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절판된 책에 대한 글을 쓴다. 미국의 착시현상 연구가인 앨 세켈(Al Seckel)의 책이다. 착시(optical illusion)는 사물의 크기 형태 빛깔 등 객관적인 성질과 눈으로 본 성질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착시를 이용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일루저니스트(illusionist)라고 부른다.

 

앨 세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착시에 관한 강연을 했는데, 2007년 강연플랫폼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 강연한 적도 있다. 그는 강연 활동뿐만 아니라 저술 활동도 해왔다. 주로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그림을 모아 소개하는 책들을 펴냈다. 2015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절판] 앨 세켈 당신의 눈은 믿을 수 없다(김영사, 2002)

* 앨 세켈 Art Of Optical Illusions(Carlton Publishing Group, 2000)

* 앨 세켈 The Ultimate Book of Optical Illusions(Sterling Pub Co Inc, 2006)

    

 

당신의 눈은 믿을 수 없다(김영사, 2002)는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된 세켈의 책이다. 이 책의 저본은 2000년에 출간된 Art Of Optical Illusions이다. 저자는 착시 예술 전시장을 둘러보는 느낌을 주기 위해 장() 대신 갤러리(Gallery, 화랑)로 표현했고, 총 네 개의 갤러리로 구성되었다. 149개의 착시 그림 도판이 수록되었다. 한 장이 끝나면, 그 뒤에 공개된 착시 그림에 대한 저자의 짤막한 설명이 나온다.

 

2002,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이 책을 동네 도서관에 빌려서 읽은 적이 있다. 십 년 넘게 이 책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망각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저자와 책의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다행히 그 책이 붉은색 표지였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었다. 세켈의 책을 다시 보고 싶어서 도서관 자료실을 샅샅이 확인해봤지만 찾는 데 실패했다. 십여 년 전에 나온 책이었으니 오래된 책을 따로 보관하는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으면 이 책을 영영 못 찾았을 것이다. 책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했고, 열심히 검색한 끝에 저자와 책 제목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도서관에 세켈의 책이 있는지 정확한 제목을 입력해서 검색해봤는데 자료실에 없는 책으로 나타났다. 분명히 나는 도서관에서 세켈의 책을 빌렸다. 그런데 그 책은 어느새 유령 책이 되었고, 놀랍게도 내 대출 내역에 세켈의 책을 빌린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저자와 책 제목을 잊었을 뿐이지 그 책을 빌렸던 일은 기억하고 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내가 착각한 것일까? 내가 중학생 시절에 내 집처럼 자주 드나들었던 도서관은 세켈의 책을 발견했던 그곳뿐인데…‥.

 

지난주에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우주의 기운을 받아 절판된 세켈의 책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책 운수가 좋았는지 알라딘 서점에서 미국 원서(The Ultimate Book of Optical Illusions)를 구입했다. 원서는 국역본보다 도판이 많지만, 국역본에 있는 도판도 몇 개 있다. 2006년에 출간된 원서는 그전에 나왔던 책들을 한 권으로 합본한 책으로 추정된다.

    

 

 

 

 

 

 

 

 

 

 

 

    

 

 

* 진중권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휴머니스트, 2014)

* 진중권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2(휴머니스트, 2014)

* 진중권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3(휴머니스트, 2014)

 

 

 

 

 

 

 

 

 

 

 

 

 

 

 

* 진중권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휴머니스트, 2005)

    

 

 

 

 

 

 

 

 

 

 

 

 

 

 

 

 

 

 

 

 

 

 

 

 

* 셀린 들라보 착각을 부르는 미술관(시그마북스, 2012)

* [절판] 이연식 눈속임 그림(아트북스, 2010)

* [품절] 로버트 휴즈 마그리트 명작 400(마로니에북스, 2008)

* 로버트 휴즈 달리 명작 400(마로니에북스, 2008)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조반니 피라네시(Giovanni Battista Piranesi),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등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을 즐겨 그린 화가이다. 착시 효과를 이용한 회화 기법은 이미 17세기부터 유행했고,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정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을 트롱프뢰유(trope l’oeil, 눈속임 그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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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가 2018-09-15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 멋있네요 한방에...

cyrus 2018-09-16 08:08   좋아요 0 | URL
운이 좋았습니다.. ^^;;

레삭매냐 2018-09-15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절판도서 사냥꾼 싸이러스님 !

트롱프뢰유, 어디선가 읽어본 것 같은데
당최 기억이 나지 않네요. 어디서 봤을까요?

전 어제 업어온 조너선 스펜스의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을 읽기 시작했답니다 ~

재밌네요.

cyrus 2018-09-16 08:12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은 중국사 읽기에 도전하시는군요. 저는 일본사.. ㅎㅎㅎ

페크(pek0501) 2018-09-2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눈은 믿을 수 없다》- 저는 제 눈도 믿지 않고 제 기억도 믿지 않습니다. ㅋ

cyrus 2018-10-19 11: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작년에 했던 일은 금방 잊어버려요.. ㅎㅎㅎ

2018-10-18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19 11: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애늙은이’ 소리 듣습니다.. ㅎㅎㅎㅎ 성격이 무미건조한 편이라 글도 무미건조해요.. ^^;;
 

 

 

 

 

 

 

 

 

 

 

 

 

 

 

 

 

 

 

 

 

어제 최측의농간출판사로부터 신간 출간 소식을 받았다. 국문학자 양주동 선생(1903~1977)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가 완역본으로 복간되었다. 범우사가 낸 문고판은 발췌본이다. ‘최측의농간출판사는 1960년에 나온 이 수필집과 양주동 전집 4(동국대학교출판부, 1995)에 실린 문주반생기를 비교 · 검토하여 읽기 쉬운 말로 새롭게 다듬었다. 초판(영인본)의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1,996개의 각주를 달았다고 한다.

 

 

 

 

 

 

 

 

 

 

 

 

 

 

 

 

 

양주동 선생은 신라 향가 연구에 큰 획을 그은 국문학자다. 그는 시인, 수필가, 비평가 등 여러 방면에서 이름을 떨쳤고, 스스로 국보 1라고 말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한 천재였다. 선생은 애주가로도 유명하다. 10(!) 때 처음으로 술의 맛에 눈을 떴다고 한다…‥. 술과 관련된 일화가 많은데, 문주반생기2부의 제목이 이다. 혹자는 이 책을 읽어야 술에 대한 예의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이 책을 음주기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수필집 제목을 풀이하면 '시(詩), 문(文), 술을 중심으로 하여 보잘 것 없는 나의 반생'이라는 의미가 된다. 복간을 계기로 문학인으로서의 양주동이 재조명되길 바라본다.

 

 

 

 

 

 

 

 

필자는 양주동 선생의 글을 접해보지 않았고, 선생이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실을 그저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서재에 양주동 선생이 감수한 책 한 권을 보관하고 있다. 이 책 덕분에 양주동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1986년에 나온 표준 국어대사전이다. 그런데 이 사전은 개정증보판이다. 양주동 선생은 1977년에 작고했고, 이미 오래전부터 선생이 감수한 국어대사전이 발간되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양주동 국어대사전을 검색하면 70년대에 나온 국어사전을 공개한 글을 볼 수 있다. 6, 70년대에 양주동 선생과 더불어 국어사전 편찬자로 유명한 분이 이희승(1896~1989) 선생이다. 이희승 선생은 1961년에 국어대사전을 편찬했다. 현재까지도 개정증보판이 나오고 있는 국어사전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양주동 국어대사전보다 이희승 국어대사전이 더 많이 알려졌다. 양주동 국어대사전을 상세히 설명한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양주동 국어대사전 초판이 정확히 언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1986년 출간 당시 국어대사전의 정가는 25,000이다. 그때 당시 물가 기준을 생각하면 이 국어대사전 가격은 고가이다. 80년대에 라면값은 100, 소줏값은 200, 짜장면값은 500이었다. 짜장면 50그릇을 실컷 먹을 수 있는 돈이면 국어대사전 한 권 구입할 수 있다. 이 사전이 나왔을 때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1986, 이 해에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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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13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까지 가지고 계십니까......역시.

cyrus 2017-12-13 17:46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 국어사전이 어떻게 우리 집에 오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직접 산 게 아니에요.. ^^;;

2017-12-13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13 17:47   좋아요 0 | URL
그때 대학생이셨군요. ㅎㅎㅎ

stella.K 2017-12-1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문주반생기! 거 유명한데.
나도 들어보기만 하고 읽어보진 못했다.
양주동 박사 나 어렸을 때만해도 간간히 TV에도
나오고 했는데. 입담 좋기로 유명했지.
물론 난 그때 너무 어려서 무슨 말 하는지도 몰랐고.
암튼 읽고 싶네.ㅋ

cyrus 2017-12-13 17:49   좋아요 0 | URL
정말인가요? 어렸을 때 보셨으면서 기억 안 나는 척하신 거 아니죠? ㅎㅎㅎ 예전에 어느 알라디너가 제게 이 책을 추천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분 닉네임이 기억나지 않아요. ^^;;

stella.K 2017-12-13 18:1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너나 나나 왜 그런다냐...ㅠㅠ
누군지 나이가 지긋하신 분일 것 같다.
이책 요즘 사람은 거의 모를 거야.
양주동 박사는 우리 언니가 더 잘 알았지.
언니도 그런 걸 알 나이는 아닌데
중학교 들어가서 국어 선생님이 가르쳐 주니까
옛날에 본 기억은 나고 뭐 그랬겠지.
근데 난 그분 어슴츠레하게 기억 나.ㅋ

cyrus 2017-12-13 18:13   좋아요 1 | URL
확실하지 않지만, 그 분이 ‘노이에자이트‘님일 거예요. 서재 활동 초창기에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이었죠. 그 분을 만나지 못했으면 옛날 책에 대한 관심이 없었을 거예요. ^^

2017-12-13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13 17:52   좋아요 0 | URL
술이 너무 좋아서 능력을 더 발휘하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작가가 많아요.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재능을 파괴합니다.
 

 

 

어제 transient-guest님이 홈즈를 ‘사격의 달인’으로 소개한 글을 본 적이 있다고 말씀했다. transient-guest님은 글의 출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transient-guest님의 추억(?)을 소환하고 싶어서 어제 밤중에 오래된 책들을 따로 보관한 방에 들어갔다.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With 동서문화사)] (2017년 5월 15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339604

 

 

내가 찾고 싶은 책은 1984년에 나온 ‘동서문화사 홈즈 전집’이었다. 먼지를 이불 삼아 잠들고 있던 동서문화사 홈즈 전집을 지난 5월에 깨운 적이 있어서 책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빨강글자 수수께끼》. 이 책은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진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를 번역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왓슨은 홈즈의 능력을 쭉 나열한 목록을 직접 만들어 공개한다. 인용한 번역문은 문예춘추사(박상은 번역) 판본을 참고했다.

 

 

 

<셜록 홈즈의 지식 범위표>

 

1. 문학 지식 : 없음.

 

2. 철학 지식 : 없음.

 

3. 천문학 지식 : 없음.

 

4. 정치학 지식 : 약간 있음.

 

5. 식물학 지식 :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 벨라도나, 아편 등과 같은 독약은 잘 알지만 원예에는 무지함.

 

6. 지질학 지식 : 실용적인 지식은 있지만 한계가 있음. 여러 종류의 토양이 가진 차이점을 한눈에 알아봄. 산책에서 돌아온 그가 바지에 묻은 진흙을 보이면서, 색과 점성 등으로 미루어 보아 런던의 어느 지구에서 묻은 것이라고 일러 준 적 있음.

 

7. 화학 지식 : 해박함.

 

8. 해부학 지식 : 정확하지만 체계적이지는 못함.

 

9. 범죄 사건에 관한 지식 : 매우 자세하게 알고 있음. 금세기에 벌어진 중범죄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

 

10. 바이올린 연구 실력 : 수준급.

 

11. 운동 실력 : 봉술, 권투, 검술이 뛰어남.

 

12. 영국 법률 지식 : 꽤 실용적으로 알고 있음.

 

 

 

이 내용만 가지고 홈즈의 능력을 단정하긴 이르다. 코난 도일이 홈즈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설정 구멍’을 여러 군데 남긴 바람에 이 목록 내용이 무용하게 되었다. 《진홍색 연구》 편에서 홈즈는 태양계의 구조와 지동설이 뭔지 모르는 사람으로 나온다. 왓슨은 홈즈의 무식함에 깜짝 놀란다.

 

 

홈즈의 지식이 놀라울 만큼 무지도 놀라웠다. 현대 문학이나 철학, 정치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사상가인 토머스 칼라일의 말을 인용하자 홈즈는 칼라일이 누구며 무슨 일을 한 사람인지 진지하게 물었다. 우연히 홈즈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태양계의 구성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의 놀라움은 정점을 찍었다. 19세기를 사는 문명인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다니! 너무나도 이상한 사람이었다.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진홍색 연구》 중에서, 박상은 역)

 

 

홈즈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아니면 잊어버리는 특이한 사고 습관이 있다. 그는 천문학이 자신이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홍색 연구》 이후 시간이 흐른 뒤에 홈즈는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를 보인다. 《셜록 홈즈의 회상》에 수록된 『그리스어 통역관(The Greek Interpreter)』 편에 보면 홈즈는 황도(黃道, 천구에서 태양이 지나는 경로) 경사도가 달리지는 원인을 주제로 왓슨과 대화를 나눈다.

 

 

어느 여름날 저녁, 차를 마신 후였다. 두서없이 산만하게 흘러가던 대화는, 골프채 얘기에서 황도의 기울기가 변하는 이유로 넘어갔다가, 이윽고 격세유전과 재능의 유전 문제에 이르렀다. 개인의 독특한 재능은 순전히 조상 덕인가, 아니면 초기 학습에 좌우되는가, 이것이 논의의 핵심이었다. (현대문학 주석판, 309~310쪽)

 

 

홈즈가 칼라일을 모른다고 해서 문학 지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 가끔  홈즈는 대화 도중에 호라티우스, 하피즈(14세기 이란에 활동한 신비주의 시인), 셰익스피어의 대사 등을 인용했으며 사건 현장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 페트라르카 시집을 읽었다.

 

《빨강글자 수수께끼》의 번역을 맡았고, 해설을 쓴 조용만 씨는 홈즈를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인간’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원작에 있어야 할 왓슨의 목록을 ‘작품 해설’로 옮겼는데, 조용만 씨 자신이 홈즈를 평가하는 식으로 썼다. 게다가 원작에 없는 내용까지 첨가했다. 이러한 편집 방식은 원작을 무시하고, 독자를 속이는 일이다.

 

자, 이제 조 씨와 출판사가 각색한 ‘홈즈의 지식 범위표’를 이 자리에 공개한다. 내가 앞서 소개했던 (원전에 충실한) ‘홈즈의 지식 범위표’와 비교하면서 동서문화사의 ‘창조 번역’을 본다면 웃음이 터질 것이다.

 

 

 

1. 문학 지식 : 없다.

 

2. 철학 지식 : 없다.

 

3. 천문학 지식 : 없다.

 

4. 정치학 지식 : 조금 있다.

 

5. 식물학 지식 : 어느 종류에 대해선 자세하나 어느 종류에 대해선 전혀 없다. 아편 따위 독극물은 잘 알지만, 원예는 전혀 모른다.

 

6. 지질학 지식 : 실제적인 지식은 있지만 한정되어 있다. 한눈에 여러 종류의 흙을 가려 낼 수는 있다.

 

7. 화학 지식 : 아주 깊다.

 

8. 해부학 지식 : 아주 깊다.

 

9. 음악 : 바이올린을 아주 잘 켠다.

 

10. 운동 : 권투, 봉술, 검술, 유도를 잘한다.

 

11. 법률 : 영국 법률을 아주 잘 알며, 영국에서 일어난 큰 범죄는 거의 다 알고 있다.

 

 

12. 그 밖의 재능 :

 

① 피스톨 : 5미터 앞에 있는 트럼프의 하트를 맞출 수 있다.

 

② 자전거 : 1시간에 50km, 2시간에 90km를 달릴 수 있다.

 

③ 연기 : 죽어가는 환자, 욕심쟁이 연기를 특히 잘 한다.

④ 변장 : 어떤 나라, 어떤 직업의 사람으로도 변장할 수 있다.

 

⑤ 최면술 : ‘안심하십시오’, 이 한 마디면 상대방을 푹 잠들게 할 수 있다.

 

⑥ 재주 : 땅 위 20m의 높이의 지붕 위에서도 태연히 걸어 다닐 수 있다.

 

⑦ 암호 해독 : 어떤 암호든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똑같은 방식으로 암호를 만들 수도 있다.

 

⑧ 미행 : 달리는 마차에 올라타 함께 가기도 한다.

 

 

 

13. 홈즈의 초능력 :

 

① 시력 : 2.0, 밤에도 부엉이처럼 멀리까지 본다.

 

② 청력 : 소리를 가려듣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 번 들은 발자국 소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성별, 나이, 지위 등을 알아맞힌다.

 

③ 후각 : 마치 개처럼 예민하다. 약품이나 사람 냄새를 특히 잘 맡는다.

 

④ 완력 : 세 사람 만큼의 힘을 지녔다. 굵은 쇠막대기를 구부리기도 하고 펴기도 한다.

⑤ 주력 : 100미터를 11초에 띈다. 마라톤도 문제없다.

 

⑥ 체력 : 사흘 동안 밤낮 먹지 않고, 자지 않고, 추리할 수 있다. 독한 담배를 계속 10개비나 태워도 거뜬하다.

 

⑦ 기억력 : 10여 년 전 신문의 작은 기사까지도 외고 있다.

 

⑧ 관찰력 : 현장을 흘끗 보기만 하고서도 전체의 모습을 자질구레한 점까지 머릿속에 그린다.

 

⑨ 방향 감각 : 눈을 가리고 런던 시내를 달려도 그곳의 이름을 맞출 수 있다.

 

 

동서문화사의 ‘홈즈의 지식 범위표’ 12번, 13번 항목은 원작에 없는 내용이다. 잘 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능력이 있고, 원작으로 확인 불가능한 능력도 있다.

 

확실히 홈즈는 연기와 변장의 달인이다. 『보헤미아 스캔들』(A Scandal in Bohemia, 《셜록 홈즈의 모험》 수록) 편, 『빈사의 탐정』(Dying Detective,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수록) 편은 홈즈가 연기 · 변장 실력을 유감없이 펼치는 작품이다. 홈즈의 암호 해독 실력은 『글로리아 스콧 호』(Gloria Scott, 《셜록 홈즈의 회상》 수록) 편, 『춤추는 사람』(Dancing Men, 《셜록 홈즈의 귀환》 수록)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스톨 사격 능력, 최면술은 원작과 현실을 초월한 과장된 내용이다. 어렸을 땐 홈즈가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저 웃음만 나온다. 가끔은 이런 ‘창작 번역’이 독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줄 때가 있다. 허울뿐인 구호로 그친 ‘창조 경제’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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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8-0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즈는 실존인물은 아니죠? 그런데 설정이 어떻게 실제 인물보다 더 디테일하네요..ㅎㅎㅎㅎ

cyrus 2017-08-04 19:42   좋아요 0 | URL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재미있는 내용을 썼는지 궁금합니다. ^^;;

transient-guest 2017-08-04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저 12-1을 기억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권총은 지금도 명중률이 꽤 낮고 상당한 훈련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당시의 피스톨이면 아마 6연발 리볼버였을 것 같은데요 (1896년이라고 나옵니다) 5미터에서 떨어진 곳의 트럼프 카드의 하트를 뚫는 건 상당한 실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yrus 2017-08-04 19:44   좋아요 0 | URL
홈즈 주석판에 보면 홈즈와 왓슨이 가지고 있는 권총이 무엇인지 분석한 글이 있습니다. 왓슨이 가진 총이 리볼버일 겁니다. ^^

transient-guest 2017-08-05 03:09   좋아요 1 | URL
1896년은 알맹이는 쏙 빼고 썼네요. 찾아보니 처음으로 탄창식 권총이 나온 때가 1896년이라고 나오더라구요. 그것도 지금같이 탄창을 갈아끼는 것이 아니고 미리 총알을 밀어넣고 연사가 가능한 수준. 그 얘길 하려다가 밑도끝도 없는 1896...ㅎㅎㅎ
 
세계고전삽화백과 1
유병용 엮음 / 민성사 / 1993년 1월
평점 :
절판


 

 

 

인류는 문명 이래 지식의 통합을 꿈꿔 왔다. 특히 계몽시대 지식인들은 자신만만했다. 그들은 우주 전부를 담은 백과사전을 만들려 했다. 모든 것을 하나하나 알아내 책에 적다 보면 결국 세상 전부를 움켜쥘 수 있을 것이다. 디드로(Diderot), 달랑베르(d’Alembert) 등이 중심이 된 150여 명의 백과전서파의 야심에 찬 목표였다. 우리나라도 백과사전을 편찬한 역사가 있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는 조선 시대 최고의 백과사전으로 꼽힌다. 이 책은 실학이 발흥했던 영조 때 처음 편찬돼 고종 때 총 25050책으로 완성되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해 백과사전 편찬의 맥이 끊겼다. 지금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이 백과사전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세계 고전삽화 백과(민성사, 1993)는 백과전서 도판 집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1851년 독일에 출간된 <과학, 문학 그리고 예술 백과사전>을 옮긴 것이다. 비록 21세기와 거리가 먼 지식이 절반이지만, 종이의 빈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채워진 도판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 도판 중심의 백과사전답게 판형이 크다. 이 책에 흥미로운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도판을 설명하는 본문 내용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아서 삭제되었다. 그러므로 독자는 거대한 백과사전 앞에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도판으로 구성된 지식의 정원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기분이 떠오를 만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세계 고전삽화 백과1권은 수학과 천문학’, ‘자연과학’, ‘기술’, ‘건축항목의 도판이, 세계 고전삽화 백과2권은 역사와 인종학’, ‘군사과학과 해군과학’, ‘조선학(造船學)’, ‘신화와 종교의식’, ‘예술항목의 도판이 수록되었다.

 

 

 

 

 

1권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도판(17)은 한국 과학사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이다. 크고 아름다운 첨성대의 위용을 보라.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독일의 백과사전 첫 번째 도판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이 나온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원래 독일의 백과사전에 조선과 관련된 항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공개될 원작의 도판과 비교해 보면 선의 묘사가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만든 국내 출판사가 디자인 도안 자료집을 펴내기도 했다. 아마도 출판사가 우리나라와 관련된 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추가했을 거로 짐작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출판사와 편저자가 딱 봐도 엉성한 티가 나는 도판을 추가한 것에 대한 부연 설명 없이 책의 맨 첫 장에 배치하는 건 억지스럽다.

 

 

 

 

 

 

 

 

 

 

 

 

 

 

 

 

 

 

 

 

 

 

 

※ 《세계 고전삽화 백과 2리뷰

 (설명 내용은 없고,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http://blog.aladin.co.kr/haesung/9424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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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6-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NATOMY OF THE BONES
ANATOMY OF THE BRAIN AND NERVES.. 매력적인데요..

cyrus 2017-06-30 18:41   좋아요 0 | URL
제가 올린 사진들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
 
세계고전삽화백과 2
유병용 엮음 / 민성사 / 1993년 1월
평점 :
절판


 

 

 

※ 《세계 고전삽화 백과 1리뷰

 

http://blog.aladin.co.kr/haesung/9424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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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6-29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책이군요. 출판사 멋대로 한국 관련 자료 집어넣은 것은 좀 옥의 티가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

cyrus 2017-06-29 18:52   좋아요 0 | URL
직접 보면 원작에 없는 도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출판사가 머리말을 통해 알려줬더라면 한국 관련 도판을 추가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