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베스트셀러라면 웬지 읽기 싫은 삐딱함과 까칠함으로
이 책을 외면했었다.
초판 1쇄 06년 12월 11일, 초판 4쇄 07년 1월 22일.
이렇게 많이 팔린 책을 나까지 읽어야 할까? 하는 심드렁함으로.

또한...<사람 풍경>을 읽고 김형경의 "단정적 어조"에
불편함과 심리적 저항을 느꼈었기에 이 책을 읽는 게 더더욱 망설여졌다.

어쨌거나...어제 하루 종일 방에 콕 틀여 박혀 이 책을 읽었다.
침대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잡기 위해 이리 저리 돌아 누우며...

아마도 이 책은 제가 하는 말이 옳다고 믿는 나르시시즘,
틈만 나면 잘난 척하려는 열등감, 자신의 삶에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들을 타인에게 충고하는 투사 방어기제의 산물일 것입니다.
- 책머리에 中

본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김형경은 이렇게 "콕" 찔러 말한다.
그녀는 다 알고 있다.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여자!

세계일주를 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해 쓴 <사람풍경>과 달리
이 책은 "한겨레 상담 코너"에 연재됐던 독자들의 질문과 김형경의 대답을 묶어 낸 책이다.

이번 책도 역시...책장을 넘기며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이번에는 김형경의 "단정적 어조" 때문에 그랬다기 보다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독자들의 질문에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떤 독자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기도 했다.
책장을 넘기며 찔리기도 했고, 속내를 들켜버린 것처럼 뻘쭘하기도 했다.

신입사원 때, 단학선원(지금의 단월드)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때 "심성수련"이라는 걸 갔었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사람들은 엉엉 울기도 하고, 울부짖기도 하면서
처음 보는 타인들에게 자신의 응어리를 털어 놓았다.
내 파트너는 OO은행의 엘리트 지점장이었는데,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버림 받은 자신의 한을 얘기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고, 번듯한 명함을 가진 그 많은 사람들 중
상처 없는 사람이 없었다.

그 후로 한동안 지하철을 타면
마주 보고 앉은 7명의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또 어떤 상처가 있을까?
어떻게 살았기에 저렇게 사나운 눈매를 가졌을까?
얼마나 지쳤기에 저렇게 꾸벅꾸벅 졸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겨레 상담 코너에 질문을 올린 사람들이
유독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고 끊임 없이 일이나 취미에 열중하면서
문제를 외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 비해 용기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종교에서도, 정신분석에서도,
결국 모든 답은 내면에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는 결국...허무하다. 그걸 누가 모르나?)

김형경은 답을 하면서 정신분석 용어를 참 많이 쓴다.
김혜남이나 정혜신 같은 신경정신과 의사들 보다 더 많이!
유형별 이론을 사례에 적용해서 설명을 한다고 할까?

지나친 "초자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거세 불안", "분리 불안" 등 전문용어의 남발은
논술 모범답안을 보는 듯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거의 모든 문제를
"유아기에 충족되지 못한 부모의 사랑"에서 원인을 찾는다.
김형경 또한 직장상사와의 갈등도 직장상사에게 부모의 이미지를 투사하고 있다며
유년기에 형성된 생존법에서 탈피하라고 말한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
이것도 쫌....허무하다.

어쨌거나....읽으면서 내심 찔리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상당히 도움이 된 책이었다.

긍정적인 건....나는 내가 좋다.
지승호의 <금지를 금지하라>에서 지승호는 셀프 인터뷰에서
자신을 "열등감에 가득 찬 나르시스트"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나 또한...그렇다.

열등감이 가득 하고
때때로 나의 못나고 약한 모습에 화가 나서 밤잠을 못자고 괴로워하지만,
나 아닌 다른 누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열등감에 가득 찬 나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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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4-0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셀러라면 웬지 읽기 싫은 삐딱함과 까칠함으로
이 책을 외면했었다.

아, 저도 같은 생각으로 이 책을 아직도 쳐다보지도 않고있어요. 이제, 읽어봐야 할까요? 흐음.
반가운 수선님의 리뷰네요 :)

kleinsusun 2007-04-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그죠? 베스트셀러는 괜히 읽기 싫죠? ㅋㅋ
아...월욜이 다가오네요. 월욜이 두렵지 않을 만큼 즐건 주말 보내셨나요?^^

2007-04-01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07-04-02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책 조만간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놨는데.. ㅋㅋ
김형경은 이상하게 별로 안좋아함에도 신간은 계속 읽게 된다는 -_-;
그런데 사람풍경도 그렇고 이 분 정신분석에 상당한 관심이 있나봐요. 직업이 작가라서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구요.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

프레이야 2007-04-0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등감에 가득찬 나르시스트, 여기도 한 명 있어요. 호호~

kleinsusun 2007-04-0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네...저도 김형경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신간이 나오면 계속 읽게 되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자전적 체험을 갖고 썼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김형경이 정신분석을 오래 받았데요. 황사가 심하지만 상쾌한 월욜 보내세요!^^

kleinsusun 2007-04-0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도요? 모임을 하나 만들어야 겠어요. ㅋㅋ

시비돌이 2007-04-04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지승호씨 책에 나온 얘기였군요. ^^ 모임을 하게 되면 저도 끼워주세염.. ㅋㅋ

icaru 2007-04-0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한 리뷰여요~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
이것도 쫌....허무하다. ㅋㅋㅋ

언제, 어디에서 나오든..
정말 어렵고도 복잡해요... 부모의 영향관계 부분...말이죠.
 

금요일 출근 길에는 항상 한겨레 테마 섹션 "책과 지성 18℃"를 읽는다.
월급쟁이들이 금요일을 기다리는 건 당근이지만
18℃가 있기에 금요일이 더더욱 기다려진다.
한겨레를 정기구독 하는 것도 바로 이 섹션 때문이다.

이틀 전 금요일에는 안치운 교수의 [세설] "길 잃은 아빠들"에 필이 확~꽂혔다.

※ [세설] 길 잃은 아빠들 전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98070.html

전혀 "꼰대"스럽지 않은 안교수의 솔직하고 가감 없는 글은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는 글쟁이들의 삶의 유형을 생각하게끔 했다.

"글을 쓰는 직업이라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고 있었다.
내게 있어서 집은 삶이 이루어지는 안식의 공간이 아니라 일하는 장소였다.
함께 사는 식구들은 이것을 큰 불만으로 느끼고 있었다.
집에서 가장 큰 공간을 서재로 삼고, 그 곳에 들어앉아 일을 하노라면 가족들도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월급쟁이들은 퇴근하면 끝이다.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 있어도 퇴근을 하며 생각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그런데....글쟁이들은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여도 정작 제대로 쉬지를 못한다.
원고 마감의 압박감, 글이 써지지 않을 때의 스트레스,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리는 계속 쓰다만 글을 생각하고 있다.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아 출근도 없지만 퇴근도 없다. Open 24hours!
주말에 대한 개념도 흐릿하다.
어찌 보면 항상 빈둥거리는 것 같고,
어찌 보면 1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헉헉 거리는 글쟁이들.

알면 사랑한다! 고 누가 말했지?
내 주위의 글쟁이들을 "naive"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통근 버스를 타야 하고,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려야 하고,
때로는 상사의 호통에 고개를 떨구어야 하고,
원하지 않는 일도 시키면 해야 하고,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우면서도 일 얘기를 해야 하는 회사원들에 비하면
그들의 생활이 헐렁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주말에도 집에서 뭉개는,
낮잠 자느라 전화를 받지 않는 그들이 게으르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철저하게 내 입장에서 생각한 거다.
그들에겐 출근 시간도 없지만 퇴근 시간도 없다.
퇴근 시간이 없는 그들은 하루 종~일 제대로 쉬지 못한다.
그들이야 말로 하루 종일 긴장하고,
하루 종일 생각하고,
시체놀이를 하면서도 마음은 분주할 텐데....

안치운 교수를 우연히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회사 근처 허름한 곱창집에서.

내가 들어갔을 때
그와 그의 일행은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곱창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었고,
우리 테이블의 곱창이 노릇노릇 잘 구워졌을 때
그들의 테이블에는 생고기가 잔뜩 든 김치찌개가 양철 냄비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의 글을 읽으며 떠오른 사람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의 글을 읽으며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지,
<길 잃은 아빠들>을 몇 번씩 곱씹으며 읽었다.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준 글이다.

쌩뚱 맞은 마무리)

출근시간이 있는 월급쟁이들은
글쟁이들을 따라 하지 말고 늦기 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과 돈을 바꾸는 샐러리맨들은
자기 싫을 때도 자야 하고
일어나기 싫을 때도 일어나야 한다.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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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7-03-2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부도 마찬가지 아닐까? 퇴근 시간 없는건. 집이 일터이자 쉼터인건.

시비돌이 2007-03-2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는 일이라는게 예전에는 한나 아렌트가 얘기한 '가난한 자유인'의 느낌이 강했던 것 같은데요. 요즘 신세대 글쟁이들은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김영하 같은 작가도 샐러리맨처럼 출퇴근 시간 정해서 일정하게 글을 쓰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하긴 조정래 같은 대작가도 작품을 할때는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꼭 그 분량을 채워넣었다더군요.
근데 이 글보니 웬지 서글퍼지네요. 저 같은 나이브한 유사 글쟁이도 사실 마음 편하게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죽어라고 일해본 적도 없는 것 같고...

비로그인 2007-03-2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힘든 생활과 할랑한 생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생활을 택하느냐, 하는 문제이지요. 이쯤에서 전혀 시류가 다른 마크 렌튼(트레인스포팅)의 말이 생각납니다. I'll choose not to choose life.

릴케 현상 2007-03-2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경험한 어느 출판사는 출근시간은 있지만 퇴근시간은 없더군요. 어디서든 쪽잠이 들면 잠깐 퇴근한 걸로 쳐야 할까^^

moonnight 2007-03-2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네요.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확연히 구분지어지는 것이 더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하루왼종일 사람 상대 않고 책 읽고 글쓰면 좋겠다. 고 막연히 부러워했더니만. ;; 참, 저도 한겨레신문 금욜 섹션 소문듣고 정기구독하려다 집에서 저지당했어요. 그냥 금요일만 한 부씩 사서 보라고 하는데 그게 또 괜히 쉽지가 않더라구요. 이번주는 꼭 사봐야지. 불끈;;;
 

얼마 전, 경향신문의 <천천히 사유하기>란 칼럼에서
이 그림을 보고 경악했다.

제목도... 적나라하다.
<삶에 지친 자들>

어쩌면 이리도... 대한민국의 지하철 풍경과 똑 같은지!
이 그림을 보고 보고....또 봤다.

이 칼럼의 저자 문광훈은 이렇게 썼다.

- 이 땅의 사람들은 대개 지쳐 보인다. 토요일 쉬는 이가 없지는 않건만, 허겁지겁 허둥대거나 어깨를 늘어뜨리며 걷거나 고개를 숙인 채 한 구석에서 졸고 있다. 깨어 있는 이는 무가지 신문을 읽고 있고(무가지 신문은 무가치하지요?). 못 먹어 핏기가 없거나 너무 먹어 비대하거나 아니면 그 눈빛은 사납다. 계산기인가 게임기인가, 어떤 이는 무엇인가 열심히 두드리고, 그 옆 사람의 휴대전화는 쉴 사이 없이 울린다. 이어지는 인공음 “전화 왔어요”. 일렬로 서서 내달리듯 일렬로 앉아 넋을 놓고 있다.

호들러(F. Hodler)의 한 그림처럼, 이들은 ‘삶에 지친 자들’이다. 왜 이렇게 다들 쫓기듯 살고, 왜 혼을 뺀 채 내달려야 하는가. 아이들은 왜 하루 종일 분주해야 하고, 학생들은 왜 자정 넘긴 시간에도 학원버스에서 내리는가.-

아..... 그림 못지 않게 리얼한 문장!
일렬로 서서 내달리듯 일렬로 앉아 넋을 놓고 있다.

그렇다!
출근시간의 붐벼 터지는 지하철에서
"상큼한 아침", "Good morning!"을 찾기는 어렵다.

고개를 떨군 채,
또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하다.
(그나마 앉아서 조는 건 행운이다!)

피곤에 쩔어,
수면 부족으로 졸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활력", "아로나민 골드", "레모나" 같은 광고가 달려 있다.

왜 이렇게......맨날 바쁘고 힘들까?
왜 시간관리 책들은 표지만 바꿔 나와도 베스트셀러가 될까?
왜 마시멜로를 아껴 먹으라고 난리일까?
왜 그 비싼 프랭클린 다이어리는 잘 팔릴까?
왜 프랭클린 다이어리에 해야 할 일들을 A+에서 C-까지 등급을 매겨가며 써야 할까?

무엇보다도....
왜? 도대체 왜?
그렇게 안하면 "루저"가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들까?

"해야 할 일들" 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쓰는 게 보다 즐겁지 않을까?

그런데....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쓰다 보면
어느 새 다이어리는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로 채워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넌 뭘해야 즐겁니?"

토요일 저녁, 술 마시다 갑자기 받은 질문에
난 대답을 얼머무렸다.
"뭐.....술 마실 때도 좋고...."

질문을 한 K는 요즘 매사가 시들시들하다고 했다.
뭘 해도 재미가 없다고. 영화를 봐도 심드렁하다고.

지쳐있는 K,
호들러의 그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K를
어떻게 하면 웃게 할 수 있을까?

삶에 지친 자를 웃게 하는 방법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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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3-2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중에 답이 있는 듯...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아닐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과 잣대를 너무 의식하고 사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7-03-2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마다 보는 모습들이군요...

kleinsusun 2007-03-2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네....근데....하고 싶은 일이 뭔지....그걸 모를 때는 어떻게하죠?
배는 고픈데 뭘 먹고 싶은지 모를 때처럼 말이예요.^^;;

아프님,네....그림이랑 지하철 풍경이랑 넘 비슷해서 놀랐어요. ㅠㅠ

드팀전 2007-03-2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면되요..그냥 아무일도 안하기..탱자 탱자..첨에는 불안하고 미칠 것 같다지만 조금 지나면 그 느린 흐름을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하네요.다른 세상이 보이는거죠.^^
더 많은 노동시간과 더 많은 소비를 교환하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의 소비자본주의라고 합디다.기업들은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돈을 더 줍니다.더 쓰라고....우리처럼 일상의영역에서,또는 가족들과의 공간에서 문화가 부재한 경우에는 더 효과적일 듯 보여요... 왜 시간관리를 안하면 루저같은 느낌이 들까?.. 이 주제를 조금 더 깊이 공부해보면 재미있을것 같지 않나요? ^^

이리스 2007-03-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괜찮은 기업인가 봅니다. 우리 회사는 노동 시간은 극대화 하고 급여는 극소화 하는데. ㅋㅋ

잉크냄새 2007-03-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풍경일수도 있고, 사무실 풍경일수도 있네요.

2007-03-21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3-2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은 제게 가혹하기만 해요. 저도 무척 지쳐있답니다. 수선님, 제게도 힘을 주는 한마디를 건네주세요..

2007-03-21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7-03-2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질문이군요.... 취미생활을 한다,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인듯...

2007-03-26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 꽂혀 있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라는 책 제목 보다
저자가 강준만 혼자가 아니라 "공저"라는데 호기심이 발동했다.

강준만이랑 책을 같이 쓴 낯선 이름, 오두진은 누굴까?

궁금한 마음에 책 날개를 펼쳐 저자 소개를 봤다.
놀랍게도 오두진은 강준만의 제자였다. 그것도 학부생!

오두진_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1년 6개월 동안 커피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흔치 않은 자료를 구하기 위한 저자의 집요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탄생한 이 책은, 일상의 중심에 있지만 잊혀졌던 '커피와 '다방'의 역사를 복원해 한국인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도 커피의 사회사와 관련해 연구를 계속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05년 현재 전북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다.


오...강준만은 "쿨한" 교수군. 학부생과 공저를 하다니!
다른 꼰대들은 자기들의 레벨(?)에 맞는 유명한 교수들하고만
공저를 하려 할텐데! (그래서... 그들은 책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데....또 머리말을 읽다 보니 긴가민가 했다.

이 책의 대부분의 자료 수집과 초고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오두진의 몫이었으며,
강준만은 그 초고를 요리하는 역할을 맡았다.(p 8)


이 책은 강준만의 다른 저서들과 같이
신문/잡지 등 정기간행물 인용이 텍스트의 대부분이라 각주(脚註)가 많고,
각주에 무슨 신문 몇 월 며칠자라는 걸 일일이 밝힌
‘메타 서술'(서술에 대한 서술)로 작성되었다.

즉, 관련 사료/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배치하는 것이
강준만씩 글쓰기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학부생 오두진이 자료 수집에 초고까지 썼으면
오두진이 단독 저자가 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그러니까..."오두진 지음, 강준만 감수"가 맞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또....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학부생 오두진이 단독저자였다면 책이 팔렸을까?
텍스트가 아무리 좋아도 알려지지 않은 저자,
그것도 학부생이 쓴 책이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강준만이 공동 저자가 됨으로써 책이 알려질 수 있지 않았을까?

본문을 읽기도 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막상 읽어보니? 훌륭하도다!

'커피'와 '다방'으로 읽는 한국의 근대사.
고종에서 맥심, 티켓다방, 스타벅스까지!

특히 61년 군사정권의 "커피 금지령"을 읽으면서는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이런 몰상식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한 제도가
아직까지도 비상 사태마다 터져 나오고 있음에 씁쓸했다.

조흥만 치안국장은 '어제 다방 업자들을 불러 양담배를 팔지 않고 피우는 것도 삼가고 있는 이 때 막대한 외화를 소비하고 있는 커피를 팔지 말고 생강차나 기타로 대체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고 권장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p97)

"외화 수지 흑자"라는 대의 명분으로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바꾸라고 명령하는 정부!

공무원들 다방 출입 금지,
특정 외래품 판매금지를 통한 커피 수입 제한,
이래도 안되니까,
오히려 밀수, 미군 PX 물품 유출 등 역작용만 발생하니까
차라리 세금을 걷자!며 국내에서 커피를 생산할 수 있게
동서식품을 "커피 수입 대체 산업체"로 지정하여
커피 시장 점유율 99%를 차지하게 한 정부!

아.....블랙 코미디!
쑈는 계속 되어야 한다지만,
정부의 블랙 코미디는 왜 아직도 계속되는 걸까?

책을 다 읽고나서 생각을 정리했다.
강준만은 좋은 교수다!
학부생이 이런 책을 쓸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고
글쓰기의 방식을 지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훌륭한 교수다...
라고 생각한다.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를 다룬 이 책이나
<화장실의 역사>,<돈가스의 탄생>,<아스피린의 역사> 이런 책들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별 문화사를 다룬 책들이 더더욱 다양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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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3-0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리뷰는 늘 감상 자체보다 더 많은 생각이 담겨있어요. 책 한권을 읽으셔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하시는게 고스란히 느껴지거든요. 이번 리뷰도 상당히 똑똑해요. 멋져요, 수선님!

사마천 2007-03-0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선생에 그 제자...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더군요. 그 전에 한번 미디어 비평 가지고 책을 냈었죠. 학부생들 글 모아서. 내용은 별로 였는데... 하여간 이번 책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더군요. 강교수 단독책이라고 하기에는 약하지만 제자의 책으로는 칭찬해줄만한...

마태우스 2007-03-0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강준만 좋은 교수네요. 전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스파피필름 2007-03-04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책 재미나게 읽었었어요~ ^^
그러고 보니 수선님 말대로 강준만이 좋은 교수 네요.. ㅋㅋ

비로그인 2007-03-0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교수 맞네요. 그만큼 그의 책을 보기는 해야 할텐데.

kleinsusun 2007-03-0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금 저...춤추고 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ㅋㅋㅋ

kleinsusun 2007-03-0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 네...오두진군의 차기작이 기대되요.^^

마태님, 마태님도 좋은 교수예요.^^

스파피필름님, 네...강준만 교수 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바람난책님, 네...좋은 교수 같아요.^^

2007-03-05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7-03-0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의 댓글에 완전동감해요~!

stella.K 2007-03-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정말 멋진 교수네요. 수선님 이렇게 쓰시니 정말 읽어보고 싶잖아요! 수선님이 미워요. 흐흑~!

2007-03-05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6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난 젊은이들의 거친 숨소리를 듣다, 영국 프리시네마 특별전
2007.02.21

영국 뉴웨이브는 대략 세 단계를 거치며 발흥하고 몰락했다. 첫 번째, 1956년부터 1959년까지 젊은 영화인들이 새로운 중·단편영화를 상영하는 ‘프리시네마’를 프로그램하면서 기존 영화산업에 대항한다. 두 번째, 1958년 이후 프리시네마의 주역들이 장편영화 작업으로 옮겨오며 영국 뉴웨이브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세 번째, 모드족의 발랄함과 중산층의 성해방을 다룬 영화들이 인기를 얻자 영국 뉴웨이브는 일막을 내린다. 2월22일부터 3월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영국 프리시네마 특별전’은 위 두, 세 번째 단계의 대표작을 통해 영국 뉴웨이브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자리다. 연극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원작자와 연출자였던 존 오스본과 토니 리처드슨이 설립한 우드폴 영화사는 ‘성난 젊은이’와 ‘키친 싱크’ 영화의 본산으로 이번 프로그램의 대부분의 작품을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토요일 밤 일요일 아침> <꿀맛> <장거리 주자의 고독>이 그것이다. 이외에 칸영화제 주연상 수상작인 <꼭대기 방> <욕망의 끝>, 존 슐레진저의 데뷔작이자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사랑의 유형>이 소개되고, 영국 뉴웨이브의 여파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하드 데이스 나이트>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여자를 유혹하는 요령>과 <만약에…>가 상영된다.

영국 뉴웨이브는 다른 나라 영화운동의 성과라 할 혁신적인 미학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전복적인 주제 등 작가적 시선을 찾기 힘들고, 5년을 넘기지 못한 채 내부로부터 몰락한 영화운동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군의 영화가 암담한 현실과 잿빛 미래을 안고 살아가는 노동자와 하층민의 곁을 거친 호흡과 분노로 일제히 다가간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으며, 거짓을 말하지 않는 그들과 그들이 삶을 꾸려나가는 주거지, 산업지대, 놀이공원 등의 공간은 여전히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생생하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비틀스도, 펑크 음악도, 켄 로치도 없었을지 모른다. 영국 대중문화를 말할 때, 기름때 묻은 노동자 곁에 서 있는 성난 얼굴의 지미 포터와 아서 시튼을 기억하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Look Back In Anger/ 감독 토니 리처드슨/ 1964년

‘키친 싱크’와 ‘성난 젊은이’ 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대학 졸업 뒤 노점에서 사탕을 파는 남자는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자신과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서서히 파괴해나간다. 언뜻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영화의 마지막은 데이비드 린의 <밀회>의 한 장면을 기억하게 하지만 거기엔 더이상 키스도 로맨스도 없다. 하층민 거주지에 사는 거친 남자와 순박한 아내 그리고 그들을 방문하는 지적이고 신경질적인 여자와 그들 곁을 맴도는 약한 남자의 구조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비슷한 구석이 없지 않은데, 주연을 맡은 리처드 버튼은 내심 말론 브랜도와의 경쟁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30대 버튼의 외모는 20대 주인공과 어울리지 않았고, 스타로서의 위치는 뉴웨이브의 분위기를 벗어나는 것이었으나, 연극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는 존 오스본의 역할 제의에 선뜻 응했다고 한다.

<꼭대기 방>
Room At the Top/ 감독 잭 클레이튼/ 1959년

존 브레인의 소설을 각색한 <꼭대기 방>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다. 시골 하층민 출신인 조 램튼은 물질적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진실한 사랑의 대상인 여자와 욕망 실현 도구로서의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는 그는 개츠비의 후예에 다름 아니다. 비극적 인물로 분한 로렌스 하비의 실감나는 연기가 뇌리에 남는 작품. 형식적인 면에서 옛 영화의 티를 벗지 못한 <꼭대기 방>이 영국 뉴웨이브 영화의 역사에서 줄곧 다뤄지는 건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은 첫 영화라는 사실 때문이다. <꼭대기 방>은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주요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영국영화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시몬 시뇨레가 여우주연상을, 닐 패터슨이 각본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영국 뉴웨이브를 먼저 인식하고 발빠르게 대처한 건 세계영화제와 영국 영화산업이 아닌 미국 아카데미와 할리우드였다.

<토요일 밤 일요일 아침>
Saturday Night and Sunday Morning/ 감독 카렐 라이츠/ 1960년

프리시네마 운동에 참여한 알랭 태너, 클로드 고레타 같은 외인부대의 일원이었던 카렐 라이츠는 이후 영국에 남아 영국 뉴웨이브의 시작과 종말을 지키게 된다. 그는 <토요일 밤 일요일 아침>으로 노동자 주인공의 전형을 제시한 몇년 뒤 영국 뉴웨이브의 씁쓸한 뒷이야기인 <모건>을 완성한 인물이다. 원작자 앨런 실리토와 토니 리처드슨이 각색과 제작을 맡아 라이츠의 연출을 지원한 <토요일 밤 일요일 아침>은 영국 뉴웨이브의 주역 우드폴 영화사의 야심작이었다. 노팅엄 산업지구의 노동자 아서 시튼은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지미 포터에 비해 삶의 철학이 뚜렷하고 즐길 줄 아는 청년이다. “녀석들이 널 속박하게 놔두지 마. 이미 경험해서 알잖아. 난 즐겁게 살고 싶어. 나머지는 전부 거짓 선전일 뿐이야”라는 대사는 영국 뉴웨이브와 불만에 찬 노동자의 선언이 되었고, 주인공을 맡은 앨버트 피니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꿀맛>
A Taste of Honey/ 감독 토니 리처드슨/ 1961년

영국 뉴웨이브를 이끌며 승승장구하던 토니 리처드슨은 다소 의외의 선택을 한다.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돼 호평받은 셸라 딜레니의 원작을 영화화한 <꿀맛>은 단조롭던 영국 뉴웨이브를 풍성한 인물들로 채운 작품이다. 분노한 남자들 대신 그동안 소외된 미혼모, 동성애자, 흑인을 전면에 배치했던 것. 엄마의 방탕한 생활로 인해 집시처럼 옮겨다녀야 했던 십대 소녀 조는 엄마의 재혼 뒤 구둣가게에서 일하며 혼자 살아간다. 어느 날 손님으로 만난 제프와 친해지면서 둘은 함께 살게 되는데, 조는 얼마 전 사귀다 떠나보낸 흑인 선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되고, 게이 청년 제프는 유사가족을 제안한다. 대부분 반어적인 제목을 사용한 영국 뉴웨이브 영화 중에서도 <꿀맛>은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는, 매번 쓴맛으로 가득 찬 생활로 돌아오게 되는 소녀가 출구없는 삶에서 탈출하기를 빌게 된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욕망의 끝>
This Sporting Life/ 감독 린제이 앤더슨/ 1963년

<욕망의 끝>은 1960년에 발표된 데이비드 스토리의 사회적 리얼리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광부이자 럭비팀 스타인 프랭크는 하숙집을 운영하는 미망인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폭력 외에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그는 그녀를 죽음으로 몬다. 연상의 여인과의 사랑과 뒤늦은 후회 그리고 비참한 현실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스포츠의 유혹이 제시된다는 설정에서 <꼭대기 방>과 <장거리 주자의 고독>과 연결해서 보면 좋은 작품이다. <욕망의 끝>은 관계와 계급문제에 대한 예리한 해석을 보여준 진지한 심리극이었으나 문제는 1963년이란 시간이었다. 프리시네마 기수였던 린제이 앤더슨을 연극무대에서 영화로 끌어낸 랭크영화사는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삶을 다룬 영화가 더이상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따름이다. 발랄하고 가벼운 영국영화가 빛을 발하던 시기에 뒤늦게 영국 뉴웨이브 무대를 찾은 앤더슨은 다시 방향을 바뀌어야만 했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여자를 유혹하는 요령>
The Knack… and How to Get It/ 감독 리처드 레스터/ 1965년

굳이 따지자면, 이것은 영국 뉴웨이브의 종말에 바치는 유쾌한 묘비명이다. 전작 <하드 데이스 나이트>를 통해 청년문화의 변화를 감지한 리처드 레스터는 이어 새 관심사인 성해방을 다룬다. 선생이며 집주인인 콜린은 카사노바 세입자인 톨런의 능력을 내심 부러워한다. 둘 앞에 런던에 처음 온 시골 소녀와 색채 이상심리를 가진 남자가 등장하자, 야수의 손길로부터 순수한 여자를 구하려던 영화는 상상 성폭행을 주장하는 여자에게 판타지를 가장하는 것으로 변해간다. 구세대의 젊은이를 향한 시선이 반영된, 세 남녀가 침대를 끌고 집으로 가는 7분간의 길고도 낭만적인 장면이 인상적이다. 당시 독창적인 영화 형식으로 호평받았으며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여자를…>은 그러나, 모드족의 찬가이자 기록이지 성난 젊은이를 위한 영화는 아니다. 시대는 너무 빨리 변했고, 성난 젊은이들은 잊혀진 지 오래였다.

글 : 이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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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8 0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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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3 1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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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14: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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