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외출한 날은 얼른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 즐거운 자리여도 맘껏 즐겁지 않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가 왜 이 옷을 입고 나왔을까 후회만 머릿속을 뱅뱅 돈다. 신발이 불편하면 더 가관이다. 이 신발이 벗고 싶어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이 신발 때문에 걸음이 늦어진다. 내가 선택한 옷이라도 이럴진대 불편한 옷을 입어야'만한다면.

 


유행의 첨단을 걷는 여성의 코르셋은 내부 장기에 평균 21파운드에 달하는 무게의 압력을 가했고, 극단적인 경우에 그 무게가 88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여기다 잘 차려입은 여성은 겨울에는 평균 37파운드의 외출복을 입었고, 그중 19파운드는 억지로 조인 허리에 매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더해보라) 꽉 조이는 레이스가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호흡 곤란, 변비, 허약함, 극심한 소화 불량 징후였다. 장기적 영향으로는 휘거나 부러진 갈비뼈, 간 이탈, 자궁 탈출증이 있었다. (165)

 


이런 옷차림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피곤해질 것이다.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두 불편할 테니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옷차림으로 인한 여성의 무기력함이 여성스러움으로 변신할 때, 중류 계급 여성들은 병을 앓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163) ‘환자 계급으로 탄생한다. 전문적(이라고 주장하는)인 의사 집단이 더 숙련되고 능숙한 민간 치료사, 약제사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질병의 치료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하던 여성들은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여성은 치료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또 한 번, 여성은 남성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다.  

 


덜 복잡한 형태로부터 현재의 상태로 진화해 왔다는 다윈의 주장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연구 결과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면서 존재하는 인간 종은 각각 다른 진화 단계를 대변한다는 주장(175)에까지 이르렀다.

 


1860년대 자연 과학자들은 정밀하게 표시한 진화의 사다리에 여성의 위치를 꼭 집어서 표시할 수 있었다. 여성은 흑인과 같은 수준에 있었다. 예를 들어 명망 있는 유럽의 자연사 교수 카를 포크트 Carl Vogt는 흑인(남성)의 위치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성인 흑인은 지적인 특성에서 볼 때 아이, 여성, 노쇠한 백인의 본성과 같다.

 

(다른 인종의 노쇠한여성은 말할 것도 없이 흑인 여성을 어디에 두었을까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176)

 


이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수컷이 변이하며서로 간에 구분되는 것과는 구별되게 암컷은 재생산이라는 오래된 동물적 기능에 집중하게 된다는 주장으로, 여성은 난소의 지배, 자궁의 지배 아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의사들은 독서, 파티, 연애, “뜨거운 음료가 여성들에게 야기한 야한 생각도 생체 기능 전체를 틀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로맨틱한 소설을 읽는 것이 어린 여성들에게서 발생하는 자궁 질병의 가장 강력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그러한 독서에 반대하는 것을 엄중한 의무로 받아들였다. (187)

 



이를테면, 이런 소설들. 따뜻한 커피 마시며 이런 소설 읽을 때, 여성의 경우 생체 기능 저하되고 자궁 질병의 원인이 된단다. 푸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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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14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창시절부터 로맨스 소설 미친듯이 읽어왔지만(고등학교 수업시간에는 교과서에 감추고 읽다가 선생님한테 걸렸어요..) 자궁 검사에서 자궁도 질도 모두 건강하다는 질단을 받았는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궁이여, 건강하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연 2021-04-14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부터 로맨스를 읽기 저어하다가 제가 생애 최초 산부인과에서 자궁이 많이 약해요 자궁 건강에 신경쓰셔야겠어요 해서 얼마 전부터 로맨스를 읽기 시작했는데 자궁이 튼튼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로맨스 읽으러 얼른 소파로 풍덩 날아가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4-14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의 스토리 중에는 하루키의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팀명이 야구르트였던가. 야구 관중석에서 3루 쪽으로 날아가는 공을 지켜보다가 불현듯 , 나도 소설을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 이야기(정확하지 않으니 혹 정확히 기억하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1956, 축구장을 가로질러 하교하던 중에 그냥 갑자기 그렇게 된 거였어요. 머릿속으로 시를 쓴 뒤 종이에 옮겨 적었는데 그때부터 오로지 글을 쓰고 싶다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내가 쓴 시가 훌륭한지 어떤지도 몰랐지요. 하지만 알았대도 아마 신경 쓰지 않았을 겁니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이었으니까요. 너무 가열한 경험이었어요. 내게 비작가에서 작가로의 변화는 B급 영화에서 유순한 은행원이 송곳니 뾰족한 괴물로 변신하는 것만큼이나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43)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운명의 장소는 축구장이었다고 한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여! 야구장으로 가라. 축구장으로 가라. 농구장으로 가라. 배구장으로 가라.

 

 

내가 마거릿 애트우드를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이미 세계적인 작가였고, 강력한 노벨상 후보 중의 하나였다. 『시녀 이야기』의 마거릿 애트우드라니. 그 이름을 부르기도 황송한 세계적인 작가. 이 책에는 그녀가 이제 막 읽기와 쓰기를 배웠던 아주 어릴 적부터 작가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역으로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떠나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살 것 같은 내가 보기에, 마거릿 애트우드는 중심에 속한 사람이다. 하얀 피부의 백인이고 영연방 왕국에 살고 있으며 세계공통어가 아니라 지구어인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가 작가가 되려고 할 때의 사정은 내 예상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미국도 그랬겠지만, 유럽 대륙에 대한 동경과 문화적 열등감은 캐나다 문화계에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똑같은 신생 국가였지만 거대한 출판 시장을 가지고 있던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의 시장은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풍토에서 애트우드는 꿈꿨다.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지는 작가가 되겠노라고. 문학 장르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는 시를 써 보겠노라고. 남자도 성공하기 어려운 이 세계에 여자로서 발을 들여놓겠노라고.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중심인가.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중심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협소하다. 클럽하우스는 초대장을 가진 사람만 입장할 수 있어서 인기가 있다. 이너써클은 이너써클로 존재할 때만이 빛을 발한다.

 

 


내가 보기에 이너써클로 보이는 마거릿 애트우드마저도 자신이 중심이 아닌 주변에 속해 있음을 알았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그녀는 자기가 해야할일을 해나갔다. 그냥. 묵묵히. 꾸준히.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만 보이는 풍경을 포착하면서. 주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풀어내면서. 주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작가는 언제나 좋은 독자여서 작가들의 책 목록을 엿보는 일은 항상 즐겁다. 작가들의 이름은 언뜻 들어본 듯하지만 작품들은 처음 보는 게 많았다. 애트우드를 좋아하니 그녀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보고 싶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 다 받아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도 이 부분을 읽을 때는 흥에 겨웠다. 몰리님의 추천으로 레이 브래드버리를 알게 되었고, 원서도 한글 개정판도 바로 구입해 두 번이나 읽었으며, 식구들에게 즐겁게 해설했던 작품 <화성인>을 애트우드님이 두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보통은 어린 시절 읽은 책이지요)이 있습니다. 내겐 그중 하나가 레이 브래드버리의화성 연대기』에 실린 단편 <화성인>이지요. … 브래드버리는 설명합니다. “그의 얼굴에 각자의 요구가 녹아들었다.” (197)

 



중심의 기록 대부분은 승자의 것이다. 지구인의 말, 침략자의 말, 강한 자의 말, 지배자의 말 그리고 남자의 말. 그들의 말에 속지 않으려면, 그들의 요구대로 녹아버리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변방의 자리에서 쓰는 것. 쓰고 다시 쓰는 것.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의 조애나 러스가 기술한 것처럼.

 


그래서 그들은 썼다. So they write. (45p)  


 
















사실 ‘천재’라는 단어와 ‘여성’이라는 단어는 영어에서 보통 어울려 다니지 않아요. 남성 ‘천재’들이 하는 기이한 행동을 여성이 하면 보통 ‘미쳤다’는 꼬리표가 붙거든요. 심지어 ‘재능 있는’ ‘대단한’ 같은 단어들도 마찬가지예요.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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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4-12 0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고등학교 때 배구장에서 살았는데 저는 왜???????? 좌절.....😓😓😓

다락방 2021-04-12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야구장 배구장 축구장 농구장 운동장... 다 안가고 살았네요... 하아- 이제라도 가야하는 걸까요..

수연 2021-04-1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 갖고 노는 건 모조리 못하는 저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려주세요 단발머리님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 선거에 나왔을 때는 전화를 돌렸다. 리스트를 작성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 전화를 했다. 결혼할 때보다 몇 배 더 진심이었고, 몇 배 더 정성이었다. 지금은 전화 돌릴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냥 찌그러져서 주위만 챙긴다. 엄마, 아빠, 이모. 엄마랑 이모는 순조로웠는데, 아빠가 걱정이다. 화내고 달래고, 싸우고 절하고. 아빠의 선택이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아빠도 엄마도 이모도 사전 투표를 마치셨다.

 


사전 투표율이 20.54 %로 역대 최고라는 기사를 봤다. 일반적으로 사전 투표는 진보 진영 쪽에서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가던 판세가 사전 투표함만 열면 우수수 쏟아지는 저쪽 민심에 보수 쪽에서는 사전 투표는 모두 조작 투표라고 주장하던 때도 있었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우표 투표보다는 현장 투표를 선호한다는 기사를 봤다. 사전 투표율이 왜 역대 최고일까. 편리성에 더해 사람들이 일찍 투표에 참여하게 하는 동인은 뭘까. 기자들은 이런 걸 취재할 생각은 1도 하지 않고, ‘사전 투표율 역대 최고 아직은 오세훈에게 유리같은 기사를 쏟아낸다. 언론을 믿지 못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선거는 좀 심하다.

 

하지만 언론만을 탓하랴. 이명박이 전과 13범이었다는 걸 몰랐을까. 아니다. 전과 13범이어도 괜찮으니 아파트값만 올려다오.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에 투표했다. 광화문에 명박산성이 세워지고 나서도,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걸 지켜보았으면서도 다음 대통령은 박근혜였다. 나의 투표 원칙은 오로지 하나, 더 나쁜 놈 고르기다. 나쁜 놈을 고르기 어려우면 더 나쁜 놈을 고르면 된다. 나쁜 놈 vs 더 나쁜 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무려 61년간 싸워서 얻게 된 참정권을 그냥 모른 척하기에는 선배들의 노력이 너무나 찐하고 눈물겹다. 세상을 완벽하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더 나은 세상은 반드시 투표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난, 믿는다.  

 


 

친구들은 모두 예쁜 벚꽃 사진을 보내줬는데 내 사진은 별로다. 금요일 오후, 사전투표를 마치고 벚꽃이 흐드러진 도로를 걸으며 핸드폰을 내밀었지만, 마음에 드는 컷이 하나도 없다. 정성이 부족한가. 우리 동네 벚꽃들이 유독 안 예쁜가. 친구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다정하게 위로해줬는데, 그래도 나는 계속 걱정하고 있나 보다. 눈처럼 날리는 벚꽃은 아무 걱정 없이 예쁘기만 한데, 예쁘지도 않은 나는 걱정으로 벚꽃 예쁜 줄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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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21-04-04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가 우리 단발님이 예쁘지 않대!!!! 다 나와!!!!!!!! 날이 꾸리꾸리해서 빛을 받지 못해서 벚꽃 사진이 좀 어두워서 그렇지 예쁘기만 하오. 그나저나 저 이미지 어디에서 가져오셨어요? 너무 맘에 든다. 공주부터 재봉사까지.......

단발머리 2021-04-08 09:41   좋아요 0 | URL
벚꽃은 이뻤는데 말이지요, 제 맘만 초조했네요.
저 이미지는 맨 첫번째 책에서 가져왔어요. <서프러제트>요.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읽기에 좋을 것 같아요.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네요.

바람돌이 2021-04-04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면 가득 벚꽃 예쁜데요. ^^ 이번 선거는 언론은 너무 편파적인게 노골적이어서 아 쟤들이 정말 똥줄이 탔구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동네는 사실 좀 더 암담합니다. 여론이 좋아도 겨우 이길까 말까인데 뭐 이건 일방적이니....

단발머리 2021-04-08 09:40   좋아요 0 | URL
오늘은 4월 8일 아침이라 저의 암담함은 뭐, 이루 말할 길이 없으니 남아 있는 벚꽃으로 위안을 삼으려 합니다. 허허허.
 




 













작년 가을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잠깐이라도 만나기로 했다. 약속 전날 밤에 카톡이 왔는데, 친구 딸아이 학교 1학년 학생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학교가 비상상태라는 거다. 만남을 취소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번주에는 아롱이 학교 2학년 학생 중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이번에는 둘째 학교가 난리가 났다. 그 주에 등교했던 2학년 학생 전체와 전 교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큰아이의 학교는 작은 아이 학교와 좀 떨어져 있는데도, 동생들 학교 조사가 있어서 큰아이도 동생이 그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하지만 2학년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고 한다. 작은아이 학교는 이알리미로 코로나 검사 상황을 안내하면서, 학교에 전화하지 말 것과 학부모님들 사적인 모임을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큰아이 친구 한 명이 자가격리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날, 다른 친구 한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어린이집 교사인 어머니가 원생이 확진되어 검사를 받게 되었고,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지만 밀접접촉자이기에 자가격리를 2, 그리고 밀접접촉자인 아들과 딸도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 늙으신 어머니(큰애는 외할머니로 추정했다) 2주간 딸과 손자와 손녀의 밥을 챙겨 주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엄마가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그 엄마는 직장 생활을 하던 중에 전염된 것이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어쩔 수 없는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작은 아이의 학교 안내문 사적 모임을 하지 말아 달라’와 묘하게 겹친다.

 


내가 하는 모임은 모두 사적인 모임이다. 계약관계에 의한 사회적 노동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참석하는 모든 모임은 사적인모임이다. 사적인 만남, 사적인 모임.

 


시장의 승리로 인해 구질서를 규정한 기존의 삶의 양식은 돌이킬 수 없게 산산이 부서졌다. 생산과 가족생활, 일과 가정의 오랜 단일성은 어쩔 수 없이 무참히 깨졌다. 이제 가구는 더 이상 가족 구성원들을 공동 노동으로 함께 묶어 주던 자급자족 단위가 아니었다. 생산이 공장으로 들어가 버리자 가구에는 가장 사적인 생물학적 활동만이 남았다. 먹고, 섹스하고, 잠자고, 어린아이를 돌보고, (제도적 의료가 등장할 때까지) 출산과 죽음을 관장하고, 환자와 노인을 보살피는 등등. 삶은 이제 두 개의 다른 영역으로 나누어져 경험된다. 궁극적으로 시장이 지배하는 노고의 공적영역, 그리고 친밀한 관계와 개별적인 생물학적 존재의 사적영역이다. (42)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가족은 소중하지만, 가족만큼 친구도 소중하다. 이건 가족과의 관계가 돈독하거나 돈독하지 않거나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가족이 주는 사랑이 있고, 친구가 주는 기쁨이 있다. 가족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친구에게만 털어놓고 싶은 비밀이 있다. 가족, 친구, 인사만 나누는 이웃, 반 친구 엄마들, 독서모임 언니들, 교회 식구들. 하지만 이 모든 모임과 만남은 사적영역이 되어 가뜩이나 겁이 많은 전업주부는 한없이 움츠러들고 또 움츠러든다. 내 아이의 괴로움이 다른 아이에 대한 피해로 번진다면. 그 시작점이 나라면. 상상하기도 싫은 장면이다.

 

 

작은아이 학교 검사는 100% 음성이 나왔다. 이틀간 학교를 폐쇄하고, 방역 당국에서 소독작업을 마쳤으니, 내일부터 예정된 등교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작은 아이는 어떻게 100% 음성이 나올 수 있느냐며 검사 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기쁜 소식이라고, Good News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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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04 1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군요!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1-04-04 18:04   좋아요 1 | URL
사회주의 페미니즘보다 잘 읽히는군요. 푸코보다도 잘 읽히고요 ㅎㅎㅎ

다락방 2021-04-04 19:29   좋아요 1 | URL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ㅠㅠ

단발머리 2021-04-04 20:15   좋아요 0 | URL
게다가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비하면 쪽수도 약소합니다. 희소식이라 하겠지요 ㅎㅎㅎ

han22598 2021-04-04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진짜 귿 뉴스네요!! He is Risen!!!! 단발머리님! Happy Easter!😊

단발머리 2021-04-04 19:17   좋아요 0 | URL
han님의 귿 뉴스는 저의 굿 뉴스이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활하신 주님은 저의 주님이십니다. han님! Happy Easter!! 🤗

수연 2021-04-0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이렇게 빨리 나가신 겁니까?! 대체!!!!

단발머리 2021-04-08 09:39   좋아요 0 | URL
지금은 아닌 것으로 ㅎㅎㅎㅎㅎ 그렇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2021-04-04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부활절 달걀은 어떻게 하면 저렇게 골드골드합니까? 아까워서 먹을 수나 있나요?
내용 다 읽었는데 마지막 달걀 사진에서 모든 내용이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1-04-08 09:38   좋아요 0 | URL
골드의 진정한 면모는 골드골드 달걀이 맥반석이라는데 있습니다 ㅎㅎㅎㅎ
내용은 뭐, 중요한 게 없으니까요. 골드 달걀만 기억해 주셔도^^
 

















연애를 좋아했으면서도 많이 하진 못했다. 대시는 남자가 먼저 하는 거라고 믿었던 고루한 여학생이 매력 부족 및 기타의 이유로 대시 받지 못할 경우 상황은 한 가지뿐이다. 나는 독야청청하였다. 친한 친구 1이 스물에, 친한 친구 2가 스물넷에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자친구도 없으면서 절친의 부케를 얌전히 받아 들면서. 연애가 하고 싶었다. 하지 말라는 이 하나도 없었으나 할 수 없었다. 노력해보지 않은 바 아니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면, 방법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닐 텐데. 그렇게나 연애를 안 했다는 건 연애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변명 같은 말이 아니라 그냥 변명이지만. 대시할 수 있었고, 맘에 차지 않아도 모양이라도 비슷하게 할 수는 있었을 텐데. 나이 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뜩이나 더 게을러지는 요즘, 연애는 생각도 못 할 일이다.

 

 


짧지 않은 시간을 이야기하고 듣고 또 이야기했는데도 자리를 마무리하고 일어서는 순간이 아쉬웠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할 말이 있었고, 들을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함께 했던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헤어짐이 아쉬워 발을 동동거리고, 그리고 머릿속으로 부지런히 다시 만날 시간을 가늠하고 있을 때, 알았다. 내게 이런 증세가 나타났던 과거의 순간들을. 길지 않았던 내 연애의 찰나들을 말이다.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는 중에 우리 사이에 오가는 감정을 우정이라 부를 수 있겠고, 페미니스트는 어떠해야 한다는 말 너머에 삶의 조각을 어떻게 맞추어갈지에 대한 우리의 논의를 연대라고 부를 수 있겠으나, 그 사람만 생각하며 엽서를 고르고, 조심스레 초콜릿을 흰 봉투에 담고, 두 손과 팔을 움직여 빵을 반죽하고, 발효 시간을 내내 기다리고, 시간에 늦지 않았는데도 발걸음을 서두르는 우리의 마음은, 연애 중일 때의 바로 그것과 같다는 걸 알았다. 더 알고 싶고, 더 보여주고 싶으니까. 나는 여전히 뜨겁고 달떠 있으니까. 연애심이 발동한다. 진짜 연애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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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3-28 15: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달콤하네요! 제 맘까지 달달해져요!

단발머리 2021-03-29 08:40   좋아요 0 | URL
달콤한 빵과 함께 달콤한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하하하!!!

2021-03-28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9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3-2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빵 직접 만드신 거라구요? 세상에 넘나 맛나 보여요!! 단발머리님의 연애를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1-03-29 08:43   좋아요 0 | URL
저 빵을 제가 직접 만들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ㅎㅎㅎㅎ 이 빵은 연애심 뿜뿜하는 친구의 선물이랍니다.
붕붕님 연애 응원은 제가 소중히 간직할거에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3-29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같은 빵을 여러곳에서 보네요. 빵을 만든 신의 손이 단발머리님이었군요. 우와 감탄 감탄...
연애심의 발동은 빵과함께! 제가 저 모임에 참석했더라면 빵을 보는 순간 단발머리님과 사랑에 빠졌음이 분명할겁니다. ^^

단발머리 2021-03-29 08:48   좋아요 0 | URL
빵을 만든 신의 손이 저였다면 참 좋았을 테지만 저는 레고손이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의 빵들은 제빵에 특화된 황금손, 만능손의 친구가 만든 빵이랍니다. 빵을 맛보셨다면 바람돌이님의 감탄이 세제곱 되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참 신기한게 저희 식구들은 건강한 맛 치아바타가 맛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는 시나몬 롤이 좋았거든요. 애들은 스콘 먹으면서 우아를 연발하고요. 사랑에 빠지는 빵이라 바람돌이님도 함께 하셨다면 예상하신대로 사랑이 진행되었을거라 예상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사랑은 빵을 타고 오는 거랍니다!!!!

psyche 2021-03-29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같이 연애하고 싶어요 !!

단발머리 2021-03-29 08:48   좋아요 1 | URL
저의 연애에 동참하시렵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 프시케님이라면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다락방 2021-03-29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샐리 루니 저 책 번역본 있었네요? 저는 없다고 생각해서 초조했거든요. 어머. 우리나라 출판사들 되게 부지런하구나. 아아, 샐리 루니는 끝장이다, 번역본 없어서 나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잔뜩 겁먹었는데, 번역본이 있다니, 만세입니다!! 꺅 >.<

단발머리 2021-03-29 09:1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가끔 번역이 별로인 책들 만나면 좀 짜증나고 하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샐리 루니 책은 벌써나 번역이 됐네요. 오늘만은 우리나라 출판사들 칭찬해주고 싶네요. 맛난 빵들 때문일까요? 맘이 엄청 여유로워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3-29 17:23   좋아요 2 | URL
그럼 전 한글로 읽을래요...... ㅋㅋㅋㅋㅋㅋ (원서 읽을 자신은 없고 살포시 얹어가기)

2021-03-29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9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9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31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