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우리의 면역계가 약해지는 순간에 불청객으로 찾아와 괴롭힌다. 제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살다 보면 피해갈 수 없는 것이 감기다. 대개 견뎌내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낫기도 한다. 나는 몸살 기운이 있으면 병원에 가는 대신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비타민 C가 함유된 과일을 섭취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몸을 따뜻하게 해서 일찍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해서 하루 푹 자고 나면 몸살 기운이 사라졌다. 하지만 우습게 여겼다가 심각한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이번 달에 감기, 아니 독감의 위력에 아주 호되게 당했다.

 

감기는 코나 목의 점막이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일어나는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독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감기는 일반적으로 콧물, 기침, 발열 증상 등이 나타나다가 1주일 정도 지나고 나면 가라앉는다. 반면 독감은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활발히 복제하는 잠복기가 시작되면 발생한다. 이때 고열과 두통이 동반되고, 심하면 근육통도 생긴다. 고통스러운 전신 증상이 지속하면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나는 근육통에 가까운 증상이 오지 않았지만, 며칠 동안 식욕이 떨어졌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하필 독감 증상이 목요일부터 생기는 바람에 금요일 하루 동안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버거웠다. 토, 일요일 내내 집에 누워 있었다. 그날 진짜 이불 밖이 위험하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독감은 매년 약간씩 다른 균주들이 지역별로 유행하나 드물게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질 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18년부터 3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이다.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들이 바이러스를 묻혀와 미국에 퍼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유행 초기 스페인에서 사망자가 대량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페인 독감은 중세의 흑사병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8개로 이루어진 바이러스 유전자가 불안정한 구조여서 매년 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독감을 가장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예방주사의 효력이 1년밖에 지속이 안 되므로 매년 접종을 받아야 한다.

 

독감은 치료제가 있는 반면, 감기는 아직 치료제가 없어 환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환자들은 그럴 때마다 습관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습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판매되는 종합감기약에는 항히스타민제, 혈관수축제, 해열제 등 각종 약물이 들어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증상을 완화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약을 자주 먹게 되면 인체의 내성을 키우게 되고, 정작 필요할 때 약을 복용해도 약효가 지속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인간은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도 바이러스를 퇴치하거나 인체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반면에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특히 감기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파라인플루엔자(parainfluenza) 등 수백 가지인데다 이들은 끊임없이 변신한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칼 짐머는 인류가 리노바이러스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며칠 만에 치유할 수 있는 감기를 불치병으로 인식한다고 주장했다. 비단 리노바이러스뿐이겠는가. 우린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기를 유발하는지 잘 모른다.

 

인간은 오로지 자기 복제를 위해 무차별로 인체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고, 나아가 인간 사이의 전염이 가능할 정도로 변이를 일으키면 심각한 위협이 된다.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해롭기만 한 존재일까. 칼 짐머는 바이러스가 없으면 인류는 존재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바이러스는 산소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며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는 데에도 필요한 존재다. 바이러스는 파괴하는 자와 구원자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야누스 같은 존재다. 인류의 삶을 파괴하기도, 생명 활동을 돕기도 한다. 숙주인 사람과 우리가 병원체로 생각하는 바이러스가 공존하는 것도 하나의 자연 질서다.

 

감기 바이러스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둘러싸여 있고, 계속 우리 몸에 침투하고 있다. 감기에 걸리고 걸리지 않음은, 바이러스가 아닌 몸의 면역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래서 나는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지 않는 편이다. 알고 보면 감기는 단순한 질병이면서도 내 몸의 변화를 감지하여 면역력이 약해졌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가 된다. 이럴 때 약을 의지하기보다는 면역력이 회복될 수 있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야근과 주말근무를 당연하게 여기는 헬조선식 근로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감기는 불치병으로 매년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 지나 콜라타의 《독감》은 1999년에 출간되었고, 2003년에 국내에 번역되었다. 지나 콜라타는 스페인 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독감》을 집필했다. 이 책이 출간되고, 4년 뒤 국내에 소개되는 동안 스페인 독감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도 독감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소개하는데 이만한 책은 없다. 2005년, 스페인 독감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형인 ‘H1N1’으로 밝혀졌다. 우린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너무나도 친숙한 녀석이다. 2009년에 유행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신종 플루’로 알려진 그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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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12-30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니-갑자기 사일러스님께 감기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
올 한 해 사일러스님 덕분에 꽉 찬 즐거운 한 해 보냈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로 제 친구가 되어주세요.
올해만큼 내년에도 복된 한 해 되길 기원합니다.-^^

cyrus 2016-12-31 16:22   좋아요 0 | URL
독감이 내년에도 유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백신 접종을 해야겠어요.. ㅎㅎㅎ

제가 올해 특별히 잘한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웃님들을 많이 만나면서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꿀꿀이님의 글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서니데이 2016-12-30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기도 유행바이러스가 다른 만큼 감기따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이번에는 열도 많이 나고 근육통이 심해요.
하지만 독감은 증상이 더 심하다는 거겠지, 싶어요.

cyrus님, 올해 제 서재 많이 와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연말, 희망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6-12-31 16:26   좋아요 1 | URL
독감 증상 이후에 생기는 합병증이 무서워요. 오래 방치하면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올해 서니데이님에게 책, 티코스터 선물을 받았는데, 내년에는 제가 먼저 기습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

구름물고기 2016-12-30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들 매번 잘 읽고 있어요 다음해에도 잘 읽을테니 많이 부탁드려요 ㅋ

cyrus 2016-12-31 16:27   좋아요 0 | URL
제 글이 길어서 북플로 읽기 힘들텐데 조금이라도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AgalmA 2016-12-31 0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엔 잘 안 나타나셔서 서재 쉬면서 책을 읽으시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프셨던 주말엔 누가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좀 서글프셨을 듯...
cyrus님 내년엔 특히 건강하시길 바라고, 도타운 대화 많이 나누길^^/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cyrus 2016-12-31 16:30   좋아요 0 | URL
주말에 쉬는 게 정상인데 가족 중 저 혼자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따가운 눈치를 받느라 괴로웠습니다. ㅎㅎㅎ

Agalma님도 건강하시고, 내년에도 자주 뵙고 싶습니다. ^^

꼬마요정 2016-12-31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독감은 정말 무서운 녀석이군요. 전 다행히 강제로 백신을 맞았는데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이번 독감 무섭더라구요~ cyrus님은 이제 다 나으신건지.. 건강이 젤 중요합니다~^^

cyrus 2016-12-31 16:36   좋아요 1 | URL
다 나았습니다. 기침, 콧물이 멈춰서 완전히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이틀 동안 가래가 생겨서 독감의 위력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ㅎㅎㅎ

꼬마요정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blanca 2016-12-31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기와 독감, 저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예요. 뉴튼지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저는 좀 이해가 어렵더라고요. 소개해주신 독감 관련 책 찾아봐야겠어요. 몸 빨리 회복하시기를 바라요.

cyrus 2016-12-31 16:38   좋아요 0 | URL
blanca님이 쓰신《면역에 관하여》 리뷰를 보고, 책을 읽게 됐습니다. 정말 부모가 읽어봐야 할 책이었습니다.

yureka01 2016-12-31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차 세계대전때 전투로 죽은 사람보다 스페인 독감으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고 ㄷㄷㄷ.고열.오한.심한 근육통..이게 심해지면 혼수상태가 오거든요...그래서 그냥 버티면 죽을 수 있겟구나 싶었죠...이젠 좀 회복되었는지요...

cyrus 2016-12-31 16:41   좋아요 0 | URL
이제는 괜찮습니다. 기침이 멎은 이후 이틀동안 가래가 많이 생겨서 조금 걱정했어요.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거든요. 폐렴 초기 증상 중 하나가 잦은 가래라고 하더군요. ^^;;

jeje 2016-12-31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감기약은 치료가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란것을 알면서도 쉴시간이 마땅치 않으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 아프기 위해서 먹어요 ㅠ
새해에는 면역력을 더욱 키우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cyrus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7-01-02 13:20   좋아요 0 | URL
빨리 낫고 싶은 마음이 생길수록 약에 의존하는 것 같아요. 사실 약을 먹지 않으면 감기 증상이 오래 갑니다. 그 기간이 정말 힘들어요. ^^;;

jeje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나비종 2017-01-02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라리 합법적으로 쉴 수 있는 독감이길 바랬던 감기가 3주 이상 계속 되어서 저 역시 12월에는 힘들더군요.
항상 건강하시고, cyrus님과 님의 주변에 웃음 가득하고, 휴식같은 날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cyrus 2017-01-02 13:30   좋아요 0 | URL
3주면 진짜 고생하셨겠어요. 저는 일주일동안 증상에 시달리니까 아무 것도 하기 싫었어요. ㅎㅎㅎ

나비종님도 건강하시고, 올해에 즐거운 일들이 많이 있길 바랍니다. ^^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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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인류의 공중보건 위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 발명품이다. 제너, 파스퇴르 같은 학자들 덕분에 매년 백신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인류는 백신의 개발과 예방접종의 확대를 통해서 질병에 의한 사망률을 지속해서 낮추어왔다. 우리가 질병에 의한 사망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예방접종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올해 6월 말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이 시행되자 일부 부모들은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예방접종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면 한쪽에서는 ‘백신 무용론’을 펼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린이 건강과 국민보건을 위한 질병 예방 차원에서 예방접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자연주의 삶을 표방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예방접종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두에 걸린 아이를 불러 파티를 여는 ‘수두 파티’가 유행하기도 했다. 자연주의 삶을 실천하는 엄마들은 수두는 어릴 때 걸리면 증상이 가볍고 자연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예방주사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자연주의 육아법은 영유아를 키울 때 예방접종을 맞히지 않고 자신의 면역력만으로 병을 극복해내도록 유도한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따라 외국에서는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의 건강에 매우 예민하다. 자녀가 아프지 않고 원활히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들을 노력하기 마련이다. 부모의 걱정은 끝이 없다. 예방접종이 가능한 시기가 다가오면 당연히 걱정이 커지게 된다. 자녀를 둔 어머니이자 작가인 율라 비스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녀 역시 백신의 위험성에 걱정했다.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그녀의 유일한 길이 바로 글쓰기이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꼭꼭 감추어 놓은 고민이 있다. 그러한 고민을 털어내지 못하고 하나둘씩 쌓이면 병이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은 마음을 다스리는 글쓰기다.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는 엄마로서 육아의 건강관리에 대한 자기 생각을 조건 없이 쏟아낸 솔직한 기록이다.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백신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의심과 두려움을 걷어낸다.

 

몸에 해로울 수 있는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피하는 자연주의는 개인의 삶의 방식으로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주의 부모들에게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백신 무용론을 지나치게 믿는 반응이다. 이는 면역에 대한 무지와 오해가 부른 편견이다. 인체는 태어날 때 받은 선천면역과 살아가면서 획득하는 후천면역이 서로 조화를 이뤄 자신을 위험에서 효율적으로 방어하도록 진화되어왔다. 즉 면역계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외부 침입자들과 반응하면서 면역력을 강화한다. 그런데 세균에 의한 독소가 인체에 지나치게 많아지면 인체 내에서 핵폭탄에 버금가는 해를 끼치게 된다. 합병증이 일어나서 사망으로 이어진다. 백신 부작용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 면역계의 자가 능력을 지나치게 믿으면 아이를 괴롭히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약이 그러하듯 백신 역시 부작용이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에서 발생 가능한 극히 드문 부작용보다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질병 예방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주장한다. 만약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 한 명이 전염병에 걸리면 집단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 그 사람 건강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예방접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예방접종이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을 제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자연주의 육아를 신봉해서 초래한 최악의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고 반성해야 한다. 감염 증상 및 사망률 증가의 원인을 정부의 감염관리 체계의 문제로 떠넘기는 반응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 격이다. 이러한 갈등이 생기지 않으려면 방역 행정에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일단 백신 부작용에 대한 유언비어와 불안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백신은 우리에게 좋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백신은 ‘우리 편’, 바이러스 등 세균은 ‘악당’이라고 여겨온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을 비롯한 질병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로는 굴복하고 때로는 극복하면서 인류는 질병과 함께 살아왔다. 몸속에 좋은 세균이 늘어나면 면역력이 향상돼 각종 질병을 막는 데 도움 된다. 율라 비스는 인류와 세균을 서로 균형을 이루어 정원 속에서 살아가는 공유 관계로 비유했다. 좋든 나쁘든 우린 평생 세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세균은 인류가 몸속에 지녀야 할 영원한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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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30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감이 유행인 요즘이네요^^: cyrus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되세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cyrus 2016-12-30 19:5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호랑이님의 좋은 글 많이 남겨주세요. 연의와 올해 마지막 주말 잘 보내세요. ^^

2016-12-30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30 20:57   좋아요 0 | URL
건강에 좋은 음식 잘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면역력이 좋아질 겁니다. ^^

비로그인 2016-12-30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감과 함께 백신관련 서적이라 더욱 흥미롭습니다.
cyrus님 추운 겨울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cyrus 2016-12-30 20:58   좋아요 0 | URL
알파벳님도 올해 마지막 주말 잘 보내세요. ^^

레삭매냐 2016-12-3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관심 가지고 있었는데 먼저
읽으셨네요.
도서관에서 빌려다 봐야겠습니다.

해피 뉴 이얼~

cyrus 2016-12-31 16:16   좋아요 0 | URL
자녀를 보살피는 부모가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

아무 2016-12-3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명남 번역가님 올해 열일하셨네요 ㅎㅎ 이 책이랑 <칼 세이건의 말> 찜해두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하니 전 군대에서 파상풍 주사를 마지막으로 백신을 맞은 기억이 없습니다^^;; 원래 1년 중 하루는 꼭 감기든 장염이든 앓는데, 올해는 그런 일도 없다보니.. 이렇게 제 건강을 맹신하면 안 될텐데요;;

cyrus 2016-12-31 16:19   좋아요 0 | URL
《면역에 관하여》 독자리뷰 중에는 번역에 이의를 제기한 내용이 있었어요. 저는 이 책 무난하게 읽었어요.

저는 마지막 백신이 2010년에 맞은 감기 주사였어요. 정말 오래됐어요. ^^;;
 
독서한담 - 오래된 책과 헌책방 골목에서 찾은 심심하고 소소한 책 이야기
강명관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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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리된 서가 앞에 서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애서가에게는 절로 호감이 간다. 그래도 현실은 절대 유쾌하지 않다. 이사할 때 책과 책장이 가장 큰 짐이 된다.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려면 애지중지하던 책들을 과감하게 솎아내야 한다. 사실 자식처럼 소중한 책들을 판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 얼마 전에 깨달았다.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채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 숨 막혀 보였다. 팔기로 한 책 여러 권을 빼고 나니 수납공간은 기대 이상으로 넉넉해졌다. 책값이나 책 읽을 시간이 문제일 뿐, 당분간은 꽂을 자리를 걱정하지 않고도 책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소설가 이태준은 자신의 수필에 책을 ‘冊’으로 썼다. 그는 책을 ‘冊’으로 써야 제격이라 했다. ‘冊’은 정말 책을 쏙 빼닮았다. 하지만 ‘冊’이 아름답다고 해도 차렷 자세로 고단하게 서 있어야 하는 모습에서 장서가의 독단적인 고집이 느껴진다. 이젠 슬그머니 짝을 지어 옆으로 드러눕기도 하고, 친구처럼 옆의 책에 비스듬히 기댈 수 있는 여유로운 서가의 모습이 이태준의 ‘冊’보다 더 아름답다. 생각해보면 워낙 없이 살아서인지 책을 빌려주는 데 참 인색하다. 그러하다 보니 상대방에게 책을 빌리는 일 자체도 어색하다. 애서가일수록 책을 빌려주는 일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건 책을 본능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국문학자 이희승은 빌려준 책에 낙서나 조금이라도 구겨진 책장을 발견하면, 그렇게 만든 사람의 뺨을 갈기고 싶다고 표현했다. 이희승 선생은 나와 비슷한 ‘궁정식 애서가’이다. 《서재 결혼시키기》의 저자 앤 패디먼에 따르면, 궁정식 애서가는 책의 내용뿐 아니라 종이와 활자로 된 책의 외양을 엄숙하게 떠받드는 독자를 의미한다. 궁정식 애서가에게 책에 밑줄을 긋는다거나 읽던 책장을 접는 신성모독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간혹 장서가를 ‘고서 수집가’와 동등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고서 수집가는 고서의 매력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냥 막연히 고서를 모으는 것이 아니다. 고서를 수집하면서 자연스럽게 고서의 내용을 분석하는 감식안까지 갖추기도 한다. 고서 수집가들 사이에서 소장 가치도, 학문적 효용성도 없는 고서를 순우리말로 ‘섭치’라고 부른다. 고서라고 해서 수집가들에게 환영받는 것이 아니다. 섭치 더미 사이에 귀중한 고서를 고르는 수집가들의 능력은 대단하다. 특히 연구를 위해 책을 많이 읽어야하는 학자들은 수집가 기질이 다분하다.

 

책을 모으는 학자인 강명관 교수는 고서를 사 모으는 일에 애착이 없다고 밝혔다. 연구를 위해 참고해야 하는 고서는 대개 영인본으로 나와 있다. 큰돈을 들이면서 원본을 사지 않아도 된다. 강 교수의 생각은 고서 수집가들의 활동과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과거에는 고서 수집가와 학자가 장서가를 상징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희귀한 고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그들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무리하게 고서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고서에 대한 강 교수의 확고한 주관은 고서를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물로 여기는 사회 풍토에 맞서는 데 기억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값비싼 고서가 아니더라도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책을 모으려고 한다면 누구나 장서가가 될 수 있다. 희귀 고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장서가의 자격이 될 수 없다. 장서가는 책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없어도 된다. 나는 장서가를 ‘책 전문가’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 책은 머리가 똑똑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분야에 가리지 않고, 절판본에 관심이 많다. 가끔은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할 말이 없는 수준 이하의 내용으로 채운 절판본도 산다. 나는 남들이 찾지 않는 섭치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를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다. 섭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장서가다. 섭치도 가치 있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 먼지 속에 묻힌 섭치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일이 정말 좋다. 강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절판본을 모으는 일만으로도 내 공부는 충분히 하는 셈이다. 고서가 아닌 심심하고 소소한 책도 장서가에겐 소중한 존재이다. 책에 귀천(貴賤)이 없다. 결국, 책의 귀천은 책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장서가의 마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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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6-12-28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희승 선생에게 뺨을 맞겠네요. 요즘 제가 책을 읽는 방식이 밑줄 치며 읽는 방식이라.. ㅎㅎ 물론 제 책에만 그렇긴 하지만..
장서가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역시 수납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간이 없으면 책을 계속 쌓는 사태가 발생하여.. 최근에 책 정리를 하면서 마흔 권 정도를 빼놓았는데, 그래도 책을 꽂을 수는 없더라구요^^;; 아 물론 제 방이 워낙 좁은 게 원인이겠지만..

cyrus 2016-12-28 20:18   좋아요 1 | URL
남의 책에 밑줄 긋지 않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ㅎㅎㅎ

저는 책에 밑줄 긋는 독서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책 읽는 방식에도 각자 선호하는 취향이 있으니까요. ^^

책을 빼도 새 책을 장만하는 바람에 수납 공간은 영원한 고민이 되어버렸습니다. ^^;;

심성 2016-12-28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귀천이 없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세상의 섭치가 누군가에겐 소중한 책이 될 수 있고 세상이 좋다고 말하는 책이 나에게는 섭치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죠. 책에는 귀천이 없고 책의 가치는 스스로 정하고 주관적이며 유동적이고 또 갇혀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정한 잣대에 책마저 갇힐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세상의 책은 많고 독서가는 그 책의 가치를 주관적으로 정하고 그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로...이북의 발전으로 책의 자료양이 더이상 부피로 계산되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기도 하고 뭔가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

cyrus 2016-12-28 20:32   좋아요 0 | URL
오늘도 좋은 말씀해주시는군요. 심성님이 말씀하신 애서가의 의미를 보면서 제가 책을 대한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남이 좋다고 말한 책들을 모으는 바람에 정작 제 스스로 발견한 책 수가 적었습니다. 전자북이 완전히 정착되더라도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을 겁니다. ^^

stella.K 2016-12-28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도 읽었구나. 의외로 재미가 별로 없어. 그지?
그렇긴 한데 요즘엔 출판 환경 좋아져서 그런지 정말 종이가 아까운 책도
많아. 그건 좀 분리를 해야할 것 같아.ㅋ

cyrus 2016-12-29 11:13   좋아요 0 | URL
독서 에세이를 좋아해서 읽었는데요, 고서 이야기 외에는 특별한 내용은 없었어요. ^^;;

2016-12-29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29 11:18   좋아요 0 | URL
쓰레기로 취급받는 책은 불쏘시개로 써야합니다. ㅎㅎㅎ

제가 저자 입장이라면 책이 절판되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16-12-2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사 다닐 때마다 종종 책이 너무 짐스러워서 처분하고는 하는데, 그렇게 처분하고 몇 년 흐른 뒤 그 책이 절판되어서 중고 시장에서 값이 풀쩍 뛰어있으면 좀 아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ㅎ 아주 오래 전, 사드의 <소돔120일>을 읽고는, 청소년 때라 엄마한테 들키면 혼날 것 같아서 길에 내다버렸는데 그 책이 절판되고는 나중에 10만원 호가하게 중고시장에서 판매되는 걸 보고는 땅을 친 적도 있습니다. ㅋㅋㅋ

cyrus 2016-12-29 11:5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책 정리할 때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게 파는 책이 절판본이 될 지 안 될 지 모르는 점입니다. ㅎㅎㅎ

헌책방에서 구한 절판본의 양이 많아서 줄이고 싶어도 줄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레삭매냐 2016-12-2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도 다음달 이사를 앞두고 책을 부지런히 솎아내고
있긴 한데 지지부진하네요.
더 독하게 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cyrus 2016-12-29 17:42   좋아요 0 | URL
저는 주말에 다시 책장을 정리하려고요. 책장 받침대가 책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비뚤어진 것 같았어요. ^^;;

transient-guest 2016-12-30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치워도 어차피 다시 채우게 될 터, 그냥 모두 갖고 살기로 했습니다.ㅎㅎ 제가 읽은 많은 장서가들의 이야기가 결국 그렇게 되더라구요...책을 읽는 방법도, 분야도, 사들이는 것도 왕도는 따로 없고, 지금의 시대라면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한 형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ㅎ

cyrus 2016-12-30 16:11   좋아요 0 | URL
아주 바람직한 마음입니다. 역시 알라딘 서재에서 뵙는 분들을 보면 동질감이 느껴져서 기분이 편안해져요. 그래서 알라딘 서재에 글을 남깁니다. ^^

transient-guest 2023-09-2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이번에 구입하네요 글을 남긴 건 7년 전의 저인데 구매는 7년 후의 제가 하니 세상이치가 참 재미있습니다 ㅎ

cyrus 2023-10-01 15:56   좋아요 1 | URL
정말 오래전에 쓴 글이네요. guest님이 댓글 안 남기셨으면 이 글을 다시 볼 일이 없었을 거예요.. ㅎㅎㅎㅎ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
 

 

 

 

 

 

 

 

지난주 금요일에 ‘서재의 달인’ 발표가 있었습니다. 올해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된 회원은 100명이었습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선정된 서재의 달인 회원 수 중 두 번째로 많은 기록입니다. 작년 서재의 달인 선정 회원 수가 가장 많은 기록인데요, 150명이었습니다.

 

올해 서재의 달인 회원 100명 중에 제가 아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서재의 달인 발표 이후 몇 몇 분들이 서로 축하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정말 훈훈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넘어가기가 찝찝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된 회원이 한해 가장 열심히 활동한 회원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서재의 달인 발표 이후부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서재의 달인 또는 북플 마니아에 선정되지 못해도 서재 활동을 열심히 한 분들이 있었으니까요.

 

현재 서재의 달인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15년 12월 1일 ~ 2016년 11월 30일까지의 활동 내역

 

* 마이리뷰, 마이페이퍼, 100자평, 친구수, 팔로잉 수, 팔로워 수, ‘좋아요’ 받은 횟수, ‘좋아요’ 한 횟수

 

 

내년 2017년 서재의 달인이 되려면 올해 12월부터 내년 11월 30일까지 서재에 글을 써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내 글이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또는 다른 회원의 글을 ‘좋아요’를 누르기 위해서 ‘친구’ 회원을 만나야 합니다. 그러니까 예전 알라딘 서재 버전으로 표현하자면, ‘즐겨 찾는 서재’가 많아야 합니다.

 

그런데 온라인 공간에서 친교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분은 서재의 달인 선정에 불리합니다. 북플 ‘친구’, ‘즐겨 찾는 서재’ 수를 늘리려면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북플 런칭 이후로 제 서재를 방문하는 분들이 확 늘어났습니다. 2010년 알라딘 서재에 활동하기 시작할 때는 저와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 년 동안 서재 활동을 했는데도 ‘즐겨 찾은 서재’의 수는 30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나름 친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는데도 말이죠. 북플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즐겨 찾은 서재’ 수가 50개, 100개에 도달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좋아요’ 받은 수가 적지만, 일 년 동안 글을 50편 이상 쓴 회원 역시 열심히 서재 활동을 한 것입니다. 저는 글쓰기야말로 서재 활동의 근면성을 보여주는 일차적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년 동안 작성된 글의 수가 적은데도, 친구 수, 팔로잉 수, 팔로워 수, ‘좋아요’ 받은 횟수가 많다는 이유로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는 것은 부당합니다. 결국 친교 활동 위주의 회원이 서재의 달인 선정에 유리해집니다.

 

2009년부터 2014년 서재의 달인 선정기준을 보게 되면, 친교 활동을 많이 하는 회원이 서재의 달인에 선정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북플이 나오기 전에는 ‘즐겨찾기 당한 수’, ‘다른 글을 추천한 수’, ‘추천된 수’였고, 북플 런칭 이후로는 ‘팔로워 수’, ‘다른 글을 좋아요 한 수’, ‘좋아요 받은 수’로 명칭이 달라졌습니다. 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일 년 동안 글을 100편 이상 써서 서재지수를 높여도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지 못합니다. 알라딘 측의 선정 기준에 맞춰 서재의 달인이 되려면 소심한 성격을 극복해서라도 다른 회원들과 어울려야 합니다. 그러면 서재를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회원들의 수가 늘어나고, 글에 ‘좋아요’ 받는 수도 늘어납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년부터 세 가지 조건을 언급한 선정 기준 항목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 점에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알라딘이 글을 열심히 작성하는 회원들에게도 서재의 달인 혜택을 줄 거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서재의 달인 명단을 확인하면서 알라딘을 향한 제 믿음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로라^^’님은 올해 서재의 달인, 북플 마니아로 선정되었습니다. 저와 친하게 지낸 분입니다. 작년에 서재 활동을 열심히 하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올해 2월 1일에 작성된 글을 마지막으로 서재 활동이 뜸해졌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로라님이 올해 서재의 달인, 북플 마니아로 선정된 것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로라님과 친하게 지낸 분들에게는 불쾌한 기분이 들 수 있는 발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라님이 서재의 달인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한 제 설명을 확인하고 난 후에 반박하셔도 좋습니다. 잘못된 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로라님이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날짜는 2016년 2월 1일입니다. 2015년 12월 1일부터 2016년 2월 1일까지 오로라님이 작성한 글의 수는 총 45편입니다. 고작 두 달 동안 활동한 내역만 가지고 서재의 달인, 북플 마니아로 선정되는 것은 일 년 동안 꾸준히 글을 작성하고도 서재의 달인, 북플 마니아 모두 선정되지 못한 회원들을 배려하지 못한 결정입니다.

 

 

* 가을남자 159편 (2016 북플 마니아)

* 그리움마다 75편

* 나비종 92편

* 남희돌이 125편

* 모시빛 231편

* 사랑지기 85편

* 초코머핀 80편

* 표맥(漂麥) 75편

* 해피북 112편 (6월까지 활동, 2016 북플 마니아)

* 희선 93편

* pek0501 52편

* samadhi(眞我) 44편

 

* 오로라^^ 45편 (서재의 달인 2016 & 2016 북플 마니아)

 

 

나비종님, 남희돌이님, 초코머핀님, 표맥님, 해피북님, pek님은 저와 ‘친구’로 알고 지내는 분들입니다. 나머지 분들은 저와 ‘친구’ 관계가 아닌 회원입니다. 저는 이 열두 명의 회원이 서재의 달인, 북플 마니아에 선정되지 못해서 아쉽게 느껴집니다. 다행히 가을남자님과 해피북님은 북플 마니아에 선정되었지만, 두 분이 서재의 달인에 선정돼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열두 명의 회원이 2015년 12월 1일부터 2016년 11월 30일까지 작성한 글의 수는 그리 적은 편은 아닙니다. 남희돌이님, 모시빛님은 100편 이상의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서재의 달인과 북플 마니아 모두 선정되지 못한 걸까요? ‘팔로워 수’, ‘다른 글을 좋아요 한 수’, ‘좋아요 받은 수’ 조건 중 하나가 충족되지 못해서? 이 문제의 조건이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서재의 달인 선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선정 과정이 불공평합니다.

 

내년 서재의 달인 선정을 목표로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제 글을 ‘친구 요청’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을 제대로 보지 않고, ‘좋아요’만 누르는 것을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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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6-12-27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래 너무 바빠서 요즘 글도 못 쓰고 책도 못 읽고 있지만, 사이러스님 글은 완독하고 좋아요 눌렀음다! ~^^

cyrus 2016-12-27 18:05   좋아요 2 | URL
요즘 연말이라서 바쁘시죠? 저도 오늘 오랜만에 글을 써봤습니다. ㅎㅎㅎ

제 글을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서니데이 2016-12-27 18: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15년은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서재의 달인을 많이 선정했네요. 매년마다 알라딘의 선정기준이 조금씩 변경되고 있는 것 같은데, 선정되신 분들에게는 기쁜 소식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께는 아쉬움이 될 수 있어서, 축하인사 드리면서도 그 점이 마음이 쓰였어요. 알라딘 내부의 기준에 따라 선정되겠지만, 과정을 잘 알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cyrus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6-12-27 19:54   좋아요 3 | URL
서재의 달인 명단에 제가 아는 분들이 많이 보여서 저 또한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서재의 달인 선정이 너무 친교 활동 위주로 가는 것 같아서 기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제 입장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찝찝한 기분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

감은빛 2016-12-27 19: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서재의 달인‘ 선정이 되기 위해 서재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니,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아요. (이달의 당선작도 마찬가지구요.)
시루스님 글을 읽고 나니, 선정기준이 이상하긴 하네요.
언제나 선정 기준에 대한 말들이 많을 수 밖에 없겠지만,
알라딘 입장에서는 그걸 다 공개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납득할 수준이어야 할텐데요.

시루스님, 2016년 남은 날들 잘 보내시고, 활기찬 새해 맞으세요!

cyrus 2016-12-27 19:58   좋아요 2 | URL
오로라님이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될 정도면 감은빛님도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어야 합니다.

감은빛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겨울호랑이 2016-12-27 1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의 선정 기준을 잘 몰랐는데, cyrus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항상 북플과 알라딘 서재 기능에 대해 문제제기를 통해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6-12-27 20:00   좋아요 4 | URL
내년에도 저와 모든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

재는재로 2016-12-27 19: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재의달인이라는거 기준이저렇군요 저도알라딘에초기에는 서재활동보다는 책구매하고읽고나서는 그냥개인적으로책리뷰를했는데요 좋아요같은거귀찮아서 댓글도별로 남기지않고 내가구매할책 구매전리뷰나읽는정도였는데 그럴때는 서재의달인 안되었고한2년정도이용하다 조금씩 좋은분들알게되어 좋아요나댓글남겼는데 그러다 서재의달인이되었고 올해도되었는데요 솔직히기준은잘모르겠어요눈에보이는수치같은게없으니 그래도 글을읽고보니 이건이니다싶네요 친목도좋지만서재의달인같은경우는 좋은활동많이하신분이받는게 맞는것같아요 좋은문제제기감사합니다 시루스님 즐거운 연말되세요

cyrus 2016-12-27 20:06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저도 예전에 다른 회원의 서재에 댓글 남기는 일을 귀찮게 생각했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제 서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까 제가 자만심에 빠진 겁니다. 받는 것에 익숙해지면 주는 것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 제 생각과 감정을 댓글로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합니다. 댓글 작성이 서재의 달인 선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댓글 수도 서재의 달인 기준에 포함된다면 저는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입니다.

제 생각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는재로님도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무 2016-12-27 2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로 보니 수가 확 늘었다는 게 보이네요. cyrus님 말씀처럼 좋아요가 너무 큰 기준으로 작용하면 문제가 많아지겠단 느낌도 듭니다. 좀더 적극적인 반응도 해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고..^^;;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도 좋은 글과 날선 문제제기 부탁드립니다 ㅎㅎ 감기 조심하시구요^^

cyrus 2016-12-28 12:18   좋아요 1 | URL
도배글, 텍스트 없는 사진 게시물이 아니라면 일 년 동안 리뷰와 페이퍼를 합쳐서 50~100편 이상 작성한 회원은 서재의 달인 혜택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뷰만 쓰는 회원은 활동을 안 하는 유령회원으로 볼 수 없으니까요.

아무님은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축하드리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장소] 2016-12-27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편이나 리뷰했나..확 궁금해졌어요. 전 이번엔 안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책구매가 눈에 보이게 떨어진 것도 있고 .. 그래서.. 그래도 되고나니 기쁘긴하더라고요 . 근데 , 저 댓글로 달인된거 같은데 미안해서 ..어쩌죠?ㅎㅎㅎ

cyrus 2016-12-28 12:19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은 올해 하반기부터 글을 많이 쓰셨던 것 같습니다. 책 구매와 댓글 작성은 서재의 달인 선정에 관련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장소님은 일 년 동안 게시물을 많이 작성하셨고, 친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셨으니 서재의 달인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

[그장소] 2016-12-28 14:3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위로와 격려의 말씀 감사해요. 사실 하반기에만 글 작성이 활발했던건 아니지만 ..전 계속 썼는데 올리지 않았던 것 뿐 이거든요. 암튼 어떤 분위기가 너무 힘들어 잠시 쉬긴했던거 같아요. 좋은 얘기들 감사합니다~^^

심성 2016-12-27 2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북플(서재)의 목적은 독서의 기록. 동류의 사람들과의 공감. 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족하지만 올해 73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서평을 적게 썼지만 ˝서재의 달인˝이 되기 위한 목적으로 북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된 달인분들도 축하드리고 충분히 열심히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달인으로 선정된 사람이 진정으로 좋은 독서를 하고 좋은 리뷰를 하였는가에 대한 의문점은 저도 있습니다. 블로그의 달인이 되고 싶었다면 블로그를 팔로워를 많이 가지고 싶었다면 sns 를 하면 될 일입니다. 다만 북플(서재)라는 특수한 커뮤니티에서 목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남의 시선에 휘둘려 서재포인트를 위하여 독서와 크게 상관없는 활동이 있는건 아닌가 하는 의문도...저는 내년에도 독서를 하고 부족한 서평을 쓰겠지만 주객이 전도되어 독서를 위한 서재활동이 아니라 서재활동을 위하여 글을 남기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 다짐해봅니다.

cyrus 2016-12-28 12:25   좋아요 1 | URL
심성님, 정말 좋은 말씀하셨습니다. ‘서재의 달인’은 서재 활동을 열심히 한 분들을 위한 공로상과 같습니다. ‘서재의 달인’이 ‘파워블로거’와 동등한 의미로 보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인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제 자신이 질적으로 좋은 글을 쓰고 있는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할 때가 있습니다. 심성님 말씀처럼 저는 몇 년 동안 서재 활동을 위해서 글을 썼습니다. 저도 반성해야겠습니다.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보물선 2016-12-27 20: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 충성!!^^

cyrus 2016-12-28 12:26   좋아요 2 | URL
충성충성충성! 보물선님,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쉐기쉐기몽쉐기 2016-12-27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문제제기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ㅅㅇㅅ

cyrus 2016-12-28 12:29   좋아요 1 | URL
알라딘 서재에 활동하는 분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 회원을 불리하게 만드는 문제를 그냥 지나치면 안 됩니다. 공론화해서 같이 고민해야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세실 2016-12-27 2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 좋아요가 그리 중요한 요인이군요.
전 ‘심플하게 살자‘를 주문처럼 생각하니, 언제부터인가 공짜 다이어리, 컵이 부담스럽더라구요^^ (합리화~~)

cyrus 2016-12-28 12:30   좋아요 2 | URL
저는 올해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래서 달력, 컵, 굿즈 등을 중복으로 받습니다. 상품을 다른 분께 양도하고 싶습니다. 이게 가능한지 서재지기님께 건의해보려고 합니다. ^^

쭈니 2016-12-27 21: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는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저한테는 뭐 감히 올려다 볼 수 없는 세계인지라.
기준이 이렇다는것도 첨 알게됐네요

˝달인˝ 사실 이거 대단한건데
너무 남발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영역별로 나눠서 예를들면 리뷰의 달인, 좋아요 달인, 댓글의 달인, 친구의 달인등 선정하는것도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책 한권 읽고 감상문쓰려면
몇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데
이렇게 쓰기가 서툰저는 달인하고는 먼 얘기가 됩니다.
많이 읽지도 못하기도 하구요.

아무튼 여러모로 더 좋은방향으로
가는 길이 되길 바랍니다.

cyrus 2016-12-28 12:37   좋아요 1 | URL
작년에 어느 회원이 서재의 달인 선정 인원수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친교활동을 하지 않아도 글을 많이 작성한 회원들은 서재의 달인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에 서재의 달인 150명을 뽑힌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쭈니님의 생각처럼 영역별로 회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지만, ‘좋아요 달인’, ‘댓글의 달인’이 되기 위해서 일부 회원들이 좋아요 누르는 일과 댓글을 많이 다는 일에 치중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혜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서재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선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편법이 생깁니다. 다른 회원의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좋아요’만 누르는 회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북프리쿠키 2016-12-27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점들을
늘 이렇게 공론의 장으로 가져다주시는 싸이러스님의 힘있는 글에 박수를 보냅니다!!

cyrus 2016-12-28 12:38   좋아요 1 | URL
글을 쓰기 시작하면 두려운 마음이 생기지만, 이렇게 문제를 제기해야 다른 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AgalmA 2016-12-28 00: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이 늘면 늘수록 리뷰글은 많아지고 책장사도 잘 될테니 서재의 달인이 더 줄지는 않을 겁니다. 서재의 달인이 된 사람들의 더 적극적인 소비와 활동도 도움이 될 테고. 알라딘은 북플 홍보차 작년에 크게 모험을 한 번 해본 것이고 손익계산도 나왔겠죠. 이번엔 북플마니아 선물 얘기가 없잖아요ㅎ? 그건 그렇고 서재의 달인을 올해 100명으로 줄인 건 오히려 의외입니다. 왜 줄였을까 그게 궁금하더라는..

오로라님 좋아하고 돌아오시길 기다리는 심정이긴 하지만 저도 오로라님이 서재의 달인이 되신 건 문제가 있다 싶었습니다. 글 작성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서재의 달인이 되신 건 그동안 누적된 팔로워 수, 좋아요 주고 받은 수가 그만큼 점수로 작용했다는 건데, 너무 기계적이지 않나요. 꾸준히 글을 쓰며 서재를 이용한 회원에게 더 기회가 가도록 해야죠.
저는 이 경우를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 쓰시면서 상당한 팔로워를 모을 수 있었던 오로라님이 다시 돌아오시라는 차원에서 알라딘이 그리 처리한 거 아닌가 말이죠. 제 억측이고 외람된 표현인지 모르지만...친목 도모로 서재를 활발히 돌아가게 하는 역할도 못하고 책 장사에 그리 도움이 안되는 회원보다 파워블로거 한 명이 더 절실하다 뭐 그런 계산. cyrus님의 의도는 잘못되었다는 걸 적시하는 것이지만, 서재의 달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이제 팔로워, 좋아요 주고 받는 것에 대해 무신경할 수 없을 겁니다. 활발하게 서재에 글을 써도 교류에 신경 안쓰면 배제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니까요. 오랫동안 리뷰어 생활해 본 사람은 이미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견제하는 신경전, 리뷰 배틀... 이런 게 정말 긍정적인 걸까요? 온라인 서점에서 제가 늘 느끼는 스트레스입니다. 이걸 못 견디는 사람들은 계속 빠져나가고 이 빈 자리를 또 누가 채우죠. 자본 논리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소신껏 책읽는 맘 모두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cyrus 2016-12-28 12:46   좋아요 3 | URL
아마도 작년 서재의 달인 선정 인원이 많다는 문제 여론 때문에 알라딘 측이 이를 반영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Agalma님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예전에 유레카님도 Agalma님과 비슷한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어요. 결국 서재 활동과 알라딘의 자본 논리와의 연관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Agalma님뿐만 아니라 이를 감지한 분들이 더 계실 텐데,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을 뿐이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분들은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게 되고, 서재 활동을 안 하게 됩니다. 사실 저도 북플 런칭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친교 활동 중심으로 돌아가는 북플 시스템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좀 적응됐다 싶으면 또 불편한 감정이 느껴져요. 그럴 땐 며칠 동안 북플 접속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져요. ^^;;

소신껏 책 읽는 마음, 저도 그런 마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AgalmA 2016-12-31 07:17   좋아요 0 | URL
정정합니다. 올해도 북플마니아에게 선물 증정이 있네요. 음.....북플마니아 기준도 서재 마니아 기준처럼 좀 걸리는 게 있어...이래저래 경쟁이 될....
마음이 편치 않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12-28 0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스템에 별 신경안 쓰고 있었는데.. 그래도 누군가는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중요해요~ 사이러스님 덕분에 서재의 달인과 북플매니아가 따로 있는 것도 알았어요~ 날마다 저는 새로워요~~
응원합니다.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 절대 거두지 마세요~


cyrus 2016-12-28 12:47   좋아요 1 | URL
제 생각을 이해해주신 것도 좋지만, 이건 아니다 싶으면 문제점을 확실하게 짚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블랑코 2016-12-28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재 달인이나 북플 마니아를 목표로 활동한 게 아니어서(존재도 몰랐습니다) 됐다는 얘기 듣고 기쁘긴 했지만 의아한 점도 있었어요. 전 딱 6개월 됐거든요. 그나마 기준이 11월까지면 5달 활동한 거라 기준 채우는 사람이 적어서 턱걸이로 됐나 보다 생각합니다.

언급하신 달인이 안 된 분 중에서 제가 언제나 책 살 때 리뷰를 참고하는 이웃분이 계신데요. 사실 말이 이웃이지 그냥 제가 팔로우하는 분에 가깝습니다. 소통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얼마나 글을 많이 쓰셨는지는 몰랐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리뷰가 올라왔었기에 달인으로 선정되지 않으신 걸 보고 막연하게 교류 점수 비중이 많이 들어가나보다 했습니다.

전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지금까지 해온 패턴대로 하려고요. 제가 북플을 시작한 건 남들이 무슨 책 읽는지 궁금해서였습니다. 독서 기록은 북플 아니어도 하고 있으므로 순전히 남의 책장 보고 따라 읽고, 리뷰와 별점 보고 책 구입에 도움을 받을 목적이었습니다. 읽고픈 책은 많지만 다 읽을 수 없고 돈이란 자원도 한정적이므로 최대한 재미있는 책을 사야 하니까요. 제가 리뷰를 남기는 이유도 동일하고요. 저도 독서가 아닌 서재 활동을 위한 글은 쓰지 않을 겁니다. 블로그를 따로 하고 있는 이유도 그렇고요. 사실 몰랐던 때가 더 좋았습니다. 이런저런 타이틀 주고 자꾸 순위를 매기니까 신경쓰이네요.

cyrus 2016-12-28 12:5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블랑코님, 저도 북플을 처음 접했을 때 친교 활동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처음 서재 활동을 시작했던 그 때 그 시절처럼 글만 쓰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보기에 블랑코님은 서재의 달인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일 년 동안 글을 많이 쓰셨습니다. ^^

yureka01 2016-12-28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마 어느 블로그 싸이트 건 간에,,,교류나 정보, 소통이 뜸해지면 블로그 활성화가 시들해지고,,영업에 지장이 생기고...ㅎㅎㅎ 그러니 좋아요..댓글수..이런 점수가 높은 이유일 겁니다. 특히 블로그는 컨텐츠 거든요..알라딘도 리뷰..페이퍼 ..이거 다 컨텐츠이고 사람은 모으게 되는 역할입니다...사람이 모일수록 회사 영업력은 올라가고... 그냥 쉽게 생각하세요..영업에 기여를 많은 사람들이라는 점....좋아요 하나 댓글하나가 다..그런 기여했다는 뜻이죠...그렇게 보면 쉽게 이해되죠..사진블로그에서 한 5년 우수 블로그 해보니 내린 결론입니다..사진 잘 찍어서 주는 타이틀이 아니듯이..알라딘도 ..리뷰글 잘쓴다고 주는것도 아니더란 말이죠..ㅎㅎㅎ

cyrus 2016-12-28 12:55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서재의 달인’은 서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회원에게 주는 공로상입니다. 이제 이 공로상 하나 받으면 내년에도 받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고, 열심히 서재 활동을 하게 되죠. 제가 몇 년 동안 이렇게 서재 활동을 했습니다. 심성님, 블랑코님, Agalma님처럼 서재 활동에 중점을 둔 독서와 글쓰기에 치중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6-12-28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서재의 달인과 북플 매니아가 따로 있는가봐요? ^^
알라딘 서재의 일이라면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관심을 갖고 덤비던 시절이 있었는데, 제 일이 너무 바빠지다보니 확실히 관심에서 떠나가게 되네요. 그러나 사이러스님이 이런 글들 올려주시는 것, 저는 참 좋아요.

사이러스님, 새해에 우리 잘 지내봐요~

cyrus 2016-12-28 12:58   좋아요 1 | URL
서재 활동은 롤러코스터와 같습니다. 고공 상승하듯이 열심히 활동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열정이 점점 떨어져서 서재 활동이 뜸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6년 동안 서재 활동을 하면서 주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좋은 분들이 떠나간 자리에 새로운 분들을 들어오게 되니까 제가 여기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마고님 같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분이 있으니까요. 내년에도 잘 지내봐요. ^^

잠자냥 2016-12-28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저는 서재의 달인도 해마다 100명이나 뽑아주는 줄 알았어요. ㅎ 그리고 뜻밖에도 제가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어서 좀 놀랐습니다. 저도 서재나 북플을 친교활동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서 친구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다행히 기준을 넘겼나보군요. cyrus 님 말처럼 서재나 북플은 친교활동보다는 정성들여 쓴 글, 리뷰, 도서관련 글로 성실하게 운영한 분들이 서재의 달인으로 꼽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cyrus 2016-12-28 13:00   좋아요 1 | URL
저는 잠자냥의 서재를 알게 된 이후부터 잠자냥님의 글을 읽어봤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꼼꼼하게 읽지는 않았지만, 저는 잠자냥님이 꾸준하게 글을 올리는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서재의 달인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잠자냥님 같은 분이 서재의 달인 혜택을 받아야 합니다. ^^

푸른희망 2016-12-28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 내 관심밖의 책이나 주제에 대해 한번 관심을두는 기회를 줍니다 깊어지진 않아도 조금ㅈ은 확장되는 기쁨을 주지요
제게 서재는 개인제 생활과 독서의 은둔적 기록으로 시작했다가 다른 님들을 방문하면서 조금씩 사교성을 키우는 공간이랍니다^^
그 공간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되는글이네요
참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cyrus 2016-12-28 18:50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른희망님은 기록을 꾸준히 남기는 분입니다. 이런 분들의 서재를 방문하면 저도 열심히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

보물선 2016-12-2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엔 둘다 되서 의외였는데, 올해는 둘다 안되서 또 의외네요. 그래도 꼭 본 책에만 올리고, 억지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봅니다. 내년엔 책 사는것을 줄이는게 목표예요 . 그래도 꾸준히 읽는걸로! 북플하는걸로!!

cyrus 2016-12-29 11:16   좋아요 1 | URL
저도 읽는 시간에 좀 더 많이 투자해야겠어요. 제대로 읽지 못한 책을 박스에 보관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알라딘 서재에 소개하고 싶은 책이 엄청 많아요. ^^;;

레삭매냐 2016-12-2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쓰신 글을 정독해 보니
리뷰 뿐만 아니라 소통 및 인맥관리도 잘 해야 하는가
봅니다. 어렵네요.

cyrus 2016-12-29 17:45   좋아요 0 | URL
알라딘 환경 시스템에 맞춰서 서재 활동을 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피곤합니다. 글 쓰고 싶은 마음도 안 생겨요. 북플처럼 친목 분위기가 강한 온라인 공간에서 오래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요.

transient-guest 2016-12-30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데, 금년부터는 집계형식도 많이 바뀌었고 북플이랑 합치는 부분이 매끄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도 기본적으로 다른 무엇보다 글을 올리는데 더 많은 점수가 가야한다고 봅니다. 거기에 책에 관한 글인지 그냥 페이퍼인지 정도를 나누고, 나머지 - 좋아요 - 같은 건 부수적인 거라고 봅니다만...

cyrus 2016-12-30 16:14   좋아요 0 | URL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분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안 보고 ‘좋아요’를 누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좋아요’를 누른다고 해서 그 글을 읽었다고는 볼 수 없어요. 좋든 싫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

나비종 2017-01-02 0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나비종님이 좋아라 합니다ㅋㅋ^^;
님의 글을 읽고 2016년 동안 작성한 제 글을 세어보았습니다. 시가 48편, 끼적인 글이 15편, 리뷰가 33편이더군요.
‘서재의 달인‘은 책에 대한 글이 주가 되어야 맞는 것 같은데, 사실 제 글은 책과는 상관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 더 많거든요. 1년에 고작 33편 리뷰 쓰고 달인으로 선정되는 건 좀 웃기는 거라, 제 경우에는 선정이 안된 게 맞는 것 같습니다ㅎ
다만, 한 편의 시에도 한 땀 한 땀 창작의 고뇌는 있었기 마련이므로,
저의 시 한 편을 접하신 그 누군가가 극히 짧은 책을 읽은 듯 어떤 느낌을 받으신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글을 읽고 좋아라 한 이유는, 누군가는 내 글을 관심있게 읽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제 느낌에 대한 다른 영혼의 공감이 궁금했을 때 자주 댓글을 달아주셔서 기뻤습니다~^^

cyrus 2017-01-02 13:51   좋아요 0 | URL
나비종님이 작년에 쓰신 글의 수가 적어서 서재의 달인 선정 조건에 부합되지 않지만, 시를 쓴다고 해서 서재의 달인에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리뷰를 쓰지 않고, 자유로운 주제의 글을 써서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신 분들이 많습니다. ^^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 길(도서출판)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미국인들의 유별난 총기 애호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적 자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총기 사건이 일어날 때면 많은 이들이 고통과 비탄에 잠긴 채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한 논란을 벌이지만, 지식인 중 누구도 나서서 규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대다수 미국인은 총기소지가 허용 돼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들은 영국의 식민통치에 이어 인디언의 투쟁 과정 중 총의 힘으로 조국을 건설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을 보통 ‘인디언(Indian)’이라 부른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는 바람에 아메리카 원주민을 인디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인도인이 아니란 걸 알게 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인디언이라고 부른다. 아메리카는 유럽인의 입장에서는 ‘신대륙’이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에게는 오랜 보금자리였으며, 결코 새로울 것이 없는 땅이었다. 평화롭게 잘살고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쫓아내고, 남의 둥지에 깃들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온 미국도 결코 새로울 것 없는 바탕에서 발전했다. 분명한 것은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 대한 달콤한 시대의 꿈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위상 이면에는 ‘내가 곧 정의’라는 미국의 독선과 오만이 깔렸다. 미국인들의 의기양양한 태도는 아메리카 원주민 멸망사 곳곳에 발견된다.

 

아메리카에 정착한 백인들은 자신의 침략을 정당화하려고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단어를 내세운다. 이 단어의 의미가 참으로 억지스럽기 짝이 없다. 백인들은 자신이 신대륙을 지배하는 명백한 운명을 가졌기 때문에 당연히 원주민의 땅을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인들이 흔히 내세우는 ‘프런티어 정신’은 백인 입장에서는 모험과 용기, 인내를 의미하는 진취적 이념이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땅과 목숨을 빼앗아가는 파괴와 탐욕의 정신이었다. 백인들은 야만적이고 비열한 방법으로 원주민의 땅을 강탈했다. 그 비참한 억압에 쫓겨 밀려난 원주민들은 사람이 살기 힘든 척박한 땅으로 이동했다. ‘가장 문명화한 부족’으로 알려진 체로키족 역시 강제 추방령이 담긴 인디언 이주법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체로키족을 포함한 미국 남부의 원주민 부족은 땅을 잃고 서부로 이동하는 ‘눈물의 행렬’이 시작되었다. 강제추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서부 개발이 시작되며 백인들은 야생들소를 멸종시키며 인디언의 식량 공급원을 차단해 추방했던 땅까지 빼앗았다.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을 지휘한 찰스 노드스트롬 중위는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다”라고 말했다. 백인들은 그토록 아메리카 원주민을 멸시했다. 그리고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잔악한 학살을 자행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짓이지만 이처럼 야만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 미국의 진짜 얼굴일지도 모른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학살하고 피로 얼룩진 대지 위에 세워진 나라. 허상의 실체가 드러나면 권위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라고 해서 물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과거는 그것이 어떤 과거이든 사라지지 않는다. 역사의 진실이 있다고 하지만 해석에 따라 어떤 것은 전면에 나서기도 하고 어떤 것은 전면에서 뒷면으로 물러서기도 한다. 체로키족은 백인들처럼 흑인 노예를 부린 적이 있다. 한때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체로키족이 흑인의 피가 섞인 혼혈 출신 사람들을 부족 혈통에 제외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흑인의 관점에서는 체로키족도 인종차별의 가해자로 볼 수 있다.

 

 

 

 

 

 

기억해서 좋은 것이 있고, 잊어야 좋은 것도 있다. 수치스럽고 굴욕적이며 아픈 과거일수록 그렇다. 어느 나라 역사든 영광으로 가득 차 있는 역사는 없다. 자랑스러운 것과 부끄러운 것, 선과 악,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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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2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23 09:01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이주민의 공격을 받은 원주민이 이주의 기로에 서게 되면 또 다른 원주민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하죠.

북다이제스터 2016-12-23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cyrus 2016-12-24 09: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도 크리스마스 휴일 잘 보내세요. ^^

북프리쿠키 2016-12-23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되세요^^;

cyrus 2016-12-24 09:13   좋아요 2 | URL
이번에 제가 알고 지내는 분들이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었더군요. 북프리쿠키님도 축하드립니다. 크리스마스 휴일 잘 보내세요. ^^

yureka01 2016-12-23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해피한 크리스마시 되시길~~ㅎㅎㅎㅎ^^..

cyrus 2016-12-24 09:14   좋아요 0 | URL
유레카님. 올해 누추한 제 서재에 자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16-12-23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cyrus 2016-12-24 09:1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셔서 축하드립니다. ^^

transient-guest 2016-12-24 0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렇게 사과할 때 반대진영에서 폭력이나 정치력을 동원해서 stop시키지 못하는 점이 미국의 저력이라고 봅니다. 어린 시절 제7기병대라는 소설을 읽고서 커스터가 영웅인 줄 알다가 미국에 와서 보니 인디언 학살자라는 것을 알고 약간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어요. 이미 확립된 정사와 수정주의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사관을 갖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ㅎ

서재의 달인 축하 드려요.

cyrus 2016-12-24 09:19   좋아요 0 | URL
일본에도 과거 자국의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세력의 힘이 미미한 점이 아쉬워요.

t-guest님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블랑코 2016-12-24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 따뜻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재의 달인도 축하드려요!!!! ^___^

cyrus 2016-12-25 11:0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블랑코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고, 주말 잘 보내세요. ^^

페크pek0501 2016-12-26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6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한 해 열심히 하셨습니다.

cyrus 2016-12-26 18:5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페크님. 솔직히 페크님도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될 자격이 있습니다. 이번 해 서재의 달인 선정 기준이 애매합니다. 페크님처럼 글을 꾸준히 남기신 분들이 서재의 달인, 북플의 달인에 선정되지 못한 점이 의아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