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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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극한의 낙천성을 온 몸에 철갑으로 두른 그를 만나는 시간.

Anyway. That's a problem for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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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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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 이야기. 죽음이 찾아드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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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방송이 나왔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부녀회에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OOO 문고 여는 시간에 와서 선물을 받아가라는 거였다. 나는 아이들과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선물은 우리 딸롱이, 아롱이가 좋아하는 ‘닭다리 스낵’과 ‘귤’이었다. 선물을 받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선물을 손에 들고 OOO 문고 회원가입을 했다. 한 가구당 3권씩 빌릴 수 있다고 했다.

딸롱이는 ‘빙하에서 살아남기’를, 아롱이는 ‘큰 동물 도감’을, 그리고 나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빌렸다.

 

 

 

 

 

 

문고 한 쪽에 나란히 꽂혀있는 ‘펭귄 클래식’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이 귀한 선물들을 서둘러 열어보아야 할텐데, 쩝.) 당연히,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으려 했으나, 제목이 눈에 띈 짧은 글을 읽게 되었다.

<늙어가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란 무엇일까?>

우리의 완전한 행복을 위해 누군가를 (그 시절에는 아주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고 믿었다.) 필요로 했으며 우리 또한 그 사람이 앉은 크리스마스 난롯가에 꼭 필요한 존재였던 (혹은 우리만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시절, 우리의 삶이 온통 누군가의 이름으로 화환과 꽃 장식처럼 수놓였던 시절 말이다. (225쪽)

그 시절, 누군가를 간절히 필요로 했던 시절, 그리고 나 또한 그 누구가의 소중한 누군가이기를 갈망했던 시절,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 때, 누군가의 마음을 간절히 기다리던 나는 무척이나 외로웠고, 또 외로웠으며, 그 극한 외로움에 치를 떨었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그 때도 나름, 그런대로, 그럭저럭 ‘행복’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유한한 육신 속에, 이 형편없는 기억 속에 사는 한, 과거는 무조건 아름다운가. 과거의 기억은 무조건 추억이 되는가.

뭐라고! 그 후로는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았다고? 젊은 시절 선택한 소중한 인연과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결혼에 성공하고 달콤한 행복을 맛보던 중, 견원지간 같았던 두 집안으로부터 드디어 인정받은 후로는 그와 같은 진정한 크리스마스는 온 적이 없다고? (226쪽)

나는, 이 대목에서 빵! 터져 혼자서 큭큭 웃고 말았는데, ‘찰스 디킨즈도 그랬는가‘ 하는 생각에,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이런 글을 쓸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도 그렇게 생각했던가. 불가능해 보였던 사랑이 이루어진 뒤, 마음 속에 품었던 그 사람,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은 뒤, 완벽하게 그가 나의 사람이 된 뒤의 크리스마스는, 이제 예전의 크리스마스가 아니란 말인가.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다릴 것이 없기에, 아무것도 간절히 소망하지 않기에, 이제 더 이상 완벽한 크리스마스란 없단 말인가.

아니, 잃어버린 친구, 잃어버린 아이, 잃어버린 부모, 잃어버린 형제, 자매, 잃어버린 남편이나 아내, 우리는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은 우리의 크리스마스 추억 속에, 그리고 우리의 크리스마스 난롯가에서 소중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영원한 소망의 계절, 영원한 자비의 탄생일에 우리는 그들 모두를 환영할 것이다! (231쪽)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라도 거절당하지 않고, 누구라도 초대된다는 작가의 말은 이미 자신을 떠나간, 죽음으로 이별한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준다.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나밖에 모르던 어린 시절,

공부가 제일 중요하다며 친구들을 살뜰히 챙기지 못했던 나보다 훨씬 더 나았던 내 친구,

내가 잊고 있던 고등학교 1학년의 나를 기억해주던 내 친구,

10년 넘어 만났을 때, 내 손을 잡고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던 내 친구,

내 친구,

이제는 하늘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내 친구,

내 친구 김진희.

내 친구 김진희에게도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한다.

진희야, 메리 크리스마스.

그 곳에서도 여기에서처럼 환히 웃으렴.

너무 빨리 주어진 안락함이라 불편해 하지 말고, 마음 편히 누리렴.

편히 쉬렴, 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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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2-28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 이야기도 저 책 안에 들어있다는거죠, 단발머리님? 장바구니에 넣어야겠어요.

단발머리 2012-12-28 12:15   좋아요 0 | URL
넹, 다락방님. <크리스마스 캐럴> 안에 <늙어가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란 무엇일까?>라는 수필(?)이 들어있는 거지요. 아주 짧아서 단숨에 휘리릭 읽을 수 있어요. ^^

근데, 다락방님, 저 그림은 계속 저렇게 나오는 거겠지요. <크리스마스 캐럴>이 나와야 되는건데, 내용은 크리스마스인데, 사진이 <빙하에서 살아남기>라, 나름 어울리나요?

마녀고양이 2012-12-2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후, 단발머리님.
마지막 쓰신 글귀 때문에 제 곁을 떠나간 이들이 갑자기 생각나기 시작했습니다.
곁에 있을 때 더 귀히 보듬어야 했는데, 늘 가지기 전에, 떠나간 후에, 그 소중함을 알게 되네요.

연말, 제 곁에 있는 분들을 사랑해야지 다시 다짐해봅니다.
즐거운 날 되셔요.

단발머리 2012-12-29 12:53   좋아요 0 | URL
네, 올해 제 친구가 하늘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그 애의 이름을 꼭 적어두고 싶었어요. 크리스마스에 그 애를 기억하고 싶어서요.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줘야지, 저도 맘 먹어요.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순간.
지금, 지금 이 순간...

2012-12-31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1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제부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앞으로만, 앞으로만 전진.

 

 

 

 

 

나는 시를 좋아하는데, 시집을 즐겨 읽지는 않는다. 시를 좋아하는데, 시를 읽지 않는다? 아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시를, 그렇게는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읽기는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고광헌’ 시인을 몰랐다. 그냥 도서관에 꽂혀있는 창비시집 중 제목이 제일 ‘만만한’ (죄송합니다, 고광헌 시인님~~) 시집을 골랐다. 시집을 읽고 반납한 후에야,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나는 트위터의 그 ‘고광헌’이 이 ‘고광헌 시인’이란 걸 알았다. 안도현 시인은 단번에 알았는데, 고광헌 시인은, 몰랐다. 이건 어디까지나 사진 때문이라고, 마구 마구 우기고 싶다.

정읍 장날

아버지, 읍내 나오시면 하굣길 늦은 오후 덕순루 데려가 당신은 보통, 아들은 곱빼기 짜장면 함께 먹습니다 짜장면 먹은 뒤 나란히 오후 6시 7분 출발하는 전북여객 시외버스 타고 집에 옵니다

배부른 중학생, 고개 쑥 빼고 검은 학생모자 꾹 눌러써봅니다

어머니, 읍내 나오시면 시장통 국숫집 데려가 나는 먹었다며 아들 국수 곱빼기 시켜줍니다 국수 먹인 뒤 어머니, 아들에게 전북여객 타고 가라며 정거장으로 밀어냅니다 당신은 걸어가겠답니다

심술난 중학생, 돌멩이 툭툭 차며 어머니 뒤따라 집에 옵니다 (22쪽)

이 시를 읽고 있자니, 짜장면 두 그릇을 시켜 아들과 맛있게 먹는 한 아버지와 밥 먹고 왔다고 국수 하나만 시키는 어머니의 모습이 쉽게 떠올려졌다. 물론이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르지 않다.

지난 주, 엄마와 00순대에 가서 순대국을 먹었다.

난 사실, SK 상가 “행복한 새참”에 가서 엄마는 ‘열무비빔밥’을, 나는 ‘참치김밥’과 ‘떡볶이’를 시켜서 엄마랑 나눠서 맛있게 냠냠 먹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내 메뉴보다는 순대국을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 엄마와 함께 순대국을 먹으러 갔다.

아무렴, 엄마는 좋아하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국. 우리는 순대국이 담긴 뚝배기의 바닥을 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후엔 바로 옆 이디아에 갔다. 엄마는 토피넛 라떼를, 나는 까페 라떼를 주문했다. 엄마는 너무 배가 불러 못 먹겠다고 하셨다. 그러고선, 이게 뭐야, 참 맛있다,고 하셨다.

내 어머니도 밥 먹고 왔다며 아들만 국수 곱빼기를 시켜주는 그 어머니이다. 아직도 자신에게 쓰는 1000원, 아니 100원이 아까워 벌벌 떠신다. 이런 어머니와 함께 밖에 나가 밥을 사 먹고, 커피를 사서 마신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작은 애가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점심을 먹고 오니, 혼자서는 귀찮다고 밥 안 먹는 철없는 딸을 위해 엄마가 밖에서 밥을 사 주신게 그 시작이다.

엄마랑 마주앉아 주문을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엄마가 사는 아파트랑 가까워 우린 아~~~주 자주 만나는대도 엄마랑은 항상 할 이야기가 많다. 밥을 먹으며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끔 내가 말한다.

“엄마, 다른 거 뭐, 큰게 행복이 아니예요. 엄마도 아직 젊으시고, 나도 젊고, 이렇게 밥 먹고, 이야기하고, 이런 순간이 다 행복이예요.”

그럼, 엄마는 맞다고 한다. 엄마가 더 늙으셨을때도, 내가 엄마랑 이렇게 마주앉아 밥을 먹을 수 있기를. 우리 딸롱이도, 내가 그런 것처럼, 나와 마주앉아 밥 먹는 것을 좋아하기를, 그러길 바란다.

이 아름다운 시집에는 이런 시도 있었다.

EU의 노동법이 깔린 도로에서 김진숙을 생각하다

(생략)

노동법이 안전하게 깔린 도로를

달릴 때 달리고, 쉴 때 쉬지만

때로 쉬어야 할 때 달리기도 하는

스타노의 인간적 노동에

서울의 트윗 친구

크레인 위 김진숙 지도위원을 불러낸다

데자뷔인가

멈춘 시간, 고공 철제난간에서

열여덟 봉제공장 노동자로 시작해

스물여섯 최초의 여성 용접노동자로 해고된 진숙이가

전태일로 울고 있다고 나를 깨워쌓는다 (생략) (82-3쪽)

스물여섯 최초의 여성 용접노동자는 이제 흰 머리의, 아니 백발의 중년이 되었다. 그 힘든 고공농성을 견디고, 노조가 요구하던 요건을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 갖다 놓는데에 성공했음에도, 그녀는 오늘도 통곡한다. 22일 오전, 한진중 노조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5살. 그는 35살밖에 안 된 젊은 아들, 젊은 아빠였다. 사측의 손배소 압박, 158억원.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그리고 그날 저녁, 현대중 해고자도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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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사를 했다.

그러니까 저번주 금요일이었다. 8년 6개월간 살던 집을, 큰 아이를 키웠고, 작은 아이를 낳아 키웠던 집을 떠나왔다. 나는 그야말로 시원섭섭했는데, 시원했다 함은 2년 넘게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기게 되어 시원했단 말이고, 섭섭했다는 말은 그냥 해본 소리다. 이사간다 생각하니 너무 좋았다. *^^*

11월, 12월에도 간간히, 근근히, 간신히 책 몇 권을 읽긴 했는데, 아직 리뷰로 정리하지 못 했다. 이사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들떠서 그렇기도 했고, 이것저것 바쁜 일이 많았다. 12월에는 “(내가 선정한) 올해의 책” 뭐 이런 근사한 페이퍼도 써야하고, 다음주엔 언니들이랑 영화 ‘26년’도 보러 가야한다. 바쁘다, 바뻐!!

2. 사계절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옷은 몇 벌?

원래 살던 집에서는 안방에 결혼할 때 샀던 열자 장이 하나, 아이들 방에 작은 붙박이장이 하나 있었다. 장이 작으니, 여기 저기 옷들이 나돌아 다녀서 어느 방에 가나 옷 천지였다. 이사를 하고 보니, 이 집엔 붙박이 장이 작은 방에 다섯칸짜리가 하나, 안방 옆 드레스룸에 다섯칸짜리가 또 하나 있었다. 옷을 다 넣고도 자리가 남았다. 모두 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 옷이 별로 없는 것 같았지만, 부피 있는 가전제품이나 피아노 등을 빼놓고는 역시나 옷이 큰 짐이었다. 사계절을 사는 우리에게, 우리 네 식구에게 필요한 옷은 몇 벌일까? 여름옷, 겨울옷 그리고 간절기 옷. 사계절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옷은 모두 몇 벌일까?

3. 가족 네 명에게 필요한 책은 몇 권?

거실의 책들을 정리했다. 서재에 있던 책들 중 좀 깔끔한(?) 책들을 거실 책장으로 내놓고, 아이들 책도 종류대로 정리했다. 그러고도 양이 안 차는지 신랑은 2*5 책장을 하나 더 주문했다. 신랑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서재방으로 들어간 책들 말고, 저 쪽 작은방으로 들어간 책들은, 알아서 버려.”

신랑은 순순히 알았다고 했다. 그럼, 그래야지. 우리는 그렇게 책을 못 사게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보라 해 놓고서, 서재에 책장 두 칸이 다 자기 책이야!!

더 이상 책장!!!!!을 사지 말라고 했다. 책은 사도 된다! 책장은 안 돼! 책을 사면, 책을 사게 되면, 꽂혀 있는 책 한 권을 반드시 버려라! 이게 내가 강력히 주장하는 바, 책들이 우리 집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건 그렇고, 도서관에 자주 다니는 가족 네 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집에 필요한 책은 몇 권일까? 일단 거실 큰 벽엔, 한 칸에 조선왕조실록 두께로 책 14권이 들어가고, 그런 칸이 40개. 그럼 14*40=560. 왼쪽벽에는 책 18권이 들어가는 칸이 9개. 그럼 18*9=162. 서재방엔 48권이 들어가는 칸이 18개. 그럼 48*18=864. 작은 방의 서재에 있는 잘잘한 책을 빼버리면 대략 1600권 정도. 아, 2000권도 안 되는구나. 아이들 책을 빼버리면 그나마 내가 읽을 책은 얼마 안 되는데, 그런데도 관리가 안 되네.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아니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책은 몇 권?

4. 이제 시작이다, <레 미제라블>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Good News가 있고, Bad News가 있다.

Good News 먼저.

드디어, <레 미제라블>을 시작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어쩔지 모르겠는데, 내가 <레 미레라블>을 읽어야겠다 생각한건, 역시나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읽은 후였다. 처음부터 감동의 물결로 몰아치더니만, 마지막에는 폭풍 눈물로 <레 미제라블>을 마친 다락방님을 보고, 나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나도 읽고야 말겠어! 게다가 나는 다락방님 서재에 “다락방님, <레 미제라블> 페이퍼 기다리고 있는거 아시지요?”까지 올린 터였다.

 

 

 

 

 

도서관에서 펭귄클래식의 <레 미제라블 1>을 빌렸다. 40페이지 정도 나갔을까, 재미가 붙을 무렵, 대기하고 있는 다른 애들에게 눈이 갔다. 아, 저 책 반납일이 금요일인데, 일단 저거 먼저 읽어야겠다. 아, 저 책을 일단 간단히 훑어봐야겠다. 그러다가, 한 권, 한 권. <레 미제라블>은 이렇게 밀려나고 말았다. (아, 이거 다락방님한테는 비밀인데.... 비밀......... 쩝) 그리고는 <레 미제라블>을 반납할 시간이 돼버렸다.

이번에는 나비님이 <레 미제라블>을 읽고 계신 거였다. 가게일도 하시느라 바쁘실텐데,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책 읽고 싶을 때 읽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있는 삶을 갈구한다는 나비님이 한 권, 한 권 <레 미제라블>을 읽어가시니, 나는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

그래서! 가지고 있는 알사탕으로 따끈따끈한 민음사판 <레 미제라블 1>을 샀다. 나는 너무, 너무 기뻤다. 잘 만났다, 레 미제라블. 내가 널 읽어주마. 여기까지가 Good News.

목요일, 이사 전날, 그 정신없는 와중에 나는,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했다. 총 4권을 주문했는데, 주문하고 나서야, Thanks To는 주문 전에 클릭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허걱.

네 권 모두 “내일 수령 가능”이라 했다. 난 금요일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 중의 “빨간 머리 앤”이 딸롱이 ‘독서 모임’ 도서라, 토요일에는 책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깜깜 무소식. 월요일 아침 10시에 1:1 상담에 배송과 관련해 글을 올렸다. 급하다는 내 문의에 저녁 7시쯤 전화가 왔다. 뭐, 간단히 폭설로 인해 배송이 지연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책은 화요일 오후에 도착했다.

배송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눈도 많이 왔고, 아저씨들도 많이 힘드신거 알고 있다. 그래도 조금 서운하긴 하다. 주문했던 목요일 오후에는 이미 눈이 많이 온 상태였고, ‘내일 수령’은 가능하지 않다고, ‘2~3일 소요 예상’이라 안내했다면, 그렇게 목이 빠져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너무 배부른 소리인가 싶어 여기에서 그만하련다.

아무튼 나는 <레 미제라블> 그 대장정을 시작한다.

내가 읽기 전에, 내게 이 책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이제 내가 이 책을 손에 듦으로 해서, 이 책은 나에게 ‘존재하는’ 책이 된다. 어떤 식의 감동으로, 어떤 식의 느낌으로 내게 존재할지 이제부터 지켜보겠다. 잘 만났다, <레 미제라블>

** 이 페이퍼를 이제 막 썼는데, 알라딘에서 문자가 왔다.

“고객님, 배송지연 관련 문자, 메일은 혹시 아직 못 받으셨을까 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이미 수령하셨다면, 문자, 메일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책은 잘 받았습니다. 이제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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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2-13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며칠 안보이시더니 이사 때문이었군요! 고생하셨어요. 몸살 나진 않으셨어요?
단발머리님 댁은 모든 식구가 책읽기를 즐겨하시는군요. 저희 집은 책 읽는 사람이 식구 구성원들 중 저 뿐이에요. 남동생이 가끔 읽긴 하는데, 그런 경우엔 제 책에서 골라 읽곤 하죠. 저희 집은 책 별로 없어요, 그래서. 한 오백권 되려나.. ㅎㅎ제 방의 한쪽 벽면이 책의 전부랍니다.

이제 레 미제라블 완독하실 단발머리님을 기다리겠습니다. 우후훗~

단발머리 2012-12-13 15:03   좋아요 0 | URL
헤헤헤.. 오랜만이예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은 안 오랜만인데, 저는 완전 오랜만에 들어온듯 해요. 몸살은 안 났는데요, 대신 아직도 집이 어수선합니다.^^
저희 식구들은 모두 책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진정한 독서, 진정한 의미의 독서, 틈만나면 읽어대는 독서의 경지는 저희 딸이 이루었습니다. ㅋㅎㅎ
레 미제라블 너무 기대되요. 새로운 세계가 열리네요.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