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향신문의 <천천히 사유하기>란 칼럼에서
이 그림을 보고 경악했다.

제목도... 적나라하다.
<삶에 지친 자들>

어쩌면 이리도... 대한민국의 지하철 풍경과 똑 같은지!
이 그림을 보고 보고....또 봤다.

이 칼럼의 저자 문광훈은 이렇게 썼다.

- 이 땅의 사람들은 대개 지쳐 보인다. 토요일 쉬는 이가 없지는 않건만, 허겁지겁 허둥대거나 어깨를 늘어뜨리며 걷거나 고개를 숙인 채 한 구석에서 졸고 있다. 깨어 있는 이는 무가지 신문을 읽고 있고(무가지 신문은 무가치하지요?). 못 먹어 핏기가 없거나 너무 먹어 비대하거나 아니면 그 눈빛은 사납다. 계산기인가 게임기인가, 어떤 이는 무엇인가 열심히 두드리고, 그 옆 사람의 휴대전화는 쉴 사이 없이 울린다. 이어지는 인공음 “전화 왔어요”. 일렬로 서서 내달리듯 일렬로 앉아 넋을 놓고 있다.

호들러(F. Hodler)의 한 그림처럼, 이들은 ‘삶에 지친 자들’이다. 왜 이렇게 다들 쫓기듯 살고, 왜 혼을 뺀 채 내달려야 하는가. 아이들은 왜 하루 종일 분주해야 하고, 학생들은 왜 자정 넘긴 시간에도 학원버스에서 내리는가.-

아..... 그림 못지 않게 리얼한 문장!
일렬로 서서 내달리듯 일렬로 앉아 넋을 놓고 있다.

그렇다!
출근시간의 붐벼 터지는 지하철에서
"상큼한 아침", "Good morning!"을 찾기는 어렵다.

고개를 떨군 채,
또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하다.
(그나마 앉아서 조는 건 행운이다!)

피곤에 쩔어,
수면 부족으로 졸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활력", "아로나민 골드", "레모나" 같은 광고가 달려 있다.

왜 이렇게......맨날 바쁘고 힘들까?
왜 시간관리 책들은 표지만 바꿔 나와도 베스트셀러가 될까?
왜 마시멜로를 아껴 먹으라고 난리일까?
왜 그 비싼 프랭클린 다이어리는 잘 팔릴까?
왜 프랭클린 다이어리에 해야 할 일들을 A+에서 C-까지 등급을 매겨가며 써야 할까?

무엇보다도....
왜? 도대체 왜?
그렇게 안하면 "루저"가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들까?

"해야 할 일들" 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쓰는 게 보다 즐겁지 않을까?

그런데....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쓰다 보면
어느 새 다이어리는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로 채워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넌 뭘해야 즐겁니?"

토요일 저녁, 술 마시다 갑자기 받은 질문에
난 대답을 얼머무렸다.
"뭐.....술 마실 때도 좋고...."

질문을 한 K는 요즘 매사가 시들시들하다고 했다.
뭘 해도 재미가 없다고. 영화를 봐도 심드렁하다고.

지쳐있는 K,
호들러의 그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K를
어떻게 하면 웃게 할 수 있을까?

삶에 지친 자를 웃게 하는 방법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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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3-2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중에 답이 있는 듯...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아닐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과 잣대를 너무 의식하고 사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7-03-2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마다 보는 모습들이군요...

kleinsusun 2007-03-2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네....근데....하고 싶은 일이 뭔지....그걸 모를 때는 어떻게하죠?
배는 고픈데 뭘 먹고 싶은지 모를 때처럼 말이예요.^^;;

아프님,네....그림이랑 지하철 풍경이랑 넘 비슷해서 놀랐어요. ㅠㅠ

드팀전 2007-03-2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면되요..그냥 아무일도 안하기..탱자 탱자..첨에는 불안하고 미칠 것 같다지만 조금 지나면 그 느린 흐름을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하네요.다른 세상이 보이는거죠.^^
더 많은 노동시간과 더 많은 소비를 교환하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의 소비자본주의라고 합디다.기업들은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돈을 더 줍니다.더 쓰라고....우리처럼 일상의영역에서,또는 가족들과의 공간에서 문화가 부재한 경우에는 더 효과적일 듯 보여요... 왜 시간관리를 안하면 루저같은 느낌이 들까?.. 이 주제를 조금 더 깊이 공부해보면 재미있을것 같지 않나요? ^^

이리스 2007-03-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괜찮은 기업인가 봅니다. 우리 회사는 노동 시간은 극대화 하고 급여는 극소화 하는데. ㅋㅋ

잉크냄새 2007-03-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풍경일수도 있고, 사무실 풍경일수도 있네요.

2007-03-21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3-2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은 제게 가혹하기만 해요. 저도 무척 지쳐있답니다. 수선님, 제게도 힘을 주는 한마디를 건네주세요..

2007-03-21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7-03-2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질문이군요.... 취미생활을 한다,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인듯...

2007-03-26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