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시기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 회사를 그만둔 후가 그랬다. 임신, 출산, 육아의 철인3 경기는 혼자서 해야 하되 혼자서만 하기에는 버거운 일들이다.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 극렬하게 필요한 때다. 나로 말하자면 엄마와 이모가 가까이 살고 계시어 전업주부임에도 육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있었고, 지척에 계신 시어머니도 2 아이와의 시간을 따로 내어 아이를 돌봐주셨기에, 인생 최대 암울한 시절을 최고의 조건과 최상의 상황에서 보낼 있었다. 아이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늦게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아이들 엄마들을 만나게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였고, 좋은 언니, 좋은 동생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독서모임 언니들을 제외하고는 깊은 관계로까지 이어지진 했다. 



나는, 사람이 스스로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진실한 관계를 맺을 있는 사람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축에 속한다. 7-8 혹은 12. 최대로 한다고 해도 20명을 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언제든 고등학교 친구를 만날 있고, 대학교 친구들은 동아리와 학과로 나누어 만나고 있기에, 새로운 관계, 새로운 친구는 내게 절실하지 않은 무엇이었다. 



빈소에서 입관예배를 마치고 일어선 교회 식구들이 남편과 도련님, 어머님에게 위로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차례다. 아직 말을 건네지도, 손을 잡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는 한참 동안 눈물을 닦기에 바빴다. 연휴의 가운데날, 비가 오는 오후에 분들은 남편을, 나를, 우리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위로 받을 있다는 , 나는 장례식장에서 알았다. 아버님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셨던 동안 겉으로 보여지는, 혹은 예상되는 나의 어려움 이외에, 내가 겪었던 말할 없는 외로움과 고단함을 분들은수고했다 말로 위로해 주셨다.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너무나도 뻔한 상황이라 말하기도 우스운 억울함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하나도 모르시는 분들이 건네는애썼다”, “고생했다 말이 마음의 짐을 걷어내 버렸다. 모든 이야기할 있을 정도로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위로 받을 있다는 , 나는 이번에 배웠다. 



좋아지지 않고 나빠지지도 않는 상황이 2 이상 계속되고 있었다. 상의 끝에 남편과 나는 아이들을 학교캠프에 보내기로 했다. 큰아이는 평창으로, 작은 아이는 충북으로 2 3 일정으로 떠났는데, 아이들이 떠난 오후부터 아버님의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돌아오는 수요일 오전. 담당교수는 수치로 확인되는 상황이 이렇게 나쁜대도 불구하고 아버님이 이렇게 버티시는게 놀랍다고 말했다. 작은 아이가 돌아오고, 큰아이가 돌아오고, 도련님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버님의 유일한 혈육인 고모님의 찬송 소리를 들으며, 우리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님은 숨을 거두셨다. 하늘 나라, 예수님의 손을 잡고 천국으로 향하셨다. 





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지셨던 날부터 긴급 수술과 중환자실의 매일이 너무 급박해서 가까운 친구들에게조차 말을 하지 했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중환자실 앞 긴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날들이 계속될 때면 나도 모르게 알라딘이 생각났고, 자꾸 생각나는 알라딘이 그리워 간단히 상황에 대한 글을 썼는데, 몇몇 분들이 위로의 댓글을 써주셨다. 서로의 핸드폰 번호를 알고, 사는 곳을 알고, 얼굴을 마주보고, 밥을 먹고, 하하호호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알라디너 뿐만 아니라,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글을 통해서, 알라딘을 통해 알 분들의 댓글에도 깊은 위로를 받았다. 알라딘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어제는 도서관에 갔다. 개의 트럭에 책이 가득했고,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누구에게 해가 되지 않고, 누군가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는다면, 책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독감의 4월과 중환자실의 5, 그리고 이별의 6월이 반이나 지나갔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늘이다. 

오늘은 2019년 6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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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6-15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단발머리님. 아버님께서 결국 돌아가셨군요. 위로의 말들이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 극복하고 또 극복할 일이 남아 있겠지요. 슬픔과 허무함을요. 저 책들을 다 읽기 전에 마음의 평정을 찾으시길 바라겠다고 쓰려니 그 말 또한 허무하기만 하네요.

단발머리 2019-06-15 21:29   좋아요 0 | URL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아가는 요즘이에요. 너무 억지로 하지 않으려고 해요.
천천히 조금씩 극복하고 또 극복해가려고 합니다.
위로 말씀 감사해요, hnine님~~~

2019-06-15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5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연 2019-06-15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기나긴 슬픔의 시간이 이어질 거예요. 조금 옅어지면 그때 만나서 오래 이야기 나누어요.

단발머리 2019-06-15 21:33   좋아요 0 | URL
네, 그래요. 수연님.
만나서 우리 오래오래 이야기 나눠요. 고마워요.....ㅠㅠ

2019-06-15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9-06-1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ㅠㅠ; 애 많이 쓰셨어요. 단발머리님. 큰 일 치르시고 건강 지키시길 바랍니다.

2019-06-15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결혼한 지 10일만에 감옥으로 잡혀간 남편. 

평범함을 꿈꿀 수 없는 평범하지 못한 가정의 아내가
남편, 사랑하는 남편에게 하는 말.


“더 강한 투쟁을 하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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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를 마치고
세정제로 손을 씻는다
말없이 걸어 내려와
마을버스에 다시 오른다

4,900원짜리 베트남 쌀국수를
세 개 주문한다
커다란 그릇에 담긴 쌀국수를
한 젓가락 들어올린다



맛있다
쌀국수가
4,900원짜리 쌀국수가 맛있다

죽음이 이별이
원망이 슬픔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대도

맛있다
쌀국수가 맛있다
맛있다 쌀국수가

침상 위에서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맛있다 쌀국수가
쌀국수는 맛있다



나는 아직 살아있고
그래서 쌀국수를 먹는다

나는 아직 살아있고
맛있는 쌀국수가
끝내 미안하다
맛있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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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9-06-0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단발머리 2019-06-05 10:46   좋아요 0 | URL
ㅠㅠ

2019-06-04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05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미숙 선생님은 하루와 일년의 순환과 상생이 그러하듯 인생 또한 -여름-가을-겨울의 순환대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하셨다(『나이듦수업』, 29). 사랑도 인간관계도 심지어 국가의 흥망성쇠도 이러한 자연의 흐름을 거스를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죽음을 이러한 순환의 지점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죽음과의 대면을 초연하게 맞이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가진 직선의 시간관,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하면 죽음은 이전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하나의 문이다. 죽음을 통해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닌 다른 나로 변신한다. 형태를 있는 유기체에서 다른 존재로의 전환. 모든 상상과 믿음의 근간은의미. 나는 내가 우주의 먼지이며, 별의 일부임을 인정하지만, 없는 화학물간의 의미 없는 조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의미에 대한 강박. 의미에 대한 집착이 한사코 나를, 나이게 한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 죽으면 끝이라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화면을 보며 환자의 상태를 설명해주는 담당교수는 나이쯤으로 보인다. 하얀 얼굴의 주치의는 스물 일곱. 앳된 얼굴의 간호사는 그보다 훨씬 어릴 것이다. 담당교수와 주치의, 담당간호사는 모두 우리에게선생님인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사기와 수액, 이름 모를 치료제와 진통제, 맥박, 호흡, 그리고 자가호흡률을 알려주는 기계와 기계들.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은 모든 치료 과정에서 소외된다. 침상 위의 몸뚱이는 예전 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담당교수와 주치의, 그리고 담당간호사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기에 우리는 무력할 뿐이다. 



책을 번도 읽어본 사람처럼 책을 읽지 않았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책을 읽지 않았다. 책상, 식탁, 김치 냉장고 위에 쌓인게 책이라는 모르는 사람처럼 책을 읽지 않았다. 글을 줄도 쓰지 않았다. 이전에는 돈을 받고 글을 썼던 사람인 것처럼. 이젠 돈을 받지 않게 됐으니 글을 필요가 없어진 것처럼. 알라딘서재에 청탁을 받아 글을 썼던 것처럼, 이전에는 그랬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처럼. 아무런 글도 쓰지 않았다. 변명거리가 생겼으니 이제 일들에서 완전히 놓인 것처럼. 오랫동안 얽매였던 무거운 의무에서 이제 놓인 사람처럼. 




그러다 다시, 책을 읽게 됐다. 살금살금. 페이지 혹은 페이지씩. . 




중환자실 면회는 20분씩 하루에 , 명만 가능해서, 가까운 친척분이 면회를 오셨을 때를 제외하고는 오전에는 며느리들 오후에는 아들들이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오전오후 면회때마다 병원에 갔다. 집에 있어도 마음이 불편해 차라리 병원에 가는 나았다. 포기해서가 아니라, 일이, 기다림이 예상보다 길어질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됐던 네째 주부터 저녁 면회에 가지 않는다. 집이 엉망이다. 김밥에, 컵밥. 아이들 밥도 차려주지 않고 있는데, 다시 살아야해서, 그래서 책을 읽는다.   



머리가 복잡할 , 답답한 생각에 사로잡힐 ,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 책을 읽는다. 속상할 , 허전할 , 막막할 책을 읽는다. 책을 전혀 읽지 했던 지난 보다 책을 읽기 시작한 며칠이 암담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도움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시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신지 30일째다. 



시간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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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 마지막 날, 울지 않는 아이를 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보육시설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도 아닌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는데도 그랬다.

시댁은 마주 보이는 아파트였지만 아이를 안고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여서 아침에는 남편과 함께 차로 이동했고 저녁에는 남편이 퇴근하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은 남편이 늦는다고 해 저녁을 먹고 집에 가야했다. 아기띠를 할 정도의 월령이 아니어서 아이를 안고 가야 했는데 시아버지께서 아이를 안고 가시겠다 했다.

화창하고 맑은 날이었다. 시아버지는 반팔에 칠부반바지를 입으셨고 하이힐에 핸드백을 든 나는 작은 아기가방을 들고 시아버지를 뒤따라 걸었다.

빠른 어른 걸음으로 5분, 천천히 걸으면 7-8분 정도의 거리인데, 아기를 안고 가는 걸음걸이라 그런지 꽤 시간이 걸린 듯 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님의 머리위로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아버님은 본의아니게 젊은 시절부터 머리 위 땀방울이 보이는 헤어스타일이셨다. 아버님~ 땀이 많이 나셨어요. 허허허, 괜찮다. 그 때 아버님에게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내드렸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며느리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처럼, 아버님은 강성, 아니 초강성이신 시어머니와 우리 며느리들 사이에서 가림막이 되어 주셨다. 물론 한두가지 서운한 기억도 있다. 아들 둘인 집안이기에 처음 맞은 며느리를 딸이라 생각하겠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그 때는 아버님도 나도 믿었을 때니까.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 과정은 그렇게 서운하고 씁쓸한 일들로 채워졌다.

아버님께 감사했던 기억과 서운한 기억을 1대1로 두고 싶지 않아, 내가 아직 어리고 아버지가 젊으셨던 때를 기억한다.



아버님, 제가 참 부족한데도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버님, 그동안 참 고마웠어요.



중환자실, 내과 17번.
쉬지 않고 기도하다가 아버님과 나만 남게 되었을 때, 아버님 귀에 대고 말한다. 

듣지 못하실지 몰라도 말해야만 할 것 같아서.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일지 몰라도...
그래도 말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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