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이 가기 전에, 듣자.
그간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다.
이 노래처럼 꿈결같은 독서의 순간들이 있어 행복한 여름이었다.
요즘 일제강점를 가르치고 있어서 아이들과 이 시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이 만화책이 아이들과의 사이를 끈끈이 이어주었다.
수업 시간 이야기한 일제의 통치 정책, 끔찍한 핍박의 기억, 독립의 열망 등을 이야기하기 아주 좋은 책이다. 웹에서는 이미 완결이 되어 아이들은 결말을 알려주려 안달이었지만, 나는 귀를 막고 듣지 않았다. 6권 나오면 어서 봐야지.
이 책도 엄청 울면서 봤다. 디아스포라의 이야기. 역사와 개인사의 경계, 국가와 나의 경계, 민족과 이방인의 경계에서 마구 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기억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졌을 머나먼 땅의 이야기들. 그 땅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과 뼈를 발라 내어준 사람들. 도대체 조국이 무엇이길래. 그 조국이 무어 하나 그들에게 보태준 것이 없는데 도대체 왜. 나는 이 질문을 그칠 수가 없다. 도대체 왜? 버려진 듯 풍화되어 가는 그들의 묘지를 보면 그들의 삶을 내팽개친 조국과 조국의 사람들을 보는 듯하여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그들은 알고나 있었을까. 망향의 삶이 이렇게나 길어질 줄. 그들에게 조국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작업을 해준 김동우 사진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 잊혀진 사람들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그의 인생도 함께 닳고 깎여 나갔다는 것을 알겠다. 그가 사진을 찍기만 한 것이 아니라, 쉼없이 공부하고 자료를 뒤져 넘쳐나는 국내외의 사건들과 빈약하기 그지없는 정보들 사이에서 한 인간의 삶을, 그 행동의 의미를 찍어주어 고맙다. 사진집만이 아니라 이 책을 내주어 고맙다. 이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무성하게 자란 억센 잡초들 사이에서 그들이 걸어간 희미한 발자국을 찾아낸 사진가를 따라서, 그들의 이야기를 역사로 자리매김해주자. 기억하자.
또한, 이 여름에 따뜻한 온기를 품은 김초엽의 소설도 읽었다.
역시 김초엽다운 따듯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지구의 끝을 시시각각 느끼고 있는 이 시대에 더이상 이러한 상상은 SF가 아니다. 세상의 끝날 세계의 끝에 모인 사람들. 그들을 구원한 것은 한 포기의 풀과 한 줌의 믿음이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던 짧았던 공동체의 기억이 그들의 다음 삶을 규정했다. 모두들 두려움을 뚫고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 지구를 구원하고 인류를 되살린 것은 더스트를 분해하는 모스바나라는 식물이 아니라 그 식물을 심었던 행동, 심으며 되새긴 마음일 것이다. 모스바나의 푸른 빛이 가득찬 정원에서 늙어가던 지수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지수를 기다렸던 레이첼이 서로를 구원하였듯이. 지수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그것을 곱씹고, 다시 절망하기를 반복하다가 이렇게 오랜 시간 그를 잊을 수 없다면 이 감정은 그냥 그 자체로 진실한 것이라는 레이첼의 결론. 지수도 분명 이 결론에 도달하였을 것이다. 오랜 시간 변하지 않았던 마음은, 정말로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
내가 읽은 건 이번에 나온 이 책이 아니라 작년에 밀리 오리지널에서 선공개되었던 책인데, 이 책은 여기저기 다듬어 제법 달라진 모습으로 새로 나온 거라 하니 이 녀석도 읽어야겠다.
지금은 켄 리우의 소설집을 읽고 있다. 남편이 좋다고 했을 때 읽었어야 했는데...
이제 두 편 밖에 안읽었는데 벌써 가슴이 계속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