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으로 압색당해 쓰는 페이퍼.
<인생네권 이벤트>를 알고, 제일 먼저 보게 된 건 최은영 작가의 ‘인생네권’이었다. 세상에나. 첫번째 픽이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라니. 최근에 <전체주의의 기원>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프리모 레비를 생각했던가. 세상에나, 갑자기 느껴지는 최은영 작가와의 내적 친밀감. 작가님, 내가 작가님 좋아해요!
그리고 확인한 건 장강명 작가의 ‘인생네권’. 첫번째 픽은 역시나 ‘악령’.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표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바로 그 책이다. 나는 아직 <악령>을 읽지 못했으니 장강명 작가와는 내적 친밀감을 느낄 수 없겠구나. 이런순.
인생네권 뭐로 할까,를 생각하자니, 브론테 책이나 필립 로스 책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책들은 너무 나같고, 내가 고른 책 같고. 하지만 어쩌랴. 사실이 그런 것을. 지난 달에는 친구가 <Jane Eyre>를 사 줬고, 또 다른 친구에게 다른 책을 선물받았다. 말로는 괜찮다, 괜찮다 했는데 속으로는 엄청 좋았다. 네번째 그리고 다섯번째 제인 에어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또 제인 에어를 사게 될 것이다. 내게 최고는 제인 에어이고, 제인 에어였으며, 제인 에어일 것이며. 쟝쟝님이 댓글 달 때까지만 해도 제인 에어는 미뤄두고 싶었는데. 역시 제인은 에어다. 제인 에어. 영원한 나의 원픽.
두번째는 정희진의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글쓰기 관련 5권짜리 시리즈 중에서 나는 이 책이 제일 좋다. 나는 영화를 많이, 아니 거의 보지 않는 편이고, 즐겨 하지도 않는 편인데 이 책을 좋아하는 건, 고통에 대한 부분 때문이다. 고통을 대하는 이런 자세를 나는 존경한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 꼭 그렇게 하고 싶다.
세번째는 작년 올해의 책, <상황과 이야기>. 이 책에 대해서는 아직 리뷰를 쓰지 못했다. 그렇게 좋은 책. 말할 수 없는 비밀.
네번째는 <Lucy by the sea>. 사람마다 원하는 스타일이 있을 테고, 나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치졸한 사람이고, 오랫동안 꽁한 사람이다. 용서할 수 있지만, 화해하지 않는다. 나는 화해를 원하지 않는다. 알고 있는 어떤 이를 생각하듯, 보고 싶은 어떤 이를 생각하듯, 나는 자주 생각한다. 윌리엄을, 루시를, 그리고 윌리엄과 루시를.
원서는 검색이 안 되서 이렇게... 네권아닌 네권. 인생네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