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와 관련된 서적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책세상, 1997)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이 책은 미국의 문예지 <파리 리뷰>(The Paris Review)에 실린 11명의 작가의 인터뷰 모음집이다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간된 <파리 리뷰>는 영국의 작가 E. M. 포스터(E. M. Forster)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유명한 작가들을 인터뷰해왔다2016년에 총 세 권으로 구성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 (출판사명: 다른)출간을 시작으로, 2019년에 작가들의 인터뷰를 주제별로 편집한 작가라서》(출판사명: 다른)가 출간되었다.











[품절]

* 파리 리뷰 인터뷰, 안정효 옮김 11인의 위대한 작가들: 20세기 대표작가들과의 대화(책세상, 1997)



평점

2점  ★★  C





알라딘에 등록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은 총 다섯 권이다(11인의 위대한 작가들작가란 무엇인가작가라서). 그러나 국내 최초로 출간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은 일하는 작가들: 파리 리뷰지 기획 인터뷰(출판사명: 백제)이다. 이 책은 파리 리뷰가 기획한 <Writers at Work series>에 실린 인터뷰 중에 10명의 작가의 인터뷰만 선별해서 수록한 것으로, 1978년에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번역자는 안정효. 10명의 작가는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솔 벨로(Saul Bellow),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 T. S. 엘리엇(T.S.Eliot),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조르주 심농(Georges Simenon),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E.M. 포스터.


1989년에 안정효가 역자를 맡은 나의 삶 나의 문학: 20세기 대표작가들과의 대화(책세상)가 출간되었다이 책은 11인의 위대한 작가들로 제목이 바뀌기 전에 나온 초판이다. 두 권의 책 모두 순서과 내용이 같다.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일하는 작가들》를 직접 비교해서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4명의 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작가의 인터뷰(포크너, 헤밍웨이, 벨로, 파스테르나크, 엘리엇, 프로스트, 핀터)는 같은 내용일 것이다. 두 권의 역자와 부제가 같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 포함된 4명의 작가는 파블로 네루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Isaac Bashevis Singer), 아서 밀러(Arthur Miller), 윌리엄 개스(William H. Gass).

















* 리타 기버트 7개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증인들(그책, 2019)





나는 네루다의 인터뷰만 보려고 동네 도서관 서고에 보관된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을 대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에 책을 반납했다.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네루다의 인터뷰이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한 리타 기버트(Rita Guibert). 안정효는 리타 기버트를 리타 기베르라고 표기했다. 기버트는 네루다를 포함한 일곱 명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고, 이 생생한 기록들을 자신의 책 7개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증인들에 그대로 담았다.


<파리 리뷰>에 실린 네루다의 인터뷰 전문은 7개의 목소리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 실린 네루다의 인터뷰는 일부의 내용이 누락된 채 번역된 것이다. 그래서 읽을 필요가 없었다. 네루다는 인터뷰 도중에 자신의 시를 낭송했는데,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서는 네루다가 낭송한 시가 나오지 않는다. 번역도 좋은 편이 아니다.


네루다의 시집 지상의 거처(Residencia en la tierra)대지의 집(188)’으로 옮긴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지상의 주소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번역자의 오류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안정효는 역주에서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t Graves)의 출생지를 에이레(Eire, 게일어로 표현한 아일랜드의 국명, 게일어는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다)’라고 썼는데(190),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영국 윔블던에서 태어났다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아버지이자 시인인 알프레드 그레이브스(Alfred P. Graves)의 출생지가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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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절판 책 몇 권은 알라딘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 알라딘에 책 제목과 출판사 이름을 검색하면 0건의 상품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알라딘에 등록되지 않은 절판 책은 종종 온라인 중고 샵상품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절판 책 영미여성소설론(정우사, 1995)이 그렇다.

 

 

 

 

 

영미여성소설론영국과 미국의 여성 작가가 쓴 작품을 분석한 외국 논문을 선별하여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논문 한 편을 완역한 것은 아닌데, 책의 분량이 제한된 관계로 생략된 내용이 있다. 또 논문이 아닌 글 한 편이 있는데, 그 글은 미국의 작가 토니 모리슨의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이다.  1958년부터 이화여대 인문대학 영문과(현재 명칭은 영어영문학과)에서 영미소설을 강의해오다가 19962월 말에 정년퇴임을 한 조정호 교수를 기념하기 위해 스물여섯 명의 제자들은 영미 여성 작가에 대한 외국 논문을 번역하는 일을 기획했다. 퇴임한 교수와 스물여섯 명의 제자 모두 여성이다.

    

 

 

 

 

 

 

 

 

 

 

 

 

 

 

 

* [절판] 케이트 밀렛 성 정치학(이후, 2009)

* 샬럿 브론테 빌레트(현대문화센터, 2010)

    

 

 

조정호 교수도 이 책의 집필에 참여했는데, 그녀는 케이트 밀렛(Kate Millett)성 정치학(이후)의 내용 일부를 발췌해서 번역했다. 조 교수는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 빌레트를 분석한 밀렛의 글을 논문 형태로 편집했다. 이 책의 목차(여성 작가, 논문 제목, 원저자, 번역자 순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다음과 같다.

 

    

 

 

1.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메리 / 마리아 / 마틸다(한국문화사, 2018)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권의 옹호(연암서가, 2014)

    

 

여성의 학대 혹은 마리아- 소설적 옹호

모이라 퍼거슨 / 고정자

 

 

 

 

2. 제인 오스틴(Jane Austen)

    

 

 

 

 

 

 

 

 

 

 

 

 

 

* 제인 오스틴 맨스필드 파크(시공사, 2016)

 

 

1) 맨스필드공원과 노예 제도의 역학

조셉 류 / 김정숙

 

2) 조정된 증오 - 제인 오스틴의 작품 이해

D. W. 하딩 / 윤미경

 

 

 

 

3. 메리 셸리(Mary Shelley)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문학동네, 2012)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열린책들, 2011)

 

 

강요된 고독

마시아 틸롯슨 / 김순원

 

 

 

 

4. 샬럿 브론테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민음사, 2004)

 

 

1) 여인들, 사회 그리고 성 - 셜리

존 메이나드 / 이월지

 

2) 빌레트에 나타난 성의 혁명

케이트 밀렛 / 조정호

 

3) 제인 에어의 결말과 페미니스트 신화의 창조

헬렌 모글렌 / 오세아

 

 

 

 

5.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

    

 

 

 

 

 

 

 

 

 

 

 

 

 

 

*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문학동네, 2011)

*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민음사, 2005)

 

 

 

 

 

 

 

 

 

 

 

 

 

 

 

 

* [절판] 수전 구바, 산드라 길버트 다락방의 미친 여자(이후, 2009)

 

 

마주 향해 바라보기 - 캐서린 언쇼의 타락

산드라 M. 길버트 / 김순식

 

 

 

 

6. 엘리자베스 개스켈(Elizabeth Gaskell)

 

메리 바튼에서 형식의 문제

캐서린 갤러거 / 전수용

 

 

 

 

7. 조지 엘리엇(George Eliot)

    

 

 

 

 

 

 

 

 

 

 

 

 

 

 

 

 

 

 

 

 

 

 

 

 

* 조지 엘리엇 미들 마치(주영사, 2019)

* 조지 엘리엇 다니엘 데론다(한국문화사, 2016)

* 조지 엘리엇 아담 비드(나남출판, 2009)

 

 

1) 미들 마치- 공식 세계와 사적 세계

바바라 하디 / 전승혜

 

2) 조지 엘리엇과 살인의 다의(多義)

헨리 엘리 / 김설자

 

 

 

 

8.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솔출판사, 2019)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민음사, 2006)

 

 

1) 버지니아 울프의 페미니즘

J B. 바첼러 / 윤화지

 

2) 등대로에서의 여성론적 상상력의 힘

베스 리겔 도허티 / 장옥경

 

 

 

 

9. 아이리스 머독(Iris Murdoch)

    

 

 

 

 

 

 

 

 

 

 

 

 

 

 

* 아이리스 머독 그물을 헤치고(민음사, 2008)

* 아이리스 머독 The Bell(신아사, 2003)

* 아이리스 머독 잘려진 머리(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 1995)

 

 

아이리스 머독 - 런던 배경의 소설들

루이스 마르츠 / 최영

 

 

 

 

10.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 도리스 레싱 금색 공책(창비, 2019)

* 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문예출판사, 2018)

* [절판] 도리스 레싱 생존자의 회고록(황금가지, 2007)

 

 

1) 소설 집안의 여인들 - 전후 여성 소설가

로나 세이지 / 정덕애

 

2) 레싱의 한 남자와 두 여인의 구성과 모티프

오르피아 제인 앨린 / 김옥례

 

 

 

11. 해리엇 비처 스토(Harriet Beecher Stowe)

 

 

 

 

 

 

 

 

 

 

 

 

 

 

 

 

 

* 해리엇 비처 스토 톰 아저씨의 오두막(문학동네, 2011)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의 여주인공들

엘리자베스 아몬즈 / 오정화

 

 

 

 

12. 케이트 쇼팽(Kate Chopin)

    

 

 

 

 

 

 

 

 

 

 

 

 

 

* 케이트 쇼팽 각성(열린책들, 2019)

 

 

오래 잊혀졌던 선구자 - 케이트 쇼팽

퍼 세이예스테드 / 유정은

 

 

 

 

13. 샬럿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

    

 

 

 

 

 

 

 

 

 

 

 

 

* [절판] 샬럿 퍼킨스 길먼 허랜드(아고라, 2016)

 

 

누런 벽지와 샬롯 퍼킨즈 길먼

일레인 R. 헤지스 / 김정매

 

 

 

 

14.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

    

 

 

 

 

 

 

 

 

 

 

 

    

 

* 에디스 워튼 기쁨의 집(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숙녀소설가의 죽음 - 와튼의환락의 집

일레인 쇼월터 / 임진희

 

 

 

 

15. 유도라 웰티(Eudora Welty)

    

 

 

 

 

 

 

 

 

 

 

 

 

 

* [절판] 유도라 웰티 낙천주의자의 딸(토파즈, 2008)

 

대담한 딸들

루이스 웨스틀링 / 한은구

 

 

 

 

16.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

 

 

 

 

 

 

 

 

 

 

 

 

 

 

 

 

* 플래너리 오코너 현명한 피(IVP, 2019)

* 플래너리 오코너 플래너리 오코너: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

(현대문학, 2014)

 

 

오코너 작품에서의 분신

프레데릭 에이젤스 / 박정오

 

 

 

 

17.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 토니 모리슨 술라(문학동네, 2015)

 

 

1) 인간다움의 분출 - 토니 모리슨 작품의 역사화

수잔 윌리스 / 이승은

2) 술라- 실험적인 삶

빅토리아 미들턴 / 서숙

 

3) 노벨상 수상 기념 연설

토니 모리슨 / 이영옥

 

 

 

 

18. 앨리스 워커(Alice Walker)

    

 

 

 

 

 

 

 

 

 

 

 

 

 

 

 

* 앨리스 워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민음사, 2009)

* [절판] 앨리스 워커 더 컬러 퍼플(청년정신, 2007)

* [절판] 앨리스 워커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이프, 2004)

 

 

1) 마음의 평정을 추구하는 앨리스 워커의 여인들

베니 J. 파커 스미스 / 최은경

 

2) 앨리스 워커의 소설에서 은유로 사용된 양성 이론

마리 H. 번콤 / 윤정길

 

    

 

 

논문의 분석 대상이 된 여성 작가는 총 18명이다. 작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이들 모두 페미니즘 문학 및 페미니즘 비평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며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 [절판] 일레인 쇼월터 페미니스트 비평과 여성 문학(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04)

 

* [절판] 김열규 외 엮음 페미니즘과 문학(문예출판사, 1990)

    

 

 

 

 

 

 

 

 

 

 

 

 

 

 

 

 

* 루이자 메이 올콧 작은 아씨들(펭귄클래식코리아, 2011)

    

    

 

산드라 길버트(Sandra M. Gilbert)의 글은 수전 구바(Susan Gubar)와 함께 쓴 페미니즘 문학 작품 연구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이후)에 포함된 내용이다. 에디스 워튼의 소설을 대한 글을 쓴 일레인 쇼월터(Elaine Showalter)는 페미니즘 비평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 미국의 문학비평가다. 그녀는 페미니즘 비평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 번째 유형은 여성 독자가 남성 작가의 문학 작품을 분석하는 페미니즘 비평(Feminist critique)이며 두 번째 유형은 여성 작가의 문학 작품을 분석하는 여성 비평(Gynocritics)이다. 쇼월터는 이 두 가지 비평 유형의 의미를 명확히 구분한다. 그녀는 여성이 텍스트를 읽으면서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는지제대로 알려면 여성의 글쓰기를 연구하는 여성 비평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1979년에 발표한 페미니스트 시학을 향하여(Towards a Feminist Poetics)1981년에 발표한 페미니스트 비평, 황야에 서다(Feminist Criticism in the Wilderness)는 페미니즘 비평의 기념비적 논문이다. 1981년의 논문은 90년대에 황무지에 있는 페미니스트 비평이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의 문학(문예출판사)에 소개되었다. 두 편의 논문은 페미니스트 비평과 여성 문학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에 함께 수록되었으나 절판되었다.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사에서 나온 올콧(Louisa May Alcott)의 소설 작은 아씨들1권에 일레인 쇼월터가 쓴 서문이 있다.

 

영미여성소설론이 나온 지 25년이 된 지금, 영미여성소설론에 언급된 여성 작가들의 작품 대다수는 번역되었다. 이 책이 지금 다시 나온다면 여성 작가의 문학 작품들을 여성주의 비평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위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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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0-03-0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cyrus 2020-03-08 11:42   좋아요 0 | URL
글 쓰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렀어요... ㅎㅎㅎ
 
조지오웰: 감춰진 얼굴
마이클 쉘던 지음 / 성훈출판사 / 1992년 12월
평점 :
품절


 

 

 

“저기, 이 책이 서고에 보관되어 있는데 대출이 가능한가요?”

 

“음‥… 이 책이 나온 지 꽤 오래됐는데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올해 들어 도서관에서 절판된 책을 빌리는 일이 많아졌다. 현재 내 방은 포화 상태라서 더 이상 책을 헌책방에나 온라인 중고서점에 주문해서 들여놓을 수 없다. 출간 연도가 오래된 책, 즉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에 나온 책들은 주로 도서관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서고에 보관된 책을 빌려서 읽는 것은 내 돈 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책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지난달에는 도서관 서고에 있는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을 읽었다. 이 책은 1992년에 나왔다. 서고에 너무 오랫동안 잠들어서 그런지 정말 책 상태가 좋지 못했다. 책 가운데 쪽 제본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책 상단에 새까만 먼지가 쌓여 있었고, 얼룩진 형태의 곰팡이 떼가 남아 있었다. 서고에 있는 그 책을 가져온 사서는 휴지로 먼지를 닦았다. 사서는 이 책을 간절히 원한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휴지로 책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는 사서를 보고 나니 민망해서 괜히 사서에게 말을 걸었다. 마지못해 미소를 지으면서 사서에게 ‘제가 (먼지를) 닦을게요’라고 말했다. 아, 정말 이런 난감한 상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웬만하면 서고에 보관된 책을 안 빌리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서고에 있는 책을 빌릴 때 뻔뻔해져야만 할 것이다.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에 적힌 저자 소개에 따르면, 저자 마이클 셀던(Michael Sheldon)은 영문과 교수이다. 그가 쓴 저서 중에 <약속의 친구들: 시릴 코놀리와 지평선의 세계>라는 책이 있다. 시릴 코놀리(Cyril Connolly: 1903~1974)는 영국의 작가 겸 비평가인데, 오웰과 같은 학교(세인트 시프리언즈 예비학교와 이튼스쿨)에 다닌 친구이다. 그래서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에 학창 시절 오웰이 어떤 성격인지 확인해 주는 코놀리의 증언이 나온다.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은 주석 목록과 역자 후기까지 포함해서 605쪽으로 이루어져 있다. 90년대 초반에 나온 책 중에서 제법 분량이 많은 편이고, 그 당시 물가를 생각한다면 책값이 비싼 편이다. 책의 정가는 9,000원이다.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은 절판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오웰에 관한 사소한 일면을 알 수 있는 훌륭한 평전이다. 생전에 오웰은 자신에 관한 전기가 나오는 것을 반대했고, 단호한 입장을 유언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는 본인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그는 자서전을 쓰지 않았다. 완전한 형태의 자서전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1947년에 자신의 학창 시절을 회상하는 글[주]을 쓴 적이 있다. 저자는 오웰을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한마디로 모순투성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사회주의자였으나 사회주의자들의 문제점과 약점을 비판했다. 그리고 그는 말년에 소설을 쓸 계획이 있으면서도 자신은 소설가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웰은 엄격하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 분위기가 끔찍했다고 회상했지만, 오웰의 동창생들은 그가 학교생활을 잘하는 평범한 아이로 기억했다. 오웰의 삶을 ‘모순투성이’라고 평한 저자의 말이 그다지 놀랍지 않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세상에 모순투성이 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은 굳이 알 필요 없는, 오웰에 관한 ‘TMI(Too Much Information)’로 가득하다. 책의 분량을 두껍게 만든 과도한 정보의 양은 독서를 지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지만, 이 정보들을 얻기 위해 오웰과 관련된 생존 인물들을 직접 찾아 만나고 다닌 저자의 노력을 생각하면 대충 읽을 수 없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TMI’는 오웰의 모순적인 면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일명 ‘오웰 리스트(Orwell’s list)에 관한 내용이다.

 

2003년에 처음으로 전 세계에 공개된 ‘오웰 리스트’는 오웰이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기 일 년 전에 작성한 것이다. ‘오웰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오웰이 지하에 활동하는 공산주의자와 그들을 동조하는 자로 의심되는 38명의 지식인 이름을 명단으로 기록하여 영국 정보기관에 전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에서도 오웰이 자신의 공책에 ‘비밀 공산주의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언급된다. 그러나 셀던은 오웰이 공책에 적힌 명단을 정보기관에 전달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앞서 언급했듯이 정보기관에 전달된 오웰 리스트는 2003년에 발견되었다. 그런데 오웰은 어째서 ‘변절자’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했던 것일까. 마이클 셀던에 따르면 오웰은 스탈린 정권을 변호하는 공산주의자들을 경계했고, 영국에 있는 친 스탈린파들이 정정당당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기를 기대했다. 오웰은 좌파 세력의 결집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명단을 작성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명단을 작성했다는 이유만 가지고 그를 ‘좌파를 배신한 자’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오웰은 공산주의자들의 공개적인 활동을 저지하는 보수주의자들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웰이 명단을 정보기관에 전달하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 행동은 영국 사회를 위협하는 세력을 알리기 위한 ‘밀고’가 아니다. 명단에 적힌 공산주의자들은 친 스탈린 파라서 소련에 맞서는 선전에 동원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즉 오웰은 정보기관에게 ‘대(對) 소련 선전’을 위해 이런 공산주의자들을 기용하지 말라고 알려줬다.

 

오웰은 친 스탈린 파의 공산주의자들을 비난했지만, 무턱대고 ‘친 스탈린파’라고 몰아세우면서 공격하지는 않았다. 일단 그는 상대방이 친 스탈린 파인지 아닌지 의심했다. 그는 칼럼에서 공산주의자라고 해서 그들을 향해 성급하게 친 스탈린파라고 규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사람들은 오웰의 글을 읽으면서 ‘오웰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쉽게 단정한다. 그러나 그가 쓴 글이나 오웰의 삶을 단편적으로 설명한 작품 해설만 읽고서는 ‘오웰의 진짜 얼굴’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과거 유럽에서는 문장의 필체만 가지고 문장을 쓴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유사과학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특정 글쓴이의 글 백 편 전부 다 읽는다고 해도 글쓴이의 전체적인 면모를 알 수 없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특정 상황이나 문제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므로 과거 글쓴이의 모습과 현재 글쓴이 모습은 동일 인물이 아니다. 오웰을 제대로 알려면 그의 사소한 치부까지 보여주는 확실한 전기나 평전을 읽어야 한다. 비록 새롭게 알려진 최신 정보는 없지만,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은 오웰에 관한 한, 아주 사소한 정보들이 채워져 있는 평전이다.

 

 

 

[주] 글의 제목은 ‘Such, Such Were the Joys’다.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제목은 ‘정말, 정말 좋았지’)와 《코끼리를 쏘다》(반니, 제목은 ‘너무나 즐겁던 시절’)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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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7-04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싸이러스 브로, 오웰 전문가로 명명합니다.

cyrus 2019-07-05 11:06   좋아요 0 | URL
아직 안 읽은 오웰의 소설이 있어서 전문가 수준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어요. ^^;;

stella.K 2019-07-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책이 절판되고 다시 복간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좀 의외다. 내가 알기로 오웰에 관한 책은 거의 다 번역된 줄로 알고 있는데.
이걸 다시 복간하지 않다니 우리나라 출판사들 넘 게으른 거 아니니?
평전은 시시콜콜할 필요가 있지. 위인전기가 아니잖아.

cyrus 2019-07-05 11:09   좋아요 0 | URL
오웰이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지만, 오웰 평전은 오웰의 작품보다 대중성이 부족해요. 오웰이 쓴 작품 중에 가장 많이 번역된 게 <동물농장>과 <1984>입니다. 이 두 작품이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오웰의 다른 작품과 에세이 선집, 그리고 평전 등이 상대적으로 덜 읽히는 것 같아요. ^^;;

서니데이 2019-07-0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태가 좋지 못했다고 하셨지만, 사진으로는 그래도 괜찮아보여요.
저희집에도 90년대 책이 있어요. 그 책의 가격도 궁금해지네요.
가격을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길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요즘 대구는 많이 덥지요.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cyrus 2019-07-05 11:13   좋아요 1 | URL
책을 직접 보셔야 해요.. ㅎㅎㅎ 책 상단에 곰팡이가 있어요. 그거 찍은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곰팡이가 찍힌 사진에 불쾌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까 봐 안 올렸어요. 정가는 9000원입니다. 90년대의 9000원은 지금의 9000원과 다르죠. ^^;;

지난달에 대구에도 제법 비가 많이 내렸는데, 어느새 원래 뜨거운 대구가 되었네요. 서니데이님도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yo 2019-07-0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책이군요. 저도 저 도서관에서 90년댄지 80년댄지 나온 두 권짜리 마르크스 평전을 서고에서 꺼내달라고 신청했었는데, 제 신청 덕분에 상권이 서고에서 소실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했다는.....

cyrus 2019-07-05 11:18   좋아요 0 | URL
네, 간혹 그런 일이 일어나요. 이러면 정말 맥이 빠져요. 도서관 서고에 있는 오래된 책을 폐기처분을 하려고(아니면 헌책방에 팔려고) 그러는 건지 트럭에 실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거 보면서 책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저기에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책이 있을 건데 말이죠. 외국의 어느 도서관은 서고에 있는 책을 처리하려고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주거나 중고도서 장터를 운영한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도서관은 그런 행사가 없어서 아쉬워요. ^^;;
 

 

 

 

 

 

 

오랜만에 절판된 책에 대한 글을 쓴다. 미국의 착시현상 연구가인 앨 세켈(Al Seckel)의 책이다. 착시(optical illusion)는 사물의 크기 형태 빛깔 등 객관적인 성질과 눈으로 본 성질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착시를 이용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일루저니스트(illusionist)라고 부른다.

 

앨 세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착시에 관한 강연을 했는데, 2007년 강연플랫폼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 강연한 적도 있다. 그는 강연 활동뿐만 아니라 저술 활동도 해왔다. 주로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그림을 모아 소개하는 책들을 펴냈다. 2015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절판] 앨 세켈 당신의 눈은 믿을 수 없다(김영사, 2002)

* 앨 세켈 Art Of Optical Illusions(Carlton Publishing Group, 2000)

* 앨 세켈 The Ultimate Book of Optical Illusions(Sterling Pub Co Inc, 2006)

    

 

당신의 눈은 믿을 수 없다(김영사, 2002)는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된 세켈의 책이다. 이 책의 저본은 2000년에 출간된 Art Of Optical Illusions이다. 저자는 착시 예술 전시장을 둘러보는 느낌을 주기 위해 장() 대신 갤러리(Gallery, 화랑)로 표현했고, 총 네 개의 갤러리로 구성되었다. 149개의 착시 그림 도판이 수록되었다. 한 장이 끝나면, 그 뒤에 공개된 착시 그림에 대한 저자의 짤막한 설명이 나온다.

 

2002,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이 책을 동네 도서관에 빌려서 읽은 적이 있다. 십 년 넘게 이 책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망각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저자와 책의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다행히 그 책이 붉은색 표지였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었다. 세켈의 책을 다시 보고 싶어서 도서관 자료실을 샅샅이 확인해봤지만 찾는 데 실패했다. 십여 년 전에 나온 책이었으니 오래된 책을 따로 보관하는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으면 이 책을 영영 못 찾았을 것이다. 책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했고, 열심히 검색한 끝에 저자와 책 제목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도서관에 세켈의 책이 있는지 정확한 제목을 입력해서 검색해봤는데 자료실에 없는 책으로 나타났다. 분명히 나는 도서관에서 세켈의 책을 빌렸다. 그런데 그 책은 어느새 유령 책이 되었고, 놀랍게도 내 대출 내역에 세켈의 책을 빌린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저자와 책 제목을 잊었을 뿐이지 그 책을 빌렸던 일은 기억하고 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내가 착각한 것일까? 내가 중학생 시절에 내 집처럼 자주 드나들었던 도서관은 세켈의 책을 발견했던 그곳뿐인데…‥.

 

지난주에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우주의 기운을 받아 절판된 세켈의 책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책 운수가 좋았는지 알라딘 서점에서 미국 원서(The Ultimate Book of Optical Illusions)를 구입했다. 원서는 국역본보다 도판이 많지만, 국역본에 있는 도판도 몇 개 있다. 2006년에 출간된 원서는 그전에 나왔던 책들을 한 권으로 합본한 책으로 추정된다.

    

 

 

 

 

 

 

 

 

 

 

 

    

 

 

* 진중권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휴머니스트, 2014)

* 진중권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2(휴머니스트, 2014)

* 진중권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3(휴머니스트, 2014)

 

 

 

 

 

 

 

 

 

 

 

 

 

 

 

* 진중권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휴머니스트, 2005)

    

 

 

 

 

 

 

 

 

 

 

 

 

 

 

 

 

 

 

 

 

 

 

 

 

* 셀린 들라보 착각을 부르는 미술관(시그마북스, 2012)

* [절판] 이연식 눈속임 그림(아트북스, 2010)

* [품절] 로버트 휴즈 마그리트 명작 400(마로니에북스, 2008)

* 로버트 휴즈 달리 명작 400(마로니에북스, 2008)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조반니 피라네시(Giovanni Battista Piranesi),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등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을 즐겨 그린 화가이다. 착시 효과를 이용한 회화 기법은 이미 17세기부터 유행했고,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정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을 트롱프뢰유(trope l’oeil, 눈속임 그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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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가 2018-09-15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 멋있네요 한방에...

cyrus 2018-09-16 08:08   좋아요 0 | URL
운이 좋았습니다.. ^^;;

레삭매냐 2018-09-15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절판도서 사냥꾼 싸이러스님 !

트롱프뢰유, 어디선가 읽어본 것 같은데
당최 기억이 나지 않네요. 어디서 봤을까요?

전 어제 업어온 조너선 스펜스의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을 읽기 시작했답니다 ~

재밌네요.

cyrus 2018-09-16 08:12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은 중국사 읽기에 도전하시는군요. 저는 일본사.. ㅎㅎㅎ

페크pek0501 2018-09-2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눈은 믿을 수 없다》- 저는 제 눈도 믿지 않고 제 기억도 믿지 않습니다. ㅋ

cyrus 2018-10-19 11: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작년에 했던 일은 금방 잊어버려요.. ㅎㅎㅎ

2018-10-18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19 11: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애늙은이’ 소리 듣습니다.. ㅎㅎㅎㅎ 성격이 무미건조한 편이라 글도 무미건조해요.. ^^;;
 

 

 

 

 

 

 

 

 

 

 

 

 

 

 

 

 

 

 

 

 

어제 최측의농간출판사로부터 신간 출간 소식을 받았다. 국문학자 양주동 선생(1903~1977)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가 완역본으로 복간되었다. 범우사가 낸 문고판은 발췌본이다. ‘최측의농간출판사는 1960년에 나온 이 수필집과 양주동 전집 4(동국대학교출판부, 1995)에 실린 문주반생기를 비교 · 검토하여 읽기 쉬운 말로 새롭게 다듬었다. 초판(영인본)의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1,996개의 각주를 달았다고 한다.

 

 

 

 

 

 

 

 

 

 

 

 

 

 

 

 

 

양주동 선생은 신라 향가 연구에 큰 획을 그은 국문학자다. 그는 시인, 수필가, 비평가 등 여러 방면에서 이름을 떨쳤고, 스스로 국보 1라고 말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한 천재였다. 선생은 애주가로도 유명하다. 10(!) 때 처음으로 술의 맛에 눈을 떴다고 한다…‥. 술과 관련된 일화가 많은데, 문주반생기2부의 제목이 이다. 혹자는 이 책을 읽어야 술에 대한 예의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이 책을 음주기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수필집 제목을 풀이하면 '시(詩), 문(文), 술을 중심으로 하여 보잘 것 없는 나의 반생'이라는 의미가 된다. 복간을 계기로 문학인으로서의 양주동이 재조명되길 바라본다.

 

 

 

 

 

 

 

 

필자는 양주동 선생의 글을 접해보지 않았고, 선생이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실을 그저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서재에 양주동 선생이 감수한 책 한 권을 보관하고 있다. 이 책 덕분에 양주동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1986년에 나온 표준 국어대사전이다. 그런데 이 사전은 개정증보판이다. 양주동 선생은 1977년에 작고했고, 이미 오래전부터 선생이 감수한 국어대사전이 발간되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양주동 국어대사전을 검색하면 70년대에 나온 국어사전을 공개한 글을 볼 수 있다. 6, 70년대에 양주동 선생과 더불어 국어사전 편찬자로 유명한 분이 이희승(1896~1989) 선생이다. 이희승 선생은 1961년에 국어대사전을 편찬했다. 현재까지도 개정증보판이 나오고 있는 국어사전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양주동 국어대사전보다 이희승 국어대사전이 더 많이 알려졌다. 양주동 국어대사전을 상세히 설명한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양주동 국어대사전 초판이 정확히 언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1986년 출간 당시 국어대사전의 정가는 25,000이다. 그때 당시 물가 기준을 생각하면 이 국어대사전 가격은 고가이다. 80년대에 라면값은 100, 소줏값은 200, 짜장면값은 500이었다. 짜장면 50그릇을 실컷 먹을 수 있는 돈이면 국어대사전 한 권 구입할 수 있다. 이 사전이 나왔을 때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1986, 이 해에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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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13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까지 가지고 계십니까......역시.

cyrus 2017-12-13 17:46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 국어사전이 어떻게 우리 집에 오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직접 산 게 아니에요.. ^^;;

2017-12-13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13 17:47   좋아요 0 | URL
그때 대학생이셨군요. ㅎㅎㅎ

stella.K 2017-12-1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문주반생기! 거 유명한데.
나도 들어보기만 하고 읽어보진 못했다.
양주동 박사 나 어렸을 때만해도 간간히 TV에도
나오고 했는데. 입담 좋기로 유명했지.
물론 난 그때 너무 어려서 무슨 말 하는지도 몰랐고.
암튼 읽고 싶네.ㅋ

cyrus 2017-12-13 17:49   좋아요 0 | URL
정말인가요? 어렸을 때 보셨으면서 기억 안 나는 척하신 거 아니죠? ㅎㅎㅎ 예전에 어느 알라디너가 제게 이 책을 추천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분 닉네임이 기억나지 않아요. ^^;;

stella.K 2017-12-13 18:1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너나 나나 왜 그런다냐...ㅠㅠ
누군지 나이가 지긋하신 분일 것 같다.
이책 요즘 사람은 거의 모를 거야.
양주동 박사는 우리 언니가 더 잘 알았지.
언니도 그런 걸 알 나이는 아닌데
중학교 들어가서 국어 선생님이 가르쳐 주니까
옛날에 본 기억은 나고 뭐 그랬겠지.
근데 난 그분 어슴츠레하게 기억 나.ㅋ

cyrus 2017-12-13 18:13   좋아요 1 | URL
확실하지 않지만, 그 분이 ‘노이에자이트‘님일 거예요. 서재 활동 초창기에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이었죠. 그 분을 만나지 못했으면 옛날 책에 대한 관심이 없었을 거예요. ^^

2017-12-13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13 17:52   좋아요 0 | URL
술이 너무 좋아서 능력을 더 발휘하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작가가 많아요.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재능을 파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