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열기 열린책들 세계문학 293
엘리자베스 보웬 지음, 정연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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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건지
스파이물이라고 해서, 북극에서 온 스파이 생각을 하면서, 흥미진진한 한편의 영화를 보러 가자~ 했는데,
했는데...
그게 아니네.
이건 탐정물도 아니고, 뭐랄까....심란한 심리소설.
런던 공습 이후 런던에 남은 자들, 연인이 스파이라고 알려준 남자와 그 사실을 연인에게 다시 말하는 여자 그리고 남편은 전선으로 가 버리고 홀로 남겨진 여자와 그를 돌보는 친구. 삼촌으로부터 아일랜드의 저택을 유산으로 상속받은 군입대한 18세의 아들..
사실 어떤 특별한 사건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뭔지 모를 어떤 기운이 이들 모두를 감싸고 있는데, 그게 전쟁이라는 것인지. 전쟁은 이들 전부의 삶의 배경음악처럼, 강렬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1940년인가 42년인가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우리에게도 종전은 2년 내지 3년이나 남았다.
관념적인 대화들, 까다로운 성미의 누군가가 늘어놓는 푸념처럼 이리 저리 늘어지는 문장.

좀 지루하다 싶다가 다시 긴장해서 읽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끝에 이른다.

뭐 읽기가 쉽지는 않는 소설이다. 이야기가 꼬여서도 아니고, 어려워서도 아니고, 뭐랄까 좀 까탈스러운 문장과 늘어지는 이야기라서일수도.....사실, 내 문제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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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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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 글이 날아가 버렸다.
임시저장 기능조차 안되는건가..여튼...김이 좀 샌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북구의 사회민주주의 국가, 요양보호사들이 집으로 직접 와서 노인을 돌보는 곳, 그래서 노인은 집에서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곳. 자식은 그곳이나 이곳이나 부모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고, 그것이 부모를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구나. 부모는 대화를 시도하고 싶으나, 그만 둔다. 논쟁하기 싫어서이거나,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거나, 자식보다 못배웠다는 사실 때문이거나...이도 저도 아니면 기운이 딸려서이거나.
그렇게 하루하루 간다.
하루에도 여러번, 시간이 뒤바뀐다. 오래 전, 소년이었다가, 최초로 자립하기 위해 집을 떠나던 그 청년이었다가, 다시 아들과 함께 캠핑을 가서 낚시하던 아버지였다가, 또 치매를 앓아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아내를 만나러 가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면서도 아내의 체취를 잊지 않기 위해 그녀의 스카프를 항아리에 담아두는 일흔 넘은 노인이었다가...

5월에서 10월까지 보는 그렇게 산다.
누구나 그렇다고 하는데, 우리는 노인이 되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문득, 노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내 아버지가 그랬고, 아마도 나도 그럴 것이다.

새들이 남쪽으로 날아가는 날,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누구의 돌봄을 받으며 세상을 떠나갈까..최후로 내 옆에는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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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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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읽을 만하다고 하면, 너무 박한가. 여튼 오래전부터 풀오스터의 작품을 읽어 온 독자로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니, 숙연해 진다. 많은 것들이 응축되어 있는 느낌, 그의 세계관, 그의 작품관, 그의 인생관, 그의 사랑과 인간에 대한 관점. 그러나 인생은 계속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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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읽는 법 - 나무껍질과 나뭇잎이 알려주는 자연의 신호들
트리스탄 굴리 지음, 이충 옮김, 이경준 감수 / 바다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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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말을 건다.나무는 웃는다.나무는 노래한다.나무는 자란다.나무는 춤춘다.나무는 운다.나무는 땀을 흘린다.나무는 비명을 지른다.나무는 흐느낀다.나무는 참는다.나무는 아프다. 나무는 안간힘을 쓴다.나무는 죽는다...나무는...




이책은 나에게 나무를 주었다.
나무에게 나를 주었다.
이제 나무는 우리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나무라는 존재. 이토록 놀라운 그들만의 세상. 이토록 눈물겨운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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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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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윤석열 탄핵과 파면을 위한 밤들에 조금씩 읽었다. 그러니까 넉달이 걸린 셈이다. 마침내, 파면 후 일주일만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책을 덮었으나 이불 속에서도 에이해브의 마지막 선택은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결국 죽음도 그 집념인지 복수심인지를 단념하게 만들 수 없었다는 것인지..도대체 그 무지막지한 흰고래는 어떻게 생겨먹었길래..하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였다.
무엇보다 내가 거듭거듭 질문하게 되는 ‘에이해브, 당신은 왜 왜 왜?‘

그 망망대해, 하늘과 바다의 경계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곳에서 거대한 고래와 벌이는 사흘간의 쫓고 쫓기는 장면은 숨이 막힐 정도다.

에이해브는 그 선택밖에 없었을까? 그것을 도대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집념? 복수심? 용기?
그러나 이 책은 오로지 에이해브라는 기이한 존재와 거대한 흰고래의 대결로만 점철되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나, 이 책은 거의 마지막 몇장을 제외하면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흰고래는 등장하지 않는다. 에이해브 역시 처음 그의 풍모에 대한 외적 인상같은 주인공의 서술이 있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등장하기까지는 꽤 많은 장을 넘기고 나서다.
그럼에도 이 두 주인공의 대결은 전체에 대한 인상으로 각인될 만큼 압도적이다.


허먼 멜빌은 그동안 내가 짐작하던 것보다 훨씬 유머있고, 익살스러운 사람이 아닐까 싶은 대목도 여러번 만났다.
향유고래의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하나하나 마치 존재의 끝에까지 이르려는 듯, 이즈마엘이 늘어놓는 만물박사급 설명도 이 책이 혹시 향유고래에 대한 백과사전인가 싶을 정도이었다.

그나저나, 모조리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복수심, 그것 외엔 없는가?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임에도 이기려고 드는 인간의 무모함?
어떤 의미에서는 용기?

백경과 피쿼드호, 그 안의 선원들이 일종의 시대적 알레고리라는 설명도 있지만, 나는 그저 인간과 거대한 흰고래의 서사에 압도된 나머지 그 어떤 다른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아마도 당분간은 0

내가 읽은 것은 김석희의 모비딕이다. 허먼 멜빌은 제대로된(그게 무엇일까마는) 글쓰기교육을 배운 바 없어 영미권에서도 문체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번역가 김석희의 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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