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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의 전문가들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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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는 곰과 호랑이로부터 시작한다. 환웅(桓雄)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마늘과 쑥을 준다. 곰과 호랑이는 동굴에 들어가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지낸다. 호랑이는 환웅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실패하였고, 곰은 그 약속을 잘 지켜 여자가 되었다. 곰에서 인간으로 변신한 웅녀(熊女)는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檀君)을 낳는다. 단군신화에서부터 전설, 민화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호랑이들은 1920년대까지만 해도 한반도 곳곳에서 살았다. 그러나 일제의 무분별한 남획과 벌목이 자행되면서 그 후 남한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되다시피 했다. 세월이 지나 호랑이는 동물원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동물이 됐다.

 

신화가 사회상의 반영이라면 그것은 사람의 행태가 보여준 보편적 현상이다. 단군신화만큼 ‘우리’라는 한민족의 마음을 상징하는 이야기도 없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가 지향하는 점은 같다. 그것은 ‘사람’이다. 우리 조상들이 지녔던 사람 생각이 이 신화 속에 그려져 있다. 곰이 겪은 고난의 과정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조상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 먹기 역겨운 쑥과 마늘, 그리고 100일이라는 삼중고를 겪는 곰의 인내심을 ‘성공한 사람’의 자세로 생각했을 것이다. 호랑이의 충동적인 야성이 아니다. 우리는 호랑이의 투쟁성보다 곰의 인내를 더 선호하는 교훈에 익숙하다. 그래서 주어진 현실을 불평하는 ‘호랑이 같은 인간’을 싫어한다.

 

김한민 작가의 그래픽 노블 《비수기의 전문가들》은 이 땅에서 사라져버린 ‘호랑이 같은 인간’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호랑이 유형의 인간을 연구하는 ‘김 아무개’로 등장한다. 그는 호랑이 유형의 인간을 ‘호모 티게르’ 또는 ‘퀭’이라고 명명하고, 20년의 추적 끝에 호모 티게르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호모 티게르는 홀연히 종적을 감춘다. 김 아무개는 호모 티게르가 직접 남긴 글들을 취합하여 독자에게 들려준다.

 

호모 티게르의 시선은 어느 것 하나 놓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쇠창살에 갇힌 장애 콘도르(condor), 싸늘한 주검이 된 동물, 그리고 항상 혼자 다니는 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호모 타게르는 길에서 만난 존재들을 관찰하면서,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호모 티게르의 글쓰기 방식은 마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수집가이자 역사가 에두아르트 푹스』에서 묘사한 프랑스의 역사학자 푹스(Eduard Fuchs)처럼 일상의 세속적인 것들을 모으는 수집가의 자세와 비슷하다. 호모 티게르는 자신의 눈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존재들을 눈으로 수집하고 기록한다. 그는 자신이 기록한 존재들에 대해 어떠한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타자들에 대해 가치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그것들의 존재 가치에 따라 서열을 매기거나 배제와 차별의 원리를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호모 티게르의 시선은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 있다. 그의 시선은 존재들 그 자체를 고스란히 보여주려고 한다.

 

독자가 이 그래픽 노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모 티게르의 말 걸기’를 직면해야 한다. 호모 티게르는 너무나도 익숙한 질문 하나를 툭 꺼내면서 독자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뭐 하나만 물어보자

넌 알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비수기의 전문가들》 19쪽)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혹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이런 간단한 질문은 멀쩡하게 잘 지내던 우리를 갑자기 곤란하게 만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과 글을 빨리 훑어보는 성질 급한 독자들은 이 질문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을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꽂히는 순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뭐라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그럭저럭 대충 살고 있는 자신이 하찮게 느껴진다. ‘삶의 의미’라는 프레임은 때때로 우리 마음을 괴롭힌다. “그래, 이왕이면 ‘호모 티게르’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자유를 누리면서 살아보자”라고 생각하면서 그럴듯한 삶의 계획을 만든다. 그렇지만 어설픈 꿈은 가장 어려운 질문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변명이다. 우리 사회는 호랑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학교는 단군신화의 곰을 인간으로 변하는 데 성공한 ‘승자’로 규정하면서 가르친다. 동굴을 뛰쳐나와 인간이 되지 못한 호랑이는 ‘패자’의 위치로 남는다. 단순 이분법적 논리에 의해 다수의 지지를 얻은 곰(‘성공한 사람’)은 권력을 얻으면서 ‘주류’가 된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도는 호랑이/호모 티게르는 ‘비주류’ 또는 ‘약자’로 전락한다. 이러한 일상화된 분류로 존재를 서열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호모 티게르’에 대한 어떠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

 

‘곰 같은 인간’이 살기에 아주 편안한 ‘동굴’ 같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하는 것이 바로 ‘어쩔 수 없다’는 태도이다. ‘각자도생’이 우선인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없다. ‘헬조선’을 탈출하고 싶다는 절망 섞인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을 뿐이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주류는 비주류를 짓밟아서라도 자기 살길을 마련한다. 비주류는 주류에 속하기 위해 경쟁하고, 죽지 않기 위해 불편한 현실에 순응한다. ‘호모 티게르의 말 걸기’, 즉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계속된 질문들은 독자들의 자아 성찰을 유도한다. 독자는 호모 티게르를 미행하면서 자신의 불행(주류 사회 밖에 겉도는 삶), 세상의 불행(호모 티케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점) 모두가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하게 된다. 독서는 그 책 속에 간접적으로 묘사된 우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저자와 텍스트의 길을 동행하는 일이다. 《비수기의 전문가들》을 읽는다는 것은 ‘불편한 동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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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9-0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 오랜만!
한동안 안 보인 걸 보면 분명 늦은 휴가를 다녀왔으렷다!
어디를 다녀왔는공...?
암튼 다시 보니 반갑네.
어디를 가도 책은 안 빠트렸겠구만.ㅋ

cyrus 2018-09-01 13:56   좋아요 0 | URL
이번 휴가는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냈어요. 이번 주는 책방 독서모임이 있어서 낮에 책방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책 읽고, 아시안게임 중계 보면서 휴일을 즐겼어요. 시간 금방 지나가네요.. ^^;;

포스트잇 2018-09-0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이같은 인간은 ADHD를, 곰같은 인간은 신경쇠약을 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열인가....... ㅜ

cyrus 2018-09-01 17:00   좋아요 0 | URL
곰, 호랑이 유형의 인간을 정신의학 관점으로 볼 수 있겠군요. 포스트잇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곰 유형의 인간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계속 쌓기만 할 것 같습니다. 마음속의 분노를 배출하지 못해서 혼자 끙끙 앓는 성격인거죠. 사실 제가 곰 유형의 인간에 가깝습니다. ^^;;

페크(pek0501) 2018-09-0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며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 지금 떠오른 생각으로... 개인적으로 행복하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사람으로 살기, 라고 답하겠습니다.

cyrus 2018-09-01 17:01   좋아요 1 | URL
저도 페크님과 같은 생각을 했는데, 《비수기의 전문가들》을 읽고, 멘붕에 빠졌습니다.. ㅎㅎㅎ
 

 

 

 

이토 준지 컬렉션 12화 첫 번째 이야기

궤담(潰談: 터지는 이야기)

 

 

 

 

 

 

오기는 남미의 정글을 여행하다가 운 좋게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을 만난다. 원주민들은 오기를 반갑게 맞이했고, 그에게 특별한 선물로 을 준다. 귀국한 오기는 자신의 친구들(스기오 일행)을 초대해 남미 원주민들에게 받은 꿀을 공개한다. 그러면서 오기는 원주민들에게 들은 ‘기이한 당부’를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 이토 준지 《어둠의 목소리 궤담》 (시공사, 2008)

 

 

 

꿀을 먹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 꿀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먹어야 하며 꿀을 먹은 사실이 ‘누군가’에게 들키면 ‘재앙’이 생긴다. 그런데 오기의 친구들은 오기의 말을 무시하고 꿀을 먹는다. 친구들은 세상에 맛본 적이 없는 꿀의 맛에 푹 빠졌고, 꿀을 더 먹으려고 한다. 꿀의 맛을 잊지 못한 친구들은 다시 오기의 집에 찾아간다. 그러나 집에 오기는 보이지 않고, 친구들은 이때다 싶어 꿀에 손가락을 찍어 먹는다.

 

 

 

 

 

친구 중 한 명이 집안을 둘러보다가 벽면에 달라붙은 정체불명의 얼룩를 발견한다. 친구들은 이 얼룩의 정체가 오기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고, 찝찝한 기분을 뒤로 한 채 꿀이 든 단지를 챙기고 나온다. 오기가 없다는 사실을 안 친구들은 남은 꿀을 각자 나눠서 가져가기로 결정한다(매정한 친구들 같으니라고…‥). 그리고 각자가 가진 꿀을 또 먹는다…‥.

 

 

 

 

 

야스민이라는 이름의 친구는 꿀을 먹다가 ‘펑’하는 소리를 내면서 순식간에 터져버린다. 야스민의 몸은 오기의 집에서 발견한 납작한 형체처럼 변한다. 사실 오기도 꿀을 먹다가 터져 죽은 것이다. 끔찍한 상황에 직면하자 친구들은 멘붕에 빠지고, 이 와중에 리루코는 또다시 꿀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자 리루코도 알 수 없는 뭔가에 의해 짓이겨져서 죽는다. 스기오는 오기가 알려준 ‘기이한 당부’를 기억해낸다. 오기, 야스민, 리루코는 꿀을 먹다가 누군가에게 들켜서 끔찍한 봉변을 당한 것이다. 꿀의 맛을 알아버린 자는 꿀의 저주에 빠지게 되고, 이 저주에 벗어나려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꿀을 먹어야 한다. 과연, 남은 생존자들은 꿀의 저주를 피하면서 꿀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궤담(潰談)을 우리말로 해석하면 ‘터지는 이야기’라는 뜻이 된다. 궤담의 일본어발음이 괴담(怪談)의 일본어 발음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12화 두 번째 이야기

소문

 

 

 

 

 

 

<이토 준지 컬렉션>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이치. 그는 『소이치의 제멋대로 저주』(1화 첫 번째 이야기), 『봉제 인형』(5화 두 번째 이야기)에 이어서 세 번째로 등장한 주인공이다. 소이치는 여전히 고약한 취미를 버리지 않았다. 자기보다 잘생기고 인기 많은 동급생에 질투심을 느끼면 그를 불행에 빠뜨리는 저주를 내린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릴 만큼 비범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친구들은 소이치를 만만하게 본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6 : 소이치의 저주일기》 (시공사, 2008)

 

 

 

어느 날부터 학교에서 소이치와 관련한 소문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소이치가 착한 일을 한 사실이 미담으로 전해지고, 심지어 그가 유명한 연예인의 사촌이라는 소문까지도 퍼진다. 소문이 알려진 이후로 소이치는 인기인이 된다. 그런데 사실 이 황당한 소문들의 출처는 소이치다. ‘헛소문 제조기’ 소이치는 자신과 여학생 사키야마와 사귄다는 소문을 흘리고, 소이치의 장난을 알아차린 사키야마는 이 사실을 폭로한다. 망신살 뻗친 소이치는 부리나케 도망치고, 그 일이 있고 난 뒤 교실에 ‘기분 나쁜 모습을 한 모델’ 사진이 붙어져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패션모델』(2화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온 후치. 후치와 관련된 괴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진다. 소문에 따르면 후치가 학생들 앞에 불쑥 나타나 자신이 예쁘냐고 묻는다고 한다. 후치의 그로테스크한 외모에 깜짝 놀란 학생들은 도망치고, 후치는 도망치는 학생들을 쫓아가 잡아먹는다.

 

『소문』은 이토 준지 작품의 인기 있는 주인공 소이치와 후치가 모두 등장하는 작품이다. 소이치가 나오는 이야기가 그렇듯 『소문』도 개그성 짙은 묘사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이토 준지 컬렉션>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이 토미에(9화 첫 번째 이야기 『화가』 등장인물)가 아니라서 아쉽다. 혹시 다음에 나올 2기를 위해 토미에 이야기를 작화하지 않은 것일까? 2기가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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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6-0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도 다가오고 이토 준지 만화 좀 봐야겠어요^^

cyrus 2018-06-03 21:50   좋아요 0 | URL
볼만한 재미있는 공포만화를 찾아봐야겠어요. ^^

서니데이 2018-06-03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토준지는 만화책으로 볼 때보다 애니메이션이 덜 무서운 것 같은데, 밤에 텔레비전으로 보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 많이 더웠는데, 주말 잘 보내셨나요.
cyrus님,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8-06-03 21:52   좋아요 1 | URL
원작 만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면 덜 무서워요. 다음 장면이 뭘 나올지 알고 있어서요. 오늘 지인이 선거 후보로 출마해서 선거 운동 도왔어요. 오늘 정말 더웠습니다. ^^;;

transient-guest 2018-06-0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토 준지는 정말 기괴한 작가죠.ㅎㅎ 그 일상의, 평범한 가운데 벌어지는 사건,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점이 정말 기괴합니다.ㅎ

cyrus 2018-06-07 11:31   좋아요 1 | URL
러프크래프트와 이토 준지 작품의 공통점은 기괴한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이 자신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점입니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멘붕에 빠지게 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죠.

kokoro 2018-06-10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토 준지의 만화중 소이치시리즈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소이치가 귀엽기도 하고 ^^

cyrus 2018-06-11 07:49   좋아요 1 | URL
소이치 시리즈가 이토 준지 작품 중에 덜 무섭고 개그 요소가 많아요. ^^
 

 

 

 

이토 준지 컬렉션 10화 첫 번째 이야기

글리세리드

 

 

 

 

 

『글리세리드』는 공포감보다는 비위에 거슬리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이토 준지는 ‘찐득거리는 불쾌감’을 느낀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끈적끈적한 기름 덩어리들이 비적비적 흘러나오는 집의 묘사와 기름을 먹고 사는 인물들의 모습은 작품을 보는 사람의 속을 느끼하게 한다. 역시 이토 준지는 불쾌감을 유발하는 재주가 있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 (미우, 2016)

* [절판] 이토 준지 《어둠의 목소리》 (시공사, 2014)

 

 

 

유이는 고기를 파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버지고로라는 이름을 가진 오빠와 함께 사는 소녀다. 그녀가 사는 집은 어둡고 기름이 흘러넘친다. 고로는 아버지 몰래 혼자서 기름을 벌컥벌컥 마시는 히키코모리다(성이 같을 뿐 식당에 혼자서 밥 잘 먹는 이노가시라 고로[1]의 음식 취향과 정반대이다). 기름을 섭취한 영향으로 인해 아버지와 고로의 피부에 기름기가 많고, 몸에 생긴 기름 때문에 악취를 풍긴다. 고로는 몸에 묻은 기름과 얼굴에 난 여드름 때문에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외출을 하지 않은 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종종 동생을 괴롭히면서 화풀이를 한다. 기름에 민감해진 유이는 집안에 퍼져있는 기름의 농도(유도, 油度)[2]를 감지하는 능력이 생긴다.

 

뭐니 뭐니 해도 『글리세리드』의 하이라이트고로의 ‘여드름 짜기’ 공격이다. 결말보다 중간 장면이 더 유명한 작품이다. 고로는 자신의 얼굴에 난 여드름을 한꺼번에 짜서 유이를 괴롭히는데, 얼굴에서 기다랗게 국숫발처럼 흘러나오는 피지가 인상적이다. 아니, 인상적이라기보다는 혐오스럽다. ‘역대급 혐짤’을 말로 표현하면 묘사가 주는 불쾌감을 느낄 수 없다. ‘이토 준지 여드름’이라고 검색하면 그 문제의 장면을 볼 수 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보지 말 것!

 

 

 

 

 

 

이토 준지 컬렉션 10화 두 번째 이야기

다리

 

 

 

 

 

 

카나코는 한밤중에 할머니가 사는 마을에 향한다.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특이한 장례 풍습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망자를 땅에 매장하지 않고, 다다미에 실어 다리 밑에 흐르는 강물에 떠내려 보낸다. 그리고 그 과정을 모든 마을 사람들(아이들도 포함)이 모여서 구경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마을 사람들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망자가 다리 밑에 통과하면 성불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망자가 다리 밑에 통과하지 못하고 강물에 잠겨버리면 성불에 실패한 것이다. 카나코가 건넌 다리 위에는 성불하지 못한 채 유령이 된 마을 사람들이 서 있다. 유령들은 밤마다 할머니를 부르고, 죽음을 직감한 할머니는 손녀 카나코에게 자신이 죽으면 땅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과연 할머니의 유언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토 준지 컬렉션 11화 첫 번째 이야기

초자연 전학생

 

 

 

 

 

 

이 이야기의 화자인 마이코는 학교 동아리 ‘초자연 동호회’ 회원이다. 초자연 동호회는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결성한 동아이다. 초자연 동호회의 리더인 히카루는 숟가락을 구부리는 초능력을, 동급생 키요시는 영시(靈視) 능력이 있다. 동호회 회원들은 그들이 진짜 초능력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두 사람은 속임수를 쓰고 있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7 : 신음하는 배수관》 (시공사, 2008)

 

 

 

그러다가 어느 날, 전학생인 츠카노 료가 초자연 동호회에 가입한다. 료도 초자연적 현상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료가 나타날 때마다 그의 주변에 기이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초자연 동호회 회원들 앞에 ‘진짜 초능력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11화 두 번째 이야기

허수아비

 

 

 

 

 

『다리』와 조금 비슷한 작품이다. 『허수아비』에도 특이한 장례 풍습이 나온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망자를 잊지 못해 무덤에 망자의 모습과 닮은 허수아비를 세운다. 전체적으로 무섭게 느껴지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살아있는 듯한 허수아비의 표정이 섬뜩하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허수아비』를 보면서 ‘세계의 괴기 장소’ 중 하나로 언급되는 멕시코의 ‘인형의 섬’이 생각났다. ‘인형의 섬’에 가면 여기저기에 매달린 흉물스러운 인형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섬에 버려진 인형들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봐도 오싹하다. 인형의 섬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섬의 관리인이 인형을 매달았다는 설이 있다. 섬의 관리인은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지 못해 죄책감에 빠졌고, 소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인형들을 매달아 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연하게도 섬 관리인 역시 물에 빠져 세상을 떠났다…‥. ‘인형의 섬’ 탄생에 둘러싼 지금까지의 내용은 ‘나무위키’에 있는 것이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1] 

 

 

 

 

 

 

 

 

 

 

 

 

 

 

《고독한 미식가》(이숲, 2010, 2016)의 주인공.

 

 

[2] 이토 준지는 습도(공기 중에 수증기가 포함된 정도)에 영감을 얻어 ‘유도(공기에 포함된 기름의 농도)’라는 가상의 용어를 만들었다.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 자작 해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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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01 12:25   좋아요 1 | URL
제가 청소년 시절에 여드름으로 고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여드름이 나봤자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예요. 제 피부가 지성인데, 여드름이 많이 생기지 않아서 신기해요. 축복받은 피부입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18-06-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고 나서 멕시코 인형의 섬
을 검색해 보았는데... 오싹하네요 정말.

사탄의 인형에 등장하는 처키가 떠오르기도
하구요. 인형도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싶
네요.


cyrus 2018-06-01 19:21   좋아요 0 | URL
호러영화의 인기 소재가 인형이죠. 인형이 사람의 모습을 모방한 물건이라서 더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하라 2018-06-0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드름 공격을 가볍게 묘사하신 걸텐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혐오스럽네요ㅠ
그 외의 작품들은 흥미를 끄는 매력도 있는 것 같아요

cyrus 2018-06-02 17:18   좋아요 1 | URL
애니메이션의 특정 장면도 스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토 준지 특유의 공포를 직접 확인해야 묘사가 주는 공포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이토 준지 만화책을 보지 않아도 검색만 하면 이토 준지의 그림을 볼 수 있어요. ^^;;
 

 

 

이토 준지 컬렉션 9화 두 번째 이야기

혈옥수(血鈺樹)

 

 

 

 

 

 

 

 

안자이카나는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 마을을 헤맨다. 갑자기 아이들이 튀어나와 커플을 공격하고, 카나의 목에는 아이에게 물린 상처가 생긴다. 가까스로 아이들을 피해 달아난 커플은 혼자 사는 청년의 집에 머무른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7 : 신음하는 배수관》 (시공사, 2008)

 

 

 

 

청년은 커플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자는 청년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그녀는 수수께끼의 말을 남겼는데, 자기 몸속에 흐르는 피가 밖으로 빠져나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칼로 목을 그어 자살한다. 청년은 여자의 목에 흐르는 피를 빨고, 목에 난 상처 부위에 ‘혈옥수’가 자라난다. 여자가 말한 대로 몸속의 피는 밖으로 나오면 나무 형태로 변한다. 혈옥수는 체내의 영양분을 먹으면서 점점 자라고, 영양분이 빠져나간 몸은 미라가 된다. 청년은 혈옥수로 남게 된 여자 친구가 영원히 살아간다고 믿는다. 그런데 상처가 난 카나의 목에 혈옥수가 자라기 시작하는데…‥.

 

 

 

 

 

 

 

 

 

 

 

 

 

 

 

 

 

 

 

*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열린책들, 2004)

 

 

 

『혈옥수』에로스(Eros)타나토스(Thanatos)라는 프로이트의 명제와 공포물의 대명사인 ‘뱀파이어’ 설정을 결합한 이야기다. 프로이트는 『쾌락 원칙을 넘어서』라는 글에서 사랑하는 대상을 파괴하고 생명이 없는 무기질로 환원시키려는 죽음 욕동을 가설로 제시했다. 프로이트에게 삶의 욕동은 에로스로 건강하지만, 죽음 욕동인 타나토스는 위험하다. 에로스는 원천이 사랑이기에 건설적이지만, 타나토스는 원천이 미움이기에 파괴하려 든다. 죽음 욕동은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겨냥한다. 분노가 행동으로 표출될 때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혈옥수』의 청년은 자신의 고귀한 목적(혈옥수로 가득한 정원을 만들고 즐기는 것), 즉 쾌락을 위해 타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뜨린다(흡혈 행위 이후에 사람의 몸에서 자라나는 혈옥수). 물론 이 쾌감은 정당하지 않다. 쾌감의 희생자 대다수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 박선경 역 《세계 서스펜스 추리여행 1》 (나래북, 2014) - 클라리몽드

* 테오필 고티에 《고티에 환상 단편집》 (지만지, 2013) - 사랑에 빠진 죽은 연인

* [절판] 신주혜 역 《클라리몽드 : 아홉 개의 환상기담》 (작품, 2013) - 클라리몽드

* 이탈로 칼비노 엮음 《세계의 환상소설》 (민음사, 2010) - 죽은 여자의 사랑

* 이규현 역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창비, 2010) - 죽은 여인의 사랑

* 정진영 역 《뱀파이어 걸작선》 (책세상, 2006) - 죽은 연인

 

 

 

‘에로스와 타나토스’라는 정신 분석의 주제는 테오필 고티에의 고딕 로맨스 소설 『클라리몽드』에서도 나온다. 이 단편 소설은 브램 스토커《드라큘라》(1897년)보다 훨씬 더 일찍 나온(1836년) 뱀파이어 소설이다. 공포 문학이나 뱀파이어 문학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원제는 ‘La Morte Amoureuse (죽은 연인)이지만, 이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인 ‘클라리몽드(Clarimonde)’로 더 많이 알려졌다.

 

소설은 나이 든 신부인 로뮈알드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청년 로뮈알드는 교회에서 기도하던 중 매춘부 클라리몽드를 우연히 보게 된다. 로뮈알드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고, 갑자기 마음속에 솟아오르기 시작한 욕망을 절제하느라 애쓴다. 정식으로 신부가 된 로뮈알드는 장례식을 거행하기 위해 ‘죽은 여인’의 집에 찾아갔는데, 죽은 여인은 바로 자신이 사랑했던 클라리몽드였다. 그는 그녀의 시신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욕망에 휩싸이게 되고, 클라리몽드의 입술에 키스한다. 신부의 키스에 클라리몽드는 다시 눈을 뜬다. 로뮈알드는 매일 밤 그녀를 만나 밀회를 즐긴다. 그러나 부활한 클라리몽드는 뱀파이어였다. 신부와 뱀파이어의 기이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로뮈알드의 신부 서품을 도운 세라피옹 신부는 망상에 사로잡힌 로뮈알드를 구해내기 위해 클라리몽드의 무덤을 파헤친다. 클라리몽드의 시신을 확인한 로뮈알드는 자신을 괴롭힌 ‘클라리몽드의 환상’에서 벗어난다.

 

로뮈알드는 처음에 클라리몽드를 만났을 땐 육체적 쾌락을 다스리는 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죽은 클라리몽드를 보자마자 그녀에 대한 욕정과 집착은 커지기 시작한다. 클라리몽드는 로뮈알드의 피를 빨면서 끝없이 그를 소유하고자 한다. 세라피옹 신부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피가 빨린 로뮈알드는 서서히 죽어 갔을 테고, 그녀는 로뮈알드를 죽여서라도 독점했을 것이다. 클라리몽드 역시 상대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도착 증세를 보인다. 도착이란 대상이 너무 집착하는 나머지 그것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이다. 클라리몽드의 흡혈 행위는 도착증에 대한 환유로 읽을 수 있다.

 

『혈옥수』와 『클라리몽드』, 두 작품 모두 욕망의 환상 속에 뒤틀린 사랑을 보여준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타자에 대한 존중이다. 타자를 이용하여 쾌락을 누리는 병든 에로스는 타자와 나를 파괴한다. 많은 영화, 노래, 문학, 미술 등 모든 예술은 지칠 줄 모른 채 ‘병든 에로스’를 다루고, 대중은 사랑과 여성을 왜곡한 예술을 소비한다. 이런 예술을 ‘미학’으로 애써 포장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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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0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5-10 17:15   좋아요 1 | URL
저는 책임성이 부족해서 상대방을 위해 헌신하는 일을 못해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8-05-10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이 더워지니 이제 공포 / 괴기 문학이 더 생각나네요. 다만, 이토 준지는 좀 끈적한 느낌이 들어 시원한 소나기 같은 느낌보다는 습한 장맛비 같네요^^:)

캐모마일 2018-05-10 15:57   좋아요 1 | URL
습한 장맛비. 비유를 읽고 혼자서 오 맞아!하고 웃는 바람에 주변 분들이 순간 절 이토 준지 만화 인물들처럼 보네요. ㅜㅜ

겨울호랑이 2018-05-10 16:04   좋아요 1 | URL
에고... 난처하셨겠어요... 그래도 이토 준지가 좀 끈적끈적한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 지 싶습니다.^^:)

cyrus 2018-05-10 17:21   좋아요 2 | URL
To. 겨울호랑이 / 이토 준지의 공포를 적절하게 설명해주셨어요. 습하면서 불쾌한 느낌을 주는 공포를 연출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이토 준지입니다. <이토 준지 컬렉션>을 보면 햇빛이 전혀 없는 잿빛 구름만 가득한 하늘이 나옵니다. ^^

To. 캐모마일 / 평범한 것조차 기괴하게 비틀어버리는 묘사가 이토 준지의 능력이죠. ^^
 

 

 

 

이토 준지 컬렉션 5화 첫 번째 이야기

또 하나의 나, 그리고…

 

 

 

 

 

 

 

‘오시키리 시리즈’ 중 한 편으로 오시키리 토오루라는 소년이 나오는 이야기다. 원제는 『오시키리 이담』이다. ‘이담(異談)’이 국내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서 그런지 국내 정식 발매 판인 구판(《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7 : 벽》)에는 『또 하나의 나, 그리고…』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었다. 신장 완전판인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9》에서는 원제를 그대로 옮겼으나 ‘이담’이 아닌 ‘괴담(怪談)’으로 번안되었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9 : 오시키리의 괴담 & 프랑켄슈타인》 (시공사, 2008)

* [구판, 품절]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7 : 벽》 (시공사, 1999)

 

 

 

 

오시키리 토오루는 으리으리한 집에 혼자서 산다. 그러나 오시키리의 집에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곳에 2차원의 세계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어느 날 오시키리는 자신의 집 복도에서 동급생 후지이 미오를 만난다. 그러나 후지이는 오시키리를 보자마자 겁에 질린 채 도망치고, 투명 인간이 되듯이 사라져버린다. 다음 날 학교에서 만난 후지이는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 듯하다.

 

‘오시키리 시리즈’가 처음에는 2차원을 주제로 한 작품이 아니었다. 2차원 세계에 있는 오시키리가 처음으로 등장한 작품이 ‘오시키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침입자』다. 그 다음으로 나온 이야기가 『오시키리의 괴담』이다. ‘오시키리 시리즈’는 옴니버스 구성을 취하고 있으나 『오시키리의 괴담, 벽』(‘오시키리 시리즈’ 마지막 편)은 『침입자』와 이어지는 작품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5화 두 번째 이야기

봉제교사

 

 

 

 

 

 

<이토 준지 컬렉션> 1화 첫 번째 이야기인「소이치의 제멋대로 저주」 에 이어 소이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다. 소이치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토 준지 컬렉션> : 이토 준지의 그로테스크 만화’(2018년 1월 9일 작성)를 참고하면 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6 : 소이치의 저주일기》 (시공사, 2008)

* [구판, 품절]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9 : 소이치의 즐거운 일기》 (시공사, 1999)

 

 

 

신장 완전판에 수록된 작품명은 ‘인형 교사’다. 소이치의 저주를 받은 야나기다 선생님은 인형으로 변한 모습으로 학교에 출근한다. 같은 반 학생이자 반장인 코이치를 질투하는 소이치는 코이치에게도 저주를 걸어 그를 괴롭히려고 한다. 『봉제교사』는 공포보다 개그에 치중한 작품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6화 첫 번째 이야기

이웃집 창문

 

 

 

 

 

 

그로테스크식 결말이 인상 깊은 작품. 히로시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창문이 하나밖에 없는 집이 있다. 이웃집의 창문은 2층에 있는데, 히로시의 방에 달린 창문을 마주 보고 있다. 2층에 ‘누마게’라는 이름의 여자가 살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누군지 잘 모른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8 : 백사촌 혈담》 (시공사, 2008)

* [구판, 품절]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13 : 괴기 서커스》 (시공사, 1999)

 

 

 

한밤중에 히로시는 이웃집 2층에서 자신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도련님~ 도련님~ 안녕하세요. 주무시고 계시나요?”

 

 

잠이 깬 히로시는 밖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연다. 그는 이웃집 2층 창문에 있는 흉측한 모습의 누마게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매일 밤이 되면 누마게는 히로시를 부르면서 그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하는데…‥.

 

 

네이버 검색창에 ‘이토 준지 이웃집 창문’을 입력하면 누메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누마게는 히로시를 유혹하려고 시도하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양팔에 목걸이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괴상하게 생긴 누마게는 ‘화려한 외모’로 남성을 유혹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 이미지를 뒤집는 캐릭터다. 한편으로 누마게의 모습이 MTF트랜스젠더(male-to female transgender)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목걸이들을 지나칠 정도로 걸고 다니는 누마게의 행동은 ‘여성성’을 과도하게 연출하려는 MTF트랜스젠더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MTF 트랜스젠더는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여성성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길 원한다. 그러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트랜스젠더의 여성성 수행이 전통적인 여성성을 강화한다고 비판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6화 두 번째 이야기

느린 이별

 

 

 

 

 

단편집 《마의 파편》에 수록된 작품. 이 이야기에는 이토 준지식 ‘그로테스크 연출’이 없다. 이토 준지의 괴이한 설정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슬픈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 이토 준지 《마의 파편》 (시공사, 2015)

 

 

리코는 토쿠라 가문의 후손인 토쿠라 마코토와 결혼하여 함께 산다. 리코는 토쿠라 가문의 집에서 영혼들을 만난다. 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토쿠라 가문의 구성원 또는 조상들의 영혼이다. 마코토의 말에 의하면 토쿠가 가문의 영혼들은 10년이 지나면 이승을 떠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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