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안 쓰려고 했는데, 존경하고 좋아하는 알라딘 이웃 유부만두님께서 하루 늦을 때마다 한 권씩 이자 붙는다고 하셔가지고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쓴다. 많이 읽지도 못했고(겨우 8권), 1월에는 읽은 책 보고(리뷰&페이퍼)도 잘 해서ㅋㅋㅋㅋㅋㅋㅋ 새로운 책은 없습니다, 여러분!
1.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1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 이론에 대한 충실한 정리에 점수를 주고 오타 때문에 감점한다. 저자가 비평하는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느끼는 거리감과 아는 사람 나올 때의 반가움이 끝없이 교차했던 책이다.
2. 사이보그로 살아가기
안경 쓰고 가끔 렌즈 끼는 내가 읽는 사이보그 세상.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와 ‘나는 무엇인가?’의 질문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 근데 진짜, 나는 누구인가요.
3. 어슐러 K. 르 귄의 말 / 눈먼 자들의 도시
어슐러 르 귄의 책은 일단 외모에서 100점 만점에 120점이다. 너무 예뻐서 들고 다니기도 폼 난다. 이 시리즈 중에서도 압도적인 미모를 자랑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나이에도 배울 수 있는 작가’로 지정해 주신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지지난 주에 도서관에서 빌려오기도 했다. 이번 주 내에 읽어야 한다.
4. 섹스할 권리 / The Right to Sex
눈길을 끄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섹스할 권리’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 성적 동의, 성매매, 학생과의 잠자리 등 젠더 이슈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런 논의 자체가 작가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존경스럽고 또 존경스럽다. 한국 사립대의 젊은 여성 교수가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에 대해 발화한다고 상상해보자. 10분 만에 아사리판이다. 예약률 99.9%. 한글로 1독하고 원서를 구입해서 주요 문장과 문단을 발췌독했다. 원서도 읽은 책으로 카운트해야겠다. 그럼, 1월에 읽은 책은 총 9권이 된다. 이야호!
5. Oh William! / 오, 윌리엄!
작년에 읽기 시작해서 ‘2022년 단발머리 아닌 단발머리 선정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셨고, 완독은 올해에 했다. 책을 같이 읽을 때의 즐거움과 기쁨은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을 직접 경험할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순간을 여러 번, 선사한 책이다. ‘더 나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페이퍼 쓰려고 메모해 두었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 올해 안에는, 상반기 안에는, 2월 안에는 써내는 게 목표다.
6. 마틴 에덴
2023년 현재, 올해의 소설. 밑줄긋기 해두었던 문장을 옮겨온다.
하루가 너무 짧았다. 공부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는 잠을 다섯 시간으로 줄였고, 견딜 만하자 네 시간 반에 도전했다. 그랬다가 후회하며 다섯 시간으로 되돌렸다. 깨어 있는 시간은 하고 싶은 일 중 무엇에라도 온전히, 즐겁게 쓸 수 있었다. 공부하기 위해 글을 중단하기가 아쉬웠고, 도서관에 가기 위해 공부를 중단하기도 아쉬웠다. 지식의 해도실을 나오기가, 제 상품을 파는 데 성공한 작가들의 비결로 가득한 자유 열람실의 잡지들을 내려놓기가 아쉬웠다. 루스와 함께 있다가 일어나서 나와야 할 때는 심장의 힘줄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어두운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려 집에 도착해 책을 펼쳤다. (<마틴 에덴 1>, 132쪽)
마틴은 사랑에 빠졌다. 루스와 사랑에 빠졌고 읽기와 쓰기에 빠졌다. 어느 것이 더 큰가, 무엇에 대한 사랑이 더 간절한가를 측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루스와 지식, 앎의 기쁨과 여인에 대한 열정이 상호작용을 했기에 그의 사랑이 더욱 강력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물성 그 자체로서의 책을 좋아하고 읽기를 사랑하고 쓰기를 동경하지만, 책만 펴면 눈이 스르르 감기는 저질 체력인 나같은 사람은, 책 보는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어둠을 달리는 마틴의 열정에 감동과 감탄과 박수와… 배울 게 많다.
그래서! 집에는 ‘브론테 면기(450ml)’가 있다.
비밀댓글 나누는 사이 수하님 서재에서 예쁜 에코백을 발견하고 책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신나는 <다음>을 클릭하던 나는, 그 예쁜 에코백이 무려 ‘5,300원’에 달한다는 어마어마한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헉! 아, 어쩌지. 어쩌지….. 우리 모두 다 알다시피, 책이 아니라 굿즈를 향해 돌진할 때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이 제일 중요하다. 그때에는 그 굿즈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굿즈이고,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굿즈이며, 이하 블라블라. 5,300원의 위력(?)으로 나는 그 순간을 넘겼다. 그리고 바로.
브론테 면기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내가 원하던 1,000ml는 이미 품절되었지만, 내 영혼의 영원한 뮤즈 브론테의 이름이 새겨진 ‘브론테 면기(450ml)’는 아직 구매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는 이렇게 에코백을 뒤로 하고 브론테 면기를 손에 넣게 되었다는 슬프고도 따뜻한 이야기. 어제 저 면기에 수프 담아 먹었다. 당연히 맛있었다.
브론테님과 함께 우리집에 온 책들은 이렇게 5권이다. 표지라도 보시라고 살포시 넣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