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쨌든 친절하라. Be kind anyway.> 를 쓰면서 다음과 같이 곧장기부를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또 영원회귀처럼 기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나는 마음만 앞서 기부단체를 찾아보고 있다가 '곧장기부'를 알게 되었다.

단 한 푼도 빠짐없이 전액 또는 기부받은 금액으로 구매한 물품이 모두 아이들에게 전달된다고 했다. 어떻게? 지금 보고 있는 광고비도 내야 하는데 어떻게 가능하지?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전액 기부할 수 있도록 모든 비용을 행복나눔재단에서 부담하고 있고, 그 행복나눔재단은 SK그룹으부터 지원받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카카오페이로도 기부할 수 있고, 카카오톡과도 잘 연동되어있는데, 카드 수수료도 지원한다.


제 부족한 글을 행복나눔재단에서 재단 블로그에 소개해도 되겠는지를 문의해오셔서 제가 오히려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고 부끄럽게 승낙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행복나눔재단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저렇게 장군님 아래에 '초딩 님'이라고 되어있으니 신기하고 또 곧장기부를 많은 분께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장기부 프로칭찬러 찾기 Ep.3] 곧장기부 홍보대사로 임명합니닷 🕵️‍♀️


북플에 곧장기부를 소개해 드린 이후로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곧장 기부에 들어가 소개되는 센터의 현황도 보고 사연도 읽으며 많지 않은 돈이지만 기부하고 응원 메시지도 보내고 있어요.

정말 작지만, 아이들에게는 정말 따뜻하고 꼭 필요한 선물을 지금 바로 할 수 있어요.

곧장기부 ( https://thedirectdonation.org/ ) 에 한 번 기부하고 나면 카톡 채널에 가입되어 그 이후에는 카톡으로 곧장기부를 넘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모금이 완료되고 물품이 배송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과정마다 카톡 채널로 알림이 오는데, 참 기분 좋은 알림이에요.



요즘은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를 읽고 있어요. '이간은 본래 선하다'라는 이야기를 읽고 있어요. 이 책을 읽는 기간에 곧장기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더 기쁩니다.


우리 인간의 역사 전 기간 중 유목민이었든 95%의 기간 동안 우리는 유일하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할 줄 알았고, 눈썹 뼈가 낮아 더 많은 표정으로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었고, 거의 유일하게 흰자위가 있어 서로의 시선을 알 수 있어 더 공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선조는 한없이 착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시오패스 지도자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무리에 의해 끌어져 내려왔습니다. 우리가 정착하고 사유재산이 생기기 전까지요.

정착지에서 사유재산이 생기고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권력자들은 그 권력을 보존하기 위해 제도와 장치를 발전시켰고, 그 대표적인 예가 '뉴스'라고 저자는 억울하게 말합니다. 파리 대왕, 이스터섬,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캐서린 제노비스의 죽음 등은 우리 인간이 폭력적이고 잔인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굉장히 심하게 조작되거나 왜곡되거나 심하게는 거짓 자체라는 것을 저자가 하나하나 밝혀 나갑니다. 그러면서 권력자들의 '뉴스'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세상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잘 못 바라보고 있는지 말해줍니다. 우리는 본디 선한데 말이죠.



사피엔스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왜 어떻게 지구상에 굴림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면, 휴먼카인드는 95% 기간 동안 선했던 우리가 우리의 선함이 왜곡된 5%의 이 기간에 '부조리'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적용하지 못함을 지적하며 '우리 인류가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느냐'라는 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질문은 답을 가지고 있지 않고 또 모두 답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질문하는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읽으며 몇 번의 곧장 기부를 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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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7 07: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초딩님 실천하는 기부 존경스럽네요 👍 저도 따라해보고 싶습니다 ~!!

초딩 2021-07-30 00:17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 실천 같이 해봐요~

파이버 2021-07-27 1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존경스러워요 기부한 전액이 ‘곧장‘전달된다는게 매력적이네요

초딩 2021-07-30 00:18   좋아요 2 | URL
^^ 네 곧장기부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기부를 위한 부대 비용을 재단이 도맡아 처리해주니 넘넘 고마워요.

오늘도 맑음 2021-07-27 1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분 왤케 매력적이신지ㅠㅠ 기부프로젝트에 가 보도록 합지요~!! 초딩님 언제나 푸릅시다~!!

초딩 2021-07-30 00:18   좋아요 2 | URL
^^ 아구 맑음님 감사합니다. ^^
댓글을 몇 번 읽었답니다 ^^ 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붕붕툐툐 2021-07-27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초딩님!! 초딩님의 영향력이 어디까지일까요? 아마 북플에도 많이 많이 퍼져나간 거 같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해 주셔서 관심이 있었는데, 이런 중책을 맡으셨다니 더욱 관심이 가네요~👍👍

초딩 2021-07-30 00:19   좋아요 1 | URL
앗 중책은 아니고 블로그에서 한 번 선정해주신 것 같아요 ^^ ㅎㅎ
아무튼 기부가 많이 많이 퍼져서 힘든 시기에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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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춤 좀 추지 그래?" 부터 "한 마디 더"의 17개 단편으로 구성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모두 읽고 나면 몇 개의 잔상만 남을 뿐이다. 17개 각 이야기별로 줄거리를 기억하거나 그것을 구분 짓는 것은 불가해 보인다. 의미가 없어 보이고 그것이 카버가 의도한 것만 같기도 하다. 장대한 긴 이야기가 우리의 영혼까지 그 이야기의 주제를 각인시키는 것이라면 짧은 이야기는 우리가 그것을 인지할 시간도 없이 눈앞에 '제시'하고는 곧 사라져버려 그 '잔상' 마저도 거머쥐기 힘들다.


서브리미널 (Subliminal)

"인지의 아래(Below threshold, 식역하(識閾下))", 즉 우리가 뭔가를 감지하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미 감지한 것을 의미한다.

(출처: 나무위키)


우리가 보는 영상은 대부분 초당 30장의 이미지가 연속되는 것이고, 그 30장에 광고 이미지 한 장을 삽입하는 것이 서브리미널 광고 (Subliminal Advertising) 이다. 눈으로 명확하게 인지되지 않지만, 무언가를 본 것 같은 느낌이 겨우 들지만, 영화를 보고 났는데 서브리미널 광고로 삽입된 코카콜라 이미지 때문에 콜라가 마시고 싶다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광고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카버의 단편들은 마치 서브리미널 광고의 한 장의 이미지처럼 연속된 삶의 프레임에 슬쩍 끼워져 우리 잠재의식만이 겨우 그것을 인지하는 것 같다. 내 의식이 닿지 않는 저 아래 깊은 곳을 흐르는 잠재의식이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읽고 있지만, 언어정보의 해석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이 어떤 정보를 해석하는지는 나의 통제를 벗어난 것 같고, 읽은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출력을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은 애를 먹는다.


레이먼드 카버가 다루는 삶은 본인도 겪었던 '술', '중독', '파산', '불화', '밑바닥'과 같이 '삶에 지친, 자포자기 상태'에 처한 인물들의 일상'p245 이다. 


우리로 하여금 눈을 돌리고 싶게 만드는 그 일상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한다. 

일상의 내부에 때로는 미세하게, 때로는 심각하게 나 있는 흠과 금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보면서 가볍게 전율하거나 머리를 내젓게 된다. p245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한 남자가 집안 물건을 모조리 마당에 내놓고 팔고 있고, 딸에게 자신의 불륜을 애쓰며 설명하고, 말다툼 끝에 딸과 아내를 등지고 아버지는 짐을 싸서 나가고, 행복해 보이는 두 친구의 가족들이 만나고 있는 와중에 두 가장은 젊은이로 돌아가 두 여자를 쫓아다니고, 이발소에서는 거칠게 욕설을 주고받고, 아이가 밤새 울고 아침까지 진정이 되지 않아 말다툼을 극단적으로는 하지만 젊은 남편은 사냥 약속을 취소하고, 아내의 외도를 참지 못하고 자신이 아끼는 배스가 가득한 호수로 들어가 자살하는 등. 이 모든 이야기는 오래된 영화 속에 나오는 먼지가 가득하고 붐비는 대합실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버스를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랠 정도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나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서브리미널 광고의 한 컷 이미지처럼 그런 이야기들은 삶의 어느 순간 갑자기 그리고 연관 없이 떠오르기도 한다.


흠과 금이 갔을 때.

그것들은 우리 삶에 단절을 가져올지 모른다.

무거운 수납을 하고 병원의 비상계단을 오르내릴 때 그것이 이제 시작임을 알게 되는 순간. 그 길고 억척스러워야 하는 터널 앞에 있지만, 나는 계단을 하나하나 또는 두 개씩 밟고 오르내려야 한다. 그리고 나와 같이 덜하거나 더한 보호자들이 서로 교차한다.

출퇴근의 도로에서 겨우 보이든 부러운 아파트 단지들을 병원 고층의 긴 복도에서 내려본다. 주말이나 연휴 때에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그 흠과 금은 충전 중이든 핸드폰의 케이블을 무심코 발로 살짝 건드렸는데, 책상에서 핸드폰이 떨어지면서 액정이 흉한 금이 쫙 갔을 때처럼 갑자기 어이없이 나타난다. 그 직전까지 터치하던 액정은 이제 유릿가루가 떨어질까 봐 손을 댈 수도 없다.


내 의식의 인지와 통제를 벗어나는 단편들. 내 잠재의식만이 읽고 있을 것 같은 단편들. 그래서 그 단편들이 내 삶에 흠과 금이 갔을 때 갑자기 찾아와 위안을 주는 이전 일상에서의 건너온 따뜻한 커피나 다정한 말 한마디 먼지를 들추며 내리쬐는 빛줄기처럼 '위안'을 주는지는 모르겠다. 주는 것 같기도 하다.


References

서브리미널 (Subliminal)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

브로카 영역(Broca's 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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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4 07: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브리미널이라는 단어를 배우고 갑니다. ㅋ 정말 이책 읽고 제가 느낀 감정이 딱 초딩님이 쓰신 글과 비슷한것 같아요. 서브리미널 광고 같은 단편~!!

초딩 2021-07-24 14:09   좋아요 4 | URL
이번에 쓰면서 용어는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런 광고가 있는건 알았는데 :-)
단편을 읽고 덮었을 때 좀 당황했는데 (뭘 느꺼야하는지 떠 써야하는지 몰라서)
가만히 돌이켜 보니 서브리미널 광고 같았어요 :-)
파랑님 안전한 한 주 되세요~

독서괭 2021-07-24 07: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있는데 예전에 몇 편 읽다 말고 여태 못 읽고 있는데요, 이게 뭐지? 했던 기억이 있어요.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초딩님 글이 설명해 주는 것 같네요^^

초딩 2021-07-24 14:10   좋아요 4 | URL
저도 이 책 책장에 있어서 단편 한 두개씩 읽다 이 번에 그냥 다 읽고 봤었어요
정말 이게 뭐지 였는데
그 이게 뭐지가 오래 가게 하는 것은 마술 같아요 :-)
독서괭님 좋은 하루 되세요~

mini74 2021-07-24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삶의 흠과 금 사이를 채우는 위로라니 !! 너무 좋은 비유에요 *^^*

초딩 2021-07-24 22:34   좋아요 0 | URL
삶의 단절을 야기하는 흠과 금 그리고 그 위로 참 좋은 같아요
좋은 밤 되세요~ ☺️☺️☺️

붕붕툐툐 2021-07-24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배경 지식 풍부한 자만이 쓸 수 있는 리뷰! 책이 어떤 느낌일지 너무 잘 알겠어요~ 감탄하고 갑니다~

초딩 2021-07-24 22:34   좋아요 1 | URL
툐툐님의 마법같은 댓글은 항상 최고의 칭찬과 격력을 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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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이건 여러 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남들을 바보로 단정하기는 쉽지만 인간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바보같이 어려운지 잊어버린 사람에 한해서만 그렇다는 점을 미리 짚고 넘어가는 편이 좋겠다. 특히 누군가에게 아주 좋은 인간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그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말이다." p15


Anxious People

"This story is about a lot of things, but mostly about idiots. So it needs saying from the outset that it's always very easy to declare that other people are idiots, but only if you forget how idiotically difficult being human. Especially if you have other people  you're trying to be a reasonably good human being for." 

(ref: Google Books - Anxious People)


불안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불안한 사람들을 바보 같은 사람들이라고 단정 지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바보같이' 어려운지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그런데, '바보같이 어려운' (idiotically difficult)가 무슨 말일까? 나는 이 말이 이 소설의 주제어라고 생각한다.

'바보같이 어려운'은 '바보같이' 또는 '바보처럼' (Idiotically) 어려운 (difficult)이라고 해석되는데, '바보들이 어려워하는' 뜻일 것이다.


As for our speed limits, it would be possible to have some respect for them if they weren't so idiotically arbitrary. 

우리의 속도 제한들에 관해서는, 그것들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제멋대로가 아니라면, 그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존중을 갖는 것은 가능할 텐데요.

(ref: 네이버 영어 사전)


바보들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아주 어려워한다. 이 사실을 잊어버렸을 때,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단정 짓기는 쉽다.

거꾸로. 바보들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아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안 다면,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단정 짓기가 어렵다.


우리 모두는 바보 같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을 어려워하고, 다른 사람들 눈에 바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우리를 바보로 단정하면 안 된다. 단정하기 이전에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 바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바보'는 어떤 사람일까? '바보'는 원문에서 idiot이다. 'idiot'은 a stupid persoin'이며, stupid는 having or showing a great lack of intelligence or common sense.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어려워하고, 우리가 이 사실을 간과하면 우리는 타인을 쉽게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말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리석게 보이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한다로 볼 수 있다.

정리하면,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많은 우리들이 어려워하지만, 그것은 어렵지 않다"이다.


야크는 10년 전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경찰이 되어서도 그 자책을 벗어나지 못한다.

짐은 먼저 떠나보낸 아내를 그리워하며 약물에 중독인 딸에게 현실적이지 못한 희망을 걸고, 아들 야크에게는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고 주위를 맴돈다.

사라는 그 10년 전 뛰어내린 남자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10년 동안 간직한 채 열어보지 못하고, 은행원인 자신 때문에 한순간에 빚에 몰려 자살한 남자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괴팍하게 살며 자신에 대한 책망을 하며 살아간다.

젊은 날 승승장구했던 아내 안나레나는 자신 때문에 뒤처진 삶을 삶았다고 생각하는 남편 로게르에게 노년에 들어 자신감을 주려 하지만, 서로의 진심은 어설픈 배려에 감싼 채 어긋난 위함을 행하고 있다. 가장 바보 같은 은행 강도는 두 딸에게 현실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혼자 전전긍긍하다 월세를 내지 못하면 아이들을 바람난 남편에게 뺏기게 되니 은행을 털려고 하지만, 현금이 없고 도망치다 이 모든 이들과 함께 인질극을 바보같이 벌인다.


그들은 모두 누군가에게 미안해하거나 누군가에게 잘해주고 싶거나 또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싶어 한다. 그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잘 해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다들 바보 같다. 자책하지 말고 자신이 구한 사람도 있는데, 편지를 좀 일찍 열어보았으면 되었는데, 아들에게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좋았을 것인데, 서로 행동으로 대화하지 말고, 마음으로 대화하면 덜 아팠을 것인데. 

우리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을 방법을 그 어떤 훌륭한 카운슬러보다 정확히 잘 알고 있다. 왜 모르겠는가. 모르는척할 뿐이고 깨달은척하는 것일 뿐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한테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우린 누구나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나와 관계된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가 답답해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 사람도 '나'와 같은 '나'이다.

내가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다. '불안한 사람들'에서는 은행 강도의 웃기지만 슬픈 '인질극'이 모든 이에게 트리거 (촉매제)가 되어 그들이 알고 있었지만 행하지 못한 것들을 일제히 행동한다. 그래서 은행강도가 사람들의 몸값으로 요구한 폭죽만큼이나 아름답게 세상에 터트려져 나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무엇을 보고 우리는 사람들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을까?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알고 있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지 못해서, 가슴에 담고 있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전혀 다르게 보이는 - 때로는 왜곡되어 - 행동을 표면적으만 보면 정말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우리가 바보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는 '바보'이다. 그리고 우리 인생에 어떤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나서야 우리는 바보가 아닐 수 있다. 그 드라마와 같은 일이 너무 늦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트리거로부터 바보 같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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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9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뜻도 찾아 보시는 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보 같이 어려운‘ 이란 단어의 뜻이 뭘까 생각해 봤어요ㅋ ‘바보들에게 어려운‘이 맞는듯~
어리석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 공감이 가네요 👍

초딩 2021-07-19 09:18   좋아요 1 | URL
번역본을 읽을 때면, 우리말도 상황에 따라 뜻이 굉장히 다양한데, 영어도 그럴 것이구요. 그러면 어떤 뜻과 어떤 뜻을 서로 맺었는지 몹시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뜻에서 역자분들에게 박수를 또 한 번 보냅니다. 이야기에서는 특히 단어 하나 하나가 (특히 초반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눈 밝은 새파랑님은 인생의 베일에서 오타를 찾으시고 (그 오래된 고전을 ㅎㅎ) 역시 대단하십니다!

독서괭 2021-07-19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를 좋아해서 다른 작품들도 읽었는데, 이 책은 아직 못 읽어봤어요. ‘바보같이 어려운‘이라는 원문에서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보시다니 놀랍습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전작 <베어타운>을 완독을 못해서 이것부터 읽어야겠지만요^^;

초딩 2021-07-19 13:58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고 배크만 책을 더 보려고 하긴 했는데... 우선은 ‘불행한 사람들‘로 아쉬움을 남겨두리고 했습니다. ㅎㅎ
아무튼 블로그하다 첫 책을 내고 그 이후로 승승장구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마흔의 인문학 살롱 -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온 나를 위한 진짜 공부
우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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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신화 그리고 와인. 어떻게든 연결할 수 있지만, 그렇게 연결하기에는 책의 두께가 버거워 보인다. 게다가 마흔부터 시작한 인문학 공부 이야기며 미국인 피아니스트와의 결혼 이야기와 같은 자신의 이야기에 인류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까지 감상과 함께 언급하다 보니 다소 산만하고 그 깊이를 더 얕게도 만든다. 분야별로 언급된 몇 권의 책으로 유추해보면 저자의 독서량이 상당하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도슨트, 궁궐 길라잡이, 많은 도서관에서 한 강의의 경력을 보면 그녀의 지식은 양과 함께 그만큼 체계적으로 잘 정립된 것도 알 수 있다. 한 권의 책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보통의 안과처럼 예약이란 공리처럼 존재하지 않고 대기실이 복도와 비상계단까지 확정된 안과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하염없이 기다릴 때나 휴먼카인드와 같이 통념으로 알고 있던 것을 조리 있게 학문적으로 깨뜨려주는 - 그래서 머리도 아픈 - 책을 읽은 막간에 읽기에는 손색이 없다.

우재라는 고유명사보다는 '마흔'이라는 보통명사의 책 같아서 또한 나쁘지 않다. 삶을 돌아보며 어떤 전환점에서 애정으로 열심히 꾸준히 공부하고 생각한 것들을 담백하게 책으로 내주어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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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1-07-17 18: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초딩님! 공리라는 단어에 초딩님 글에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ㅜㅜ 마거렛 대처가 사회 따위는 필요 없고 오로지 자신과 가정뿐이다라고 했는데요. 공리가 먼저 제거된건지 아니면 사회에서 개인이 먼저 축출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우리는 ‘이기심의 시대‘를 살고 있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모두의 이기심이 꽃 피우는 세상 이게 아름다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스미스가 말한 ‘내면의 재판관이 말하는 소리‘가 어느 순간 무의미해진 건 확실해 보이네요. 물론 제가 카페에서 커피나 홀짝거리며 이상주의자처럼 내뱉고 있습니다만 현실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사회로 귀결되고 있죠. 다시 한번 공리를 곱씹어 보게 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초딩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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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p6 우리가 원하는 것.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다.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다" p7 실천하는 것.


간극.


저 두 문장의 간극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어떤 사람들은 '방황'이라고도 하고 좀 더 고상하게는 '사색'이라고 하며 학문적으로는 '철학'이라고 명한다.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원치 않는 것이라는 말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알면서도 말이다. 누군가 직장에서 어떤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수많은 말도 안 되는 상황들과 이분법적인 악역이 가득해서 도대체 해 먹지 못하겠다는 푸념에서 취중 절규까지 하더라도, 그 자신은 그 일을 어제처럼 지난해처럼 할 것을 알고 있고, 그의 이 어리광 같기도 하고 징징거림 같은 쏟아냄을 듣고 있는 상대마저도 그가 내일이면 아무 일 없이 그 일을 얄미울 만큼 순종적으로 할 것을 알고 있다.

살아오면서 실천에 걸맞은 실천을 행한 것은 손꼽을만하다. 나의 모든 실천이 실천답다면, 나는 벌써 내 후손들이 땀 흘려 기리 모셔야 할 위인의 반열에 끼어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기만당하는 자신을 구출하기 위해 그 '원하지 않는 것'을 기어코 '실천'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불능의 상태가 된다. 완전히 기만당한 것이다.

우리 누구도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을 자서전이나 수필집에 쓰지 않는다. 행여라도 일기에 쓴다면, '초딩'  취급도 못 받는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은 논할 대상도 아니고 '둥근 해가 동쪽에서 떴습니다'를 추억할 때나 좀 더 격상된 의미를 가질 뿐이다. 지켜지지 않는 것, 지키길 바라는 것. 알려지지 않은 것. 알리고 싶은 것. 그런 것들을 쓸 때나 우리는 쓴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쓰인 것을 읽을 때 읽는다고 여긴다. 그래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죽음'에 관해서 그렇게도 명상록에 썼나 보다. 그도 결국 죽음은 원자가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생명의 한 단계라고 고집스럽게 말하지만, 결국 그렇게 수백 번 말하고 써도 받아들이지 못했나 보다.

원하는 것이 원하는 것도 아닌 데다, 아는 것마저 실천다운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우린 자기에게 있지도 않은 것을 쓰기까지 한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을 '번거롭게'를 넘어 짜증 나게 하는 산파법으로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의 문제에 좀 더 가깝게 접근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질문함으로써 무지에 가깝게 갔다. 기만하고 있는 나를 가장 많이 벗겨냈다.

 "내가 이것을 원한다. 내가 원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것이 이것이 맞을까? 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소크라테스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진정으로 찾아냈을까? 그리고 실천답게 실천했을까? 치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수탉을 바치고 독배를 마신 그는 마지막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눈 딱 감고 곧장 실천으로 옮겨버린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은 상반되는 것이 있다'로 시작해서 영혼 불멸을 설파하고 뿌듯하게 손꼽듯이, 그의 독배를 마신 죽음에 그는 또 하나의 손을 꼽으며 그 위대한 '실천'을 행한 것일까?

심장의 철학자 소로는 왜 그렇게 걸었을까? 시속 5㎞의 속도로 걸을 때, 정신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하는데, 소로는 그 활발한 정신을 가지고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루소가 골똘히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걸었다면 이름을 뒤집은 듯한 '월든'의 소로는 외부를 바로 보았다. 흥분해서 도파민이나 내뿜으며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히죽거리는 자기 내부가 아닌 외부를 바라본 것일까?

 '바로 보았다'.  "소로는 너무 많이 봤다" p141

왜 그토록 관찰했을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지 못해서 그저 외면하고 싶었을까?

"무한한 세상에서 자신의 몫만을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만 받아들이도록 타고난다" p141

전체에서 자기에게 해당된 부분만을 제하고 전체를 여집합으로 도려내어 그 바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보려 했던 것일까?

물론, 쇼펜하우어는 내면의 세계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지만 원하는 것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결국 원하는 것이었다로 꼬리 무는 관념론자 같다.



원하는 것.


'원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원하는 것'이 진정 원하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진짜처럼 보이려는 것이든 - 위선, 위악처럼 위원이라고 할까 -, 나 자신을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로 전락시키는 것이든, 인류애를 위한 거룩한 희생이든, 그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기원전 341년 사모아섬에서 태어난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최고의 선으로 여겼다. 그러면 우리는 그 쾌락을 근원적으로 원하는 것일까?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우선 쾌락의 정의가 지금의 그것과는 다르다. 보통의 우리는 긍정 정서 (positive affect)의 차원에서 쾌락을 생각하지만, 에피쿠로스는 결핍과 부재의 측면에서 쾌락을 규정했다. 즉, 좋은 일이 가득하다가 아니고 나쁜 일이 없다를 그 쾌락의 상태라 했다. 그리스인은 이러한 상태를 아타락시아 (atarxia)라 불렀다. '문제가 없다.'. 결국, 에피쿠로스는 향락이 아닌 평정을 추구했고, 부처처럼 욕망을 고통의 근원으로 보았으며, 평정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애초에 그리고 바람직하게 '없었다'는 말인가? 공허.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시몬 베유는 세상과 공감했을까? 베유는 세계의 모든 일과 동조되어 울리는 심장을 가졌다. 그리고 공감에 수반되는 '관심'을 정의했다. 관심은 강제할 수 있는 집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며, 수축하는 집중에 반해 확장한다 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의 잘못된 한 형태로 치부될 수 있는 욕망이 향하는 대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욕망의 주체가 문제라고 했다. 내가 우리가 말이다. 그래서 또한 정신적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버리고 없애는) '아타락시아'를 말한다. 벗어나고 버리는 것은 변장한 욕망인 체념과는 다르다. 체념은 결국 내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얻는 것이 없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얻는 것이 없어 보여도 '관심'은 선하고 긍정적인 진전을 이룬다. 그래서 '체념'은 아닌 '기다림'을 해라고 했다.

인간다움의 인으로 친절과 사랑을 이야기한 공자도 외부의 세계로 한없이 나아갔다. 베유가 선하고 긍정적인 진전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공자도 타인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풀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 p329

행위의 끝점보다는 행위 자체에 관심을 가진 위인이 있다. 간다. 간디는 싸움을 필요악이 아니라 필요선으로 보았고, 싸움의 목적보다는 싸우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 가장 큰 싸움이라고 했으며, 그가 가장 혐오했던 것은 폭력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 우리가 결과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때, 어쩌면 결과는 너무 크고 정의하기 어려우니 간디는 결과 이전의 과정에서 치열하게 행했다.  과정 속에서 행하는 것이 중요하니 그 주체는 자격도 갖추어야 했다. 그래서 간디는 인도의 독립보다 독립할 자격을 추구했다. '원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간극을 전혀 줄일 생각이 없다. 관계지을 생각도 없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분리해 이제 '원한다'를 지운다. '원한다'를 '나아간다'로 치환시킨다면 머무는 것은 무엇이 치환된 것일까? '감사한다.'.

조금만 먹고, 무소유로 권위에 도전하는 견유학파 영향을 받아 "배가 난파됐을 때 난 정말 좋은 항해를 했어"라는 말은 제논의 스토아학파에게 유명한 말이다. 스토아학파에게는 고통을 통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교리로 삼는 엄격함을 상상할 수 있지만, 그들이 멀리 던져 버린 것은 기쁨이나 쾌락, 행복이 아닌 '부정적인 감정' 뿐이다. 그래서 유리잔에 물이 반이나 차 있네에 그치지 않고 유리잔도 가지고 있네라고 여기며 감사해한다.

'원한다'가 '나아간다'이고 '감사한다'가 '머문다'라면, '무관심하게 즐긴다'는 '되돌아간다'를 치환한다.

에픽테토스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을 우리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칭하고, 그 무관한 것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그 무관심을 바탕으로 즐긴다.

우리가 우마차에 묶인 개일 때, 질질 끌리는 것보다는 함께 뛰라고 했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는 우리가 쓰지 않은 대본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다. '원하는 것'은 환원된 채 '원하다'가 소멸해버리는 대목이다. 분자가 원자로 환원될 때 그 성질을 잃어버리듯, 우리는 '것'만 남았을 때 '사유'의 의도도 동력도 잃어버렸다. 내려놓았다. 남은 '것'은 이제 '모든 것'이 되었다.

다행히 간디가 '원하는 것'과 '실천' 사이의 간극에 있는 연결선을 잘라버렸기 때문에 '실천'은 '원한다'를 소멸시키고 베일이 벗겨진 '모든 것'의 정당한 '동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니체는 쐐기를 박는다. 주어인 우리가 목적어인 모든 것을 서술인 '실천'을 똑같이 반복한다고 느낌표를 찍는다. 끊임없이 물음표 찍던 소크라테스에 니체는 느낌표를 덧칠한다. 인도 경전 베다부터 피타고라스까지 말했던 우주가 똑같이 반복된다는 그 느낌표를 말이다. 그리고 그 느낌표는 성공의 모습을 한 시시포스의 행복을 가리키고 있다.

'원한다'가 없는 '모든 것'은 방향성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으니 붓가는대로 따라간다는 뜻의 즈이히츠를 하는 쇼나곤이 말하는 것처럼 덧없이 흘러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 없이 긴 터널을 덧없이 반복하며 보부아르처럼 늙고 몽테뉴처럼 죽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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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맑음 2021-07-15 0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의 멋진 감상을 뱉어내게 한 이 책은 정말 양질의 책인가 봅니다~!! 늘 진보하는 모습 곁에서 바라보기 😎 십니다~!!

초딩 2021-07-15 09:11   좋아요 4 | URL
ㅎㅎ격려와 지지와 관심 감사합니다 ☺️☺️☺️ 늘 지켜봐주셔서 감사하고 요즘 글 올리시니 좋네요~

청아 2021-07-15 09: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마저 읽어야하는데 지금 어디 있는지 겨우 찾았네요ㅋ읽는 중이지만 저도 🌟 5개예요!ㅋㅋㅋㅋ 초딩님. 이 출판사에서 하고 있는 테스트한번 해보세요. 재밌음요(미니님 최근 리뷰 꼭대기)오늘 더위조심 건강한 하루 되세용🌼(๑^ں^๑)🌼

초딩 2021-07-15 12:14   좋아요 2 | URL
ㅎㅎ 방금 mini74 님 포스트 가서

http://socratest.acrossbook.com/

링크 들어가서 해봤어요.
전 소크라테스가 나왔어요.
제시 문장도 좋네요 ~


˝명백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더 시급하게 물어야 한다.”
_『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중에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아 2021-07-15 12:15   좋아요 3 | URL
저랑 똑같으심요! 오예~♡♡♡

새파랑 2021-07-15 0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 철학에 대해 좀 알수 있을까요? 철학에 관심은 가지만 너무 어려운거 같아요 😭 사색은 좋아하지만 철학은 어려운 1인~!!

청아 2021-07-15 12:15   좋아요 3 | URL
(빼꼼🙄)이 책 강추예요!!!ㅋㅋㅋㅋ

초딩 2021-07-15 12:15   좋아요 3 | URL
좋은 철학 개론서들이 많은데,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광범위하게 철인들을 다루지만,
저자의 기차 여행과 일상에 버무려서 친근하게 소개해주니, 좀 더 철학을 일상으로 끌어당겨주는 것 같아요.
가끔 딸 이야기도 나와서.
이 책으로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ㅎㅎ 그리고 워낙 설명을 잘 해줘서 심오하고 머리가 지끈지끈한 내용은 잘 없는 것 같아요 ^^

mini74 2021-07-15 1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리뷰 읽으니 헉 !!!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 듭니다 *^^*

초딩 2021-07-16 09:20   좋아요 2 | URL
^^ 책도 멋스럽고 읽을만 한 것 같습니다. ^^
불금 되세요~ 74님~

그렇게혜윰 2021-07-15 2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읽고 있는데 반납 전에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책을 다 잘 빌려와서 ㅋㅋㅋㅋ 행간에선 방황하는 게 젤 좋네요 전^^

초딩 2021-07-16 09:21   좋아요 2 | URL
전 책을 모두 사서 보는데,
사실은 도서관 가서 책을 빌려보고 반납하는 그 자체를 ㅜㅜ 몹시 해보고 싶어요 ^^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렇게혜윰 2021-07-16 09:49   좋아요 2 | URL
책을 신중하게 고르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의외의 발견이 좋고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좋아요 ㅋ 좋은 하루 되세요^^

keumsik6 2021-07-21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하루가 채 가시기 전에 이 책이 도착했습니다.

초딩 2021-07-21 10:41   좋아요 1 | URL
양탄자 배송인가봐요~
좀 두껍긴한데 그래도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

mini74 2021-08-06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려요 *^^*

초딩 2021-08-06 18:01   좋아요 1 | URL
^^ 미니님 감사합니다! 미니님도 축하드려요~

청아 2021-08-06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당선 축하드려요!!(엄지척)♥

초딩 2021-08-06 18:03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미미님 이달의 당선 페이퍼도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8-06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이 책 많이들 보시던데, 저도 봐야겠어요^^

초딩 2021-08-06 18:02   좋아요 2 | URL
^^ 추천드립니다 ^^
감사하고 그레이스님도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8-06 1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이 책에 저도 관심이 많아 읽어 보고 싶어요**

초딩 2021-08-06 18:01   좋아요 3 | URL
강추 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하고 페넬로페님도 축하드려요~

초란공 2021-08-06 17: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립니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네요 ㅜㅜ

초딩 2021-08-06 18:01   좋아요 2 | URL
ㅎㅎㅎ 초란공님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8-06 17: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무덥지만 기쁜 달 되세요^-^

초딩 2021-08-06 18:03   좋아요 2 | URL
^^ 아 넘넘 감사합니다 ^^
이하라님도 행복한 날 되세요~

서니데이 2021-08-06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8-06 18:53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
항상 서니한 글들에도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8-06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완전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08-06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축하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08-07 0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ㅎㅎ
늘 닉네임과 어울리지 않는 명품 글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1-08-08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1-08-14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