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아테나(Athena)지혜의 신이다. 아테나는 호메로스(Homers)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Odysseus)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를 위해 여러 차례 도와준다.














 

 

* 호메로스, 김기영 옮김 오뒷세이아(민음사, 2022)

 

[대구 인문학 책방 일글책 - 고전 읽기 모임 두 번째 도서]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15)

 

 


멘토의 어원으로 알려진 나이 많은 현자 멘토르(Mentor)의 정체는 아테네다. 지혜의 신은 멘토르로 변신하여 방황하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us)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해준다.


한 권의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모험가가 된다독자는 글자들이 헤엄치고, 출렁이는 종이 바다를 항해한다. 모험의 목적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찾는 것그 보물은 바로 독자 본인의 진짜 모습이다그 보물을 얻으면 본인의 취향을 알게 된다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책을 읽는 독자는 해일처럼 거칠게 다가오는 수많은 책에 휩쓸리지 않는다또 지식인들이 만든 에 들어갈 수 있다.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4, 5월의 책]

/성이론 통권 제47》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22)




4월 한 달 동안 /성이론 통권 제47를 읽었다. 내겐 너무 힘든 모험이었다이 책에 나오는 지식인들의 섬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섬들에 사는 지식인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지적 영토를 구축하고 있는 섬의 지배자들은 다음과 같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 캐런 바라드(Karen Barad), 엘리자베스 그로스(Elizabeth Grosz) 등이 있다. 버틀러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이다/성이론 통권 제47의 기획 특집으로 분류된 글들의 주제는 신유물론과 페미니즘이다. 기획 특집 첫 번째 글 신유물론()과 페미니즘, 그리고 버틀러 비판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주요 사상을 소개하고, 이들이 어떻게 버틀러를 비판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방 <직립보행>의 부부 책방지기는 내겐 아테나와 같은 존재이다. 특히 보행님은 버틀러, 들뢰즈(Deleuze),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로저 브라이도티 등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의 책을 섭렵한 분이다. 그분께 조언을 구하고 싶어서 책방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필 4월 마지막 주말은 <직립보행> 휴무일이었다. 진작에 제대로 물어볼 걸 그랬어.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섬 주변을 마냥 혼자 배회할 수 없다. 모험이 실패했으면 다음 여정을 위해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성이론 통권 제47제일 마지막에 실린 성평등 전주 예술인 전시 퇴출 사건의 쟁점들: 검열과 차별의 기준점이 된 페미니즘페미니스트들의 과도한 검열을 비판한 글이다.


소녀, 농약, 좀비는 요절한 소녀의 삶을 신유물론적 관점으로 분석한 글이다. 소녀는 경제발전이 국가 생존의 문제로 강조하던 1970~1980년대를 살았다.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은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쓰러지게 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자, 박정희 정권은 식량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농업 정책을 내세운다. 정부는 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전국 농촌에 통일 벼를 보급했고, 농약과 제초제 사용량이 늘어났다. 일찍 노동 현장에 뛰어들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소녀는 1988년에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한다


이 글에 언급된 좀비는 자본주의 체제에 밀려나거나 소외된 하층민 또는 노동자다. 그들은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여 피와 땀을 흘리면서 노동력을 제공했지만,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해진 국민 대다수는 경제가 성장해야 내가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부르주아는 자신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가난에 벗어났다고 확신한다. 그들의 눈에는 일하지 않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위험한 좀비로 보였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건강한 부르주아는 가난한 좀비가 되고 싶지 않다.


소녀, 농약, 좀비고쳐야 할 곳이 있다.

 

 

* 63쪽 주 43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에탄의 약자이며 [중략] 1874년 독일에서 처음 합성된 DDT가 살충 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1939년 스위스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에 의해 밝혀진 후 2차대전 중 말라리아와 장티푸스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대거 사용되었고 194510월 미국에서는 살충제로 일반인들에게 시판이 되기도 했다.



DDT의 정확한 명칭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이다. ‘한 글자가 빠졌다.

















* [절판] 로버트 E. 하워드 외, 정진영 엮음, 좀비 연대기(책세상, 2017)



* 64


 ‘좀비는 원래 (god)’이라는 뜻의 니제트어와 콩고어인 ‘nzambi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아이티의 민속종교인 부두교 전설에 등장하는 비약 노예이야기가 보태져 오늘날 회자되는 좀비 이미지가 탄생하였다. 부두교의 전설에 따르면 사람에게 약물을 써서 가사 상태로 만든 후 장례를 치르고 매장한 뒤 그 무덤을 파서 다시 살려내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상태지만 인지능력이 이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 상태가 되는데 그렇게 된 사람을 농장 노예로 팔아 노예노동을 하게 만들 수가 있다. 이 이야기는 1929년에 마법의 섬(Magic Island)(윌리엄 브룩)이라는 소설에 등장했고 [생략]



작가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윌리엄 시브룩(William Seabrook)’이다. 번역된 마법의 섬은 좀비를 소재로 한 단편 공포소설 선집 좀비 연대기에 실려 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3-05-02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 어려울 건 알지만 47호 땡투하겠습니다!!!! 사놓고 안 읽겠지만 ㅋㅋㅋ 현시점의 제가 가장 읽고 싶은 사람들은 앨러이모 / 버라드 / 그로츠 거덩요 ㅋㅋㅋ 알려쥬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23-05-05 09:00   좋아요 1 | URL
땡스투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여/성이론> 읽다가 어려워서 내용 정리를 하지 못했어요. 신유물론 관련 글 본문 바로 밑에 참고문헌이 언급된 주석이 있어요. 읽어야 할 책이 많던데 살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저는 캐런 버라드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일단 양자역학부터 다시 공부해야겠어요... ^^;;

공쟝쟝 2023-05-05 11:01   좋아요 1 | URL
버라드 관련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양자역학 ㅋㅋㅋ 저는 김상욱 박사님 좋아해서 그냥 그 정도 수준으로 이해하고 읽어도 무리는 없었습니다. 벵하민 라바투트의 지적인 소설 <우리가 세상을…>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도움되었는데, 다 버라드 읽으려고 과거의 내가 한 거구나 해서 뿌듯함!!!

레삭매냐 2023-05-0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빡신 독서모임 중독자!

대단하십니다 고저.

cyrus 2023-05-05 09:01   좋아요 1 | URL
이번 달에 달궁 모임 하면 참석하겠습니다! ^^
 






2022917페미돌로지》(3부) 함께 읽기, 세 번째 모임 후기

장소: 카페 스몰토크






독서 모임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군요. 글 한 편 쓰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요? 제가 게으른 것도 있지만, 지난달부터 읽기 시작한 페미돌로지가 제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책이라서 그래요
















[레드스타킹 8~9월에 읽은 책류진희, 허윤, 김주희 외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빨간소금, 2022)





페미돌로지(Femi-dology)페미니즘과 아이돌로지(Idology, 아이돌 연구)를 합친 조어입니다. 페미돌로지의 정의를 쉽게 풀어 쓰면,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아이돌 산업과 팬덤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페미돌로지총 열두 명의 필자가 쓴 글이 실려 있습니다. BTS를 포함한 아이돌을 주제로 한 글이 많은 편이라서 흥미롭지만, 아이돌 중심의 대중문화의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글이 어려울 수 있어요. 유행의 흐름에 저만치 떨어진 채 사는 제가 페미돌로지를 힘겹게 읽는 이유가 이렇습니다.

 

페미돌로지3부에 배치된 세 편의 글은 아이돌 팬덤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7항상 함께할 거예요의 이면아이돌과 팬의 친밀한 관계가 막대한 수익이 창출되는 아이돌 산업으로 확장되어가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오늘날의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즐깁니다. 매니지먼트사는 소비자인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와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팬이 자발적으로 만든 콘텐츠(팬픽, 팬아트 등)는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이 되고 맙니다. 글쓴이는 이러한 팬의 활동을 무보수 노동 및 소비라고 말합니다. [주: 사실은...]

 

8저항하는 팬덤과 소비자-팬덤의 모순적 공존은 소비 위주로 활동하는 팬들의 행동이 아이돌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글쓴이는 아이돌이 크게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음원을 많이 사거나 아이돌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팬덤의 행위가 결국 능력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성공을 부추긴다고 주장합니다. 소비를 일절 하지 않은 팬은 팬덤으로 취급받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떤 가수를 좋아한다고 말만 해도 그 가수의 팬덤 축에 끼지 못하는 거죠. 최근 들어 데뷔하자마자 실시간 음원 순위나 음악방송 1위에 단기간에 오른 아이돌이 많아졌어요. 반면에 꽤 오랫동안 활동했음에도 1위 한 번 오르지 못한 아이돌도 있어요. 1위 가수가 된다는 것은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매니지먼트사는 자신이 만든 가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할 것이고, 팬덤은 가수의 앨범이나 디지털 음원을 소비합니다. 심지어 가수의 방송 출연이 뜸하거나 신곡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팬덤은 매니지먼트사의 운영 방식을 비난합니다. 방송 출연 횟수가 많으면 음악 순위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가수와 매니지먼트사를 향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할 정도로 팬의 영향력이 강해졌습니다.

 

가수가 조금이라도 논란을 일으킬만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팬들은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그리고 사과문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아이돌을 포함한 공인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 자필 사과문을 공개합니다. 9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은 자필 사과문이 유행처럼 돼버린 현상을 분석합니다. 아이돌은 팬들에게 친밀감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나 방송 콘셉트를 유지한 채 생활하기 때문에 감정 노동인 셈이죠. 여기다가 팬들에게 미운털 박히면 분노한 팬심을 달래기 위해 자필 사과문을 씁니다. 이런 행위 또한 감정 노동에 해당합니다. 때론 팬들의 지나친 친밀성은 아이돌 개인의 주체성마저 비난 대상으로 몰아세우게 합니다. 여자 아이돌이 페미니즘 도서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팬들은 그녀를 페미니스트 또는 남성 혐오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어떤 팬은 비난받은 가수의 사진이 있는 굿즈를 훼손한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어요.

 

최근 HYBE 공식 유튜브 채널에 걸그룹 르 세라핌의 데뷔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공개됐어요. 이 영상에서 매니지먼트사 팀장은 멤버들에게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식단 관리와 다이어트를 하라고 지적했습니다. 계속해서 식단 관리와 다이어트를 병행하고 있는 멤버들은 팀장의 엄한 지적을 받은 게 서러웠던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문제의 영상이 공개되자 팬들은 아이돌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매니지먼트사를 비난했습니다. HYBE는 왜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을 편집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영상을 공개했을까요? 팬들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아이돌 산업을 비난해도 아이돌 그리고 아이돌이 되려고 하는 연습생들은 지금도 굶주려가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팬들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이 악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사 중심의 아이돌 산업에 저항하는 팬덤과 아이돌을 친밀한 상품으로 소비하는 팬덤이 공존하는 문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 사실은...] 퇴고하면서 삭제한 문장은 이렇다.



 ‘입덕을 유발하는 팬픽과 팬아트를 자발적으로 만드는 팬들의 모습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속담이 있어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 수고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일에 대한 대가는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뜻이죠.



레드스타킹 인스타그램 계정에 등록되는 모임 후기는 레드스타킹 단톡방에 먼저 공개한다. 그곳에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모임 회원 한 분이 내가 인용한 속담에 있는 되놈이 인종차별적인 단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그래서 문제의 속담이 삭제된 것이다되놈은 만주 지방에 살았던 여진족 또는 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멸칭이다씻지 않아서 더러운 중국 한족을 가리켜 ’라고 표현한 고려시대의 기록이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2-10-02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되놈에 대신 뭘 넣는게 좋을까요? 장사꾼? ^^*
시도때도 없이 K를 붙여 인기를 표현하는 것도 이상하고
과도하게 외모지상주의로 아이들의 피와 땀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게
좋아보이진 않더라구요. 사생활도 주관도 없어지는 감정노동 맞네요!

cyrus 2022-10-02 12:43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장사꾼’으로 쓰는 게 낫겠죠? 그런데 이렇게 쓰면 장사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것 같아요. ^^;;

새파랑 2022-10-02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항상 유행을 못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ㅋ 따라가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산다는게 부가 따르기는 하지만 편하지는 않을거 같아요~!!

cyrus 2022-10-03 13:53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돌은 브이로그 같은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해요.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한 채 팬들 앞에 보여야 하는데, 이 또한 감정 노동이죠.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은 아이돌과 팬들의 만남을 아이돌의 본업이라고 생각할 뿐, 노동으로 보지 않아요.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첫 번째 읽기 모임(202279, 카페 스몰토크) 후기. 이 글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공개되었습니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첫선을 보인 책입니다. 민음사 출판그룹 부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민음사 인문 잡지 한편편집진이 만든 민음사 탐구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공식 번호는 No. 4). 책의 겉보기는 빨간색 표지로 된 문고본 형태입니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편해요.


















* [레드스타킹 7월에 읽은 책] 임소연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민음사, 2022)



 


몇몇 레드스타킹 멤버들은 비판적 읽기를 지향해요. 조금이라도 아쉽게 느껴지는 표지 디자인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저도 여기에 속합니다). 책 앞표지에 립스틱 그림이 있어요. 과학과 전혀 상관없는 립스틱이 왜 그려져 있을까요? 여성성이 연관되는 립스틱보다 과학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페미니스트들은 과학을 여성의 적으로 여겼습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나온 과학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만드는 지식을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의 저자인 과학기술학자 임소연은 여성을 억압한 과학을 비판하면서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과학을 적대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과학은 여성의 삶과 몸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학문이며 여성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법칙으로 명명된 이론과 지식을 암기하듯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 하나의 지식이 확정되기 전까지 수없이 실행되었을 실험 과정은 교과서에 실리는 순간 뭉뚱그린 내용이 되고 맙니다. 가설이 이론으로 확정되기까지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실험 또한 노동입니다. 한 권의 교과서에 구겨 넣은 과학에 과학자의 노동이 생략되어 있어요. 학생들은 그런 과학을 머릿속에 구겨 넣고 있어요. 이러니 과학과 친해질 수 있겠어요? 교과서 속 과학 지식 중 일부는 성차별을 조장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이 연구하는 과학이 여성의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나라 교육 수준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어요필자는 여성이 좀 더 과학과 친해지려면 우선 과학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의 장점은 최근에 알려진 과학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3(‘장은 생각한다’)을 인상 깊게 읽은 분들이 있었어요. 3장에 장내 미생물이 감정과 연관된 신경 전달 물질 생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언급되어 있어요(54). 이 장내 미생물을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고 합니다. 사이코바이오틱스는 2010년대 초반부터 학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357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20~30대 여성은 디저트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단맛을 즐기고 디저트를 먹으며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들의 장은 과연 행복할까? 여성의 장은 섭식 장애 외에도 여러 질환에 시달려 왔는데, 과민성 장 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소화 불량을 겪는 여성은 남성보다 특히 많다.

 


여러분은 필자가 인용한 것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이 내용을 비판적으로 읽은 분이 있었어요. 저자는 2, 30대 여성을 디저트 문화를 즐기는 소비자 집단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고,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읽은 필자는 인용문의 문제점을 미처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다시 읽어봤어요. 소화 불량의 원인을 디저트 섭취로 한정 지어서 보는 저자의 입장이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한때 단짠(단맛과 짠맛)’과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유행했었죠. 여성이 소화 불량을 겪는 원인은 다양하며,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두 번째 읽기 모임은 716일 토요일 오후 630분 카페 스몰토크에서 진행됩니다. 4~6장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2-07-10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구에는 오프라인 독서 모임이 있군요! 이름도 멋집니다. 종종 소식 전해주시길 기대할게요.

얄라알라 2022-07-11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 립스틱에 대한 말씀, 달달한 디저트(단맛의 젠더화)에 대한 말씀,
레드스타킹 오프라인 모임 정말 뜨겁고 의미있을 것 같아요^^ 수하님 말씀처럼 이렇게 공유해주시니 너무 좋고, 다음 후기도 기대하겠습니다. cyrus님^^
 






2021219일 금요일 

오후 8~ 오후 945






올해 두 번째 독서 모임의 필독서는 지난번 모임(2021122)과 마찬가지로 에코페미니즘입니다. 책의 분량이 많은 만큼 이야깃거리가 넘쳐났습니다. 그래서 1장부터 10장까지의 내용을 다시 읽었어요

















[레드스타킹 2021년 첫 번째 필독서]

*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에코페미니즘(창비, 2020)




4장과 10장을 다시 읽은 분이 있었어요. 4장에 따라잡기식 개발(catching up development)의 문제점과 한계를 다룬 내용이 나옵니다우리나라는 단기간 내에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산업은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고, 이를 개량해서 생산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전 세계 농민과 여성들은 좋은 삶을 성취하기 위해서 선진국처럼 기술 개발과 자본 축적의 길을 따랐습니다. 하지만 따라잡기식 개발이 실패하면서 선진국에 대한 기대가 실망과 분노로 변했고, 민족주의와 종교 근본주의가 급부상하게 됩니다. 4장을 집필한 마리아 미스(Maria Mies)는 민족주의와 종교 근본주의가 남성의 군사화 현상을 일으켰다고 지적합니다내전에 참전한 남성들은 기관총을 쥐면서 남성성을 과시했습니다이로 인해 자연환경은 더 파괴되었고, 여성 폭력은 더 심해졌습니다.


따라잡기식 개발의 한계에 직면한 사람들은 자급자족 경제와 협동조합에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급자족하는 삶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러한 현상을 회의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자본의 힘도 무시할 수 없는데, 자본의 힘으로 작동하는 도시에 자급자족 사회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분의 의견이 있었습니다독서 모임에 참석한 대학생 멤버는 대학교의 경제적 지원이 없어서 활성화되지 못한 대학협동조합을 언급하면서 협동조합이 마주치는 현실적인 벽을 상기했습니다.


기부 문화는 자본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회적 현상입니다. 환경 파괴를 일으킨 주범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순간, 그 사람은 구원자가 되니까요. 따라서 시혜적인 성격이 짙은 기부 문화를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선진국은 식민국과 개발도상국에 기부금을 전달하거나 각종 시혜 정책을 내세워 국력을 과시했습니다. 자본의 힘을 이용해 식민지 통치와 반인륜적 행위들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어요.


최근에 친환경 경영을 내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린뉴딜 정책을 내세운 정부(또는 야당을 포함한 정당)의 행보에 발맞춰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기업은 친환경 경영의 경영에 더 초점을 맞추듯이 정부와 야당은 그린뉴딜의 뉴딜(new deal)’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요. 이러면 그린뉴딜 정책은 미래지향적인 장기 정책이 아니라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국책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각종 정당이 내세운 친환경 정책을 꼼꼼하게 살핀 분의 의견에 따르면 그린뉴딜 정책에 세부적인 계획이 부족한 편이에요. 그린뉴딜의 그린(green)’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정책 내용에 만족하지 못할뿐더러 정부와 여러 정당이 공약으로 내건 친환경 정책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합니다.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습니다. 10장을 쓴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재생산기술을 비판적으로 봤는데요, 과학을 무조건 적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에코페미니즘238쪽에 나온 매춘 관광이라는 번역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분도 있었어요.


















[레드스타킹 2021년 두 번째 필독서]

* 안영주 여성들, 바우하우스로부터(안그라픽스, 2019)





에코페미니즘읽기 모임을 35일에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비대면 모임 참석을 원하는 분은 11장부터 마지막 20장까지 읽으면 됩니다. 레드스타킹은 새로운 책을 읽은 뒤에 3월 19일에 모입니다. 새로운 책은 여성들, 바우하우스로부터입니다. 다음 달에 레드스타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건축가들을 만나러 갑니다. 비대면 독서 모임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은빛 2021-02-23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이름이 독특하네요. 사인 훔치기로 유명해진 미국의 모 야구팀이 생각나는 이름이네요. ㅎㅎ

이 책 읽다가 내던져놓고 많은 시간이 지났네요.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cyrus 2021-02-23 10:50   좋아요 0 | URL
모임명이 긴 편이라, 줄여서 ‘레스’라고 부릅니다... ㅎㅎㅎ
 








20201211일 오후 811~ 오후 950





지난 9월 말에 처음으로 비대면 독서 모임(zoom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 횟수로 따지면 어제 모임을 포함해서 세 번째다. 그래도 화상 회의를 준비하는 일은 여전히 서툴다. 비대면 독서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임 진행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독서 모임은 저녁 730분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비대면 독서 모임은 조금 늦게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에 퇴근하는 참석자는 제시간에 화상 회의에 참석하기 힘들다. 퇴근 시간대는 교통이 혼잡하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걸린다. 퇴근하는 도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화상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없다. 러시아워(rush hour)를 뚫고 집에 도착하면 세면하고 식사를 해야 한다. 화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식사를 거를 수 없다. 따라서 비대면 독서 모임은 최대한 늦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모임에 참석하고 싶은 분들이 좀 더 여유롭게 화상 회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저녁 8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모임에 참석하려는 분들은 필자의 제안에 동의했다.


 

어제 비대면 모임은 저녁 811분부터 시작되었다. 이날 화상 회의에 참석한 존재는 총 아홉 개체다. 필자가 화상 회의에 참석한 존재아홉 개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비대면 모임 참석자, 즉 사람은 필자를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고양이 세 마리와 개 한 마리다. 원래대로라면 비대면 모임 참석자 다섯 명, 고양이 세 마리와 개 한 마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평범하고도 익숙한 표현은 인간과 ()인간인 동물을 구분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반려동물은 인간이 키우는 동물이 아닌 인간과 함께 사는 가족이다. 반려동물은 화상 회의를 하고 있는 인간의 행동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의도치 않게 화상 회의 중에 반려동물이 깜짝 등장한다. 비록 잠깐 화면에 나온 것뿐이고 말을 하지 못하지만, 반려동물이 화상 회의를 하는 사람 주변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 개체는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고 볼 수 있다. 개체(individual)’는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를 말한다. 동물과 인간은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이므로 개체에 속한다그래서 필자는 사람과 동물을 동등한 존재로 보기 위해 사람을 세는 단위(‘’)와 동물을 세는 단위(‘마리’)를 쓰지 않았다
















 

필자는 비대면 모임 시작 전날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모임 참석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반려동물도 독서 모임에 참석하세요?” 그러자 참석자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분을 잘 모르지만, 그분의 언행을 보았을 땐 동물권(animal rights)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집에서 사는 동물도 아니요, 인간의 외로움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살아있는 장난감도 아니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사는 존재, 즉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어제 비대면 독서 모임은 저녁 811분에 시작해서 950분에 마쳤다. 화상 회의 참석자들은 침묵의 봄9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어왔고,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 물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다. 대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겠다. 어제 모임 공식 후기(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는 후기)는 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쓰기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준 사람은 카페 스몰토크의 주인장 완 사장님(모임 참석자들이 카페 주인장을 부를 때 주로 쓰는 애칭)’이다. 어제 카페 안에 있었던 사람은 총 세 명(필자, 필자의 노트북을 함께 사용한 모임 참석자 한 분, 완 사장)이다. 필자는 노트북 화면에 나온 반려동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anca 2020-12-12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롭네요. 이제 줌으로 하는 모임이 점점 일상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여러 지리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다만 그래도 직접 만나 나누는 교감이 아쉽기는 합니다.

cyrus 2020-12-12 17: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상대방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어요. 그래서 대화가 좋은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

페크pek0501 2020-12-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대면 화상 독서모임은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되니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겠네요.
아무리 코로나가 극성을 부려도 열정만 있다면 대안을 모색하게 되나 봅니다.
독서모임 응원합니다. 응원 응원!!!

cyrus 2020-12-14 09:15   좋아요 0 | URL
밀폐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일 땐 음식 섭취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대화할 땐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