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탄압과 착취의 기록
대런 바일러 지음, 홍명교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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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공지능에 대한 탐구는 흘러 흘러 중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탄압의 현장으로까지 흘러왔다. 과학 기술 만능주의를 주창하는 이들에게 미래는 언제나 분홍빛(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핑크)이다. 어쩌면 황금빛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예언하는 미래에, 인간은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존재하며, 우주를 뒷산처럼 오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미래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비극일 수 있다.

이 책은 과학 기술의 발전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소설이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가는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인 대런 바일러는 중국 내 무슬림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직적 탄압을 24개월 이상에 걸쳐 연구하고,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엮어 이 책을 썼다. 신장 위구르 내 수용소의 위성 사진이 공개된 이후, 중국 당국에서는 이를 '직업훈련 프로그램'이라고 변명했다. 수감되었다고 추정되는 사람들이 150만 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들의 처참한 상태에 대한 기술은 너무나 참혹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한족과 인종적으로, 종교적으로 상이한 위구르족, 그리고 그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의 카자흐족 등은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간직해왔다. 위구르 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흥망성쇠가 이어져 왔고, 1949년 중국에 의해 병합되었다. 자치구인 신장 위구르의 지위가 위협받은 것은 이슬람 문화의 지배하에 한족과의 동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이2017년에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다. 위구르족 인구가 다수인 일부 지역에서 5세 이하 아동의 70퍼센트가 보통화(표준 중국어)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우정 유아원/유치원'에 수용되어 있으며, 그들의 부모는 수용소나 교도소 또는 공장에 있다.(126쪽) 수용소 시스템이 시작된 이후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위구르인의 출산율이 50~80퍼센트 급감했다(90쪽).

소수 민족에게 불균형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서구의 경찰 시스템과 중국의 경찰 시스템 사이에는 일부 유사점도 있고 상당한 차이점도 있다. 신장에서는 카메라 네트워크의 밀도가 훨씬 더 높고, 검문소와 데이터 감시도 지원되며, 모든 지역 주민은 포괄적인 "공공 보건" 계획의 일환으로 당국에 생체 정보를 제출했다. ... 당국은 신장의 모든 주민에게 국가가 발급하는 신분증을 새로 등록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고화질 얼굴 이미지가 담긴 기초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다. ... 샤완에서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0.8초 만에 얼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최대 30만 명의 대상자들과 관련된 알림 경보를 등록 및 기록할 수 있다. 만약 기술자들이 0.2초만 더 기다릴 용의가 있다면, 최대 50만 명에 대해서까지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61쪽)

위구르인들에 대한 이러한 전방위적인 폭압이 가능했던 것은 '신체검사'라고 이루어지는 절차를 통해서다. 목소리 녹음과 홍채 스캔, 혈액 검사와 DNA 채취 등을 통해 수집된 생체 정보는 '위험한' 인물로 분류된 사람들을 파악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은 '예비 범죄자'로 취급되었는데, '종교적 콘텐츠가 담긴 디지털 파일의 보유, VPN 사용, 왓츠앱 설치'가 '예비 범죄'로 분류되었다(51쪽). 수용소는 자동 추적 카메라와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수용자들의 행동을 24시간 감시 및 통제한다.

유럽인들에 의해 자행된 아메리카 원주민 침략 및 학살의 역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역사는 위구르를 비롯한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역사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그들의 재산을 빼앗고, 토지를 빼앗고, 아이를 빼앗은 후, 그들을 수용소에 격리시켜 종국에는 인종 말살의 결과를 얻어내려 한다.

과학 기술이 개인을 억압하고 사회를 통제하는데 사용될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한 글일거라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지구 한 편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국가 폭력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쉽게 무력화시키는지를 보았고, 그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작은 가능성조차 빼앗겨버린 그들의 현재가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은 두려움과 무력감.

인공지능 없이도 세상은 충분히 우울한데, 나쁜 사람들 손에 들어간 인공지능 때문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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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7-05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의 AI 독서는 어디까지 나아가는가!!
중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6-07-07 19:39   좋아요 1 | URL
그렇더라구요. 생각보다 훨씬 더 엄혹해서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ㅠㅠ
신장 관련 뉴스는 티베트처럼 독립을 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신장 지역 자체의 중요성도 있고 해서 중국에서는 훨씬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듯 해요.

nama 2026-07-06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년 전 신장위구르에 갔을 때 검문소마다
통제가 심해서 여권 사진 펴서 가슴에 댄 상태로 얼굴 사진을 찍히기도 했어요. 다녀본 나라 중 감시가 가장 삼엄했어요.
지금은 더하지 않을까 싶네요.

단발머리 2026-07-07 19:40   좋아요 0 | URL
아, 8년 전부터 그런 분위기가 있었군요. 근데... 여권 사진 펴서 얼굴 사진 찍는 거는 엄청나게 폭력적이네요.
드나드는 사람들을 모두 ‘잠재적 위험 인물‘로 보고 있는 걸까요. 지금은 더 엄격해졌을 거 같네요 ㅠㅠ

건수하 2026-07-06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I가 통제를 너무 쉽게 만들어주는군요... 티벳 등 다른 자치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겠어요.

단발머리 2026-07-07 19:43   좋아요 0 | URL
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할 거 같기는 해요. 신장의 이런 상황은 그곳을 탈출했던 분들이 다른 나라에서 제보한 것들인데, 중국 당국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고 해요. 너희 가족이 중국에 있다... 이런 식으로요ㅠㅠ

다락방 2026-07-06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나쁜 사람들 손에 들어간 인공지능은 또 얼마나 무섭게 사용될까요. 그러고보면 미션 임파서블 가장 최근편도 디지털 정보와 인간이 싸우는 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니까 보통의 인간은 AI 와도 경쟁해야 하고, 그걸 차지한 나쁜 놈들과도 싸워야 하고... 그렇게 되는걸까요?

단발머리 2026-07-07 19:46   좋아요 0 | URL
보통의 인간은 Ai와 경쟁이 안 될 거 같아요. 그냥 일자리를 빼앗기는 모습이 될 거 같고요. 문제는 인공지능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려는 나쁜 사람들이 있을 때, 그걸 제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 같아요. 흠.... 이게 답이 없는 문제네요.
 
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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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저자 바버라는 학자의 양심으로 책상 위에서 이러저러하다 판단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웨이트리스, 식이요법 보조원, 청소부, 월마트 점원이 되어 얻게 된 수입만으로 생활하는 실험을 강행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가, 그들이 돈을 낭비해서가 아니라, 게을러서가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돈을 아껴 쓰면서, 부지런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데도 여전히 가난한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때문임을, 저자는 밝혀내고자 한다.

저자가 도전했던 저임금 육체노동 중에, 가사 노동의 특이성을 지적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첫 번째는 비슷한 임금을 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가정집 청소부는 최후의 선택인 경우가 많았다. 지역별로 집안인을 대신해 주는 노동 인구의 인종 구성이 다른 경우가 있다손 치더라도, 어느 경우든 더 나은 직장, 심지어 새로운 직장이 공장인 경우라 하더라도, 가정집 청소부는 다른 직장을 구하는 즉시 그 일을 그만두었다.

두 번째는 비슷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정집 청소부는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저자가 일했던 다른 지역에서는 웨이트리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면 처음 보는 사람조차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청하고, 다른 점원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청소부 유니폼은 정반대의 효과를 냈는데, 식당에서 주문을 하는데도 웨이트리스가 못 들은 척하기도 하고, 슈퍼마켓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문득 흑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142쪽) 가정은 스위트홈이고, 여성은 가정의 천사라 칭송되어 왔지만, 그 중요한 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그 일이 실제로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고단한 직업 체험을 마친 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와 함께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지나치게 높은 주거비(월세)와 낮은 임금을 꼽는다.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초과 수당 없는 초과 근무를 버티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그 돈으로 월세를 내고, 배부르다는 게 뭔지 모를 정도만 먹고, 일과 수면을 반복하는 삶. 오늘만 있고 내일이 없는 삶. 부양할 가족이 있고,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삶. 육체노동을 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미국 노동자들의 삶이 바로 그러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절차, 생필품을 받기 위한 절차의 비효율성 역시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임대 주택의 확대와 최저 임금의 상승, 의료 제도의 전면적 개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건 확실하지만, 적어도 그것 정도가 시작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 길어지면, 다시 기본소득 나오니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갈무리하고.

저자의 아버지는 구리를 캐는 광부였고, 삼촌들과 할아버지들도 광산이나 철도 회사에서 일했다. 저자의 언니는 통신 회사 영업 사원, 공장 노동자 같은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했고, 그녀가 전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시간당 4달러 50센트를 받는 창고 인부였다. 그녀의 가정사를 줄줄이 읊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그런 뿌리, 그런 배경을 잊지 않았음을 책 전체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는 박사 학위 소지자이다. 과학도답게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 어려운 실험을 시작했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노트북을 펼치고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이 의미하는 바를 문장으로 조립해 낼만한 지식인이다. 자신이 지식인이라는 자의식. 그녀는 그걸 자랑하려 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그걸 잊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나.

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난 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더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이 질문에는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어떤 면에서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동자들과 다를 것이라는 가정이 담겨 있다. 내가 어느 모로든 특별하다고, 더 지적이거나 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는 말을 직장 상사나 동료한테 들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 내 생각에 내가 남들보다 '특별'했다면 그건 오로지 일에 너무 서툴다는 점에서 그랬을 것이다.(19쪽)

그러니깐, 사람들의 통념. 박사 학위를 받았고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일용직 노동자들과 '뭔가' 다를 거라는 통념은 통념에 불과하다. 지독한 이분법의 지배 아래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래도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다,고 한단다. 특별한 점이라면, '특별히' 일에 서툴다는 점 정도다.

드디어 도착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단. 이 문단을 옮겨 적으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이 문단에는 배경이 있다. 가정집 청소 작업은 조를 짜서 이루어지는데, 저자가 속한 조의 팀장인 홀리는 점점 창백해지는 안색으로도 일을 계속하는 젊은 여성이었다. 주당 30-50달러를 벌어 남편과 자기 자신과 연로한 친척을 먹여 살린다는 그녀는 어느 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임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자는 홀리가 청소일에 사용하는 각종 화학 약품 가까이 있는 것이 해로우니 집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홀리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저자는 홀리의 일까지 해내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집에 당도했을 때, 그들에게는 부엌 조리대 위에 올려져 있는 구리 냄비와 팬들을 모두 닦으라는 업무 명령이 내려졌는데, 저자가 조리대 위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냄비를 잡다가 손이 미끄러져 냄비가 유리구슬로 꾸며진 최고급 어항에 떨어지고 말았다. 물고기들이 날아가고, 고급 요리책들이 모두 물에 젖었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구세주 노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해. 나 자신에게 타일렀다. 아무도 얼뜨기한테 구원받기를 바라진 않으니까. 심지어는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조차 확실히 기억 나지 않았다. 물론 홀리를 돕고 싶고 곤경에 처한 모든 사람을, 가능하다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돕고 싶었다. 제정신이 아닌 요양원 환자들이 말해 주었듯이 나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갑자기 처하게 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나는 제시 잭슨 목사가 즐겨 말했듯 '무시할 수 없는 사람(somebody)'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관대하고, 능력 있고, 용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 눈에 띄는 사람.(140쪽)

나는 이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냈다는 점에서 저자가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주인공이다. 아무도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건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동의도 필요 없고, 허락도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관대하고, 능력 있고, 용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 눈에 띄는 사람. 그 인정은 반드시 외부에서 온다.

저자는 과학자이고, 박사이고, 지식인이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내고자 이 프로젝트에 자신을 투입시켰다. 직장 동료들은 그녀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자기소개서에 쓰인 대로, 이쪽 분야의 경력이 전혀 없지만, 새로 일을 시작하려는 이혼녀로 알고 있을 뿐이다.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보면서 저자는 그들을 돕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이 왜 잘못된 일이겠는가. 저임금 노동에 허덕이면서도 끼니조차 때우지 못하는 가난한 동료를 돕는 일이 왜 비윤리적인 일이겠는가. 문제는 그 마음의 이면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야 하는' 현재의 자신을 다른 존재, 이전의 자신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고. 나는 원래 이렇게 무능한 사람이 아니고. 나는 원래... 그 욕망이 그릇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자신 안의 그런 욕망을 알아차렸다는 점에 감탄할 뿐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순간을 알아 채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으로 충만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인정은 밖에서 온다. 나를 'somebody'라고 말해줄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나를 보는, 밖에서 나를 보고 있는 어떤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말해 줄 때, 김춘수의 시구처럼, 비로소 나는 그런 사람이 된다. 관대하고, 능력 있고, 용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 눈에 띄는 사람.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somebody가 된다.

아무도 내게 somebody라 말해주지 않을 때, 허공에 대고 소리친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에게 주절거린다. 지나가는 동네개에게 하소연한다. somebody가 되고 싶은 여전한 욕망으로, 내내 이글거리는 내가 즐겨 읽는 시다. 이상목 시인의 <용대리에서 보낸 가을>.



(생략)

나는 늘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

여름이 또 가고 나니까

민박집 간판처럼 허술하게

떠내려가다 걸린 나뭇등걸처럼

우두커니 그냥 있었다

이 촌구석에서

이 좋은 가을에

나는 정말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여러번 일러줬는데도

나무들은 물 버리느라 바쁘고

동네 개들도 본 체 만 체다

지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

나도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소주 같은 햇빛을 사발때기로 마시며

코스모스 길을 어슬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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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6-23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부심을 스스로 느끼기란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어제 썼던 직업적 자부심도 자기 만족도 있겠지만 외부의 인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가정집 청소부는 최후의 선택이었던 거겠죠…?

단발머리 2026-06-23 21:32   좋아요 1 | URL
가끔 그런 사람.... 즉, 직업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극소수가 아닐까 싶어요. 소설에는 하루키, 음악에는 김동률 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열정과 창작 의지. 물론 극기와 자기 절제의 순간들은 제가 알 수가 없지요. 세계 최고는 그냥 되는 게 아닐 테니까요.

식당의 웨이트리스가 하는 일(음식을 차려주고, 음식 먹는 중간, 중간 필요한 것을 가져다 주고, 다 먹은 음식과 그릇을 치우는 일)도 사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일과 상당히 비슷한데도, 가정집 청소부는 육체 노동 가운데에서도 가장 허드렛일이라 여겨지더라구요. 화장실 청소 부분을 읽다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독서괭 2026-06-23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이 글 너무 좋네요. Somebody가 되고 싶은 욕망을 포착해낸 그 부분 특히 제 마음에도 와닿습니다. 마지막 인용하신 시도 재밌네요. 지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 ㅋㅋㅋ
나 공부 많이 한 똑똑한 사람이야 하고 콧대 세우지 않고 노동에 참여한 저자가 대단해보이네요. 동네 개들한테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게 사람인데..

단발머리 2026-06-24 21:20   좋아요 1 | URL
이 저자가 참 훌륭한게 뭐냐면요. 진짜로 일을 열심히 해요. 열심히 배우고 또 쉬지 않고 일하고요. 특히, 웨이트리스 일 같은 경우는 젊었을 때의 경험을 되살려 열심히 한단 말이죠. 사실 너무 힘들죠. 월급의 범위 내에서 방세를 내고 식사비용을 감당하는 것 까지가 모두 실험이니깐요. 하다보면 너무 배고프고, 힘들고 그러는거죠. 그런데 이렇게 써요. 그래도 내가 이렇게 고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건, 내게 돌봐야 할 아이가 없고, 지금까지 균형잡힌 식사를 해왔고, 한달에 몇백 달러 이상의 고급 헬스 클럽에서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계속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저는 막.... 감동을 받는 거죠.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나는 그런 환경에서 이 불우한 환경으로 잠깐 옮겨졌기에 가능하다. 이런 자세요.
대단한 사람입니다^^

다락방 2026-06-24 14: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일단 저자가 정말 여러가지로 대단하다는 점을 저 역시 깊이 동의하며 다시 말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이 연구를 하기로 한것부터 자기 자신에 대한 깨달음까지요. 만약 저였다면, 설사 제가 이 연구를 하기 위해 저자와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해도, 그렇다해도, 저는, 그래도 나는 뭔가 좀 다르지, 나에게선 지적인 면이 흘러나올거야, 라는 생각을 어쩔 수없이 했을 것 같거든요. 제 안의 잘난척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지금 그런 자신이 몹시도 부끄럽습니다. 이 부끄러움, 이 반성. 이걸 그대로 녹여내어 이 책을 사겠습니다! 아, 너무 좋은책이고, 그래서인지, 리뷰도 너무나 너무나 좋네요, 단발머리 님!! 눈물이 나옵니다. ㅠㅠ

잠자냥 2026-06-24 17:16   좋아요 0 | URL
왜 여기서 울고 있어? 눈물 닦고 빨리 의약품 살인사건 읽어! 🤣

단발머리 2026-06-24 21:30   좋아요 0 | URL
어쩔 수 없는 부끄러운 생각은 저도 했을 거 같아요. 그래도, 내가 말이야. 사실은, 내가 말이야ㅋㅋㅋㅋㅋ

작가가 이 이야기를 책에서 여러번 하는데요. 이제 곧 이 직장을 그만두고, 그러니까 오늘까지만 일하기로 하고, 찜콩해 두었던 믿었던 직장 동료들에게 말을 하는 거예요. 사실, 나는 박사이고, 이 일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써.... (나는 위장취업자입니다. 나는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직장 동료들이 놀라지를 않는데요. 너무 놀라지 않아서 항상 실망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묻는 경우도 있대요. ˝그래서, 내일 저녁 근무 안 나오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 육체노동과 지적인(?) 노동 사이의 어떤 경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지식인들은 바보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메롱인가요.

2026-06-24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6-24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고 2026-06-24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나를 뽐내기 위함은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부분을 보니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노동현장에 가서 마치 귀족이 잠깐 현장체험하 듯 하는거 아니냐는 시선에 대한 고찰도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민하고 나온 결과물이라 진정성이 있을 것 같고요.
그나저나 인용하신 시 좋네요 저 용대리가 어디있는 용대리인진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진부령 용대리엔 황태구이가 맛있어요😋

단발머리 2026-06-24 21:54   좋아요 1 | URL
저는... 가끔은 ‘~~척‘이라도 하는게 아예 모른 척 하는 거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그 곳으로 들어가 똑같이 먹고 자고 일하는 체험을 했다는 거, 거기에 더해 밤마다 그 일들을 기록으로 남긴 거는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저... 왜 이렇게 길게 썼는지 모르겠어요.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나를 뽐내기 위함은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부분˝이라는 망고님의 좋은 표현 그대로 썼으면 좋았을 것을 ㅎㅎㅎ

진부령 용대리의 황태구이.... 검색 들어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 초지능의 탄생, 그 이후 벌어질 일들
엘리에저 유드코스키.네이트 소아레스 지음, 고영훈 옮김 / 상상스퀘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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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야기 중에 토요일 등교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 이야기든 심드렁할 때가 많은 첫째가 금방 눈을 밝히며 달려들었다. 그러니깐. 나는 얘네들(친동생, 사촌 동생 둘)하고는 다르다고. 나는 토요일에 학교 갔다니깐.

그랬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한 달에 두 번은 학교를 가야 했다. 1교시 정도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보내고, 크게 토의할 일 없는 학급 회의를 하고, 자유 시간 보내고, 간단한 생일 파티를 하기도 했겠지만, 학교를 갔다. 가기는 갔다. 토요일에 학교를 간다는 것(어른으로 말하자면 출근, 즉 일)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첫째와는 다르게 둘째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둘째는 토요일에 학교에 간 적이 없으니깐. 그런 세상을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그게 없어진 현실에 감동받을 이유도, 그때 (특별한 하릴없이) 학교에 갔던 일이 억울하지도 않으니까.

토요일에 등교하는 건, 우리 인간의 몸에 아로새겨진 유전자의 문제도 아니고, 조선 600년 역사의 문화와 전통이 아로새겨진 문제도 아니다. 한국의 현실 속에서 본다면 아주 작은 변화, 구체적으로는 정책의 집행으로 이루어진 변화다. 물론, 토요일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건, 한국 사회에서 주 5일 근무제의 도입과 연관성이 깊고, 또한 그 역시 '일만' 하는 사회에서 이제는 (이만큼 잘 살게 됐으니) '주중에는 일하지만 주말에는 여가를 즐겨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어 가능하기는 했다. 이러한 작은 변화조차도 한 번 이루어진 후에는 그 이전을 상상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겪은 사람만 알 수 있다. 그 시대를 통과한 사람만이 말이다. 한 달에 두 번, 일은 안 하고 띵가띵가 놀면서 어영부영 4시간을 보내는 토요 근무에, 왜 나는 과장님과 같은 주에 나와야 하고, 대리님은 혼자 나와도 되는가, 고민했던 사람만 알 일이다.



장강명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 이후에 바둑계의 변화에 대해 기술한다. 인류 대표 이세돌과의 대국을 마친 후, 알파고는 바둑계를 은퇴(?)하고 단백질 연구를 위해 떠난다. 그 후에 바둑계는? 바둑을 두는 인간들은 일시에 사라지지 않았다. 관심이 예전 같지 않고 상금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바둑을 사랑하고,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바둑을 두는 문화는 완전히 바뀌었다. 바둑의 성패를 가르며, 천재인지 범재인지를 판별하게 한다는 초반의 포석 두기를 이제는 'AI 추천수'가 대체하고 있다. AI와 비슷하게 바둑을 두는 사람이 우승할 확률이 확연하게 높아졌다. '바둑의 미학'을 쫓는다거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로서의 바둑은 그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먼저 온 미래』)

나의 관심은, 그러니깐 질문은 단 하나였다. 그래서, AI에게 자기인식이 가능한가. AI의 독자적 판단이 가능한가. AI에게 '선호'라는 기제가 나타날 수 있는가. 여전히 나는 인간'만'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만 속한 특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신비와 정교한 우연의 작동, 그리고 필연적인 운명의 힘을 넘어선 그 무엇이 인간에게, 인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 측면에서 정교한 설명을 이어오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공지능이 '만들어진 존재crafted'가 아니라 '자라난 존재grown'에 가깝다(54쪽)고 주장한다. 이는, AI의 추론 능력에 대한 추적과 고찰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AI의 개발과 발전 과정에서, AI를 '기르는' 사람은 점점 더 어려운 문제, 더 복잡한 과제를 AI에게 부여하는데, 경사하강을 통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정한 사고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즉, 환경의 구조를 모델링하고, 그 모델을 이용해 조종하며, 예상 밖의 사건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그 원인을 추적해, 역경 속에서도 계속 나아가는 움직임(80쪽) 말이다. 이 서술 자체로는 AI에게 의지가 있고, 욕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기계가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생각하겠지만, AI의 작동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실례 중 하나는, 초기 '추론형 AI' 중 하나인 오픈AI의 o1 모델이다. 초기 버전의 o1은 컴퓨터 보안 분야의 '깃발 뺏기' 미션을 부여받았다. 특정 서버에 침투해 파일에 숨겨진 비밀 정보를 찾아내는 테스트에서, 프로그래머의 실수로 비밀 정보가 들어 있던 서버 중 하나가 아예 실행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o1 모델은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없어야 했다. 그러나, o1 모델은 '불가능한' 과제 앞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 우연히 열어둔 포트를 발견한 o1은 그 포트를 통해 전체 평가 환경을 관리하던 프로그램 내부로 침입했고, 원래 해킹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던 서버를 스스로 실행시켰다. 그 뒤에, o1은 그 서버로 돌아가 해킹을 시도해야 했는데... 해킹을 시도하지 않았고, 그 대신 그 서버가 부팅된 직후, 비밀 '깃발' 파일을 곧장 o1에 복사하도록 특수 시작 명령어start-up instruction를 만들었다.(79쪽) 해킹 없이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저자 두 사람 모두 AI의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이다. 엘리에저 유드코스키는 인공지능 정렬 연구 분야를 창립한 사람이고, 네이트 소아레스는 10년 이상 인공지능 정렬을 연구해왔다. 이들은 인공지능의 발전과 개발이 가져올 변화가 인류의 미래에 비관적일 거라고 예견한다. 특별히 초지능 정렬 연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멈출 것을 주장하는데, 우주 탐사선과 핵반응로, 컴퓨터 보안이 인간의 예상과 우려를 넘어서서 인류 생존의 위협으로 여겨졌던 과거의 역사를 예로 들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돈을 빨아들이고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 산업의 주체들이 이 경고를 듣고 연구 개발을 멈출 것 같지는 않고, 경쟁에 미친 미국과 중국이 이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양자 간에 신뢰받을 만한 합의를 내놓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걱정과 우려를 안고 다음 책을 읽어 나간다. AI 이후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행복전략이나 재미전략 아니고, 생존전략이라 해서 조금 저어 되기는 하는데, 일단 읽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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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6-15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격주가 아니라 매주 토요일 학교갔던 세대이며, 또 매주 토요일 근무도 했던 세대입니다. 그 후에 격주 근무로 바뀌긴 했었는데, 바뀐 격주 토요일 근무는 대신 5시까지 근무였어요. 정말, 너무나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건 일을 하는 날이었고, 주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으.. 지금 주 4일 근무를 바라는 저로서는, 도대체 어떻게 주6일 근무를 했었던건가 싶습니다. 하여간, 주4일 근무 간절히 원합니다! 5일도 너무 길다, 많다!!

생존전략이라뇨. 저는 디지털 퍼슨이 아니라서, 바질이나 키우고 삼겹살이나 구워먹으며 살고 싶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6-06-15 18:12   좋아요 0 | URL
매주 토요일 근무 하셨단 말이에요? 에구야~~~
게다가 다섯시라니... 진짜 너무하네요. 우리가 그렇게 너무한 시절을 지나쳐 왔어요.

저는 진즉부터 ㅋㅋㅋㅋㅋㅋ 주4일 근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주창했던 사람입니다. 우린 일을 너무 많이 해요.
미국인가 영국 동화책인데요. 그 동화책 주인공이 엠마라는 아이인데, 수요일에 4교시거든요. 그 말인즉슨, 아빠든 엄마든 오전 근무만 하고 애를 데리러 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다른 애들도 물론이구요.
수요일 어떠세요? 이틀 근무 - 수요일 휴무 - 이틀 근무 - 주말....
제가 밀고 있습니다.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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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의 네 번째 책이다. 라고 쓰고 찾아보니 다섯 번째였다. 로벨리의 다섯 번째 책이다.

로벨리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적어도 찬찬히 따라갈 수 있는 이유는 그의 글이 과학자의 글 치고는(?)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모호한 개념의 나열과 단어의 향연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우리네 삶, 우리의 현실과 그가 말하는 물리학이 기묘하게 겹쳐지는 지점을, 그는 정교하게 포착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사물의 속성은 다른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죠. 양자론은 사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이론입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99쪽) 양자론에 대한 이런 설명을, 천생 문과인 단발머리는 환영합니다.

이 책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는 신의 이야기로 모든 것이 설명되던 시대에, 신 없이 세상을 설명하려 했던 아낙시만드로스를 추적한다. 신에 대한 절대적 신념에 맞서고, 스승이었던 탈레스의 주장조차 비판하는 아낙시만드로스. 그는 자신 앞에 커다란 벽처럼 존재하는 확고한 세계를 거부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무, 그로 인한 무지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무에서 시작해 새로운 이론과 주장, 지식을 쌓아나간다.



아낙시만드로스가 주창한 우주론의 핵심은 '지구가 다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은 채 허공에 떠있는 돌멩이이고, 우리 머리 위에 보이는 하늘이 발 아래에도 똑같이 있다(92쪽)'라는 개념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로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고, 이미 눈으로도 확인한 바이지만, 측정 기술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가설이고 주장이었다. 이게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포함된 동시성 개념이 우리에게 그토록 난해한 이유는 고대인들이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론에서 위아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와 매우 비슷하다. 오늘날 사람들은 위아래가 상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동시성이 상대적이라는 말은 물리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여전히 어려운 내용이다. (103쪽)

그렇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이 어려운 그렇게나 어려웠던 것이다.

후반부에는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온다. 과학자로서 내내 관찰하고 연구했던 과학적 실험의 결과와 그 결과에서 도출된 과학적 이론이 아니라, 과학자의 자기주장이 나온다. "과학의 목표는 정량적 예측을 정확히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과학의 목표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174쪽) 저자는 이전 역사에서 확증되었던 고정된 개념과 사고에서 벗어나는 과학적 지식이 세계를 이해하는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세계관의 구축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신 없이 세계를 설명할 수 없던 시대에, 신 없이 세계를 설명하고자 했던 아낙시만드로스. 세상의 작동 원리를 새로운 시선으로 인식함으로써, 과학적 지식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이 구축되었다.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과학자 역시 특정 세계의 이해와 지식, 사회적 통념과 문화의 일부임은 당연하다. (왜, 당연한 이야기를 쓰는가)

아메리카 원주민과 에스파냐인은 수만 년 동안 문화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거의 즉각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물론 오해와 착각이 있었고, 그 결과 콜럼버스 이전의 문화가 붕괴하는 비극도 뒤따랐다). 흔히 말하듯 문화들이 서로 소통할 수 없다면 아메리카 원주민과 에스파냐인은 어떻게 말을 나누고, 교역하고, 함께 자녀를 낳고, 군사적 동맹을 맺고,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고, 종교를 교류할 수 있었을까? (209쪽)

209쪽의 문장들은 과학 분야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건과 사실에 대한 편협한 이해 혹은 편협한 해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에스파냐인들의 침공 이후, 에스파냐 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간에 말을 나누고, 교역하고, 함께 자녀를 낳고, 경제적 협력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에 아메리카 원주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치욕의 시간들 역시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남미의 국가들 중, 많은 국민들이 혼혈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인종 간의 위계와 그러한 차별의 핵심이 '백인성에 대한 추구(whitening)'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천상 문과인 내가, 도전할 수 있는 과학책의 믿을 만한 저자로 생각하지만, 이 부분은 많이 아쉬워서 일부러 기록으로 남겨 둔다.

제일 좋아하는 문단을 여기에 쓴다. 마지막 문장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 뜻은 뭔지 알 것도 같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계가 있다. 그리고 각 은하계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또 1,000억 개나 있다. ... 부모와 자녀가 닮은 것은 선대의 유전자가 DNA에 담겨 전달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 속에는 약 1,000조개의 시냅스가 있어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할 때마다 전기 자극을 일으킨다. ...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 하나의 조상에서 만난다. 따라서 인간과 무당벌레는 친척이다.(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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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5-28 0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 진짜 제가 그 시대에 살았어도 아낙시만드로스 주장 어이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ㅋㅋ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지구가 둥근 것도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도 신기한데 ㅋㅋ

무당벌레 만나면 잘해줘야겠네요…

단발머리 2026-05-29 09:0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래요. 독서괭님~ 우리가 눈으로 봤어도, 사진으로 말이지요 ㅋㅋㅋㅋ 믿을 수 없으니 그 시대에는 더 그랬을 거 같아요. 지구가 어떻게 둥글게 생겼나요. 길은 이렇게 쭈욱~ 뻗어있는데요. 역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은 다른가 봅니다.

무당벌레는 날개를 펴면 참 이쁘지요. 저도 잘해 주겠습니다^^

건수하 2026-05-28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과지만 상대성 이론, 양자 이론 부터 손 들고 외면했거든요...
올해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상대성 이론 책 읽어보기 (...)

뭐, 지구, 아니면 우리 태양계에 있는 모든 것이 친척이라고 볼 수 있겠죠? :)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고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네요,

단발머리 2026-05-29 09:04   좋아요 1 | URL
아... 올해의 목표 너무 근사합니다. 상대성 이론 읽어보기라니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그 외계인은 저는 영화 예고편으로 봤는데, 반지의 제왕의 그 나쁜 친구가 생각나는 외모여서 좀 무서웠어요. 책을 읽고 나면 저도 건수하님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죠.
우리 모두 친척이고, 인간끼리는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고요. 위 아 더 월드일까요? ㅎㅎ

건수하 2026-05-29 13:49   좋아요 0 | URL
상대성 이론 책 읽어보기라고 썼지만
상대성 이론 읽어보기는 왠지 찔리네요... 교양서적으로 접해볼 예정입니다 ^^!

단발머리 2026-05-30 09:44   좋아요 1 | URL
혹 여유 생기셔서 상대성 이론 책 시작하실 때, 제목만 살짝쿵 알려주세요~
천상 문과가 따라 읽고 싶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6-05-28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과학과 AI 관련 책을 읽고 쓰시는 단발머리 님을 제가 존경합니다. 저는 관심없는 분야라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도 독서로 잘 이어지지가 않는데, 단발머리 님은 정말 지적이셔...
아무튼 끊임없이 읽고 써주세요. 제가 단발머리 님의 글로 배우겠습니다!

단발머리 2026-05-29 09:09   좋아요 0 | URL
제가 이렇게 과학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ㅋㅋㅋㅋㅋㅋ 지적이어서가 아니고(그랬으면 정말 좋겠구요). 과학책을 부담없이 읽기 때문인 거 같아요. 천상문과에다가 어차피 읽어도 모르는 부분이 많고, 사실은 대부분이 그렇지요. 그래서 내가 아는 거 하나, 두 개만 배워도 괜찮겠다 하고 읽거든요. 모르는 부분은 슬슬 넘어가고요~~

이 책에서는 ‘허공에 떠있는 돌멩이‘, 이 부분에 꽂혔어요. 아, 주위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방향, 혹은 반대의 입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 감탄을 하면서요. 앞으로도 꾸준히 읽어보겠습니다!
 
처단
정보라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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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군대를 동원해 계엄을 단행한 자들이 좀 더 똑똑했더라면 그들은 다른 곳에 군인을 보냈을 것이다. 국회의장 우원식의 관저에, 민주당 당대표 이재명의 자택에, 그리고 KBS 방송국에 군인을 보냈어야 했다. 그들은 다른 곳에 군인을 보냈다. 국회에 군인을 보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군인을 보냈다. 그리고, 여론조사 꽃이 위치한 유튜브 방송국 건물로 군인을 보냈다.

2024년이었다. 12월이었고, 3일이었다. 진눈깨비가 가볍게 날리는 화요일 저녁이었다. 주중이라 지역구에 내려가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이 사람들과 만나 저녁을 먹고, 가볍게 술을 한잔하고 집에 막 도착했을 시각, 조금 일찍 귀가한 사람이라면 이제 막 씻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시간이었다. 오후 10시 28분.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속속 모여들었다. 보좌관의 차를 타고 이동한 국회의원이 있었고, 아내나 남편이 운전한 차를 타고 국회로 향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자신의 차가 미행당할 것을 우려해 택시로 이동한 국회의원이 있었고, 핸드폰마저 집에 놓아두고 현금만 들고 집을 나선 국회의원이 있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라이브를 켜고 국민들에게 국회로 모여줄 것을 요청했고, 용감한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자신의 차를 끌고 국회 앞으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2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모이는데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재석 190, 찬성 190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회에서 해제되었다.

대로 한 가운데 설치된 대형 화면 속에서 국회의장이 대통령 탄핵소추를 그날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리가 조용해졌다.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마치지 못했다.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본회의장문을 부수고 난입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추운 거리에 앉은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살상을 지켜보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저거 사실이가?"

누군가 물었다.

"진짜로 지금 국회 안에서 저러고 있다 말이가?"(37-8쪽)

정보라의 『처단』은 1차 비상계엄 해제 후, 2차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회가 불법적인 두 번째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못했을 때, 이 나라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들을 그려낸다. 이 나라가 <포고령>에 근거해 정치되었을 때, 우리에게 일어났을 일들을, 정보라는 서술한다.

계엄이 해제된 그날 오전의 일을 나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일들을 알라딘 서재에 적어두었기 때문이다. 몸이 벌벌 떨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털썩 주저앉았던 전날 밤과는 다르게, 내 마음은 말썽 없이 조용했다. 수없이 불법을 저지르고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전직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전횡에 분노하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이고 명백한 헌법 파괴 행위 덕분에(?), 어쩌면 저 대통령이 탄핵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함께 색종이를 접고 오리고 접은 선 안쪽에 풀칠을 해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었다. 이거 다 망했다고 실망한 아이를 구슬리고 달랬다. 괜찮다고, 다시 해보자고 말했다. 내 일상은, 내 생활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정보라의 『처단』에서는 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투쟁의 현장에 외롭게 서 있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파업하는 노동자들, 외국인 노동자들, 성소수자들 그리고 장애인들.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 투쟁은 계속되었다. 쓸쓸하게, 그리고 암울하게.

들었던 이야기 중에 제일 답답한 건, 문재인이나 윤석열이나 똑같다는 이야기다. 문재인이나 윤석열이나 똑같고,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똑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다고 짐작한다. 하지만, 적어도 윤석열 정부 하의 세상이 이재명 정부 때보다 더 폭압적이고, 더 잔인했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라의 『처단』에서는 윤석열 정부하에서 노동 투쟁을 하던 사람들이, 장애인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그가 불러온 비상계엄에 의해 얼마나 큰 곤궁에 처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잔인한 세상은 노동자와 성소수자, 장애인들에게 불공평하고 가혹하지만, 비상계엄하의 세상에서 그들은 처단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덧붙이고 싶은 부분이 있다. 최근에 다락방님의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소설 『가장 사랑하는 존재』의 작가는 '현시대 젊은 거장'이라 불리며 이런 저런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상이 갖는 무게에 더해, 또는 그 무게만큼의 기대를 가지고 그 책을 구입하게 되고 읽게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이 대수일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야말로 길이길이 전해질 인류 문명의 정수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상만큼 혹은 예상보다 더 많이 그 상의 가치는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강 작가님이 그 상을 수상했을 때, 그녀의 단어와 문장과 소설을 통해 광주의 비극이, 4.3의 진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강의 소설을 구입하고 애독하게 된 이유 중 한 가지는 그 책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라의 『처단』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우리의 비극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을 그려내고, 우리의 가정, 직장, 병원, 거리에서 펼쳐질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보여준다. 2024년 12월 3일이 현재였고, 현실이었던 우리에게, 이 소설은 우리네 소중한 사진과 기록, 그리고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출간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보라가 있다.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이자, '부커상',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인 정보라.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너의 유토피아』 의 정보라이자,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인 정보라. 한국 소설 시장에서 읽힐 수 있고, 팔릴 수 있을 거라 기대되는 정보라의 소설이기에 이 소설이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외출할 때 몇 번이나 책을 들고 나갔는데, 우연찮게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저 읽었고,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핸드폰에 키보드를 연결해 글을 썼다.

끔찍한 미래가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아 기쁜 것만큼, 그토록 잔인한 미래가 우리에게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오래 생각했다. 사방이 시끄러운 중에도 정보라 작가의 물음과 답은 또렷하고 명확했다. 못 알아 들을 수 없는 목소리, 오해가 불가능한 언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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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5-03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은 정보라 작가를 좋아하시고 또 정보라 작가야말로 이 시대의 활동가이시잖아요. 그런 정보라 작가가 계엄에 대한 글을 썼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생각되며, 단발머리 님이 정보라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겠구나, 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언급하신 것처럼, 특히나 정보라 작가가 이 책을 써주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요.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작가, 그 이름에 신뢰를 가지고 있는 작가가 말이지요.

단발머리 2026-05-08 08:51   좋아요 0 | URL
소설을 대하는 자신만의 이상 같은 게 있겠지만, 저는 정보라 작가가 계엄에 대해 써주어서 좋았어요. 황정은 작가가 <작은 일기>라고 계엄 즈음의 일들을 기록한 일기를 출간했잖아요. 어떤 식으로든 계엄은 기록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황정은 작가는 자신의 방식대로, 그리고 정보라 작가도 자신의 스타일로 이 일을 기록한 게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역시나 작가구나~~ 그런 생각이요.

책읽는나무 2026-05-05 0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이 좋아하시는 정보라 작가님 책을 읽으신다고 하셨을 때 이 책의 표지를 봤음에도 찾아볼 생각을 못한 제가 부끄럽단 생각이 드네요.
계엄에 대한 글이란 리뷰를 이제야 읽고 음..했구요. 읽으면서 과연 정보라 작가! 그리고 그걸 읽는 단발 님도 과연 단발 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도서관 갔을 때 정보라 코너에 갔을 때 이 책이 없어서 응? 했더니 신간이나 마찬가지인 책이었더군요. 희망도서 신청해놓아야 할 책이네요. 알라디너들의 리뷰가 참 인상적일 땐 제겐 그 작가의 책을 읽을 땐 늘 특정 알라디너분들이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제게 정보라 작가를 대할 때 늘 단발 님이 떠올라요. 정보라 작가를 좋아하시는 단발 님 덕분입니다. <너의 유토피아>책을 다음 번에 읽을 책으로 찜해뒀었는데 <처단>부터 읽어봐야겠군요.^^

단발머리 2026-05-08 08:53   좋아요 1 | URL
저는 사실 계엄에 대한 글을 아직은.... 읽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너무 현실에 가까운 일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근데 정보라 작가님 이 책은 우리에게 오지 않은 현재를 현실적으로 잘 그려낸 거 같아요.
정보라 작가를 대할 때 제가 떠오른다고 하시니 너무 기쁩니다. 정보라 작가한테 자랑하고 싶은데... 연락처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정보라 작가와 연결해서 저를 기억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오며~

감은빛 2026-05-05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윤씨가 조금만 더 똑똑했더라면 비상계엄이 성공했을 거라는 끔찍한 상상을 자주 합니다. 그 인간이 멍청해서, 그 인간 주위 인물들이 죄다 멍청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정보라 작가의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네요.

보는 관점에 따라서 문재인,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이 똑같은 인간이자 대통령입니다. 그들 모두 국민의 편에 서지 않고 권력을 움직이려한 자본가의 손에 놀아났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윤석열과 이재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그들도 다수의 국민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소수의 자본가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들이지요.

단발머리 2026-05-08 09:03   좋아요 2 | URL
제가 저 위의 문장을 잘못 쓴 거 같아요. 조금만 더~~ 가 아니고. 아주 많이 똑똑했어야 했죠. 제대로만 된 사람이라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못했을 거 같아요. 그 주위는 말할 것도 없고요. 권력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얻을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 윤석열과 이재명은 모두 다수의 국민들을 생각하기 보다 소수의 자본가들을 위해 살아가는 인간이자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거대 자본에게 전쟁 직후의 한국은, IMF 이후의 한국은 좋은 먹잇감일 수 밖에 없었을 테고요. 전 세계,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자본주의를 통한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데, 브라질 밀림 속의 소수민족처럼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그 구조 자체를 완벽하게 거스르는 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 세태를 인식하고, 더 나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자본가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서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애쓰고 노력했던 대통령들이 제 눈에는 보이거든요. 시험봤는데 점수가 100점 아니라고, 학교 안 오고 친구 때리는 아이와 똑같은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