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즐거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강준만 교수가 <대학생 글쓰기 특강>이라는 자신의 강의록을 정리해 낸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학교 다닐 때 이런 강의를 들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겠다고....정말 이런 알찬,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강의를 들으면 등록금이 안 아까울 것 같다.

글쓰기에 있어서 내게 가장 도움이 된 사람은 그 어떤 작가도,교수도 아닌, 지금은 고인이 된 前회사 J상무님이다.J상무님께 정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5년 전 얘기다. 한참 의욕적으로 일하던 나는 싱가폴 출장을 다녀 와서 장문의 보고서를 냈다. 10장이 넘었던 것 같다. 출장 결과에 스스로 도취된 나머지, 고딩이 연습장에 영어단어 쓰듯이 빽빽하게 보고서를 채웠다.

얼마 후, J상무님 산하 전 사원이 다 모인 워크샵이 있었다. J상무님은 80명이 넘는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내 보고서 얘기를 했다.

" 얼마 전, 성대리가 낸 출장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0장이 넘더군요. 영업사원이 그렇게 긴 보고서를 쓸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 시간에 거래선을 만나아죠.
출장 보고서는 간단하게 쓰세요."

난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그런데....J상무님의 훈화말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생선가게에 이런 푯말이 있다 칩시다.

We are selling fresh fish.

이렇게 한 문장을 다 쓸 필요가 있습니까?
먼저 We, 우리가 팔지 누가 팔아요? 필요 없죠?
are, we를 빼면 are도 필요 없죠?
selling, 그럼 생선가게에서 생선을 팔지 사나요? 필요 없죠?
fresh, 썩은 생선이라고 쓰는 가게 있어요?

멀리서 보이게 "Fish"만 크게 쓰면 되는거 아닌가요?
글은 짧고 간단하게 쓰도록 하세요!"

아..... 그땐 정말로 쥐구멍에라도 들어 가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그 후, "We are selling fish"는 보고서 뿐 아니라 내 글쓰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문장은 되도록 짧게 썼고,쓸데 없는 반복은 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요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책들이 인기다.
소설가나 전업 작가가 될 목적이 아닌,
보고서나 제안서를 더 잘 쓰고 싶은 회사원들과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 책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글의 신뢰도를 높히기 위해 "평소 주요 통계를 챙겨두자"고 말한다. 난 이 포인트 하나에서만 책값은 건졌다고 생각한다.평소 신문을 읽으면서 인구,주택 보급률 등 주요 통계는 스크랩 해 두어야 겠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강준만 교수는 말한다.

"독자들께서 판단할 일이긴 하지만,나는 학생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중립'을 지키고자 무진 애를 썼다.이념적,정치적으로 뜨거운 쟁점에 대해 내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립을 지키면서 논리전개의 방식에 대해서만 평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건 분명하다.나는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좌우,여야를 초월하고자 했지만,과연 그랬는지 그 평가는 독자들이 할 일이다."

본문을 읽으면서 강준만 교수가 정말로 "중립"을 지켜서 놀랐다. 어떤 주장을 하는가에 관계 없이, 논리 전개가 뛰어 나면 조선일보 사설도 예를 들며 칭찬한다. 예상하지 못한 강준만 교수의 유연한 태도에 놀랐다.

이 책은 스타일 중심의 글쓰기를 강의하는 책이 아니다.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가,  "글쓰기로 세상보기"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친절한 강의다. 왜 친절하냐면, 풍부한 사례와 사례별 비교가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내용이 평이하고 쉽기도 하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보고서, 제안서를 쓰고 싶은 회사원들에게.
회사에서 뭐 하나 써서 내라면 일단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회사원들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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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5-0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쓸데 없이 길게 쓰지 않나 생각되네요. ㅡㅡ;;;

드팀전 2006-05-0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글을 짧게 써야되는데...켁켁....요즘 저도 자꾸 페이지가 넘어가요.내용이 어려워서그런것도 있지만 잘 정리가 안돼서 인용하고 쓰면서 정리하고 이러다보면 역쉬 길어져요.짧게 하는게 길게 하는 것보다 어려워요.분명히...

글샘 2006-05-01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이 오두진에게 시킨 <고종, 스타벅스...>를 보고 그가 좋은 교수란 걸 알았습니다. 저도 대학 때, 교수들에게 <권위 의식>말고 뭐 좀 배운 게 별로 없단 생각이 드네요. 맞습니다. 짧게 써야 되는데... 글 못쓰고, 잡생각만 많은 사람이 길게 쓰죠. 저도 그 부륩니다.ㅋㅋㅋ

kleinsusun 2006-05-0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글을 짧고 간단하게 쓰는거 참 어렵죠? 저도 항상 고민하는 문제예요.^^

드팀전님, 맞아요.분명히 짧게 쓰는게 훨씬 어려워요. 내용이 명확하게 이해가 안될 때 길어지기도 하죠.ㅎㅎ 요즘 페이퍼에 올리시는 시들 잘 읽고 있어요.덕분에 저도 건조한 하루를 시로 시작하고 있어요.^^

글샘님, <고종,스타벅스...>는 읽어보지 못했네요.강준만 교수처럼 수업준비를 많이 하는 교수가 많다면 정말 등록금이 안 아까울 것 같아요.학교 다닐 때...자기가 쓴 교재나 팔려는 교수들도 있었어요.ㅠㅠ 글을 군더더기 없이 쓰려고 항상 노력하는데 쉽지 않네요.^^

외로운 발바닥 2006-05-0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생활에서의 일화를 곁들인 간결한 서평~ 이 책 일단 보관함에 담습니다.^^;

kleinsusun 2006-05-0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운 발바닥님, 기회 있으면 한번 읽어 보세요. 전 큰 도움을 받았답니다. 또 재미있기도 해요.^^

2006-05-02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벌식자판 2006-05-0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장바구니에 담아놔야겠네요.
이런 책은 사서 두고 두고 읽어도 남는 장사일 것 같아요. ^^;

세벌식자판 2006-05-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 쓰기" 란 책 읽어보셨나요?
기회가 되신다면 그 책들(3권짜리입니다)도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kleinsusun 2006-05-0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판님, 안녕하세요!
이런 책은 진짜....남는 장사라고 생각해요.^^ 글쓰기에 당장 응용할 수 있답니다.이오덕 선생님 책은 다 갖고 있어요. 최종규님 덕분에.^^

nada 2006-05-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미있는 상무님이시네요. 그래도 공개적으로 저렇게 말씀하신 건 수선님께 애정이 있으셔서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kleinsusun 2006-05-0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상무님은 지금은 고인이 되셨어요.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답니다. 인생은 참.....알 수 없는거죠?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마늘빵 2006-05-1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당선당선.

2006-05-10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6-05-1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06-05-1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kleinsusun 2006-05-11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속삭이신님, 울보님, 혜경님, 감사합니다.^^
이번 달에 지름신이 내려서 옷을 많이 샀거든요. 그래서 책을 한권도 안사야지...생각했었는데 이달의 리뷰가 되었네요.ㅎㅎㅎ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져 2006-05-1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락. 이제사 봤어요.
축하해요, 수선님! 요새 물 오른 글쓰기를 하시더니만!! ^^*

kleinsusun 2006-05-13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감사합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6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6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장미의 이름 읽기>로 알려진 강유원 박사께서는
그의 전문적이고 예리한 지적 성찰로 가득한 서평집 <책>에서 <장정일의 독서일기 2>를 이렇게 평하셨다.

....놀라운 것은 장정일이 참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그는 하루 종일 책만 읽어도 먹고살기에 별로 어려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p58)

"...나름대로의 시각이나 이론적 줄거리 없이 촌평만 적어 놓은 것을 책으로 묶는다는 것은 별로 칭찬할 만한 건 못 된다.차라리 도서목록만 한 장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장정일은 많은 분량의 책을 읽지만 그것이 지식으로 축적되는 것 같지는 않다.다시 말해서 구슬은 많지만 그것을 꿰어서 이론적 줄거리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는 듯 하다."(p59)


"하루 종일 책만 읽어도 먹고살기에 별로 어려운 처지가 아닌 삶"

아니러니하게도....
이런 삶은 장정일의 어린시절 꿈이었다.

"어린시절의 내 꿈은 이런 것이었다.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며서 아침 아홉시에 출근하고 오후 다섯시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시까지 책을 읽는 것.
누가 이것을 소박한 꿈이라고 조롱할 수 있으랴.결혼은 물론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도 없이, 다만 딱딱한 침대 옆자리에 책을 쌓아놓고 원없이 읽는다는 건 원대한 꿈이다...."

- <장정일의 독서일기 1>(범우사/1994) 머리말 中에서

그러나....
달랑 중학교 졸업이 학력사항의 끝인 장정일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변변한 졸업장도 없다.배운 기술이라곤 글쓰기 뿐.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되었고,절필할 때 하지 못하고 글판에 어기적거리다가 감옥까지 가게 됐다."

<생각-장정일 단상>(행복한 책읽기/2005) page 15

서평이란 말 그대로 "text"를 평하는 글일텐데,
서평 "전문가"라는 사람이
저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이해도 없이
그저 추정 또는 짐작으로
"그는 하루 종일 책만 읽어도 먹고살기에 별로 어려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저자가 책만 읽어도 먹고살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가
서평을 하는데 중요한 사항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구태여 저자의 "경제적 여유"를 따져야 한다면,
<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책세상문고 우리시대 037 )
이런 책까지 있는 대한민국에서,
중졸의 소설가 보다는
철학과에 입학해서 박사까지 마친 사람이
책만 읽고 살기에 더 널널하지 않을까?

<장정일의 독서일기 6>은 그의 예전 독서일기와 많은 차이가 있다.

소설이 대부분이었던 예전 독서일기들에 비해,
<독서일기 6>은 사회과학, 특히 역사서들이 많다.
그의 독서가 <삼국지>의 밑거름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장정일은 2002년 1월
아서라이트의 <중국사와 불교>(신서원,1994)
왕영관의 <혹형-피와 전율의 중국사>(마니아북스,1999)
김문학의 <반문화 지향의 중국인>(이채,1999)
미타무라 타이스케의 <환관>(나루,1992)
정인갑의 <중국문화.com>(다락원,2002)을
연달아 읽고 이런 감상을 피력했다.

"사족: 요 며칠 사이에 읽었던 책들은 <삼국지>를 쓰면서 중국에 대한 잡상식을 얻고 또 메마른 전문 서적과 자료를 읽는 사이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읽었던 책들로, 재미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날학파적이라고 해야 할 이런 류의 역사서가 갖고 있는 '지식의 포켓북화'와 '지식의 시리즈화'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p 47)

블라디슬라브 스필판의 <피아니스트>(황금가지,2002) 는
<독서일기 6>에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읽은 몇 안되는 책 중 하나.
똑 같은 책을 읽어도 이렇게 넓게 보고 또 깊게 생각할 수 있구나...역시 작가다....감탄하며 읽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6>을 읽으며 하나 아쉬웠던 점은,
남의 일기를 훔쳐 보는 것 같은 재미가 대폭 반감되었다는 점이다.

예전 일기들이 혼자 끄적거린 일기 같았던데 반해,
<독서일기 6>은 출판될 것을 의식하고 썼다는걸 군데군데 발견할 수 있다.
출판사에게 결례가 될 것이라고(판매에 영향을 준다고) 자세한 줄거리를 생략한다거나,"독서의 기술"을 얘기하는 등...

<장정일의 독서일기 7>은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독서일기 6>이 03년 4월까지의 일기니까,
이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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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2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에요...
그의 치열한 글쓰기가 생각나면서
신작도 나올법 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드네요 ^^

바람돌이 2006-01-23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로 제 취향은 아니어서 장정일은 잘 안 읽는데, 그래도 이 사람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은 해요. ^^

이리스 2006-01-2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1권부터 저에게 무척 중요한 책이 되었지요. ^^;
신작이 기다려집니다.
저도 한때 하급 공무원이 꿈이었다지요? ㅎㅎㅎㅎ

moonnight 2006-01-2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종일 책만 읽고도 먹고 살기에 어려운 처지가 아닌 삶> 알라디너들의 로망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 알라딘에서 알게 된 필독서 중 하나가 장정일의 독서일기인데.. 흑. 아직도 못 읽었어요. ㅜㅜ 올해는 꼭. 불끈. ^^ ;;

코마개 2006-01-2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강유원씨가 대학교수로 알고 있는데, 교수도 '하루종일 책만 읽고도 먹고 살기 어려운 처지가 아닌 삶'에 관한한 만만치 않은것 같은데. 특히 인문계 교수...그것만 잘하면 업적평가도 잘 나오고...

2006-01-23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pper 2006-07-14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도권내의 사람의 눈에 장정일은 파열음을 동반하는 이단아 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님의 글을 보니 문득 장정일의 시 게릴라가 생각납니다.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며 음식과 옷 잠자리가 정해져 있는 정규군이

산악지대의 풀섶을 헤치며 투쟁과 삶이 한묶음이 될 수 밖에 없는 슬픔 자화상.....

게릴라

당신은 정규군
교육받고 훈련받은
정규군.
교양에 들러붙고
학문에 들러붙는
똥파리들!
그러나 고지점령은
내가한다!
나는 비정규군
적지에 던져진 병사
총탄을 맞고 울부짖는 게릴라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헨리에트 앤 클라우저 지음, 안기순 옮김 / 한언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글을 쓰겠다는 "열망"을 뼛속까지 심어 주는 바이블 같은 책이다.왜 써야 하는지를 그보다 적확하게 보여 주는 책은 없을 것 같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는 한동안 쓰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충동을 일으킨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한동안 "모닝 페이퍼"를 썼었다.
물론 쓰다가 곧 지쳤지만.... 아침에 사투를 벌리며 일어나 통근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타는 생활로 복귀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가
글쓰기와 영성, 우리의 일상에 고사당하고 있는 창의력을 두드린 책이라면,
클라우저의 책 <쓰면 이루어진다>는 글쓰기를 자기계발/처세술 영역으로 끌고 온 책이다.

즉, 나탈리 골드버그나 줄리아 카메론이
글쓰기를 통한 자아 찾기, 내 안에 숨어 있는 예술가 찾기를
작가나 예술가로 살고 싶은 소수 집단을 향해 말한다면,
클라우저는 처세술 책에서 소망을 보이는 모든 곳에 붙여 놓고 외우라고 하는 것처럼,
소망은 "쓰면 이루어진다"고 이런저런 자기계발 서적을 두리번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제목부터 얼마나 화끈하고 자극적인가....

난 가끔 이런 책들을 읽고 자극을 받는다.
원래 귀도 얇고, 자극을 잘 받는 스폰지 같은 성격이라
늘어졌을 때 한번씩 이런 책을 읽으면 용수철처럼 다시 튕겨 올라간다.
내 성격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소망을 "이루기 위한" 글 쓰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뭐....그다지 새로운 건 없다.

소망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현재 시점"으로 글을 쓰라던지,
만나길 간절히 바라는 미래의 배우자에게 편지를 쓰라던지,
목표 목록을 작성해서 옆에 두고 계속 보라던지,
(목록은 간단 명료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그 때 그 때 아이디어를 쓰라던지....

뭐...새로운 건 없다.
그래도 뭐.... 동기부여 강사의 열강을 듣고 며칠 자극을 받듯이,
인생을 바꾸고 그런 건 아니지만
축 늘어진 일상을 톡톡 두드리는 작은 자극이 된다면
책 값이 그리 아깝지는 않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록의 힘"을 강의한다는 저자는
"멈추지 말고 기록하라"고 외친다.

희망이 없는 상황처럼 보일 때,
정말 지쳤다는 생각이 들 때,
목표는 알고 있지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를 때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이것이다.
페이지를 가득 채워라.차근차근 페이지를 채워 나가라.계속 기록하라.
그러면 당신은 그 페이지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힘과 스스로 창조한 해결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불평 너머에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굴복하지 않고 계속 기록한다면
에너지의 갑작스러운 분출을 경험할 수 있고,
그것을 넘어서는 혜택까지 누리게 될 것이다.(p110)

가끔씩 고민이 있을 때, 나도 혼자 앉아 글을 쓰곤 한다.
이 방법의 좋은 점은?

1.술값이 안 든다.
2.다음 날 속이 쓰리거나 머리가 아프지 않다.
3.혼자서도 할 수 있다.
4.사무실에서 일하는 척 하면서도 할 수 있다.

"에너지의 갑작스런 분출"까지는 모르겠지만
쓰다 보면 한결 문제가 "clear"하게 느껴진다.
마음 잡고 자리에 앉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Worth to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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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 와닿지는 않았던 평범한 자기계발서 <종이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8-08 22:49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헨리에트 앤 클라우저 지음, 안기순 옮김/한언출판사2007년 8월 8일 읽은 책이다.원래 읽으려고 했던 책은 아니었지만 종우씨 추천으로 읽은 책이다.추천으로 읽기는 했지만 평범한 자기계발서다.예전에 추천해줬던 <신념의 마력>과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핵심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글로 적어두라는 건데이것은 따지고 보면 자기 최면적 성격을 가지고도 있고자기 점검적인 성격을 가지고도 있다.또한 막연하게 바라는 것 보..
 
 
야클 2005-08-1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에서 일하는 척 하면서도 할 수 있다. "
알라딘 서재질도. ㅋㅋㅋ
그런데 글 잘 쓰려면 이런 책도 봐야되나.... -_-;;

바람돌이 2005-08-1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쓰려는 욕심이 없으니-물론 가끔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래도 잘 쓰기 위해 해야할 노력이 귀찮아서, 사실 글 써서 밥벌어먹을 것도 아닌데말이죠- 제가 볼일은 없는 책이네요. 그래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척하면서도 할 수 있다는 문장은 최고예요. ^^

kleinsusun 2005-08-1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질은 화면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많아서 딴짓하는거 들켜요.ㅋㅋ
글쓰기는 정말 일하는 것처럼 보인답니다.호홋

바람돌이님, 이 책은요 글 잘 쓰기 위한 책이 아니고요.... 자기계발 책이예요. 꿈을 이루기 위해 써라...그런거거든요. 그러니깐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요.
전 가끔씩 늘어질 때 이런 책을 읽어요. 자극 좀 받으려고.... 방학이시죠? 넘 부러버요.
 
이제 다시 그 마음들을 - 황인숙의 엉뚱한 책읽기
황인숙 지음 / 이다미디어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난 시를 거의 읽지 않는다.
그래서...황인숙이란 시인을 몰랐다.
시인 조은을 산문집을 통해서 알게된 것처럼,
시인 황인숙은 독서일기 <이제 다시 그 마음들을>을 통해 알았다.

이 책의 부제는 "황인숙의 엉뚱한 책읽기"인데,
실망스럽게도 전혀 엉뚱하지도 쌩뚱맞지도 엽기적이지도 않다.
그냥 평범한, 나름대로 재미있는 "독서 에세이"다.

총 38편의 독서 에세이가 실려 있다.

이 책을 읽고 찜한 책이 몇권 있다.

<나 이뻐?> - 도리스 되리
<삶의 철학산책> - 드 보통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여자 이야기> - 유동영/허민경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 김형경
<10cm 예술> - 김점선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 로저 로젠블라트
<앙겔루스 노부스> - 진중권

부담 없이,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독서 에세이다.
저자의 일상과 독서, 그 사이의 여러가지 방정식들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있다.

그런데.... 38편 중 브렌다 애버디언의 <내 신발이 어디로 갔을까>를 읽고 쓴 "당신 부모의 부모가 된다는 것"이란 제목의 에세이를 읽다가 흥분했다. 화도 났다.

책의 앞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에 이렇게 써 있다.

길들여지는,경직된 관념을 아주 꺼려하는 황인숙은 기복심한 세상 한가운데 서서,때로는 침울하게 때로는 삶 사이를 팔랑거리며 치열하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경직된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가부장제 사회의 가족제도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치매 노인 전문 요양 시설로 아버지를 모신 체험을 말하는
<내 신발이 어디로 갔을까>를 읽은 황인숙은
치매를 앓던 자신의 어머니를 시설로 모신 아픈 얘기를 한다.

아,어머니를 그곳에 보낸 죄책감을 씻을 날이 올까? 나는 제법 합리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우리 형편에 맞춰 치매 노인 전문도 아닌 그 시설에 맡긴 것 자체에 대해 회의하지는 않는다.내 가슴을 할퀴는 것은 내 어머니가 집에서 돌보지 못할 정도로 과연 증세가 심각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p157)

황인숙은 솔직하다.
아픈 얘기를 꾸밈 없이 들려준다.

그런데...
독신으로 살고 있는 58년생 시인 황인숙은
가부장제 사회의 가족제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모든 책임과 의무를 장남과 큰 며느리에게 통째로 떠넘기는
잔인한 가족제도에 아무런 비판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올케는 8개월 동안 치매를 앓는 내 어머니를 모셨다.그토록 힘들어하고 그토록 불행해하며.올케가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낸 것에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그 시간에 전혀 사랑이 없었다는 건 한스럽다.그리고 내가 좀더 많은 시간 올케의 수고를 나누지 못한 게 후회된다.8개월 동안 어머니를 존중하고 사랑했으면 어머니를 시설에 보낸 것이 덜 죄스러울 것이다.(p158)

어머니를 모시는게 장남과 큰며느리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걸까?
올케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그 시간에 사랑이 없었다는게 한스럽다고?
이 글을 올케가 읽는다면 얼마나 화가 날까?

황인숙은 올케의 수고를 "나누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한다.
어머니를 모시는 건, 그것도 치매노인을 모시는 건,
며느리의 의무도 아니고, 천형도 아니고,
며느리에게만 주어진 "수고"도 아니다.

올케의 수고를 "나누지 못한 걸" 후회하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엄마를 모시지 않은 걸 후회해야 되는게 아닐까?
설마....딸은 부모를 모실 의무는 없고, 올케에게 입바른 소리를 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작년에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가 베스트셀러였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인 시대... 안타깝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장남정신의 회복"이 아니라,
딸,아들,첫째,막내 구별 없이 모두 의무를 나누어 가지는 거다.

황인숙의 엉뚱한 책읽기를 읽고,
나야 말로 엉뚱한 책읽기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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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0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2-2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에세이를 읽다가 올케를 원망하는 부분에서 너무 화가 났어요.
딸,아들 똑 같은 자식이쟎아요. 서툰 글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5-02-20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20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5-02-21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엉뚱한 '리뷰읽기'를 하셨군요. 저는 참 나쁜 장남이고, 우리 마누라는 참 나쁜 며느리입니다. 저는 그래서 아슬아슬할 때가 많습니다. 결혼한 지 십삼년 되었는데, 이제 부모님께서 적응해 가십니다. 아내가 나쁜 며느리로서 저를 많이 가르쳤습니다. 역시 인간은 배워야 사람됩니다. 저는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에게 <착한 여자> 되지 마라고 자주 말합니다. 다 아내에게 배운 거지요. 나쁜 며느리 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도 나쁜 아들 노릇하기 쉽지 않지만... 세상엔 착한 아들며느리도 많지만, 효자효부를 강제하던 것도 다 <가부장적 사회>의 통념이었단 것을 살면서 배웁니다. 그래서 저는 <저 책, 장남으로 어쩌구>를 못읽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핵가족의 일원>이 된 <나쁜 장남>이 못 되었기 때문입니다...

코마개 2005-02-2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장남 어쩌구 그 책 보지않았습니다. 제목부터 매우 재수없었습니다. 지가 장남 어쩌구 그럼서 신세 타령하면 그 마누라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리고 님 리뷰에 올케에 대한 원망부분 님 글에 동의합니다. 내 부모도 치매로 병치레 하면 있는 정도 떨어질 판에 남에게 애정이라는 것을 너무 당연히 요구하는군요.

marine 2005-02-2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우리 시대 며느리들은 남편의 부모에 대한 의무감으로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정작 자신의 부모에 대한 책임감은 한쪽으로 미뤄둔 채로 말이죠 이런 불균형이 참 슬프고, 수많은 여아 살해가 이뤄지는 게 아닌가 싶어 착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희 엄마만 해도 할머니 아플 때는 직장일을 제쳐 두고 달려 가지만, 정작 외할머니 아플 때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낼 때가 많아요 외할머니도 그걸 당연하게 여기시구요 우리 세대라도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녹록치가 않네요
 
모든 책은 헌책이다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글 사진 / 그물코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모든 책은 헌책이다>(최종규 지음/그물코)를 읽다.

이 책을 읽은건 몇달 전이다.
오래 전 부터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한 번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달 전 월마트의 서적 부분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샀다.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서 책도 싸게 팔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책은 다 정가다. 즉, 일반 서점과 다를 바가 없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월마트 평촌점.
월마트 평촌점의 서적 부분 바이어(회사 마다 다른데 보통 바이어라고 많이 부르고, 카데고리 매니저라 부르기도 한다)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어떤 사람인지....

대형 할인매장의 바이어들은 매출액이 아니라, 마진율로 평가를 받는다. 물론 경쟁이 심한 식품 부분에서는 무조건 싸게 팔아서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제품도 있다.(예: 새우깡, 코카 콜라, 라면 등)

편의점의 서적 진열대를 본 적이 있는지?
느낌표 선정 도서와 잡지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뭐 편의점에서 책이야 구색 맞추기 아이템일 뿐일 테니까...

그런데 월마트 평촌점의 서적 코너는 참으로 신기하다.
좋은 책들이 참으로 많다( 훌륭하지만 안 팔리는 책들.베스트셀러 되기를 포기한 좋은 책들).이 서적 코너의 바이어는 두둑한 배짱을 가진 천하무적 홍대리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잡화나 의류와 겸업을 하면서, 서적은 그냥 고객 봉사 아이템으로 생각하는걸까?
어쨌든 훌륭하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는 헌책방 소식지 발행, 인터넷 헌책 동호회 활동등을 하며 '헌책방 운동'을 해온 최종규의 헌책방 안내서다.

서점도 잘 가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헌책방'은 낯선 곳이다.
2년 전까지 나도 그랬다.
'헌책방'은 그냥 기억 속에 가물가물한 그런 곳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딱 한번 헌책방을 가봤다.
왜냐면 큰 맘 먹고 산 민중서림 에센스 독한사전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교실에 있는 사물함에 사전을 넣어 두고 사물함을 잠그지 않고 집에 갔다. 그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사전이 없었다.

그 사전은 그 당시 정말 비쌌다.
고등학생이 제 2외국어를 하려고, 그렇게 비싸고 두꺼운 사전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제 2 외국어가 시간표에 들어 있으니까 수업시간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학력고사를 볼 때는 가사나 공업(기술인가?)을 선택했고, 제 2외국어는 찬밥이었다. 독일어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평소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다 한번씩 재수없게 걸리면 독일어를 평생 혐오하게 될 정도로 맞아 터지곤 했다.

사전이 없어졌을 때,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사전을 사고 일주일도 안되서 도둑을 맞았으니...
난 똑 같은 사전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또 사기는 너무 비쌌다.
고민 끝에 나는 헌책방에 갔다.

그런데.... 그 헌책방엔....
놀랍게도 내 사전이 있었다.
큼직한 글씨로 내 이름도 써 있었다. "성수선".

난 왜 내가 내 사전을 또 돈 내고 사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헌책방 아저씨에게 말했다.

수선 : 아저씨, 이거 제 사전이예요.
주인 : 내가 어제 이 사전을 다른 학생한테 샀는데....
수선 : 아저씨는 "장물"을 산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전을 돌려 주셔야 해요.
주인 : 내가 장물인지 어떻게 알어. 내가 돈을 주고 샀으니까, 이 사전은 더 이상 학생 책이 아니고 내꺼야. 그러니까 학생은 다시 돈을 주고 사야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난 내 사전을 얼마 안되는 내 금쪽 같은 용돈을 주고 다시 사야하는 어이 없는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그 후, 한번도 헌책방에 간 적이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2년 전, '절판'된 책을 구하려고 출판사에 전화를 하고, 대형 서점에 전화를 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거의 포기 단계에서 '헌책방'을 찾게 되었다.
네이버에 '헌책방' 이라고 치고 검색을 했는데, 뜻밖에 굉장히 많은 사이트가 있었다. 그 인연으로 프리첼 '숨어있는 책'에 가입해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헌책방에 다니는 것이 행복한 취미생활이 되었다.

'헌책방 나들이'.
정말 재미있다.

2년 전, 헌책방 나들이를 하기 전에
헌책방은 참고서나 사전을 파는 구리구리한 곳인지 알았다.

그런데....
다시 찾아간 헌책방은 보물창고였다.

막 쌓여 있는 먼지 쌓인 책 속에 보물이 얼마나 많은지....
절판된 책들도 많이 있다.
그 책들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이란....


또, 책값도 정말 싸다.
만원만 들고 가도 세권은 살 수 있으니....

헌책방 주인 아저씨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신촌 <숨어있는 책>, 사당동 <책창고> 등 꽁짜 자판기 커피를 대접하는 곳들도 많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쓴 최종규.
참 괴짜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자.

지난 2003년부터는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유고와 원고를 갈무리하면서,인터넷에 '함께살기(http://hbooks.cyworld.com)'라는 모임을 꾸리고 있습니다.우리 나라에서 아직 안 나온 남다른 우리 말 사전과 우리 말 이야기책을 엮을 생각도 품고 있습니다.헌책방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 돈을 벌면,일본 헌책방 나들이를 아내와 함께할 생각이랍니다.

최종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소신껏 사는 참 아름다운 남자다.
이틀 전 금요일,
최종규와 그의 마누라 강은숙과 술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75년생 동갑내기인 아름다운 부부.
나 보다 어리지만, 난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이 아름다운 부부를 존경한다고.

같이 있으면 부끄러울 정도로 배울 점이 많았다.
그 아름다운 부부는 둘 다 아주 검소하다.
세상의 정해진 틀에 자신들을 맞추려 노력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하며
술도 신나게 마시고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으며 씩씩하게 사는 그 부부가 참 보기 좋았다.

최종규를 보면서 난 계속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를 떠올렸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이렇게 내 가까이에 자신의 꿈을 위해 세상의 허위와 조건을 과감히 내팽겨치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 헌책방 나들이 가세요!"

정.말. 재.미.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에는 서울 곳곳의 헌책방 정보들과 주소/전화번호, 그 근처의 맛있는 곳까지 상세한 안내가 있다.
집에서 가까운 헌책방을 주말에 찾아
모르면 평생 놓칠 수 밖에 없는 재미를 느끼시길...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알면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읽으며
가슴에 와닿았던 위기철의 <벼룩의 간> 머리말 중 한 꼭지를 빌려와 글을 마치겠다. ( 최종규는 자신이 들린 헌책방에서 무슨 책을 샀고, 그 책이 어떤 책인지를 소개하고 있다. 사당동 책창고에서 만난 위기철의 <벼룩의 간>이 소개되어 있고, 머리말 중 한 꼭지를 옮겨 적었다.)

우리 주변엔 책 한 권을 살 경제적 여유도, 그것을 읽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이웃들이 너무도 많다.그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정작 그들이 이 책의 독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골라 읽게 된 독자가 있다면,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는 이웃들과 함께 읽어주기를 꼭 좀 부탁드리고 싶다.

수선이의 도서관

www.kleinsu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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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4-11-1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최종규아저씨....영화 <와호장룡>의 '호'역할로 나왔던 장진닮은 싸나이.

더마릴라 2004-11-15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절판된 책을 손에 넣었을때의 그 즐거움!

정말 이루 말할수 없죠.

로드무비 2005-02-2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뒤늦게 발견하고 참 재밌게 읽고 가요.
헌책방을 못 가서 슬픈 사람 로드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