요정들은 역시나 혹하는 군요. ㅋㅋㅋ 집중 검색 좀 해보고 제가 판단 좀 내려볼게요.

다락방 2025-02-17 17:33   좋아요 0 | URL
저 아직 2권 읽고 있는데 이번 달 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초조합니다. 그렇지만 재미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이름은 여전히 헷갈리지만..아마 4권까지 다 읽어도 이름은 여전히 헷갈리지 않을까요.
지금쯤 크레마에 대한 집중 검색이 끝나셨을까요? 마음을 결정하셨을까요? 구매하셨다면 후기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5-02-14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래 전에 일본 역사 소설 [대망]을 읽는데, 일본 이름이 길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아 헷갈리고 어렵다고 느꼈어요. 근데 문제는 얘네가 계속 이름을 바꿔요. 전쟁 시기이고 쫓기는 사람들이 신분을 숨기려고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주인공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여러번 이름을 바꾸는데 이게 진짜 헷갈리더라구요.

처음 이름은 마츠다이라 다케치요, 관례를 올리면서 바꾼 이름은 모토노부 였는데, 당시 마츠다이라 가문이 이마가와 요시모토 라는 큰 세력의 영향권에 있어서 모토 라는 글자를 받아오고, 또 다른 큰 세력인 오다 노부나가 쪽에서 노부 라는 글자를 받아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다 이마가와 가문에 볼모로 가있는 동안 노부 라는 글자 대신 본인 조부의 이름에서 야스 라는 글자를 가져와 모토야스로 바꾸었구요. 그 이후로도 이름을 여러번 바꾸는데, 저는 늘 여기 즈음에서 질려버려서 읽기를 중단하곤 했어요.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데, 그 이름들이 다 누군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저도 그때 노트에 이름들을 쓰면서 읽다가 결국 포기했었어요.

다락방 2025-02-17 17:35   좋아요 1 | URL
갑자기 제가 오만년전에 이문열이 삼국지 읽던 생각 나네요. 등장인물들 설명하는데 얘는 몇 살이고 얘는 몇살이다 이렇게 딱 말해주면 될 것을 이 사람은 저 사람보다 몇살 위었으며 그 사람은 저 사람보다 몇살 아래였고.. 이런식으로 써놔서 뭐야 누가 몇 살이고 누가 형이라는거야...책에 숫자로 나이 계산하며 읽었던 생각이 납니다. ㅎㅎ 책 읽는 일이 사실 알고 보면 두뇌를 생각보다 더 많이 쓰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은하수 2025-02-17 21:23   좋아요 0 | URL
저두 그랬어요 ㅠㅠ
근데 저도 그 옛날 옛날에 대망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끝까지 읽었네요. 젊을 때라 기억력이 좋았나봐요^^
기억은 하나도 안나지만요~~~

감은빛 2025-02-18 10:40   좋아요 1 | URL
와! 은하수님 다 읽으셨군요. 우리 집에 대망과 후대망까지 다 있었는데, 저는 늘 대망 8권인가 정도에서 중단하곤 했어요. 여러번 다시 읽기를 시도했는데, 결국은 다 못 읽었지요. 변명이지만, 세로 쓰기 판본도 익숙치 않았고 이름의 한계도 컸고 무엇보다 그들의 정서가 너무 와닿지가 않아서 몰입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