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있다.

 


1. 혹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가능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글을 쓰고 싶은데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2. ‘어디 갔었어의 짧은 글 이전에, 내가 쓴 글이 강제적 이성애와 무성애의 섬 (feat. 수하님)’이었다는 걸 기억하면서 썼다. 그 글에서 내가 생각했던 지점, 즉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어니즘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의 무성애 (청정) 지역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 소설을 읽었다는 뜻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실명한 사람들이 정신 병원에 격리되는 과정에서부터 그곳에서의 처참한 모습들은 아우슈비츠와 꼭 닮아있다. 그 순간, 그 모습들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한 사람은 눈이 멀지 않았다. 그 지옥 같은 아수라장에서 그녀가 말한다.

 


안과 의사의 부인인 이 여자는 지칠 줄 모르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완전히 인간답게 살 수 없다면, 적어도 완전히 동물처럼 살지는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합시다. (168)

 



인간답다는 건 어떤 것일까. 우리는 인간도 동물이라는 걸 안다. 온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도 부족한 맹목적인 인간 중심주의. 오랫동안 아니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제 더는 부인할 수 없다. 인간도 동물이다. 그저 동물의 한 종류일 뿐이다. 그렇다면 동물인 우리 인간은 어느 때에, 인간 아닌 동물이 되는 걸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뭘까. 욕망 발현의 한계점을 어디에 두어야 인간인가. 어디에 두면 동물인가.

 

 


너무 옛날 모델이라 부끄럽기는 하지만, 지금 기억나는 게 이것밖에 없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에 의하면, 인간은 아래쪽에서부터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소속의 욕구, 자기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눈먼 자들이 격리된 정신 병원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마저 위협받는 곳이다. 생리적 욕구는 ‘breathing, food, water, sex, sleep, homeostasis(항상성), excretion(배설)’에 대한 욕구를 뜻한다.

 


나는 먹는 것보다 자는 걸 선택하는 사람이다. 배고픈 건 참을 수 있지만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견디지 못한다. 잠을 4-5시간밖에 자지 못한 그다음 날에는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팔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괜찮고, 내가 차려서 먹어야 한다면, 귀찮음과 배고픔 중에 항상 귀찮음의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재 상황에서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고, 시간이 남아돌고, 미래의 내가 배고픔으로 고통당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내게 가장 큰 고통은 배고픔이 될 것이고, 나는 음식에 대한 욕구와 욕망으로 가득 찰 것이다. 내게 가장 강력한 욕망은 음식을 향할 것이다.

 


이 소설 속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눈먼 이들은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은 채,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격리되었고, 언제 음식이 공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인간으로서 존재하기에 충분한 양의 기초적인 재화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들에게는 ‘breathing, food, water, sex, sleep, homeostasis(항상성), excretion(배설)’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렬했다. 그중에서도 그들을 가장 강력하게 사로잡은 건 음식에 대한 욕구였을 것이다. 그랬던 그들에게 외부의 압력이 작용한다. 음식을 얻는 것에만 몰두했던 그들이, 오로지 먹을 것만 생각했던 그들이……

 


각 병실에서는 서로 점차 익숙해지면서 관능적인 욕구가 시들해지고 있었는데, 피해갈 수 없는 임박한 수모의 위협이 자극제가 되면서 갑자기 그 욕구가 기승을 부렸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빼앗기기 전에 그 몸에 자신의 표식을 남기려고 필사적인 것 같았다. 여자들은 가능하면 거부하고 싶은 감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 속에 자발적으로 경험하는 감각들을 가득 채워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243)

 

 

예전에 참여했던 온라인 독서 모임에서 지도 선생님은 밀란 쿤데라의 말을 인용하며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문학을 봐서는 안 된다고 내게 충고하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님의 지적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내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고, (어쩌면 그래서) 선생님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아무튼 선생님은 나의 이 생각을 영원히 모르실 테고. 그보다는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그 말을 떠올렸다.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문학을 봐서는 안 된다.

 


정확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246쪽에서 247쪽까지다. 이 소설은 포르투갈어로 쓰였지만, 이 책의 번역자는 믿고 읽는정영목 님이시고. 나는 한글로 이 소설을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어서, 이 두 쪽을 세 번 정도 읽은 것 같다. , 이게 정말. 말이 되나. 이게 정말 가능한가. 이게 정말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인간이 동물로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욕구, 즉 생리적 욕구는 ‘breathing, food, water, sex, sleep, homeostasis(항상성), excretion(배설)’이다. 수면욕구 만큼이나 음식에 대한 욕구는 강력하고, 음식에 대한 욕구만큼이나 섹스에 대한 욕구는 강렬할 텐데. 그런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끈질긴 욕구는 역시 섹스에 대한 욕구란 말인가. 이때쯤 다시 찾아보는 필립 로스.

 
















오직 섹스를 할 때만 인생에서 싫어하는 모든 것과 인생에서 패배했던 모든 것에 순간적으로나마 순수하게 복수할 수 있기 때문이야. 오직 그때에만 가장 깨끗하게 살아 있고 가장 깨끗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야. 부패한 건 섹스가 아니야 - 섹스 아닌 나머지가 부패한 거야. 섹스는 단순히 마찰과 얕은 재미가 아니야. 섹스는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죽음을 잊지 마. 절대 그걸 잊지 마. 그래, 섹스도 그 힘에 한계가 있어. 나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아주 잘 알아. 하지만 말해봐, 섹스보다 큰 힘이 어디 있어? (<죽어가는 짐승>, 88)

 

 


소설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에 소설을 읽는다. 나와 다른 사람이 되고, 다른 환경에 처하고, 다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관찰하고, 그 영광과 파멸을 바라본다. 말 그대로 함께한다. 눈먼 사람들과 눈 뜬 한 명의 여자와 함께 그 복도를 거닐고, 그녀가 보는 것을 함께 보는 과정이 내내 괴로웠지만, 특히 저 부분은 읽기 힘들었다. 나의 분노는 무엇 때문인가. 사회적 인습과 모노아모리에 대한 강박 때문인가. 배신감에 치를 떨게 만드는 그 남자가 미웠다. 죽도록 미웠다. 그 여자도 미웠다. 그리고 남겨진 여자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는 점심을 건너뛰고 오후 늦게 이른 저녁으로 메밀소바와 밀크티를 마셨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맛있게 먹었는데, 소설을 따라 읽으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에 여러 번 책을 덮었다. 아직 다 읽지 못했고 곧 마저 읽을 테지만, 주제 사라마구의 책은 한동안 읽지 못할 것 같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내게는 너무 어렵다.

 


쉬어야 한다, 잠시. 건조하고 담백한 문장을 만나 봐야겠다. 이를테면 아렌트. 한나 아렌트.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2-07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섹스가 뭘까요? 눈 먼 상황에서 급박하게 찾는게 섹스인가요? 나를 나로 만드는게 섹스인가요? 전 ..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영화속에서도 말씀하신 그 장면이 보여집니다. 아내는 눈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목격을 하는 그 장면요. 모두 눈이 멀었을 때 나 혼자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인것 같아요. 섹스는 뭘까요?

좀 다른 얘긴데 좀비 영화 <28일 후>를 보면요, 살아 남은 인간들이 살고자 하고 다른 생존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몇몇 생존자들과 맞닥뜨리거든요. 그들은 모두 남자였는데, 이 주인공과 함께 하는 사람들중엔 여자가 있었단 말이예요? 바깥은 좀비가 창궐하는 이 와중에 이 생존자남1 은 이 여성을 강간하려고 시도하더군요. 그 상황에서 강간을 할 생각을 어떻게 할까요? 가끔 인간은 너무 징그러워요.

단발머리 2023-02-08 13:1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그 장면 아신다고 하니.... 참..... 나의 괴로움 아는 사람 1인 추가합니다. 영화보다는 전, 책의 그 장면이 정말 싫었어요. 아... 아직도 괴로운 나....

고고한 하늘의 문장으로 솟구치거나 어디 별사탕 세상으로 피해야지 싶습니다. 아..... 괴롭....

공쟝쟝 2023-02-08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도 잠이 먼저 라고 합니다. 밥은.... 까먹지 않고 먹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입니다 ㅋㅋ
필립 로스 섹스에 의미 부여하는 거 꼴비기 싫으네요 ㅋㅋㅋ 저도 어제 아렌트 새책 쓰다듬으면서(읽지는 않음) 즐거운 저녁(?)을 보냈어요.

엉성한 사회의 도덕적 잣대로 문학을 보는 것은 저 역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윤리를 발명하기 위해서 문학을 읽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영화보다, 유튜브보다 때로는 삶보다. 책 읽기가 (중간중간 멈추어 생각할 수 있으므로) 특히 문학 읽기가 자신을 심문해서 얻는 자기만의 윤리를 적립하는 데 좋은 재료라고 생각하고요. 알라딘에서 그런 사람들 만나서 넘 좋음요.

(문득 번뜩 하면서 드는 생각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여기에 있는 것 같네요.)

단발머리 2023-02-08 14:06   좋아요 1 | URL
밥은 챙겨 먹자고요.... 아 힘들다 ㅋㅋ

자신만의 윤리를 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보통 그런 사람들은 말이 길고 ㅋㅋㅋㅋㅋ 그런 분들은 산에 가세요, 전 이런 편인데... 나도 말이 많고 말이 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책읽는 제가 좋지만 이제 대세는 영화쪽으로 간 거 같아요. 드라마, 영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조금 더 쉽게, 더 강력하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공쟝쟝 2023-02-08 14:04   좋아요 1 | URL
잘 챙겨먹어요. 제때에!!!
단발님이 말씀하시는 건 산에가셔야 하는 분들은…. 제가 생각한 자신만의 윤리라기 보다는 자기 합리화인 것 같아요! 전“윤리”요!! 푸코가 말하는 윤리. 에 더 가깝습니다. 나를 알고 세상을 알고 내 위치를 알고 거기에 합당하게 사는 거요, 자기배려. 자기이해에 입각한 좋은 삶으로 가기 위한 노력요.

그냥 좋은 게 다 좋은 거다로 믿어보마 살았더니 저는 인생 망하게 생겨서요… 분명히 도덕적으로 살았는 데 인생이 왤케됐지??? 이제 어떻게든 사회가 제시한다고 그대로 따르고 그러면 안될 거 같아요. 나중에 누굴 탓할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그러려면 생각을 해야하는데 영상매체는 아무래도 과몰입은 되는데 중간에 생각하기는 좀 힘들죠? 나중에 영화감상문을 꼭 써야겠네요!!

난티나무 2023-02-08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꼴비기 싫다 22222222

단발머리님 글 보면서 하 이 소설 다시 읽어봐야 하나 싶어요. 오래전에 읽었어서 지금 읽으면 분명 다르게 읽힐 텐데 그런데 너무 괴로울 것같고...@@ 읽다 던진 <눈뜬 자들의 도시>도 지금은 읽히려나 싶고요?ㅎㅎㅎ

저도 메밀소바 좋아합니다!

단발머리 2023-02-09 07:45   좋아요 0 | URL
일단 괴롭고 힘든 시간을 간신히 마쳤습니다. 대단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힘들더라구요. 헉헉. 전 당분간은 주제 사라마구 안 읽으려고요. 잠깐 쉬는 타임 ㅋㅋㅋㅋㅋㅋㅋㅋ

필립 로스 꼴비기 싫으시죠? 저도 그래요. 제 길티 플레저. 나의 사랑, 나의 죄책감.... 로스가 제겐 그런 사람입니다.
 





 















독서괭님, 수하님, 책나무님, 햇살과함께님, 바람돌이님, 난티나무님 그리고 잠자냥님 댓글에 힘입어 이 책을 읽는다. 오늘 반납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 오전 중으로 처리하겠습니다. ㅠㅠ

 


나는 스포일러에 강한 체질이라 결말을 아는데 두려움이 없고, 또 읽다가 궁금하면 뒤를 팍팍 넘겨보는 스타일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이름이 주제 사라마구’, 포르투갈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는 것만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무섭고 떨려서, 어머, 어머머! 하면서 읽고 있다. 가슴이 쿵덕쿵덕,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서운 마음뿐인데. 오늘의 표현 발견하고야 만다. 어디 갔었어.

 



우리는 생리 현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급하게 찾아오는지 잘 알지 않는가. 그것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남편이 깨서 그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어디 가는 거야,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 남편들이 아내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일 것이다. 또 하나는, 어디 갔었어, 하는 질문일 것이고. (215)

 



이 소설 읽으면서 처음으로 웃었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3-02-06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금방 다 읽으시겠네요! 어디 가는 거야, 어디 갔었어 ㅋㅋㅋㅋㅋㅋ 저런 내용이 있었군요 ㅋㅋ

단발머리 2023-02-06 20:3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남편들이 아내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가요?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6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소설 고등학교때 재밌게 읽었어요ㅎㅎㅎ (나도 고등학교 때 까진 소설 많이 읽었다능…)

단발머리 2023-02-08 13:16   좋아요 0 | URL
대단합니다. 고등학생이라면.... 진짜 대단한대요. 쟝쟝님 독서력 무엇? 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2-06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저... 어디 갔었어? 전화 해도 없대...가 생각나죠?? 저 그 세대 아닌데!!! 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8 13:16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꼬마요정님! 그 세대이신걸로 밝혀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2-06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악 저 너무 싫어하는 말이에요. 어디 갔었어~~ 전화 왜 안 받아~~~ 아악

꼬마요정 2023-02-07 15:31   좋아요 0 | URL
엇, 저는 그거 지구오락실 보고 알았거든요. 맥락이... 설마...??????

단발머리 2023-02-08 13:17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님 / 전화 안 받아...가 자매편이죠. 그래서, 저는 실제로 전화를 잘 안 받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님 / 저는 지금.... 지구오락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맥락이... 설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2-07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막론하고 아내를 걱정?하는 말!
어디 갔었어?ㅋㅋㅋㅋ
저런 표현이 있었다니? 놀라운 책이고, 무서운 책 맞네요ㅋㅋㅋ
우리 집 남편은 매일 곁에 없다보니, 좀 색다른 버전입니다.
어디고? 뭐하노? ㅋㅋㅋ
울집 아이들도 엄마 어디에요?
왜 다들 내가 있는 곳을 그렇게나 궁금해 하는 건지? 한 번씩 소름 돋곤 합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8 13:18   좋아요 1 | URL
저는... 저렇게 물었을 그 남성의 변심에 통탄해 마지 않습니다.

책나무님댁 아이들도 엄마를 항상 찾는군요. 아기새들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집에도 아기새들이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7 0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영화로 봤거든요. 와 엄청 무섭더라고요. 같이본 친구는 중간에 나갈까 엄청 고민했대요. 이거 영화 개봉하고 이 작가도 엄청 유명해져서 왜, 주제 사라마구냐 주제 사마라구냐.. 막 사람들이 헷갈려하고 그랬는데요. 요 네스뵈냐 요네스 뵈냐.. 이런 것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올려주신 인용문 보니 에쿠니 가오리 에세이 생각나네요. 에쿠니 가오리가 남편에게 ‘나 여행 좀 다녀올게‘ 했더니, 남편이 그 말 듣자마자 대뜸 했던 말이 ˝그럼 내 밥은?˝ 이었다고..

자기 손으로 밥도 못 챙겨먹는 성인 남성은 과연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23-02-08 13:2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에쿠니 가오리 에피소드 받고 정희진쌤 에피소드 나갑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위(위장)에 인생을 거셨다.˝

신심이 깊으셨던 어머니께서 아버지 때문에 성지순례 못 가셨다는 에피소드 있잖아요. 하아.....
 
자매애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를 다 읽었다. (53쪽밖에 안 된다. 이 책 안 사신 분, 한 분도 안 계시길!!) 다 읽지 않은 상태에서 썼던 글(강제적 이성애와 정희진 만세!,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315994)에서의 내 예상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끝부분에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학자인 앤, 크리스틴, 샤론과 에이드리언 리치와의 서신이 포함되어 있는데,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끈질기게 주장하는 논증이 너무나 훌륭하다.

 


저는 결코 이성애자 페미니스트들이 거짓 의식을 '세뇌당한' 상태로 헤맨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적과의 동침'이라는 표현이 유용하거나 심오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호모포비아는 너무 널리 퍼진 용어라 이성애 페미니즘의 성적 유아론을 밝혀내고 대화를 나누기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에세이를 통해 저는 이성애자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이성애 경험을 비판적으로, 나아가 적대적으로 검토해 보길, 자신이 속한 제도를 비평해보기를, 여성의 자유를 위해 그 규범과 함의를 놓고 투쟁하기를,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제시하는 수많은 자료에 좀 더 마음을 열어주기를, 이성애 제도 안의 개인적 특권과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자는 해결책에 안주하지 않기를 요청하고자 노력했습니다. (284)

 


강제적 이성애는 문화 속에 너무나 깊이 내재되어 있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에이드리언 리치가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여성들의 원래,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가 사실은 사회, 문화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측면이 있다. 남자 청소년이 아버지와의 동일시와 어머니로부터의 독립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증하는 데 비해, 여자 청소년은 아버지에 대한 동경과 어머니에 대한 거부를 강요당하는 측면이 있다. 남성 간의 친밀감은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장려되고 그 감정이 극대화되지만, 여성들 사이의 가장 흔한 감정은 질투라는 거짓말이 공고화 되어 있다.

 

















강제적 이성애는 남녀 사이에 성적인관계 이외의 관계를 상상하지 못하게 한다. <랩 걸>의 저자 호프 자런과 그의 연구원 빌과의 관계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던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남이 한 팀으로 일하는데, 그 팀의 보스가 여성이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지식과 열정에 대해 위탁한 사이이며, 우정을 나누는 사이라는 것. 두 사람의 관계는 끝까지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은 믿지 못했다. 나 역시, 빌에 대한 호프의 신뢰와 사랑을 확인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국엔, 마지막엔, 끝에는 이 두 사람이 맺어지지 않을까. 호프는 사랑에 빠졌지만,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고, 빌과 호프의 우정은 그 이후로도 오래오래 지속되었다.

 


지독한 프로이트주의자인 필립 로스는 소설 속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말한다. 섹스 이외에 남녀를 이토록 매혹시키는 다른 일이 있을까. 여남 사이의 가장 중요한 일이 섹스라는, 서로의 가장 중요한 볼 일은 섹스라는, 끌어당기고 끌어가는 이 힘은 섹스 때문이라는, 로스의 말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여남 사이의 가장 중요한 일은 섹스.

 


인간의 몸은 신비하고, 아름답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에 대해 모두 알지 못하고, 또 우리를 움직이는 동인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예전에는 이를 인간 자체에 대한 명상,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로 설명하고자 했다면, 과학의 시대에는 이를 뇌과학으로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느낌, 감정, 마음, 사고, 판단, 결정에 대해서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다.

 


성애는 분명 동물로서 존재하는 우리의 주요한 본능 중 하나이고, 성애의 많은 부분이 설명의 영역을 넘어서기는 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어떤 사람의 어떤 부분에 왜 끌리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생김새나 체취, 목소리 혹은 외모가 그런 판단의 요소 중 한 가지가 될 수 있지만,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적 본능이 우리가 가진 주요한 욕구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한데, 산업 사회의 발달로 인해 경제적인 이유, 즉 이윤 추구를 달성하려는 목적에 의거, 성욕은 실제보다 훨씬 더 과장되게 인식되고 재현되고 있다.

 


성욕은 기본적인 인간의 다른 욕구와 마찬가지로 사회문화적인 구조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그 조정이 가능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식당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음식을 빼앗아 먹지 않듯이, 요의가 느껴진다고 오페라 공연을 보다가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보지 않듯이, 성욕 역시 그 욕망에 사로잡혔다고 해서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다. 섹스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하고나 아무 때나 섹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에게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만이, 그 욕망의 좌절에 대해 그 일을 불가능하게 한 세상여성에 대해 (오히려) 분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체슬러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부분이다. (혹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이 세상에 나온 게 1970년이다.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 1970년에,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1972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이 하나의 계급으로, 성적으로 억압당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생산 수단과 재생산 수단을 통제할 수 없었던 여성은 성적으로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치욕을 당했다는 걸,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여성과 광기>, 25) 이들 여성들에게는 아버지가 없었다. 아버지는 이 세계 가부장제의 상징이었다. 이들에게는 어머니가 없었다. 어머니는 가부장제의 공범으로 아버지의 강령을 시행하는 사람이었다. 이들에게는 남편이 없었다. 남편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억압했듯이 그들을 억압했다. 그들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아버지, 어머니, 언니, 동생이 되어 주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남편이었고, 애인이었다. 그들에게는 서로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자신이 여성을 사랑하고, 여성이 자기 성애의 중심이 된다는 사실을 밝히는 일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아직 주류 사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케이트 밀렛이 이런 경우다.



 













레즈비언 문제를 놓고 페미니즘 운동이 분열되어 있던 당시, 1970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린 컨퍼런스 도중 한 페미니스트 활동가로부터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받은 밀렛은 힘겹게 "레즈비언"이라고 답했다. 불과 몇 개월 전 "여성 해방의 마오쩌둥"이라며 치켜세웠던 《타임》은 "페미니스트들을 레즈비언으로 치부하는 회의론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밀렛의 고백 이후 많은 진보적 페미니스트가 등을 돌렸다. (<성 정치학> 작가 소개)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이 단일한 계급과 카스트로 억압받는 상황에서 이성애는 자매들에 대한 배신으로 여겨지지 않았나 싶다. 그런 면에서 한결같이 나는 그래도 남자가 좋아라고 외쳤던 필리스 체슬러는 정말 대단하다. (후에 필리스 체슬러 역시 동성애 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선봉대장이었던 베티 프리던 같은 이는 남녀평등 헌법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시점에 레즈비언들이 젠더 이슈보다 섹슈얼리티를 의제로 내세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여성운동의 동력이 상실될까 두려워했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이 글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는 이런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레즈비언들의 이론적 근거는 에이드리언 리치에게서 나왔다.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어니즘의 이러한 경합은 오히려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게 만든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나는 작년에 영어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로맨스 소설을 여러 권 연달아 읽었다. 이 쪽(?) 방면으로는 전혀 읽어보지 않았기에 내게는 말 그대로 새 세상이 열렸는데, 때는 바야흐로 뜨거운 여름이었고. 나는 종종 뜨겁다. 덥다. 땀난다.’ 이런 글을 알라딘에 올렸던 것 같다. 그 때, 비밀댓글을 나누는 사이인 알라딘 이웃 수하님이 이런 댓글을 남겨 주셨다.

 


 


나는 말 그대로 터지고 말았는데, ‘성애에 대한 이런 무심함이 너무나 새롭고 신선했다. ‘귀찮죠의 이 3음절은 성애 과몰입 사회에 대한 따끔한 일침 아닌가. 여남 간의 가장 중요한 일은 섹스라는 믿음과 강제적 이성애에 대한 반항과 결투, 그 중간 지점에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그 섬은 바로 무성애의 섬. 더위와 귀찮음에 굴복하는 세계. 섹스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닌 세상. 그런 세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아는 세상은 이성애 세상이라 이것만이 전부라 말할 수 없겠지만, 3년 이상 함께 살고도 가슴이 콩닥콩닥,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하는 로맨틱한 관계가 가능할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세상은 그런 세상은 아니고. 다만, 그것 말고도 다른 관계,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혼자 산다면(1인 가구) 친구가 필요하고, 이웃도 필요하다. 특별히, 서로 의지하고 의탁하는 ‘committed long-term relationship’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그 관계에서 로맨틱한 부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적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그 관계의 많은 부분은 무성애의 섬에 걸쳐져 있다는 걸, 여기에 써놓고 싶다.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다행이다. 내게는 수하님이 계신다.



노래는 달콤한 걸로우효가 부릅니다. <민들레>. 우리 손 잡을까요?








댓글(43) 먼댓글(1)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여전히 미쳐 있는] 케이트 밀릿과 강제적 이성애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12-23 16:44 
    케이트 밀릿의 <성 정치학>의 존재를 알게 된 건 2018년이었다. 이미 품절 상태였고, 친절한 알라디너님은 애인이 비싼 중고를 구해주었다 자랑하시기도 했다. 애인 없는 나는 원서를 구입해서는 2쪽 읽고 바로 고이 보관 모드로 들어갔고, <성 정치학>은 2020년에 재출간되었다. 당시 책소개에 이런 문단이 있어 페이퍼에 적어 두었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알라딘 책소개는 좀 바뀌어 있어서, 그래24의 책소개를 가져와 본다. 《성 정치
 
 
바람돌이 2023-02-06 00: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더워서 귀찮은 날도 있고, 근데 또 상당히 끌리고 근사한 날도 있어요. 확실한건 나이가 들면서는 점점 귀찮은 날이 더 많아진다는거.... 제가 보기엔 이거 남녀 마찬가지인거 같은데요? 실제 남자들에게 섹스란건 지나치게 신격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신의 본심과 상관없이 남자들 내에서 그건 좀 서열화와 맞닿은 거랄까? 이것 역시 가부장제의 문화적 강제라고 생각하고요. 내가 이성애자인것에 대해서 한번도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지 않았는데 이것 역시 왜라는 질문의 대상이라는걸 확실하게 알겠네요. 나의 선택 역시 문화적 강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엄청 높을듯요. 제가 자란 시대 자체가 이성애 외의 것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던 시대니 말이죠. 그래서 에이드리언 리치의 저 말들이 더 심오하게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이 책 저는 안 삿는데 에이드리언 리치는 진짜 안사면 안될듯.... 모든 곳에서 다 튀어나와요. ㅎㅎ

단발머리님 이글 읽으면서 와 진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을 읽고 그 책들의 이야기들을 적재적소에 이렇게 써나가지 하는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은오 2023-02-06 09:48   좋아요 3 | URL
그니까요 단발님 지성미에 미쳐버려 ㅠㅠ

건수하 2023-02-06 09:56   좋아요 3 | URL
그니까 제가 단발머리님이 등장하시는 꿈을 꾼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에요.. 그쵸? :)

이 책 저는 얼마전 장만했습니다. 하 언제 읽지.. 의욕만 너무 앞서요.

단발머리 2023-02-06 18:53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 섹스에 대한 지나친 신격화,가 저도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해요. 섹스가 남성들에게 더 이상화되는 것에 대해서도 궁금하고요. 저 역시 스스로를 이성애자로 생각했었는데, 에이드리언 리치의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자신의 이성애 경험을 비판적으로 나아가 적대적으로 검토해 보기를...... 저도 검토 좀 해봐야겠습니다.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저의 어깨는 자동으로 퍼프 소매 모양으로 ㅋㅋㅋㅋㅋㅋㅋ

은오님 / 잠자냥님! 은오님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르는 중)

수하님 / 곧 빠른시일내에 다시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이 책 너무 좋아요. 느무느무느무요!

난티나무 2023-02-06 0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단발머리님 저 페이퍼 써놓은 거랑 비슷한 맥락이라 소름! (저는 월요일 올리겠습니다...ㅎ)
일단 저 손 들고요. 귀찮다! ㅎㅎㅎ 손 잡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섹스 이야기할 때 얼굴 붉히지 말아요, 우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남편이랑 케이트밀렛 이야기 했는데 바로 딱 저 부분이요. 또 소름.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6 18:55   좋아요 2 | URL
제가 최근에 <섹스할 권리> 읽어서 난티나무님과 이렇게 생각이 공명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얼굴을 붉힐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은 지금 저녁 7시 6분전이에요. 페이퍼 올리실 시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2-06 20:31   좋아요 2 | URL
제 페이퍼는 그냥 이랬다 저랬다 감상에 머무르는 페이퍼라서 ㅎㅎ 기대하지 마세요.
쭈그리모드.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6 20:32   좋아요 1 | URL
기대할거에요 ㅋㅋㅋㅋㅋㅋ 요요요요요요요요요요요용~~~~

공쟝쟝 2023-02-06 08: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빵 터졌어요. 마지막에 추천해주신 노래 나랑 손만 잡고 싶어하던 남자가 좋아하던 노래임...... (정말 손만 잡고 싶어할 줄이야?ㅋㅋㅋ)

저는 대학 다닐 때는 무성애자라고 놀림받고 제 가까운 친구들이 에이섹슈얼이냐고 진지하게 물어 볼 정도로 (아님) 성애적으로 사람들 느끼거나 바라보지 않는 편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찌리릿 한다는 주위의 여자친구들이 있긴 했죠. 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넌 연애좀 쉬어라였을 정도. 제가 페미니즘 각성하고 거의 가장 먼저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이 <연애하지 않을 자유>고요, 특별히 사귀었던 남자들이 아주 나쁜 새끼들이어서 페미가 된 건 아니었고요(단, 성추행은 정말 많이 당함),

정말 미투가 컸어요. 전 페란테 소설에 나온 ‘니노류‘의 인간에 관심이 많아요. 많이 봤어요. 권력에 도취된 남자 인간. 여남 모두가 좋아하는 남자. 여자와는 다르게 그들은 사적인, 성적인 이득을 취하고도 여자들이 담합해 쉴드 치거나 그를 욕망(?)해 버리더라고요 (소설에 잘 나옴). 장난처럼 삼천궁녀란 무엇인가 라고 되뇌일 정도로 그런 여자들이 이해가 잘 안갔었어요. 그런데 <여성은 인질이다>라는 책을 읽고 나니까 이해가 좀 가기 시작했어요.

남자들이 더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자기 자신의 힘(가능성)이나 자매들의 연대를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자매애 보다 당장의 내 앞의 이성애가 현실적으로 나를 살리는 선택이겠죠. 그런데.... 섹스가 주는 쾌락?!?!이 여남 관계에서 그토록 컸다는 사실은ㅋㅋㅋ 페미니즘을 열심히 공부하면서 그 후에야 문제시 하게 된 일입니다ㅋㅋㅋ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지만 공쟝쟝의 섹탐은 일시 중지입니다. ㅋㅋㅋㅋㅋ (요즘에 우정 탐구로 관심사가 바뀜ㅋㅋㅋ)

건수하 2023-02-06 09:55   좋아요 3 | URL
저도 굳이 진단하자면 에이섹슈얼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확인이란 건 어렵지만...
그래서 좀더 이성애 관련하여 집착이나 괴로움이 덜한 채로 편하게 살고 편하게 페미니즘 책 읽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단발머리 2023-02-06 19:00   좋아요 1 | URL
쟝쟝님 / 그런 분들이 존재한다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만 쟝쟝님이 그런 분인줄은 몰랐네요. 저는 성애를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니노류,에 대해서는 저도 엄청 관심이 많아요. 성적인 이득 뿐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씨 뿌리고‘ 다니는데도 그 남자를 해바라기마냥 바라보는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궁금하구요. 알파수컷일까요? 우월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열망에 여자들은 그렇게 그 남자 앞에 쓰러지는 걸까요? 먼저 알게 된 사람이 탐구하는 걸로 합시다. 섹스가 주는 쾌락에 대해서는 그 다음 연구 주제로 ㅋㅋㅋㅋㅋㅋ 할 거 너무 많네요. 양자역학에 탈식민주의에 더해서 섹슈얼리티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수하님 / 편하게 페미니즘 책을 읽을 수 있으시다니........ 수하님 부럽습니다!! 저는 성애에 관심이 많사오며.... 쩝.... 그래서 맨날 뜨거웠고.... 쩝

건수하 2023-02-06 19:02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사실 다른 분들의 괴로움의 크기를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단발머리 2023-02-06 19:04   좋아요 1 | URL
수하님 / 저는 많이 더워요. 많이 괴롭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6 21:14   좋아요 1 | URL
성애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다고 해서 성욕이 없다거나 이성애자가 아닌 건 아닙니다. 저는 사람을 마음에 들이는 데 오래걸릴 뿐예요. 그리고 이별도 잘 못하고… 🙄

건수하 2023-02-06 21:22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오해했네요.
아니라고 써 있는데…

에이섹슈얼도 성욕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적은 경우도 있지만) 성욕과 어떤 대상을 연결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래요. 그러니까 누굴 좋아한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다는 거죠.

저는 이별은 가차없이 잘 합니다 근데 한참 지나 혼자 후회하는 스타일 ㅋㅋ

공쟝쟝 2023-02-06 21:35   좋아요 1 | URL
네… 성애적으로 사람을 안 바라봐서 나중에 사람들이 특히 청춘들이 그 토록 성애에 진심인 걸 알아갈 수록 너무 세상이 놀라웠습니다 ㅋㅋㅋ 지금도 가끔 자주 놀라곤 해요….

수하님의 정의가 맞다면 저는 에이섹슈얼 맞아요! 좋아하는 마음이 성적 끌림으로 연동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랑 사귀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 ㅋㅋㅋ)

건수하 2023-02-06 0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긴장하며 읽었는데, 몇 개월 지난 댓글이 등장할 줄은... ^^;;;
‘비밀 댓글 나누는 사이‘ 강조해주시는 것도 조금 부끄럽네요 근데 좋구요 ㅋㅋㅋ

저도 나는 타고난 이성애자인가? 하면 자신이 없고 애초에 동성을 연애 상대로 고려해볼 생각을 못했으니까요.
사실 어릴땐 이성애 동성애 외에 많은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몰랐는데, 저는 에이섹슈얼에 좀 가깝지 않나 싶어요.

사람은 좋아하지만 섹스는 별로.. 그게 전에는 좋은 섹스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가 했는데
이제는 (물론 3년이 지나긴 했지만) 관심이 적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더라고요.
섹스 관련해서 어린 시절 나름의 갈등, 괴로움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그때 좀 책을 읽고 공부를 할 걸 그랬어요..
그러면 좀더 생각의 폭이 넓어졌을텐데.

성애에 관심이 없는 이 상태가 굉장히 편하고 좋은데,
그래서 ‘섹스‘ 가 들어간 페미니즘 책들을 읽으면 다시 혼란이 올까봐 사두고도 읽지 않고 있습니다... 하하

단발머리 2023-02-06 19:04   좋아요 1 | URL
앞으로도 수하님과 비댓 많이 나누고 싶어요. 고백임 ㅋㅋㅋㅋㅋㅋㅋ (은오님한테 배운 겁니다)

저도 제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었고.... 전 이게 성애 쪽이라기 보다는 가까운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인간적으로 훨씬 성숙하고, 매력이 있고, 뭐... 그런 측면이 있었던 거 같아요. 섹슈얼리티는 궁금한 부분이기는 한데, 페미니즘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건드려지는 면이 있네요.

전 요즘에 계속 춥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하 17도 ㅋㅋㅋㅋㅋㅋㅋ

2023-02-06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2-06 20:50   좋아요 0 | URL
은오님이 요즘 서재 분위기를 바꾸고 계시군요 ㅋㅋㅋ

저는 추워도 귀찮네요…? 코로나 이후 그런 것도 같고 ㅋㅋㅋ 요즘 너무 죽은 것처럼 자나봐요. 주말에 낮잠자면 고양이가 자꾸 와서 건드려요… 눈 뜨면 가고 ㅎㅎㅎ

2023-02-06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02-06 1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휴 너무 재미있고 너무 똑똑하고 너무 유쾌한 글이네요, 단발머리 님. 그리고 단발머리 님의 이 글이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독서가 있었을 것이고 또 단순히 독서만 잇었던 게 아니라 읽는 순간순간 치열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걸 생각하면 너무나 짜릿합니다. 어떤 독서인의 모범 캐릭터에요, 단발머리 님. 세상 사람들이 단발머리 님을 모범 삼아 독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유성애자 입니다. 이성애자이며 유성애자. 한때는 제 안의 들끓는 성욕 때문에 몸이 아플 지경이었어요. 저는 사실 연애를 언제나 하면서 지냈었고 공백이 거의 없었는데, 공백인 기간에 너무 섹스를 하고 싶어서 아는 남자를 불러내기도 했죠. 오늘 이 남자에게 섹스 하자고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불러냈는데, 만약 그것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다음에 이 남자가 섹스하자고 나를 불러낼 때 내가 응해야겠구나, 를 생각하니 하지말자 싶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섹스를 목적으로 그 날 남자를 만났다가 밥만 먹고 집에 돌아갔더랬습니다. 저는 좋은 섹스도 경험했었고 제가 섹스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지만, 그런데 거기에 얼마나 애씀이 있는지도 압니다. 좋은 섹스를 위해서는 저 역시도 제 육체를 힘들게 움직여야 하죠.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이제 귀찮다... 싫다, 체력 딸린다....... 입니다. 이제 그 좋은 섹스의 쾌락을 내게 줄 수 있을만큼의 신체적 움직임은, 자신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이제 걷는일만 남아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6 19:25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의 아름다운 고백은 항상 저를 웃게 하고 즐겁게 합니다. 저는 건강한 섹스가 적당한 운동처럼 정신건강과 육체활동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요.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거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이어야 하는데, 이건 좋아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참 .... 여러가지로 고려할 게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다락방님의 귀차니즘에 저도 동감하게 되네요.

저는 작년 여름에 많이 뜨거웠지만 ㅋㅋㅋㅋㅋㅋ 혼자 뜨거웠고 ㅋㅋㅋㅋㅋㅋ 하루에 5천보 걸으면 바로 쓰러져 버리는 저는,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6 21:06   좋아요 1 | URL
이 댓글 읽다가 빵 터짐…!! 다락방님 최소 보부아르! 보뷰아르도 나이들면서 활발하던 생활 청산하고 걷고 책읽기에 몰입하신 듯합니다💕

저는 잠에서 깨어날 때, 걷고 있을 때, 책 한 권을 읽고 있을 때, 절대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우리가 젊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이란 없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나이를 알아차리는 때도 있어요. 그에 대해 『레 망다랭』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내가 나이를 먹었어”라고 혼잣말을 하죠. 『상황의 힘』에서도요. 지금은 스스로에게 더는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감정은 저의 습관에, 제 몸에 스며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늙었다고 느끼진 않아요. 그에 대해 콕토가 “최악은 우리가 늙을 때 젊게 남아 있는 것이다”라는 말로 아주 잘 표현했어요.

-알라딘 eBook <보부아르의 말> (시몬 드 보부아르.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이정순 옮김) 중에서

책먼지 2023-02-06 1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쓰기 위해 얼마만큼의 독서가 필요하셨을지 가늠하다가 포기.. 흘러넘치는 지성미에 반해 친구신청하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3-02-06 19:26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이 항상 준비되어 있는 알라딘 세계 입성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우리 자주 만나기로 해요^^

독서괭 2023-02-06 1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야 여성들이 주창하는 페미니즘 안에서도 여러 입장이 갈리고 대립하고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처음에는 이성애라는 게 혹은 동성애라는 게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거든요. 여성들 사이의 대립은 씁쓸하기도 하지만, 에이드리언 리치처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사람이 많으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너무 별로인 남자보다는 차라리 호감가는 여자가 낫지 않나 싶을 때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굳건한 이성애자인 듯 합니다. 유성애자고요 ㅋㅋㅋㅋ 하지만 저도 체력 문제와 시간 문제로 귀찮을 때도 ...
단발머리님, 지적인 사유가 가득한 글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3-02-06 19:29   좋아요 3 | URL
제가 여기 위에 쓰려다가 말았는데요. 이성애 동성애 논쟁 뿐 아니라, 포르노에 대해서도 여성운동 내부의 여러 입장차가 있잖아요. 포르노를 강간의 예습으로서 인식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는 이런 혼란과 갈등, 그리고 토론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 많은 여성들이 에이드리언 리치처럼 성숙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오히려, 더 서로 미워하고 분열하고... 안타까운 측면이 많습니다.

체력과 시간 문제는... 앞으로 찬찬히 상의해 보도록 하지요. (엥?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7 13:07   좋아요 1 | URL
무엇을 상의하죠…? (궁금하긴 합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7 13:09   좋아요 2 | URL
1. 체력 문제
2. 시간 문제
3. 귀찮니즘
4. 페미니즘 섹슈얼리티
5. 퀴어 이론
6. 육아 문제 기타 등등

독서괭 2023-02-07 13:14   좋아요 2 | URL
아 우리 사이에 상의할 일이 참 많군요(깨달음)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7 13:16   좋아요 0 | URL
패션은 제가 좀 약해서 안 되고요ㅋㅋㅋㅋ 커피도 논의 좀 해봐야 해요. 아이스를 자주 드시나요? ㅋㅋㅋㅋㅋ 전 아이스홀릭!

독서괭 2023-02-07 13:21   좋아요 1 | URL
전 지금 따아를 마시고 있습니다 ㅋㅋㅋ
저 목록에 로맨스소설 추가할게요 ㅋㅋ

단발머리 2023-02-07 13:22   좋아요 0 | URL
로맨스소설 받고 그림책 갑니다 ㅋㅋㅋㅋ 전 아주 옛~~~~날 버전밖에 모르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2-07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7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2-10 09:38   좋아요 0 | URL
두 분의 의논에 좀 끼고 싶네요 ㅋㅋ

로맨스는 괜찮고...
그림책은 얼마 전까지 열심히 봤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3-02-07 1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밌다, 재밌어요^^
단발님의 글은 분명 지적인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하고...이런 글이 바로 명문장의 글이라고 하죠?^^
노래 처음 들었는데 넘 좋네요?
남편한테 들려주고 싶어요.
우리 손만 잡자고~ㅋㅋㅋ
저는 제가 무성애자라는 걸 단발님 글을 통해 알았습니다. 과연 용어가 있었군요?
수하님과 공쟝님 댓글을 통해 에이섹슈얼이란 용어도 알았어요. 큰 수확입니다ㅋㅋㅋ
저는 어릴 때 나보고 이상하다고, 병이라고 그래서 진짜 제가 병인 줄 알고 살았어요. 남편도 저더러 병이래서~~ㅋㅋㅋ
근데 저는 제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게요.
현실에선 살짝 무성애인데,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는 로맨스물 넘나 동경하고 좋아한다는 겁니다? 사랑도 글로 읽는 게 넘나 낭만적이잖아요?!! 그래서 영화든, 소설이든 낭만을 가득 충전해서 주말에 남편을 맞이해주면 좋아하더군요.
로맨스를 늘 충전해야만 하는 나?!
좀 이상하다? 그러고 살아왔어요ㅜㅜ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아주 무성애자도 아닌 것이 공유나 정우성같은 연예인을 보면 넘 좋거든요.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거든요. 여자들도 넘 좋구요. 여자가 카리스마있게 나오는 드라마 완전 빠져 보기도 하고, 실제 인물은 더욱 동경하고 있고(정희진샘 실제로 보고 싶네요ㅋㅋ)...이성, 동성은 넘나 좋아하는데 성욕엔 아주 자제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엔 관심이 많은데 성에만 무관심할 수 있는? 그래서 이건 무얼까? 그런 생각 종종 해왔었습니다.
책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책 이야기는 쏙 뺀~ 저의 관심사만 주르륵 나열했네요^^

단발머리 2023-02-08 13:25   좋아요 1 | URL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의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무성애자에 대해서는 저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요. 많이 궁금합니다. 혹 알게 되시면 알려주세요 ㅋㅋㅋㅋㅋㅋ

저 역시 드라마 속 배우들을 좋아하지만, 글쎼.... 저는 그 사람들을 딱히 만나고 싶지는 않은거 같애요. 어색하기도 하고, 그 사람 옆의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 그냥 보기만 하는 게 전 좋거든요. 화면으로요.
하지만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인물을 ‘나‘로 상상하는 일은 즐겁기는 하잖아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상상하는 즐거움 혹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어서 더 큰 즐거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10 09:37   좋아요 0 | URL
로맨스물을 제가 그렇게까지 많이 좋아하진 않는데.. 어쨌든 나무님과 좀 공통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저는 연예인도 별로 좋아해본 적이 없고 몸은 거의 안 보고 얼굴만 보는 경향이..
로맨스는 혼자 보고 마는 편이고 충전은 안되는 거 같아요 ㅎㅎㅎ
같이 사는 사람도 로맨스에 별로 관심없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도대체 뭐냐 하면 그냥 동거인, 육아메이트 뭐 이런 느낌..

책읽는나무 2023-02-10 10:30   좋아요 1 | URL
저도 수하님 글이나 댓글을 읽고 저랑 가장 가까우면서 살짝 다른 성격 소유자란 생각을 한 적 있었습니다^^
근데 또 계속 알아가면 또 다른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게 되겠죠?
계속 서로를 관찰해 봅시다ㅋㅋㅋ

저는 실제 로맨스를 하는 건 선호하진 않는데, 남들이 하는 로맨스를 보거나 읽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 성격이 좀 무뚝뚝해서인지? 글로서 못다한 성격을 푸는 것도 같구요?🤔
글로 쓰는 말은 어떤 말이든 가능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천 번도 쓸 수 있어요ㅋㅋㅋ
저는 연예인들 얼굴이나 성격을 좀 보는 것 같아요. 얼굴도 예쁘거나 잘생겼는데 성격까지 좋으면 무한애정을 보내줄 수 있어요.
근데 실제 내 눈 앞에 있으면 좀 부끄럽고 민망할 것 같긴 합니다.
제 눈엔 유명하면 모두 다 연예인처럼 보입니다만,
제가 작가님들 지방에 내려와 강연하실 때 몇 분 찾아가 사인받은 적 있었거든요. 민망하고 부끄러워 그 앞에서 말 한 마디 안나오더군요! 어쭙잖케 글 많이 써주세요~ 삐쭉삐쭉!!ㅋㅋㅋ

같이 사는 저의 반려인은 저에게 나는 여자랑 결혼한 게 아니고, 남동생이랑 결혼한 것 같다! 라고 한 번씩 그럽니다.^^;;;
부부는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뜻이 잘 맞아야 하는 동지요!!ㅋㅋㅋ

건수하 2023-02-10 15:02   좋아요 1 | URL
전에 한 번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저도 계속 관찰해보겠습니다 :)

저도 동지라는 점에서는 잘 맞는거 같아 다행입니다 로맨틱한 면은 없지만 ㅋㅋ
 



진짜로 안 쓰려고 했는데, 존경하고 좋아하는 알라딘 이웃 유부만두님께서 하루 늦을 때마다 한 권씩 이자 붙는다고 하셔가지고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쓴다. 많이 읽지도 못했고(겨우 8), 1월에는 읽은 책 보고(리뷰&페이퍼)도 잘 해서ㅋㅋㅋㅋㅋㅋㅋ 새로운 책은 없습니다, 여러분!

 



 














1.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1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 이론에 대한 충실한 정리에 점수를 주고 오타 때문에 감점한다. 저자가 비평하는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느끼는 거리감과 아는 사람 나올 때의 반가움이 끝없이 교차했던 책이다.

 

















2. 사이보그로 살아가기

 

안경 쓰고 가끔 렌즈 끼는 내가 읽는 사이보그 세상.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나는 무엇인가?’의 질문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 근데 진짜, 나는 누구인가요.

 

















3. 어슐러 K. 르 귄의 말 / 눈먼 자들의 도시

 


어슐러 르 귄의 책은 일단 외모에서 100점 만점에 120점이다. 너무 예뻐서 들고 다니기도 폼 난다. 이 시리즈 중에서도 압도적인 미모를 자랑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나이에도 배울 수 있는 작가로 지정해 주신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지지난 주에 도서관에서 빌려오기도 했다. 이번 주 내에 읽어야 한다.

 


















4. 섹스할 권리 / The Right to Sex

 

눈길을 끄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섹스할 권리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 성적 동의, 성매매, 학생과의 잠자리 등 젠더 이슈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런 논의 자체가 작가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존경스럽고 또 존경스럽다. 한국 사립대의 젊은 여성 교수가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에 대해 발화한다고 상상해보자. 10분 만에 아사리판이다. 예약률 99.9%. 한글로 1독하고 원서를 구입해서 주요 문장과 문단을 발췌독했다. 원서도 읽은 책으로 카운트해야겠다. 그럼, 1월에 읽은 책은 총 9권이 된다. 이야호!

 


















5. Oh William! / , 윌리엄!

 


작년에 읽기 시작해서 ‘2022년 단발머리 아닌 단발머리 선정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셨고, 완독은 올해에 했다. 책을 같이 읽을 때의 즐거움과 기쁨은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을 직접 경험할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순간을 여러 번, 선사한 책이다. ‘더 나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페이퍼 쓰려고 메모해 두었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 올해 안에는, 상반기 안에는, 2월 안에는 써내는 게 목표다.

 


















6. 마틴 에덴

 


2023년 현재, 올해의 소설. 밑줄긋기 해두었던 문장을 옮겨온다.

 


하루가 너무 짧았다. 공부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는 잠을 다섯 시간으로 줄였고, 견딜 만하자 네 시간 반에 도전했다. 그랬다가 후회하며 다섯 시간으로 되돌렸다. 깨어 있는 시간은 하고 싶은 일 중 무엇에라도 온전히, 즐겁게 쓸 수 있었다. 공부하기 위해 글을 중단하기가 아쉬웠고, 도서관에 가기 위해 공부를 중단하기도 아쉬웠다. 지식의 해도실을 나오기가, 제 상품을 파는 데 성공한 작가들의 비결로 가득한 자유 열람실의 잡지들을 내려놓기가 아쉬웠다. 루스와 함께 있다가 일어나서 나와야 할 때는 심장의 힘줄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어두운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려 집에 도착해 책을 펼쳤다. (<마틴 에덴 1>, 132)

 


마틴은 사랑에 빠졌다. 루스와 사랑에 빠졌고 읽기와 쓰기에 빠졌다. 어느 것이 더 큰가, 무엇에 대한 사랑이 더 간절한가를 측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루스와 지식, 앎의 기쁨과 여인에 대한 열정이 상호작용을 했기에 그의 사랑이 더욱 강력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물성 그 자체로서의 책을 좋아하고 읽기를 사랑하고 쓰기를 동경하지만, 책만 펴면 눈이 스르르 감기는 저질 체력인 나같은 사람은, 책 보는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어둠을 달리는 마틴의 열정에 감동과 감탄과 박수와배울 게 많다.

 


 

 

그래서! 집에는 브론테 면기(450ml)’가 있다.




 



비밀댓글 나누는 사이 수하님 서재에서 예쁜 에코백을 발견하고 책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신나는 <다음>을 클릭하던 나는, 그 예쁜 에코백이 무려 ‘5,300에 달한다는 어마어마한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 , 어쩌지. 어쩌지….. 우리 모두 다 알다시피, 책이 아니라 굿즈를 향해 돌진할 때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이 제일 중요하다. 그때에는 그 굿즈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굿즈이고,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굿즈이며, 이하 블라블라. 5,300원의 위력(?)으로 나는 그 순간을 넘겼다. 그리고 바로.

 


브론테 면기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내가 원하던 1,000ml는 이미 품절되었지만, 내 영혼의 영원한 뮤즈 브론테의 이름이 새겨진 브론테 면기(450ml)’는 아직 구매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는 이렇게 에코백을 뒤로 하고 브론테 면기를 손에 넣게 되었다는 슬프고도 따뜻한 이야기. 어제 저 면기에 수프 담아 먹었다. 당연히 맛있었다.


 


브론테님과 함께 우리집에 온 책들은 이렇게 5권이다. 표지라도 보시라고 살포시 넣어본다.



































댓글(46)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3-02-03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강원도 유람 중입니다. 막국수 먹고 서울가서 더 긴 댓글 달거에요. 딱 기다려욧!

단발머리 2023-02-03 09:02   좋아요 1 | URL
한 분은 인천에 한 분은 강원도에 ㅋㅋㅋㅋ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요. 멋진 사진도 ㅋㅋㅋㅋㅋㅋㅋ (굽신굽신)

햇살과함께 2023-02-03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미 표지 강렬합니다!!
저기 멀리 총균쇠도 잘 보이구요
새해 마다 제 읽기 목록에 올라와 있는^^

건수하 2023-02-03 09:16   좋아요 2 | URL
앗 저 멀리 총균쇠를 알아보시다니... 댓글 보고 보니 보이네요 ^^

햇살과함께 2023-02-03 09:2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제가 표지는 10년째 쳐다보고 있어서 엄청 친숙합니다 ㅋㅋㅋ 속은 아직 못들여다봤지만요.

단발머리 2023-02-03 09:34   좋아요 1 | URL
우아! 햇살과함께님! 총균쇠 알아보시는 안목 ㅋㅋㅋㅋㅋㅋ 칭찬합니다!! 저 책은 온 가족 권장 도서라 제가 꺼내서 책상 위에 놓아 두었는데요. 저희 책도 매일 저렇게 혼자 외로이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3 10:15   좋아요 2 | URL
햇살님 눈썰미 인정!!!

햇살과함께 2023-02-03 16:05   좋아요 1 | URL
ㅋㅋㅋ 눈썰미 없는데, 10년째 새해 읽기 목록이라 눈에 밟히네요;;;

건수하 2023-02-03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커플 가방의 꿈은 저 멀리로... (아련)
브론테 면기란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ㅎㅎ 예뻐요!

2월 계획도 궁금합니다~~

단발머리 2023-02-03 09:36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커플 가방의 꿈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렁그렁)
브론테 면기 살펴보세요. 만날 때 면기를 가지고 만날 수는 없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월 계획은 일단 구매한 책들 다 읽기이구욬ㅋㅋㅋㅋㅋㅋㅋ 그 다음은 더 읽기 & 많이 읽기 & 깊게 읽기 & 힘 남으면 원서 읽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2-03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윌리엄은 안 좋다고 하신 분들이 거의 없던 것 같습니다~ㅎㅎ
에코백 대신 면기도 괜찮은 선택 같아요~ 책탑 위에 올려두신 면기! 인증샷 찍으실 줄 아시는 분~^^ 2월도 재미난 독서 되실 듯 합니다~*^^*

단발머리 2023-02-03 09:37   좋아요 1 | URL
오 윌리엄 너무 좋아요. 거리의 화가님께도 특별한 시간 예약해 드립니다.
사실 제가 책탑이 소박하고 소탈해서 ㅋㅋㅋㅋㅋ 인증샷 부끄러운데(그런데도 자주 찍는사람 ㅋㅋㅋㅋㅋㅋㅋ) 면기를 올려두어 완성해보았습니다. 거리의화가님이 알아봐 주셔서 더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2-03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플립이 있습니다🖐ㅋㅋㅋㅋ
마틴 에덴에도 저런 문장이 있군요! 공부하게끔 유도해주는 문장. 의욕이 살아나게끔 하는 가슴뛰는 문장요.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도 저런 문장에 밑줄 엄청 그엇어요~♡

단발머리 2023-02-03 09:39   좋아요 2 | URL
플립 준비하신 분, 뭔가 아시는 분!! 저는 친구가 읽고 있어서 저도 따라 구입했구요. 어제 한 쪽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눈부신 친구>는 미미님 읽으시니 저도 막 다시 읽고 싶어져요. 그러나 4권을 ㅋㅋㅋㅋ 연달아 읽기는 저에게는 무리일 것이며..... 미미님,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3-02-03 16:08   좋아요 2 | URL
플립, 첫째가 읽고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나중에 읽어야지요~

독서괭 2023-02-03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면기 예쁘네요~ 안에 맛있는 수프까지 있으면 최고~~!! 결국 굿즈를 사긴 사셨군요 ㅋㅋ 만족스러우실 듯 합니다.
오윌리엄, 마틴 에덴, 르귄의 말은 다들 칭찬칭찬 대칭찬 하셔서 꼬옥 읽어봐야지 다짐합니다. 아 자꾸 새해결심에 예외 추가하고 싶어져서 큰일입니다 ㅋㅋㅋ
눈먼자들의도시는 재미있습니다.

단발머리 2023-02-03 10:08   좋아요 2 | URL
수프는 옥수수 수프였습니다. 물론 제가 만든 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물은 제가 부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만족스럽구요. 새해결심에 예외 추가 항목 만드는데 달인이신 독서괭님의 분투를 고대합니다!!

그리고, 독서괭님! 역시 앞서가시는 분! <눈먼자들의 도시> 읽으신 거에요?
미친 아담과 암살파에 끄덕 안 하시던 독서괭님 아니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3 10:14   좋아요 2 | URL
오래전에 읽어서 잘 기억은 안 납니다… 🥺

단발머리 2023-02-03 10:22   좋아요 1 | URL
읽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ㅋㅋㅋㅋㅋ <읽었어요> 쪽으로 가는게 중요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03 16:10   좋아요 3 | URL
예외추가항목의 달인 독서괭님… ㅋㅋㅋ 그래도 서재에선 보기 드물게 의지가 강하시다 생각합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 재미있어요. 좀 무겁긴 하지만… 단발머리님은 <눈뜬 자들의 도시>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건 정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단발머리 2023-02-03 17:59   좋아요 1 | URL
아니 여러분 ㅋㅋㅋㅋㅋ <눈먼 자들의 도시> 안 읽은 사람, 지금 이 서재에 저밖에 없나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2-04 01:27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 네.

유수 2023-02-03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미자미자미!!!!!
나머지 책들도 눈에 꼭꼭 담아두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3-02-03 10:09   좋아요 1 | URL
자미 너무 예쁘죠!!! 자미자미자미!
우리 2월에도 화이팅 해요, 유수님!!

유수 2023-02-03 10:12   좋아요 1 | URL
자미 너무 좋아서.. 리뷰를 못쓰겠어요 ㅜㅠ ㅋㅋㅋ 화이팅 2월!!

단발머리 2023-02-03 10:13   좋아요 0 | URL
먼저 쓰세요, 유수님!! ㅋㅋㅋㅋㅋㅋ 제가 잠깐 다른 책 읽고 있을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2-03 10:22   좋아요 1 | URL
저는 먼저 못쓸 거 같아요… 엉엉만 할 수 있음. 영롱한 책 표지만 보면서 손가락만 빠는 상황ㅋㅋㅋ
눈먼자들의 도시는 지금 읽으면 힘들고 빡치지 않을까 두려운 책 목록 맨 위에 있는데요.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단발머리 2023-02-03 10:23   좋아요 1 | URL
자미가 그렇게 ‘엉엉 포인트‘가 있는 책이군요. 저도 맘 단디 먹고 시작해야겠어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전 도서관 책이라 오늘 내일 시작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패쓰 분위기 입니다ㅋㅋㅋㅋㅋㅋ
읽게 되면 알려 드릴게요^^

공쟝쟝 2023-02-03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 시간도 잘 수 있는 나는 ㅋㅋㅋㅋㅋㅋ 루스가 없으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심장의 힘줄 ..뿌잇@@@

단발머리 2023-02-03 12:29   좋아요 2 | URL
루스도 없지(애인은 공부에 방해될 때도 많음), 수면 시간도 줄일 수 있지 ㅋㅋㅋㅋㅋㅋ 돈도 벌지 ㅋㅋㅋㅋㅋㅋㅋ
우아, 쟝쟝님! 살살해도 마틴 이긴다요, 넉끈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3 12:33   좋아요 2 | URL
다 버려도 사랑 ㅋㅋㅋ 사랑은 불가항력 ㅋㅋ

단발머리 2023-02-03 12:42   좋아요 1 | URL
😘😍🥰💕💕💕

책읽는나무 2023-02-03 1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면기보다 총균쇠 책 딱 알아봤어요!
울 집에도 그리고 제게도 늘 읽어야 하는데~ 하면서 쳐다보고 있는 책인지라~ㅋㅋㅋ
아들만 예전에 총까지 읽었다던데...?
그리고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는 책이 등장했어요.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요! 저 옛날에 읽었어요^^
저는 저 책을 정말 무섭게 읽었어요. 정말 그런 세상이 온다면? 하면서~ 에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읽을 때 공포스러웠던 그 기분이랑 저는 좀 비슷하게 몰입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책 재밌었어요. 저 책 나온지 꽤 된 듯한데 단발님이 이제 읽으시는 책도 있구나? 감탄했네요. 그러니까, 좋은 책은 시간이 지나도 언젠가는 찾아내어 읽으시는 센스? 안목? 그런 아우라를 느꼈습니다.^^
르귄 샘은 정말 미인이시죠?
지난 번에 미미님과 르귄 샘 헤어스타일에 대해 논한 적 있었어요. 해보고 싶다구요ㅋㅋㅋ
저는 지금 머리가 좀 자라고 나니까 르귄 샘 머리가 된 것 같기도 하구요?ㅋㅋㅋ
얼굴은 다르지만, 헤어 스타일로 롤모델 따라하기! 뭐 그런 추종자가 되었습니다^^
2 월의 책도 좋네요?
파이팅입니다^^

햇살과함께 2023-02-03 16:11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도 저처럼 10년째 계획만?
저도 <눈먼 자들의 도시> 너무 무서웠어요!
인간 참 무섭다. 눈 감으니 더 무섭네 했던 기억이....

책읽는나무 2023-02-03 16:4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거의 10 년 된 것 같아요.
남편은 책 잘 안 읽는데, 이상하게 <총균쇠>는 읽어볼 거라고 들고 간지가 3 년이 되었네요. 읽진 않고 들고만 다녀서 책 표지가 너덜너덜~ 누가 보면 울 집 식구들 <총균쇠>에 목숨 건 줄 알겠지만, 아무도 진도를 못빼고 있네요.
알쓸인잡에서도 얘기하던데, 그나마 책 잘 안 읽는 울 아들만 ‘총‘ 부분만 겨우 읽었는데 마침 김영하 작가님 그 얘기하셔서 빵~ 터졌었어요ㅋㅋㅋ
<눈먼 자들의 도시>...아,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요?
<눈뜬 자들의 도시>는 안 읽어봤는데 그 소설은 어떨지? 햇살님은 읽어보셨나요?^^
요 아래 난티님은 책을 집어던지셨다는군요?ㅋㅋㅋ

바람돌이 2023-02-04 00:59   좋아요 2 | URL
하하하 저는 총균쇠 읽었지용.... ㅎㅎ
눈뜬 자들의 도시도 읽었는데요. 이게 일단 가독성이 떨어져요. 일단 문단 구분이 없고요. 대화와 서술 구분도 없구요. 그런데 집어던질 정도는 아니었는데.... ㅎㅎ 저는 눈먼자들의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았어요.

단발머리 2023-02-06 20:10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 책나무님 댓글 더하기 독서괭님 댓글 더하기 수하님 댓글 더하기 햇살과함께님 댓글 더하기 바람돌이님, 그리고 난티나무님, 그리고 잠자냥님 댓글에 힘입어 지금 <눈먼 자들의 도시> 읽고 있어요. 넘나 무서운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도 가능하다면 르 귄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하고 싶습니다. 진심이지요. 그러나, 저는 단발머리 아닌 단발머리로서 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님 / 네, 저도 무서워서요. 아침에 읽다가 조금 쉬다가 지금 읽는데... 아, 밤이라 더 무섭네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님 안내에 따라 ‘눈먼‘을 읽고 나서 ‘눈뜬‘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우아, 여러분들!! 너무 멋지세요!!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난티나무 2023-02-03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먼 자들의 도시>를 예~전에 읽고 그 다음에 나온 <눈뜬 자들의 도시> 도 읽어야지 하고 사서 읽다가 집어던졌….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ㅋㅋㅋㅋ 전자는 읽을 수는 있었는데 후자는 @@ 지금 보면 다를까요??? ㅎㅎㅎ

단발머리 2023-02-06 19:36   좋아요 0 | URL
저는 일단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지 않을 수 없어서요 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읽고 있습니다. 짧은 소설인데... 무섭고도 신기하고 참 좋네요. 저는 <눈뜬 자들의 도시>도 이어서 읽어볼까 싶어요. 가능하겠죠?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2-04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를 주제 사라마구의 세계로 이끌었던 눈먼자들의 도시 - 제가 처음 읽을 때는 영화가 나오기 전이라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읽었는데 진짜 충격이었어요. 그의 상상력에 충격, 그리고 눈먼자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잔인함에 충격, 그것이 전쟁이나 뭐 이런 상황이 되면 실제 일어날수도 있겠다 싶어서 더 충격!!! ㅎㅎ
위에는 제가 읽은 책이 많은데 어떻게 다 소설이야. 요즘 이곳에 계신 단발머리님 같은 분들 아니면 저는 진짜 소설만 읽고 있을거 같아요. 친구님들 덕분에 제가 공부를 합니다. ^^

단발머리 2023-02-06 19:38   좋아요 1 | URL
저도 시작 부분부터 놀래가지고요. 어머? 어? 이렇게 읽고 있어요. 저는 사실 무슨 책이든 책소개, 소설 같으면 줄거리 미리 읽어보거든요. 제가 알고 싶은 건 줄거리가 아니니까요. 이 책은 어쩌다가 그냥 시작했는데 어찌될지 몰라서 너무 두근두근....
제가 조금만 더 읽어보겠습니다!!

은오 2023-02-04 05: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제 책장에 꽂혀 있는 마틴에덴 빨리 읽으라고 다그쳐주세요... 표지 예쁘다고 샀는데 나 저거 산지 몇달 됐냐...

단발머리 2023-02-06 19:37   좋아요 0 | URL
은오님! 책장에 꽂혀 있는 마틴 에덴 빨리 읽으세요! (다그치면서 썼음)

느긋느긋 2023-02-05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덕분에 마틴에덴 너무 읽고싶어져서 얼른 데리고 왔는데,
책 표지부터 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은 책은 참 오랜만입니다,
흐뭇한 웃음이 ㅎㅎㅎ 책 만듬새도 참 좋네요,
굿즈를 향해 돌진할 때의 묘사는 정말 낄낄 웃으면서 읽었네요,
그러면서 하아, 참고 있었는데 면기에 대한 지름신이 강림하려고 합니다,
하아, 돌진하고 싶다.

단발머리 2023-02-06 19:40   좋아요 0 | URL
네, 읽기 전 3분씩 마틴의 얼굴을 감상하는 귀한 시간 꼭 마련해주시고요. 커피도 같이 한 잔 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굿즈를 향한 저의 돌진은 언제나 마일리지/가격에서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오늘은 다행히 굿즈 없이 구매했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돌진하세요, 그것만이 살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30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섹스할 권리> 읽으면서 두번이상 읽게 되는 문장이 많거든요. 저자가 이런 주장을 하는건지 이런 주장은 안된다는건지를 말하는게 좀 애매할 때가 있어서요. 그러다가 이게 번역의 문제인건가 왜 한 번에 명징하게 딱 오질 않지? 하면서 원서를 사볼까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다 뽝- 이책 원서 단발님이 사신 것 같았는데?! 하고 와보니 여기 이렇게 페이퍼가 있고, 단발머리 님은 원서에서 발췌독 한다 하셨네요. 이 페이퍼에 힘과 용기를 얻고 저는 원서 땡투하고 갑니다. 부자되세요. ㅎㅎ
 
정신적인 영양실조
시몬 드 보부아르와 데버라 리비
나는 고작 요만큼이지

















아이 없는여성의 지적 성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한 에이드리언 리치에 대해서는 이렇게 두 개의 글을 썼다(내 글에 내 글을 인용할 때 많이 거시기하지만, 앎비앎 친구 쟝쟝님이 괜찮다고 해서 부끄러움을 접어두고 링크를 건다.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2662668,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3944978)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는 에이드리언 리치가 쓴 <, , 그리고 시>(1980)에 담겨 있는 글이다. 이 글은 강제적 이성애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페미니스트이되 이성애자인 여성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밖에 없다. 내용 자체가 그렇다. 그녀는 남자와 결혼했다. 촉망받는 작가이자 시인이었지만 서둘러 결혼했고, 아들을 셋 낳았다. 아내였고, 엄마였다. 이성애자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녀가 가정을 벗어난 후에 쓴다. 강제적 이성애가 여성들을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지 쓴다. 이럴 때 그 감옥을 탈출한 여성의 목소리는 어떤가.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건 그 톤이다.


 

이 글은 분열을 확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성애자 페미니스트들이 이성애를 여성들의 힘을 빼앗는 정치적인 제도로 검토해보고 이에 도전해볼 것을, 나아가 변화시키기를 촉구하기 위해 썼다. (234)

 


예전에 아이 없는여성에 대한 에이드리언 리치의 글에서도 느꼈지만,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번역본이기에 그 중 일부는 번역가의 노고일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느껴진다. 에이드리언 리치는 신중하다. 비난하지 않으면서 격려하고, 명확하게 말하면서도 부드러움을 놓치지 않는다. 영어로 읽어보지 않았으니까, 이건 나의 느낌일 수도 있겠다. 아직 이 짧은 글을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으니, 내가 전체를 제대로 파악했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의 이런 태도를 존경한다. 여성으로서 여성을 존중하는 모습.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말하는 진실한 제언들.

 

















필리스 체슬러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에 보면 케이트 밀렛,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천재 작가 케이트 밀렛이 체슬러에게 어떻게 행동했는지 나온다. 당시에 체슬러는 지독한 이성애자였고(본인이 직접 밝힌 부분이다. ‘나는 남자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페미니즘 운동의 선두에서 투쟁하고 있었지만, 레즈비언니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밀렛이 자꾸 체슬러에게 접근하는 거다. 이른바 성애적 접근. 그걸 알아챈 체슬러는 밀렛을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그와의 개인적인 만남은 피하려고 노력했다.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밀렛이 보석처럼 빛나는 사람인 걸 알았고, 천재들이 흔히 범하는 크고 작은 약점에 대해 알았고, 밀렛의 성적 지향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체슬러는 밀렛과의 관계를 끊지 않았다. 나는 체슬러를 읽으면서, 물론 그 책이 어디까지나 체슬러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지만, 그런 체슬러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속에서도 연대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너무나도 근사했다.

 

 


나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다. 만났던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가 없었고, 나도 좋아서 따라다니던 남자가 없었다. 짧은 직장생활 기간을 빼면 남자()과 친밀히 접촉(?)할 시간과 공간과 여건이 안 되었다. 결혼 후에는 더 심해졌다. 둘째 아이를 낳은 후, 어느 시점에 깨달았다. 나를, 개인으로서 나, 혹은 인간으로서의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은 대부분, 정확히는 90 퍼센트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여자였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도 여자였다.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도 여자였고, 내게 용기를 준 사람도 여자였다.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도 여자였고, 나랑 놀아주는 사람도 여자였다. 내게 책 선물을 제일 많이 보내주는 사람도 여자였고, 좋은 책이 나왔다며 권해주는 사람도 여자였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화면 에 갇힌 남자들이어서, 평생에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었고.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생각했다. 남자 없는 세상, 남자와의 관계가 필요 없는 세상이 가능하겠구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자들과의 관계만으로도 충만한 세상, 완벽한 세상이 가능하겠구나.

 


그리고 이 경우, 내게는 딱 하나의 빈 틈이 존재했다. 우리 모두 그렇듯, 나 역시 지적으로 우월한 사람에 대한 추앙의 마음이 있다. 지적으로 충만한 사람, 지적으로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다. 오 천년 가부장제의 역사는 위대한 여성들의 이름과 얼굴과 업적을 모두 지워버렸기에 나는 그런 여성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페미니즘을 읽으면서부터 서구의 천재 여성들을 차례로 영접하는 신기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나의 말, 나의 언어를 가진 천재를, 나는 기다렸고


그리고, !!! 나는 드디어 만났다.


 








 

이런 저서를 내신 분이 바로 정희진 선생님이다. 한글로 쓰는 기쁨을 주신 세종대왕에게 감사드리고, 한글로 가능한 사고의 드넓은 폭과 깊이와 넓이를 보여주신 정희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레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큰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었다. 보통은 이 상황을 이렇게 해석한다. “남자들은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 남자들은 툭하면 잘난 척을 한다.” 나도 그 책을 읽고 짧은 감상을 남겼는데, 나는 이렇게 썼던 거 같다. “레베카 솔닛 같은 똑똑한 여자도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가 헛소리할 때 그걸 듣고 있다’. 책의 저자는 이야기를 듣고 있고, 그 주제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남자는 그 책’(레베카 솔닛의 다른 책)이 정말 훌륭하다고 떠들어댄다.” 선생님은 이 책을 이야기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니, 그러니까. (남자들이) , 가르칠 게 있어요? 그니까, 뭘 가르치겠다는 거에요? 내용이 있어요, 가르칠 내용이?” (오디오 매거진 참고하시면, 음성 지원 가능)

 

 


마지막은 역시나 거다 러너에게로 간다.


 














가부장적 전통 속에서 훈련된 사고인 우리 자신의 사고에 대해 비판적이 되기. 결국, 그것은 지적 용기, 즉 혼자 우뚝 설 수 있는 용기, 우리에게 닿는 것보다 더 멀리 뻗으려는 용기, 실패를 감수하는 용기를 발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사고하는 여성에게 가장 큰 도전은 안전과 승인을 추구하는 욕망으로부터 그 모든 것 중에 가장 '비여성적인' 자질 - 세계를 다시 질서짓는 권리가 스스로에게 있음을 주장하는 최상의 자기과신인 지적 오만 - 로 옮겨가려는 도전이다. 신을 만드는 자의 자기과신, 남성 체계건설자들의 과신으로. (397)

 

 


자기 과신과 지적 오만으로 무장하자.

강제적 이성애의 허울을 고발하고, 결혼 강제를 비난하자.

남자를 덜 좋아하고, 여자를 더 좋아하자.

 





댓글(21) 먼댓글(1)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거다러너적이다. (쟝쟝용어사전)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02-01 12:29 
    "그나 저나 자기글 자기가 인용해오는 문화 참 좋은 문화입니다. 남들은 자기 논문에 영어 논문 각주 달 때 우리는 친구와, 자기 자신의 과거의 글을 트랙백 걸어요. 참으로 거다 러너 적입니다. 쟝쟝 용어사전에 등재시키겠습니다."*거다러너적이다 (지적오만으로 똘똘 뭉쳐서 다이아몬드 급이라 감히 그 에고를 눈부셔 쳐다볼 수 없다.)*내가 잘하는 지적(?)인 농담 몇 개 더 있는 데 기억이 안난다.* 뒤메질러 : 책 사서 쌓아 놓는 인간 (조르주 뒤메질의 책
 
 
다락방 2023-02-01 12: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휴 기립박수 드리는 글이고요 제가 든 술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외치게 만드는 그런 글입니다.
저도 필리스 체슬러처럼 남자를 너무 좋아했던 과거가 있지만 그러나 이성애의 강제성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가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인 정희진 선생님을 열심히 읽으면서 지적 오만으로 무장합시다, 단발머리 님! 저는 이미 단발머리 님이 단단히 무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더 무장합시다, 더, 더!! 뽜이팅!!

공쟝쟝 2023-02-01 12:19   좋아요 3 | URL
...잠...잠깐만요....?
제가....... 점심먹으려고 나가려다가 말고 단발님 글쓴댔지 여기 들어와가지고요. 이 글을 보고 난 뒤에. 제가 살아서. 제가 감히. 내입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될지 몰랐는 데...

˝미쳤나봐... 나 어떡해.. 하아...!! 내 안에서 천재가 폭발한닷....!!!!! 🤪🤪(약간 이거 다부장님 말투로 읽어주세요)˝
나 정말 우정 천재인가봐요...........
아침부터..... 미치도록 똑똑한 여자들을 우리끼리 알아보는 페이퍼 보는 거 너무 행복해 ....

*똑똑한 사람의 가장 강력한 특징 = 똑똑한 사람과 친구가 된다*

단발머리 2023-02-01 12:34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 기립박수 무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남자를 좋아했던 오랜 과거와 또한 약간의 현재를 항상 명심하고 있습니다. 에이드리언 리치 같은 분 가까이 계시면 저도 다른 생각 해볼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응원과 격려 감사해요. 제가 위에 언급한 훌륭한 여성의 모델 중 한 사람이 다락방님인거 잊지 마세요!! 뽜야!!

쟝쟝님 / 쟝쟝님 안에서 폭발하는 천재 말입니다. 잘 달래고 어르고 먹이고 입히고 ㅋㅋㅋㅋㅋ 그래서 새 나라의 새 어른으로 잘 키워봅시다! 그리고 우정 천재는 맞는 거 같애요 ㅋㅋㅋㅋㅋ 좋겠다, 쟝쟝님!!

공쟝쟝 2023-02-01 1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나 저나 자기글 자기가 인용해오는 문화 참 좋은 문화입니다. 남들은 자기 논문에 영어 논문 각주 달 때 우리는 친구와, 자기 자신의 과거의 글을 트랙백 걸어요. 참으로 거다 러너 적입니다. 쟝쟝 용어사전에 등재시키겠습니다.

*거다러너적이다 (지적오만으로 똘똘 뭉쳐서 다이아몬드 급이라 감히 그 에고를 눈부셔 쳐다볼 수 없다.)*

단발머리 2023-02-01 12:43   좋아요 4 | URL
요즘에 부쩍 인용이 많아져서 걱정입니다. 진짜에요. 새로운 발상이 안 떠오르고 예전에 썼던 글 자꾸 끌어옵니다.
일단 쟝님이 괜찮다고 했으니까 오케이하고요 ㅋㅋㅋㅋ 반성하고 더 열심히 할라고 그래요 ㅋㅋㅋㅋ

거다러너님이 좋아하셔야 될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2-01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2-01 13:46   좋아요 1 | URL
우아 ㅋㅋㅋㅋㅋ 내 앞자리 뒷자리 옆자리 너무 우아하네요 ㅋㅋㅋㅋ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나도 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2-01 1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가부장제의 창조>도 역시 재독해야할 책이네요!!!
재독 뽐뿌를 몹시 일으키는 이 훌륭한 이웃분들과
함께라 오늘도 행복합니다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1 13:46   좋아요 2 | URL
<가부장제의 창조> 너무 좋죠. 근데 다른 좋은 책들이 또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부지런히 읽어요, 미미님!
여러분이랑 함께여서 저도 행복합니다!!

독서괭 2023-02-01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에이드리언리치는 안 읽었지만 <남자들은 자꾸~>랑 <가부장제의 창조>는 읽었기에 어깨가 으쓱(응?)
단발머리님도 여중여고여대 나오셨어요? 다락방님도 그러시다더니 ㅋㅋㅋㅋ 저는 한떄 남자들과 더 친하고 남자들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남자들과 우정이 허망함을 느끼고(그때는 특히요. 지금 좀더 성숙한 남성동료들과의 우정은 괜찮은 편. 다만 여자들과 우정이 훨씬 좋음), 여자들과 더 가까워졌어요. 특히 결혼 후에는 자의반타의반으로 더 ㅋㅋ
에이드리언리치의 태도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님의 태도는 더 좋습니다. 흐흐 알라디너의 우정 만세!!

단발머리 2023-02-01 21:51   좋아요 1 | URL
으쓱으쓱으쓱 하셔도 됩니다.
저는 남자와의 우정이 실현된 적이 1회도 없었기에 ㅋㅋㅋㅋㅋㅋㅋ 그랬습니다, 저는 그랬던 것입니다. 그래도 막연하게나마 우정이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에게 어울리는 단어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구요. 진정한 우정은 여성들 사이의 우정이고, 그 우정의 최고봉은 70대 여성간의 연대와 사랑과 반찬나누기와 운동 같이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습니다.
알라딘 우정 만세에 독서괭님도 포함되는 거 아시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난티나무 2023-02-01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 따라 기립박수!!!! 👏👏👏👏👏

단발머리 2023-02-01 21:49   좋아요 0 | URL
기립박수 감사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3-02-02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다 러너적이다.의 주인공이시군요?ㅋㅋㅋ
단발머리님의 글은 다시 가져와 링크를 걸어도 충분하시다는 말은 저도 공감합니다.
몇 년 전에 쓰셨던 글인데 다시 읽어도, 놀라울 때가 많더군요? 저는 책을 읽고, 감탄을 했을경우 다른 분들의 리뷰를 다시 훑어볼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럼 꼭 단발머리 님은 반드시 쨘~~ㅋㅋㅋ
링크 걸만 하십니다^^
오늘 이 글도 훗날 또 링크 걸리겠어요.
거다 러너적이니까요~^^

정희진 샘 진짜 치열하게 많이 쓰셨군요?
월 초에 매거진을 듣긴 했었는데 오늘 다시 듣기 했었거든요. 근데 샘이 쓰신 책 목록을 이렇게 친절하게 올려주시다니? 정희진 샘과 단발 님이 짜고 저를 압박하는 것 같아요ㅋㅋ

저는 초중고대 모두 남녀공학을 나와서요.
20 대까지는 여자보다 남자가 좀 더 편했었어요. 그러다 결혼하고 남사친들과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고, 아이들 엄마들과 만나면서 30 대부터 지금까지 남자보다 여자들이 훨씬 편하고, 배울 점이 많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 책을 통해 그 깨달음이 훨씬 컸던 것 같아요.
단발 님의 글을 통해 또 깨닫네요^^

단발머리 2023-02-03 10:17   좋아요 1 | URL
에궁. 책나무님이 링크 걸어도 된다고 하셔서 이제 쟝쟝님, 책나무님 총 2분의 지지를 등에 업고 ㅋㅋㅋㅋㅋ 제가 요금 많이 게을러져서요. 더 게을러져서 자꾸 옛날 글 가지고 옵니다. 2월부터 새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라고 인사해야하는데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부지런히 쓸게요.

정희진쌤 책 목록 엄청 길지요? 저도 이렇게 많으신 줄 몰랐어요. 그래서 기록 차원으로 캡처해서 소중하게 올려보았습니다. 쌤이 쓰신 모든 문장, 모든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은데, 제가 어제 <페미니즘의 도전> 잠깐 펼쳤거든요. 아.... 새로운 거에요. 저 2번? 3번 정도 읽은거 같은데요. 그 때 몰랐던 게 막 보이고 그래서요. 다시 절망과 한숨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도 우리 여성들간의 찐한 우정 계속 만들어가요, 책나무님! 그 중심에 책나무님이 계시네요. 나무처럼 든든히!!!

은오 2023-02-02 0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자를 덜 좋아하고 여자를 더 좋아하기 위해 단발머리님을 좋아하고 있지요 히히 아니 근데 여기 있다보면 저 원래 여자 더 좋아했나 싶어요ㅋㅋㅋㅋㅋ
저는 학교 다 공학 나왔고 남초환경에서도 있어봤는데 경험할수록 더 정떨어지는게 남자... 여중여고여대 부럽습니다.

단발머리 2023-02-03 10:19   좋아요 1 | URL
여중여고여대 부러움을 받게 될 줄은 전 몰랐지만, 이제서야 저도 그 곳이 축복의 땅이었음을 알게 되네요.
저도 은오님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으나, 많이 바쁘시더라, 은오님!
여기저기 고백하시고 청혼 날리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03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글을 놓쳤었군요…

거다 러너도 멋지지만
단발머리님도 너무너무 멋지셔서

그래서 제 꿈에 나오셨나봅니다 :)

전 공학에 남대를 다녔지만… 언젠가부터 남자 후배들에게는 (여자 선배를 우습게 알아서) 막 대하게 되고 여자 후배들에게는 엄청 친절하게 대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었답니다. 이것도 성차별이긴 한데 어쩔 수 없더라고요….

남자들은 전 괜찮은데 그들이 불편해 하는 것 같아요. 결혼하고 나서는 특히 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3 10:21   좋아요 1 | URL
저, 수하님 꿈에 나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어머나 좋은 꿈이었을까요? 제 얼굴도 모르시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복권은 사지 마시구요. 제가 담에 커피 한 잔 사드리는 걸로 ㅋㅋㅋㅋㅋ 꿈값 계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연스레 여남 후배를 다르게 대하는걸 터득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어쩔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있기는 하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03 10:35   좋아요 0 | URL
https://blog.aladin.co.kr/suha/14318284
여기 꿈 얘기가 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저는 단발머리님 얼굴을 알고 있...

단발머리 2023-02-03 10:55   좋아요 1 | URL
일하시는데 계속 죄송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북플 알람 꺼두셔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
꿈 이야기 행복했습니다. 고마워요, 수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