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주문했던 책들이 이제야 모두 도착했고. 한 권만 완독하고 나머지는 조금씩 맛만 보고 덮어두었다. 뜬금 없이 중국 역사와 음식 문화사에 꽂혀서 내리 몇 권을 더 주문해둔 상태인데 연초 여행프로그램에서 시원한 입담과 태도로 화제였던 신계숙 교수님의 새로운 여행, 맛, 더하기 이번엔 사이클 프로그램이 나와서 챙겨보기도 했다. 더하기 '십팔사략'도 읽기 시작해서 이제 진시황제가 사망하고 항우와 유방의 겨루기를 하는 대목이다. 역사라기 보다는 옛날 이야기. 재미가 있는데 뭐랄까 이젠 나도 돌아와 거울 앞에 섰구나 싶은 느낌이면서 정말 나도 늙었군 늙었어 생각나는 재미랄까. 이렇게 도끼자루 썩는게지. 매일 매일이 똑 같은데 훅훅 시간은 가고 올해 이제 아흔아홉 밤만 남아있다. 이 책 속엔 옛날 사람들의 죽고 죽고, 죽이고 죽이고, 망하고 또 비슷하게 망하는 이야기가 가득이다. 복수도 지긋지긋하지. 머리들이 나쁘네. 하긴 요즘 이십일 세기의 인간들이라고 나을 것도 없다. 그중 하나가 납니다?! 다 읽지 못할 걸 알면서 책 샀다고 자랑에, 책 안 살거라고 결심에, 그러면 뭐 하게? 또 샀다요?! 오늘 밤 공개되는 '안은영' 을 위한 특별 스패셜 (추석 합본)에 정주행 하던 만화책 '은수저'의 완결 15권. 아 다음주에 추석이야. 내 천방지축이 다 논리적으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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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공개된 신작 넷플렉스 영화. 원작 소설 시리즈도 영화에 맞추어 리커버로 나옴. 


오빠가 홈즈, 그 셜록 홈즈인 십대 소녀 (자칭) 준비된 '탐정'. 시골 영지(?)에서 홈스쿨링 하던 늦둥이 여동생의 열여섯 생일날 어머니가 사라진다. 오빠들과 배다른 동생이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싸가지 없는 오빠들 태도가 아무리 빅토리안 시대라지만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엄마가 왜! 어디로! 그러니까 왜! 사라졌을까. 엄만 날 사랑하니까, 엄만 날 만나길 원할거야. 엄마가 여기 저기 숨겨놓은 힌트로 에놀라, Enola, Alone 당차게 혼자서기를 한다. 그것도 당시 세계의 수도 런던에서.  


사라진 귀족 청년을 돕기도, 찾기도, 함께 싸우기도 하는 에놀라. (내 눈엔 조이와 로리가 보인다) 위험 천만한 일을 계획하는 엄마는 아마도 시대를 한참 앞선 서프레제트 운동가인듯 보인다. (영화 서프레제트에도 헬레나 본엄 카터가 나옴) 


하지만, 에놀라 홈즈 영화에선 (아마도 시리즈의 첫 영화라서) 많은 떡밥만 깔아두고 귀족 청년 이야기도 너무 쉽게 덤벙덤벙 해결하고 만다. 런던에서 열여섯이 돈뭉치 들고 그렇게 살기가 쉽...지가 않잖아. 어린이용 영화로 만든 건 아니겠지만 .... 긴장감이 너무 없고 몰입도 잘 안되고 귀족 청년도 (로리를 연기했던 티머시 셀러메이의 미모를 못 따라가서 안타깝고) 주인공 에놀라도 (어린시절의 스칼렛 조한슨이 떠오르지만) 그닥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홀로 서기하는 남자 귀족 구해주는 여자 영웅 이야기도 애매한 로맨스 같아서 뭔가 찜찜했다. 게다가 엄마 헬레나 본엄 카터도 조금 밖에 안나와. ㅜ ㅜ 그런데 셜록 홈즈가! 사각턱에 느끼한 눈길로 나한테 2탄을 기대하라고 말하고 있더라고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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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2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1권 읽다가 다른 책에 밀려 서둘러 반납을 해버렸답니다.
다시 읽을까 말까 고민되네요 ㅠㅠ
 

싸울 자신이 없으면 기록이라도 해야 하고 기록할 힘이 없으면 기억이라도 해야 한다던 이미정 기자는 어디 갔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래? 다 잊었니? 정말 잊은 척할 수 있다고 생각해? (84)


기술은 늘 내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실현돼. 심지어 빠르기까지 하지. 얼마 안 있으면 그 기억 추출기도 다른 용도록 쓸 수 있을거야. (157-8)


최선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는 법이고 상황에 따라 변형된다. (176)


'너는 중앙의 수치다. 바늘로 찌르면 피가 나올 자식아.' (184)


왜 이토록 보고 듣는 게 힘든지 고민하다가, 나는 나를 담은 기계의 종류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 걸 깨달았다. '숙주! 이 기계에는 인공지능 장기가 없구나!' 오싹했다. (206)


'어허, 네 논리에는 가치판단의 상수가 부족해서 인생을 규정할 수 없어.'

'내 표현을 따라 하다니,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없는 거야?' (234)


'충전이라니...' 백업이 나와 동시에 '충전이라니'하고 중얼거렸다. '콘센트 충전이라니, 정말 충격적이고 모욕적이야.'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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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무서워서, 인형 같아 보이는 무력한 여자가 머리부터 쪼개지고 그 사이로 연분홍 장미가 피어오르는 표지가 짜증이 났다. 그리고 치워두었는데. 그땐 몰랐다. 그 '본명'이 이미 표지 한켠에 적혀 있고 제목이 어쩌면 스포일러라는 걸.  


문목하의 최근작이라 시작했는데 '돌이킬 수 있는' 보다는 진입장벽이 높았다. IT나 과학 ...그러니까 sf 소설 경험이 많지 않아서 화자 '해마'의 정체와 나, 너, 백업, 숙주 등의 형태를 상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직도 내가 머리 속에 그려놓은 그림들이 작가가 바라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화자 '해마'는 기억, 정보(값)이다. 하지만 AI보다는 훨씬 발전된 상태로 자신을 '인격체'로 인식하고 있으며 12시간 교대로 '중앙'으로 회귀해 휴식하는 동안 행성세계, 즉 지구, 우리나라에 내려와서 활동하는 또다른 자신 '백업'을 어느정도 무시하고 일을 벌이기도 한다. 해마는 논리적인 답을 내놓지만 질문은 하지 않는다. 또한 해마는 지구에 와 있을 땐 '해마체'에 들어가는데 이건 목적과 용도에 맞추어 때론 기계, 자동차, 어선, 비행체, 물고기, 등등으로 모양을 바꾼다. 그리고 필요한 정보는 곳곳의 '숙주'에 접속해 얻는다. 언어나 전문 지식 등. 이 소설은 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이 특정 해마, 닉네임 비파는 (친구 해마들 모두 아름다운 악기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다정하게) 어느 한 인간, 이미정에게 집중한다. 그리고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가는데 도처에 깔린 cctv와 컴퓨터, 통신기기 덕에 (자연스러운 접속으로) 가능한 일이다. 이게 문제인지 해마는 질문하지 않는다. 


360쪽 소설의 절반 1부 180쪽이 이런 설정에 할애되어있다. 해마 비파와 이미정이 어떤 '인격체'인지, 어떤 사연을 안고 있고 어떤 결심으로 '일탈'을 혹은 '임무'를 향해 달려, 날아, 혹은 헤엄쳐, 떨어지는지 해마의 인식 안에서 설명된다. 그리고 2부에 들어서면서는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부터 진짜로 '이야기'로 들어가 보십시다. 비파와 백업, 이미정, 이은하 (옛날 가수 생각 난 사람 풋쳐핸썹), 주성화, 로랑의 이야기, 혹은 투쟁이랄까. 그러니까 '돌이킬 수 있는'에서도 보았던 초대형 테크놀로지 기업의 그늘로. 싸울 준비 되셨나요?!!!! 


1부에서 나처럼 너무 지치지 않으면 절대 거짓말 못하는 해마의 해맑은 농담, 혹은 뼈 때리는 진담을 즐길 수 있다.(보석 같은 해마 어록은 따로 정리하겠다.) 그리고 눈부신 첨단 기술의 '웨어러블' 장치들을 쳐다보며 섬찟한 기분도 들 수 있다. 그토록 많은 희생자를 만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이토록 조용히 묻히고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된다. 기억해야 한다. 비록 잠깐 탈선한 해마는 중앙에서 리셋 되더라도 인간이라도 나나 너나 우리 중 누구라도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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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2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사둔지 오래인데 유부만두님 페이퍼 읽어보니 읽을 자신이 없어져요. 내용 자체는 기대되긴 하는데(우리에게는 돌이킬 수 있는이 있으니까!!) 너무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SF 읽어본 경험도 별로 없단 말여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심지어 과학도 못했어요 학교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부만두 2020-09-22 17:1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정통문과 독자입니다! 그래도 대충 ‘해마‘가 아주 아주 똑똑한 AI 정도라고 상상하고 읽었어요. ‘숙주‘라는 개념에서 헷갈렸는데 숙주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해마체라는 지상용 옷이 따로 있고 숙주는 정보용 앱으로 하면 될 거 같아요. (틀리면 어쩌죠?;;) 설정은 어려웠지만 진짜 다루는 문제는 ‘돌이킬 수 있는‘ 보다 더 와닿는 이야기였어요. 읽으시라고 응원을 보냅니다!
 

음식을 키워드로 해서 중국사를 (일부) 훑어보는 이야기 책이다. 흔히 알고 있던 중국 음식을 역사적 배경을 검토해서 살펴보는데 가령 돼지고기의 선호도가 꽤 나중에야 생겨난 편이며 그 전엔 양과 닭고기를 더 많이 소비했다고 한다. 날 고기, 회 요리를 갑자기 먹지 않게 된 경위도 추적하고 호떡과 (중국 기준) 서방 음식의 영향과 향신료 후추의 경제적 흔적, 두부와 고구마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예상과는 다르게 중국 찬양이나 미화가 아니라 중국의 의도적 한족 중심의 중화사상을 꼬집으며 실제 역사에서 지도층과 서민들의 생활을 짚어보는 책이었다. 사례들도 많고 설화 언급도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도 재상(宰相)이 요리사 출신이라는, 음식을 차려서 사람들을 잘 먹이고 (제사를 치른 후에는 남은 음식을 고르게 잘 나눠주는) 보살피는 일이었다는 설명이 인상깊었다. 하지만 재(宰)가 재상의 뜻도 있지만 집 안에 갇힌 죄인으로도 풀이된다니 어째 내 이야기인가 싶었다. 밥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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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2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필사진 바꾸셨네요~ 이번 리뷰와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들을 잘 먹이고 보살피는 일을 했다니 신기하네요~

유부만두 2020-09-22 07:43   좋아요 1 | URL
스튜디오 자브리에서 스틸사진을 공개했거든요.
http://www.ghibli.jp/info/013344/?s=03
몇개는 예뻐서 저장했어요.

이 책은 음식을 중심으로 역사를 풀었는데 꽤 재미있게 읽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일단 먹고 살만해야 문화나 예술을 챙기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파이버 2020-09-22 08:09   좋아요 1 | URL
우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왜 아직도 요리하는 일은 중노동일까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