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 꽂혀 있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라는 책 제목 보다
저자가 강준만 혼자가 아니라 "공저"라는데 호기심이 발동했다.

강준만이랑 책을 같이 쓴 낯선 이름, 오두진은 누굴까?

궁금한 마음에 책 날개를 펼쳐 저자 소개를 봤다.
놀랍게도 오두진은 강준만의 제자였다. 그것도 학부생!

오두진_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1년 6개월 동안 커피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흔치 않은 자료를 구하기 위한 저자의 집요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탄생한 이 책은, 일상의 중심에 있지만 잊혀졌던 '커피와 '다방'의 역사를 복원해 한국인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도 커피의 사회사와 관련해 연구를 계속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05년 현재 전북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다.


오...강준만은 "쿨한" 교수군. 학부생과 공저를 하다니!
다른 꼰대들은 자기들의 레벨(?)에 맞는 유명한 교수들하고만
공저를 하려 할텐데! (그래서... 그들은 책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데....또 머리말을 읽다 보니 긴가민가 했다.

이 책의 대부분의 자료 수집과 초고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오두진의 몫이었으며,
강준만은 그 초고를 요리하는 역할을 맡았다.(p 8)


이 책은 강준만의 다른 저서들과 같이
신문/잡지 등 정기간행물 인용이 텍스트의 대부분이라 각주(脚註)가 많고,
각주에 무슨 신문 몇 월 며칠자라는 걸 일일이 밝힌
‘메타 서술'(서술에 대한 서술)로 작성되었다.

즉, 관련 사료/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배치하는 것이
강준만씩 글쓰기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학부생 오두진이 자료 수집에 초고까지 썼으면
오두진이 단독 저자가 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그러니까..."오두진 지음, 강준만 감수"가 맞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또....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학부생 오두진이 단독저자였다면 책이 팔렸을까?
텍스트가 아무리 좋아도 알려지지 않은 저자,
그것도 학부생이 쓴 책이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강준만이 공동 저자가 됨으로써 책이 알려질 수 있지 않았을까?

본문을 읽기도 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막상 읽어보니? 훌륭하도다!

'커피'와 '다방'으로 읽는 한국의 근대사.
고종에서 맥심, 티켓다방, 스타벅스까지!

특히 61년 군사정권의 "커피 금지령"을 읽으면서는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이런 몰상식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한 제도가
아직까지도 비상 사태마다 터져 나오고 있음에 씁쓸했다.

조흥만 치안국장은 '어제 다방 업자들을 불러 양담배를 팔지 않고 피우는 것도 삼가고 있는 이 때 막대한 외화를 소비하고 있는 커피를 팔지 말고 생강차나 기타로 대체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고 권장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p97)

"외화 수지 흑자"라는 대의 명분으로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바꾸라고 명령하는 정부!

공무원들 다방 출입 금지,
특정 외래품 판매금지를 통한 커피 수입 제한,
이래도 안되니까,
오히려 밀수, 미군 PX 물품 유출 등 역작용만 발생하니까
차라리 세금을 걷자!며 국내에서 커피를 생산할 수 있게
동서식품을 "커피 수입 대체 산업체"로 지정하여
커피 시장 점유율 99%를 차지하게 한 정부!

아.....블랙 코미디!
쑈는 계속 되어야 한다지만,
정부의 블랙 코미디는 왜 아직도 계속되는 걸까?

책을 다 읽고나서 생각을 정리했다.
강준만은 좋은 교수다!
학부생이 이런 책을 쓸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고
글쓰기의 방식을 지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훌륭한 교수다...
라고 생각한다.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를 다룬 이 책이나
<화장실의 역사>,<돈가스의 탄생>,<아스피린의 역사> 이런 책들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별 문화사를 다룬 책들이 더더욱 다양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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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3-0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리뷰는 늘 감상 자체보다 더 많은 생각이 담겨있어요. 책 한권을 읽으셔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하시는게 고스란히 느껴지거든요. 이번 리뷰도 상당히 똑똑해요. 멋져요, 수선님!

사마천 2007-03-0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선생에 그 제자...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더군요. 그 전에 한번 미디어 비평 가지고 책을 냈었죠. 학부생들 글 모아서. 내용은 별로 였는데... 하여간 이번 책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더군요. 강교수 단독책이라고 하기에는 약하지만 제자의 책으로는 칭찬해줄만한...

마태우스 2007-03-0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강준만 좋은 교수네요. 전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스파피필름 2007-03-04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책 재미나게 읽었었어요~ ^^
그러고 보니 수선님 말대로 강준만이 좋은 교수 네요.. ㅋㅋ

비로그인 2007-03-0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교수 맞네요. 그만큼 그의 책을 보기는 해야 할텐데.

kleinsusun 2007-03-0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금 저...춤추고 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ㅋㅋㅋ

kleinsusun 2007-03-0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 네...오두진군의 차기작이 기대되요.^^

마태님, 마태님도 좋은 교수예요.^^

스파피필름님, 네...강준만 교수 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바람난책님, 네...좋은 교수 같아요.^^

2007-03-05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7-03-0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의 댓글에 완전동감해요~!

stella.K 2007-03-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정말 멋진 교수네요. 수선님 이렇게 쓰시니 정말 읽어보고 싶잖아요! 수선님이 미워요. 흐흑~!

2007-03-05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6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