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할 것은, 과거의 애착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고 통합하려 할 때, 

수치심이나 죄책감 같은 부정적 자의식 정서가 개입할 여지를 두면 안된다는 점입니다.

당신이 사랑 받지 못할 존재여서가 아니고, 

당신이 어딘가 결함이 있는 존재여서도 아니고, 

당신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인 것도 아닙니다.

그냥, 운이 좀 좋지 않았습니다. p 92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던 말들.

"너를 임신하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텐데", " 너희들만 아니었으면 이혼했을 텐데'. "네가 아들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를 낳고 기른 사람에게 아주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들었던 말이다.

지금이야 그 사람도 그때는 어렸고 힘들었으니 그랬겠지 라고 말은 할 수 있지만,

아마도 내 우울의 시작점이 된 저 말들이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바꿀 수도 없는 것들에 대한 엄청난 죄책감과 수치심 심어 놓았다.


나는 이제 반백살의 어른이 되었는데 이렇게 엉망진창의 어른이 되어버렸는데

이제와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이 셔츠들을 입고 출근하면 사람들이 정말로 이렇게 웃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나도 따라서 웃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그럴려고 입은 거니까.

우울하지만 귀엽고 싶고 우울하지만 행복하고 싶고 우울하지만 건강하고 싶으니까.

나는 대부분 우울하지만, 늘 우울한 사람은 아니라고 그 정도의 틈은 두고 나를 볼 수 있게 됐다.

그저 좀 운이 나쁜 거니까.....

내가 지금 바꿀 수 있는 건 이 정도 까지다.


이제부터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그리고 바꿀 필요가 있는 것과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을 이성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이십대 후반이 넘어서 까지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한 원가족에게 분노를 토로하고 있을 가치가 없습니다. 뒤도 돌아오지 마세요.. 성인인 당신이, 당신의 보호자입니다. p 137


자존감의 문제와 별개로, 어떤 상황에도 자꾸만 겸손을 떠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애가 굉장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저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은 겸손할 수준도 안 되는 사람의 겸손은 건방이라 하셨지요, "내가 이렇게 큰일을 했는데 왜 사람들이 존경을 표하지 않지?" 하는 식의 과도한 자기애와 욕망을 드러내면 이는 너무 위험하니, 이를 정반대로 표현하는 반동 형성이라는 방어기제에서 비롯된 것이 겸손이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겸손을 표해도 될 만큼 무언가를 정말로 해내고 나서 그때 겸손해지면 됩니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사소한 성취에 대한 사소한 칭찬은 그냥 받아들입시다. - P25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실패할 것이며, 느닷없는 불행과 거절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매일 조금씩의 허무를 이기고 그럭저럭 잘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100퍼센트 완벽해 질 필요도 없고 뭔가를 성취함으로써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성과들이 나의 존엄성과 가치에 큰 의미가 있긴 할까요?
살아온 그 수십만의 시간 동안 우리는 언제나 완벽하게 살아있었습니다. 0도 0.5도 아닌, 1로서 존재해 왔습니다.
괜찮아요. 충분해요.
이렇게까지 애쓰지 맙시다. - P116

이미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때로는 자신을 행동에 온전히 책임을 지고 기꺼이 외로움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때조차,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하기 위해 타인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마저 기만합니다. - P132

옆에서 단 한 명이라도 ‘지금은 억울해 하기 보다는 너를 들여다봐야 할 때‘라면 담담하게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정말로 타인의 탓이라면 지금은 일단 힘을 키울 일이고, 누구의 탓도 아니라면 이제 그 꼬인 생각들은 들여다보아야 하며, 나의 탓이라면 그때부터 내 성장의 발전을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미래가 아닙니다. - P137

내가 그 일을 해내면 좋겠지만, 아니면 마는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의 마음에 들면 좋겠지만, 아니면 마는 것입니다.

이번의 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좋겠지만, 아니면 또 마는 것입니다. 어쩌다 나의 노력 덕분에 일이 잘 된다면, 나는 작은 자기 효능감 하나를 챙기고 다음 일을 도모하면 됩니다.

만약 안된다면? 그러면, 그냥 마는 겁니다. - P115

우울이 우리의 어깨를 붙잡고 아래로 내리 누르기 시작하면, 단순하거나 중립적인 사건들에도 회의감은 고개를 쳐들고, 우리는 자꾸만 "왜?"를 고민하게 됩니다.
"왜 나를 싫어하지?" "내가 왜 살아야 하지?" "왜 죽으면 안 되지?"
그러는 사리에 우울한 삽화들은 자꾸만 가용한 뇌의 하드웨어를 잠식하고.하드웨어의 기능한 실제로 자꾸 떨어지며, 오류는 더욱 빈번해 집니다. - P171

왜?"가 어디 있어요. 그냥 하는 겁니다.
다들 되게 생각 있어 보이고 의미 있는 삶은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삶에 뭔가 큰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기능적 요소라기보다는 상처 입고 고단했던 자기애가 남긴 하나의 증상 같은 것입니다.
삶에 큰 의미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의미이고,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다 한겁니다. 살아있는 부모, 살아있는 친구, 살아있는 자식, 살아있는 나. 그거면 됐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수습하면서 살다가 문득 내가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들이 잦아지고 그 이후에 남에게 기여도 좀 하고, 시간이 지나 그렇게 쌓인 일상이 의미라면 의미겠지요. - P172

그러니 기억해야 합니다. 분명히 우울은 외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러나 그 흔적은 언젠가는 어떻게든 옅어집니다.
굳이 흔적을 의식하면서 나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세요, 행동이나 일 또는 어떤 대상이 내 삶의 의미여선 안 됩니다.
‘어떻게‘에만 집중하세요.
어떻게 일할지, 어떻게 놀지, 어떻게 사랑할지.
우리는 의미 없는 삶을 살아도 괜찮습니다.
뭐 어때요. 하루가 재미있으면 좋고, 아니면 또 마는 겁니다.
돈도 좀 써보고요.

우리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닙니다. - P174

당신은 기대해도 됩니다. 기대했다 실망하게 되는 반복적인 경험들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어떤 경우에도 실망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면 최선이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기대가 무너질 떄 필연적으로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스러운 실망과 달리, 남에게 전시하기 위한 피상적인 실망이나 최선을 다하지 못한 상황을 감추기 위한 기만적인 실망은 당신의 성격구조를 차츰 왜곡시킵니다, 그냥 혼자서 멋쩍게 웃으며 지나갈 일에도 나의 실패와 부족했던 점을 변명하거나, 혹시 성공하면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자꾸 알리려 합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실망을 하면 할수록 기대를 하지 않으려 하니까요. - P190

높은 지능이 우울과 불안을 불러온다는 연구 결과가 말해 주듯이, 창의성이 높을수록 우울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말해 주듯이 그리고 누군가의 취약성이나 결함이 드러날 때 그에 대한 호감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말해 주듯이, 당신을 절망하게 했고 당신이 저주했던 어떤 요인은 당신이 간과한 당신 행운의 일부였습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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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려는 마음 없이 지식만 습득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책을 읽어보니 나는 아직 괜찮아." 라며 지식을 이용해 교묘히 문제를 회피하고 합리화해버린다. 이것이 알코올중독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잔뜩 웅크린 채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고만 하던 마음이 활짝 열릴 때 비로소 회복의 시작점에 서게 된다.  p 25

















몇권의 책들을 읽어보니 아직 나는 이 정도 까지는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회사도 잘 다니고 있고, 일주일에 한두번 운동도 하고 고양이들 밥, 약 잘 챙기고, 집안 상태는 늘 청결하고, 회사에서도 우수한 사원으로 인정받고, 책도 계속 읽고 있고, 간수치도 아직은 정상이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라고. 문제가 되는 알콜중독자는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직장도 없고, 주변을 챙기지도 못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고 그랬던 동생 정도는 되어야 그러다 죽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병원에서 중증 알코올중독으로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술을 좋아해서 마시는 수준을 넘어 술을 간절히 원해서 도저히 마시지 않을 수 없는 갈망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본인마저 왜 이렇게 여러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술을 포기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조차 모호한 상태에 이른다. 더 이상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술을 마셔봐야 죄책감과 수치심만 느낄 뿐인데도 계속해서 술을 마신다. 이것을 강박적인 음주하고 한다. 마치 마약중독자들이 법적 처벌과 죽음을 감수하면서도 마약을 끊지 못하는 것과 같다.  p 37


사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어제 술 마신 것을 후회하고, 하루 종일 생각한다. 오늘은 마시지 말아야지. 그러니까 하루 종일 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하고 그렇게 하루 종일 술 생각을 하다가 퇴근하는 길엔 벌써 그날의 안주가 정해져 있다. 집에 오자마자 고양이들 챙기고 청소하고 씻고 배달 시킨 안주와 술을 먹는다. 정말 딱 해야 할 최소한의 것들만 하고 매일 술을 마시면서 마치 꽤나 잘 살고 있는 것 처럼 자신을 기만하고 현실을 외면하고 술기운에 잠들고, 후회하면서 깨어나고 또 마시고 후회하고 그렇게 매일매일 후회하며 산지 4년이 조금 넘었다.


숙고 단계에서 준비 단계로 까지도 못 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병원에서는 중증이라 했지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왠지 괜찮을 것 같아서?

제정신에는 이 삶을 견디기가 힘들어서?

이대로 살다가 죽으면 그만 이니까?

알코올중독은 죽어야 끝나는 병이라고 믿어서?


알코올중독에 걸렸다고 할지라도 술만 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끊으면 그때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술에 빠져 살았던 몇 년간 외면하고 감춰 왔던 문제들은 술을 끊는 순간 냉정한 채무자가 되어 하나하나 나를 찾아온다. 회복의 길은 그 채무를 같아나가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그래서 많은 중독자들은 회복의 길에 접어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회복의 길 주변을 배회하다가 이내 포기해버리고는 한다.  p 62


이대로 살다가 죽는 일은 사실 별다르게 노력해야 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대로 살지 않으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대로 살지 않으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 목표도 뚜렷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 시청한 한 방송에서 유튜버가 한 달 식비를 15만원 쓰는데, 다른 식자재가 꼭 필요할 땐 마늘을 살 수 없었는데 이제는 마늘을 살 수 있게 되어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좋아했다. 그 순간 '나 생각보다 가진 게 많네...왜 집, 차, 반려인 등 없는 것만 생각하는 거지? 2020년 빚이 1억원이 넘었는데 현재는 빚도 없고, 딱히 아픈 곳도 없고, 반려묘가 있고, 안정된 직장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많은 시간을 가진 시간 부자인데 참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구나' 싶었다.


어떤 뇌 과학자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삶의 의미를 찾으라 하고, 어떤 심리학자는 삶에 의미 따위는 없으니 그저 하루하루

이렇게 저렇게 살아내는 거라고 한다. 큰 의미를 찾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결국 감사하는 마음 인 것 같다.

술을 끊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고 나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선언 인 것이다.

대단한 삶의 의미는 없겠지만, 지난번에는 마늘을 살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살 수 있으니 참 좋다. 라고 감사하며 살 수 있으면 

그 정도면 됐지 싶다. 냉정한 채무자들을 맞이할 시간이 슬슬 다가오는 듯 하다.



중독자는 폐인이 될 때까지나 죽음에 다다를 때까지도 절주를 시도한다. 중독은 술을 원 없이 많이 마시는 병이 아니다. 중독은 죽을 때 까지 절주를 시도하고 실패를 반복케 하는 그런 병이다. p 129


중독자에게 있어 고통받은 마음이란 술을 마시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중독자는 술잔을 내려놓고 마음을 근본적으로 위로하려 하지 않는다. 차라리 상황을 악화시키고 괴로운 감정을 더 키우려 한다. 왜냐하면 그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술 마실 핑계이기 때문이다. p 146


"오늘까지만 마시고 내일부터 마시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은 중독자를 유혹하는 가장 흔한 중독성 사고다, 중독자에게 내일은 없다. 중독자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술을 끊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 P97

중독성 사고에 빠지면 아무런 근거가 없더라도 미래에 어떤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예상해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일이 잘 풀리고 단주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더라도 중독성 사고를 극복하지 못하면 곧 실패할 것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힌다. (...)막연하게 파멸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스스로 파멸해 버리는 것이 때로는 안심이 된다. - P101

중독자는 수치심에 사로잡혀 있다. 수치심은 죄책감과는 다른 감정이다. 죄책감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배상하고 용서를 구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수치심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감정이다. 죄책감은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야겠다는 동기가 되지만, 수치심은 변화를 포기하고 실의에 빠지게 만든다. - P103

첫 잔을 피해야만 단주를 할 수 있다. 술을 마시는 횟수나 양, 알코올 도수를 제한해봐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중독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은 첫 한 잔의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첫 번째 잔을 마신 중독자는 두 번째 잔을 마시지 않을 능력이 없다.
술이 없는 무인도에 가서 술을 안 마시거나, 몇 개월을 폐쇄 병동에 입원해서 술을 안 마시는 것은 진정한 회복이라고 볼 수 없다. 회복의 과정은 술 없이도 대인관계를 맺고 스트레스를 풀며 감정을 처리하면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술을 완전히 끊지 않으면 이러한 도전은 영영 보류된다. 새로운 삶은 술이 완전히 사라져야 시작된다. 일주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번이든 술을 마신다면 여전히 술로 위안을 얻는 삶에 머물게 된다. - P132

감정적 성숙을 도모하는 사람이야말로 회복의 길에 안정적으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회복은 술만 마시지 않는 감정 업는 로봇이 되는 것이 아니다. 회복의 과정은 다양한 감정을 당당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챙기는 과정이다.
- P166

"나는 어제도 또 술을 마시고 말았어, 영원히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한 가지 또는 한 순간의 사건을 통해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단정 짓는다. 작고 세세한 사건 하나하나로 전체를 설명 할 수는 없다. 하나의 실패를 좌절로 단정 짓지 말고 극복하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 P169

자신을 칭찬하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을 비난할 이유가 없다. 책망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실수이지 자기 자신이 아니다. 누구나 실수를 반복한 끝에 성숙한다. 그 성숙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충분히 잘해내고 있는 것이다. - P175

핑계일 뿐이다. 술은 몸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현재의 갈망감도 따지고 보면 이전에 마신 한 잔의 술에서 비롯되었다.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술도 몸에 들어갈 수 없고 그 어떤 생리적 작용도 일으킬 수 없다. 첫 잔 술은 뇌의 중독회로를 켜는 스위치가 될 것이다. - P317

중증 알코올중독자조차 하루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단주에 성공하는 비법은 매일 아침마다 오늘 하루만큼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영원히 혹은 몇 개월간 술을 참겠다는 다짐은 모호하다. 왜냐면 중독자는 바로 이 순간, 오늘 하루 동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만 술을 미시고 내일부터 술을 끊어야지!"라는 생각은 애초에 말이 도지 않는다. 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 오늘 이미 술을 마셔버렸는데 내일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 P327

중독자이기 때문에 한 잔의 술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이다. 중독자가 아닌 사람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 잔은 괜찮을 거야.‘ 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당연히 술을 마시지 않는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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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우울과 불안이 공존하면 불안을 연료 삼아 에너지를 발산하며 자기 패배적 행동을 일삼다가 에너지가 고갈 되면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하지 못하고 싶은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반복합니다. 불안을 낮추려고 폭음을 하고 다음 날이 되면 자괴감에 빠져 자신을 비난하는 식입니다. p.53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면 먼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불운한 사고로 하반신 마비와 함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게 된 남성이 바꿀 수 없는 것은 사고를 당하게 된 자신의 운명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사고 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자신의 태도입니다. p.55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 책은 읽으면서 울고 밑줄 긋고 메모하고 생각하고 그러다 멍 때리고 하느라 더 느리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내 마음을 글로 쓴다 해도 이것 보다 더 정확하게 쓸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그 문장들의 위로에 마음이 따뜻해 졌다. 

중증 우울증과 알콜중독을 진단 받을지 몇개월이 지났다. 정신과 약은 먹다 말다 하고 있고 심리상담도 몇차례 받기는 했다.

정신과 약은 그저 나를 재우기 위함일 뿐이다. 심리 상담은 그래도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 수 있어서 약간의 위로가 되긴 했다. 

그런데 이 책이 우울의 진흙탕에 빠져 있는 나 스스로 일어서서 그 곳에서 빠져나오고 싶게 내 마음을 이끌었다.

기질이 우울한 사람인 것을 인정하고 그 우울과 함께 행복하다가 불행하다가 기쁘다가 슬프다가 이렇게 저렇게 살면 된다고,

우울하고 예민한 성격이 나쁜 것 만은 아니라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여 주었다. 


나 자신에 관해서 이렇게 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은 없었다.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까지 우울해 졌는지 알게 됐다. 

6월 경부터 우울감이 급격하게 더 심해졌고, 회사에서 분명 컴퓨터 작업 중이었는데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 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물 밖에서 웅성거리는 것처럼 웅얼웅얼 들리고 나는 의자에 앉은 채로 계속해서 물속으로 가라 앉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상담사는 그것이 우울증 환자의 증상 중 하나라고 했다. 


타인과의 비교. 내 우울을 깊어지게 만든 이유였다.

회사에 나와 동갑의 남자 직원이 있다. 그는 매일 아침 마다 아내와 통화를 하는데 매일매일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뭐가 그리 좋냐고 결혼 10년이 됐는데도 그렇게 좋냐고 물으니 자기는 아내와 이야기 하는 게 너무 너무 즐겁단다.

그때는 그냥 부러웠다. 저렇게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마냥 부러웠다. 그런데 그 부러움이 비교가 되면서

나를 무너지게 했다. 저 사람은 나랑 동갑인데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부인도 아이도 있고, 회사에서 직책도 있고, 물려받을 재산도 있어서 저렇게 일년에 두세번씩 해외로 골프를 치러 가고 살면서 그렇게 큰일도 없었고 애쓴적도 없다는데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애쓰고 살아도 차도 없고 집도 없고 반려인도 없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해외여행은 한번도 못 가보고

병든 몸과 마음만 가지고 있나. 내 인생은 앞으로도 이렇겠지 아니 더 나빠지겠지. 라고 생각한 후부터

매일매일 술을 마셨다. 그래도 6월 이전에는 일주일에 세번씩 운동 다니고 하느라 술을 매일 마시진 않았는데 아예 운동도 안가고 그냥 매일 매일 마셨다.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그리 즐겁지 않다. 그냥 마시고 아무 생각 없이 잠들 수 있어서 마신다. 

책 읽는 것도 사실 많은 순간 현실 도피 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런 책 읽기라도 그만 두지 않아서 이런 책을 만나게 됐구나 싶어서 다행이다 생각하게 됐다.

나의 책 읽기가 마냥 도피만도 아니고 시간낭비만도 아니었구나 정말 다행이다 싶다.


중증 중독이기 때문에 한번에 단주는 안 될 수도 있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급격하게 우울해지고 습관적으로 술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술 마시는 내가 미워서 술 마시는 일을 그만 두는 날이 올 꺼라 믿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했다. 나는 다정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다정한 사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그 의미를 내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내가 가지지 못 한 것, 바꿀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긍정하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려 노력하자.

방향을 잡았으니 이제 한걸음씩 걷는 거다.

또 다시 진창에 빠지더라도 또 다시 오른발 왼발 한걸음씩.


임아영 선생님 

이런 책 누가 읽겠어 싶은 생각에도 이런 책을 써주셔서 제가 읽고 이렇게 살고 싶어졌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마 저는 삶의 기쁨과 행복보다는 고통과 불행을 먼저 찾아내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 P10

인생의 초반부에 삶의 고통과 불행에 더욱 민감했던 저는 심리학을 통해 삶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전보다 기쁨과 행복을 더 수월하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행복에 이른 것은 아니어서 어떤 날은 조금 더 행복하고 어떤 날은 조금 더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제 근본은 여전하지만, 세상에 힘든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저 또한 비관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받아 들이게 되었습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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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09-0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개님.

2024-09-14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14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는 안다. 지금보다 부유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견뎌도, 지금보다 못한 삶을 사는 것은 절대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올라가는 것도 힘들고, 내려가는 것도 힘들다면 선택은 쉬워진다. 올라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추락과 하락보다는 백 배 낫다.






만족보다는 도전을, 두려움보다는 용기를,포기보다는 극복을 , 안전보다는 모험을 선택하는 것이 백 배는 쉽다. p 254


27초가 내 학창시절의 단거리 기록이다. 

내가 기억하는 내 생애를 통틀어 나는 언제나 달리기를 싫어 했고 그래서 잘 하지 못했다.

2주전 헬스 트레이너를 바꾸고 난 후 새 트레이너는 내게 매일 1마일씩만 뛰어보라고 미션을 주었고

그렇게 1마일씩 주 5일을 뛰었다. 러닝이라기 보다는 조깅인데.

그게... 즐거웠다. 뛰는 게 즐거웠다.

직접 해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렇게 또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즐거운 일이 생긴 것이 즐겁다. 즐겁다고 쓸 수 있는 것이 또 즐겁다.


내가 가진 모든 두려움과 걱정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이고

내 몸만 건강하다면

그 모든 걱정들도 해결 가능한 과제들 일 뿐이다.


즐겁게 건강하게 살기로 쉬운 선택을 했다.

지금보다 못한 삶은 생각하기도 싫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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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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