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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불안한 사람들
"이건 여러 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남들을 바보로 단정하기는 쉽지만 인간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바보같이 어려운지 잊어버린 사람에 한해서만 그렇다는 점을 미리 짚고 넘어가는 편이 좋겠다. 특히 누군가에게 아주 좋은 인간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그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말이다." p15
Anxious People
"This story is about a lot of things, but mostly about idiots. So it needs saying from the outset that it's always very easy to declare that other people are idiots, but only if you forget how idiotically difficult being human. Especially if you have other people you're trying to be a reasonably good human being for."
(ref: Google Books - Anxious People)
불안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불안한 사람들을 바보 같은 사람들이라고 단정 지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바보같이' 어려운지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그런데, '바보같이 어려운' (idiotically difficult)가 무슨 말일까? 나는 이 말이 이 소설의 주제어라고 생각한다.
'바보같이 어려운'은 '바보같이' 또는 '바보처럼' (Idiotically) 어려운 (difficult)이라고 해석되는데, '바보들이 어려워하는' 뜻일 것이다.
As for our speed limits, it would be possible to have some respect for them if they weren't so idiotically arbitrary.
우리의 속도 제한들에 관해서는, 그것들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제멋대로가 아니라면, 그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존중을 갖는 것은 가능할 텐데요.
(ref: 네이버 영어 사전)
바보들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아주 어려워한다. 이 사실을 잊어버렸을 때,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단정 짓기는 쉽다.
거꾸로. 바보들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아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안 다면,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단정 짓기가 어렵다.
우리 모두는 바보 같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을 어려워하고, 다른 사람들 눈에 바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우리를 바보로 단정하면 안 된다. 단정하기 이전에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 바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바보'는 어떤 사람일까? '바보'는 원문에서 idiot이다. 'idiot'은 a stupid persoin'이며, stupid는 having or showing a great lack of intelligence or common sense.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어려워하고, 우리가 이 사실을 간과하면 우리는 타인을 쉽게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말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리석게 보이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한다로 볼 수 있다.
정리하면,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많은 우리들이 어려워하지만, 그것은 어렵지 않다"이다.
야크는 10년 전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경찰이 되어서도 그 자책을 벗어나지 못한다.
짐은 먼저 떠나보낸 아내를 그리워하며 약물에 중독인 딸에게 현실적이지 못한 희망을 걸고, 아들 야크에게는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고 주위를 맴돈다.
사라는 그 10년 전 뛰어내린 남자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10년 동안 간직한 채 열어보지 못하고, 은행원인 자신 때문에 한순간에 빚에 몰려 자살한 남자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괴팍하게 살며 자신에 대한 책망을 하며 살아간다.
젊은 날 승승장구했던 아내 안나레나는 자신 때문에 뒤처진 삶을 삶았다고 생각하는 남편 로게르에게 노년에 들어 자신감을 주려 하지만, 서로의 진심은 어설픈 배려에 감싼 채 어긋난 위함을 행하고 있다. 가장 바보 같은 은행 강도는 두 딸에게 현실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혼자 전전긍긍하다 월세를 내지 못하면 아이들을 바람난 남편에게 뺏기게 되니 은행을 털려고 하지만, 현금이 없고 도망치다 이 모든 이들과 함께 인질극을 바보같이 벌인다.
그들은 모두 누군가에게 미안해하거나 누군가에게 잘해주고 싶거나 또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싶어 한다. 그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잘 해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다들 바보 같다. 자책하지 말고 자신이 구한 사람도 있는데, 편지를 좀 일찍 열어보았으면 되었는데, 아들에게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좋았을 것인데, 서로 행동으로 대화하지 말고, 마음으로 대화하면 덜 아팠을 것인데.
우리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을 방법을 그 어떤 훌륭한 카운슬러보다 정확히 잘 알고 있다. 왜 모르겠는가. 모르는척할 뿐이고 깨달은척하는 것일 뿐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한테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우린 누구나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나와 관계된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가 답답해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 사람도 '나'와 같은 '나'이다.
내가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다. '불안한 사람들'에서는 은행 강도의 웃기지만 슬픈 '인질극'이 모든 이에게 트리거 (촉매제)가 되어 그들이 알고 있었지만 행하지 못한 것들을 일제히 행동한다. 그래서 은행강도가 사람들의 몸값으로 요구한 폭죽만큼이나 아름답게 세상에 터트려져 나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무엇을 보고 우리는 사람들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을까?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알고 있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지 못해서, 가슴에 담고 있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전혀 다르게 보이는 - 때로는 왜곡되어 - 행동을 표면적으만 보면 정말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우리가 바보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는 '바보'이다. 그리고 우리 인생에 어떤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나서야 우리는 바보가 아닐 수 있다. 그 드라마와 같은 일이 너무 늦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트리거로부터 바보 같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