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 김초엽 작가 픽에 놀라면서 장강명 작가 픽에 마음 쏠림. 쏠림 현상. 쏠림 현상 어마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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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23 2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의 네 권이 없다니 반칙입니다!!

단발머리 2024-04-23 20:26   좋아요 1 | URL
얼른 써주세요~~ 다락방님의 인생네권이요! 저 지금 방바닥이랑 키스 중 ㅋㅋㅋㅋㅋ 뜨거운 키스😘 혼연일체읰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4-23 20:32   좋아요 1 | URL
저는 일단 두 권은 나왔는데 다른 두 권이 어렵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4-23 21:05   좋아요 0 | URL
두 권이나 고르셨다니 부럽네요. 한 권은 예상되는 책이 있긴 합니다만ㅋㅋㅋㅋ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가족이라는 위계 집단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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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소비할 때 바닥에서 고기를 날로 먹는 취향이 있는 게 아니라면, 국민계정에 임의적인 부분이 있는 게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임의성 자체는 사실 그리 놀랍지 않다.
다만 가공 절차 가운데 계속해서 이루어지지 않은 양 간주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가사노동‘이라는 용어로 설명되는 행위들이다. - P24

연구자들은 농업의 자가소비를 위해서 특별히 일어나는 생산이 아니라 자가소비를 위한 모든 생산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일을 ‘가사노동‘이라 부른다. - P33

우리의 가설에서는 가사노동이 생산적이라 여겨지지 않으며 집계되지도 않는 이유가 그것이-가사의 영역에서 무료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 P35

이들은 모든 가사노동, 한 사람이 아내로서 하는 노동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노동 역시 국가에 의해서 보수를 지급받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 P36

스스로를 위해 행한 서비스를 무료 노동이라 칭할 수 있을까? 무료 노동이라 칭할 수 있는 활동은 어떤 사회적 생산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무료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오직 타인을 위해 제공된 서비스라고 본다. - P39

따라서 이 경우 노동은 스스로에 의해서 전유된다. 이는 지불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보상을 얻은 노동이다. 누군가에게‘이득‘을 준 이상 이는 노동이다. 그러나 그 이득이 스스로에게 돌아갔고 그 보상 역시 스스로가 얻은 것이므로 ‘무료‘ 노동이라고는 할 수 없다. - P41

특히 음식 소비는 가장 자명하게 가족적인 소비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공산주의 공동체, 즉 진정으로 공정한 분배의 이미지를 상기하는 소비이며, 위계의 영향에서 가장 벗어나 있는 소비다. - P73

그저 하루의 신체 활동 시간을 계산해보기만 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삼할 정도 더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토착 이론의 믿음과는 달리, 에너지 소비량과 필요량은 여성의 경우에 더 많다. 그러나 ‘필요‘ 이론, 객관적인 생리적 명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거나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이 이론은 그 명령을 완전히 무시한다. - P89

여성들은 일 년에 한 번 만들어둔,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반면 이 여자들이 남자를 위해서 준비하는 식사는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다. 식사 장소, 시간, 기본 재료의 엄격한 분리는 여성과 남성 간에 음식을 두고 경쟁이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Ferchiou 1968). - P95

가장 나쁜 부분을 취하는 행위의 주도성과, 그렇게 하는 것이 그의 자유에 맡겨져 있도록 한 바로 그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는 이 자원의 배분은 ‘평범한‘ 선택, 즉 개인의 기호라는 동기와 연관된다. 질문을 받은 이 여성은 자신이 지방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희생을 굳이 사랑할 필요조차 없다. - P98

희생은 두 번째 성정이 된다. 안주인은 아무 고민 없이 가장 작은 비프스테이크 조각을 먹고, 스테이크 양이 모두에게 충분하지 않다면 아예 먹지조차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스테이크를 원치 않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그 자신도 물론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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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23 0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다가 99페이지는 모두가 밑줄을 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오늘 아침에 밑줄 그은 부분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4-23 17:09   좋아요 1 | URL
그죠~ 빡치면서 ㅎㅎ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단발머리 2024-04-23 18:10   좋아요 1 | URL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으로서 특히나 큰 분노를 느낍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니요!!!!
 

















내기하자는 말은 내가 했다. 분위기는 좋았고, 계속 상승모드여서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범야권 의석수 맞추기에 5만원 내기였다. 일단 범야권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는데, 더불어민주당, 더불어 민주연합, 조국혁신당, 새로운 미래까지만 범야권으로 보기로 했다. 현재 이준석의 스탠스는 야권임이 분명하지만, 이준석은 곧 그 당으로 다시 들어갈 몸이니까 범야권에서 빼는 것에 합의했다. 부르는 대로 숫자를 노트에 적어 두었는데, 혼자 숫자를 정하지 못한 둘째가 이렇게 해서는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종이에 적어 내고 출구 조사 발표 직전에 다같이 보는 앞에서 공개하자고 했다. 이렇게까지 진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3, 이라고 속으로 말하고는 그래, 그렇게 하자 했다. 보통 저녁에 배달 음식을 시킬 때는 한 가지만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날은 내가 봄날무드라 2개를 시키라 했다. 1등 한 사람이 음식값을 계산하기로 하고, 엽기떡볶이와 60계 치킨을 시켰다.





출구 조사가 발표되고! 그날의 승자는 나였다. 나는 203, M1 185, M2 197, M3 191 이었다. 기쁨의 함성을 외침과 동시에 그들의 믿음 없음을 탓했다. 그렇게 행복했고, 아침이 되니 출구 조사가 틀린 곳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1등인 M3 10만원을 가져갔다. 5만원을 냈으니, 5만원 개이득. M1 2등을 했다. 5만원을 냈고 5만원을 가져갔다. M2 5만원을 냈고 떡볶이가 남았다. 나는 M1에게서 5만원을 빌려 내기에 참여했고, 떡볶이와 치킨을 많이 먹었다. 승자는 나였다.




친구들 단톡방에서는 새벽까지 개표방송을 보느라 피곤하다는 카톡이 올라왔다. 저항의 의미가 아니라, 생존의 의미로 집에서 대파를 키우고 있는 친구는 실망스런 마음에 몸져누웠다. 개헌저지선에 이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나 보다. 친구에게 힘을 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이 결과에 만족하나. 우리는 이 결과에 만족할 수 있나. 우리 3년을 살 수 있나. 이렇게 3년을 살아낼 수 있겠나.




며칠 전에 흥미로운 기사를 보게 됐다. 뉴스타파였다. <조국혁신당에 누가 표를 주었나? 광주서 최다, 경북서 최소 득표> (https://www.newstapa.org/article/Ma1sC)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은 24.25%를 득표해 12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받은 표는 687 4,278표이다. 창당한 지 한 달 만에, 대통령 중심제의 분단국가에서 제3당이 이런 성적표를 받는다는 건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 신기하고 놀라웠다.


제목처럼 조국혁신당은 광주에서 47.72%를 얻어 최다 득표했고, 대구에서 11.8%를 득표했다. 특기할 만한 건,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조국혁신당의 특표 결과이다. 조국혁신당은 63,429표를 얻어 30.93%를 득표율을 보여줬는데, 2위인 국민의 미래와 3위인 더불어 민주연합을 앞서 1위를 차지했다. 공무원의 도시, 이 정부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투표로 속마음을 보여줬는데, 그들이 선택한 그 정당은 (윤석열 정부) ‘3년은 너무 길다라고 외친 조국혁신당이었으며. 하하하.



서울에서 조국혁신당은 22.87%의 지지를 받았는데, 그중에 가장 높은 비율인 24.95%를 받은 지역이, 내가 사는 지역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사람들, 말 그대로 동네사람들이 그런 마음인지, 나는 몰랐다. 갑자기 우리 동네가 좋아지는 기현상 발생하게 되고.



서울 지역의 22.87%가 조국혁신당을 지지했는데, 7% 미만의 표를 얻은 곳은 모두 강남구 내 투표소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거주 유권자들, 타워펠리스 1,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근처의 투표소에서 5%에서 7%미만의 득표율을 보였다. 계급 투표임이 확실해지는 지점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20~25% 정도 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견을 밝힌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24.25%를 차지한다 해도, 현재 이 나라의 대통령이 더 낫다고 혹은 그가 속한 정당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 바로 그 지역이다. 왜 현 정부가, 윤석열 정부가 그래도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그들도 뻔히 아는 이런 상황 속에서. 바이든과 날리면과 일본에 대한 굴욕외교와 수출 감소와 경제 침체와 여러 정책 간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가 그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이외의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들은 이 정부를 지지한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비록 대통령이 윤석열이어도.






지난 대선과 이번 총선을 비교해 보면, (아무도 안 물어보는데 대답하고, 아무도 안 궁금해하는데 입장 밝히는 나다. 아무도 안 시켰는데 혼자 비교하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강원도는 지지하는 정당이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충청도의 변화가 눈에 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역은 역시 가장 많은 투표수를 가진 서울, 경기 지역이다. 다음에도 그럴 것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는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강원도는 바뀔 가능성이 비교적 작으며, 충청도와 서울, 경기 지역은 살펴볼 것이다. 꼼꼼히 들여다볼 것이다. 그리고 결정할 것이고, 표를 줄 것이다. 도농 간, 세대 간 격차와 변화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0.73%는 참 아쉽고 또 아까운 차이이다. 승자독식의 어두운 그림자가 내게 드리워졌을 때, 내가 지지한 정당이 실패했을 때, 그건 더 무겁고 두려운 일임은 확실하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지금까지 민주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이 되었던 어떤 대통령보다 더 많은 득표수를 얻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10,326,275표를 득표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12,014,277표를, 문재인 대통령은 12,423,800표를 득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16,147,748표를 득표했다. 모든 표를, 모든 힘을 다 끌어모아도 실패할 수 있다. 그렇게 실패했고, 그래서 우리 대통령은 윤석열이다.



하지만, 실망해도 오늘밤은 깊어가고 그리고 나서는 새 아침이 온다. 3년이 남았는지, 아니면 그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오늘은, 오늘의 기쁨을, 오늘의 위안을, 오늘의 김치만두를.



김치만두를 쪄서 김치만두를 먹고. 그리고 쉬자.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보자.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는데 다음을 기약하는 나. 그런 나.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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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21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날이군요 ㅎㅎㅎ 이준석 ㅋㅋㅋ

단발머리 2024-04-21 20:18   좋아요 2 | URL
네, 바로 그 날입니다. 이준석의 당선과 모성의 발현에 대해서도 좀 써야하는데 말이지요.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는데 혼자 입장 밝히기의 명수로서 말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4-04-21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메뉴 초이스가 훌륭합니다 ^^ 저도 지난 총선때인가 득표 비율보고 우리지역 주민들이 달리보이더라고요ㅋㅋㅋㅋ아주 진하게 파랗던 그때ㅋ

저도 실망한 쪽입니다. 안그래도 오늘 찾아보니 3년 18일 남았더군요. 평생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가는 느낌은 처음입니다. 이참에 자격증이나 따 둘까요..하...

단발머리 2024-04-21 20:19   좋아요 2 | URL
이번에 보니 자세히도 나오더라구요. 어느 지역 어느 투표소에서 몇 % 이런 식으로요.

미미님도 실망한 쪽이시군요. 저도 실망하긴 했습니다만 저는 또 금방 잊어버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자격증 따시는거 환영합니다. 공부하다 보면 시간 잘 흘러가지 않을까요?

bookholic 2024-04-22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기를 했다면 졌을 것 같네요. 200은 쉽게 넘을 줄 알았는데..^^ 근데 아직 2년도 안 되었나요? ㅠㅠ

단발머리 2024-04-23 18:12   좋아요 0 | URL
아쉬움은 솔직히... 솔직히 많이 남습니다. 저는.... 203이 아니면 202, 아니면 201이라도요....
2년 반 이상 남았습니다 ㅠㅠㅠㅠ

다락방 2024-04-22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러운 풍경입니다.
저는 개표방송 할 때 부모님과 치킨 먹으면서 여행 프로그램 봤어요. 다함께 개표방송 안보기로 쇼부쳤어요. 왜냐면 싸우니까요. 남동생한테도 통화중에 말했더니 ‘누나네는 개표방송 보지마‘ 라고 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버지와 제가 지지하는 당이 다른 것도 다른거지만 저는 아버지의 정치적 성향이 정말 너무 싫고 ㅋㅋㅋ 그건 아버지도 저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라... 부럽습니다, 단발머리 님. ㅠㅠ

단발머리 2024-04-23 18:15   좋아요 0 | URL
싸운다면.... 싸우게 된다면 안 보는게 좋지요. 저도 뭐.... 아빠와 여러번 말다툼 했습니다. 저는 출생시부터 지금까지 아빠와 같은 정당을 지지했죠. 7-8년 전쯤 아빠가 변절했습니다. 보수화된거죠. 저의 아픔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고요.
부러운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저희 아이들도 다 지지하는 정당이 달라서요. 괴로운 시간 있었습니다. 아... 기뻐도 기쁠 수 없는, 슬퍼도 슬플 수 없는...

책읽는나무 2024-04-22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럽네요.
우리 집도 갑자기 아버지가 오신 바람에...^^;;
선거나 개표 현황 방송은 부러 보지 않았어요.
그리고 한 표라도 못 찍게 아빠를 사전투표 하러 가신다는 걸 건강 해친다고 못하게 말렸어요.ㅋㅋㅋㅋ
아빠한테 같이 투표 하지 말자고 하구선 저는 고3 딸 데리고 몰래 투표하고 왔구요.
남편은 잠 자고 있는 아들 깨워 사전 투표하러 가는 것 같은데도 제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전혀 바뀌지 않아 늘 투표 결과만 나오면 동네를 떠나고 싶은 맘 굴뚝 같아요. 그래도 표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인 건지?
투표 결과에 따라 동네가 다시 보인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전 딱 한 번 그걸 느껴보았습니다만...
미래가 어찌될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계속 투표하러 가야죠.
불끈!!!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를 읽고 있다.

 


세 챕터를 읽었는데 다 읽지 못할 거 같아서 읽은 부분까지만 기록으로 남겨둔다. 제일 먼저 읽은 건 <산타클로스의 처형, 1952>이다. 제목에서 예상되는 것에 비해 전반적으로 좀 약하다. (재미가 없었다는 뜻) 두 번째로 읽은 건 이 책의 얼굴이자 센터이자 대표작 느낌의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이다. 원주민들 사이에서 발견된 쿠루병(주된 부족의 언어에서 떨다를 뜻하는 쿠루병으로 불렸다)과 퇴행성 신경 질환인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사이의 유사성을 밝히는 과정에서 원주민 사이에서 실존했던 식인의 풍습에 대한 간단한 서술이 이어진다.

 

 

식인 풍습은 기근 시대에 식량을 보충하는 수단이나 인간의 살에 대한 욕구로서 식량과 관련 있을 수 있고, 죄인의 징벌이나 적에 대한 복수로서 정치적인 성격을 띨 수도 있다. 또 고인의 성품을 물려받거나 반대로 고인의 영혼을 멀리 보내기 위한 마법적인 성격, 혹은 종교의식, 장례와 제사, 성년식과 관련되거나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의 성격을 띨 수도 있다. 고대 의학의 많은 처방에서 확인되듯이, 식인 풍습은 치유적인 수단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유럽에서도 멀지 않은 과거에 그런 처방이 실제로 행해졌었다. 내가 앞에서 언급한 뇌하수체의 주입이나 뇌물질의 이식, 게다가 오늘날 흔히 시행되는 장기 이식은 치유적인 성격을 띤 식인 풍습의 범주에 속하는 게 분명하다. (127)

 

 

식인 풍습의 방점은 식인이라기 보다는 육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살을 먹는 것은 안 되고, 동물의 살을 먹는 것은 괜찮은가.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꽁치 김치조림은 언제 먹어도 맛있었는데, 엄마 옆에서 그 맛에 감탄하고 있노라면, 엄마는 곧잘 대답하셨다. 남의 살이 들어가야 맛있지. 남의 살. 꽁치가 안 들어가도 맛있지만, 꽁치 들어가면 더 맛있다. 남의 살에 대한 욕망과 육식, 그리고 식인과의 경계가 얼마나 희미한지에 대해 생각한다. 건강검진에서 빈혈 판정을 받고, 빈혈 아니라고, 안 어지럽다고 우기다가 헤모글로빈 수치 들이미는 의사에게 6개월간 철분제를 먹어야 한다고 처방 받은 내가, 차분히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할례와 대리 출산>. 여성 할례에 대한 내 입장은 확고하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입장 밝히는 사람. 정치인도 아니면서 왜 입장 밝히나. 대통령이나 제대로 입장 밝혀라!)

 


남성 할례 역시 여성 할례처럼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 할례의 고통이 여성 할례의 고통보다 가볍다 여겨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자세는, 남자도 힘들어~~의 스탠스가 아니라, 이 상황을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대책 마련일 것이다.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겠지만, 문화 상대주의가 모든 사안에 대한 유일한 해답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여성 할례를, 사티를(인도의 아내 순장), 명예 살인을 문화와 풍습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복잡하게 설명할 수 있고, 길게 말할 수 있겠지만, 미소지니(misogyny), 여성 혐오라는 단어의 사용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 시도, 그 잔인한 행위들을 멈추는 데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대리 출산에 대한 부분도 여러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이제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불임 부부들이 혈통적 연결을 원하고 있기에 고비용의 힘든 불임 치료 과정을 지속하고 있다. 타인의 정자와 타인의 난자로 태어난 아이를 내 아이로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가능하면 남편의 정자, 아내 난자의 수정을 통한 출산을 원하고 있다. 생물학적 연결에 대한 현대인의 갈망 혹은 유전자의 소리 없는 아우성(?).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고대 히브리 사회의 형사취수혼(형이 죽은 뒤 동생이 형을 대신해 형수와 부부 생활을 지속해 대를 이어가는 혼인 풍습) 제도나 수단 누에르족의 망령결혼(친척 남자가 고인의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아 조카로 양육하는 풍습)이 정자 주입과 다름없다고 여기고 있다. 티베트의 여러 명의 형제가 한 명의 부인을 공동으로 소유해 모든 자식을 장남의 자식으로 귀속시키는 것, 또는 이와 반대로 투피카와이브족의 경우처럼 한 남자가 자매 관계에 있는 여러 명의 여자와 결혼해 여자들이 자식들을 함께 키우는 경우도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머니가 누구인지 따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생물학적 혈족과 사회적 혈족 간의 갈등은 유럽에서 법률가와 윤리학자에게 골치 아픈 문제로 여겨지지만, 민족학자들이 연구하는 사회에서는 그런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는 사회적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혈족과 사회적 혈족이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나 구성원의 의식에서 충돌하지 않는다. 유럽 사회가 그런 사회를 본받아 행동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사회의 사례들에서 대리출산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이 상당히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으며, 어떤 하나의 방법이 절대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이유는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듯하다. (70)

 














당연히 마가렛 애트우드님의 <시녀 이야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성적 쾌락을 금지하고 오로지 출산을 목적으로 성행위를 강요할 때, 그 일은 가능한가. 사정하는 남성은, ‘두 발 달린 자궁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감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가. 저자는 대리 출산에서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수정과 섹스, 즉 육체적 쾌락을 분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70). 그게 가능한가. 인간 심연의 감정과 욕망이 벌거벗은 채로 요동칠 때, 감정적이고 성적인 공유를 차단할 수 있는가. 그게 가능한가.

 

 

 













여기까지 읽고, 기특하게도 영어책을 읽었다. 꾸준히 안 읽어도 가끔 꾸준해지는 사람. 입장 요구 안 하는데 입장 밝히는 사람. 이 문단의 ‘He’는 엘리자베스에게 새로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아만다이다.

 


His ex-wife had long insinuated that he wasn't Amanda's biological father, but he'd figured she'd only said it to hurt him. Sure, he and Amanda didn't look alike, but plenty of children don't look like their parents. Every time he held Amanda in his arms, he knew she was his; he could sense the deep, permanent biological connection. But his ex-wife's cruel insistence ate at him, and when paternity testing finally became available, he produced a blood sample. Five days later, he knew the truth. He and Amanda were total strangers. ... He'd stared at the test results, expecting to feel cheated or devastated or any of the other ways he'd guessed he was supposed to feel, but instead he'd felt completely nonplussed. The results didn't matter at all. Amanda was his daughter and he was her father. He loved her with all his heart. Biology was overrated. (<Lessons in chemistry, 209)

 

 

낳은 정, 기른 정, 무엇이 더 귀한가. 낳아보면 안다, 낳은 정 귀하다. 키워보면 안다, 키운 정 귀하다. 낳은 정, 기른 정,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낳은 정, 기른 정, 둘 다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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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4-16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묻지 않는 입장을 계속 밝히시다니…

단발머리 2024-04-16 18:16   좋아요 1 | URL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4-16 22:07   좋아요 0 | URL
그런데다가 제목에도 영어를 쓰시다니..

단발머리 2024-04-16 22:15   좋아요 1 | URL
참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서 사라지는 일, 영영 사라지는 경험, 지옥 같은 세상을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나는 잘 모른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자식이라면. 그 마음은 나도 만분의 일, 십만 분의 일은 알 거 같다. 뜨는 둥 마는 둥 아침을 어설프게 먹고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볼 때의 내 마음. 많이 다정하지 않으셨던 둘째 큰엄마도 사촌 오빠가 도시락을 안 가지고 간 날에는 하루 종일 굶으셨다 하셨다. 그 마음의 만 배, 그 마음의 십만배.

 


또 이렇게 십 년이 흘렀다. 우리는 무얼 했을까.

 

 

고통은 고독한 경험일 수는 있어도 결코 사적인 경험일 수는 없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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