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하일브로너의 명저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The Making of Economic Society, 약칭 자본주의’)는 원래 박사학위 제출 논문이었다. 하일브로너는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로 이 책은 지금까지 13번의 개정과 보증이 이루어졌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나온 지 무려 29년 만에 10판이 나왔고, 2001년에 11판이 나왔다. 하일브로너는 12판을 위한 개정 작업을 착수한 2005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빈자리를 채워 준 윌리엄 밀버그 덕분에 미완성으로 남을 뻔한 12판에 이어서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를 다룬 내용이 추가된 13판까지 나올 수 있었다. 13판은 2011년에 나왔고, 올해 출간된 자본주의개정판은 13판을 옮긴 것이다.

 

경제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만큼 경제 환경은 급변하기 쉽다. 하일브로너는 자본주의를 시시때때로 변하기 쉬운 사회조직으로 이해했다.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도 그 연장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생전에 하일브로너는 1929년 대공황을 자본주의의 붕괴를 예고하는 위기 신호가 아닌 자본주의 특유의 역동적인 변화 신호로 봤다.

 

자본주의13판은 자본주의의 자체의 역동성이 충분히 반영된 책이다. 13판이 정식으로 출간된 지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경제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밀버그는 13판에 있는 내용을 수정한 14판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1장 주석에 이런 내용이 있다.

 

중국은 2001년에 WTO에 가입했으며, 러시아는 아직 비회원 참관국이지만 조만간 WTO에 가입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자본주의》13판 11장 후주 557)

 

자본주의13판을 번역한 홍기빈 씨와 출판사 편집자들은 책 뒤편에 있는 후주(後註) 목록을 꼼꼼하게 교정하지 않은 듯하다. 밀버그가 13판 개정 작업을 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WTO 비회원 참관국이었다. 그러다가 이듬해 822일 러시아가 15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13판 개정 작업을 완료한 밀버그는 러시아가 WTO에 가입할 거로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홍기빈 씨와 책임 편집자는 후주 내용을 그대로 옮길 것이 아니라 13판 원서의 한계를 설명하고, 러시아가 WTO에 가입한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

 

 

 

 

 

 

 

 

 

 

 

 

 

 

 

 

 

 

자본주의2장은 중세의 경제 사회를 설명한 장이다. 여기에 중세 유럽의 길드(guild, 상공업자들의 조합)를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도제는 장색이 될 수 있고, 장색이 된 뒤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예를 발휘하여 그만의 걸작을 완성시킴으로써 일가를 이룬 완벽한 대장인의 지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자본주의》 13판 287)

 

2장 87쪽에 대한 후주 (546쪽) : 이들은 모두 남자들이었다. 여성은 하녀로서가 아니면 길드에 들어올 수 없었다

 

걸작(masterpiece)’은 중세 길드에서 유래된 단어다. 도제를 거쳐 직인이 되고, 직인에서 장인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었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걸작에 부합되는 결과물을 제출했다. 그러면 길드를 대표하는 훌륭한 장인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하일브로너는 2장을 집필하기 위해 아일린 파워의 중세의 사람들을 참고했다. 그런데 파워의 또 다른 명저 중세의 여인들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길드는 남성 상공업자들이 자신들의 친목 도모와 결속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연히 여성의 길드 가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단편적인 사실만 가지고, 길드가 여성의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는 남초 집단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 파워도 중세의 여인들에서 남성들만의 모임으로서의 길드를 이해하는 관점에 반박했다. (이종인 역, 105쪽 참조) 길드 조합원의 아내와 딸은 조합원 내의 업무를 도울 수 있었다. 장인의 딸도 도제를 받을 수 있었고, 도제 과정을 수료한 미혼 여성은 팜므 솔르(femmes soles)’라는 지위를 받아 일했다. 하지만 길드 장인의 아내와 딸, 혹은 과부가 길드 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을 뿐, 일반 여성이 정식 길드 조합원으로 대접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파워의 설명을 근거로 546쪽 후주의 내용을 새로 고친다면, ‘여성은 길드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길드 조합원 혹은 장인의 아내와 딸은 길드 활동이 가능했다라고 쓰는 것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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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23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론이야 제차 하더라도 학위 논문을 단행본으로 게속 증보된다는 게 참 대단한 공부입니다...우리나라 학위 받는 사람도 많을 텐데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잘 없거든요...

cyrus 2016-11-23 16:24   좋아요 1 | URL
하일브로너가 <세속의 철학자들>이라는 책을 써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많이 얻었어요. 그런데 과거에는 대학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이 대중 서적을 내는 일이 전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보수적인 학자들은 하일브로너의 저술 활동을 부정적으로 봤고, 하일브로너의 지도교수들은 그의 학위 수여를 거부했습니다. 1950년대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런 이상한 편견이 남아있어요. 성과 위주의 사회제도 때문에 교수 명함을 달고 있는 학자들은 어려운 책만 쓰고 있습니다. 장하준 같은 학자들이 많아야 합니다.
 
어른의 맛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그리고 또 다른 충전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란 그렇게 큰 사건들에서만은 아니다. 그저 잔잔한 일상사에서 느껴질 때가 더 많다. 음식을 눈으로 즐기고 맛에서도 감동적인 만족한 식사가 되었다면 그 또한 휴식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속내를 음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은 살뜰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졌다. 히라마쓰 요코의 《어른의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의미를 음식으로 표현한 책이다.

 

음식을 주제로 하거나 소재로 삼은 책들은 손맛이 더해진 조리방식을 보여주며 독자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생활의 냄새와 추억의 맛이 더해진 책 속 음식을 보며 독자들은 그 음식을 찾아서 먹게 된다. 《어른의 맛》을 보고 읽노라면 일본 음식의 맛이 궁금해진다. 일본과 한국의 음식문화와 조리법은 비슷한 듯 닮았으면서도 여러 차이가 있다. 사실 책 속에 소개된 특색 있는 일본의 전통 음식은 일본에 가보지 않는 이상 경험하기 힘들다. 또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다. 우리의 미각으로는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맛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책의 인기요인은 먹음직스러운 음식 때문이 아니라 현대인의 심리적 허전함과 불안감, 뭔가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 같은 무의식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음식은 어느 민족에게나 생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음식은 국경을 초월하여 민족 정체성이나 신앙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원초적 방법이다. 여기에 우리 민족에게 밥상은 식구가 둘러앉아 일상생활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서로의 안녕과 가족애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어느 나라에나 사람이 있고 가족이 있기에 이들과 함께하는 그 나라만의 가족 음식도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저자는 늦은 밤에 아버지가 사준 주먹초밥과 김초밥을 먹었던 어린 시절의 순간에서 가족의 포근함을 발견한다.

 

 

아버지가 천천히 나무도시락 끈을 풀자 주먹초밥(니기리즈시)과 다랑어나 오이가 들어간 김초밥이 화려하게 담겨 있다. 그걸 보는 순간 잠기운이 싹 달아난다. 옆에 있던 여동생도 눈을 크게 뜨고 몸을 앞으로 쭉 내민다.

 

뭐부터 먹을까. 젓가락을 쥐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컵에 든 차가운 물을 마시며 아버지가 말한다. “요코는 오징어, 게이코는 새우.”

 

기분 좋아서 아무렇게나 한 말일 뿐인데 고민고민하던 마음을 들킨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말대로 젓가락을 움직인다. 와사비의 맛은 아버지가 술에 취해 사 가지고 오신 나무도시락 초밥 때문에 알게 됐다. 아버지가 사 온 그 나무도시락 초밥도 지금 생각해 보면 왠지 와사비가 적었던 것 같다. 가족을 위한 야식이기 때문에 와사비를 아주 연하게 해 달라고 부탁해서 그랬던 것 아니었을까.

 

(《어른의 맛》 43쪽)

 

 

이 글에 묻어 나오는 포근함은 세계 어느 나라에 살든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보고 느껴봤을 것이다. 그 와사비 맛은 순식간에 그녀를 유년의 어떤 기억들로 데려다주었다. 이 기억은 억지로 생각해서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추억이 아니다. 그것은 맛이 몸속의 무엇을 건드려 몸속으로부터 빠져나오는 특별한 기억이다. 이런 특별한 맛의 기억이 추억으로 남고 행복한 삶 일부가 된다면, 성공한 어른으로 자랐다는 방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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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2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것만큼 가장 즉각적인 것도 없는 만족감이죠..
반대로 ..먹지 못하는 것만큼 또 불행한 것도 없으니까요..
안먹고도 살수 있다면...또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먹는 것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면 ..신이겠지요..ㄷㄷㄷ

cyrus 2016-11-23 13:18   좋아요 1 | URL
요즘은 건강을 위해서 음식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대표적인 분이 저희 어머님입니다. ^^;;

레삭매냐 2016-11-22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 책 빌려다 보려고 했는데. 먼저 읽으셨네요.

cyrus 2016-11-23 13:19   좋아요 0 | URL
일본 음식이 낯설고, 음식 사진이 많지 않아서 공감 얻기 힘든 글이 많았어요. 그래서 책 별점 3개 줬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11-23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은 책이 또 늘어나는 자괴감(?)을 느낍니다 제가 책을 읽으려고 태어난 건가 하은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 ㅋㅎㅎㅎㅎ

cyrus 2016-11-23 13:21   좋아요 0 | URL
일본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공감하기 힘든 글이 많았습니다. 《황석영의 밥도둑》이나 공지영의 《시인의 밥상》을 보는 것이 낫습니다. ^^;;
 

 

 

 

 

 

 

 

 

 

 

 

 

 

 

 

 

 

 

 

 

폴 고갱은 나이 마흔셋에 문명을 등지고 원시적 감성이 살아 숨 쉬는 태평양의 섬 타히티로 떠났다. 고갱은 이후 문명과 원시를 몇 차례 오가며 변화무쌍한 삶의 궤적을 남겼다. 그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아 노아(Noa noa》를 썼다. 산문집의 표지와 삽화를 직접 그렸고, 자비로 출판했다. 비록 상업적으로 실패했지만, 이 책에 고갱의 고독했던 삶과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리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노아’는 마오리족 어로 ‘향기’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노아 노아 : 폴 고갱의 타히티 체류기》(열화당, 1979년, 재판 1994년), 《고갱의 타히티 기행》(서해문집, 1999년)은 《노아 노아》를 번역한 책이다. 열화당 판은 출간 연도가 상당히 오래 돼서 구하기 힘들고, 서해문집 판(약칭 《타히티 기행》) 도 절판되었다. 《폴 고갱, 슬픈 열대》(예담, 2000년, 약칭 《슬픈 열대》)에는 《노아 노아》의 일부 내용만 소개되었다.

 

 

 

 

 

 

세 권 중에 비교적 완성도가 높고, 읽을 만한 판본은 열화당 출판사의 《노아 노아》이다. 이 책에 수록된 고갱의 판화는 그의 제자 다니엘 드 몽프레가 복제한 것이다. 《타히티 기행》의 일러스트는 원본이다. 고갱의 자필 문장도 볼 수 있다. 그리고 1962년에 작성된 서머싯 몸의 서문이 있다. 번역어만 가지고 고갱의 문장 실력을 평가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 고갱의 친구이자 상징주의 시인인 샤를 모리스가 《노아 노아》 원고 일부를 다듬었기 때문에 《노아 노아》의 원문 전체 중에 고갱이 쓴 것을 찾아내 구별하기가 어렵다. 원고를 윤색한 친구 때문인지 은유, 상징, 관념적인 표현이 들어간 문장이 많다.

 

 

 

 

 

 

 

 

 

 

 

 

 

 

 

 

 

 

알라딘에 프랑스 원어로 쓰인 전자책 《노아 노아》를 무료로 내려받아서 읽어볼 수 있다. 프랑스 원어와 《타히티 기행》 번역문을 대조해서 읽어보고 싶었으나 프랑스어를 1도 몰라서 포기했다. 그래도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면서까지 《타히티 기행》 1장 전체 내용을 원문과 대조해서 읽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하지만 프랑스어 문법을 몰라서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다.

 

《노아 노아》는 보들레르의 시구를 사용한 제사(題詞)로 시작된다.

 

“말해주오... 무엇을 보았는지?” (Dites, qu'avez-vous vu?, 《타히티 기행》 13쪽)

 

《슬픈 열대》는 제사가 없다. 《노아 노아》가 시작되는 첫 번째 글이 《슬픈 열대》 중반부에 배치되는 바람에 번역자가 제사를 삭제한 것 같다. 그리고 발췌 편집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문장을 삭제한 흔적도 보인다.

 

 

* Les vahinés reprenaient le bras de leur tanés, parlaient haut, dodelinaient des fesses, tandis que leurs larges pieds nus foulaient lourdement la poussière du chemin. Près de la rivière de la Fatüa, éparpillement général.

 

* 여자(vahines)들은 다시 남자(tanés)의 팔을 잡고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면서 그 큰 발로 먼지를 일으키면서 파튜 (Fatü) 강가를 따라 흩어져 갔다.

(《노아 노아》 12쪽)

 

* 아내는 남편의 팔을 잡고 생기 있게 떠들었고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며 튼튼한 맨발로 길바닥의 먼지를 심하게 일으켜댔다. 파투(Fatü) 강가 근처에서 모두 흩어졌다.
(《타히티 기행》 20쪽)

 

* 여자들은 남자들의 팔짱을 끼고 엉덩이를 흔들며 먼지 이는 파타우아 강가를 따라 흩어졌다. (《슬픈 열대》 138~139쪽)

 

 

vahiné타히티의 여자뿐만 아니라 아내, 정부(情婦)도 의미하는 단어다. 원서에는 강의 이름이 ‘Fatüa’로 되어 있으나《노아 노아》와 《타히티 기행》의 번역가는 ‘Fatü’로 썼다.

 

 

 

—Tu sais, Gauguin, fit la princesse en se levant, je n'aime pas ton La Fontaine.
—Comment? Notre bon La Fontaine!
—Peut être est il bon, mais ses morales sont laides. Les fourmis….
(et sa bouche exprimait le dégoût).
Ah! les cigales, oui! Chanter, chanter, toujours chanter!

 

 

"고갱, 당신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당신네 나라의 라 퐁텐을 싫어한단 말이에요."

"어째서? 우리들의 선량한 라 퐁텐을?"

"아마 그는 선량한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사람의 도덕이란 게 도시 맘에 들지 않는단 말예요. 개미...?"

그녀의 입가엔 혐오의 정이 역연했다.

"오, 베짱이. 그는 좋다. 노래하고 또 노래하고 항상 노래하는..."

 

(《노아 노아》 18쪽)

 

 

"고갱 씨, 알아요?" 일어나면서 그녀가 말했다.
"나는 당신네 라 퐁텐느를 좋아하지 않아요."
"어째서? 우리 훌륭한 라 퐁텐느를?"
"아마 훌륭한 사람이겠죠. 하지만 그 사람 도덕은 마음에 안 들어요. 개미는..."
(그리고 그녀의 입은 불쾌감을 나타냈다)
"아, 베짱이는, 그래요. 노래하고 노래하고 항상 노래해요!“


(《타히티 기행》 25~26쪽)

 


"아시나요, 고갱? 난 당신네 작가 라 퐁텐을 싫어해요."
"왜 우리 선량한 라 퐁텐을?"
"선량한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사람이 말하는 도덕은 도무지 마음에 안 들어요. 개미라고!"
그녀의 입이 혐오스럽다는 듯 일그러졌다.
"난 매미가 좋아요. 이것들은 노래하고 또 노래하고, 언제나 노래하죠..."


(《슬픈 열대》 145쪽)

 

 

프랑스어를 조금 할 줄 아는 티티(Titi)라는 타히티 여자가 고갱 앞에서 라 퐁텐의 우화를 암송한다. 그리고 그녀는 고갱에게 우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낸다. 라 퐁텐 우화집은 동물을 위주로 한 소재와 접근방식이 비슷한 탓에 흔히 이솝 우화집과 혼동된다. 그러나 이야기의 전개가 유사하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랜 시간, 전세계로 구전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살짝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가 프랑스에선 ‘개미와 매미’로 알려져 있다. ‘cigale’은 매미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이솝 우화 그리스어 원전에도 ‘개미와 매미들’로 되어 있다.

 

 

 

 

 

 

 

 

 

 

 

 

 

 

 

 

 

 

 

고갱이 그린 타히티 여인들의 그림은 문명 세계를 떠난 순수하고 위안을 주는 예술로서 칭송받아 왔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미술사학자 그리젤다 폴록은 고갱의 그림이 식민주의(colonialism)와 관광주의(tourism)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아 노아를 읽어 봐도 유럽중심주의와 식민주의가 결합한 고갱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갱은 원시적이고 순수한곳을 찾아 섬 깊숙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문명의 손길이 닿은 타히티의 현실에 실망했다. 그곳에는 원시의 향기를 맡을 수 없었다. 고갱은 자신의 몸과 정신에 배어있는 문명의 요소를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이 과정에서 고갱은 자신이 원주민의 삶에 동화된다고 생각했다. 고갱과 동행한 원주민들이 그에게 친밀한 원시의 향기를 맡았는지 알 수 없다. 노아 노아는 고갱의 시점으로 야생의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고갱의 타히티 정착 생활은 야생에 완벽히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백인의 관광주의적 체험과 유사하다.

 

고갱은 토테파라는 이름의 원주민과 함께 산 속에 자란 장미 나무를 꺾는다. 그는 도끼로 장미나무를 꺾음으로써 마오리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확신한다.

    

토테파와 나는 무거운 장미나무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오두막까지 날랐다. 장미나무. 그것이야말로 노아 노아였다. 토테파가 나에게 말했다.

 

“Paia?(재미있었어요?)”

 

그럼!”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이 그럼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나는 장미나무의 목판에 온 힘을 다해 칼자국을 넣었다. 그리고 칼자국을 넣을 때마다 점차로 고양되는 승리와 회춘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노아 노아!

 

(노아 노아41)

 

 

제국주의 유럽은 자연을 정복과 이용의 대상으로 보면서 절대적인 존재로서 지구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야만인들을 문명화하는 것이 백인들의 의무(mission)라는 명분까지 내걸고 식민지 정복의 길로 나선 것이다. 고갱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식민지 정복을 과시하는 자아도취에 빠져버렸다. 그가 야생의 장미 나무를 꺾고,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노아 노아는 원시 문명의 아름다움에 대한 근대적 욕망이 만들어 낸 환상의 상징이다고갱은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굉장히 추상적인 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건드리려고 시도했다. 고갱이 한평생 추구했던 의무는 가장 아름다울 수도, 더없이 추해질 수도 있는 이중적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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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11-22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고갱 자신이 문명 우월론자였으면서 원시상태를 꿈꾸고 그 모습을 완벽하게 그리려고 했다는 게 말이 안 됐었네요.자신이 이미 바뀔수가 없는데..

cyrus 2016-11-22 18:52   좋아요 1 | URL
고갱은 자기확신이 강한 편이었어요. 그렇지만 현실에 대한 실망감이 클수록 자신의 선택(타히티 섬 정착)에 실망했을 겁니다. 고갱의 글은 자기 합리화로 포장되어 있어요.

yureka01 2016-11-22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갱이 동양의 도교 사상을 알았더라면 혹시 어떻게 되었을까요..^^

cyrus 2016-11-22 18:54   좋아요 0 | URL
아마도 고갱이 동양미에 심취했으면 이인성 같은 화가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을 것 같습니다. ^^
 
- 소리 없이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는 붉은 재앙
조나단 월드먼 지음, 박병철 옮김 / 반니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자대로 배치받은 부대는 전투 지원 중대다. 우리 중대는 4.2인치 박격포 소대와 106mm 무반동총 소대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박격포 소대로 들어갔다. 박격포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서 검사받는 기간이 있다. 그 기간이 다가오면 박격포를 구성하는 모든 장비 하나하나 구리스(윤활유의 군대 용어)로 닦는다. 장비 표면에 구리스를 얇게 펴듯이 발라 솔로 문지르면 녹이 제거된다. 다만, 구리스를 너무 많이 바르면 안 된다. 장비 표면에 남은 기름기를 제거하지 못하면 말라붙어서 찌꺼기 덩어리가 생긴다. 누렇게 뜬 녹을 지우기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오래된 녹은 솔로 여러 번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빼빠(사포의 군대 용어)로 녹을 긁어내면 좋은데, 너무 세게 긁으면 장비 표면에 긁힌 흔적이 남는다.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박격포를 원하는 간부와 말년 병장 들은 빼빠 사용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 기름 냄새가 잔뜩 나는 구리스를 발라 솔로 문지르는 단순 작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니 녹이 제대로 제거될 리 없었다.

 

가장 먼저 녹의 불편함을 밝힌 사람은 고대 로마의 장군이다. 장군은 녹이 생긴 투석기에 대해 불만이 생겼고, 그 불쾌한 감정을 병영일지에 기록했다. 장군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녹을 제거하지 않은 무기는 성능이 떨어진다. 군인들이 거의 매일 총기 수입을 하는 이유가 있다. 2년 전에 제대 하루 앞둔 말년 병장이 총열(총탄이 발사되는 원통 모양의 금속관)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 죄로 법정에 선 적이 있었다. 소총 손질을 지시하는 부대에 불만을 품고, 대충 닦으려다가 그만 발각되고 만 것이다. 총열 내부는 녹이 슬기 쉽다. 한쪽 눈으로 총열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녹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일개 병사들의 눈에는 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력이 좋고, 짬밥을 많이 먹은 간부들은 녹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녹은 인류를 불편하게 만드는 자연 현상이다. 철은 여러 가지 도구와 무기는 물론이고 건축이나 조형물에도 널리 사용된다. 문제는 애써 만들어놓은 철제 제품이 쉽게 녹이 슬어버린다는 것이다. 심하게 녹이 슬어 부식된 물건은 폐품으로 전락한다. (Rust)의 저자 조나단 월드먼도 녹의 불편함을 참지 못한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금까지 인류를 조용하게 괴롭힌 녹의 위력들을 알려준다.

 

녹은 철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서 만들어진 산화물이다. 단단한 화학결합으로 연결돼있던 철 원자들이 산소 때문에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녹슨 철은 쉽게 부서지게 된다. 쇠가 녹이 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화학반응은 지금도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위험한 안전사고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82년에 미국 자유의 여신상 복원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으면, 누런 얼룩을 여기저기에 묻히고 서 있는 여신의 모습을 봐야 했다. 백여 년을 꿋꿋하게 버틴 자유의 여신 얼굴에 세월의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매일 빗물 샤워를 하고, 새똥의 공격을 받으면 철제 구조물에 녹이 슬기 시작한다. 미국의 상징도 예외가 아니다. 녹을 가볍게 무시하고,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손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녹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can)은 음식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만들어진 최고의 발명품이다. 하지만 가끔은 제조한 지 오래된 캔 내면이 부식되는 문제점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에 비하면 현재의 통조림 제조 기술은 완벽하다. 캔 내면에 플라스틱 막을 씌워 코팅하면 부식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 코팅 기술 도입 덕분에 톡 쏘는 코카콜라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뭐냐면 코팅 작업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성분이다. 이는 우리 몸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해 성분이다. 캔 제조업체들은 되도록 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은 캔도 녹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녹의 부식 현상을 막으려고 사용되는 화학 물질도 공개하기를 꺼린다. 오히려 캔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물질 성분들이 몸에 전혀 해롭지 않다고만 주장한다.

 

코카콜라 원액 제조법은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약사 팸 버턴이 처음 개발한 뒤부터 100년 넘게 영업비밀로 지켜지고 있다. 코카콜라를 마셔본 전 세계 사람들은 코카콜라사의 영업 비밀을 궁금해한다. 그런데 이것이 뭣이 중한디? 우리는 코카콜라 캔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른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코카콜라 제조법보다는 코카콜라 캔 제조법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책이 조나단 월드먼의 이다. 그가 캔 제조 방식을 소재로 한 논픽션 한 권 써줬으면 좋겠다. 그 책의 제목으로 침묵의 캔(Silent Can)’이 어울린다. []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캔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비스페놀-A 성분이 함유된 물질 사용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거나 이미 도입했다. 그런데 최순실의 나라는?

 

녹의 무서운 위력을 알지 못했던 시절, 그러니까 자유의 여신상의 철제 구조물에 녹슨 흔적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미국 공학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입하면서까지 녹을 제거하느라 애썼고, 부식 현상의 위험성을 인지했다.

 

그런데 최순실의 나라는? 해결해야 될 문제가 너무나도 많다. 일단 청와대, 국회 사람들의 정신이 아주 썩어빠질 정도로 녹슬어 있다. 정부는 바닷물 속에서 녹슬어 사라지는 세월호 존재 자체를 잊고 싶어 한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기득권층들에게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녹슬고 있다.

 

 

 

[] 레이첼 카슨의 불멸의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제목을 패러디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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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11-2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병 콜라 다시 나오지 않나? 캔 안쪽에 무슨 약품을 바른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역시 안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캔 제품 나오는 걸 보면 정신이 썩었지. 지네들은 캔 제품 먹지도 않을 거 아냐. 못 된 것들.ㅉ

cyrus 2016-11-20 20:27   좋아요 0 | URL
콜라가 산성이 강해요. 그래서 콜라를 캔에 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녹》을 보면서 캔 제조에 대해서 그동안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됐어요.

겨울호랑이 2016-11-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는 연대 중화기 중대 출신이시군요 ^^:

cyrus 2016-11-20 20:27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연대 지원중대 출신입니다. ^^

yureka01 2016-11-2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스페놀.a 성분은 환경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걸로 는데요. 분명 낡고 삭아가는데 녹이 결정적이죠.사회적 녹이 순시리였다는.ㄷㄷㄷ

cyrus 2016-11-20 20:3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비스페놀 A가 환경호르몬입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비스페놀 A‘를 쳐보면 전 세계적으로 비스페놀 A이 들어간 캔 사용금지를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 관련 뉴스가 많이 알려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 [나는 은교가 아니다여성이고 사람이다] 서울신문 20161111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1&aid=0002773146

 

 

* [일부 참석자 "우리를 룸살롱 취급하냐" 성추행 제기 여성에 반박]

조선일보 20161023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221861

 

    

 

하 수상한 시절이라서 그런지, 출판계 쪽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이 잊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박범신 작가의 성희롱 논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범신 작가의 성희롱을 최초로 언급한 프리랜서 편집자의 글을 반박하는 입장도 있어서 양측의 사실 확인이 필요합니다.

 

박 작가는 해당 출판사의 직원에게 프리랜서의 글을 내리라고 지시했을 것이고, 그 직원은 프리랜서 편집자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프리랜서 편집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출판사의 태도는 논란을 은폐하려는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바닥 좁다쉬쉬하던 출판계 성폭력공론화] 일다, 20161116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7&aid=0000005451

 

 

조직 내 성희롱 은폐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범죄입니다. 이럴 때 더욱 민감하고 명확하게 처리돼야 합니다. 성희롱은 개인적인 문제이니 알아서 해결하라? 성희롱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면 해결되는 일이다? 이러한 가벼운 생각들이 오히려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환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출판사 쌤앤파커스, 사내 '성 갑질' 논란으로 이미지 추락]

시사위크 2014922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8444

 

 

2014년에 쌤앤파커스 출판사의 상무가 수습사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출판사를 향한 비난 여론이 커서, 출판사 대표가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와 다르게 박 작가 논란에 관련된 출판사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문제 출판사가 인지도 높은 대형 출판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출판사 직원이 직접 댓글을 남겨 편집자가 자사 소속 직원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특정 출판사라 추측, 단정 짓고 말았습니다. 이건 제가 잘못한 일입니다. 논란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기까지는 특정 출판사에 향한 추측성 비난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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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7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17 13:02   좋아요 1 | URL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문투성이만 남으니까 사건과 관련 없는 출판사들이 오해받습니다.

stella.K 2016-11-1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난 그렇게 보지는 않는데....
이게 말마따나 추측성이라면 회사가 직접 해명을 하고 나서야 할꺼야.
그런데도 아직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잖아.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해명은 반드시 필요한 거 아닌가?

그리고 프리랜서 계약직이라고 해도 회사와 계약하고 있는 동안은
회사 직원과 동등하거나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어.
그 회사 일을 해 주는 동안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고
그 사람이 작가로부터 수치심과 모욕을 당했다면 그에 대한 합의와
보상이 회사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프리랜서 계약직이니까 역시 우리 회사와 계약을 맺은 작가가 맘대로
해도 된다...? 이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작가가 갑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고.
모욕이나 수치심은 주는 사람은 몰라. 받는 사람이 더 잘 아는 법이지.
나는 애초에 그럴 의도가 없었어 발뺌하면 단가? 그건 아니잖아.
당한 사람이 아니라는데...
그리고 회사가 이런 일 자체에 연루 돼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불명예 준 알고 신속히 위기에 대처해야지.
뭐냐,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뭐 그런 고답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더군.

cyrus 2016-11-17 15:18   좋아요 0 | URL
프리랜서 편집자의 입장을 알린 보도문이 서울신문 외에는 보이지 않아서 출판사가 어딘지 정말 궁금해요.

오늘 오전에 문학동네 직원이 알라딘 계정으로 댓글을 남겼어요. 프리랜서 편집자가 자사에 일한 직원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stella.K 2016-11-17 15:29   좋아요 0 | URL
헉, 그럼 뭐야? 자작극이라는 거야?
이럴 경우 좇되는 건 무고한 독자들이네.
회사로선 명예훼손이고.
잘 알아 보지도 못하고 보도하는 기자 책임이냐 뭐냐?
갑자기 기분 묘해지네.

cyrus 2016-11-17 16:53   좋아요 0 | URL
자작극인지 확실히 모르겠어요. 후속 보도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언론이 지금 길라임씨한테 몰빵 중이라서 다시 조명받을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재는재로 2016-11-1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개소리네요 사람이 말한다고 다 말이 말이 아니죠

cyrus 2016-11-17 19:52   좋아요 0 | URL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 넘어갈 것 같습니다.

낭만인생 2016-11-17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사자들은 알고 있죠. 누군가는 물타기하는 것이고. 제3자의 입장에서 옥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으니 답답한 거고. 어쨌든 책은 계속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yrus 2016-11-18 08: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는 문제 있는 출판사에 대해 반감을 느끼면 되도록 그 출판사의 책은 안 보려고 합니다만, 이걸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독자에게 이 출판사의 책을 사지 말고, 읽지 말라고 권하는 것은 일종의 강요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이 출판사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들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11-18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보편화된, 아주 낮은 수준의 성의식이 큰 문제 같아요.

cyrus 2016-11-18 08:45   좋아요 0 | URL
올해 국내 출판 트렌드 중 하나가 페미니즘입니다. 그런데 일부 출판인들의 낮은 성 의식은 페미니즘의 정의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 빠진 출판사들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