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생일 선물로 받은 책을 이제서야 읽기시작했다.
절판이라 애인이 큰돈들여 사준 중고서적인데 2009년 이책을 읽었던 사람은 레디컬패미니즘의 대표작을 읽으면서도 휴머니즘에서 벗어나질 못한듯 보인다.
나와는 밑줄긋는곳이 많이 다르다.

어제 텀블벅으로 발행된 래디컬 패미니스트 학자이자 운동가인 쉴라 제프리스의 저서들을 번역한 「래디컬 패미니즘」을 멋진 뱃지와 함께 받았고, 어째서 안티페미니스트들이 이책의 출간을 그렇게 방해하려 했는지 알것같다.

이책의 주제는 래즈비어니즘, 성매매 반대, 퀴어속 게이와 트젠들의 여성혐오 분석과 비판이다.이러니 그렇게들 난리난리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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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2-02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어제 받았는데 저는 아직 포장도 안풀었어요. ㅎㅎㅎ

아무개 2018-02-03 14:49   좋아요 0 | URL
ㅎㅎ 얼른 풀러요.
이책 진짜 좋네요.

잠자냥 2018-02-02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 저도 뒤늦게 구하고 싶었지만... 중고도 비싸서;; 못 구한 책인데 부럽습니다.

아무개 2018-02-03 14:48   좋아요 0 | URL
애인님 덕분에 ㅎㅎ

단발머리 2018-02-0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개님~~ 읽으시면서 챕터별로 간단한 정리를 부탁드립니다.
내게도 아무개님이 많이 쓰라, 더 많이 쓰라 하셨으니,
나도 아무개님에게 이 정도는 요구할 수 있을 테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더 많이 써 주세요~~ 많이 많이 많이^^

아무개 2018-02-03 14:47   좋아요 0 | URL
아. . .이것참 큰일났네요.
단발님 제가 잘못했어요. ㅠㅠ
 

힘찬발길질과 배모양이 아들일것이라 예상된 덕에 죽지 않고 나는 태어났고 내 어머니의 고난은 내가 고추없이 태어나던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자라는 내내 가장역할을 했지만 가장 대우는 가장이 곧 될 남동생이 받았다. 가장역할에는 동생의 의식주 수발과 경제적 후원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고 언젠가 동생이 진짜 가장이 되면 모두 보상해 줄것이라고 부모와 동생은 말했었지만 동생도 아버지도 내게 어떠한 보상없이 죽어버렸다. 가부장제 진짜 뭐냐.

대를 이을 남자, 자신의 노후를 돌봐줄 아들, 제사를 지내줄 아들들은 이제 없다. 만연한 여아살해풍조(남아선호사상 아닙니다. 젠더살인이 어떻게 사상이 될수 있는건지.)로 그 잘난 아들들이 결혼해서 대잇고 시부모 봉양하며 제사 지내줄 며느리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의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IMF이후 이미 박살났음에도 그래도 남자니까 반장, 회장해야 하고 성적이 낮아도 실력이 모자라도
가정을 부양하는 또는 부양해야하는 남자라서 더 많은 급여와 당연한 승진의 기회를 갖는다.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싱글맘은 가장인가? 가장이기때문에 더 많은 급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면 양육수당도 없이 홀로 애키우는 싱글맘들에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급여와 기회가 능려과 실력에 상관없이 주어져야 한다.

수십곳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다 아는 사실‘인데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유는 너무나 명백했다. 여자니까 여자가하는 일이니까 남자와 같은일을 해도 더 적은 댓가와 더 작은 평가를 받는다. 그 적은 댓가와 축소된 평가는 다시금 여성들을 그런 직종을 선택할수 밖에 없는 기울어지고 온통 장애물인 경기장으로 내몬다.

경기장이 기울었다는것을, 출발점이 다르고 출발정까지 이르기전에부터 주어진 자원이 다르다는 인식없이는 여자들이 못나서 적게 벌고 중요한 일을 할수 없는게 당연하다고 인식할것이다.
하지만 실재로 요즘 초중고에서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비해 성적이 좋다.
10살이 넘기시작하면 성인 남성이나 비성인 남자 가족의 밥상차림을 해야하고, 매달 숨쉬기 힘들정도로 고통스럽고 번거로운 생리도 해야하고, 이쁘고 날씬해야하니 화장도 다이어트도 해야하지만 대부분 학교의 상위권은 여학생이다. 도대체 다들 얼마나 죽기살기로 견뎌내고 있는건지. .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렇게 죽도록 노력한 결과는. 여자들의 성적이 너무 좋아서 여자 컷트라인은 올리고 남자는 내려준다.
이제서야 출발점에 차별이 과정에 차별이 그리고 결과에도 차별이 있다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는데 몇몇 죽도록 노력한 성공한 여성의 사례를 들며 유리천장은 깨졌고 남녀평등은 이미 실현됐고 전세가 역전되어서 오히려 자신들이 역차별받는다고 한다.

결론이야 여느 페미니즘 서적과 다르지 않다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하자는것.
페미니즘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맥빠지는건 사실이다.



봄알람 충실한 기본서를 내주는건 고마운 일인데 유인석 같은 사람은 멀리하길.
한국여성철학회주최 강연회의 패널에서 유민석 빼라는 항의가 많았던 모양인데 강의가 폭파됐다. 유민석 하나 빼내기가 강의 폭파보다 어려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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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농민 계급의 팍팍한 현실을 사실적이며 투쟁적으로 그런 소설이다. 오랫만에 소설읽는 재미에 푹빠져서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는 아니였겠으나 계급내 젠더폭력(지주의 소작인의 딸 강간) 문제도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인간 사회는 늘 새로운 문제가 생기며 인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투쟁함으로써 발전될 것입니다 대개 인간 문제라면 근본적 문제와 지엽적 문제로 나눠 볼 수가 있을 것이니 나는 이 작품에서 이 시대에 있어서의 인간의 근본 문제를 포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요소와 힘을 구비한 인간이 누구이며 또 그 인간으로서의 갈 바를 지적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끝까지 보아주시고 오류와 모순을 들어 진지한 질책을 내려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1934년 7월 27일

                                                                                                      강경애

 여성이며 카프계열 작가의 글이기에 친일파의 글은 교과서에 실려도 이분의 작품이 교과서에 수록될 일은 없겠다. 아쉽고 아깝다.

 

 

 

 

 

 

  제목과는 다르게 엄마에 대하여 아니 전세대의 여성의 삶에 대하여 쓰인 소설이다.

딸은 좋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시간제 강사로 근근히 생활하는 동성애자이고 엄마 역시 교육받은 인텔리 이지만 현재는 요양보호사일을 하고 있고, 엄마가 돌보는 환자인 젠 역시 젊은 시절 세계를 무대로 큰 활동을 하던 사람이다.

 하기야 요줌엔 어디나 저런 사람들 천지잖아요. 얼마 전엔 구청에 갔더니 그 앞도 난리더라고요. 다들 무슨 불평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우는소리 하면 다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것도 문제예요. 다들 감사하게 생각할 줄은 모르고. p94

 

 세상일이라니, 자신과 무관한 일은 죄다 세상일이고, 그래서 안 보이는 데로 치워 버리면 그만이라는 그 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 저 여자는 언제 어디서나 저렇게 말하겠지, 제 자식들에게도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하겠지. 그러면 그 자식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또 그렇게 말하게 되겠지. 그런 식으로 세상일이라고 멀리 치워 버릴 수 있는 것들이 하나씩 둘씩 만들어지는 거겠지, 한두 사람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크고 단단하고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뭔가가 만들어지는 거겠지. p126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나는 간신히 삼킨다. 내 잘못이 아니지, 너의 잘못이 아니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그렇게 말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피해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예외가 아니다. 교수 부인은 혼자 떠들다가 돌아가 버린다. 젊은 새댁과 간호사들에게 드디어 그 늙은 여자가 돌아 버렸다고 수군거릴지도 모르지. 그보다 더 심한 말을 속닥 거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 시시한 비난과 조롱을 치하자고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것. 이제 더는 그러고 싶지 않다. 사는 동안 내가 너무나 많이 반복해 왔던 그런 일을 또 하고 싶지는 않다. p162

 세상일이라고, 남의 일이라고 모른척 덮어두고, 그저 남이 시키는데로 주는데로 받아 먹고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투덜거리고 싸우는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물들을 아무 죄책감 없이 취한다. 나역시 많은 것들을 감사한지 모르고 받아왔다. 내가 세상에 기여할수 있는 바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변한다는 것. 잊지 말아야 겠다.

 

 

 

 넘치도록 애정하는 유유출판사.

양자오 선생의 ~를 읽다 시리즈는 발간되는 대로 모두 사서 읽었다. 특히나 묵자는 예전에 강신주의 책에서 가장 흥미 있는 사상가 여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공자와 더불어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묵자의 사상은 어째서 공자만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까. 사마천이 의도적으로 묵자의 사상을 배제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다. 공자의 사상과는 다르게 백성을 위해 위정자가 지켜야할 '겸애' '비공''비악''절장''절용'은 전쟁의 시대에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것인가가 아니라, 전쟁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을 하니 당연히 글을 남기는 사람들에게 버려질수 밖에 없었을 것같다.

 묵가가 대대로 이러져 내려오며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주나라 문화에 반대하고, 또 주나라 문화를 회복하자고 요구한 유가에 반대한 것입니다. 이는 '겸애' '비공''비악''절장''절용'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묵자의 실천 정신 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사상 유파에 그친 것이 아니라 행동가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일이백년 동안, 그들은 대를 이어 내려오며 생활 속에서 '절용'의 신념을 실천하고자 했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전쟁을 막으려 했습니다. 묵자가 설파한 이론과 함꼐 이런 실천이 있었기에 묵가는 '현학'의 지위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p140

 

 너무나 좋아하는 양자오 선생의 글이지만, 고전의 특성상 여자는 이들이 말하는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들을 재확인 할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 여성이 하나의 인간으로써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심지어 어느 부분에서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현실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도 없고,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던 여성들이 자신의 언어로 나 역시 너와 같은 인간이라고 이야기 하기 시작한지는 불과 몇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여성들의 책이 너무 쓸데 없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수천년동안 남자들의 이야기만 있던 속에서 고작 몇년 사이에 나온 책들이 어떻게 너무 많을 수가 있는가..(수준미달의 책들도 많다는 것은 인정) 더 많이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그중에서 졸작도 가르고 대작고 찾아내야 한다. 쉬운 책들은 생활서로 어려운 책들은 이론서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경험이 보편화 되어야 하고 그안에서 개별성을 찾아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미국 래디컬 페미니즘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 책이다. 이미 과거의 이야기들이고 현재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본격적인 래디컬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참고해 볼만하겠다. 다음으로 함께 읽을 책은 당연히 성의 변증법과 성 정치학.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등 좋은 실용서를 발간했던 봄알람이지만, 유민석 같은 사람을 지지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단순히 자신의 출판사에서 책을 낸 저자로써의 호의라고 할 지라도 여성혐오하는 남자작가를 페미니즘 서적을 발행하는 곳에서 그의 강연 홍보를 해주고, 그런 사람에게 페미니즘 강연을 맡기는 한국여성철학회의 선생님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수가 없다.

 

이왕 샀으니 읽어는 보겠지만, 봄알람 앞으로도 이런식이면 매우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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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1-1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뭔가 내가 좋아하는 아무개님의 글이 돌아온 것 같아요! 역시 아무개님 글이다! 하면서 씐나서 읽었어요.
부지런히 독서해주세요 아무개님. 부지런히 독서하고 부지런히 글 써주시기 바랍니다. 제발요!! 쫌!!

아무개 2017-11-19 15:59   좋아요 0 | URL
아 그게 . . 읽기는 하는데 워낙 느리고 쓰기는 하는데 그게 참 . . .ㅡ‥ㅡ

syo 2017-11-1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유유 사랑으로 알려진 syo입니다.

책 사진이 인용 칸 모퉁이에 어여쁘게 자리잡은 저 레이아웃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아무개 2017-11-19 19:24   좋아요 0 | URL
죠기위에 인용부호 따옴표를 누르면 인용호가 생겨요^^

단발머리 2017-11-2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물도 들어왔고 우리 아무개님 노도 부지런히 저으셨네요~~ ㅎㅎㅎㅎ

페미니즘 책들이 더 많이 나와야된다는 생각에 완전 찬성해요. 더 많은 이야기가 말해져야 하고, 더 많은 연구가 발표되어야 하고, 더 많은 논문이 쓰여야 해요. 일단 많이 팔리고 읽히는 가운데서 더 많은 생각들이 공유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성의 변증법이랑 성 정치학 좀 빨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성 정치학은 책을 어떻게 구할것인지 거기서부터 알려주세요.
전 근처 도서관에 책이 있어서 이야호!를 부르고 상호대차 신청했다가 책 상태 때문에 대출불가하다는 문자를 저번주에 받았더랬죠.
기다릴께요. 노 더 많이 저으세요. 제발요!! 쫌!!(넘버 2)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참, 아무개님!!! 여기 서재 화면 위에 책들이 안 보이고 완전 빈칸으로 나와요. 설정 확인 바랍니다. ㅋㅋㅋ)

아무개 2017-11-20 11:42   좋아요 0 | URL
성 정치학은 올해 제생일에 애인님이 윗돈을 주고 구매해서 주었어요. 음홧홧
그러나 1년이 되가도록 안읽고 있. . . . . . . .
 

한참을 생각했다. 사랑의 다른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우리가 서로에게 친절한 타인으로 남을수 없는 걸까.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때로는 날 선 말로 서러의 굳은살을 해체하며 예민하게 성장할 수 있는 관계로. 여전히 나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 힘들 때가 많지만, 많은 부분 이 욕망이 상대를 위하는 게 아니라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란 걸 떠올리며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아니라면 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누구도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으며, 어떤 사람도 누군가의 구원이 되지는 못하니까. 상대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서 영향을 주는 것보다,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며 친절한 타인으로 남는 게 더 어렵다. 관계 맺음의 상상력 갖기, 존재 앞에서 겸손해지기, 그것이 관심이 아니라 침범이었다는 걸 인정하기.p47

 

 "폐미니스트라고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잘 몰라요, 특히 저와 여러분의 세대가 직면한 차이에 대해서는 더욱 그래요. 우리가 서로의 경험을 초월하고 온전히 알 수 있을까? 회의감도 들어요. 그래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어요," 지난여름, 카페에서 열린《젠더 감정 정치》출판기념회에서 여성학자 임옥희 교수께서 하신 첫 마디였다. 수십 년 페미니즘을 공부하고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자세는 괜한 겸손이 아니라 정답에 가까워지려는 노력 같았다. 페미니즘을 공부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같다.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 철학자 강신주가 "페미니즘은 수준이 떨어진다"고 확신했던 자세와 대비된다. 모든 것을 하나로 설명하는 '단순화하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끊임없이 복잡한 것을 이해하고 이야기 하려는 시도는 어렵더라도 꼭 필요하다.

 나는 내가 경험하고 겪은 부분에 한해서만 잘 느끼고 알 수 있을 뿐이고, 다른 상황은 분명 모를 수 있다는걸 인정해야 한다. 내 입장에서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마땅히 그렇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p122-3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인상 깊었던 개념은 '노여움'이었다. 노여움은 주로 권력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인데, 남성이 자신의 뜻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여성에게 기본적으로 갖는 감정이 이와 같다고 했다. 네가 감히 나를 거부해, 나에게 토 달아, 나를 미워해, 나한테 뭐라고 해? 나와 술자리를 가졌던 그도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은 나에게 노여움을 느꼈을 것이다. '칭찬이었는데, 감히 나에게 정색해?'p132-3

 동등하게 소통할수 있는 존재가 아닌 고분고분한 대상을 찾는 심리는, '내 뜻을 거스를 때 혼낼 수 있다'는 당위를 전제한다. 상대가 여성일 경우 으레 가르치려고 드는 남성의 특성을 일컫는 '맨스플레인'은 그래서 중요하다. 단지 '가르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가르칠 수 있다는 불평등한 구도 자체가 폭력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맨스플에레인이 대중적인 언어가 돼서 대화를 하다가 "아, 내가 또 맨스플에인했네"라고 말하는 남자가 많아졌다. 문제는 '말'만 그렇게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인식을 성찰하고 변화하려는 노력 없이 "내가 또 맨스플레인했네, 이렇게 말하면 또 맨스플에인으로 보이나?"라는 손쉬운 반응은, 결국 자신의 상황을 의화시키며 권력관계는 그래도 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반영한다. p135-6

 

 임신중절수술을 진료 목적 외에 마약을 처방하거나 환자에게 성폭력을 행한 것과 같은 의료 범죄와 등치시켜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분류해 처벌하겠다는 정부를 보며, 누구를 위한 도덕인가 묻지 않을수 없다. 자생력이 없고 아직 생명으로 볼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존재를 고려하는 도덕은 이처럼 공공연하게 얘기 되지만, 원치 않은 임신으로 신체적·사회적 단절과 험을 끌어안아야 하는 여성을 위한 도덕은 없다. p158

 

 내가 비혼을 고집하게 된 데는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가 있다. 동거를 경험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대로 함께 살아도 충분하다고 여기게 된 점, 동물가족과 살면서 종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에 대한 상상력을 갖게 된 점, 지구를 위해서라도 인간을 재생산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생긴 점, 반한적인 성향 탓에 스스로 용남되지 않는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은 점,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된 점, 그리고 역할극을 하지 않고 내 고유의 존재로 관계 맥조 살아가는 지금 주위 환경의 영향도 크다.p173

 

 데이트폭력은 언제나 무 자르듯 단순한 구도로 나뉘지 않는다. 피해자는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다. 순결하고 합리적인 피해자는 없다. 함꼐 욕하고, 대응하고, 저항하는 , 심지어 '나쁘기도'한 복합적인 존재이다. 피해자를 수식하는 말이 무엇이든, 어떤 존재도 폭력을 당해선 안 된다. 그것만이 절대적 원칙이다. 또한 피해자에게 합리적 대처를 요구하는 것도 터무니없는 기계적 잣대라는 걸 나는 안다. 데이트폭력은 잧선 남자에게 폭력을 당한 일이 아닌,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은밀하고 친밀한 폭력이다. p.187

 

 여자라서 주목받는 '의외성'은 반동적으로  '여자는 역시 ~하다'와 같이 비하하는 평가의 연장선에 있다. 사회운동을 하며 만났던 전 남자친구는 "너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사회문제에 관심 있고 말이 통해서 좋아"라고 말하곤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너는 여자들 특유의 감정적인 명이 있어, 너는 나처럼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해"하며 나를 깔아 내렸다. 남자친구만이 아니라 사회적 활종을 하며 만난 남자들도 나를 동료라고 여기기 전에 잠재적 연애 대상 혹은 자신이 가르쳐줘야 하는 부족한 여자로 여겼다. 역사와 각종 철학을 줄줄 읊으면서도 젠더 감수정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p271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문제를 사소하게 만드는 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소한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집회 현장에서 박근혜와 최순실을 '년'으로 욕하지 말라는 발언이 집회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거라는 식의 글을 당당히 올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 발언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순진한 태도는 자신이 누리는 권력을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의 오만함 일뿐이다. 그들이"조개"라고, "사소하다"고 외면해왔던 문제는 여전히 나와 내 주위 사람을 떨게 하는 일상적 공포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면서 왜 자신의 폭력은 성찰하지 못하나. 당신의 폭력은 술때문인가? 박근혜 때문인가? 자본주의 때문인가? 통일이 안 돼서? 미국의 공작 때문에? 왜 당신은 자신의 잘못을 그대로 보고 성찰하지 못하는가?p275

 

 이제 막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를  찾아서 더듬더듬 기존의 '역할'을 벗어나는 중인데, 여전히 많은 여성은 자신에게 주어졌던 자리를 이탈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미안해 한다. 또 타인게게 그것을 알릴 때, 그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는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상처가 됐거든요,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누군가 흔들 때 충격이 컸어요. 제 세계가 온통 흔들리는 경험이었어요. 밤새 울었어요. 그런데 같은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줘도 될까요?" 한 청년이 글썽이며 물었다.

 나는 말했다."여성학자 정희진은 '안다는 것은 상처 받는 일'이라고 말했어요. 아는 게 편하기만 하면 무슨 소용일까요? 저는 무언가를 공부하고 알아가는 건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화가 나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담해왔던 세계를 직면하면, 나도 모르는 새 저질러왔던 폭력이 선명해지면서 자책과 후회·부끄러움이 밀려와요. 동시에 내가 폭력인지 모르고 당하고 지나쳐왔던 일이 선명해 지면서 분노와 슬픔이 밀려오고요. 그렇게 복잡한 감정속에서 상처받는 게 아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어떤 조건에서도 '정상'의 범위에만 안주할 수 없느 현실이니까, 당장 상대가 앎을 삶으로 잇지 못한다고 해도 일단 알게끔 해주는 건 중요한 일 같아요. 침묵이 평화가 아니듯, 모른다고 폭력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아끼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가 불현라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계속 상처받더라고, 적어도 전보다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요" p295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 인간은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그저 세상에 툭 던져진 존재이고, 다만 살아 있기에 살아가는 것뿐이다. 점점 죽어가는 몸, 영원할 수 없는 관계, 불확실한 삶에서 어쩌면 눈물은 필수다, 독방에서 울 것인가, 광야에서 울 것인가, 어디에서든 울어야 한다면 나는 광야를 선택할 것이다. 적어도 나처럼 울고 있는 누군가가 보이는 곳에서 함께 울고 싶다. 그때 나는 인간이, 내 존재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믿으니까.p296

 

 조근조근한 글과는 다르게 여러 사회운동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신분이다..

지친마음에 큰 위로를 받고 많이 울기도 했다.

페미니즘 시작하는 모든 분들이 이게 맞나 싶고 지치고 힘들때 한번씩 찬찬히

읽어 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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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0-2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불편한데 인용해주신 부분 참 좋네요...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좀 찬찬히~~~~

아무개 2017-10-27 19:22   좋아요 0 | URL
에세이집들 읽다보면 가시처럼 목에 탁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책에선 그런 점이 없었어요.
저보다 열살넘게 어린분인데 언니 삼고 싶기도 하고요^^;;;

다락방 2017-10-28 07:06   좋아요 0 | URL
어리다구요?!!!!!!!!!!!

다락방 2017-10-28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문들이 참 좋네요. 추천 받아들여 저도 읽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