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고 말하기 부끄러웠지만 사실이 그런걸 어쩔까. 『성의 역사1』은 어려웠다. 얼마나 힘들었냐면 표지에 친구가 사준 '연필' 마스킹 테이프를 불이면서까지 책에 정을 붙이려했다. 1권은 마지막 서너쪽이 하이라이트라서 읽기 잘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무튼 시간은 흘러가고 이제 2권을 펼친다. 1권 읽으면서 중간에 포기할 것 같아 책도 안 샀는데, 딱 3분의 1만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할 생각이다. 수도권은 화요일부터 2단계라 하고 내일 아침은 영하 1도. 잠 안 오는 꿀꿀한 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 온두라스에서 160명으로 시작된 캐러밴 행렬은 멕시코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7,000여명에 이르렀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대규모 탈출 이민자 행렬에는 중대 범죄자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불법 이민자라고 규정했다. 불법으로 땅을 점령하고 선주민 인디오들을 학살하고, 아프리카 고향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을 노예로 철저하게 이용했던 잔인한 사람들의 후예답다.



 


 

 

사진은 1891, 뉴올리언스 중심가 광장에 모인 성난 백인 군중들을 묘사한 신문 삽화이다. 그들은 소리친다. “저 백인 검둥이 살인마를 교수형에 처하라!” “저 검둥이 백인 놈들의 목을 매라!” 경찰서장 살해 사건과 관련되어 수감중이던 이탈리아 피고인 11명에게 무죄가 내려지자 성난 관중들은 교도소 문을 부수고 안으로 진입해 수감자들을 그 자리에서 살해했다.

 


<2: 누가 백인인가>는 미국 사회에서 사회적, 문화적으로 만들어졌던 백인성, 백인됨의 개념을 추적한다. 이민 시대 초기 백인은 오직 앵글로색슨만을 의미했다. 독일인에 대해 반감이 컸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독일계조차도 순수한 백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천명했다(38). 언론에서는 아일랜드 이민자를 원숭이, 야수, 술주정뱅이로 묘사했고(41), 동남부 유럽 이민자들은 견습 백인(probationary white)으로 규정되었다(43).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백인 검둥이(white nigger/44쪽), 그리스 이민자들은 기니아, 즉 검둥이로 불렸다(45). 유대인들은 검은 동양인, 하얀 검둥이(whiteniggers)로 불렸다(47).  

 

산업별 노조가 결성되고 민권운동이 확대되면서 남동부 유럽계 이민자들은 백인으로 편입되었다. 유대인 역시 1940년대 후반부터 유대인성을 잃어버리는 대신 완전한 백인으로 탈바꿈했다. 백인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흑인이라는 거대한 단일 집단에 대항하기 위해 백인들은 백인의 경계를 확대시켰다. 미국이라는 천국에 도착했던 모든 이민자 중에서 오직 백인만이 자유와 인권의 주체가 될 수 있었기에, 새롭게 백인 정체성을 부여 받은 이민자들은 자신이 획득한 백인성에 감격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민자의 땅 미국에서 백인, 미국인, 시민권 이 세 가지 개념이 종종 한 세트로 묶여서 이해되었기에(33) 가능한 일이다.

 


독일계 이민자였던 친가와 스코틀랜드에서 온 이민자를 어머니로 둔 트럼프 같은 백인’은 이제 미국이라는 드넓은 땅의 주인이 되어, 그 곳에 편입되고자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불법이라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역사의 아이러니다. 수전 손택이 했던 그 모든 무수한 훌륭한 말들 중에서도 이 말만 기억에 남는 이유다.

 



진실은 모차르트, 파스칼, 불 대수, 셰익스피어, 의회정치, 바로크양식 교회, 뉴턴, 여성해방, 칸트, 마르크스, 발란친의 발레가 이 특정 문명이 세계에 초래한 것을 속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인들은 인류 역사의 암이다.” (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의 저자 제인 마운트는 책등을 15000권쯤 그렸는데, 여러 번 반복해 그린 책들이 있다고 말한다. 사진 위에서부터 자주 그린 순서로 나열했는데, 이 책들은 진짜 고전이라고 소개한다. 맨 위의 책이 이 책, 『앵무새 죽이기』이다.

 

1991년 미국 국회 도서관 선정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 1960년 출간 직후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40개 언어로 번역되어 4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하퍼 리에게 풀리처상의 영예를 안겨준 책.   

 

 


메이콤에 사는 6살 스카웃의 천진난만하고 당당한 모습은 마야 안젤루를 떠올리게 한다.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캐럴라인 선생님은 입학생 스카웃이 이미 글자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면서, 부적절하고 온당치 못한 선행학습을 근절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스카웃은 당당하다. 아무렴, 이 정도면 당당해도 되겠다.

 


아빠가 저를 가르쳐 주신다고요?” 놀라서 내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아빠는 이제까지 저한테 아무것도 가르쳐 주신 적이 없어요. 그러실 만한 시간이 없거든요.” 그랬더니 캐럴라인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으시기에 덧붙여 말했습니다. “글쎄, 아빠는 밤이면 너무 피곤하셔서 거실에 앉아 책만 읽고 계신다니까요.” “아빠가 가르쳐 주지 않으셨다면 도대체 누가 가르쳐 준 거니?” 캐럴라인 선생님이 상냥하게 물었습니다. “누군가 가르쳐 준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태어나면서부터 『모빌 레지스터」를 읽을 순 없으니까.” “젬 오빠 말로는, 저는 태어날 때부터 글을 읽었대요. 제가 핀치가 아니라 불 핀치 집안 애로 나오는 책에서 본 거래요.” (41)

 


남매는 흑인을 변호하는 아버지를 관찰하고, 흑인을 멸시하는 백인들의 수근거림을 듣고, 그들을 공손히 대하는 흑인들을 본다. 결국 우는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허위와 가식의 그 아래 바닥을 본다. 그 이면을 꿰뚫어 보고, 인간답게 행동한다. 아이들만 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고통 때문에 우는 거지. 심지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이야. 흑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생각한 것도 아닌데 백인이 흑인에게 안겨 주는 그 고통 때문에 우는 거란 말이다.” (373)

 


방학친구 딜은 재판 과정을 지켜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고, 억울한 판결에 오빠 젬도 눈물을 흘린다. 가장 앞장서서 제일 치열하게 싸웠던 아버지가 오히려 담담하다.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착한 사람들조차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잠자리에 든다. 다음을 기약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성경의 요셉 이야기와 똑같은 톰 로빈슨 사건을 따라가면서 스스로를 흑인 여성으로 위치시키는 나를 발견하고 여러 번 놀랐다. 강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성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어리석은 질문들과 남부에서 흑인 남성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쉬지 않고 치고 받았다. 이토록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이처럼 발랄하고 명랑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고 만다.

 

















황금 주간은 이렇게 지나갔다. 아침에는 푸코를, 오후에는 까뮈를 읽다가 어느 밤에는 엘리자베스 길버트를 펼쳤다. 몇 달 전에 사두었던 책이고, 저번주부터 뜨문뜨문 읽고 있는데, 책 속에서 엘리자베스가 하퍼 리를 언급한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책들이 있을까. 내가 그 존재를 아는 책들은 얼마나 될까. 너무 당연하게도(?) 나는 구입한 책들을 다 읽지 않는 사람이고, 겨우 지난주부터 읽기 시작한 이 책에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이 나온다. 그의 작품에 대해 말한다. 창조성에 관한 이야기라, 직접적인 것은 아닐지 몰라도, 작가의 존재와 작품 자체는 더 이상 직접적일 수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이 흔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아직도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내가 읽는 책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고, 한 쪽으로의 화살표가 아니라 양방향의 화살표로 서로가 서로를 가리키고 있다. 여기에서 저기로. 그리고 다시 여기로.

 


『앵무새 죽이기』 때문에 관심이 생긴 다른 책들을 골라본다. 또 다른 시간, 공간에서 나를 반길 책들이다. 출연 예고 및 개봉 박두.   

 



















"참, 너희 아빠와 난 당분간 너희들하고 같이 머물러 있기로 결정했단다." 메이콤에서 <당분간>이라는 말은 짧게는 사흘에서 길게는 30년을 뜻했습니다. 오빠와 나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습니다.- P240

우리는 아빠를 따라 나갔습니다. 부엌 테이블에는 가족 모두를 파묻고도 남을 만한 음식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며, 토마토며, 콩이며, 심지어는 머루까지 있었습니다. 아빠는 소금에 절인 족발 한 그릇을 보시고는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너희들 고모가 이걸 먹는 걸 허락할까?" 캘퍼니아 아줌마가 말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와보니 뒤쪽 계단 주위에 놓여 있었어요. 저들은, 변호사님께서 하신일을 고마워하는 겁니다. 저들이 주제넘은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죠?"- P394

아빠는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려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그 분들께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그 분들께 전해 줘요. 꼭 전해 주세요. 다시는 이러지 말라고요. 요즈음처럼 너무나 어려운 때에……" - P395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0-11-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샀다고 바로 읽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되리라고 희망해 봅니다.

우리 책쟁이들의 슬픈 숙명이기도 하지요 ㅋ

오늘도 다섯 권 받았네요.
부지런히 읽습니다. 마치 시시포스의 산을
오르는 고런 느낌으로다가.

단발머리 2020-11-22 11:19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말씀하신 그 희망을 제가 항상 품고 삽니다 ㅎㅎㅎㅎㅎ

욕심쟁이, 고집쟁이는 어감이 별로인데 책쟁이는 괜찮네요. 조금 슬퍼도 책쟁이의 운명을 소심하게 받아들이려 합니다.
시시포스의 산을 전작읽기로 가볍게 타넘으시는 레삭매냐님 독서도 힘차게 응원합니다!

수연 2020-11-2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빅 매직 얼른 구입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길버트 부인하고 싶지만 저도 사랑하는 거 같아요...... 헬프는 영화 먼저 봐야지!

단발머리 2020-11-22 14:33   좋아요 0 | URL
수연님도 구매하시면 매우 좋을 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금방 배송되는 교보에서 주문했지요. 크헉.
헬프는 영화도 좋다는 분이 많더라구요.

블랙겟타 2020-11-2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프>라면.. 전여자친구와 이 영화보고 사귀었던 생각이 나네요. 하하.


단발머리 2020-11-22 18:37   좋아요 0 | URL
어머나!! <헬프>가 겟타님에게는 추억의 영화군요. 저도 함 봐야겠어요. 약간의 호기심이 커다란 궁금증으로 변신했네요ㅎㅎ
 


















요컨대 성에 대해 행사되는 아주 미세한 온갖 폭력, 성을 수상쩍은 듯이 바라보는 모든 시선, 성의 가능한 인식이 말소되는 모든 은닉 장소를 광범위한 권력의 독특한 형태와 연관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성에 관한 담론의 풍부한 생산을 다양하고 유동적인 권력관계의 장() 속에 잠그는 것이 중요하다. (114)

 


그보다는 오히려 세력 관계들의 상호작용이 함축하는 변화의 도식을 찾아야한다. "권력의 배분" "지식의 전유(專有)"는 가장 강력한 요소의 점증적 강화이거나 관계의 전도이거나 두 요소의 동시적 증대이거나 하는 과정에서 순간적 절단면(切斷面)만을 나타낼 뿐이다. 권력-지식관계는 어느 일정한 배치의 형태가 아니라 "변화의 모태이다. (116)

 


성생활의 장치에서 가족은 수정(水晶)이다. 다시 말해서 가족은 성생활을 확산시키는 듯하나 사실은 성생활이 가족에 의해 반영되고 회절 (回折) 한다. 가족은 자체의 투과성(透過性)과 외부쪽으로의 이 회부(回附) 작용 때문에 이 장치에 대해 가장 귀중한 전술적 요소들 중의 하나이다. (129)


 

동일한 시기에 유전의 분석은 성(성교, 성병, 부부의 결합, 성도착) 을 종()으로서의 인류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책임이 있는 위치에 올려 놓았다. , 성은 질병에 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충분히 통제하지 않으면 질병을 옮기거나 미래의 세대를 괴롭힐 다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어 인간 종의 온전한 병리학적 자본의 원천에 성이 출현한 것이다. 결혼, 출산, 생존의 국가적 관리를 조직화하려는 의학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기획은 이로부터 유래하는데, 이에 따라 성과 성의 생식능력은 행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성의 기술에서 성도착의 의학과 우생학의 계획은 19세기 후반기의 두 가지 중요한 혁신적 조처였다. (137)

 

 



혼인관계의 장치에서는 생식, 성생활의 장치에서는 육체들을 쇄신하고 모으고 점점 더 상세한 방식으로 인구를 통제하는데 그 존재이유가 있다고 한다. 혼인관계의 장치에서 근친상간 금지는 불가결한 규칙이기에, 성생활은 아득한 옛날부터 법과 권력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게 된다(127쪽)고 한다. 더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서 밑줄긋기만 열심히 하고 있다. 뭔가 알듯 한데, 그게 뭔지는 모르는 느낌이다. 계속 읽어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11-20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0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백은 서양에서 진실을 생산하기 위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기술의 하나가 되었으며, 그때부터 우리는 고백이 유별나게 행해지는 사회에서 살게 되었다. 고백의 효과는 사법, 의학, 교육, 가족관계, 애정관계, 가장 일상적인 영역, 가장 엄숙한 의례로 멀리 퍼져나갔고, 누구나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고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고백하고 자신의 과거와 몽상을 고백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하고 자신의 질병과 빈곤을 고백하고, 누구나 가장 말하기 어려운 것을 최대로 정확하게 말하려고 열심이고, 누구나 자신의 부모, 교육자, 의사,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고백하며, 다른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고백은 기쁨과 괴로움 속에서 자기 자신만이 볼 수 있을 뿐인 글로 쓰이기도 한다. 누구나 고백한다. 아니 누구나 고백을 강요당한다. 고백이 자발적이지 않거나 내면의 어떤 요청에 의해 행해지지 않을 때에는 위협이나 술책에 의해 고백을 억지로 끌어내는 일도 벌어진다. 고백을 영혼 밖으로 사냥감처럼 내몰거나 육체에서 떼어내는 것이다. 중세 이래 고문은 고백에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누구라도 고백을 거부하면 고문이 전면으로 나선다. 고백과 고문은 이를테면 서로에 대해 적의(敵意)로 가득찬 쌍둥이인 셈이다. (『성의 역사 1』, 71)

 


고문에 의한 고백에 대해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마녀사냥을 떠올렸다. 혹시나 해서 『캘리번과 마녀』을 훑어보았는데 빨간 인덱스가 있어서 이 문단을 금방 찾았다.


 

푸코가 감지했던 성에 대한 "담론적 폭발" [목회나 고해성사가 아니라] 마녀사냥 고문실에서 가장 강력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는 푸코가 여성들과 고해의 대상 사이에 흐르고 있다고 상상했던 상호 감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심문관들은 상대가 수십년 전에 성적인 위업을 치른 나이 든 여성들이라는 사실에 구애받지 않고 그 어떤 마을의 성직자들보다도 과감하게 마녀들에게 자신의 성적인 모험을 세세하게 토해낼 것을 강요했다. 이들은 마녀혐의자들을 거의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이 닦달하여 젊은 시절에 처음으로 어떻게 악마를 접하게 되었는지, 삽입시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 품게 된 불순한 생각들이 무엇인지 털어놓도록 했다. 하지만 성에 대한 이처럼 기묘한 언설이 펼쳐진 무대는 고문실이었고, 질문은 형틀을 사용하여 고통으로 미쳐가는 여성들에게 던져졌다. (『캘리번과 마녀』, 284)

 


 

성에 대한 담론적 폭발이 목회나 고해성사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푸코의 주장에 대해 실비아 페데리치는 담론적 폭발이 이루어진 장소는 마녀사냥 고문실이었다고 주장한다. 푸코는 물론이고 마녀사냥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푸코의 저 문단을 있는 그대로 독해했을 때, 나는 실비아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푸코가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을테지. 계속 읽어보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연 2020-11-1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무서워 ㅠㅠ

단발머리 2020-11-18 11:28   좋아요 0 | URL
좀 무섭기는 하지요 ㅠㅠㅠ 흐미

다락방 2020-11-1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실비아 페데리치가 푸코 언급한 걸 가져오셨어요, 단발머리님...
저는 포르노관련 책 읽다가 푸코 언급한 것만 기억났는데 우리가 같이 읽은 실비아 페데리치에 나온 건 까맣게 몰랐어요..
단발머리님 멋져 ♡.♡

단발머리 2020-11-18 11:32   좋아요 0 | URL
푸코를 읽는데 ‘마녀사냥‘이 자꾸 떠올라서요. 찾아보니 책 처음부터 실비아가 그렇게나 푸코를 비판했더라구요.
푸코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비판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흐미 2

2020-11-18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18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