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결심할 때, 기부한 돈이 투명하게 쓰일까?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잘 전달될까? 이런 걱정이 앞서게 되고, 그것을 알아보며 많은 기부단체를 돌아다니다 시간에 쫓겨, 실행을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큰 국제단체든 지역의 작은 단체이든 선행을 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홍보도 해야 하고,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 이것저것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심지어 물품의 택배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또 영원회귀처럼 기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나는 마음만 앞서 기부단체를 찾아보고 있다가 '곧장기부'를 알게 되었다.

단 한 푼도 빠짐없이 전액 또는 기부받은 금액으로 구매한 물품이 모두 아이들에게 전달된다고 했다. 어떻게? 지금 보고 있는 광고비도 내야 하는데 어떻게 가능하지?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전액 기부할 수 있도록 모든 비용을 행복나눔재단에서 부담하고 있고, 그 행복나눔재단은 SK그룹으부터 지원받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카카오페이로도 기부할 수 있고, 카카오톡과도 잘 연동되어있는데, 카드 수수료도 지원한다.


곧장기부는 항상 3개의 기부 목록이 있고, 하나가 완료되면 다음 기부가 나타난다. 100원도 가능하다. 모금 금액은 50만 원 선이다. 그리고 모금 중인 곧장기부를 들어가 보면, 센터 소개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 필요한 물품에 대해서 자세히 보여주고, 기부한 사람들의 목록 (익명처리해서)과 그분들이 남긴 응원의 메시지도 볼 수 있다.


매월 얼마의 기부금을 자동이체 걸어두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내가 기부한 금액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게 되는지 알 수 있고, 기부하고 싶을 때마다 적은 돈이든 큰돈이든 기부할 수 있어서 좋다. 기부가 완료되면 전달할 물품의 배송 상태도 볼 수 있고, 받은 후의 사진도 볼 수 있다.

기부를 하고 지난 기부를 보다 아이들이 받은 간식거리들을 들고 찍은 사진을 보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올해의 곧장 기부 신청은 모두 끝났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저 쿠팡에서 주문해서 다음 날 받는 것을, 또 누군가는 어렵게 기부 신청을 해서 긴 시간 동안 기다려 받고 또 그것을 고맙게 생각해서 사진을 찍어 남겨야 하고 그 두 누군가는 똑같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특히 아이들을 사랑하라, 그들 또한 천사처럼 죄가 없으며, 우리를 감동시키고 우리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일종의 지표로서 살고 있기 때문이니라. p101

-알라딘 eBook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중에서


조시마 장로의 담화와 연설문 편에서도 '아이들을 사랑하라고 한다.' 우리를 정화하고 감동하게 하고 또한 그 아이들의 우리 사회의 지표라고 한다. 그러면서 죄 없는 아이들이 그 자리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고통받는 것을 비난하고 바로잡아야 함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기술 기업이 장애인의 장애를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 아닌 '고쳐질 수 있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감동을 전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현실에서 당장 시급하게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을 미래의 어느 날로 미루기 때문에 강하게 비판되어야 한다는 '사이보그가 되다'의 두 작가의 논지를 나는 굉장히 공감하고 그들의 고견에 찬사를 보낸다.




Life is an opportunity, benefit from it. People are often unreasonable and self-centered. Forgive them anyway. If you are kind, people may accuse you of ulterior motives. Be kind anyway.If you are honest, people may cheat you. Be honest anyway. If you find happiness, people may be jealous. Be happy anyway.The good you do today may be forgotten tomorrow. Do good anyway. Give the world the best you have and it may never be enough. Give your best anyway. For you see, in the end, it is between you and God. It was never between you and them anyway p275


마더 테라스라고 쓴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더 테레사 공식 사이트에서도 그녀의 시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작자 미상의 이 시에서,


If you are kind, people may accuse you of ulterior motives. Be kind anyway. p273

'친절하게 굴면 사람들은 숨은 동기가 있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친절하라."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고 우리는 그 의도를 찾으려고 하고 그것이 어리석지 않음의 방법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재단을 후원하는 SK의 의도를 생각해봐야 할 수도 있다.

어떤 기업은 '장밋빛 미래'로 '현재의 돌아 봄'을 가린다. 하지만 또 그 비판적 시각이 의도를 띨 수밖에 없는 기업의 사회 환원 활동을 주저하거나 조심스럽게 함으로써 '현재의 돌아 봄'을 지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는 분이 여유가 되면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써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이 책은 '과거만큼' 현재에는 어렵고 힘든 사람이 많지 않다를 사실 (Fact)로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래서 주저하게 된다. 팩트풀니스가 전달하고 싶은 '의도'도 있겠지만, 아직 책을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세계의 절반이 왜 아직도 굶주리고 있는지, 아직도 사지를 절단당하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하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그런 사실들을 외면할 만큼, 그 의도가 인류에게 중요한지 또 생명보다 고귀한지  모르겠다.


Be kind anyway.

작은 기부를 시작하면서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읽는 우리들은' 그 읽음으로 정보를 취하고, 그 정보를 구조화해서 지식화한 후에 지혜를 가진다. 그 지혜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혜는 나의 바깥에 있는 세상이 투영한 책에서 나에게로 전해져 나의 가치관으로 내재화되어 자리 잡고, 다시 세상을 향한 나의 행동으로 분출되는 것이지 않을까?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고, 지식은 뒤죽박죽 섞인 사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혜는 뒤얽힌 사실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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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3 23: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작은 기부 너무 좋네요. 이걸 읽으신 책과 연결하는 초딩님은 더 대단하신거 같아요. 저도 곧장기부 찾아봐야겠어요 ^^

초딩 2021-06-15 23:54   좋아요 1 | URL
^^ 앗 아닙니다. 우리 함께 기부 많이 해보아요 ^^
훈훈한 북플입니다. :-)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06-13 2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지표!
공감입니다.

초딩 2021-06-15 23:54   좋아요 0 | URL
네 ^^ 저도 조시마 장로 편이 생각나서 한참 찾다 ‘아이들은 사회의 지표‘를 재 발견하고 아주 좋았습니다 ^^

페넬로페 2021-06-14 00: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기부단체 정말 좋은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기부한 돈이 광고비로 엄청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ini74 2021-06-14 19: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끊임없는 잡음에 여기로 옮겼다가 저기로 옮겼다가 그러다 얼마 안 되는데 유난 떠나 싶다가 ㅠㅠ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좋는 곳이 있군요. 고맙습니다 ~

붕붕툐툐 2021-06-15 0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읽기와 기부를 엮어버리는 클라스~👍👍👍
곧장기부 참 좋네용~ 초딩님 멋지세용!!👏👏👏👏

독서괭 2021-06-15 11: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be kind anyway! 좋은 표어 알아갑니다. ‘곧장기부‘라니, 직관적이고 좋네요. 저도 검색해봐서 기부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