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인 영양실조



 
















<정신적인 영양실조>라는 글의 앞과 뒤를 보충해 다시 썼다.

 


『살림 비용』을 읽었다.  

 


제발 파리를 버리고 시카고로 와 함께 살자고 앨그렌이 사정했을 때, 보부아르는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난 행복과 사랑만을 위해 살 수 없어. 내 글쓰기와 일이 유일하게 의미를 가지는 곳일지도 모를 이 곳에서 계속 글을 쓰고 일을 하는 걸 단념할 순 없어."

 

글을 쓰면서 행복과 사랑과 가정과 아이도 가질 수 있지는 않았을까? 보부아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게 얼마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인지 경험했다. (『살림 비용』, 87)

 


나는 보부아르는 아니니까, 라고 말하는 데버라 리비. 글을 쓰는, 글을 써서 먹고사는, 글을 써서 아이를 키우는 데버라는 이제 막 이혼을 하고, 혼자가 되어 홀로 선다. 보부아르는 글쓰기와 일을 택했다. 사르트르의 아침을 걱정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고, 평생을 호텔에서 지냈다. 오늘날까지도, 여자의 제일 되는 목적이, 삶의 이유가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믿는 세상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을 선택했다. 데버라는 아니었다. 사랑했던 남자를 떠나 이제 막 가부장제의 틀을 벗어나기로 한 데버라는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었고, 서재 없이 써내야만 하는 원고가 있었다.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글로 먹고산다는 건 얼마나 고된 일인가. 보부아르는 나비처럼 유유히 혼자만을 책임지면 되겠지만(엄마 생활비를 대기는 했음), 데버라는 그렇지 않았다. 데버라에게는 아이가 있었다. 사노 요코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보부아르가 싫었다. 몸이 튼튼해서 싫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넘어져 치아가 부러지고 그 치아가 볼에 박혔는데도 태연하게 몇 주일이나 여행을 계속했다. 내 친구 중에는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관계를 이상적인 남녀관계로 신봉하고 그대로 따라하는 바람에 인생을 망친 여자도 있다.

그 사람의 결사적인 철학과 행동에 대해 뭐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의 강인한 체력이 못마땅했을 뿐이다. 이 여자는 뇌나 뼈에 치아가 박혀도 태연하지 않을까? 이런 속내도 다른 사람에겐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몸 약하고 머리 나쁜 여자였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보부아르를 무시할 수 있었다. 그래, 그래, 너 잘났다. 자식이 없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넌 그렇게 살아. 나하곤 상관없어. 나는 사는 게 힘들거든. 일상이 힘들면 생활이 철학이 돼. (『문제가 있습니다』, 164)

 

이 글을 썼던 때가 2018년이고, 2017년부터 읽기 시작한 『제2의 성』을 제대로 읽은 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와 함께였던 2019년이다. 2019년에2의 성』을 읽을 때, 나는 보부아르의 천재성에 완전히 압도당했고(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해는커녕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어 나의 책 읽기는 감탄환희그리고 고된 입력의 연속이었다. 2021, 모임에서 다시2의 성』을 읽었을 때는 책이 처음과는 조금 다르게 읽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눈에 거슬리는 문장들이 있었다.  

 









여자는 기생충처럼 남자가 먹여 살린다. (677)

 

결혼은 여자를 사마귀 암컷으로, ‘거머리, ‘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결혼의 형태를 바꾸고 여성의 조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677)

 

내게도 약간 사노 요코 같은 마음이 생겼다고 할까.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요? 회의와 물음이 마음 깊은 속에서 일렁였다. 읽기 싫을 때가 종종 있었지만, 아무튼 끝까지 읽었다. 나 혼자 삐져있던 내가, 나 혼자 화해(?)하게 된 계기는 에이드리언 리치의 글을 읽었을 때 찾아왔다. 여러모로, 여러 장소에서, 여러 위치에서, 에이드리언 리치는 내게 해답이 되어준다.

 
















가정에 매이지 않는 여성, 이성애적 짝짓기와 출산의 법칙을 거스른 여성은 남성 헤게모니에 커다란 위협을 가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도 이런 여성들은 선교사로, 수녀로, 교사로, 간호사로, 결혼하지 않은 이모나 고모로, 사회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라는 기대를 받았고, 중산층이면 노동력을 팔지 말고 무상으로 제공해야 했으며, 여성의 처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온화하게 말해야 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이들은 아이들에게 매시간 매인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명상하고 관찰하고 글을 쓸 시간이 있었고, 일반적인 여성들의 경험에 관한 강력한 통찰력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샬럿 브론테(첫 임신 중 사망), 마거릿 풀러(주요 업적은 아이를 낳기 전에 이루어졌다),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에밀리 디킨슨, 크리스티나 로제티,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아이 없는여성들의 인정받지 못한 연구와 학문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여성으로서 정신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215)

 


에이드리언 리치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 가정에 매이지 않은 여성, 아이가 없는 여성들이 여성들의 경험에 관한 강력한 통찰력을 우리에게, 결혼했고, 가정에 매여 있으며, 출산해 아이가 있는 여성들에게 전해 주었다고 보았다. 그들의 명상이 우리에게 빛을 비춰주었고, 그들의 글이 우리의 안내가 되었으며, 그들의 자유로움이 결국은 우리의 속박을 끊어내는데 강력한 무기가 되어 주었다고 말한다. ‘정신적인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고 말한다. 독신 여성, 결혼하지 않은 여성, 아이 없는 여성들이, 우리에게 그런 힘을 주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를 읽으면서 비로소 나는 내 안의 모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정해진 모성,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모성, 강요된 모성이 아니라, 내 안의 모성, 나 같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나만의 모성에 대해 비로소 긍정할 수 있게 됐다. 후회하지 않으면서, 아무도 원망하지 않으면서, 내 시간과 과거를 안타까워하지 않으면서, 엄마였던 나를,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갈 나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 편이 낫다. (『살림 비용, 161)

 



이제 데버라는 가부장제가 주는 가치 없는 보석을 소유하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겠다고 말한다. 가정이라는 안전(?)한 보호막을 벗어나,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맞서, 자기혐오의 고통을 이겨내리라 다짐한다. 삶의 비용을 들여 글을 쓰겠다고, 이 글도 그렇게 쓰였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한다. 그 두터운 어둠과 맞서겠다고, 자신의 발로 서서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걸어가겠다고 말한다.

 


부러움을 안고, 조금의 꼬인 마음 없이. 순전하게.

데버라 리비를 응원한다. 그녀의 건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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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락방의 미친 여자] 수녀의 운명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2-20 18:32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임무는 ‘출산’이고, 가장 중시되는 역할은 ‘어머니’다. 그래서 이것을 거부하는 여성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고 또 한편으로는 멸시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독신 여성이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 임무와 역할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아이 없는 여성의 지적인 작업’에 대해서는 여러 번 썼기에 링크로 갈음한다. (제 글을 제 글에 인용하는 저의 게으름을…. 부디 탓하지 마소서.) 시몬 드 보부아르와 데버라 데비
 
 
수하 2022-09-20 0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곳이 세 분이 잘 찾아가신 그 곳이군요 (분위기 좋아보여요) ^^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요?

제 마음이 이랬어요. 그래서 어차피 그런 거 더 알고 싶지 않았는데..
단발머리님 글 보면서 에이드리언 리치 읽어보고 싶어졌거든요.
그러나 아직 게을러서 아니면 절실하지 않아서 그런가 시작은 못했어요.
읽으면 제 마음도 좀더 편해질까요.

근데 읽어야 할 책 왜 이렇게 많은 거예요.. 알라딘 서재 와서 더더 많아졌어요 ^^

단발머리 2022-09-20 11:06   좋아요 3 | URL
분위기도 좋고, 피자도 맛있고 파스타도 맛있고 청포도에이드도 맛있습니다. 화이트와인은 제가 맛을 못 봐서요 ㅋㅋㅋㅋㅋ

복잡한 마음을 달래주는.... 정확히는 인도해주는 많은 작가들이 수하님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만날 만한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전 베티 프리던 첨 읽고 완전 기절할 거 같았거든요. 근데 그다음에는 케이트 밀렛,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힐 콜린스는 또 넘나 좋고요. 아... 그리고 우리의 필리스 체슬러 ㅋㅋㅋㅋㅋㅋㅋㅋ 놓치지 않을 거에요. 에이드리언 리치는 그 중에서도 또 각별하고요. 전 이 분이 시인이라는게 그게 참 좋아요. 천재의 완성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수하 2022-09-20 11:23   좋아요 2 | URL
때가 있다는 말이 좋네요. 마음만 급하고 읽지는 않고… 읽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하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

단발머리 2022-09-20 11:41   좋아요 1 | URL
네네, 수하님! 읽다보면, 계속 읽다보면 길이 보일거라 믿어요.
서로에게 후레시(라이트 ㅋㅋㅋㅋㅋ)가 되어주기로 해요, 우리!!

책읽는나무 2022-09-20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단발님의 기지로 찾아가셨다던??ㅋㅋㅋ
피자 맛나 보입니다.
가끔은 엄마라서 한계를 깨닫는 순간도 있고,
가끔은 엄마라서 절로 주저하고 뒤로 물러나게 되는 비겁한 순간도 있고...그래서 나는 왜 엄마밖에 될 수 없었던 건가? 싶기도 하거든요.
근데 조울증이 심해서일까요?
또 가끔은 내가 엄마라서 좋고, 행복하고, 다행이구나! 라고 생각할 때가 많기도 합니다.
계속 감정은 오르락 내리락~~ㅋㅋㅋ
책을 읽으면서도 용기를 얻지만, 또 가끔은 단발님처럼 이런 글도 큰 용기를 얻게 되어 좋네요.
데버라 리비 저도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2-09-20 11:11   좋아요 2 | URL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런 의미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자 아주 맛있고요. 저 피자가 맛이 좋아서 갈때마다 기본으로 주문하곤 했습니다.

저는 엄마라서 싫은 때가 많았지만, 이건 잘하지 못한다는 자책감과 무력감 때문이었구요. 아이들이 자라는 거 볼 때 행복하고 좋아하고 같이 소리지르고 놀고 그런거는 잘 했던 거 같아요. 요즘은 또 다른 의미로.... 복잡하기는 합니다. 아이들이 이제 많이 자라서 제 손이 더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이제 내 삶을 또 어떻게 만들어가야하는 그런 생각이요. 근데 일단 오늘은 모르겠다,하고 도서관 왔어요.
제 글이 책나무님께 위로가 되었다니 기뻐요. 책나무님 글과 댓글도 제게 항상 큰 위로가 됩니다.

잠자냥 2022-09-20 1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팔만 나온 분 다부장님이죠? ㅋㅋㅋㅋㅋㅋ
팔만으로도 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0 11:31   좋아요 3 | URL
어쩔ㅋㅋㅋㅋㅋ 딩동댕 맞았습니다! 간식 상자 준비도 안 했는데 이렇게 맞추시면 어뜩해여 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20 11:46   좋아요 2 | URL
저도 아까 사진 보고 그리 짐작했었어요.
앞의 분은 비타님 그 옆은 다부장님!!
비타님은 가방 보고 알았어요ㅋㅋ
간식 상자 준비하시면 단발님 거덜나실 거에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0 11:50   좋아요 2 | URL
준비 안 하기를 잘했네요. 담에는 다른 각도로 잘 찍어봐야겠어요. 여러분들이 단박에 맞추시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사진 올릴 맛이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0 16:50   좋아요 2 | URL
왜 알죠? 팔이 너무 튼실한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0 17:23   좋아요 1 | URL
아뇨 다부장님 요즘 이 옷 애용하시는 듯. 유럽에서도 입고(만세 사진 ㅋㅋㅋ) 얼마 전 엄마랑 산책할 때도 입지 않았나요?

다락방 2022-09-20 17:26   좋아요 1 | URL
1. 유럽에서 입은 옷은 이 옷과 다른 옷입니다. 디자인과 무늬가 조금씩 다릅니다.
2. 엄마랑 산책하고 찍은 사진은 엄마만 찍혔습니다. 엄마가 입은 옷은 또 다른 옷입니다. 제가 사서 입어보고 반품하려다가 엄마 입을래? 하고 드린 옷입니다.

그러나,
이 옷은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옷입니다. 이거 입을 때 제일 예뻐요. 누가 그렇게 말해준 건 아니고 저 혼자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2-09-21 15:17   좋아요 0 | URL
이거 입을 때 제일 예뻐요. 가 저의 올해의 문장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다락방님. 잊지 말아요!
글고 담에 만날 때 그 옷 입고 나와야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9-20 1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꼬인 마음 없이_ 이 태그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저 역시 한때 꼬인 마음으로 선을 긋고 니편내편 아무도 가르지 않았는데 나 혼자 가르고 분노하고 화내고 짜증내고 그러다 한숨 쉬고 그런 나날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꼬인 마음이 들지 않아요. 그래, 니 갈 길을 가렴, 나는 내 갈 길을 갈게, 이런 마음도 아니고 말이죠. 이건 어떤 까닭일까요. 체념도 아니고 순응도 아니고 말이죠. 저는 엄마라서 싫은 적은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라고 거짓말을 하려고 보니까 아가 어릴 때 아가아가할 때 힘들었네요. 물론 지금도 가끔 힘들긴 합니다만 말이 통하는 게 어딘가 싶습니다. 저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요즘 자주 생각하곤 하는데 책나무님이 엄마밖에 될 수 없었던가 라는 의문에 사로잡힌다는 거 보고 좀 놀랐어요. 제가 아는 가장 멋진 엄마들 중에 한 분이신데. 엄마라서 완벽해야만 한다, 완벽한 엄마, 라는 그런 모순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한 번도 없었지만 유독 엄마라는 틀로 존재지워보면 완벽한 엄마_라는 틀에 많은 이들이 사로잡혀 있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자라 이제 단발님 인생을 다시 한번 만들어가는 형식에 대해서 생각하신다 하니 저는 그럼 그 길을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9-20 12:01   좋아요 2 | URL
기혼 미혼 여성을 나누는 그런 태도가 기혼 여성은 그들대로, 미혼 여성은 그들대로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서로에 대해 반감을 가지도록 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기혼 여성이지만 미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ㅋㅋㅋㅋㅋ)의 딸이 있으니까요. 그 아이의 입장이 충분히 제 생각의 한 부분을 차지할 테구요.

비타님도, 책나무님도 제가 보기에는 너무 좋은 엄마셔서, 엄마로서의 회의나 좌절 같은 거는 모두 모아 저에게 주시면 좋겠습니다만, 가부장제에서 엄마에게 요구하는 것이 ‘완벽한 희생, 완벽한 헌신‘이다보니, 비타님, 책나무님도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 같아요.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아이들을 응원하면서도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 앞으로도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또 한편으로는.... 알라딘의 몇몇 이웃분들의 아가들 이야기 듣다보면 껌딱지 같은 귀여운 아가아가들이요. 저도 막 그 때가 생각나서 금방 마음이 컴컴해지곤 합니다. 도무지,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이 무해한 족속들을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지나고 보면 추억이지만 그 시간은 나름대로 매순간이 너무 힘드니까요. 그래서.... 이제 아이들이 학교 가버린 지금,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ㅋㅋㅋㅋㅋㅋ 저와 어울리지 않는 ‘열심히‘ 라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오늘은 도서관이 만차입니다. 왜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20 21:43   좋아요 1 | URL
비타님과 단발님 저를 너무 고급 단계로 보시는 것 같은데 거기서 서 너 단계 낮춰서 보아 주세요.^^
저번엔 스콧님도 단팥크림빵 가위로 잘라서 찍은 사진 보시고 놀라시더니, 애들한테 소리 한 번 안지르고 키울 것 같다고 하셔서 저는 더 놀랐습니다!!!!
저는 절대 그런 엄마 아니거든요ㅋㅋㅋ
다들 저를 너무 좋은 엄마, 현모양처?로 보시는 경향이 있으신데 아니..아니에요.
제 주변에 아이들에게 화를 잘 안내시는 언니들을 보고 본받으려고 따라하긴 합니다만...저는 때론 ‘나‘를 찾고 싶은 순간들이 더 많은 엄마입니다. 그래서 남편한테 맨날 내 팔자야~ 그러면서 징징거리는데 남편이 받아준다고??ㅋㅋ
나 이 다음에 태어나면 절대 결혼 안 하고 혼자 살거라고...큰소리 뻥뻥 쳐놓고도 돌아서면 남편한테 의지하는 게 넘 커서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해서 의지하는 건지? 내가 너무 나약해서 기댈 곳이 없어 의지하는 건지? 헷갈릴때가 많은데 전 그런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내 자신이 무능해 보여서 싫은 거에요.
그래서 전 나와는 다른 성격, 더 강한 성격을 가진 데버라 리비 <살림 비용>을 정말 기분좋게 읽었던 것 같아요.^^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댓글을 달까? 말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적자~ 하고 수다 한 소쿠리 쏟아냅니다ㅋㅋㅋ
속에선 감정들이 솟구치고 왔다 갔다 하지만, 그냥 억누르고, 주변 사람들이나 요즘은 책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이나 또는 알라디너들에게 본받고 싶고, 배우고 싶은 점들을 뽑아서 몸에 흡수시키며 살고 있는 중이에요. 계속 억누르면서요~^^
결국 삶의 최종 목적은 행복하기 위함 아닌가? 싶어 행복하려고 용 쓰구요^^
조금의 꼬인 마음 없이, 순전하게,
저도 낮에 이 문구가 와 닿았었는데..
모두가 똑같은 마음인가 봅니다만~
조금의 꼬인 마음 없이 순전하게~
우리도 서로를 응원하며 살아보아요♡

수이 2022-09-21 08:18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이 멋진 엄마, 좋은 엄마라는 건 사실일 거 같지만 가령 책나무님이 멋지지 않고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해도 그건 제가 책나무님 바라본 거랑은 무관해요. 물론 아이들이 현명하고 지혜로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겠지만 물론 그러기를 바라는 게 우리 모두의 엄마 마음이겠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알아서 잘할 거 같아요. 아무리 엄마들이 애쓰고 아둥바둥해봤자 잘 되는 녀석들은 잘 되고 안 되는 녀석들은 안되던걸요. 그러니까 각자 팔자 소관. 저는 책나무님의 온라인상 모습만 보고 책나무님은 분명 좋은 엄마일 거야, 좋은 사람일 테니까, 라고 생각한 거라는 점을 이 자리에서 밝혀야 하겠습니다.

섣불리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지만 책나무님께서 ‘나‘를 찾고 싶은 순간들 이야기하시니까 얼마 전에 친구랑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그 친구(단발님 아님)와 이야기 나누다가 만일 내가 내 현재 자리와 내 현재의 자아와 많이 갈라서는 지점들이 있을 경우가 생긴다면 나는 어쩌면 페미니즘을 더 이상 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보니까 알겠더라구요. 어떤 지점에 서 있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 책나무님도 읽고 쓰시면서 여정을 계속 나아가시리라 믿어요. 어차피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작업은 아니니까 길게 호흡하고 나아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저는 솔직히 꼬인 마음이 중간중간 들기는 합니다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21 09:27   좋아요 1 | URL
이래서 비타님을 사랑할 수밖에 없나봅니다ㅋㅋㅋ
실제로 멋지지 않아도 좋은 사람일 거라고 하시니...좀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지네요^^
지난 달의 페미니즘 책을 읽고 참 좋았었는데 뒤늦게 살짝 혼란스러워졌고, 이번 달은 페미니즘 책을 읽으려고 하면 자꾸 신당역 살인사건이 떠올라 또 혼란스러워 책이 잘 안 읽혀지는 거에요. 책을 읽어 고무되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고 자꾸 여성들이 죽어나가는데...라는 생각들이 어지럽네요. 저도 이렇게 무언가 하나에도 이리 흔들리는데 앞으로의 나란 존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란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그래도 내 현재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겠다! 란 생각은 늘 뿌리에 두고 살려고 하기 때문에(간혹 억압일 수도 있겠죠?) 페미니즘 책들도 좋은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이것이 비타님과 비슷한 부분인 건가?^^ 아니어도 각자의 자리에서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또 후회하고 또 털고 그러면서 살아가리라 봅니다.
저는 집안에 있으면서 책을 읽다가도 내가 책만 읽고 있어도 되는 건가??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많거든요. 남편에게 의지하며 살면서 내가 페미니즘 책을 읽고 페미니즘 운운해도 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ㅋㅋㅋ
그래서 이상한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남편과 애들을 지휘하고 있다!! 나 아니었음 이 집이 어쩔 뻔 했어? 되려 더 큰 소리 치고 있어요. 아마도 저는 자존감을 키우려고 페미니즘 책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솔직히 책들이 너무 어려워서 북플을 안들어올 수가 없어요. 들어와서 계속 자극받고 배우고 깨닫고...긴 호흡이라도 내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고 싶네요ㅋㅋ
제가 보는 비타님은 꼬인 그 마음 매듭을 묶지 않고 있어, 금방 이쁘게 풀리실 듯~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1 15:22   좋아요 2 | URL
비타님 / 팔자소관,은 올해 저의 사자성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타님, 존경합니다. 저는 꼬인 마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과정이고 언젠가는 풀어질거다,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냥 그럴 수 있다는 걸, 우리가 자책감 없이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나무님 / 저는 결국에는 페미니즘이 우리가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남편과 애들을 지휘하고 있어! 이런 생각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기혼 전업주부 여성의 재생산노동이 터무니없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고 우리의 현실이라 해도 우리마저 그런 생각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생각이 좀 복잡해지는 건 사실이에요. 그죠? 맞습니다! 우리에게는 간식이 필요하다는 결론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0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래서 살림, 비용 이군요. 살림, 비용.
부러운 마음과 꼬인 마음에 대해서라면 ㅋㅋㅋ 그 마음을 잘 들여다 보기로는 또 저 만한 천재가 없지요... (응?)ㅋㅋㅋ 예전엔 그런 맘을 지닌 저를 좀 미워 했는 데(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안 그래요. 아니 난 여기는 일케 꼬였구먼, 허허~ 이러고 맙니다... 아닌 건 아니고 싫은 건 싫어도 되지 않나... 하지만 여자를 미워하지는 말자... 이럽니다. 흐흐.

단발머리 2022-09-21 15:26   좋아요 0 | URL
저의 결론과 쟝쟝님 결론이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렇다는 걸 저도 인정하려고 해요. 제가 위의 글에서 꼬인 마음이 없어진 것은 오래오래 꼬여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여자를 미워하지는 말자.... 동의하고요. 더 구체적으로... 저는 ‘여자를 미워할 수는 있지만 대충 미워하자.‘
심하게 열정적으로 과격하게 미워하지는 말자... 그게 제 주의입니다.

다락방 2022-09-20 17: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인용하신 저 보부아르의 문장이 기혼여성에 대한 비난으로 읽히는 게 아니라, 가부장제와 결혼제도와 사회를 비난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저는 인용하신 문장 말고 다른 지점에서 ‘기혼 여성들이 불편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습니다, 제2의 성을 두번째 읽을 때요. 음, 저는 그 입장이라는 게 말이죠, 아무리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해도 그래서 이해하거나 공감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그러나 내가 결코 그 사람이 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는 있을 것 같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유자녀 기혼 여성에 대한 이해에 한계를 갖는 것처럼 유자녀 기혼 여성 역시 비혼 여성의 삶을 오롯이 이해할 순 없다고 보고 있고요.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이나 원망이드는 건 자연스럽고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처음엔 서운할 수 있어도 어쨌든 그 서운한 말이 들려온 가운데 내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도 있게 되잖아요. 아, 나(의 입장)을 그렇게보다니 서운하네, 라고 했다가 흐음.. 그런데 또 그 얘길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는건가.. 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되잖아요. 저는 갈등이 없는 것보다 있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갈등이 있고난 후 그것이 더 나쁘게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요. 저는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저랑 입장이 다른 여성들에 대해 원망하기도 하거든요. 원망하고 서운한 감정을 많이 가져요. 저는 여자를 미워하지 말자는 아니고요, 미운 사람들 중에 여자들도 있기 때문에, 내가 여자를 미워해도 그걸 굳이 표현하진 말자, 나 아니어도 여자 욕 하는 사람들은 많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일전에 단발머리 님과 비타 님 만나서도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인정받기를 원하고 나를 정체화하는 것보다, 내가 옳다는 방향으로 묵묵히 나아가고 행동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비타 님의 댓글로 미루어보건대, 비타님이 결국 정착하게 된 지점이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 저는 혼자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님.
언제나 단발머리 님께 말씀드리지만, 단발머리 님은 특히 더, 계속 쓰세요.

단발머리 2022-09-22 07:17   좋아요 0 | URL
입장에 대한 다락방님의 이야기 완전 동의합니다.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 느끼는 한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고요. 그 간극이란 건 결국에는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건 감정적인 부분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요. 기혼과 미혼으로서만 이해하면 좀 날카로워지는 부분이, 저와 미혼인 친한 친구를 대입하면, 그게 좀 부드러워지는 걸 느끼거든요.

그리고 다락방님 말씀에 ‘내가 여자를 미워해도 그걸 굳히 표현하지는 말자‘에 저도 동의합니다. 위에 제가 쟝쟝님 댓글에 미워하게 되더라도 대충 미워하자... 이렇게 썼는데, 저는 이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계속 써보겠습니다. 다락방님 응원이 있어서 오늘도 내일도 또 쓸 수 있을거 같애요. 뽜야!

다락방 2022-09-21 15:36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저도 그렇게 해요. 다른 입장에 대해 서운하거나 혹은 심하게 화가 나서 표현하려고 하다가도 제가 좋아하는 기혼 유자녀 여성친구를 생각하면 저 역시도 좀 부드러워집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2022-09-21 15:43   좋아요 0 | URL
전 필리스 체슬러 읽으면서.... 아, 뭐 이렇게 싸울 일이던가요, 하는 생각과 그래도 너무하시네, 하는 생각에 좀 복잡했거든요.
그에 대한 좋은 처방이 덜 미워하기라고 생각하고요. 아니면, 미워하는 거 표현 안 하기요.

다락방님이 좋아하는 기혼 유자녀 여성친구는 다락방님을 서운하게 할 수 있지만, 그 자녀, 특히 여자아이는 기혼 여성이 아닌 다락방님쪽입니다. 참고해 주세요!^^

다락방 2022-09-21 15: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여자 아이에게 사랑과 축복을 보냅니다!!

유부만두 2022-09-20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림 비용에서 저자가 전남편이라고 안하고 계속 애들 아빠라고 쓰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3부작 나머지 책들도 챙겨”만” 뒀어요.

부러움을 안고, 조금의 꼬인 마음 없이,
피자 모임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09-21 15:35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 그 부분 눈에 잘 들어왔어요. 전 아직 책들은 다 챙겨두지 못했습니다만 곧 다시 기회가 생기겠죠.

피자 사진 참 잘 나왔어요. 제가 사진 잘 못 찍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매실 2022-09-21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책 검색하다가 흘러흘러 들어왔어요) 저도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성정치학>, <성의 변증법> 읽고..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것만 같다가...<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에서 리치 언니의 통렬한 모성에 대한 분석을 읽고 엄청난 위로를 받고 나의 모성을 긍정하게 되었죠. ^^ 단 그 모성이라는 것은 언제고 ‘제도화‘된 모성이 될 수 있으므로 그것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

기혼여성에 대한 타인들의 이미지에 저항하면서도 동시에 내가 기혼여성으로서 안주하는 부분과 모순을 언어화해서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거 같아요. ‘니들은 몰라‘, ‘나는 조금은 달라‘라는 방어가 아니라요. 저는 이 작업을 에이드리언 리치가 한 거 같아요. 그도 끝내...‘아내‘에선 벗어나게 되었지만. (어쩌면 이건 필연적?;;) 기혼여성으로서 페미니즘 읽다보면 방어만 하다가 끝나고 말 위험이 너무나 커요. 저의 포지션은 적극적인 내부 고발자가 되자는 쪽입니다만..^^

단발머리 2022-09-21 16:04   좋아요 0 | URL
기혼여성에 대한 타인들의 이미지에 저항하면서도 동시에 내가 기혼여성으로서 안주하는 부분과 모순을 언어화해서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거 같아요.

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만, 기혼여성으로서 페미니즘을 읽다가 방어적인 태도를 가지는 게 왜 위험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페미니즘을 읽는 중에 일어나는 생각의 변화와 굴곡도 모두 소중한 과정 중의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혼여성의 페미니즘 읽기,가 고정화되거나 규격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페미니즘 책을 어느만큼 읽었든지간에, 각자의 삶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매실님의 위험 경고는 제게는 평가처럼 들리네요. 저는 매실님이 적극적인 내부 고발자 포지션을 가지시겠다는 걸,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말입니다.

수이 2022-09-21 17:14   좋아요 0 | URL
저는 제도화된 모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발 담그고 있는 쪽인지라 매실님이 말씀하신 바 무엇인지 알 거 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똑바로 바라보기는 역시 쉽지 않은 일 같아요. 그리고 끝내 아내에서 벗어난 에이드리언 리치를 생각해보면 그 과정의 끝이 마치 솔로됨, 독립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물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입장인지라) 필연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주체성을 획득하는 건 곁에 배우자(남성)가 있어도 무관한 영역이라고 여깁니다. 결혼이란 제도와 무관하게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무관하게. 적극적인 내부 고발자가 되자는 말씀도 어떤 맥락에서 하시는지는 알겠지만 어감이 좀 쎄네요 ^^;;; 애니웨이 여기서도 이렇게 마주하니 좋네요, 매실님.

매실 2022-09-22 20:16   좋아요 0 | URL
갑자기 맥락없이 단 댓글인데 자세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말한 방어적 태도는 출산이나 육아 자체를 부정하는 어떤 논지들에 맞서서 ‘너희는 모른다‘는 식으로 말할 때를 말한 거였어요. 갠적으로 제가 그런 과정을 겪었고 뭐 지금도 겪기에 하는 이야기였고 그런 당연한 반응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거기에서 좀 도약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님의 글을 겨냥하며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단발머리님의 글이 그런 어떤 스스로의 고뇌를 겪은 다음에 리치의 글을 통해 나온 자기 인정이라고 읽혀져서(서둘러 짐작한 것일수도 있지만) 반가운 마음이 불쑥 들어 남긴 거였거든요. 여튼 리치가 유자녀 기혼여성으로서 오히려 자신의 모성의 양가적 측면을 적극 드러냈음을 언급하고 싶었는데(이런 의미에서 리치가 내부고발자라고 저는 읽었고 저도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미였구요.) 좀 띄엄띄엄 쓰다보니 센 어감으로 들렸던 거 같습니다. 여튼 툭 던진 댓글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기혼여성 페미니즘을 논의하는 장이 별로 없다보니 알라딘을 잘 하지도 않는데 반가운 마음에 끼어들었어요.

매실 2022-09-22 13:57   좋아요 0 | URL
비타님 여기에서도 뵙네요. 반가워요.^^ ‘필연‘이라는 말은 (역시 띄엄띄엄쓰다보니..;;;;) 당시 리치의 입장에선 필연이었을거라는 말이었습니다.지금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겐...저는 아직 판단 보류인 상태입니다. 결혼제도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주체성을 획득하며 사는 것이 저 역시 현재하는 노력이긴 하지만 이게 정말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더 해봐야 알 것만 같아요. 이건 저의 희망 아니고 기대도 아니고 그저 저도 이런 실험을 해나가보고 있습니다.^^ (아 당연히 결혼제도와 무관하게 ‘나로 살기‘는 정말 필요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