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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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단어는 식상하다. 브라운관에서, 스마트폰 화면까지 사랑은 넘쳐난다. 정치인은 국민을 사랑하고, TV는 시청자를 사랑하고, 기업은 소비자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너무 흔해서 그런지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속이 빈껍데기처럼 느껴진다.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서일까. 그런데도 모두 부르르 떤다. 외로움과 이별에 치를 떤다. 저리도 많은 사랑이 넘쳐나는데 모두가 외롭다고 투정부린다.

 

 

 

사랑은 언제나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끊어지고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찾아오는 이별.

 

(‘여자들과 사내들’ 중에서, 18쪽)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은 그냥 읽기만 해도 가슴 찡한 시집이다. 사랑은, 영구불변의 그 무엇이 아니라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가는 변덕스러운 그 무엇이라고 시인은 간파한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말, 그것은 거짓말과 같다. 영원한 사랑은 언제나 낭만적 수식으로 가득하다. 만남은 이별을 잉태하였고, 그 날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사랑으로 인해서 맛보았던 모든 즐거움과 행복감은 그 사랑이 허물어지는 시간부터 갈등과 번민으로 변한다.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

잊으려고 잊으려고 여자들은

바람을 향해 돌아서지만,

땅거미질 무렵

길고긴 울음 끝에

공복의 술 몇 잔,

불현듯 낄낄거리며 떠오르는 사람,

그리움의 아수라장.

흐르는 별 아래

이 도회의 더러운 지붕 위에서,

여자들과 사내들은

서로의 무덤을 베고 누워

내일이면 후줄근해질 과거를

열심히 빨아 널고 있습니다.

 

(‘여자들과 사내들’ 중에서, 19쪽)

 

 

 

사랑의 흔적은 꽤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세월이 흘러도 몸속에는 불꽃의 뜨거움이 식지 않는다. 사랑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언제 다시 만나자는 이별의 말을 내던졌지만, 지붕 위의 먼 허공을 누워서 바라보는 여자들과 사내들의 눈동자는 촉촉이 젖어간다. 차가운 이성은 자꾸 잃으라고 말하지만, 마음의 공허는 채워지지 않고 아득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일어난다. 울컥울컥 눈물짓게 하는 그리움이 솟아오른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자신의 마음속에 가득 채워 넣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가여운 응시는 과거를 더 후줄근한 것으로 만든다.

 

 

 

하늘과 땅 사이로

빗줄기는 슬픔의 악보를 옮긴다

외로이 울고 있는 커피잔

무위를 마시고 있는 꽃 두 송이

누가 내 머리 속에서 오래 멈춰 있던

현을 고르고 있다.

 

가만히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흙 위에 괴는 빗물처럼

다시 네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너는 생생히 웃는데

지나간 시간을 나는 증명할 수 없다.

네 입맞춤 속에 녹아 있던 모든 것을

다시 만져 볼 수 없다.

 

젖은 창 밖으로 비행기 한 대가 기울고 있다

이제 결코 닿을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비 오는 날의 재회’, 43쪽)

 

 

 

사랑을 피해도 어쩔 수 없이 그리운 얼굴들이 번들거리는 그 세상에 투영된다.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너의 얼굴. 살기 위해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너의 얼굴. 아무리 해도 도망칠 수 없는 것은 그리운 얼굴이다.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내 청춘의 영원한’, 48쪽)

 

 

 

사랑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면 할수록 새삼 그 사랑이 그립다. 사랑하는 대상이 그립다. 연모하는 사람이 그립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늘 허허롭고 시리기만 하던 가슴이 누군가의 무게로 뻐근하고 묵직할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한 번 떠난 사랑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은 더 이상 옛날의 그 길이 아닐지니. 시인은 그저 아플 뿐이다. 후회가 시인을 짓누른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그리웠을까. 아마도 시인의 가슴 한 자락은 그리움으로 물크러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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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7-1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넘 좋아하는 시집... 반갑습니다. Cyrus 님 고맙습니다.

cyrus 2015-07-20 18:49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저는 이제야 이 시집의 진가를 알았습니다. 정말 좋은 문장의 시들이 많았습니다.

프레이야 2015-07-19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리해도 도망칠 수 없는 것은 그리운 너의 얼굴이다‥ 오늘 제 마음속 이글거리는 무엇을 심안으로 보신 노문우를 잠시 뵙고 울컥했어요. 시집만큼 독하게(!) 쓴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가슴에 불덩이 하나 품은 시인‥

cyrus 2015-07-20 18:50   좋아요 0 | URL
시인의 근황을 듣고 난 뒤에 이 시집을 읽게 되니까 더 마음이 짠했습니다.

바람향 2015-07-19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돌아오지 않죠... 돌아오더라도 그 사랑은 옛날의 그 사랑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 사람의 마음은 스스로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불안정하고 예민하고 묘한 것 같습니다..ㅎㅎ

cyrus 2015-07-20 18:5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요물 같습니다. ㅎㅎㅎ

sslmo 2015-07-19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시집 싫어요, ㅋㅋㅋ~.
제친구의 소싯적 여친이 줄줄 외웠었대요.
시집은 무생물이니 미워할 수 없고 애먼 시인을 향해 눈을 흘킵니다~!

cyrus 2015-07-20 18:53   좋아요 1 | URL
저는 좋은 시집은 생각날 때마다 읽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의 사랑>은 사랑을 노래하는 시집치고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우울해서 자주 읽고 싶지 않습니다. ㅎㅎㅎ

돌궐 2015-07-19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서제에서 가끔 뇌수 운운하며 글을 쓰는 게 아무래도 최승자 시의 영향인 거 같습니다.ㅎㅎ

cyrus 2015-07-20 18:54   좋아요 1 | URL
돌궐님도 이 시집을 읽어보셨군요. ^^

:Dora 2015-07-20 2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승자선생님 건강하시길

표맥(漂麥) 2015-07-21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아고~ 옛 추억 입니다. ^^
 

 

 

 

 

 

 

 

 

 

 

 

 

 

 

 

 

 

 

 

 

 

 

 

 

 

 

 

 

 

 

 

 

 

 

 

 

 

 

 

반 고흐 「신발」 (1887년)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습니다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조금 마십니다

꿈꾸지 않기 위하여

수면제를 삼킵니다.

마지막으로 내 두뇌의

스위치를 끕니다.

 

그러면 온밤내 시계 소리만이

빈 방을 걸어다니죠

그러나 잘 들어 보세요

무심한 부재를 슬퍼하며

내 신발들이 쓰러져 웁니다.

 

(최승자,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반 고흐라는 이름에서 가장 많이 따라붙는 단어는 광기. 정신병에 시달린 끝에 권총 자살을 선택한 충격적 최후 때문이다. 정신병 환자의 광기가 위대한 예술가의 열정으로 포장되는 것이 못마땅하다. 대중은 반 고흐를 미친 화가로만 기억하는 탓에 그의 강렬한 색과 상징적 표현이 불타는 정신세계에서 번쩍 태어났을 거라고 오해한다. 반 고흐는 정신이 미쳐버려서 갑자기 그림을 잘 그려진 것이 아니다. 여러 화가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까지 데생을 열심히 그렸다. 그를 미친 천재라고 말하는 것은 그의 노력을 잊히게 하는 하나의 오해일 뿐이다.

 

반 고흐는 절대로 미치지 않았다. 그는 외로움을 유난히 참지 못하는 사람이다. 애정 결핍에 울부짖고, 몸부림쳤을 뿐이다. 늘 자신의 곁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고독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살았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매춘부가 있는 방을 찾았고, 괴롭지 않기 위해서 빈속에 압생트를 마셨다. 마지막으로 총구를 심장의 스위치에 겨눌 때까지 반 고흐에게 그림 작업은 고독과의 싸움을 멈추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반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데생을 열심히 그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첫 번째 이유는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두 번째 이유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유화보다 데생을 그리는 것이 수월하다. 고흐가 편지에서 언급하지 않은 세 번째 이유도 있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반 고흐 「타라스콩으로 향하는 길을 걷는 화가」 (1888년)

 

 

 

반 고흐는 그림으로 그릴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 산책도 즐겼다. 1888년 아를에 머물렀을 시기에 산책하는 고흐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어느 프랑스 사람이 간직하고 있다가 2005년에 열린 경매에 내놓은 적이 있었다. 실제로 고흐는 아를에 정착한 후, 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의 풍경에 반해 아침마다 산책했다. 반 고흐는 아를의 따사로운 햇살과 전원 풍경을 사랑했다. 반 고흐는 유난히 걷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네덜란드에 살았던 시절에 쥘 브르통이라는 화가를 존경한 나머지, 직접 그를 만나려고 했다. 반 고흐는 10프랑을 챙기고, 프랑스 국경 너머의 지역까지 70km를 혼자서 걸었다. 이때의 경험을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자랑스럽게 밝혔다.

 

반 고흐는 울적할 때마다 집 밖으로 나가 지칠 때까지 걸었을 것이다. 걷기는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려 준다. 머릿속에 가득한 고뇌 찌꺼기를 깨끗이 비우는 과정이다. 소요학파가 느릿느릿 걸으면서 진리를 발견하려 했다면, 반 고흐는 걸으면서 자신의 몸을 자연 속으로 던졌다. 그는 산책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고, 때로는 넘쳐나는 고독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자연과 대화한다. 정원은 클로드 모네만 좋아했던 것이 아니다. 비록 모네처럼 멋진 정원이 딸린 집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반 고흐도 정원을 무척 사랑했고, 그림으로 남겼다. 걷는 것이 몸에 밴 반 고흐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얼마나 갑갑했을까. 1889년 아를 병원에 입원한 그해 9월에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6주간 한 발자국도 밖에 나가지 못했어. 정원에도 못 나갔지. 하지만 다음 주에는 시도해 볼 거야라고 썼다.

 

반 고흐는 평생 아홉 점의 구두 그림을 남겼다. 하이데거는 그림 속 신발 주인은 고단한 노동의 삶을 살았던 농부 혹은 아낙네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미술사학자 샤피로는 하이데거의 해석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제작 연대를 근거로 내세워 반 고흐의 신발이라고 주장했다. 샤피로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신발 그림은 반 고흐의 자의식을 표현한 자화상이다. 필자는 샤피로의 해석에 전적으로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사실 하이데거의 해석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이데거는 반 고흐가 밀레처럼 일하는 농부의 모습을 그렸던 경험을 근거로 해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반 고흐는 밀레를 존경하던 습작 시절을 한참 지난 뒤에 신발 그림을 그렸다. 신발은 반 고흐가 죽을 때까지 가장 가까이 있었던 생필품이다. 무겁기만 한 고독을 양쪽 어깨에 짊어진 화가가 걸을 수 있도록 지탱해준 든든한 연장(延長)이다. 너덜너덜해진 신발에는 반 고흐의 외로움이 보이고, 거기에 고독한 인생의 체취가 남아있다. 이제 신발의 주인은 죽고 없어졌다. 틈만 나면 산책하는 신발 주인이 없어지면서 신발은 자유롭다. 그러나 그림 속 신발은 주인의 부재를 슬퍼하며 울고 있다. 소금기로 남아야 할 신발의 땀 자국은 외롭게 계속 길을 걸은 자의 눈물이 된다. 신발은 진실을 알고 있다.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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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8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7-19 15:05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틀린 글자를 알려줄 땐 비밀 댓글로 설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stella.K 2015-07-1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맞아. 고흐는 외로움의 화가지 광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구두 그림을 보면 뭔가 짠해. 그지?
저 구두 그림과 시가 참 절묘하다.ㅠ

cyrus 2015-07-19 15:08   좋아요 0 | URL
최승자 시인의 시를 읽다가 문득 반 고흐의 신발 그림이 생각났어요. 묘하더라고요. 외로운 반 고흐의 신발을 소재로 쓴 시 같았어요.

초딩 2015-07-18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자연이나 사람을 (또는 사랑) 을 아름답게 표현한 한국 시인과 시집 좀 추천해주실 수 있으세요? 표현 아름다운.
시대는 상관 없구요 :)
좋아하시는 시인의 시집을 말씀해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
일방통행처럼 요청 드려 죄송합니다. 인용하신 시가 너무 좋고 또 요즘 한글말이 아름다운 시를 읽어 보고 싶어서 찾고 있던 중이어서요.

cyrus 2015-07-19 15:12   좋아요 0 | URL
제가 상대방에게 책을 추천해본 일이 잘 없는데다가 최근에 시집을 즐겨 읽기 시작한 터라 아로님이 좋아할만한 시집을 추천하기가 어렵네요. ㅎㅎㅎ 제가 선호하는 시인은 문인수, 황동규, 정호승, 안도현입니다. 이 분들이 쓴 시가 어렵지도 않아서 좋아해요. ^^

북다이제스터 2015-07-18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넘 좋아요. 이러다 국내 고흐 전문 일인자 되실 것 같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

cyrus 2015-07-19 15:1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요즘 고흐 관련 책만 읽다가 글의 소재가 나오면 바로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북플은 ‘고흐’ 마니아를 만들어주지 않네요. ㅎㅎㅎ

라스콜린 2015-07-18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때 마다 감탄^^..) 이제야 비로소 저 신발에서 고흐의 외로움이 느껴지네요

cyrus 2015-07-19 15:15   좋아요 0 | URL
소설이나 영화에 비춰진 고흐가 아닌 정말 고흐의 실제 삶을 알고 난 뒤에 그의 그림을 보면, 진짜 그림에 대한 느낌이 확 옵니다. 사실 예전에 고흐의 신발 그림을 눈여겨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고흐 책을 읽다보니까 저 신발 그림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yamoo 2015-07-1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그림 관련 페이퍼가 많네요. 좋습니다. 단지, 개인적으로 고흐는 좀 지겨워지는 감이 있어서요. 요즘은 미술책보단 건축쪽 책을 사재기를 하고 있어 미술 관련 책을 읽지 못해 이런 페이퍼가 참 유익합니다~ㅎㅎ

cyrus 2015-07-19 15:17   좋아요 0 | URL
저도 고흐 책을 3주 동안 읽으니까 지겹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고갱에 관한 책도 읽고 있습니다. 저도 건축 책도 읽어봐야 하는데, 야무님께서 건축 분야 책을 추천해주실 수 있습니까? 기본 지식이 없다보니까 저 같은 초보 독자는 뭐부터 읽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


바람향 2015-07-1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흐를 좋아해서 이런 글을 만나니 반갑네요^^ 예전에 서울 미술 전시회에서 고흐의 유명하지 않은 그림 한 점을 봤습니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그냥 풍경화의 작은 그림이었는데요. 그래도 고흐의 실제 그림이라고 생각하니, 가슴 벅찬 기분을 느꼈습니다. 고흐의 유명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실제로 본다면 대체 어떤 기분을 받을지 상상도 안되었는데요. 언젠가는 고흐의 실제 작품을 꼭 봐야지,,, 다짐만 하고 있답니다^^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ㅎ

cyrus 2015-07-20 18:56   좋아요 0 | URL
바람향님이 가본 전시회를 저도 봤습니다. 너무 보고 싶어서 혼자서 서울까지 갔어요. 생각보다 고흐의 그림들이 대체로 크기가 작았어요. 자화상도 그렇고요. 지금 대구에서 고흐 미디어 아트 전이 열리고 있는데 역시 실물로 보는 것과 느낌이 확 차이가 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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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나 뇌의 활동 등에 관심은 많으신데
<플린 이펙트>가 말하는 지능에 관한 내용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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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6 보다 빠르게, 보다 정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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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7 뇌는 진실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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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8 뇌신경 지도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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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9 슈퍼컴퓨터로 치매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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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빛과 소리로 뇌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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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스스로 뇌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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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 뇌를 닮은 기계
― 뇌모방 기계
 
Chapter 13 뇌공학의 미래
 
최근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책따세에서
여름방학 추천도서로 선정된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의 작가,
윤신영 기자님의 추천사가 
여러분의 마음을 조금 더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임창환 교수는 연구와 과학 대중화 양쪽 분야에서 의욕과 재능을 보이는 드문 공학자 중 한 명이다. 연구실에서는 세계의 연구팀과 경쟁하는 승부사가 되고, 연구실 밖에서는 기술이 바꿀 미래를 널리 알리는 전도사로 변신한다. 글은 그런 임 교수의 무기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단정한 글을 통해 우리는 세계의 뇌공학 연구 성과를 가장 빠르고 정확히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최근 노력을 집약하고 있다."


 
이번에는 20분을 서평단으로 모실 예정이며,
서평단은 오늘(7월 17일)부터 
7월 20일 월요일까지 모집합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신 분들은 7월 29일 수요일까지 서평을 남겨주셔야 합니다.
우수서평자는 7월 26일 일요일까지 서평을 남겨주신 분들 중에서 선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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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5-07-1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미있을 것 같네요~ 전 장바구니단으로~

cyrus 2015-07-18 18:03   좋아요 0 | URL
장바구니에 넣기 전에 서평단 신청해보세요. ^^
 

 

 

헌책방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흔적을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나볼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또 한 번 뜬금없이 헌책방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 대한 기사 때문이다. 휴가철이나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가 되면 신문과 TV에서 책방골목이 여행 명소로 추천된다. 오늘 아침에 생각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다가 네이버 메인 화면에 책방골목을 소개한 인터넷 신문기사를 발견했다. 책방골목 관련 기사를 발견하면 끝까지 읽는다. 책방골목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글로나마 책방골목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이다. 오늘 내가 읽은 기사는 교통, 숙소, 식당뿐만 아니라 책방골목 전체 약도까지 친절하게 소개했다.

 

그런데 책방골목을 다룬 기사에는 항상 책방골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의 댓글이 가장 많다. 부정적인 댓글 대부분은 책방골목을 방문하면서 겪었던 불쾌한 경험이었다. 인터넷 서점 중고샵에서 파는 5000원짜리 책을 보수동 책방에서는 10000원에 샀다는 사람이 있었다. 알라딘 중고샵에서 책을 싼 가격으로 사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불친절한 책방 주인의 태도에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책을 천천히 살피면서 고르려고 하면 책방 주인의 쌀쌀한 핀잔에 못 이겨 그냥 가게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책방에 가면 읽어 볼만한 책도 없다는 내용의 댓글도 있다. 보수동 책방을 안 좋게 보는 댓글이 넘쳐나는 사이에서도 책방을 좋게 보는 댓글이 몇 개 있었다. 마치 성을 공격하는 수많은 적에 대항하는 외로운 전사를 보는 것 같았다. 마음씨 좋은 주인이 운영하는 책방이 있다고 말하면서, 안 좋은 경험만 가지고 보수동 책방 전체를 나쁘게 보지 말라고 호소하는 댓글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헌책방은 지식인과 학생들에게 지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오아시스다. 오아시스 주변에 사람들이 터를 잡아 작은 마을이 생기듯이 보수동 책방골목도 하나의 책방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50여 개의 책방이 모여 있는 특별한 골목이 되었다. 여기에 거리가 새 단장하면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북 카페까지 세워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책방골목이 문화 명소로 알려지는 것이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을 관광 명소로 생각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책방골목을 찾는 손님 중에는 과연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에 필자가 책방골목에 가게 되어 책방 주인과 대화를 하면 반드시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책방골목에 사진 찍으러 오는 여행객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책을 사기 위해서 오는 손님들은 몇이나 됩니까?” 필자는 헌책방에 가서 주인과 대화를 나누면 무조건 이런 질문을 한다. 장사 수완이 좋지 않은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의 질문이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님이 점점 줄어드는 책방의 현실에 좀 더 제대로 알아보고 싶고, 주인의 심정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레 물어보는 것이다. 책만 사러 오는 손님이지만, 돈 안 되는 책방을 외롭게 운영하는 분들의 마음을 최대한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골 책방 주인과 가격 흥정이나 외상을 한 적이 없고, 책값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힌 적도 없다.

 

관광은 특정 지역의 풍경을 구경하는 행위다. 헌책방이 점점 사라지는 추억의 장소라고 해서 관광 장소로 소개되는 미디어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본다. 헌책방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어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좋다. 하지만 헌책방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는 대중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한다. 필자의 눈에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책방골목이 책을 사려는 애서가들을 위한 골목이 아니라 여행객들을 위한 골목으로 보일 뿐이다. 책을 사고 싶은 손님들을 맞이해야 할 헌책방이 여행객들의 사진 배경 장소로 전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화 관광 장소로 만들려는 보수동 책방 주인들의 노력이 과연 독서 문화에 이바지하는 것인지 반신반의한다. 손님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서 파는 일보다 책 가게 주변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만 치중하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이러다가 몇 년 뒤에 필자가 가게 될 책방골목이 책 떼로 남은 애서가들의 손길보다는 여행객들의 발길만 가득한 곳으로 변하는 건 아닌지. 부디 책방골목이 여행 관광 장소가 아닌 독서 문화 관광 장소가 되어 애서가의 성지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남녀노소 누구나 책을 마음껏 읽고, 먹고, 보면서 즐기는 도심의 오아시스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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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1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든 관광지화 시켜버리는 것이 현실이죠~~ 겉으로만 보고 사진한장을 위해 다니게 되는...
특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그렇게 되어버린것을 보면 맘이 더 씁쓸해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자고 시작했던일인데 막상 사람은 없어지고 사람들 마저 관광상품화 되어있는걸 보면 더 그렇고요~
차라리 불친절한 그 분들이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5-07-18 15:54   좋아요 0 | URL
사실 책 파는 주인 입장에서는 책 사지 않는 손님들만 부쩍 늘어나는 상황에 신경이 예민하죠. 며칠 전에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을 관광장소로 정하자는 바보 같은 구청장이 있었어요. 가난 체험마저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의 영향력이 무섭기만 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15-07-1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인터넷 댓글은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하네요^^;; 글의 주제와 상관없는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cyrus 2015-07-18 15: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맞는 말씀을 하셨어요. 거짓과 왜곡만 일삼는 허언증에 가까운 댓글이 수두룩합니다. 댓글을 너무 믿어선 안 되고, 너무 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sslmo 2015-07-1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맘에 들어서 댓글 남겨요~^^
전 언젠가 부산 헌책방 거리를 갔다가 완전 깜놀이었어요. 아니 더 최근에는 텔레비젼에서 동묘 벼룩시장이 너무 근사하게 나와서 갔다가 완전 실망한 기억이 있어요. 책이 먼지도 한가득, 읽기도 전에 부숴져 버릴것 같이 낡았더라구요. 책의 용도는 보관이 아니라 읽기위한 것인데 말이죠~--;

cyrus 2015-07-18 15:56   좋아요 0 | URL
항상 TV에 나오는 관광지에 실제로 가보면 실망만 잔뜩 느끼는 것 같습니다. ^^

BEGE 2015-07-1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사는 사람으로써 보수동에 책사는 사람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는 데 공감합니다ㅠ 좀 더 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드나들었으면 좋겠네요.

cyrus 2015-07-18 15:57   좋아요 0 | URL
책방골목 관련 기사 댓글 중에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책방 주인이 여행객만 받아들이고, 허름한 옷차림의 주민들에게는 냉담하게 대한다고요. 이게 진실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AgalmA 2015-07-18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모범이 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중고책을 파는 게 아니라 동네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돋보였어요. 주인장 윤성근 씨가 IT계를 다녔던 덕분인지 그런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잘 알았던 거 같아요. 각종 문화인들과 연계해 공연과 낭송회 등도 열고 예전에 한 달에 한번 24시간 문을 열어 밤새 책을 읽는 아이디어(장사는 필시 안 되었겠지만ㅎ)좋았죠. 요즘은 어찌 되었나 모르겠네요ㅎ;
헌책방도 시대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손님이 띄엄띄엄 오가는 고즈넉한 풍경은 사실 우리가 헌책방에 바라는 아날로그 감성이죠. 어느 서점이 그런 식의 적막강산 영업을 원하겠습니까. 다들 너무 영세하지만 헌책방도 서로 연계해 콘텐츠를 만들어주면 싶어요.
위즈덤과 빨간 책방 덕에 팟캐스트와 북카페 혹은 출판사와 북카페가 인기가 끄는 것도 시대를 읽기 때문이니까요.

cyrus 2015-07-18 16:18   좋아요 0 | URL
어제 글을 쓰면서 이상북을 생각했었습니다. 지금도 이상북에 각종 공연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요. 이상북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가게 근황을 확인합니다. 아갈마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너무 낡은 가게 분위기을 젊은 고객들은 선호하지 않으니까요. 책방에 음료수를 팔아도 좋으니까 주인분들이 책을 고르는 손님들을 배려해줬으면 좋겠어요. 책방의 얼굴은 간판도, 책이 아니라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

2015-07-18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0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향 2015-07-1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헌책방에서 온라인으로 `설레어함` 이벤트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3권 15,000원에 다섯 가지 주제 중에 하나를 고르면 그에 맞는 책을 골라서 보내준다고 합니다. 어떤 책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서 설레기도 하면서, 헌책방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데에도 보탬이 되는 것이라 좋은 취지의 행사 같았습니다. 이런 다양한 행사를 하면서 책을 즐기면서 읽는 문화가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ㅎㅎ

cyrus 2015-07-20 18:57   좋아요 0 | URL
‘설레어함’이라면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했던 이벤트 맞죠? 그 이벤트, SNS에서 봤는데 정말 신선했습니다. ^^
 
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커트리나 밴 그라우 그림 / 에이도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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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장자가 말했다. “물고기가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소. 이게 물고기의 즐거움이오.” 혜자가 말했다. “당신이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오장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오혜자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아니니까 물론 당신을 알지 못하오. 당신은 물고기가 아니니까 물고기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말이오.” 장자는 당신은 이미 내가 안다는 것을 알고서 물었기에, 나도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았소라고 응수했다.

 

장자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장자와 혜자의 논쟁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 더구나 인간과는 종이 다른 생명체를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던져준다.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질문을 던졌다. 박쥐는 고주파의 빠르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어 주변의 사물들에서 반사되어 오는 것을 포착해서 주위 사물들의 배치를 알아낸다. 박쥐의 두뇌는, 쏘아 보낸 고주파와 반향 되어 온 미미한 파동들을 받아들인다. 만약에 인간이 박쥐처럼 음파 탐지 장치로 세상을 지각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때 박쥐가 된 인간은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네이글은 박쥐에 대해 아무리 많은 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우리가 박쥐의 경험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주장하였다. 박쥐의 두뇌가 입수된 정보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모든 것이 알려진다고 해도 그것이 박쥐에게 어떻게 드러나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만이 생각하고, 감각을 가진 월등한 존재라는 착각 속에 산다. 하지만 동물=본능, 인간=사고란 고정관념은 동물행동학이 발달하면서부터 여지없이 허물어진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동물의 신비스러운 습성이 많지만, 동물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지각하는 것을 학계가 인정하고 있다. 새의 감각의 저자이자 동물학자인 팀 버케드는 네이글의 논문 제목을 패러디한 부제를 강조하면서 새가 된다면 어떤 느낌인지 들려준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새가 되고 싶었다. 독일 민요 이 몸이 새라면의 노랫말처럼 하늘 높이 뜬 흰 구름까지 날아갈 수 있다. 이처럼 새의 날개는 인간의 지극한 동경심을 상징한다. 그렇지만 새가 인간처럼 다섯 가지 오감과 정서를 느끼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새를 인간의 입장으로 생각했을 뿐, 정작 새의 입장이 어떤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새가 오감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알게 되면,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새는 종족을 번식하기에 적당한 곳을 찾으려고 무리 지어서 이동을 한다. 공중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은 먹잇감을 노리는 천적에게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여정이다. 새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천적의 위협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안전하게 비행한다. 오리, , 갈매기는 한쪽 눈만 뜬 채 잠을 잔다. 유럽칼새나 수리갈매기는 잠을 자면서 비행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새들의 행동도 인간처럼 두뇌의 편측화(특정한 기능이 두뇌의 한쪽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현상)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새의 감각 능력은 인간의 감각을 훨씬 능가한다. 우리는 매우 뛰어난 시력을 매의 눈이라고 한다. 흔히 김제동의 눈처럼 작으면, 시야도 좁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안구의 크기는 시력과 시야 확보에 비례하지 않는다. 매는 사람보다 4~8배 멀리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매는 상이 맺히는 부위인 눈오목을 두 개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오리는 청력이 뛰어나다. 온갖 잡음 속에서도 자신의 새끼가 내는 울음소리를 구분하여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에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가가 아니라 동물학자가 되었다면, 자신이 어린 시절에 달걀을 직접 품었던 일이 실패로 귀결되는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알을 무조건 따뜻한 곳에 보관한다고 해서 부화하는 것은 아니다. 알은 어미 새에게만 있는 육반이라는 피부 부위의 자극으로 부화한다. 산란기에 접어든 어미 새의 몸에 깃털이 빠지는 부위가 생긴다. 그 곳을 중심으로 혈액 공급이 증가하는데, 이 부위가 바로 알의 온도를 조절하는 육반이다. 이때 육반이 생성되면, 뇌하수체에서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어미 새의 뇌에서 분비하는 프로락틴은 임신한 여성의 몸에서 나오는 프로락틴과 상당히 유사한 기능을 한다. 임신 여성의 프로락틴은 뱃속 태아를 보호하는 양수에 들어 있다. 양수 내의 프로락틴은 태아의 탈수를 방지한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어미 새와 엄마의 몸속에 있는 호르몬이 새끼와 태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새의 감각은 인간이 새의 지각 능력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미덕이 있다. 현재까지도 새의 지각 능력에 관해서 풀지 못한 수수께끼는 많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장자처럼 새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모습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고 오해하지 않아도 된다. 혹독한 자연의 시험을 견디기 위해서 특별한 지각 능력을 갖췄을 뿐이다.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닐 것 같은 새들은 인간이 모르는 삶의 방식으로 24시간 치열하게 살아간다. 책 속에 소개된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알면 그들의 강한 생존력에 연민이 느껴진다.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소박한 신념을 다시 강조해본다. 알면 사랑한다.’ 팀 버케드는 새를 알면 새가 세상을 보고, 듣고, 맛보고, 이해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새의 감각을 읽을 때는 오감을 활짝 열어놓으시길.

 

 

 

 

※ 215쪽에 '동물은 꽤ㅈ 먼 거리를'이라는 문장 일부가 잘못 인쇄되었다. (내가 읽은 책은 2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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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7-1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f I were a bird... 가정법은 맨날 이 문장으로 배우죠. 새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 이 책을 읽으면 좀 나으려나요? 박쥐 시력이 굉장히 낮다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는데 그걸 안다고 하더라도 박쥐가 정보를 조합해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 생각을 알 수 없다.. 흥미롭군요 그건 그렇고 표지는 참 감각적이에요.

cyrus 2015-07-17 17:22   좋아요 0 | URL
If 문장을 성문 아니면 맨투맨에서 본 것 같아요. 맞습니다. 박쥐가 시력이 낮아서 초음파로 사물을 인식하죠. 올해 나온 책 중에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 알라딘 책 베개 표지로도 사용되었어요. ^^

페크pek0501 2015-07-1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을 많이 봤다 싶었는데, 제가 글에 인용한 적이 있어서네요.

˝새가 오감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알게 되면,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 늘 잡혀 먹을지 모르는 환경에서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니는 동물들에 비하면 이것만으로도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지요. 요즘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제 철이 조금, 아주 조금 들려고 하나 봐요. ㅋ

cyrus 2015-07-17 17:2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오랜만에 동물 관련 책을 읽다가 감명을 받았습니다. ^^

수이 2015-07-17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그래도 새가 여전히 무서워;;; 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만;; 이 두려움은 어떻게 해야 사라질까

cyrus 2015-07-17 17:27   좋아요 0 | URL
어떤 새는 무서워하세요? 비둘기? 요즘 비둘기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더군요. 새 떼가 하늘 위에 날거나 갑자기 다가오면 무섭긴 해요. ㅎㅎㅎ

도가도비상도 2015-07-17 0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심리철학에 나오는 감각질에 대한 사유실험 내용이네요 cyrus님 정말 엄청난 독서가시네요~

cyrus 2015-07-17 17:28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아직 안 읽은 책도 많고, 항상 공부하면서 새로운 걸 배운다는 마음으로 책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

프레이야 2015-07-17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강렬한 표지, 사은품으로 받은 북파우치랑 같아서 깜짝!! 리뷰 늘 참 좋아요^^

cyrus 2015-07-17 17:28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나온 책 중에서 표지가 제일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