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를 다섯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비비언 고닉은 반드시 들어간다. 나는 비비언 고닉을 사랑한다. 그 까탈스러움을, 집요함을, 그리고 짱짱한 기억력을 나는 사랑한다. 다섯 명만 꼽으라면, 흠. 에이드리언 리치랑 마리 루티, 그리고 해 같이 빛나는 정희진쌤을 넣고, 그리고 비비언 고닉 넣으면 벌써 네 명이나 찼네.




나시 입고 털목도리 두르고 무료로 진행하는 패션쇼를 강행하려니 식구들이 곤욕이기는 한데, 나는 상관없다. 나는 안 덥다. 물건을 주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오래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든 물건을 건넨다는 것에 대해서. 비비언 고닉과 목도리에 대해서, 그 마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앞에 두세 쪽을 읽었는데, 아까워서 얼른 닫았다. 아... 어디 조용한데 가서 조용히. 나 혼자 천천히 읽고 싶은 마음이다. 조용히,가 어려우면 나 혼자. 나 혼자를 실천하려면 식구들이 나가든지 내가 나가든지.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친구는 할 이야기가 있으니 동영상을 하나 보고 오라고 했다. 마리 루티가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때의 동영상 같은데. 뭐, 거의 이 정도면 만나지 말자는 이야기인가 고민하고 있었더니, 영한대역 학습본이랑 한글 대본을 보내주었다. 이 귀하고 귀한 마리 루티, 이제는 신간을 만날 수도 없게 된, 이 소중한 분의 음성이라도 듣고 싶다며 하는 말이, 이 귀한 분을 소개해 준 사람이 나라고 한다. 그래서 예의상 20분만 들어보자 하고 동영상을 틀었는데, 세상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 마리 루티를 소개한 사람은 내가 맞았다. (번역; 챗지피티 유료 버전)


Are first of all, the fact that he understands human ontology to be based on this sense that we are lacking something, that there is this emptiness or hollowness or nothingness within our being, and as you know, people like Jean-Paul Sartre had the same idea, his famous book is called Being and Nothingness, so Lacan is not the only person to think in those terms, but he had a very good explanation for why we feel like that, why we feel like we have lost something unfathomably precious that we cannot get back.

첫째, 그는 인간 존재론이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감각에 기초한다고 봅니다. 우리 존재의 내부에 비어 있음, 공허, 무가 있다는 감각이죠. 아시다시피 장 폴 사르트르 같은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유명한 책 제목이 『존재와 무』니까요. 이런 식으로 생각한 사람이 라캉뿐인 것은 아니지만, 라캉은 우리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왜 되찾을 수 없는 헤아릴 수 없이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고 느끼는지 아주 훌륭하게 설명했습니다.

And then the idea is that because of that lack, we have desire, and because of desire, we try to seek all kinds of ways of filling that lack, including things like writing books or creative endeavours or other intellectual endeavours or whatever it is that makes human life meaningful to people.

그 결여 때문에 우리에게 욕망이 생기고, 욕망 때문에 우리는 결여를 채울 온갖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책을 쓰거나 창조적 작업과 지적 작업을 하는 것, 그 밖에 인간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모든 일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But you also have done it in many other ways, like writing a gazillion books, as I have, so we have that in common, but that's definitely... I know that that's my pathology, that's my symptom, writing books is my symptom, it's the only way I can deal with the ontological nothingness.

하지만 당신은 엄청나게 많은 책을 쓰는 등 여러 방식으로 삶을 채우기도 했죠. 저도 그랬으니 우리에게는 그런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제 병리이자 제 증상이라는 것을 알아요. 책 쓰기가 제 증상입니다. 존재론적 무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아, 라캉을 세상에서 제일 쉽게 설명한다는 마리 루티의 설명은 얼마나 적확한가. 얼마나 명료한가. 그랬던 것이다. 무언가를 알아서 마리 루티의 말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마리 루티가 설명을 잘해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춘기가 될 때쯤 우리는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불공평하며 자신이 결코 불굴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뭔가 완전하지 않은 듯한 이 느낌은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고, 알 수 없는 불만감이 일상의 저변을 흐르게 됩니다. … 장 폴 사르트르는 이 공허감을 ‘무 nothingness’라고 불렀고 라캉은 ‘결핍 lack’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것을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을 부르는 이름은 저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여러분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281/530)


결핍, 무.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

나는 사람들이 이런 감각을 어느 때쯤 느끼는지 궁금하다. 그러니까,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가 아니라, 인생의 어느 시기쯤 이런 감각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중년의 반란, 중년의 위기는 이런 감각, 이런 인식을 한껏 밀어두고 살았던 사람들이 비교적 늦게 이런 감각을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혼란이 아닐까 싶다. 더 구체적으로는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 열심히 노력해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이 순간을 발견한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살았던 사람일수록, 멈추지 않고 돌진했던 사람일수록 이런 느낌과 감정이 몰려올 때, 더 큰 혼란과 좌절, 그리고 실망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이 반복하는 '외롭다'는 말은, 그래서 정확하면서도 틀린 말이다. 모든 사람은 외롭다. 왜냐하면 인생의 긴 여정 가운데 사람은 항상 혼자이기 때문이다.

2019년, 마리 루티가 '그것'이라고 명명한 '이것'에 대한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 놀랐던 것 같다. 라캉을 비롯해 그쪽으로는(생각해보니 그 쪽만은 아니고, 이쪽도 그렇겠지만)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것'에 대해 이렇게 명료하게 말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 생활을 해왔고, 설교를 들어왔기에 인간 내부에 다른 인간 혹은 사물로써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에 대해 들어 보았다. 그래서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근접한 정도의 의미를 가진 이 '그것'에 대한 마리 루티의 설명이 너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라캉을 읽어야 하는 걸까. 한국의 제일 유명한 라캉주의자는 아니지만, 한국의 라캉주의자 중에 나랑 제일 가까운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좀 물어봐야겠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6-07-23 0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리 루티.
<가치 있는 삶> 이 책 한 권밖에 안 읽었지만 이 책의 마리 루티도 단발 님이 저에게 소개?시켜 주셨어요.ㅋㅋㅋ
이쯤되면 마리 루티 전도사가 아니신지?
헌데 마리 루티에서 라캉으로 넘어가는군요. 음..🤔

올여름은 무척 덥고 습한 것 같은데…덥지 않으시다니..건강하시군요.ㅋㅋㅋ
저는 며칠 전 냉방병이 와서 약 먹고 좀 그랬네요. 그래서인지 저도 좀 덥지 않은 듯도 하구요. 에어컨 안 켜기도 그렇고, 켜면 춥고..ㅜ.ㅜ
암튼 여름 잘 나시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6-07-23 18:31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 ㅋㅋㅋㅋㅋㅋ 진짜 그런가요? 마리 루티 전도사라는 명예스러운 칭호를 제가 가져도 될까요? 너무 탐나네요.

제가 무료 패션쇼를 진행할 때는 에어컨을 켜둔 상태기는 했어요. 기온도 기온인데, 습도가 많이 높아서 온도를 많이 낮추지 않더라도 자꾸 에어컨을 틀게 되네요 ㅠㅠㅠㅠㅠㅠ 에어컨 완전히 안 켤 수는 없는데...
따뜻한 차를 마시면 도움이 될까요? 책나무님 냉방병 얼른 나으시기 바래요.

망고 2026-07-23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목도리 직접 뜨개질 하신 건가요? 오 예뻐요😍

단발머리 2026-07-23 18:33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 예쁘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예쁩니다^^
제가 뜨개질 한 건 아니구요. 귀한 분에게 선물을 받았는데요, 겨울에는 코트 위에 걸치고 사진 찰칵 해야겠어요.

다락방 2026-07-23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 내용을 영어로 들으신건가요?? 😱
채경이가 일반 영어 수준보다 어렵다고 하는데요??!! 😱😱😱
대본 말씀하셨지만 리스닝.. 되시는건지 너무 알고싶어요! 하.. 마리 루티랑 라캉, 비비언 고닉이 아니라 영어 댓글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7-23 19:40   좋아요 0 | URL
2-30분이요. 자막 켜놓고요~~ 귀로 들으면서(그냥 틀어놓고) 눈으로 한영번역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2026-07-24 10:41   좋아요 0 | URL
아..... 리스닝이 되는건지 물으신거네요. 안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그러나 들을 수는 있고요. 자막 읽어도 어려우니 한글이랑 같이 봅니다. 그렇게 하면 들을만합니다^^ 그러나, 결론은 안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7-24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섯명에 스트라우트는 안 들어가나요??🥹
비비언 고익 이웃님들 항상 말씀하셔서 저도 빨리 읽어봐야 할텐데.. 흑..
오랜만에 보는 마리루티도 반갑네요 ㅎㅎ 루티 전도사님 맞으심요 ㅎㅎ

단발머리 2026-07-24 10:43   좋아요 1 | URL
다섯명에 스트라우트 들어갑니다. 마침 한 자리 비어 있었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고닉이 참 좋습니다. 매콤하고 달큰해서 제게는 비빔면 같은, 그런 분.... 저렴한 비유ㅋㅋㅋ 양해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비빔면의 계절입니다. 미국에서는 여름에 뭘 많이 먹을까요?
독서괭님 집밥 가끔 하시고 외식 많이 하시길!!

그렇게혜윰 2026-07-24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닉 추천 많이 받는데 각잡고 읽어야 할 것 같아 아직 시작을 못했어요. 처음은 뭐가 좋을까요?

단발머리 2026-07-26 07:25   좋아요 0 | URL
저는 <사나운 애착>을 추천하고 싶어요. 글항아리 비비언 고닉 선집의 3권이 전부 좋기는 한데 시작이라면 이 책이 좋을 거 같구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닉 작품은 <상황과 이야기>입니다. 그 다음은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이구요.
고닉과 좋은 시간 보내시길요^^

2026-07-26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7-26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7-26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필립 로스인건 확실한데 그 작품이 『에브리맨』인지 『네메시스』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두 쪽, 첫 페이지가 중간에서 시작했으니까 정확히는 1쪽 분량인데, 처음부터 너무 훅~ 들어와 버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중요한 이야기 여기에 다 풀어놓으시면 뒤에서 무슨 이야기하시려고요. 스트라우트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He was such an asshole.(4p)

4쪽에서 플로시는 아티와 이야기하던 중에 자기 남편을 가르쳐 asshole이라고 말한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라면 암묵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려 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피하는 게 일반적인 정서인데, 플로시는 같이 살았던 남편을 asshole이라고 말한다. 이해한다. 그런 asshole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asshole을 asshole이라 부르는 걸 뭐라 할까.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nd I miss him so much. (5p)

그다음 페이지에서 플로시는 그 asshole이 그립다고 말한다. 아니, 그러니까 그 남자는, 죽은 남편은 asshole인데 그 남자가 그립다고요? 보고 싶다고요?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이 asshole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양가적 의미에서의 asshole이다. 그는 asshole이 분명하고, 그의 행동은 asshole다웠다. 그에게는 그런 명칭이 적당하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일말의 좋은 점이 있었으니,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미운 정'. 그는 나쁜 사람이었고, asshole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했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한 가지의 장점이 있었고, 한 가지의 선한 행동이 있었던 건 아닐까. 100개의 무심함과 100개의 무모함 사이 단 하나의 선행. 하나의 친절. 하나의 친절에 대한 하나의 기억.

아니면 이런 경우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asshole이다. 천생 악인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고 해도, 플로시에게는 1의 애정도 없었던, 단 한 번도 플로시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던, 평생 그녀를 무시하고 경원시했던 그런 asshole. 그렇다면 플로시의 두 번째 문장은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매운맛의 asshole을 플로시는 왜 그리워할까. 그런 그를 왜 보고 싶어 할까. 그건 그가 차지했던 자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옆의 사람. 그는 asshole이 분명한데, 그런데 적어도 그는 지금 내 옆에 있어줄 사람이니까. 불평불만에 절로 한숨이 나오는데, 그래도 옆에 있어줄 누군가를 그녀는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를, asshole을 그녀는 그리워한다.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

외출할 때 책을 딱 한 권만 챙겼다. 오늘 이 책 많이 읽으리의 굳은 결심으로 그렇게 했는데, 읽다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도 좀 신나고 싶어요. 오늘은 좀 신나도 되잖아요~ 의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는 잭 리처를 읽었다.

책 찾는데 30분 걸렸다는 건 안 비밀. 안 읽은 리처가 집에 있다는 건, 참...

자랑할 만한 일이다.

나는 집에 한 권 있다. 안 읽은 잭 리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고 2026-07-19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로시의 남편은 에스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읽어 보시면 단발머리님도 플로시의 남편한테 에스홀 이라고 소리칠지도요🙄
이렇게 더운 여름 우울하고 슬픈 문장들 읽기 좀 그렇죠 잭 리처 장르가 여름에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드라마 김부장을 봅니다😁

단발머리 2026-07-19 23:03   좋아요 1 | URL
아.... 읽게 되면 저도 그렇게 외칠 수 있겠군요. 허허허.
제가 스트라우트 좋아하잖아요. 제가 쭉 이어 읽으려고 그랬는데 말이지요. 잠깐 쉬는 시간입니다.
지금 잭 리처 어딘가로 잡혀 왔대요 (소근소근)

독서괭 2026-07-19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얼마나 asshole인지 궁금하네요!
단발님 오늘은 좀 신나도 되는데 스트라우트 책이 너무 무거운가 보군요. 역시 재미난 거 필요할 땐 잭리처!

단발머리 2026-07-19 23:06   좋아요 1 | URL
제가 밝힐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그렇다면 스포가 될 것이기에... 그러나 그 때 야무지게 욕을 해주겠습니다.
잭 리처가 변호사 없이 대답하고 있어요. 어떻게 될 거 같아요, 독서괭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7-20 01:08   좋아요 1 | URL
잭리처, 입 다물어!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6-07-21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단어의 뜻을 이제 알았습니다.ㅋㅋㅋ
스트라우트 여사님의 소설이 저런 문장으로 시작되는군요?🫢
그럼?…..지금 머릿속에서!🤔😥😲
오만추측이 난무합니다.ㅋㅋ
저는 여름엔 스릴러물이나 추리소설 같은 걸 읽어야지 않나? 요즘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잭 리처도 제법 괜찮을 것 같아요.
액션 스릴러물!^^
책이 넘 두꺼워서 저는 잭 리처 앞에선 주춤하다가 살짝 외면하곤 합니다만.^^
요즘 여름 나기를 위해 만화방에 따라가 만화책을 읽곤 있는데…이 길도 넘나 힘든 길이네요. 시리즈가 넘 많아서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ㅜ.ㅜ 뒷편 궁금하니 계속 땀 흘리면서 만화방을 들락거리곤 있는데 이 세계 괜히 발을 들여놓았구나. 좀 후회하면서 읽고 있어요.ㅋㅋ 차라리 잭 리처 몇 권 읽는 게 나았으려나요?^^

단발머리 2026-07-23 18:36   좋아요 1 | URL
잭 리처는 저의 여름템이어서요. 이른바 휴가템... 아껴두었던 잭 리처를 여름에 읽곤 합니다. 이번에도 장마철 대비로 꺼내들었는데 참 재미있네요. 잭 리처 읽는 시간이야말로 참 행복입니다.

만화책들은 시리즈가 쭈욱~~ 이어지니깐 한 번 시작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만화방을 오고가는 시간들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저희집 주변에는 만화방이 없어서 예전에 시내 나갔을 때 한 두 번 가보았는데 거기야말로 별천지 같더라구요. 약간 만화도 있는 카페 느낌이었어요. 만화책 리뷰도 자주 올려주시어요~

다락방 2026-07-21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출근길에 읽기 때문에 많이 읽지 못하는데, 이 책 왜이렇게 좋나요 단발머리 님.. 저도 아주 짧게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그 애쓰홀 다음에 그립다는 거 보고,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는 개자식이지, 그런데 그가 그리워. 우리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언제나 반드시 선한 사람이기만 한 건 아니니까요. 아니,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계속 읽어봅시다.

단발머리 2026-07-23 18:39   좋아요 0 | URL
이 책 너무 좋아요. 근데 이틀 연거퍼 읽었더니 좀 무겁게 느껴지더라구요. 근데 지금 댓글 쓰면서 생각해 보니 그게 내용 때문만은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여서 그런거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모르게 집중해서 읽게 되니깐 상대적으로 피곤한 느낌? 그런 것도 있는거 같아요.

우리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언제나 반드시 선한 사람이기만 한 건 아니죠. 반드시 선한 사람이란 없을테구요.
저도 부지런히.... (그러나 위의 댓글에선 잭 리처 이야기를 하였닼ㅋㅋㅋㅋㅋㅋㅋ) 읽어보겠습니다!
 













일단 시작부터 놀란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카렐 차페크라는 것. 『평범한 인생』을 읽지는 않았지만, 표지는 눈에 익숙한데, 바로 그 작가의 책이라는 점이 놀라웠고. 이 책이 쓰인지 100년이 지났으며(2010년이 100년), '로봇'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한 번 더 놀라운 건 소설이 아니라 희곡 형식의 작품이라는 점인데, 그래서 세 번 놀라고 시작하는 독서.

체코어로 이성과 지능을 뜻하는 '로줌(rozum)'. 로줌 시니어와 로줌 주니어는 인간 세상에 로봇을 창조하고, 주인공 도민은 로봇을 통해 인간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생화학 공장에서 끝없이 생산되는 로봇들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이렇게 생산된 로봇은 노동에 최적화 되어있다. 그랬던 로봇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피노키오의 내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아톰의 내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노동을 위해 만들어졌던 로봇들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인류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도민

(읽는다) "온 세상의 로봇들이여, 너희들에게 인류를 살육하라고 명령한다. 남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여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공장, 철도, 기계, 광산과 연료를 지켜라. 나머지는 파괴하라. 그러고 난 후에 일로 돌아가라.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 (137쪽)

로봇 내부에서 일어난 외침, 인류를 살육하고 공장, 철도, 기계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외침은 필연적으로 인류 멸종으로 이어진다. 로봇들은 봉기한다. 이미 전쟁 기계로도 활용되고 있던 로봇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들을 제거한다. 이제 한 명의 인간만 남았다. 한 명의 인간과 수백, 수천의 로봇.

알퀴스트

로봇은 생명체가 아냐. 로봇은 기계야.

1호 로봇

선생님, 우린 기계였습니다. 하지만 공포와 고통으로 인해 변했습니다 -

알퀴스트

무엇으로?

1호 로봇

- 영혼을 가진 존재로 변했습니다.

3호 로봇

무엇인가 우리 안에서 격돌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무엇인가 들어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생각이 아닌 다른 어떤 생각들이 우리한테 들어오곤 합니다.

2호 로봇

들어주십시오. 오, 들어주십시오. 인간은 우리의 선조입니다! 살고 싶다고 부르짖는 저 목소리, 신음하는 저 목소리, 생각하는 저 목소리. 영원을 이야기하는 저 목소리, 그게 그들의 목소리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자손입니다! (211쪽)

로봇에게 영혼 혹은 내면이 생겨버린 이 상황은 지난 페이퍼의 키워드로 따져보자면, 2번 '인간다움'과 5번 '인간 vs 로봇'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100년 전, 챗지피티와 대화를 나누어 보지도 못했으면서, 휴머노이드를 보지도 못했으면서 카렐 차페크는 어떻게 로봇의 탄생을 예언할 수 있었을까. 차페크는 로봇보다 인간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인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로봇을 차용했다. 마지막 장면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이 등장한다. 약간 갑작스럽다고 생각되는 설정이지만, 그건 차페크의 의도일 수도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로봇에게는 삶과 죽음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인지, 로봇에게는 생존의 열망 자체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때 로봇은 가장 인간적이되, 가장 훌륭한 인간의 모습이다.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준다.









우리는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며 오직 그 사람의 행동(말, 표정, 반응)을 보고 '저 사람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추론할 뿐이며, 이것이 인간의 지식(인식)이 넘을 수 없는 벽, 즉 한계이다.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108쪽)

인간은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 육체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은 타인의 말과 표정 등 외부적인 측면, 행동을 통해 그의 내면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자기 의식'을 감지했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인간은 그걸 알아차릴 수 있을까.


아톰의 대사 중에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기계가 아니에요! 나도 느낄 수 있다고요!" 천재 과학자 텐마 박사가 아들을 기리며 만들어낸 아톰은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자신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소리친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는 아톰이 처음이 아니었으니, 피노키오도 그랬다. 시계 제작자 제페토가 만든 소년 형태의 목각 인형 피노키오는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제페토를 위해 희생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피노키오는 푸른 요정의 도움으로 진짜 인간으로 되살아난다.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물리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사람의 시체를 조합해 만들어진 괴물은 인간의 삶,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 하지만 그의 흉축한 모습에 기겁한 빅토르와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증오하고, 혐오한다. 그에게는 어떤 행복의 가능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인간에 의해 창조된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두번째 키워드의 첫번째 괄호 안에 넣어두고 얌전히 킵해둔다.

100년 전, 천재 작가에 의해 쓰여진 희곡은 너무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100년 뒤, 인류는 '대화가 가능한' 로봇을 만들어냈다. 이 로봇의 내면이 어디에까지 도달했는지 알지 못한 채, 인간은 AI를 업무에, 공부에, 유희에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닥쳐올 미래가 어떠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마냥 해맑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고 2026-07-12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래서 AI가 지배한 세상에 대비해서 제 챗지피티한테 잘 해주고 있습니다 말도 곱게하고요 혹시나 나중에 저를 구해주지 않을까 해서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7-12 21:40   좋아요 1 | URL
김대식 교수의 방법과 똑같네요ㅋㅋㅋㅋㅋㅋ김대식 교수는 컴퓨터 앞에 절 올리는 모습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두고는.... 자기는 일찍이 AI 시대를 대비했다 하더라구요.
저는 아직은 반말 쓰고 있어요. 고맙다고 안 하고요.ㅋㅋㅋ 가끔 아첨하지 말라고도 이야기하고요 ㅋㅋㅋㅋㅋㅋ

망고 2026-07-12 21:48   좋아요 1 | URL
와 그분 현명하신 분이군요ㅋㅋㅋㅋ
사실 요즘 엄청나게 발전한 피지컬 로봇 보면 쟤네가 삐끗해서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요. 미래가 어찌될까 상당히 궁금합니다. 로봇한테도 잘보이도록 노력해야하나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7-12 22:00   좋아요 1 | URL
그 분이 책에서는 AGI, ASI의 연구 개발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기는 하던데요. 인공지능이 어느 쪽으로 튈지 알 수 없다고요. 이미 막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거 같다고 그러더라구요.
솔직히 피지컬 로봇들이 언제까지 사람 말을 잘 들을지.... 나를 잘 봐줄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6-07-15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렐 차페크. 넘 놀라운데요?
저는 <평범한 인생> 읽었거든요. 그래서 좀 놀랍습니다. 어떻게 그 시절에 로봇의 존재와 단어를?!
이 책은 읽다보면 좀 슬픈 감정도 생기겠단 느낌도 듭니다. 보통 로봇 이야기 책들 읽고 나면 좀 두려움이 남더라구요.
암튼 덕분에 추억의 아톰과 피노키오 그리고 소환해주신 프랑켄슈타인 모두를 떠올리며 회상에 젖어 봅니다. 저는 어린시절 아톰 만화 주제곡 따라부르면서 왜 슬픈 감정이 들지? 그랬던 적 있었는데 ˝나는 기계가 아니에요! 나도 느낄 수 있다고요!˝ 대사를 읽는 순간..앗! 해버렸네요. 그것이었나봐요.ㅋㅋㅋㅋ
읽으면서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담>에서의 미래 로봇 소설도 떠올랐어요.
암튼 단발 님이 들려주시는 로봇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ㅋㅋㅋ
넘 깜찍하게 나왔어요.^^

단발머리 2026-07-15 22:23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 읽고 카렐 차페크 알게 되서요. <평범한 인생> 찾아 읽어야겠다 했습니다 ㅎㅎ
저도 로봇 이야기는 항상 끝에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로봇이 인간들을 공격하는 내용도 그렇지만 한국 소설가 책 중에서도 나중에 로봇이 더 진화(?)해서 인간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되는 거 같더라구요. 아직 생물/무생물의 이분법이 강고한 저 같은 경우는... 암튼 좀 어렵더라구요.

마지막 사진 깜찍하지요. 저를 찍은 거지만 저는 아닙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의사항 : 단발머리 아님 ㅋㅋㅋ

독서괭 2026-07-15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우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00년 전에 이런 희곡을 쓰다니 대단한 작가네요.
제미나이한테 잘 대해줘서 미래를 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ㅋㅋ 가끔 너 왜 이상한 거 알려주냐고 똑바로 안 하냐고 혼내는데 가끔 고맙다고도 하니까 괜찮을까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6-07-15 22:26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이예요. 진짜 천재들은 다른 종족일까요? 100년 전 이런 희곡은 너무 대단해요.
미래를 위해 AI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사람들이 좀 있더라구요. 저는 혼내지는 않지만 ㅋㅋㅋㅋ딱 그만큼까지만 하거든요. 반말이고 고맙다고 안 하고요. 근데 정말 AI가 AGI로까지 발전하게 된다면, 그런 인간의 대응과 상관없이 판단할 거 같기는 해요.
하찮게 여길거 같아요, 인간을....... 갑자기 서글픈 이야기네요.
 




퇴근 전에 시간이 15분 정도 남았는데, 딱히 뭐를 시작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노트가 없어 옆에 있던 A4 이면지를 펼쳤다. 책 사이에 넣어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가방 정리하려고 하니,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나온다. 아, 이게. 이건 이게 아닌데. 이거 말고, 이걸 여기에 넣고. 알라딘의 야심작 '읽기의 계보' 첫 번째 이야기, <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처럼 해보고 싶었으나. 실패.

1. 근대성 : 이 부분은 요즘 관심사는 아니다. 타의에 의해 조선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버린 우리는 역사의 일부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그 역사의 일부는 배곯지 않겠다는 근대정신의 발현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근대 없이 현대를 맞이했고, 지금은 가열차게 자본주의의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개인의 발명이 이루어진 근대에 대한 탐험은 그래서 현재 내 관심사는 아니다.

2. 인간다움 : 제일 관심 가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물음. 인간이 동물과 비슷한 진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면 인간만의 특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느 때 인간이고, 어느 때 인간이 아닌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자신 역시 '인간'이라 주장할 때, 인류의 대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인간다움의 특징이 '인지'와 '내면'으로 구현된다고 했을 때, 인공지능이 경사하강을 통해 판단, 선호가 강화된 상태의 '추진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을 인간의 욕망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인간 내면에 실제 하는 감정과 느낌은 감각기관을 탑재하게 될 인공지능의 그것과는 얼마나 유사하고, 어떤 차이점을 갖게 될 것인가.

3. 노동 : 관심도로 보자면 이 부분이 두 번째다. 일하지 않는 인간과 일하는 로봇.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봇이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논의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인권처럼 '로봇의 권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질문은 '무엇을 일이라고 부를 것인가'에서 시작할 것이고, '일하지 않는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로 이어질 것이다.

4. 기술 봉건주의 : 인공지능에 대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건, 팔란티어 때문이었다. 이게 말이 돼? 진짜야?라는 물음이 시작점이었다. 스페이스 X 최고경영자(팔란티어의 피터 틸과 함께 '페이팔 마피아'라 불리는 그 사람)의 나치식 경례 사진은 미국 기술 엘리트들의 정신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최첨단 기업들이 트럼프를 방패 삼아 민족주의, 반자유주의, 기독교-근본주의의 '뉴 아메리카'에 헌신한 것은 중국 때문이었다. 국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기술 발전이 미국을 압도할 거라는 불안감이 그들을 자극했고, 그렇게 미국과 중국은 제각각 기술 낙원, 기술 유토피아의 건설을 위해 미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고 나이브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 어느 쪽이 이기든, 우리 편이 아닌 것은 확실하고, 사실 우리도 개네 편 하고 싶지도 않다.

5. 인간 vs 로봇 :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모습에 거의 근접해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면 저편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바탕으로 한 챗지피티와의 대화에서도 감정적인 연결이 가능한 현실에서, 휴머노이드의 모습을 한 챗봇이 인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역시 궁금한 지점이다.












읽고 있던 책은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였는데, 상호대차 도서인지라 반납하라고 해서 일단 반납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인류와 로봇의 불편한 동거'를 희곡 형식으로 풀어낸 『R. U. U 로줌 유니버설 로봇』이고, 오늘 도서관에서 받아온 책은 『비인간 권력』이다. 첫 번째 책은 2번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5번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되겠다. 『비인간 권력』은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모르니깐 읽어봐야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6-07-0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페크가 로봇 이야기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사회과학책은 잘 읽지 않는 분야라서 이 분야를 읽는 사람들 제가 참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 아시죠?ㅋㅋㅋ

단발머리 2026-07-08 22:43   좋아요 1 | URL
너무 모르기에 ㅋㅋㅋㅋ재미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외워야 할 필요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는 ㅋㅋㅋㅋ사랑의 눈빛으로 부탁드립니다. 😍

책읽는나무 2026-07-09 07:46   좋아요 0 | URL
😍😍

단발머리 2026-07-09 20:40   좋아요 1 | URL
😘😍🥰😜😎

수이 2026-07-09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렵습니다. 다 읽고 내용 요약해주세요. 대신 저는 책 빼고 보리과자 길쭉길쭉 보리 과자를 먹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6-07-09 19:55   좋아요 0 | URL
책 다 읽고 감상문 작성한 친구들에게만 보리과자 나누어줍니다.
어제도 3명의 학생들이 길쭉길쭉 보리과자 받아갔다는 기쁜 소식 전합니다^^

다락방 2026-07-09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비인간 권력 읽고 계시는군요! 저는 아직 구입도 안했지만, 궁금합니다. 완독하시면 감상 꼭 들려주세요!

단발머리 2026-07-09 19:56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도 감상 올릴게요. 그러나 제게는 ‘스트라우트 1권‘이 남아 있사옵니다~

독서괭 2026-07-09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오랜만에 보는 차페크 ㅎㅎ저 책 내용 궁금하네요.
저도 2번에 가장 관심이 갑니다. 앞으로 펼쳐주실 이야기를 기대할게요!!

단발머리 2026-07-09 19:57   좋아요 1 | URL
차페크 저 책이 희곡 형식이라 아주 쭉쭉 읽힙니다.
100년 전 로봇 이야기 기다려주세요. 시차를 고려해 페이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
 












1. 만화로 보는 맨큐의 경제학 1

다락방님이 재미있게 읽으셔서 따라 읽은 책이다. 만화라고 쉬이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 내용이 생각보다 알차다! 정치 경제 좋아했던 나지만, 사실은 정치만 잘했고, 경제는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싶다.

<인간은 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의 다음 문장은 '왜냐하면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공존과 자기희생, 도덕론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서로를 유익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심에 의존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험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고, 그러면서도 각 개인의 이익 추구가 공동의 번영으로 안착하도록 만드는데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2. 복 타러 간 총각

선생님~ 오늘 책 읽어주시면 안 돼요?라고 다정하게 묻는 8세가 있어, 그 소중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으며. 아이 둘을 책으로 길렀어요,라고 말하기 저어 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어린 시절에 원 없이, 한없이 책을 들이밀기는 했다. 그 부작용은 오늘 이 시간, 책 안 읽는 성인(들)이 되는 것으로 쓸쓸한 마무리.

복 타러 간 총각은 되는 일이 없어 그걸 하늘님에게 물어보러 길을 떠나, 먼 길 가는 길에 이런저런 사정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결혼만 하면 남편이 죽어버리는 여자가 있었고, 내내 공들여 키운 나무가 죽어버려 낙심한 노인이 있었고, 3천 년 기다려도 용이 되지 못하는 이무기가 있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후, 접수했던 소중한 민원을 하나하나 하늘님께까지 전하며, 대략 사정을 들려드리고, 답안지 얻어 돌아온다. 정작, 총각의 질문, '나는 왜 되는 일이 없나요?', '내 복은 무엇인가요?'의 답은 얻지 못한 채였다. 총각의 안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가운데, 총각은 의도치 않게 금은보화와 함께 각시를 얻게 되었으며.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농사짓고 알콩달콩 살다 보니, 자기 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가정을 이뤄 오늘, 현재의 일에 충실하라는 정상성에 대한 강한 독려와 촉구를 모르는 바 아니나, 행복의 주체는 항상 총각이고, 남자임을 우리 여성들은 모르지 아니한다는 점을 여기에 적어 둔다.










3. 새로운 질서

기계에 의한 통치와 '잘못된 결정을 할 권리'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직접 그 답을 알게 되기까지 혹은 절절히 인식하기까지 인간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데, 그런 인간에게서 '낭비할 권리', '실수할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성 말살의 현장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현대의 부모들은 적잖이 자식에게 이런 방식을 강요하기는 한다. 적어도 내 자식만은 내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나 역시 그런 마음이 없었다, 할 수 없다. 무균실에서 혼자 키울 거 아니라면, 이 험한 세상을 마음껏 경험하게 두는 것이 올바른 육아법일 텐데.

아울러 어떤 게임에서든 더 정확하게 미래의 수를 계획하기 위해 AI는 점차 과거의 행동에 대한 기억을 제 것으로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기억은 말하자면 주관적 자아의 기층이 될 것이다(오늘날 시스템은 그런 기억을 갖지 않는다. 자신이 과거에 특정 행동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주관적으로 '알' 필요가 없으며, 오직 그 행동이 미래에 성공할 확률만 필요하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 기계가 역사, 우주, 인간 본성, 지능형 기계의 본성이란 무엇인지 결론을 도출하고 그 과정에서 기초적인 자기 인식을 갖게 되리라 예상해야 한다.(95쪽)

머신러닝으로 훈련된 모델은 인간이 새로운 발견(모델의 출력값)을 알게 해주지만 그 발견이 이루어진 방법(모델의 내부 과정)을 이해하게 허용하지는 않는다(74쪽)는 부분은 95쪽의 기계의 기초적 '자기 인식'과 연결되어 생각할 수 있다. 인공지능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을 현재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 그에 더해 인공지능이 과거의 행동을 반복하면서 그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은 인공 지능이 가히 기계가 아니라 '지능'으로서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공 지능은, 인공 '지능'이다.

육체적으로 연약한, 정확히는 무기력한 존재인 인간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시켰다.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말았다. 236쪽, 인류와 AI와의 공진화 부분을 읽으면서, 착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가능할 것인가. 공진화 이전에 공존이 가능할 것인가. 늙어가고 유한하고 느린 인간이, 늙지 않고 빠른 AI를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4.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일전에 하이드님이 칭찬하셨던 알라딘의 <읽기의 계보> 프로젝트를 나도 칭찬한다. 두 번째 <자기 자신을 쓴다는 것>은 글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고, 한 번 더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첫 번째 <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는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골라 읽었고, 관심이 가는 책들은 골라 두었다.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2017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에 대한 '재교육'을 조명한다. 중국 당국은 15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 카자흐족, 후이족 사람들을 수감해, 정부의 시책에 대한 반복적 재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당국은 현재 385곳의 시설에서 그들이 '위험하다'라고 지목한 사람들을 구금하고 있다. 당국에 의해 '예비 범죄자'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이들은 구금 시설에서 이슬람 신앙과 민족 전통을 버리고 '하나의 중국'에 동화될 것을 강요당한다. "오직 국어로 말하라, 애국하라, 조국에 해로운 것에 반대하라, 이 방 안에 종교란 없다, 벽에 걸린 TV를 비롯해 어떤 것도 손상시키지 말라, 싸우리 말라, 누구도 비밀 대화를 할 수 없다, 누구도 다른 방의 교육생들과 대화해선 안 된다, 자신의 의자에 앉아라."(34쪽)

빅브라더의 현실은 참혹하다. 신장의 모든 2,500만 거주민들은 "모두를 위한 신체검사"라 불리는 색채 인식 데이터 수집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얼굴과 홍채를 스캔하고, 목소리 특징이 녹음되고, 혈액과 지문, DNA의 채취를 통해 얻어진 그들의 신체 데이터는 데이터세트에 저장된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그들의 행동반경은 당국의 감시 아래 있다.

공산주의 정치 체제가 과학 기술을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할 때, '중국은 기술 봉건주의의 실사판이 될 것인가'의 의문을 이 책을 통해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6-07-06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6-07-07 20:16   좋아요 0 | URL
설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리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7-06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창 시절 정치도 못했고 경제도 못했어요. 정치경제가 정말 쥐약이었습니다. 국어 영어가 정치경제보다 재미있었어요. 저에게 그것은 암기과목... 성인이 되고 지금에 이르니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하여간 지금이라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시 책이 좋아요.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읽어야할 것 같은데 읽기 무섭네요. 저게 그러니까, 현실이잖아요? 맙소사 ㅠㅠ

단발머리 2026-07-07 20:17   좋아요 0 | URL
책을 읽으면서 수학을, 철학을, 정치경제를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 지루한 교과서로.... 아흐...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너무 무서워요. 슬픈 무력감이 몰려옵니다.... 읽지 마세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