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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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첫 문장을 우문(愚問)으로 시작해본다. 좋은 글쓰기란 무엇일까.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사고를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다른 이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쓰기의 의미는 이렇다. 그런데 이런 대답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좋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아도 좋은 글쓰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학교와 가정 그리고 기업에서 새삼스럽게 글쓰기 공부가 강조되고 있다. 일부 전문 집단이 지식을 독점하는 시대에서 정보의 대중화 사회, 대중적 의사 표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기 생각을 세상에 주장하고 다른 이를 설득할 수 있다. 과묵함이 미덕인 시대는 지나갔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다양한 지식도 글로 잘 표현해야 빛이 난다.

 

하지만 딱히 글쓰기 능력을 높이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서점에는 관련 서적들이 즐비하지만, 단시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은 어떤 책을 참고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오랜 고민 끝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선택했다면, 머리말과 목차를 꼭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여유로운 시간이 있다면, 1(‘논증의 미학’)2(‘글쓰기의 철칙’)까지 읽어보고 나서 이 책을 참고할 것인지 결정해도 좋다. 책은 안 팔려는 시대라고 하지만 좋은 글쓰기를 표방한 책만 해마다 100권 이상씩 출간되고 있다. 특히 유명한 저자가 쓴 글쓰기 책이 큰 인기를 얻는다. 저자의 이름을 달고 나온 글쓰기 책은 독자의 눈에 띄기 쉽다. 이제 막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초보 독자는 저자의 이름만 보고 이런 책만 있으면 글 잘 쓰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명성만 믿고 책을 선택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저자가 다른 글쓰기 관련 책을 최소 5권 이상은 읽어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을 알 수 있다. 문장 표현에 차이가 있을 뿐, 글 잘 쓰는 방법은 비슷하다. 책을 많이 읽어라, 지나치게 긴 문장은 단문으로 줄여서 고쳐 써라,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라는 등 이런 내용은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평범한 중학교 국어 선생님도 알려준다. 우리가 유명 저자의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 , 이렇게 글을 써야 하는구나!’라고 무릎을 치게 만든 글 쓰는 방법들이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알려주셨던 내용일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무작정 글쓰기 관련 책을 잔뜩 사서 읽는 것은 시간 낭비에 가깝다. 유명 저자가 알려주는 글쓰기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호하는 경향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이런 심리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감정 휴리스틱으로 볼 수 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 마시려면 버튼을 선택해야 한다. 고급 커피와 일반 커피라고 적혀 있는데, 간혹 두 커피의 값이 똑같다. 그런데 대부분 커피를 고르면 고급 커피 버튼을 누른다. 당연히 그게 더 고급일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두 커피의 품질 차이가 없는데도 감성적으로는 왠지 고급 커피가 더 맛있을 것 같고 더 좋은 원료를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이것이 감정 휴리스틱이다. 글쓰기 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저자 이름이 크게 달려 있거나 특별한 비법’, ‘누구나 30일 만에 글 잘 쓰게 만드는 책’, ‘작가 지망생이 가장 많이 찾는 글쓰기 책과 같은 홍보문구가 박힌 글쓰기 책이 무조건 좋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목차와 주요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담긴 글 잘 쓰는 방법들도 기존에 나왔던 글쓰기 책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다.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이라는 책의 홍보문구가 민망하다. 출판사는 저자가 단 한 번도 공개하지 못한 특별한 글쓰기 비결을 알려줄 것처럼 책을 소개했다. 하지만 243쪽에 저자가 아직 말하지 않은 영업기밀이 하나 더 있다고 언급한 내용은 이 책을 끝까지 믿었던 독자의 마음을 한순간에 허무하게 만든다.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써야 하는 마음가짐은 당연하다. 난해한 문장을 예시하기 위해 진은영의 문학의 아토포스와 그 책의 독자 서평 일부를 인용하면서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스럽다.

 

저자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썼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시와 소설 같은 문학 글쓰기를 원하는 독자는 이 책을 정독할 필요가 없다. 아니, 여기에 내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글쓰기 책을 여러 번 정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여러 번 글을 쓰고 난 뒤에 글 쓰는 능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글쓰기 책을 참고한다. 말 그대로 () 글쓰기, () 글쓰기 책 참고하는 방식이다. 일단 글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글이 잘 썼는지 못 썼는지 평가받을 수 있게 여러 사람 앞에서 완성된 글을 공개하면 좋다. 나름 잘 썼던 글이라 생각했는데 누군가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자존심이 상한다. 하지만 첨삭을 위한 타인의 평가는 자신의 글쓰기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혹평이 두려워서 직접 쓴 글을 혼자서 보물처럼 간직하면 절대로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확인할 수 없다. “인생은 실전이야!”라는 인터넷 유행어처럼, 글쓰기도 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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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6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7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5-06-2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구구절절 와닿지 않은 이야기가 없어요 ㅋ 특히 `글쓰기 책은 여러권 사읽을 필요가 없다`던 말은 여러권 글쓰기 책을 읽어봤던 제 경험으로도 정확한 말 같아요.

결국 쓰기란 실천하는것 인데 이걸 안하고 자꾸 방법만 캐낼려고 하니 글쓰기에 변화가 없어지는건 당연했던거 같다는 생각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은 애벌래가 변태의 과정을거쳐 나비가 되는것처럼 혼자만의 시간과 싸움인거 같은데 그게 참 어려운거 같아요 ^^

그리고 앞으로는 `감정휴리스틱` 을 조심해야겠다는 ㅋㅂㅋ,,

cyrus 2015-06-27 14:48   좋아요 0 | URL
글 잘 써야 취업이 성공된다, 승진 반영에 좋다, 글쓰기를 무조건 ‘스펙’과 ‘성공’으로 연관 짓다보니 요즘 글쓰기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쓰기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저자의 명성이나 출판사의 과장 광고를 믿고 책을 돈 주고 사는 독자가 많아집니다. 결국 출판사는 돈 먹는 배만 채우려고 하고, 양질의 책은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출판사의 상술에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

AgalmA 2015-06-29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행동경제학의 `감정 휴리스틱` 을 알게 됐을 때 이거 어디 적용해보고 싶다! 했는데, cyrus님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재밌게 적용하신 게 인상적이네요^^

cyrus 2015-06-29 17:55   좋아요 1 | URL
저도 ‘감정 휴리스틱’을 장하준 교수의 책을 통해서 알았어요! ^^

북다이제스터 2015-06-28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업 비밀`을 알려준다고 하고선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하니 독자는 뒷통수 맞은 격입니다(헌데 정답인듯 합니다). 제가 책 출간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유시민 정도면 출판사의 상술 제지 역량은 될텐데 그냥 책 좀 더 팔겠다고 묵과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구성에 새로운 것은 없지만 유시민 관점의 콘텐츠인 것은 인정합니다. 하다못해 추천서라도...

cyrus 2015-06-29 17:57   좋아요 1 | URL
유시민 씨의 책은 글을 여러 번 써본 독자에게는 ‘이미 아는 정답’으로 보였을 겁니다. 제가 별은 짜게 줬지만, 만약에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
 

 

 

 Scene #1 만인서림을 찾아서

 

 

며칠 전에 헌책방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만인서림'이라는 고서점을 알게 되었다. 만인서림을 소개한 글이 작성된 날은 작년이었다. 대구덕화중학교 근처에 있다는 정보만 적혀 있을 뿐, 정확한 주소와 전화번호는 없었다. 작은 가게 이름도 구글 지도에 검색하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만인서림은 구글 지도에 나오지 않았다. 이미 문 닫았거나 애초에 없었던 서점이었을까? 덕화중학교 근처라는 정보 하나를 믿고 직접 덕화중학교 부근으로 가봤다. 중학교를 중심으로 이어진 골목길 전체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만인서림을 찾지 못했다. 한 시간 동안 좁디좁은 미로 같은 골목길을 실컷 걸었다. 그러다 보니 자꾸 같은 길을 맴돌았다. 어제 날씨가 흐려서 망정이지 대구의 찜질방 날씨였으면 땀에 젖은 파김치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Scene #2  새 주인을 만난 월계서점

 

 

서점을 찾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남문시장 근처에 있는 헌책방 거리에 향했다. 지금까지 남문시장에 남아있는 헌책방은 총 네 곳. 그중에 코스모스북이 헌책방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고,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코스모스북 건물 뒤편에 대도서점, 해바라기서점, 월계서점이 있다. 여기서 내가 자주 찾는 헌책방이 월계서점이다. 코스모스북이 나머지 세 곳의 헌책방보다 건물 면적이 넓고, 책의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코스모스북에서 파는 책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이유로 이곳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코스모스북에 방문하여 책을 산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사는 책들이 주로 절판된 것이라서 가격이 조금 높을 거라고 이미 예상하기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높게 매긴 책값이 아니라면 불만 없이 낸다. 그래서 지금까지 헌책방에 책을 사면서 주인에게 책값을 흥정하거나 깎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주인을 설득시킬 정도로 말주변이 있는 것도 아니며 돈 때문에 서로 간에 얼굴을 붉히는 것을 싫어한다.

 

코스모스북 다음에 건물 면적이 넓은 헌책방이 월계서점이다. 코스모스북의 명성이 높아서 그런지 월계서점에 찾는 손님의 발길은 적다. 또 가게에 새로 들어오는 책도 많지 않다. 대학생 자녀를 둔 아주머니가 월계서점을 혼자서 맡고 계셨는데 가게 안에 책이 너무 많아 손님이 파는 책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한 달 전에 월계서점에 방문했을 때 아주머니가 서점 일에 손을 뗄 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일을 그만두셨다. 어제 월계서점을 방문했을 때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아저씨께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단골 헌책방 주인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거나 문을 닫는 상황을 가끔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막상 아주머니가 없는 헌책방에 들어서니까 기분이 묘했다. 아주머니에게 인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주인이 바뀌니까 가게 내부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책장 사이의 공간이 비좁았다. 가게 내부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책장 사이의 공간이 조금 넓혀졌다. 상체를 수그리면서 책장 제일 아랫부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손님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분야별로 책을 정리했고, 책장마다 책 분야를 표시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고르는 손님을 위해서 플라스틱 의자 세 개와 각 휴지를 마련해놓았다. 의자에 앉아서 편안하게 책을 읽다가 손에 묻은 먼지를 휴지로 닦을 수 있다. 작은 것마저 소홀히 하지 않고 손님을 배려하는 주인아저씨의 마음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고르고 난 뒤에 나는 주인아저씨에게 가게 내부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칭찬을 건넸다. 그리고 어쩌다가 헌책방을 맡게 되었는지 조심스럽게 여쭈어봤다. 주인아저씨는 대전에 있는 한밭서점에서 15년 동안 일하다가 대구에 오게 되었다. 자신의 집 지하 창고에 책이 잔뜩 쌓여 있어서 그중에 괜찮은 책들을 헌책방에 둘 예정이란다. 그래서 책값을 싸게 해줄 테니 자주 찾아오라는 당부의 말씀을 빼놓지 않았다. 주인아저씨는 내가 가게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연신 '책을 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셨다.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짠하다. 가게 경영의 어려움 속에서도 얼마 안 되는 단골손님을 위해서 헌책방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분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싶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책 몇 권을 사는 것이 전부라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Scene #3 독자서평이 없는 책, 헌책방에 있는 도서관 책

 

 

 

 

 

 

어제 월계서점에 고른 책은 총 7권이다. 평소보다 많이 샀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들이 눈에 보여서 책값이 조금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책값은 12000원이었다. 주인아저씨가 정말 값을 싸게 매겨줬다. 내가 고른 책은 다음과 같다.

 

 

* 찰스 부코스키 《미친 시인의 사랑》(자유사상사, 1992)

* 그렉 베어 《블러드 뮤직》(움직이는책, 1992)

* 정태원 역 《에드가상 수상작품집 3》(명지사, 1993)

* 미첼 슬렁 외 《호러 사일런스》(고려문화사, 1994)

* 잉에보르크 바흐만 《맨하탄의 선신》(한국문연, 1987)

* 니겔 도드 《돈의 사회학》(일신사, 2002)

* 폴 비릴리오 《전쟁과 영화》(한나래, 2004)

 

 

7권 다 절판된 책이다. 특히 부코스키의 《미친 시인의 사랑》은 알라딘 중고샵에서 정가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는 귀한 책이며 《블러드 뮤직》, 《에드가상 수상작품집 3》, 《호러 사일런스》는 장르문학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

 

그렉 베어의 《블러드 뮤직》은 예전에 SF소설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1985년에 발표된 《블러드 뮤직》로 그렉 베어는 최고의 과학소설을 쓴 작가에게 주는 휴고 상과 네뷸러 상을 동시에 받았다. 《호러 사일런스》는 공포와 에로가 결합한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이 책에 '사이코'의 원작자인 로버트 블록, J.G. 발라드 같은 걸출한 작가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에드가상은 미국 추리소설가들에게 주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으며 장편과 단편을 포함한 장르별로 최우수 작품을 선정한다. 명지사에서 나온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은 총 4권. 추리소설 번역가로 유명한 정태원 씨가 번역했고, 최우수 단편작품만 수록되었는데 1권에 1947~1960년 수상작, 2권에 1961~1975년 수상작, 3권에 1976~1987년 수상작, 4권에 1993년 수상작까지 실려 있다. 지금보다 추리문학에 대한 관심이 낮은 1990년대 초반에 권위 있는 외국 장르문학 수상작품만 모아서 4권까지 출간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맨하탄의 선신》은 바흐만의 희곡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류 작가 바흐만은 전혜린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 소개돼 많이 알려졌다.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바흐만의 시에서 책 제목을 따온 것이다. 《삼십세》(문예출판사, 1995)가 독자가 많이 찾는 바흐만의 작품이다. 바흐만은 소설 이외에도 시, 희곡, 산문을 남겼는데 시집과 희곡은 오래전에 번역됐으나 이제는 구하기 힘들어졌다. '만하탄의 선신'이라는 제목으로 1974년에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적이 있다. '월간 현대시'를 발간하는 한국문연이 바흐만 전집을 기획했던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니겔 도드의 《돈의 사회학》은 이 책을 패기 있게 소개한 홍보문구에 혹해서 골랐다.

 

 

"도드는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에서 나타난 돈의 본질에 대한 관념들에 체계적인 비평을 가하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분기되어 나가는가를 고려한다. 그가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짐멜, 파슨스, 하버마스, 기든스와 같은 탁월한 사회이론가들의 저작에서 나타난 돈의 역할이다. 도드의 결론에 따르면, 이같은 학자들 중 누구도 근대사회에서의 돈의 성격과 의미에 대해 만족할 만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는 화폐교환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발전시킨다."

 

 

놀랍게도 알라딘에 《돈의 사회학》 서평이 단 한 편도 없다. 제목과 목차만 봐도 읽을 만한 가치가 높은 책으로 짐작한다. 폴 비릴리오의 《전쟁과 영화》는 전쟁이 영화에서 어떻게 결합하였고, 이러한 과정이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그런데 헌책방에 있던 《전쟁과 영화》는 대구대봉도서관에서 온 책이었다. 간혹 헌책방에는 공공도서관에 있어야 할 책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책 속지나 배면에 도서관 직인이 찍혀 있고, 도서번호가 적힌 라벨이 책등에 그대로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전쟁과 영화》 속지에 이 책을 월계서점에서 구입한 사람의 필체로 보이는 낙서를 발견했다. 이 책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다. 속지에 있는 도서관 직인을 통해서 책이 2004년 5월 29일에 대봉도서관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04년 8월 23일에 월계서점 책장에 꽂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2004년 6월부터 8월 사이에 《전쟁과 영화》를 빌렸던 사람이 도서관에 반납하지 않았던가 보다. 도서관으로 돌아가지 못한 책은 헌책방에 팔리게 되었다. 배면에 있는 도서관 직인을 수정 펜으로 지운 흔적이 있는데 도서관 반납 연체자가 지웠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이 오랫동안 새 주인의 책장을 지켜줬으면 좋으련만 어찌 된 일인지 다시 월계서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책 주인은 이 책의 번역이 실망스러워 책을 팔았던 것일까? 아니면 평소에 손이 가는 책이 아니라서 미련 없이 판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헌책방에 가면 귀한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친 박복한 책이 많다. 《돈의 사회학》처럼 독자서평 한 편 없이 사라진 책도 있다. 먼지에 파묻힌 책에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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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6-2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남문시장 근처에 헌책방이 아직 남아있군요. 옛날에 수학정석, 성문종합영어 이런 참고서 팔아먹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cyrus 2015-06-26 13:53   좋아요 0 | URL
코스모스북에 그나마 많이 찾는 손님이 교과서, 대학교재를 사거나 파는 학생들이에요. ^^

북다이제스터 2015-06-2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사람처럼 박복한 경우가 많네요. 사람이나 책 모두 자신을 알아 보는 사람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5-06-26 13:5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책은 그 책을 읽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가는 것이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5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셀러보다는 이런 책 서평을 많이 해야 겠습니다.

참... 굴고 시인의 여자들은 열린책들에서 여자들`로 나왔죠 ?

전쟁과 영화도 그렇고 정말 알짜배기 책을 고르셨네요...

cyrus 2015-06-26 14:03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책이 헌책방에 가면 찾을 수 있어서 이런 재미로 헌책방을 찾는 것 같습니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만나게 된 지인 덕분에 부코스키의 소설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헌책방에 부코스키의 책이 읽어서 얼른 집어 들었어요. <미친 시인의 사랑> 판본이 궁금해서 어제 검색해봤는데요, <미친 시인의 사랑>은 단편집인데 2000년에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 그 첫 번째>(바다출판사)라는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더라고요. <시인의 여자>의 개정판이 <여자들>(열린책들)이 맞습니다. 부코스키 팬이었던 지인이 <우체국>와 <여자들>을 읽어보라고 추천한 적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부코스키의 소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나와같다면 2015-06-2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정말 짠합니다..
cyrus님도 마음이 여리군요..

cyrus 2015-06-26 14:07   좋아요 0 | URL
사계절 내내 헌책방 안에서 외롭게 앉아 있거나 간혹 책 파는 손님들에게 군말없이 핀잔을 듣는 헌책방 주인을 가까이서 보면 안쓰럽습니다.

간서치 2015-06-2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책이 하려고 했던 말을.. 주인 아저씨가 대신 해준 게 아닐까요? 책를 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식으로듴 누군가가 다시 사서 잘 읽어주면 감사할테니까요..

cyrus 2015-06-26 14:10   좋아요 0 | URL
헌책방에 책을 고를 때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읽어야 할 책인지 확인합니다. 웬만하면 헌책방에 샀던 책을 다시 팔거나 버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낭만인생 2015-06-26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게도 알라딘에 《돈의 사회학》 서평이 단 한 편도 없다.˝ 저도 책을 알고 싶어 알라딘에서 검색해 보면 석 좋은 책인데 서평이 하나도 없는 책들이 많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많이 놀랍니다. 헌책방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재미를 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5-06-26 14:12   좋아요 0 | URL
독자 서평이 한 편도 없는 책을 만나면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파트라슈 2015-06-26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대교 쪽에 합동북 가 보셨습니까 여기 책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cyrus 2015-06-26 14:14   좋아요 0 | URL
제가 살면서 처음 가본 헌책방이 합동북입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기분이 우울했을 때 한 번 합동북에 책 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헌책방의 매력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

에이바 2015-06-2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헌 책방 순례기를 볼 때 마다 놀라워요. 어쩜 이렇게 보물들을 찾아내시는지! 부코스키의 <미친 시인의 사랑> 부럽습니다. <팩토텀>, <우체국>, <여자들> 이렇게 세 편은 가지고 있는데 시집은 하나도 없어요~ 원서를 사야 하나. <미친 시인의 사랑> 원제는 더 노골적이네요. <Erections, Ejaculations, Exhibitions and General Tales of Ordinary Madness (1972)>

cyrus 2015-06-26 14:17   좋아요 0 | URL
헌책방을 좋아하는 분들이 만든 블로그 덕분에 제가 헌책방과 절판본에 관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헌책방의 매력을 접하게 될 다음 사람들을 위해서 부족하게나마 기록을 남기려고 합니다. <미친 시인의 사랑>을 구한 어느 헌책방 마니아가 이 소설은 야한 내용이 가득하다고 소개했어요. 그래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구입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에이바 2015-06-29 20:54   좋아요 0 | URL
부코스키 책 중 야하기로는 <여자들>이 제일 야해요. 야한 와중에 뭔가 깨달음이 있는... 전철에서 읽다가 얼굴이 화끈거려서 책장을 덮었습니다.ㅎㅎ;;; <우체국>이 제일 재밌었고요.

페크pek0501 2015-06-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음직스럽게 느껴지는 밥상이라고 할까요... 월계서점에서 고른 책 7권의 목록이 어쩌면 그렇게 구매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지...
책 제목 때문인지 글씨체 때문인지 네모 친 선 때문인지... 아리송해요.ㅋ

cyrus 2015-06-26 14:18   좋아요 0 | URL
북플에 있는 책 인증샷을 보게 되면 저 사진 속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예전에 헌책방 마니아의 블로그를 봤을 때 저도 페크님처럼 생각했어요. ㅎㅎㅎ

stella.K 2015-06-2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지 묻은 책 내 방에도 한가득이야.
난 왜 그리도 책에 지은 죄가 많은지.ㅠ
못 읽으면 만져라도 주고, 눈이라도 마주쳐 주자고 생각하고 있어.
책이라는 게 참 신기한게 좋은 책도 많긴한데
유독 심쿵하게 만드는 책이 눈에 띈다는 거야.
그러면서 날 데려가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아.
그럼 이 책을 집으로 가져가야 해.
너도 저 7권의 책 그래서 가져왔을 거라고 생각해.ㅎㅎ

cyrus 2015-06-26 14: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집에 안 읽는 책이 많은 걸 알면서도 좋은 책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
 

 

 

[<광복70년> 대구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8월 개관]

연합뉴스, 2015년 6월 24일

 

 

 

 

저는 대구에 쭉 살면서 이런 의미 있는 건물이 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대구에도 위안부 역사관이 문을 연다고 합니다. 위안부 역사관이 서울, 부산 등에 있어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방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구 위안부 역사관 설립 소식이 반갑습니다.

 

역사관 설립비용 절반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라는 시민단체의 브랜드인 ‘희움’(‘희망을 꽃피움’의 준말) 판매 수익금에서 나왔습니다. ‘희움’은 클러치 백과 파우치, 엽서뿐만 아니라 위안부 팔찌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굵은 글씨체로 된 '희움'을 클릭하면 희움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역사관 설립이 결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2010년에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의 유산 절반이 사업비에 포함되었으나 이 비용만으로 역사관을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지방정부가 모자란 역사관 설립 사업비를 지원해 줄 것을 제안했으나 대구시가 본격적으로 사업비를 지원하기까지 3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현재 역사관은 거의 완공되었으며 광복 70주년이 되는 8월 15일 대구 중구 서로문에 개관합니다. 건물 이름은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입니다. 건물은 1920년대에 만들어진 일본식 적산가옥을 개조했습니다. 적산가옥이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서 하필이면 이런 건물을 역사관으로 사용되어야 하느냐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역사관 건물을 개조한 결정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식 적산가옥도 과거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오래된 문화유산입니다. 그것을 보면서 점점 잊혀가는 가슴 아픈 역사를 환기할 수 있습니다. 역사관은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게 크고 화려하게 지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겉에만 중점을 둔 채 건물을 만들게 되면, 재정난이 더 늘어납니다. 그렇게 되면 희움 위안부 역사관은 올해 문을 열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위안부 할머니의 수는 50명입니다. 그런데도 위안부 역사관이 대구를 포함해서 고작 4곳에 불과한 이 땅의 현실은 지방정부가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역사의 가치를 지켜내고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대구에 가게 된다면 위안부 역사관을 꼭 찾아주십시오.

 

 

 

 

※ 어제(2015.6.24) 위안부 피해자 김연희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로써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는 49명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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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5-06-24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움에코백 예뻐요*

cyrus 2015-06-25 19:33   좋아요 1 | URL
희움 홈페이지 에코벡을 살려고 합니다. ^^

AgalmA 2015-06-24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재석씨 위안부 할머니분들 위해 꾸준히 기부 많이 하던데 좋은 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cyrus 2015-06-25 19: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위안부 문제에 관심 있는 척만 하는 정치인 여러 명보다 유재석이 훨씬 더 낫습니다.

제이 2015-06-24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항상 잘보고 있어요

cyrus 2015-06-25 19:3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오후즈음 2015-06-24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움 에코백을 구매을 많이 해야겠네요. 결국 이 모든것은 나라가 아니라 그들을 아끼는 사람들에 의해 세워지는건가봐요.

cyrus 2015-06-25 19:36   좋아요 0 | URL
저도 하나 구입하려고 합니다. ^^

:Dora 2015-06-25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팔찌랑 사려고요 ...인증샷 찍어 올리기로 ㅋㅋ

:Dora 2015-06-25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가지 팁을 드리며...위안부할머니 돕는 화장품도 있음 방앗간

cyrus 2015-06-25 19:44   좋아요 1 | URL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재스민님. ^^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다. 인간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고, 욕망의 충족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 인간의 행동 기저에는 욕망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욕망은 인간에게 본능적인 것으로,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원리에서 이해된다. 자신도 모르게 행동하는 무의식은 대개 역동성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욕망에 심각한 결핍이 생기면 병리적 차원으로 이행돼 삶이 짓눌릴 뿐 아니라 거기에 압도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속 주인공은 욕구 결핍을 채우려다 클래식 음악에 빠져들었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낙담해 사방이 완전히 차단된 밀폐된 방에서 혼자 음악을 듣고, 멀리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것이다. 그는 욕망의 빈 곳을 채우려는 동경에서 실패해 음악으로 달랜다. 욕망의 빈 곳이란 일종의 심리적 결핍, 애정 결핍을 의미한다. 여기서 콘트라베이스는 주인공이 욕망의 결핍을 없애고, 심리적·정신적 안정을 받으려고 정복하는 대상이다. 주인공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자신의 상황을 콘트라베이스와 동일화한다.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큰 몸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트라이트를 거의 받지 못하는 악기다. 주인공은 콘트라베이스를 세상에 있는 모든 악기 중에서 제일 못생기고, 우아하지 못한 악기라고 말한다. 오케스트라 악단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고, 자신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현실을 스스로 잘 알기에 괜히 애꿎은 콘트라베이스를 경멸한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바라는 인정과 사랑의 욕망은 간단하게 충족되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오페라의 단역배우 세라는 유명한 성악가의 식사초대를 받아 값비싼 생선요리를 먹으러 다니는 도도한 여자다. 그는 자신의 존재와 사랑을 그녀에게 알리기 위한 고육지책을 마련한다. 유명 인사들이 지켜보는 연주 무대에서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부르려는 것이다. 주인공은 용기만 있다면 무모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얼핏 보면 세상 언저리에 맴돌기만 했던 주인공이 희망을 원하는 몸부림을 펼칠 거라는 기대감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주인공과 세라와의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해도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할 것이다. 주인공은 더블베이스와 음악을 사랑했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불행하게도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욕망의 빈 곳을 채울 수 있다고 착각한다. 충족에 집착하는 욕망의 원인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한 번 주인공의 정상적인 생활을 흐트러뜨리고 삶의 질서를 교란시킨다. 과거에서 겪었던 절망이나 좌절 때문에 과도한 욕망은 제 생각 이상으로 변환되거나 변질해 혼란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 생각하면 욕망과 결핍의 상관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원인을 누가 쉽게 깨달아 알 수 있겠는가. 더욱이 욕망의 원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매우 잔인한 법칙이다. 그러므로 주인공은 현실과 동떨어진 욕망에 더욱 이끌린다. 위험한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자신의 무의식에서 약동하는 욕망을 잘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욕망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욕망에 압도돼 욕망에 조종당하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자신도 모르게 소외감의 원인을 남 탓 또는 콘트라베이스로 돌리는 주인공의 투사적 행동이나 태도가 바로 주인공의 내면에서 약동하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세력으로서의 욕망이다.

 

욕망이 결핍을 부르고 결핍이 다시 욕망을 부추긴다. 사람들이 제일 먼저 경험하고 계속 반복해서 느끼는 욕망의 결핍은 배고픔과 갈증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음보다 몸에서 먼저 느끼기 때문인데, 이런 시각에 어머니와의 관계를 지나칠 수 없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음악 애호가였지만, 주인공 본인은 자신이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술회한다. 자기를 사랑해주지 않은 가족에 대한 적개심으로 주인공은 공무원이 아닌 예술가가 되리라 결심했고, 독주가 흔하지 않은 악기로 콘트라베이스를 선택했다. 콘트라베이스의 형상은 허리가 잘록한 여성의 신체와 흡사해서 여성스러운 악기로 인식한다. 주인공은 콘트라베이스의 형상에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을 상상한다. 어린 시기와 관련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은 명쾌하지 않은 점이 문제지만, 어머니의 가슴과 그 대체물이 아이를 안심시키고 쾌락을 가져다준 최초의 대상으로 본다. 적어도 최초의 사랑의 대상이라는 어머니와의 접촉을 통해 충족을 원하는 심리적 특성이 충족으로 지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정신분석학 외에도 일반심리학조차 성장하는 아동기의 신체접촉 결핍이 정신적인 결핍으로 이어진다고 인정한다. 성장기에 어머니와의 친밀한 접촉이 부족한 경우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는 문제가 생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제공한 애착이란 대개 안전함, 따뜻한 사랑의 열기, 다른 사람이 그를 맞아줄 때 느끼는 자기애에서 나오는 확증함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안정감이다. 칼 융은 술을 많이 마시는 행동이 모성애의 그리움을 반영하는 것이라 했다. 주인공이 말하는 도중에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그가 모성 결핍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들려주면서 독자들 앞에서 넋두리를 늘어놓는 주인공의 모습은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만 울리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요즘 자신의 신체 부위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서 감상평을 주고받는 몸매품평 놀이가 유행이라고 한다. 자존감이 낮거나 애정결핍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 이 놀이에 더 잘, 더 깊숙이 빠져들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자신의 신체 일부나 다름없는 콘트라베이스 선율을 독자들 앞에서 들려주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호소한다. 주인공은 이 세상에서 내 말을 가장 잘 들어준 유일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애정결핍 증세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건강한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블랙홀처럼 뻥 뚫려 있는 욕망의 빈 곳을 사랑으로 채우기 전에 먼저 아직 남아 있는 상처와 결핍의 문제를 진실하게 인정하고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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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6-2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작품으론 <콘트라베이스>와 <좀머씨 이야기>, 두 작품을 읽었어요.
님의 서재에서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댓글 남깁니다. 오래된 책이라...

<콘트라베이스>는 어느 부분에서 꽤 감동적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보잘 것 없음의 승리? 뭐 그런 메시지를 받었던 기억이 있어요. 맞나요?
정리를 해 놓지 않으니 제 기억력을 믿을 수 없지만... 아, 이래서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그랬던 기억은 확실히 있어요.

cyrus 2015-06-24 20:32   좋아요 0 | URL
저는 <콘트라베이스>를 처음 읽었을 때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마도 페크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이 제가 생각한 것과 같을 겁니다. 주인공이 무대 위에서 세라의 이름을 외칠 거라고 다짐하면서 모노드라마가 끝이 납니다. 저는 그 부분이 희망을 암시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주인공의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 불쌍했습니다. ^^;;

qualia 2015-06-23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욕망과 결핍의 문제는 현대 신경과학과 뇌과학적 설명을 곁들이면 더욱 흥미로워질 듯합니다. 프로이트/융 학설도 신경정신분석학으로 (일부) 증명이 되고 있다고 하던데요. 앞으로 cyrus 님의 글쓰기에 신경과학/뇌과학적 지식이 접목되리라 예상되는군요~.

cyrus 2015-06-24 20:33   좋아요 0 | URL
제가 신경과학, 뇌과학에 박식하지 못해서 수준 높은 글을 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qualia님의 말씀 덕분에 이번 기회에 뇌과학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슬비 2015-06-24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시사인을 읽고 있는 부분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에 관한 내용을 읽고 다시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cyrus님 페이퍼를 보니 더 반갑네요.^^

cyrus 2015-06-24 20:37   좋아요 0 | URL
<콘트라베이스>가 쥐스킨트의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향수>와 <좀머씨 이야기>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고, 쥐스킨트의 소설 중에서 재미없는 이야기로 평가받습니다. 사실 모노드라마 같은 무대극은 직접 공연으로 봐야 재미있습니다. 몇 년 전에 명계남 씨가 <콘트라베이스>의 주인공 역을 맡아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공연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만약에 다시 공연할 기회가 있으면 꼭 보고 싶습니다. ^^
 
고야, 영혼의 거울 - 개정판 다빈치 art 6
프란시스코 데 고야 지음, 이은희.최지영 옮김 / 다빈치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번 달 초부터 스페인의 화가 고야를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에 고야의 삶과 미술 세계를 소개한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5년 전에 읽었던 《고야, 영혼의 거울》도 오랜만에 펴봤다. 《고야, 영혼의 거울》은 2001년에 출간되었고 10년 뒤에 개정판이 나왔다. 재미있게도 《고야, 영혼의 거울》 구판의 서평을 마지막으로 쓴 사람은 나였다. 서평을 읽어 봤다. 역시 몇 년 전에 쓴 글을 읽으면 마치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 벌거벗은 채 찍었던 돌 사진을 보는 것 같다. 고작 몇 줄을 읽었을 뿐인데 부끄러움이 벌써 내 얼굴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고 있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1799년)

 

《고야, 영혼의 거울》 개정판을 다 읽고 난 다음에 5년 전에 썼던 서평을 읽어봤다. 서평 내용이 부실했다. 책, 아니 고야를 제대로 소개하지 않았고, 중구난방 고야의 그림 달랑 몇 점 소개하는 데 그쳤다. 그림을 제멋대로 해석한 채 고야의 미술 세계를 함부로 단정하는 오류도 저질렀다.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1799년)가 수록된 판화집 「변덕」(Los Caprichos)은 미신과 흑마술에 사로잡혀 이성이 압도당한 인간상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사회의 부조리가 만나서 생긴 사회의 불순물은 우스꽝스럽거나 그로테스크한 인간 혹은 추악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형되어 관람객 앞에 등장한다.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는 이성을 지배하는 몽상과 환상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환상과 이성이 만나면 새로운 예술이 등장할 것임을 예찬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함축한다. 그런데 나는 그림 제목만 보고 몽상에 마비된 이성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썼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카를로스 4세 가족」(1800년)

 

 

지금까지 나는 《고야, 영혼의 거울》 한 권만 읽고 나서 고야를 제대로 안다고 착각했다. 고야를 친 프랑스파라고 단정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스페인 왕정에 개입하면서 유럽 패권을 향한 탐욕의 손을 뻗치려고 했을 때, 고야는 수석 궁정화가로서 왕족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정계에 몸을 담은 귀족들까지도 깊이 친분을 맺고 있던 터라 고야의 주변에는 구체제를 옹호하는 기성세력과 프랑스 혁명과 계몽사상에 매료되어 구체제에 불만을 품은 자유주의 세력이 있었다. 카를로스 4세가 다스리던 스페인도 프랑스에서 휘몰아치는 혁명의 바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유럽 전역에서 울리는 변화의 진동에 무감했으며 통치 능력이 부족했던 카를로스 4세는 스페인의 재상이자 왕비의 내연남인 마누엘 데 고도이에게 통치를 위임한다. 이로 인해 스페인은 프랑스의 개입 앞에 힘을 제대로 못 쓰는 식물 국가가 전락한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형 조제프 보나파르트가 스페인 왕임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했고 지배계층의 권력욕에 신물이 나던 고야는 궁정화가 임무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왕실의 그림 주문을 단번에 거절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프랑스인 스페인 왕 조제프는 구체제 타파에 목표를 두는 노선을 추구했으니 고야는 반신반의 그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심은 스페인을 쥐락펴락하는 프랑스를 외면했고, 나폴레옹은 자주독립을 갈망하는 스페인 민중 앞에 총칼을 들이댔다. 이 시기가 고야에게는 내적으로 무척 혼란스럽고 복잡했던 시기였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1808년 5월 3일」(1814년) 

 

고야는 궁정 사람들을 위해서 화려한 그림을 그리면서도 스페인 민중을 잔인하게 억압하는 프랑스군과 이를 묵인하는 친프랑스파 세력을 경멸하여 동판화 연작 「전쟁의 참화」까지 제작했다. 수석 궁정화가 고야의 업적만 본다면 그를 권력에 기대어 자신의 예술 창작욕을 채우는 기회주의자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전쟁의 참화」나 「1808년 5월 3일」(1814년) 같은 전쟁의 광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을 본다면 붓을 무기로 삼은 고야의 저항 의식을 확인하게 된다. 어쨌든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고야를 무조건 친프랑스파 혹은 기회주의자로 보는 것은 편협한 평가다. 스페인의 최고 화가로 군림했던 고야도 재정적 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부채에 시달리던 고야는 수입을 얻기 위해 왕 앞에서 손에 붓을 쥐어야 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마르틴 사파테르」(1797년)

 

 

고야와 마르틴 사파테르의 우정은 고흐와 테오 형제와 함께 서양미술사에서 기억해야 할 브로맨스(bromance)다. 고야가 사파테르에게 보년 편지글은 고야 한 사람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헌자료이다. 고야와 사파테르의 서신 왕래는 사파테르가 사망할 때까지 무려 20여 년 동안 이어졌다. 고야의 편지에는 그림 작업의 진전 상황이나 가족 안부 그리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귀족들과 함께했던 사냥 활동까지 사소한 일상들을 일일이 보고하듯이 적혀 있다. 고야는 사파테르를 아내나 연인을 지칭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썼는데, 사파테르와의 각별한 우정이 얼마나 깊은지 말해주고 있다. 고야가 얼마나 사파테르를 좋아하느냐면, 자신의 아내가 예정일보다 일찍 출산하게 되자 사파테르를 일찍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감정을 드러낼 정도다. 고야의 아내는 고야가 이름을 날리기 전에 수석 궁정화가로 인정받았던 프란시스코 바예우의 여동생이다. 성공에 대한 집념이 뚜렷했던 고야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바예우와 친분을 맺었지만, 바예우가 자신보다 조금 더 잘되는 꼴을 보지 못했다. 바예우 때문에 자신의 앞길이 막힐 뻔한 일에 자존심 상한 감정을 사파테르에게 보내는 편지에게 드러내기도 했다. 고야 입장에서는 처남에 대한 불만을 아내에게 쉽게 터놓을 수 없었다. 바예우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아내와의 사랑보다는 자신의 진솔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파테르의 우정을 더 중요시하게 여긴 듯하다. 사파테르는 성공과 명예를 얻기 위해 이미 전쟁 같은 삶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던 고야를 제대로 이해해준 유일한 사람이다. 어쩌면 고야는 하루하루 내면에서 일던 감정의 폭풍우를 잠재우고 싶은 마음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휴식같은 친구'를 더 가까이 두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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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렇게 생각의 뿌리가 다양하게 뻗으시는지! 서양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셔서 많이 배워가면서도 참 부럽습니다. 방대한 호기심 닮고 싶네요 ㅋㅂㅋ,,

cyrus 2015-06-23 19:39   좋아요 0 | URL
저는 <마의 산>을 완독하시는 해피북님의 인내심을 닮고 싶습니다. ^^

에이바 2015-06-2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야의 정치관은 꽤 복잡하지요. 지난 리뷰를 돌아보는 모습이 멋집니다. 고야와 사파테르.. 소울메이트인가요?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cyrus님의 소개로만 보면 아내가 불쌍해요. 이길 수 없는 우정이여! ㅠㅠ

수이 2015-06-23 10:09   좋아요 0 | URL
우정에는 이길 수 없죠_ 사랑은_ 근본적으로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있어도 우정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봅니다.

에이바 2015-06-23 10:20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어쩌면 사랑의 궁극적 모습은 우정일지 모르겠어요. 우정도 사랑을 기반한 것이고.. 제가 아내가 불쌍하다고 한건 (그 시대 보편적이었겠지만) 출세를 위한 혼인-결합이었고.. 처남에 대한 고야에 열등감이 아내에 투사되었다는 부분 때문에요. 거장의 솔직함에서 인간적 면모가 느껴지고요.

수이 2015-06-23 10:21   좋아요 1 | URL
응_ 저도 에이바님의 생각에 절대 공감_ :) 변하지 않는 우정_ 사랑은 인간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테마 같아요.

cyrus 2015-06-23 19:47   좋아요 0 | URL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동성애 관계처럼 보이는데, 아쉽게도 사파테르의 답장을 남아 있지 않아서 이들의 친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고야의 아내에 관한 문헌도 없더군요. 아마도 고야는 아내를 애 낳는 여자 정도로 여겼을 것 같습니다.

라스콜린 2015-06-2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 ^

cyrus 2015-06-23 19:4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단발머리 2015-06-25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계신 cyrus님 서재에 오면, 저도 덩달아 여러 분야에 대해 귀동냥하게 되네요. 오늘은 고야 사진도 보고, 오랜만에 <1808년 5월 3일>도 보게 되구요.
잘 읽고 갑니다.~~

제 방에는 아이유가, cyrus님 방에는 고야가^^

cyrus 2015-06-26 14:2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