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여성은 서로에게 심리적·사회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서로에게 너무 많이 바라는 경향이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하찮은 실수, 가장 사소한 실망은 종종 확대되어 분개로 이어진다. (『여성과 광기』, 35)  

 


『여성과 광기』에서 위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그녀가 말하는 바를 바로 알았다. 그녀의 이 문장이 놀라웠던 이유는, 그녀가 이야기하는 진실을 내가 모르던 것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이처럼 명시적으로말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페미니즘 책을 이만큼(혹은 요만큼) 읽어왔던 내가, 그 진실을 책 속의 문장으로 대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나는 적잖이 당황하고 적잖이 놀랐다.

 


가부장제는 여성이 태생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인간 남성을 기준점으로 상정하고, 여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그에 부족한상태의 인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부장제다.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은 노력을 통해 남성에 도달할 수 없다.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생물학적 차이이기 때문이고, 자연적인 인간 여성이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성의 운명이란 자신의 한계 안에서살아가는 것일 수밖에 없다. 또한, 가부장제는 여성에게 모성을 비롯한 여성성을 강요함으로써,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정서의 극한을 요구한다. (어머니인 여성이 자신의 안위와 자식의 생존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남성보다 부족한여성에게 남성을 초월한감정적 기대를 요구하는 것이 가부장제다. 따라서, 가부장제를 살아가는 남성과 여성은 모두 여성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각고의 노력을 해야만 비로소 남성에 가까워진 인간상으로 구현될 수 있다. 여성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를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그때의 위대한 페미니스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일반 여성뿐 아니라, 저명한 페미니스트들조차 가족으로부터 학대당하고, 무시당하며, 억압받았던 개인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어머니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그들을 미치게만드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를 떠나지 않고서는, 어머니로 상징되는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탈출하지 않고서는 그들의 새로운 이상을 밝혀낼 수 없었다. 가장 큰 사랑을 원하는 어머니에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주고,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야 할 사람이 가장 강력한 억압의 주체가 될 때, 그들은 어머니를 떠나고, 부모를 떠나고, 가정을 떠나고, 함께 살던 남자에게서 떠났다.

 
















페미니즘의 기본을 아주 쉽게, 동시에 아주 선명한 언어로 밝혀주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에는 이런 문단이 나온다.

 


아무튼 페미니즘이 비아프리카적이라고 하니까, 나는 이제 스스로를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 하나가 나더러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일컫는 것은 남자를 미워한다는 뜻이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래서 나는 이제 스스로를 남자를 미워하지 않는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더 나중에는 남자를 미워하지 않으며 남자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서 립글로스를 바르고 하이힐을 즐겨 신는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14)

 


이 문단을 특히 좋아했던 건,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와 함께 살며, 아들을 둔 어머니이며, 미니스커트와 롱원피스를 입고, 핫핑크 립스틱을 즐겨 바르는 페미니스트인데, 나의 이런 선택 혹은 성향이 페미니즘의 중요한 가치들과 충돌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이 문단이 단번에 날려 주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볼 수 없는 문제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 역시 페미니즘을 말하는 중요한 정의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 나름의 한계를 한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이런 제안이 충분히 의미 있다고 보았다.

 

 

재능 있는 여성들을 공격하는 것은 페미니즘 운동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기량이 뛰어나고 표현에 능통한 여성들 - 유명하고, 기명 기사를 쓰고, 출간 계약을 하고, 그야말로 어떤 것이든 능력있는 여성들 - 은 혁명에 대한 반역자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는 내게도, 케이트 밀릿에게도, 나오미 웨이스타인에게도 일어났던 일이다. (110)

 


위대한 선배 페미니스트들은 달랐다. 그들의 상황은 지금처럼 녹록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마녀', '창녀였고, ‘정신병자였으며, ‘사회 부적응자였다. 그들은 다른 그 무엇보다 미친 년’ 이었다. 새로운 세대를 열어가는 그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 곁에는 오직 자매들뿐이었다. 이 세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미친생각을 공유하는 그들은 서로에게 아버지였고, 어머니였으며, 언니였고, 동생이었다. 남편이었고, 애인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자매였다. 피를 나눈 자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연결 고리로, 그들은 서로에게 묶여있었다. 그래서, 그들 간에 이견이 발생할 때, 그것을 의견의 차이로 해석할 만한 여유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그들은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서로 간에 평등해야 한다는 강박이 그들 사이에 공고했기에, 책을 내거나 명성을 쌓은 여성들은 배신자라는 비난을 견뎌내야 할 뿐만 아니라, 친구 어쩌면 가장 가까운 친구를 잃을 수도 있었다. 천재, 천재 페미니스트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베티는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자주 썼다. 우리가 전부 눈을 아래로 깔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당황하거나 기분이 더러워진 것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도 베티는 본인 모습 그대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었다. 역사를 바꾼 수많은 남자들이 그랬듯, 베티 역시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성미가 고약하고 난폭하며 거칠고 말도 안 되게 집요했다. 그리고 통제 불능의 술꾼이었다. (220)


 

천재란 어떤 사람들일까. 천재는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는 못하는 그 무언가를 먼저이해하고, ‘먼저말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을 천재의 특성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특별히 동시대 사람들은 천재의 천재적인 면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천재의 생각 중 극히 일부를 대중이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했을 때, 사람들은 그 천재에게 열광하고, 그에게 합당한 찬사와 명예를 그에게 돌려줄 것이다. 2세대 페미니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올 때, 많은 천재 페미니스트들이 등장했다. 각성의 결과로, 그들은 억압받았던 여성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나름의 설명과 해법을 가지고, 지구상 가장 큰 소수집단인 여성의 해방과 성차별 해소를 위해 그들은 힘을 합쳤다.

 

하지만, 그들은 천재였다. 그래서 그들은 천재들이 할 법한 기이하고 이해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부정적인 언행의 상당 부분을 자매들에게 쏟아부었다. 자매애에 대한 기대와 천재 페미니스트들의 행동은 여성 간의 연대와 성장에 커다란 해악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그지없지만, 어찌하면 좋겠나. 그들도 똑같았다. 그들도 남성 천재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기적이고 독단적이고 고집불통이었다. 자신 아닌 다른 사람에게 대중적 관심이 옮겨져 가는 것을 참지 못했고, 억울해했고, 그리고 싸웠다. 의견이 다른 것을 이유로, 지지를 표명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은 계속 싸웠다. 안타깝고 또 아쉬운 대목이라 하겠다.

 


이 부분은 꼭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 적는다. 지금은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저명인사이지만, 『여성과 광기』가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체슬러는 그냥 평범한 정신의학자였다. 그녀와 그녀의 저작을 주의해서 보는 사람도, 매체도 없을 때였다. 그때 에이드리언 리치가 서평을 쓴다.

 


한 달쯤 지날 무렵, 《여성과 광기》에 대한 에이드리언 리치의 극찬이 담긴 긴 서평이 《뉴욕 타임스 북 리뷰》 표지에 실렸다. 내 세대에 그토록 화려한 칭찬을 받은 페미니즘 작품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판매 부수가 급증했고 담당 편집자는 승리의 냄새를 맡았다. 그렇다. 신문 하나가 그 정도의 결정권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로 나는 에이드리언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에이드리언, 당신이 어디에 있든, 나는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삶이 변화된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그렇듯이요. 당신이 쓴 서평 때문에 그들은 내 책을 읽게 됐을 테니까요. (163)

 


필리스 체슬러는 20년 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지면에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대표 작품트라우마』를 소개하며 마음의 빚을 갚았다고 말했다. 체슬러는 또한 페미니즘의 전설 앤드리아 드워킨의 책을 수시로 소개하며 그의 책이 널리 읽히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에이드리언 리치와 필리스 체슬러, 그리고 앤드리아 드워킨의 연결이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마치 픽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서로간의 질시와 반목이 만연하던 시대, 서로를 미칠 듯 사랑하면서도 죽일 듯 미워하던 시대에, 이들이 보여준 연대와 지지, 사랑과 헌신이 너무 아름다웠다. 환상처럼 느껴졌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훌륭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부러워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인덱스를 다 떼고 반납해야 한다. 바로 한 번 더 읽으려고 똑같은 책을 주문했고, 원서도 주문했다. 바다 건너, 지금 내게 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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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제적 이성애와 무성애의 섬 (feat. 수하님)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2-05 22:58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를 다 읽었다. (53쪽밖에 안 된다. 이 책 안 사신 분, 한 분도 안 계시길!!) 다 읽지 않은 상태에서 썼던 글(강제적 이성애와 정희진 만세!,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315994)에서의 내 예상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끝부분에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학자인 앤, 크리스틴, 샤론과 에이드리언 리치와의 서신이 포함되어 있는데, 상대방
 
 
수이 2022-02-02 15: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다 건너에서 주문할래요!

단발머리 2022-02-02 16:14   좋아요 3 | URL
2주, 14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하트하트)

2022-02-02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2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2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2-02 16: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금 저는 막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를 읽었는데 비슷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상 페미니스트의 자매애에서 문제가 되는 저 시기와 질투같은 건 페미니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자체의 문제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부장적 문화속에서 살아오면서 더 증폭되는거 아닌가 같은 생각도 하고요.
농담삼아 하는 말 중에 어떤 사람이 나를 어느정도 사랑하는지를 알려면 내게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하는가가 아니라,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가로 봐야한다지요. 실제로 후자가 더 어렵습니다. 심지어 가족끼리도요.

단발머리 2022-02-02 19:30   좋아요 3 | URL
저도 바람돌이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여자들만 그렇다거나 페미니스트들만 그런 게 아니라 인간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안타까운 건 천재들이 대거 등장했던 제2 페미니즘의 시대에 여성들이 자신들의 ‘그러함‘을 인지하지 못했던 점입니다. 너무 순진했다고도 볼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삶이 너무나 처절했기에 그정도의 여유도 없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벨훅스의 책에서, ‘페미니즘은 자기의 것이라 우겨대는 백인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흑인 페미니스트들의 분노‘가 기억나네요.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람이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다른 사람에게만 그런게 아니라 저 자신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부럽다~~ 를 넘어서 어머, 잘됐네~~ 라고 진심으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런 관계가 진짜 친구이고, 우정이겠죠.

독서괭 2022-02-02 18: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훌륭한 글이어서 나중에 피씨로 다시 읽고 댓글 다시 달려고요. 저도 남편 두고 아들 둔 페미니스트로서 매우 공감합니다. 단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단발머리 2022-02-02 19:32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이 다시 읽어준다 하시니 감사하고 또 부끄럽네요. 앞으로도 우리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연휴가 다 지나갔네요. 뭐, 홀가분하게 기뻐해야 하는 시간인가 싶습니다. 독서괭님,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시길요^^

다락방 2022-02-03 08: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난 시간을 살아오면서 제가 가장 미워한 사람들 중에 당연히 여성들도 있었지만 또 제가 늘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도 여성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저를 가장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도 여성이 훨씬 더 많고요. 물론 저를 미워하는 사람들 중에도 여성이 있지만요. 그리고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제가 여성의 편에 서려고 한다는 걸 이유로 그걸 붙잡고 늘어지며 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저는 그게 너무 끔찍한 경험이었어서 정말 오래 그 일로 괴로워했고,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정체화하는 걸 하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모든건 행동이 말해줄것이다, 하면서요.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떤 말이나 행동에 실망하게 됐을 때, ‘너는 페미라면서 왜..‘ 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더 냉혹한 잣대를 여성에게 드리운 적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저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저 사람과 내가 같은 방향을 보고있다 해도 저 사람의 우선순위와 나의 우선순위가 다르고,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익히고 배우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님의 이 글이 너무 좋아서 책장에서 오래 잠자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오늘 꺼내왔어요.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서문에서부터 좋아요. 70이 넘은 여성이 글을 쓰고 기록한다는게요.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이런 기록을 남겨준게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님, 우리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 읽고 쓰기를 멈추지 맙시다. 우리 계속 기록하기로 해요, 필리스 체슬러 처럼요!

단발머리 2022-02-04 19:31   좋아요 1 | URL
‘여성이라서‘에 반대하는 것이 페미니즘인데 ‘너는 페미라면서‘가 다시금 여성들을 옥죄는 현실이 참... 그렇습니다. 서로간에 완벽하게 같은 생각일 수 없겠지요. 의견 차이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기는 하고요. 하지만, 저로서는 그럼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떤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도 또 복잡한 마음이 끼어들기도 하구요. 큰 틀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포르노 논쟁으로 페미니즘 운동 전체가 타격받았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구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계속해서 읽고 쓸 수 있을 거에요, 우리는요. 철분제 잘 챙겨먹고 요가 열심히 해서 꼬부랑 할머니가 되지 말자구요!!!

난티나무 2022-02-03 17: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발머리님의 이 글 다시 읽을 거예요!
정올않페, 저도 사서 갖고 있는데 아직 시작 전이라 두근두근 ~~~~~^^

단발머리 2022-02-04 19:32   좋아요 1 | URL
예상보다 훨씬 놀랍고 감동적인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난티나무님을요^^

독서괭 2022-02-03 2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 이를 떠받치고 있는 남성집단이라는 이 거대한 적을 상대로 똘똘 뭉쳐야 하다보니, 너무 이상적인 페미니스트상을 만들어놓고 개별성을 무시하게 된 거 아닌가..그런 생각이 드네요. 단발님 말씀대로 다양성을 포용할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 같고요. 너무 절박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네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저 대목 저도 기억나요. 여성들이 더이상 집단으로서만 평가되지 않고 개별성이 존중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단발님 좋은 글 감사해요^^ 책장에서 잠자던 책을 꺼내오게 만드는 리뷰라니 얼마나 훌륭한지!!

단발머리 2022-02-04 19:42   좋아요 2 | URL
서로에게 더 많이 기대고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제2세대 페미니스트들을, 저는 쪼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그 전에 대략적으로 들었을 때는, 왜 그렇게 싸웠나, 왜 그렇게 서로를 미워했나, 이런 식으로만 생각했는데, 상황을 기억하는 체슬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이해되는 순간이 있더라구요. 한편으로는 그들의 피나는 경험에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많이 부족하고 두서 없는 글인데 워낙 좋은 책이라 그런지 책장에서 잠자던 책을 꺼내시기도 하시네요 ㅎㅎㅎ
독서괭님 격려 말씀에 더 열심히 쓰고 싶어지네요! 좋은 밤 되세요!!

공쟝쟝 2022-02-08 14:07   좋아요 0 | URL
2세대 페미니스트들의 박터지는 열정적인 싸움과 갈등이 저는 아쉽지 않고 되려 좋아요! (그 안에서 개개인의 정서적 소진과 상처는 안타깝지만..) 그 운동과 논쟁들이 지금의 더 풍성하고 경합하고 또 더 다분히 나름의 무언가를 또닥또닥 만들어나가는 자양분이 된 것도 같고요. 갈등이 싫어서 대충 봉합한 뒤에 눈^^ 이렇게 하고 아무 문제 없는 척하는 것보다는 진지하게 치열하게 논쟁하는 방법도, 그 안에서 멋지게 싸우고도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도 앞선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을 통해 배웁니다. 체슬러의 책을 읽겠습니다!!! 아무래도 여수에서 책을 못읽었더니 너무 온 몸이 근질거려요!!!!

단발머리 2022-02-08 14:34   좋아요 1 | URL
이 책 읽고 나서 또 이야기해 주세요, 쟝쟝님. 전 이 책 읽고 그분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지만, 뭐랄까.
그런 모습들이 약간 ‘진보 진영‘ 내의 노선 갈등과 비슷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보수는 이익을 위해 결집하잖아요. 생각 필요 없이 그냥 나한테 이득이 되면 같은 편이잖아요. 막 서로 봐주고, 이해해주고, 그런단 말이지요. 진보는 안 그래요. 뭐가, 그렇게 참..... 말이 많아요. 저는 그런 거 엄청 좋아하고 완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는 거죠. 건너서는 안 되는 강을, 구명조끼 없이 건너가구요. 물에 빠지고. 그럼 이쪽에서 못 구해줘. 그렇게 빠이빠이.
나중에 우리 또 이야기해요^^

공쟝쟝 2022-02-08 15:14   좋아요 1 | URL
보수쪽 사람들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어디서 자주 들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 정치적 색이 인격적 성숙을 담보하진 않는 것 같기도 하고 ㅎㅎㅎ 그러고 보면 변화를 바라고 더 나아가고자 하는 (문자의미 그대로의)게 진보라면 상처와 분열은 필연일 지도 모르겠네요. 구명조끼 서로 입힌채로 투닥투닥 했음 좋긴 하겠다 ㅎㅎㅎㅎ
오늘 뉴스는 윤과 안이 갈등(?)하던데 말이죠ㅋㅋㅋ 좀 고소하기도 하네요?

단발머리 2022-02-08 15:39   좋아요 1 | URL
보수쪽 사람들이 그렇게 좋다고 하신 분은 모르겠지만, 보수 쪽 분들이 그렇게 따뜻하다고 하신 분은 알아요. 알라디너셨는데.... 안타깝네요. 어디서든 행복하세요 ㅠㅠㅠ 안녕히 가세요... 정치색이 인격적 성숙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훌륭한 보수주의자를 찾기가 어렵다. 물론 훌륭한 진보 인사도 그렇겠죠. 문제는 사람들은 보수가 그런거는 용서를 잘 해줘요. 걔네들 다 그렇지 뭐. 기준 자체가 낮으니까요. 진보에게는 택도 없는 일이구요.
전.... 구명조끼 입은채로 서로 말다툼하는 거 괜찮다고 봅니다. 아름다운 광경 아니더라도 그럴 수 있죠. 문제는 구명조끼 안 입고 혼자 강에 뛰어들면.... 어쩔라고 그래요?ㅠㅠㅠ
윤과 안의 갈등을 고소해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엄중해서. 전 아직 고소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흐미....

2022-02-10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