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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은 헌책이다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글 사진 / 그물코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모든 책은 헌책이다>(최종규 지음/그물코)를 읽다.
이 책을 읽은건 몇달 전이다.
오래 전 부터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한 번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달 전 월마트의 서적 부분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샀다.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서 책도 싸게 팔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책은 다 정가다. 즉, 일반 서점과 다를 바가 없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월마트 평촌점.
월마트 평촌점의 서적 부분 바이어(회사 마다 다른데 보통 바이어라고 많이 부르고, 카데고리 매니저라 부르기도 한다)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어떤 사람인지....
대형 할인매장의 바이어들은 매출액이 아니라, 마진율로 평가를 받는다. 물론 경쟁이 심한 식품 부분에서는 무조건 싸게 팔아서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제품도 있다.(예: 새우깡, 코카 콜라, 라면 등)
편의점의 서적 진열대를 본 적이 있는지?
느낌표 선정 도서와 잡지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뭐 편의점에서 책이야 구색 맞추기 아이템일 뿐일 테니까...
그런데 월마트 평촌점의 서적 코너는 참으로 신기하다.
좋은 책들이 참으로 많다( 훌륭하지만 안 팔리는 책들.베스트셀러 되기를 포기한 좋은 책들).이 서적 코너의 바이어는 두둑한 배짱을 가진 천하무적 홍대리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잡화나 의류와 겸업을 하면서, 서적은 그냥 고객 봉사 아이템으로 생각하는걸까?
어쨌든 훌륭하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는 헌책방 소식지 발행, 인터넷 헌책 동호회 활동등을 하며 '헌책방 운동'을 해온 최종규의 헌책방 안내서다.
서점도 잘 가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헌책방'은 낯선 곳이다.
2년 전까지 나도 그랬다.
'헌책방'은 그냥 기억 속에 가물가물한 그런 곳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딱 한번 헌책방을 가봤다.
왜냐면 큰 맘 먹고 산 민중서림 에센스 독한사전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교실에 있는 사물함에 사전을 넣어 두고 사물함을 잠그지 않고 집에 갔다. 그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사전이 없었다.
그 사전은 그 당시 정말 비쌌다.
고등학생이 제 2외국어를 하려고, 그렇게 비싸고 두꺼운 사전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제 2 외국어가 시간표에 들어 있으니까 수업시간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학력고사를 볼 때는 가사나 공업(기술인가?)을 선택했고, 제 2외국어는 찬밥이었다. 독일어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평소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다 한번씩 재수없게 걸리면 독일어를 평생 혐오하게 될 정도로 맞아 터지곤 했다.
사전이 없어졌을 때,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사전을 사고 일주일도 안되서 도둑을 맞았으니...
난 똑 같은 사전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또 사기는 너무 비쌌다.
고민 끝에 나는 헌책방에 갔다.
그런데.... 그 헌책방엔....
놀랍게도 내 사전이 있었다.
큼직한 글씨로 내 이름도 써 있었다. "성수선".
난 왜 내가 내 사전을 또 돈 내고 사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헌책방 아저씨에게 말했다.
수선 : 아저씨, 이거 제 사전이예요.
주인 : 내가 어제 이 사전을 다른 학생한테 샀는데....
수선 : 아저씨는 "장물"을 산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전을 돌려 주셔야 해요.
주인 : 내가 장물인지 어떻게 알어. 내가 돈을 주고 샀으니까, 이 사전은 더 이상 학생 책이 아니고 내꺼야. 그러니까 학생은 다시 돈을 주고 사야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난 내 사전을 얼마 안되는 내 금쪽 같은 용돈을 주고 다시 사야하는 어이 없는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그 후, 한번도 헌책방에 간 적이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2년 전, '절판'된 책을 구하려고 출판사에 전화를 하고, 대형 서점에 전화를 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거의 포기 단계에서 '헌책방'을 찾게 되었다.
네이버에 '헌책방' 이라고 치고 검색을 했는데, 뜻밖에 굉장히 많은 사이트가 있었다. 그 인연으로 프리첼 '숨어있는 책'에 가입해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헌책방에 다니는 것이 행복한 취미생활이 되었다.
'헌책방 나들이'.
정말 재미있다.
2년 전, 헌책방 나들이를 하기 전에
헌책방은 참고서나 사전을 파는 구리구리한 곳인지 알았다.
그런데....
다시 찾아간 헌책방은 보물창고였다.
막 쌓여 있는 먼지 쌓인 책 속에 보물이 얼마나 많은지....
절판된 책들도 많이 있다.
그 책들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이란....
또, 책값도 정말 싸다.
만원만 들고 가도 세권은 살 수 있으니....
헌책방 주인 아저씨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신촌 <숨어있는 책>, 사당동 <책창고> 등 꽁짜 자판기 커피를 대접하는 곳들도 많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쓴 최종규.
참 괴짜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자.
지난 2003년부터는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유고와 원고를 갈무리하면서,인터넷에 '함께살기(http://hbooks.cyworld.com)'라는 모임을 꾸리고 있습니다.우리 나라에서 아직 안 나온 남다른 우리 말 사전과 우리 말 이야기책을 엮을 생각도 품고 있습니다.헌책방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 돈을 벌면,일본 헌책방 나들이를 아내와 함께할 생각이랍니다.
최종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소신껏 사는 참 아름다운 남자다.
이틀 전 금요일,
최종규와 그의 마누라 강은숙과 술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75년생 동갑내기인 아름다운 부부.
나 보다 어리지만, 난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이 아름다운 부부를 존경한다고.
같이 있으면 부끄러울 정도로 배울 점이 많았다.
그 아름다운 부부는 둘 다 아주 검소하다.
세상의 정해진 틀에 자신들을 맞추려 노력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하며
술도 신나게 마시고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으며 씩씩하게 사는 그 부부가 참 보기 좋았다.
최종규를 보면서 난 계속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를 떠올렸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이렇게 내 가까이에 자신의 꿈을 위해 세상의 허위와 조건을 과감히 내팽겨치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 헌책방 나들이 가세요!"
정.말. 재.미.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에는 서울 곳곳의 헌책방 정보들과 주소/전화번호, 그 근처의 맛있는 곳까지 상세한 안내가 있다.
집에서 가까운 헌책방을 주말에 찾아
모르면 평생 놓칠 수 밖에 없는 재미를 느끼시길...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알면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읽으며
가슴에 와닿았던 위기철의 <벼룩의 간> 머리말 중 한 꼭지를 빌려와 글을 마치겠다. ( 최종규는 자신이 들린 헌책방에서 무슨 책을 샀고, 그 책이 어떤 책인지를 소개하고 있다. 사당동 책창고에서 만난 위기철의 <벼룩의 간>이 소개되어 있고, 머리말 중 한 꼭지를 옮겨 적었다.)
우리 주변엔 책 한 권을 살 경제적 여유도, 그것을 읽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이웃들이 너무도 많다.그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정작 그들이 이 책의 독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골라 읽게 된 독자가 있다면,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는 이웃들과 함께 읽어주기를 꼭 좀 부탁드리고 싶다.
수선이의 도서관
www.kleinsu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