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외면하고, 화합의 감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리석습니다. 그들이 시비를 걸수록 작은 촛불들이 광장 전체를 밝히는 거대한 횃불이 되어 청와대로 조금씩 향합니다. 그녀를 만나기 곳 100m 전. 오늘 광화문에 모이는 분들 모두 사고 없이 촛불을 밝히고 귀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이야말로 진짜 민심입니다.

 

 

정권도 잘못하면 바꾸는 게 민심입니다.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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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3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04 07:13   좋아요 1 | URL
제가 조금 늦게 도착해서 유레카님이 친분이 있는 분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다음 주에 박준 시인이 특강에 오신다고 합니다. 그때 시간이 되면 가볼 생각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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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의 외모에 박남준의 요리 솜씨를 가진 여자라면 

내 당장 결혼하겠소.” 

 

(《시인의 밥상》 20쪽)

 

 


  
요리 솜씨가 뛰어난 매력적인 남자 시인이기에 그의 팬을 자처한 남성도 있다고 하더라. ‘버들치 시인’ 박남준이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가난하지만 여유롭게 사는 모습 덕분이다. 그는 지리산 자락의 마을에서 혼자 밥해 먹고, 혼자 꽃도 보고, 글을 쓰면서 지낸다. 사람들은 그의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내놓은 마음 씀씀이에 행복해한다. 그는 나눔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행복하다는 것을.

 행복하기 살기 위해서 요란하거나 거창할 필요는 없다. 생각하면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사소하고 단순하다. 가끔 사사로운 시간 없이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이 인생 종반기에 이르러서야 크게 후회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놓쳐버린 일상의 행복,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흘려보낸 뼈저린 안타까움이다. 그래서 박노해 시인은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한 밥상에 둘러앉아서/사는 게 별거야’(『한 밥상에』)라고 노래했나 보다. 지인들이 한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소박한 행위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 작은 평화와 행복은 위대하기조차 해서 숙연해진다.

 견물생심(見物生心).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면 사람에게는 그것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욕심이 고통의 근원이 된다는 걸 알고 아무리 누르려 해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어렵다. 제각각 소중함을 지닌 우리지만 늘 상대와 견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물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 그것이 버들치 시인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새끼 낳은 고양이를 위해 자신이 평소에 먹지 않은 소고기 반 근을 사오면서 밥을 챙겨주고, 식사하기 전에 죄인처럼 기도하면서 늘 미안해하던 사람. 그게 버들치 시인의 삶이다. 그 여리고 맑은 시인의 심성이 공지영의 문장에 투명하게 비친다. 험한 세상에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민망한 마음이 들다가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을 위해 고된 일을 참아내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공지영의 말대로 버들치 시인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다. 이것은 시인의 타고난 털털함과 겸손함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인이 사물의 겉모습 뒤에 감추어진 내면을 꿰뚫어 볼 줄 알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산다는 것을 무엇일까. 얼마나 더 많이 가지면서 누려야 사는 걸까.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떠오른다. 톨스토이는 사람이 빵만으론 살 수 없음을, 빵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한다. 《시인의 밥상》은 특별한 음식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주는 데에 그 목적을 두지 않는다. ‘사람은 무엇을 먹고사는가?’가 아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동안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물질만을 추구하며 바삐 걸어가는 많은 독자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잠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이제 《시인의 밥상》을 읽은 독자가 대답할 차례이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이 물음에 대한 진정한 답을 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이 무한하다는 생각으로 오만하지 않고, 타인에게 베푸는 마음이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다. 행복도 햇살처럼 문을 닫으면 들어올 수 없는 것이라고 알고는 있으면서 어디에도 들어 올 수 없게 마음의 문을 걸어두고 행복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전박대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행복은 소질이 필요하다. 부족과 불만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일에 행복을 느끼는 자세야말로 행복의 소질을 키우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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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12-02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에 소질이 필요하다는 말 오늘의 한 말씀으로 찜합니다.. 아무나 행복할 수는 없나 봅니다.. 좀 맘 불편한 일이 있었는데.. 사이러스님 글 덕분에 소질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넘어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ㅎㅅㄴ

cyrus 2016-12-02 21:46   좋아요 0 | URL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주는 일이 꼭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받는 사람이 주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껴준다면 그거야말로 양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이죠. 그런데 받는 사람이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지 않고, 이를 악용한다면 주는 사람이 피해를 얻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습니다. 남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도 적당선이 있어야 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태도가 무조건 좋고, 꼭 실천해야하는 건 아닙니다. ^^;;

개새 2016-12-02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적인것 아침에일어나서 밤늦게 잠들때까지 소소한거 매일반복되는일상 그게 행복이란걸 모를때가있기때문에 찾으려애쓰는거

cyrus 2016-12-02 21:48   좋아요 0 | URL
세상이 각박하고, 안 좋은 상황이 계속 일어나면 과거의 소소한 경험이 상당히 좋게 느껴집니다.

2016-12-02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02 21:52   좋아요 0 | URL
‘나는 자연인이다‘가 중장년층의 무한도전이라고 하더군요. ㅎㅎㅎ 저희 부모님이 챙겨보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야산에 집을 지으려면 집터가 공적 및 사적 소유지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땅에 집 지으면 법적 문제가 생겨요. 말년에 자연과 벗 삼아 생활하려다가 한 순간의 착오로 인해 꼬일 수 있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12-03 0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리가 복잡하고 지칠 땐 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조금 더 조용한 곳에서 평화롭게 남은 생을 살겠다고...-_-: 그런데 막상 도회지를 떠나면 아직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사실 유비쿼터스 환경은 이미 상당히 조성이 되었는데, 클라이언트들은 아직도 제가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실 인터넷, 전화, PC, 프린터/스캐너만 있으면 제가 어디서 일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데 말이죠...main freeway라인에서 조금 떨어진 곳 농장을 사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일하고 책읽고, 운동하고, 그렇게 살 수 있는 community를 꾸려보고 싶네요.

cyrus 2016-12-03 09: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시골에서 책만 있으면 살 수 있을거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 이거 하나라도 없으면 허전함이 느켜져서 제대로 전원 생활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나비종 2016-12-03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많은 돈이 100만원이었습니다. 백만원만 있으면 정말 행복할텐데 했죠^^;
책꽂이에 꽂혀있는「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볼 때마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나의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돈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ㅎㅎ
토요일 아침을 따뜻하게 흐르게 해주는 글입니다. 이렇게 또 행복이 다가왔네요.^^

cyrus 2016-12-03 09:58   좋아요 0 | URL
어른이 되고나니까 백만원 모아서 유지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세금에, 기타 용도로 쓰게 되면 남는 게 없어요. 제게 특별히 백만원이 주어진다면 전액을 책장을 장만하거나 책을 사는 데 쓰고 싶습니다. ^^;;

나비종 2016-12-03 10:06   좋아요 1 | URL
통장은 단지 월급 버스가 잠시 지나치는 정류장일뿐ㅎㅎ
옷 대신 책을 선택해 헐벗고 다니는 요즘은 욕심을 줄여야지 줄여야지 암시를 준답니다. 내 몸 하나에 필요한 옷은 한 벌이면 충분하다며. .

cyrus 2016-12-03 10:21   좋아요 0 | URL
역시 알라딘의 시인다운 멋진 표현입니다. ^^

나비종 2016-12-03 10:30   좋아요 0 | URL
시인이라니요^^;; 되도 않는 시를 남발하는 다작 인간일 뿐입니다ㅎㅎ
근데 cyrus님, 진지하게 여쭤보는 건데요, 제가 글짓기대회를 나가려고 하는데 시가 좋을까 산문이 좋을까 고민 중입니다. 제 서재의 유일한 댓글러로서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cyrus 2016-12-03 10:35   좋아요 1 | URL
저 같은 경우에는 글짓기대회에 참가하면 산문 부문을 항상 선택했어요. 운문은 넘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나비종님은 평소 습작 시를 쓰셨으니까 당연히 시 부문으로 참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물론 산문을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나비종님은 산문과 운문 두 장르를 병행하면서 글을 썼으니까요. 저는 중딩 때 백일장 이후로 시를 써본 적이 없어요. 독후감이나 리뷰를 많이 썼어요. ^^
 

 

 

 

원래 올해의 기록인증샷을 올리지 않는 성격인데요, 넘나 신기한 것이 있어서 공개합니다.

 

 

 

 

 

 

이름이 없고, 사진도 없는 빈 칸의 정체가 뭘까요?

‘unknown’일까요?

 

 

 

 

 

 

 

 

 

빈 칸을 클릭하면... 정말로 ‘unknown’입니다...

‘unknown’은 최근에 책도 냈어요. 제목은 <등록안된당....> 그것도 16년 전에...

 

 

 

 

 

 

 

<등록안된당....>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클릭해봤습니다.

 

알고 보니 <등록안된당....>은 두 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온 지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지 두 권 모두 품절입니다.

    

 

알라딘 버그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올 한해 제가 사랑한 작가는 버그입니다.

    

 

제목 네이밍을 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네이밍 센스가 좋군요.

<새누리당>보다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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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2-0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 웃습기도 하고..버그 작가 ㄷㄷㄷㄷㄷ

cyrus 2016-12-02 14:51   좋아요 1 | URL
알라딘은 연말을 맞아 저를 위해 재미있는 버그 하나를 투척하였습니다. ㅎㅎㅎ
이거 인증하라는 알라딘 로직의 계산된 큰 그림일 수도 있습니다. ^^

푸른희망 2016-12-02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냥 웃으면 되는거죠?
버그작가라니~~~

cyrus 2016-12-02 15:04   좋아요 0 | URL
서재 활동하면서 이런 버그는 처음 봤습니다. ^^;;

잠자냥 2016-12-02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그라는 작가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cyrus 2016-12-02 17:4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제가 버그를 많이 발견해서 이런 경우가 생긴 것 같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6-12-02 15: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가끔 cyrus님과 알라딘은 서로 사랑하지만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는 느낌ㅋㅋ

cyrus 2016-12-02 17:48   좋아요 0 | URL
저와 알라딘과의 관계를 아주 잘 표현했습니다. ^^

stella.K 2016-12-02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너 센스 있당!ㅋㅋㅋㅋㅋ

cyrus 2016-12-02 17:50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 것 같습니당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12-02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밌습니다..

cyrus 2016-12-02 17:52   좋아요 0 | URL
이런 사소한 것에 여러분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

aladinservice 2016-12-0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통계 담당자입니다. 신고 감사드립니다. 현재는 오류를 수정하여 정상적으로 값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16-12-07 12:49   좋아요 0 | URL
어제 오류 수정된 통계 정보 확인했습니다. 고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 돌베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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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민은 신과 인간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고 합일된 유럽의 동등한 권리를 갖는 구성원으로서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을 다짐하며 헌법 제정 권력에 의해서 이 기본법을 제정하였다.”

 

Im Bewußtsein seiner Verantwortung vor Gott und den Menschen, von dem Willen beseelt, als gleichberechtigtes Glied in einem vereinten Europa dem Frieden der Welt zu dienen, hat sich das Deutsche Volk kraft seiner verfassungsgebenden Gewalt dieses Grundgesetz gegeben.

 

 

이렇게 시작되는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은 통일 이전 서독 기본법의 연방정부 구성 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독일의 기본적 국가 구성 원리는 1870년 비스마르크의 첫 도이치 제국 통일 후 만들어져, 바이마르 공화국, 히틀러의 나치 정부,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후 동독과 서독의 분단 상황을 거친 오랜 역사적 실험과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연방정부의 새로운 기본법은 나치 독일의 쓰라린 상처를 안고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며 동서독의 통일과 유럽연합정부의 이상을 수용하고 있다.

 

패전국이 되었다는 것, 그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과거이다. 비스마르크의 도이치 제국에 패배한 프랑스가 제1차 세계 대전이 오기까지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냈고, 1차 세계 대전에 패배한 독일이 나치즘으로 접어들었던 과거를 볼 때 마음속에서 끝나지 않은 전쟁은 끝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보불전쟁, 1차 세계 대전, 나치즘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등 이 긴 전쟁의 시대는 독일이란 단일 민족국가가 프랑스, 미국 등의 연합국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끝났다. 그런데 이 시기 전체가 독일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패자인 독일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쟁의 시대는 자멸의 길로 인도하게 한 과오의 시대였다. 독일의 언론인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독일이 전쟁 제국으로 팽창하는 과정을 되돌아보며 몰락의 원인을 파헤친다. 비스마르크와 히틀러. 시대를 초월한 다소 어리둥절한 조합이지만, 한때 독일제국의 위대한 영웅으로 숭배되었던 이 두 사람은 독일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과 혈(), 그리고 뛰어난 외교술로 독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유럽 지도를 만들었던 인물. 비스마르크를 21세기, 그것도 독일이 유럽연합(EU)의 맹주로 자리 잡은 이 시기에 불러내는 작업은 쉽지 않다. 비스마르크의 주변이 항시 적과 동지로 나뉘었듯 그에 대한 평가도 극으로 갈린다. 자유주의자들은 그를 나치 등장의 전조로 지목한다. 독일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극단적 전체주의를 경험해야 했던 파행과 굴절의 이면에는 독일 제국의 권위주의 전통이 뿌리내리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비스마르크와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에게 닮은 점, 닮은 환경이 없진 않다. 혹자는 트럼프의 등장을 히틀러의 부활이라고 냉소적으로 조롱하지만, 나는 그가 히틀러보다는 비스마르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이 친 트럼프(대안 우파)’반 트럼프로 분열돼 있다시피 한 것처럼 당시의 도이치 제국도 크게 보면 보수적인 구() 프로이센 진영과 민족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다. 통일 도이치 제국 역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프너는 비스마르크의 도이치 제국이 20여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등장하면서부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일명 트럼프 쇼크. 비스마르크가 들고나온 철과 혈도 당시 유럽인들에겐 충격이었다. 그러나 제국 통일 이후 비스마르크 2기는 달랐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비스마르크는 유럽 정복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제국을 팽창하는 것만으로는 독일 내부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없었다. 오로지 순수 독일 민족이 사는 작은 독일을 건설하는 것이 비스마르크의 원대한 꿈이었다. 그래서 비스마르크는 내부 분열의 잡음을 줄이기 위해 철과 혈 대신 실리와 실용’, ‘외교와 중재를 받아들였다. 그랬기에 비스마르크 2기 체제가 거의 반세기를 풍미할 수 있었다. 내년부터 트럼프가 내년부터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지 아직 알 수 없다. 워낙 자신감에 차 있고, 백인 민족주의를 천명한 그의 공약이 비스마르크의 정치적 노선과 다르지 않다. 대선후보 시절 무모할 정도로 강경한 자세로 자신의 공약을 주장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당선 이후 일부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가 실리를 추구하는 정책을 펼칠지 지켜봐야 한다.

 

프랑스 황제에 올라 유럽제패를 꿈꾸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한 국가의 정치는 그 나라의 지리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남겼다. 정치현상이 이뤄지는 공간적인 실체, 즉 영토를 중시한 발언이다. 작은 독일제국으로 한정된 환경과 지리는 정복 열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최적의 조건이었다.작은 독일제국은 자신 주변에 둘러싸인 유럽 연합의 힘을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독일 제국은 유럽 연합의 힘에 밀려 고립될까 봐 두려웠다. 독일 제국의 민족주의자들은 이 뒤숭숭한 분위기를 극복하고, 민족적 자존심을 고취하기 위해서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생존 방식을 선택한다. 제국의 극단적인 논리는 나치스의 인종차별과 게르만 민족의 세계지배 이론을 뒷받침하게 된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긴 했으나 사민주의적 이상주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을 가진 독일은 20세기 전반기 이미 시민사회가 발달한 선진국이었다. 이때 독일은 민주주의를 재건해야 했다. 그런데 히틀러는 민주주의적으로 집권해 전쟁을 일으켰고, 유대인을 학살했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를 이념이 아닌 힘의 논리로 파악했다. 그것은 유럽 정복이 아니라 독일 제국이 평화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선택한 차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를 차례로 통일 독일제국의 제물로 삼아 평화로운 제국의 이득을 취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가 정복의 야욕을 불러일으키게 한 중대한 배경이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1871년 비스마르크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부터 독일 제국에 제국주의적 야망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비스마르크는 자신은 절대로 제국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비스마르크의 작은 독일 제국을 키워 준 토양은 역설적이게도 나라를 더 크게 만드는 제국주의의 거름이 되었다. 비스마르크는 전쟁이든 정치적 모험이든 단 한 번의 승부에 국가와 자신의 미래를 걸지 않았다. 절제를 알았고 한계를 알았다. 그런데 히틀러는 자신의 열망을 조절하지 못했고, 위험한 망상에 사로잡혀 유럽 전체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독일은 다시 한번 유럽의 패권 국가가 되려는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사과로 전쟁 책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처럼 보였던 독일에서도 여전히 미해결의 문제들이 남아 있다. 네오나치 단체들은 여전히 히틀러의 제3 제국 질서를 그리워하고, 나치의 상징인 하겐 크로이츠(Hakenkreuz)에 향수를 느낀다. 히틀러는 독일 국민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교묘하게 자극하고, 거기에서 자란 정치적 허무주의를 발판으로 역사상 전대미문의 절대 권력을 장악, 독일 국민을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갔다.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운 기개는 너무 지나치면, 막상 대안 없는 변화가 몰아올 결과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독일이 과거에 만들어진 비스마르크와 히틀러, 두 개의 이름으로 남은 제국의 향수(鄕愁)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하면, 4제국으로 꾸미려는 위험한 향수(香水)가 될 수 있다. 독일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가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좌절감과 무력감이 자칫 정치적 허무주의를 가꾸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1970년대에 제조된 박정희 향수를 못 잊고 있다. 허무주의의 기운이 이미 흘러간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여 시대착오적인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환상을 키울까 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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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01 18:3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요즘 히틀러를 중심으로 한 독일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독일 역사를 계속 공부하게 되면 비스마르크까지 관심의 폭을 넓혀볼 생각입니다. ^^

2016-12-02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2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6-12-0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정희 향수... 전라도 사람들 조차 박정희는 좋게 평가하시는 분이 많아 걱정입니다.

cyrus 2016-12-02 14:38   좋아요 1 | URL
과거 지도자를 선호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지도자의 업적만 찬양하고, 문제점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건 올바르지 않습니다.

yureka01 2016-12-0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도종환 시인의 시집 하나 들고 갈 작정입니다..오시면 꼭 싸인 받고 싶어요 ㅎㅎㅎ

cyrus 2016-12-02 14:39   좋아요 1 | URL
시인께서 바쁘시더라도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

2016-12-02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2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E PATH 더 패스 :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 하버드의 미래 지성을 사로잡은 동양철학의 위대한 가르침
마이클 푸엣.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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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변화이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만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변해가며 살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변화 자체가 아니다.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변화의 방향에 따라서 긍정과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에 변화의 시도도 좋지만, 변화의 첫발을 어느 쪽을 향해 내딛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쉽게 변화하기를 두려워한다. 그것은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안온함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사람의 본성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타성에 젖게 되고, 관습이 되고 습관이 되어 타성에 빠진다. 새로움의 세계로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된 생활을 하게 된다.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그 순간이 변화 추진력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이다.

 

언제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뇌는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약해진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고 흥미가 없어질 때, 언제나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변화를 주지 않을 때, 현재에 안주하고 싶을 뿐만 아니라 위기로 확산되는 조짐을 미처 알아내지 못한다. 하버드대 중국사 교수 마이클 푸엣은 현실 안주의 시대를 슬기롭게 살 수 있는 대안으로 중국 철학에 주목한다. 다양한 제자백가의 사상 중에서도 유가와 도가 철학은 호랑이의 얼굴 속의 두 눈이다. 중국철학하면 공자와 노자가 떠오를 정도다. 푸엣이 소개한 것은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의 사상, 그리고 내업(內業)이라는 오래된 문헌에 기록된 ()’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는 공자와 아주 관련이 깊은 유가 사상의 이념이 보수적이며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막상 공자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은 과연 무엇을 가리키는지, 오래된 중국 철학이 민감한 현실 문제를 건드릴 수 있을 정도로 배울 가치가 있는지 등등 아주 간단한 문제들조차 분명하지 않은 점이 많다. 마이클 푸엣의 하버드대 강의는 중국철학의 잃어버린 위상을 회복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것은 중국철학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커다란 복이다. 한편 중국철학은 우리의 생각을 거울처럼 정확히 비춰주는 도구가 되어 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요즘 사회는 많은 것들이 쉽게 변화하고 빨리 바뀌고 있다. 잭 웰치는 변화를 강요당하기 전에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하여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웰치의 말처럼 우리 스스로 변화하려면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이다라는 정형화된 자아 개념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 고대 중국 사상가들은 인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복잡한 존재로 인식했다. 즉 우리는 스스로 능동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존재이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맹자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고 생각했다. 영원히 안정된 세상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좋은 대학, 안정된 직업. 세상이 정해놓은 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내부, 즉 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주변 일을 해석하면 위기가 위기인 줄 모르거나 위기 앞에 쉽게 좌절한다. 내업은 맹자의 생각과 반대로 외적인 일에 휘둘려서 마음의 평정을 찾지 못하는 삶을 경계한다. 외부 환경의 위협적이고 불길한 기를 반사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자신을 수양해야 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의 내업편에 공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을 언급하는 내용이 너무 관념적으로 느껴져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요즘 혼이 비정상인 여자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활력을 빼앗고, 우리를 지치게 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외적인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수양하라고 권한다. 나에게 독서는 내면의 안정을 유지하게 해주는 수양의 한 방식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도 마음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내가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혼이 비정상인 여자의 기가 독할 정도로 센 것일까.

 

푸엣은 내업기원전 4세기 중국에서 출간된 작자 미상의 자기 신격화 운문 모음집’(184)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내업은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관자49편의 제목이다. 관자에 수록된 일부의 글이 후대의 식자들이 쓴 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업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씨의 글로 단정 지을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푸엣이 인용한 내업의 문장은 관자49편의 시작을 알리는 첫 문장이다.

    

 

무릇 만물의 정기, 그것이 곧 생명이다.

그 아래로 오곡이 생기고, 그 위로 별이 생긴다.

그것이 천지 사이에 떠다니면 귀신이라고 부르고,

가슴에 갈무리되면 성인이라 부른다.

 

(The PATH191)

    

 

무릇 사물이 지니고 있는 정기가 합하면 만물이 생성한다.

땅에서는 오곡을 낳고, 하늘에서는 뭇 별이 된다.

천지 사이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귀신이라 한다.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을 성인이라 한다.

 

(신창호 외 공역, 소나무출판사, 관자502)

 

 

특이하게도 205내업에서 인용한 문장은 한자 원문과 같이 소개되었다. 그런데 하나를 굳게 지킨 군자만이 이를 해낼 수 있다원문에 들어간 첫 번째 한자가 잘못 표기되었다. (성품 성)’이 아니라 (오직 유)’.

   

 

기를 수정하되 바꾸지 않고, 지혜를 변형하되 바꾸지 않는 것.

化不易氣 變不易智

 

하나를 굳게 지킨 군자만이 이를 해낼 수 있다.

執一之君子 能爲此乎

 

(The PATH205)

 

    

 

모든 사물을 변화시키되 자기의 기는 바뀌지 않고,

化不易氣

 

모든 일의 변화를 촉진하되 자기의 지혜는 바뀌지 않으니,

變不易智

 

오직 하나를 굳게 지닌 군자만이 이를 해닐 수 있도다!

執一之君子能爲此乎!

  

(신창호 외 공역, 소나무출판사, 관자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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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30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화의 시간 차....이걸 보면 정말 어느 것이든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이 변화만이 영원할 듯하더군요...변화하지 못하면 변화를 당하야 하는 것도 세상이치인듯..ㅎㅎㅎ

cyrus 2016-11-30 17:11   좋아요 0 | URL
신기한 점이 변화의 미세한 조짐을 감지 못하더라도 그 변화의 흐름에 저절로 맞추면서 살아가는 경우입니다. ^^

:Dora 2016-11-30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신 혼 마음 영혼에 어떻게 다른건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예~전에

cyrus 2016-11-30 21:50   좋아요 0 | URL
저도요. 철학적인 관점으로 정신, 혼, 마음, 영혼의 정의를 정리하면 꽤 머리 아플 겁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