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
김동식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2002년 11월, 난 무식하고도 용감하게 회사를 그만 뒀다.
'쉬고 싶다'는 너무나 단순하고 대책 없는 이유로.
그 땐...너무 지쳤었다.
무슨 뾰족한 대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쉬고 싶었다.

주위에서 미쳤다고 하면서 말렸다.
그 때...난 30살이었다.

" 30살 여자가 아무 대책 없이, 번듯한 회사를 그만둔다구?
노처녀 백조가 되겠단 말이야? 미쳤어!!! "

주위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난 회사를 그만 뒀다.
그리고 LA에 있는 천사표 이모네 집으로 날아갔다.
커다란 트렁크 가득 읽고 싶었던 책들을 채우고 훨훨~

미국에 가고 싶었던 게 아니고,
그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집에 있다간 부모님한테 들볶여 죽을 것 같았다.
그건....도피였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시체처럼 잤다.
자고, 자고, 또 자고....정말 원 없이 잤다.

하루는 자다 깨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천사표 이모가 말했다.
" 수선아! 넌 하고 싶은 일이 뭐니? "

난 잠에서 덜깬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난 글을 쓰고 싶어. "

그 때, 이모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 그래? 그럼 평론을 쓰면 되겠구나."

예상치 못한 이모의 엉뚱하고도 쌩뚱맞은 말. 평론???
이모는 나의 황당한 표정에 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 파란만장한 체험이 많아야 소설을 쓰지.
넌 그냥 곱게 자라서 좋은 대학 나오고, 회사 다니고...
뭐 소설 쓸만한 재료가 없쟎아.
그러니까 글쟁이가 된다면 평론가가 되는게 낫지 않겠어? "

그 때, 난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 이모, 그럼 이모는 내가 평론 쓰면 읽을꺼야???
파란만장한 인생 안 살아도 소설 쓸 수 있어."

그러면서 김영하 얘기도 하고,
소설은 '상상력'으로 쓰는거라는 둥 이 얘기 저 얘기하며 떠들었다.

난 '문학 평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다.
가끔 시집을 읽으면 시집 뒤에는 짧은 시의 100배 분량은 되는 평론이 달려 있다.
뭘 그렇게 분해를 하는지...읽다 보면 짜증이 나곤 했다.

평론은 일반 대중에게 격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평론가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했다.
평론가가 겸임으로 교수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먹고 살까?...하는 걱정까지 했다.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는 평론가 김동식이 포스코 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엮은 거다. 평론도 아니고, 리뷰도 아니고, 독서일기도 아니고, 말 그대로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다.

포스코 신문은 일주일에 한번씩 나오는 사보다.
그러니까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는 포스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권씩 소설을 소개했던 글들을 묶어서 낸 책이다.

글들은 '대화체'로 되어 있다.
"~데요.", "~구요" , "~입니다."
'편지체'로 된 글들도 있다.
정말 쉽게 쓰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편지체로 된 글들은 너무 어색해서 안타깝기 조차 했다.

이 글들은 '일반 대중'을 향한 최초의 글쓰기였다고 한다.

문학에 대한 공부를 해왔을 따름이지, 일반 대중을 상대로 문학작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하는지 배운 적도 고민해본 적도 없었음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평론가로서의 고민이 느껴진다.
'일반 대중'을 향한 글쓰기, 도대체 어떤 눈높이로, 어떻게 소통해야 하나?
소통의 방법으로 '대화체', '편지글 형식'을 생각했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글 53편을 읽으며 놀란건,
쉽게 쓰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면서도 평론가로서의 입장을 놓지 않았다는 거다.
이 글들을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문학개론' 수준 이상의 지식을 얻었을 것 같다.

각 글들의 연재 날짜가 명시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편지체에서 대화체로 전환됐고, 연재 횟수가 거듭되면서 글들이 안정감을 찾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포스코는 참 훌륭한 기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보에 정기적으로 "문학"을 소개하는 회사는 정말이지 드물다.
책 소개를 하는 회사는 많다.
하나 같이, 천편일률적으로 공병호 아저씨 책이나 <마시멜로 이야기>, <블루 오션>, < 펄떡 뛰는 물고기처럼> 이런 책들을 소개하며,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란 말이야!' 강력한 메시지를 날린다.

문학평론가를 찾아 기고를 부탁하고, "문학수첩"이란 연재란을 만든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의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기에.

사실 회사원들의 독서는 빈약하고 가난하기 짝이 없다.
소설 '나부랭이'를 읽는 사람은 정말이지 찾기 힘들다.
회사원들의 생활은 그만큼 각박하고 '드라이' 하다.
포스코 신문과 같은 훌륭한 사보는 여러 기업들에서 벤치마킹되어야 할 것 같다.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 글쓰기의 지평을 넓힌 평론가 김동식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최근 한국소설의 판매량 급감에 따른 한국소설의 위기는 문학을 일반대중에게서 유리시키는 평론가들의 의사 같은 글쓰기(영언지 라틴언지 알 수 없는 글씨로 갈기는 의사들처럼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현란한 글쓰기)에도 일부 책임이 있지 않을까...생각한다.

멋진 포스코 신문과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평론가의 새로운 글쓰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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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6-1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그런 책을 읽고 우리에게 소개해주는 수선님께 박수를.
글구 나이 30에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수선님의 용기에 더 큰 박수를...

kleinsusun 2006-06-1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지금은 34라서 못 그만둬요.ㅎㅎㅎㅎㅎ
박수 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6-06-1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선님께 박수를...^^;
덕분에 이 책을 읽고 싶다는 강한 욕구와 함께 포스코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

마늘빵 2006-06-1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나부랭이 열심히 읽고 있어요! 저는 경제/경영/실용 베스트셀러는 제목도 몰라요.

BRINY 2006-06-1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천사표 이모가 있으면 좋을텐데....최소한 저런 이모가 되어주기라도 해야겠어요.

비연 2006-06-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지세요^^ 이 책에도 호감이 생긴다는..추천!

kleinsusun 2006-06-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운 발바닥님, 감사합니다.^^ 포스코 좋은 회사예요. 월급도 많이 준답니다.ㅎㅎ

아프락사스님, 요즘 바나나 소설 열씨미 읽고 계시죠? 저도 요즘 소설을 몇권 샀답니다.^^

BRINY님, 네...우리 이모는 진~짜 천사표예요. 언제든 도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게 행복해요.^^

비연님, 부끄부끄^^

플레져 2006-06-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싶어요.
김동식씩 글이 참 좋더라구요 ^^
 

2달 동안 주말마다 글을 썼다. 거의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공부 못하는 애들이 집에서는 공부가 안된다며 독서실에 가는 것처럼
두번이나 호텔방을 잡고 글을 썼다.
밤새 글을 쓰고, 새벽 5시가 조금 넘어 해 뜨는걸 봤을 때는 뿌듯하기 까지 했다.

일요일 오후에 혼자 호텔에서 나올 때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습격 당했다.
그 때 마다 철저하게 무기력했다.
도대체 내가 뭘하고 있는거지?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 봤다.
웃고 떠들며 손 잡고 걸어가는 활기찬 연인들.
외로움이란 놈한테 감전 당한 듯 크게 흔들리면,
며칠 동안 우울하곤 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계속 쓰면 곧 한권의 책이 된다....는 생각에.

내겐 너무도...간절히...'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래서....글쓰기에 올인했다.
주말이면 커피빈이나 스타벅스, 집 앞 던킨도너츠에 죽치고 앉아
웃고 떠드는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주말' 속에서 혼자 글을 썼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은 노트북을 들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경쾌했고,
그렇지 못한 날은 갑갑하기도 했다.

그리고.....지난주 금요일.
그 동안 써온 원고 30꼭지를 출판평론가인 P선배에게
무식하고도 용감하게 내밀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한 꼭지, 두 꼭지 보여 주며 어떠냐고 물어본 적은 있지만
그 동안 쓴 원고 전체를 누군가에게 보여 준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전문가에게.

" 주제별로 묶었어요. 이동하시는 시간이나 짜투리 시간에 읽어봐 주세요. "

만나자 마자 멋 부려 제본한 원고를 불쑥 내밀었다. 용감하게!
그리고는 신나게 웃고 떠들며 맥주를 마셨다.
시험 끝나고 술 마시는 대학생처럼 즐겁게.

토요일이 가고, 일요일이 가고, 월요일이 가고.....
슬금슬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P선배의 침묵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바쁜가? 아님 원고가 너무 허접해서 뭐라 해줄 말이 없는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월요일부터 울산에서 6시그마 교육을 받으면서,
산포, 분산, 비정규분포.... 이런 뻣뻣하고 드라이한 단어들을 들으면서,
열심히 듣는 척 강사가 하는 말에 가끔 고개도 끄덕이고 낙서도 하면서,
머리 속은 온갖 상상과 불안, 걱정, 후회로 가득했다.

처음에는 P선배의 평가가 어떤 건지, 그게 궁금하고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시간이 갈수록 내 원고에 대한 '자기 검열'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내 트레이드 마크인 무식함과 무모함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도대체 네 글의 정체는 뭐야?
글들은 또 왜 그렇게 밋밋해?
너 같으면 돈 주고 그런 책을 사겠어?
어떻게 그런 허접한 원고를 읽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지?
어떻게 충분한 자기검열도 없이, 남한테 원고를 보여 줄 생각을 했지?

얼굴이 하루에도, 아니 한 시간에도 몇 번씩 화끈거렸다.
술 먹고 크게 실수한 다음 날 같이 마셨던 사람들을 만난 것처럼 부끄럽고 쩍 팔렸다.

P선배에게 메일이 오지 않았나 강의 중간중간에 뻔질나게 메일을 확인하다가
참지 못하고 전화를 했다.

P선배는 원고를 읽어보고 있다고,
해줄 얘기가 많다며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P선배는 내 마음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지적할 부분은 이미 스스로가 느끼고 있을 꺼예요."

그렇다. 정말 뼈 저리게 느끼고 있다.
누군가 내게 그 원고를 봐 달라고 했다면,
입 바른 말 자~알 하는 성격에 혹독하게 씹었을 꺼다.

좀 더 가혹한 자기검열의 시간을 갖고, 처음부터 다시 써야겠다.
아니 무식하게 덤비며 쓰기 전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뭔지를,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를 명확히 해야겠다.

6시그마의 첫 단계는 "Define"이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범위를 설정하고, 기대효과를 구체화하는 단계다.
Define 단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목표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측정도 분석도 할 수 없고, 당근 개선을 할 수 없다.

내 글쓰기도 Define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저 책을 쓰고 싶다는 의욕만 앞서서 닥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썼다.
그러다 보니 갈팡질팡하는, 정체가 애매한, 두리뭉실한 글들을 대량 양산했다.

쌩뚱 맞게도, 이번 6시그마 교육의 깨달음은
내 글도 Define을 다시 해야 된다는 거다.

p.s) 그러나 저러나....P선배에게는 정말 부끄럽고, 또 미안하다.
어떻게 그런 허접한 원고를 읽어 달라고 불쑥 내밀었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식하고 뻔뻔하다.
어떻게 P선배를 다시 보나....ㅠ.ㅠ

사실 내 삶의 원동력, 파워 엔진은 무식함과 용기였다.
그래서 한참을 힘들어 하고도 무뇌아처럼 또 다시 연애를 하고,
속 쓰려서 하루 종일 골골 거리고도 저녁이 되면 또 다시 술을 마시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저질렀다.

요즘....좀 지친다.
내 스스로가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안전 빵' 인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헬멧도 쓰고 무릎 보호대도 하고 안전하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정말, 이 시점에서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데.....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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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6-1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여나 낙심하거나, 그런거 아니신거지요?
뭔가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한 단계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저질렀다' --> 배우고 싶습니다.
시간을 들여 읽어주고 조언을 주는 P선배 같은 분을 주위에 가지고 계신 것도 부럽네요.

마늘빵 2006-06-1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래도 부러워요. 도전 그 자체.
아직 실망하지 마세요. 나쁜 이야기한거 아니잖아요.

moonnight 2006-06-1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수선님. 힘내세요. 아프락사스님 말씀처럼 아직 실망하시면 안 되죠. 전 수선님이 너무나 존경스럽고 부럽기만 한 걸요. 많이 바쁘셨겠네요. 좋은 결실이 있으리라 전 믿어요. 토닥토닥 ^^

글샘 2006-06-1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중에 젤로 맛있는 빵이 안전빵이래요. ㅎㅎㅎ
글 쓰다 보면, 저 말이 딱 맞습니다.
뭘 고쳐야 되는지는 자기만이 안다.
뭘 썼는지도 자기만 알지요.
걱정말고, 다시 디파인 해 보세요. 그게 <처음부터>인 건 아니잖아요.
이제 반 왔다고 생각하시고, 정말 힘든 쓰기는 이제부터임을 아시니깐, 힘 내세요.^^

다락방 2006-06-16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수선님.
용기를 잃지 마세요. 수선님의 글을 읽어보니 뭔가 해내실 분인걸요.
제가 여기서 이렇게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

혜덕화 2006-06-16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언가를 바로 실천해 갈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세상일의 대부분은 그런 용기에 의해 전진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겸손과 절제의 미덕보다는 용기가 훨씬 더 가치있는 덕목임을 요즘에사 느낍니다. 저는 너무 님과 반대로 살아온 것 같아서 요즘 슬펌프에 빠져 있었거든요. 힘내세요._()_

드팀전 2006-06-1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글을 쓰시나요? 좋은 글 쓰세요....

icaru 2006-06-1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을 믿어요~
시작한 사람들은 꼭 해내더라고요~
힘내세요~ 늘 지켜보며 응원 드릴께요...

BRINY 2006-06-1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래도 늘 의욕에 넘치시고, 의욕만 있는 게 아니라 실천을 하시잖아요. 그러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여요~

릴케 현상 2006-06-1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스파피필름 2006-06-1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수선님은 잘 하실꺼에요 ^^

2006-06-18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19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6-2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define부터 다시 시작하라면 용기가 생길것 같은데...
6-시그마 프로젝트를 define부터 다시 하라면 못할것 같아요...
시그마는 잘 진행되나요?^^
 
雜多: [잡다] - 비평가 땡빵씨, 문화의 숲을 거닐다
김동식 지음 / 이마고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어제,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에 갔다.
비가 많이 왔는데도 교보는 북적북적했다. 소란스럽기도 하고.

고객용 도서검색 PC로 김동식의 <잡다>를 찾았다.
이 책의 위치는 "12 번 정치/법률/사회 419-2 1번째 대중문화".

이 책은 문화비평서들 사이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음....문학비평가가 쓴 문화비평이라....
웬지 '드라이'하거나 '아카데믹'할 것 같은 '필'이 왔다.
( 아... 이 영어 남용이란! 근데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 보니 상당히 '소프트' 했다.
쉽게 읽어지고, 가끔 미소도 지어졌다.

내가 교보 담당자라면 이 책을 문화비평서로 분류하지 않고,
비소설 에세이에 포함시켰을 지도 모르겠다.
왜냐? 이 책은 문화비평서라기 보다는 김동식이라는 개인의 '체험'을 쓴 에세이에 가깝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다양한 문화현상 - 애니매이션,추리소설,프로 레슬링, 인터넷 소설, 일본 음악, 드라마/영화/개그 콘서트, 월드컵 응원전 등 - 들은 모두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다. 즉, 저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전문용어로 무장한 비평가의 입장이 아니라, 독자로서, 청취자로서, 참가자로서 자신의 체험을 평이한 문체로 썼다.
관찰이 아닌 체험!

" 일상과 매개된 문화에 대한 생각, 그리고 여기에 모은 글들을 쓰면서 가졌던 생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문화가 우리의 몸을 관통하며 무의식을 구성하는 운동성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는 취향의 무의식이 발현되는 독특한 영역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문화를 향유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며, 문화에 대한 글쓰기는 무의식을 드러내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 머리말 中 -

그렇다.
문화에 대한 글쓰기는,
수많은 개인들이 쓰는 소소한 독자서평, 영화평들은
모두 무의식을 드러낸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김동식 같은 '비평가'의 입장에서는
'이론'에 의거한 비평을 쓰는 게 훨씬 쉬운 일이 아니었을까?
비평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이 책에 실린 50꼭지의 글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글은
<메타 개그의 새 장을 연 '우격다짐'>

"메타 개그"가 뭔가 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다.

본문을 읽으면서 껄껄 웃었다.
이정수의 개그 보다 김동식의 해설이 더 웃겼다.

이정수의 '우격다짐'은 이런 식이었다.

- 내 개그는 17 대 1이지. (관객 : 왜요~?)
17명 중에 1명만 웃어.

- 내 개그는 양파야. (관객 : 왜요~?) 까도 까도 똑같지. 웃기지? 웃기지?



저자가 이정수의 개그를 '메타개그'(metagag)라고 칭한 이유는,
소설 쓰는 과정을 작품 속에 담아낸 '메타소설'(metafiction)처럼
이정수가 스스로의 개그에 대해서 말하기 때문이다.

사실 '메타픽션'이란 용어 자체가 문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에겐 '메타픽션'이 일상용어(?)라 그런지
한줄로 쓱 설명하고 넘아가는데, 이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메타픽션'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도대체 '메타개그'가 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메타픽션'의 예를 들자면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김영하의 <아랑은 왜>.

'메타픽션'에서는 소설가가 스토리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작품 속으로 불쑥 뛰어 들어와
'결말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등장 인물을 죽일까 살릴까?'
고민을 하거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하고,
결말을 여러 개로 내기도 한다.

"자신이 펼치고 있는 개그에 대한 반성적인 자의식을 다시 개그 속에 편입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정수의 개그를 메타개그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거 같다."(p170)

음....똑 같은 개그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대단한걸!!!

"단순한 개그가 아니라 수사학 연구의 텍스트라는 생각까지도 가지게 된다. 언젠가는 이정수 개그를 대상으로 수사학을 강의하고 말리라 굳게 다짐하며, 일요일 저녁마다 텔레비전 앞에서 수사법의 달인인 이정수를 기다린다."(p171)

흥미롭다.
하지만....개그맨 이정수가 기획 단계에서 '메타개그'나
'반성적인 자의식' 반영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렇게 생각이 많으면 못 웃긴다.)

'수사법의 달인' 이라는 칭찬을 들으면,
어쩌면 이정수는 "네? 저...그게 무슨 말이죠?" 할지도 모른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상과 맞물려 있는 우리사회의 문화현상에 대한 김동식의 에세이 50꼭지는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같이 술 마시며 얘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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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6-1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목차를 자세히 살펴보니 잡다한 것이 제 구미에 맞군요. 껄껄~
그나저나 이정수는 요즘 왜 안 나올까요?^^

kleinsusun 2006-06-1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전 지금 울산에 있어요. 일주일간 교육이 있어서요.
지금...교육 시간에 딴 짓하고 있답니다.ㅎㅎㅎ
 

어제 저녁, 모처럼 유쾌,통쾌,상쾌하게 수다를 떨었다. 6시간 동안!!!
시간만 넉넉했다면, 24시간 논스톱도 가능했을 것 같다. 말하고, 듣는 내내 넘 신났으니까...

사실 난 '특기'라고 할만한 게 별로 없다.
요즘 신입사원들을 보면 누구나 개인기가 있다.
보드나 인라인 같은 건 너무 흔해서 특기라고 하기에 뻘쭘할 정도다.
밸리 댄스도 추고, 스쿠버나 사격도 하고, 스쿼시 지도자 자격증이 있는 애들도 있다.
노래는 또 어찌나 잘하는지 노래방을 가면 마이크 잡기가 민망하다. 옛날 노래 부르기도 미안하고...

신입사원이 아니기에 이력서에 특기를 써내야 하는 곤란함은 당하지 않지만,
누가 특기를 물어 본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런게 특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건,
술 마시며 밤새 떠드는 거다.
아무리 피곤해도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분출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어제 선배 P랑 7시 30분에 만나서 1시 30분까지 논스톱으로 수다를 떨었다.
둘이서 '6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한 사람이 3시간은 쉬지 않고 떠든 셈이다.

6시간 동안 정말 많은 맥주를 마셨다. 도대체 몇잔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에너지 소모가 커서 그런지 취하지도 않았다.
오늘 아침 속이 쓰렸던 걸로 보아, 주량에 거의 꽉 차게 마셨나 보다.

난 참 말하는 걸 좋아한다. 말도 잘하는 편이다.
대학 다닐 때, 개그맨을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대학 2학년 때, <청춘스케치>라는 대학생 장기자랑 프로 개그코너에 나간 적이 있다.
후배랑 둘이 나갔었는데, PD가 개그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다.

요즘은 탈랜트 수준의 예쁜 개그우먼들도 많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영자, 조혜련 같은 거대한 여자들이 대세였다.
그 때(93년 5월)는 서경석, 이윤석이 데뷔하기 전이었고,
개그하면 온몸을 흔들어 웃기는 '오버'가 떠오르는 시기였다.

만약 지금이었다면,
개그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신입사원 때는 모 라디오 방송에서 리포터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
그때 리포터를 했다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끊임 없이 바껴간다. 영화 <슬라이딩 도어스>처럼.

어제 만난 선배 P가 신나서 떠드는 나를 보며
라디오 패널 같은 거 하면 잘하겠다...고 말했다.
술 먹다가 한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가슴이 막 설레였다. 촌스럽게.

난 사실....라디오 책소개 프로 패널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누구한테 말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무슨 문학평론가도 아니고,
이주향처럼 교수는 아니더라도 시간강사도 아니고,
하루하루 헉헉거리는 회사원 주제에 그런 기회가 있겠어? 하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꼬리를 내렸다.

그런데 어제 선배의 지나가는 말을 듣고서
그 '꿈'이 떠올라 가슴이 쿵쿵 뛰었다.
알콜의 효과? 잊고 있던 꿈과의 재회?

언젠가 울 팀장이 술 마시다가 거래선 사람들한테 말했다.
" 얘는 연예인해도 되요.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별 것 아닌 얘기를 해도, 얘가 하면 웃기다니까...허허."

집에 오는 길에 이 기억, 저 기억 들추어 내면서
혹시...정말...라디오 패널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가끔 말 통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술자리는
일상을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일상의 피곤함과 무력함을 날려 버린다.
그래서...술이 좋다. ㅎㅎㅎ

어제 소중한 6시간을 함께 해준,
잊고 있던 꿈 한조각을 선물해준,
수억 나온 술값을 대범하게 카드를 긁은 선배 P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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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6-06-1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좋은 사람과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셨군요. 나이들수록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가 더욱 힘든 것 같은데 잊고 있던 꿈까지 떠올리게 해주는 근사한 만남이라니! 정말 부럽습니다. 행복하게 지내세요, 수선님!

kleinsusun 2006-06-1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비만 오면 다락방님이 생각나요.ㅎㅎㅎ
비오는 토욜, 어떻게 보내셨어요?
어젠 정말 즐거웠답니다. 다락방님도 행복한 주말!^^

DJ뽀스 2006-06-1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6시간인가 7시간동안 "전화"로 수다떤 적 있습니다. ㅋㅋ

kleinsusun 2006-06-10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J뽀스님, 집 전화로요? 핸펀이면 밧데리 바꿔 가면서? ㅎㅎ
말 통하는 사람과의 수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요.^^

마늘빵 2006-06-1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 좋습니다.

2006-06-11 0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6-11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즐건 주말 보내고 계세요? 전 오늘 회사가요. ㅠㅠ

속삭이신님, 감사합니다. 근처에 오시면 꼭 한번 전화주세요.^^

2006-06-11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6-1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마시며 밤새 떠드는 특기! 이게 최곱니다!

kleinsusun 2006-06-1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감사합니다.^^ 근데...이력서 특기란에 쓸 수는 없쟎아요. ㅎㅎㅎ

릴케 현상 2006-06-1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러운 특기네염... 제 특기는 밤새 술먹으며 떠드는 거 들어주는 건데...
 

내 노트북 시작페이지는 '네이버'다. 어제 눈을 부비며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네이버 첫 화면을 봤을 때, 뭘 잘못 봤나 했다. 정수라 결혼사진이었다. 정수라라면 내가 어렸을 때 '아~대한민국!'을 부르던 가순데, 도대체 지금 몇 살이지?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 보니 정수라는 63년생, 남편은 54년생다. 54년생! 우리 상무님이랑 동갑이다.헉!!!

연예인들의 특성상 정수라는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고, 예전에 뚱뚱해서 그런지 오히려 지금이 전성기 때 보다 예뻐 보였다. 얼굴도 갸름해 지고 긴 생머리도 그렇고 언뜻 보면 SES 유진이랑 약간 닮은 것 같기도. 하지만 사업가인 남편은 연미복을 입은 것 자체가 웃겨 보였다. 하긴 그럴 수 밖에....54년생이면 한국 나이로 53살이다. 머리도 많이 빠졌고 주름도 자글자글한 것이 꼭 연미복을 입어야 했나...안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다. 신문에 난 사진들을 보니 연미복 뿐만 아니라 한복을 입은 사진도 있었다. 사진을 보는 내가 다 뻘쭘했다.

정수라의 결혼식에는 하객이 1,000명이나 참석했다고 하는데, 나이 든 사람들이 꼭 그렇게 '요란한' 결혼식을 해야 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S건설 대표라는 정수라의 신랑(?)은 23살, 20살 다 큰 아들이 2명이나 있단다. 결혼식 사진을 보면서 애들이 학교 가서 쩍 팔리진 않을까 하는 별 쓸데 없는 생각도 잠시 했다.

무엇보다, 나는 왜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연예인의 결혼소식에 이렇게 신경을 쓰나? 생각했다.

난 연예인들한테 별 관심이 없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도 잘 모르고, 요즘 '뜨는' 애들도 몰라서 가끔 '넌 TV도 안보냐?' 하며 핀잔을 듣기도 한다. <액스맨을 찾아라> 같은 데 연예인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면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누가 누구랑 스캔들이 났다고 해도 별 관심이 없고, 누가 누구랑 결혼을 한다 해도 '그래?'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만다.

그런데....그런데 왜? 도대체 왜? 정수라의 결혼에는 네이버 검색까지 해 가며 관심을 가졌던 걸까? 왜 그렇게 신경이 쓰였을까?

생각해 보니, 인정하기 싫지만 그건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이렇게 결혼 안하고 있다가 저렇게 나이 든, 머리가 희끗희끗한 차원을 넘어 머리가 많이 빠진 남자랑 결혼하면 어쩌지? 그런 막연한 두려움.

난 사실... 30대지만 내 나이가 많은지 모르고 산다. 회사에서도 후배들이랑 자주 어울리다 보니 그냥 20대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가끔 결혼한 친구들을 만나면, 애가 둘씩 있는 애들을 만나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해 지기도 한다. 걔네는 이미 자기들이 '늙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은 말한다.
"넌 참 늙지도 않아. 결혼을 안 해서 그런가? 항상 그대로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위로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자를 좋아했다. 우리 집은 딸만 셋인데 내가 첫째다. 그런 이유에선지 부모님은 내겐 좀 엄격한 편이었고, 난 부모님께 재롱을 부린다거나 뭘 조르거나 하는 일들을 거의 하지 않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난 내가 칭칭 거릴 수 있는 남자가 좋았다. 하염없이 날 귀여워 해주는 남자!
연하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동갑도 싫었다. 남자 같이 느껴지지 않고 그저 어리게만 느껴졌다.

그런데...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30살과 37살은 좋아 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열 일곱, 스물 넷>처럼 참신하고 싱그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리 없이 어울려 보인다. 그런데 34살과 41살은? '불혹'이라 불리는 나이 40을 넘었다는 생각에 엄청난 '심리적 저항'이 느껴진다. 30살과 37살이 만나 4년 있으면 34살과 41살이 되는 건데도, 우습게도 현재 시점에서 41살 남자를 만나는 데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그건 아마도 '나이듦'에 대한 나의 두려움이 크기 때문일 꺼다. 29살 때, 30살이 되면 큰 일 나는지 않았다. 쓸데 없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큰 소리로 틀어 놓고 운전하다 보면 눈물이 나곤 했다. 막상 30살이 되었을 때,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어서 놀랐다. 허탈하기 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벌써부터 40살이 되는 게 두렵다. 피할 수 없는 거지만, '늙는다'는게 두렵다.

정수라의 결혼사진을 보고 그렇게 충격을 받았던 건, 자꾸 신경이 쓰였던 건 아마도 내 '두려움'이 투사 되었기 때문일 꺼다. 엄청 쩍 팔렸을텐데도 신부를 위해(?) 연미복을 입고 기자회견까지 하는 늙은 신랑의 모습에서 엄청난 심리적 불편함과 거부감을 느꼈다. 어쨌거나, 늦게 만난 만큼, 정수라 커플이 많이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사랑은 언제나 어디서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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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6-0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뭐가 씌워지면, 아무것도 안보여요. 나이? 취미? 아무것도 안보여요...
알면서~ ^^* (꺼풀 벗겨지지 않게 늘 노력하며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겠죠? ㅎㅎ)

바람돌이 2006-06-0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결혼식 갔다왔어요. 34살과 36살의 결혼식! 예쁘고 멋있기만 하던데요. 물론 우리끼리 농담으로 기술의 발달이다 라고 놀리긴 했지만.... ^^
정말로 같이 살고싶은 사람을 만나는데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글구 결정적으로 수선님 나이가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결코 많은 게 아니잖아요. ^^

마늘빵 2006-06-0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언제나 어디서나 온다. 아 참 좋아요.

다락방 2006-06-05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선님! 사랑은 언제나 어디서나 온다, 는 님의 말씀이 참 좋은데 말이죠
그게 좀 제대로 잘 왔으면 좋겠네요 ^^;

오늘도 아자아자, 화이팅!

이왕이면 근사한 남자로. 쿨럭 ㅡ,.ㅡ

릴케 현상 2006-06-0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2과 39의 결혼식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어요^^

조선인 2006-06-0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제 33과 42의 결혼식의 갔다왔어요. 둘 다 행복해 보이던데요? 아주 환하구요. 결국 관건은 플레져님 말씀처럼 나이차가 아니라 사랑이겠죠.

글샘 2006-06-0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수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기대고 삽니다. ^^

외로운 발바닥 2006-06-0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기사만 봐도 우리사회가 조금씩 오픈된 사회가 되고 있다는 의미 같아요.
물론 아직은 결혼적령기를 둘러싼 사회적 압박이 너무 크긴 하지만요

BRINY 2006-06-0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해도 복잡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여요.

2006-06-06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6-0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가장 나이들게 만드는 것은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이라죠.^^ 이십대에는 서른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는데 삼십대에는 마흔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것, 그것도 나이듦이겠죠?^^

moonnight 2006-06-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흔에 대해 생각하면 좀 두려워져요. 그치만, 스물보다 서른이 더 좋았듯, 지금보다 마흔 이후가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살아가야죠. ^^; 보기좋게, 현명하게 나이들어야겠다 싶어요. 잘 될진 모르지만 노력해봐야겠어요. 우리 수선님께 사랑이 곧 찾아오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