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노미아 출판사,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라고 한다. 이제 한국말 천재는 우스개로 쓸 때 말고는 안 보면 안되나 하는 개인적 생각은 뒤로 하고, 첫 작가가 울프라니 기뿌다. 버지니아 울프의 산문 세 편과 짧은 소설 일곱 편이 실려 있다.

편집 후기에 따르면, 첫번째 글 <여성의 직업>은 <자기만의 방>의 속편으로 울프가 구상한 글이라고 한다. 여성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지적하고 “허위에서 벗어난” 여성이란 누구일까, 여성의 본질을 궁리하자며 독자에게로 질문을 돌린다. 


버지니아 울프는 처음 기사를 쓰고 받은 고료로 고양이를 들였다고 한다. 

“기사를 쓰고 거기서 얻은 수입으로 덜컥 페르시안 고양이를 사다니 그것만큼 세상 쉬운 일이 뭐가 있을까요?”24














울프와는 상관 없는데 그림책 작가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이 첫 책 팔고 번 돈 털어 꽃수레의 모든 꽃 통째로 산 거 생각났다. 그림책의 이 펼침면이 얼마나 화사하고 책에다 코를 벌름거리게 하는지, 화면으론 담아낼 수 없어 아쉽다.



적다가 보니 어쩌면 상관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고정 수입 그 이후의 삶을 질문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울프와 브라운 모두 부유한 가정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과 연 오백 파운드의 수입을 얻기 시작한 여성을 가정하고 나서 “이런 자유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방은 여러분의 것이지만 여전히 텅 비어 있습니다. 그러니 방 안에 가구를 갖춰야 합니다. 장식도 해야 하고요. … 그 답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최초로 여러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은 어떻게 결정했냐면, 저 많은 꽃으로 자기 방을 꾸미고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했다.



다시 울프.


“그 천사는 죽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뭐가 남았냐고요? 수수하고 평범한 어떤 대상이 남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허위에서 벗어난 그 여자는 오롯이 그녀 자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그런데 그녀 자신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버지니아 울프가 직업생활에서 당면하는 문제 두가지 중 첫번째가 집안의 천사 죽이기였다.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는데.. 강요된 역할 규범이고, 외부적 명명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집안의 천사랑 밖에서 싸우고 들어오면 될 줄 알았다. 근데 읽다 보니까 버지니아 울프는 이 집안의 천사와 자기 머릿속에서 맹렬히 싸우는 거다. 속삭일 때마다 막 잉크병을 냅다 던지고ㅋㅋ 목도 조르고, 법정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할 생각까지 미리 하는ㅋㅋㅋㅋㅋㅋ 아주 치열하고 귀여운 전투란 말이다. 


흐하하. 내가 웃을 때가 아니다. 나는 주부고 급여 없는 노동을 한다. (그래서 잘 안한다) 그런 상황이 잘 없기도 하지만 “저는 주부입니다.” 어디가서 이렇게 말하게 되기까지 꽤 걸렸다. 전업 주부라는 말은 아직이고. 

울프는 여성의 본질을 묻는데 난 어쨌든 자기소개를 해야하니깐 주부가 뭔지 궁금하다. 묶는다면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갈까. 


학생, 직장인, 주부, 

노동자, 무직자, 주부, 

변호사, 의사, 소방수, 운동선수, 공무원, 주부, 

인부, 잡부, 주부, 


카테고리는 포기. 접미사로 모으면 어떨까. 한자 잘 모르지만. -사, -자, -인, -수, -부, -생, .. 뭐가 더 있나.

주부만이 며느리 부를 쓴다. 주부의 본질은 사람에도, 그가 수행하는 노동에도 있지 않다. 성별이다. 이 성별이 배태한 위치와 상황이다. 주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사람을 안다고 착각하게 되지 않나? 가깝지는 않다고 쳐도, 반드시 본 적 있을 누군가를 대입하는 게 꽤 수월하지 않나? 과거의 나는 그랬다. 이를테면 그 사람이 하루종일 무얼 하며 보낼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어디일지, 하루하루가 어떤 모양일지, 대략 어떤 가족 구성원과 지낼지, 어울리는 친구풀과 인간관계가 어떻지, 가치관과 살아온 인생이 어땠을지 쉽게 예측한다. 그리고 그런 판단은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호기심도 삭제했다. 


“그 봄에 내가 가장 거리낌없이 쓰던 해시태그는 ‘#직장인취미’ ‘#직장인소확행’이었고 쓰기 전에 가장 오래 망설이고 가장 적게 썼던 해시태그는 ‘#주부취미’였다.”70


혐오혐오 그렇게 밖으로 외치면서 그게 날 겨누는 줄도 몰랐다가, 최은미 소설 <눈으로 만든 사람>에서 똑같은 사람 만나고 휘청했더랬다. 집안의 천사를 목조르는 건 우습지도 않지. 집안의 여자가 죽어나갈 마당인데. 잘 썼지만 아는 얘기라 굳이 책으로는 읽기가 그랬다는 지인의 말에 지금 그게 전데요, 언니. 살려줘여. 속으로만 말했다. 흠모하는 언니와는 반대의 이유로 나는 실린 소설들이 좋았다. 대신 속을 까발려주어서. 나오는 여자들 지긋지긋한 데도 있지만 밉지 않아서.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고 싶다는 욕구를 포착해주어서.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자기혐오가 아니다. 좆빨러가 되지 않으려고 피오줌을 싼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나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음 붙일 곳 없는 낮에 대해서. 눈을 붙여도 잠들 수 없는 밤에 대해서. 남편과 노동을 나누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뺏긴 채로 ‘행복한 아이를 키워내는 다른 여자들’과 ‘편하게 사는 다른 여자들’을 가위눌리듯 떠올리던 것에 대해서.

우리가 서로를 욕심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어떻게 다시 고립되어갔는지. 그 외로웠던 봄에 대한 얘기를.”

 

다시, 다시, 울프. 

“그녀(천사)는 죽었습니다. 그런데 나만의 경험을 솔직히 말하자면 두 번째 일은 내가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여성도 아직 그 부분은 해결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명목상으로는 길이 열려 있을 때조차도, 다시 말해 여성이 의사나 변호사, 공무원이 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에도 여성의 앞길에는 수많은 환영과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엇인지 논의하고 실체를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방, 돈, 천사를 해결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울프가 해결하지 못한 두번째 질문은 사실 내게 요원하다. 한국소설을 탐미하며 읽는 일이 아득한 만큼이나 멀다ㅋㅋ 그래도 몇가지 수확은 있다. 인정하기 힘들지만 내가 생각보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 그걸 들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게 나를 듣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 “여자 자신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은 이런 것들에서 시작한다. 





손에 펜을 쥐고 앉아 있는 한 소녀를 마음속에 그려 보세요. 소녀는 펜을 쥐고 있지만 몇 분이고, 몇 시간이고 잉크병에 펜을 담그지 않습니다. 제가 이 소녀를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깊은 호수 가장자리에서 낚싯대를 물 위로 드리운 채 꿈 속 깊숙이 잠겨 있는 낚시꾼의 모습입니다. 소녀는 저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는 무의식적인 세상의 구석구석을 자신의 상상력이 제멋대로 휩쓸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경험이 찾아왔습니다. 제 생각에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훨씬 보편적으로 나타날 경험 말입니다. 낚싯줄이 소녀의 손가락 사이로 휘리릭 빠져나갔습니다. 소녀의 상상력이 쏜살같이 좇아갔지요.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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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2-03 0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수님께 유수님만의 방과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네요!!!!! 좀더 많이 쓰시도록!!!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듣는 사람 1 여기 있습니다.^^

유수 2023-02-03 10:07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난티나무님께도 반사!

난티나무 2023-02-03 0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저 울프 책 저도 갖고 있네요.ㅎㅎㅎ 뒤적이다 말았는데 ㅠㅠ
최은미 소설 저도 좋았어요!!!^^
그리고 자기소개 ㅠㅠ 저도…

유수 2023-02-03 10:20   좋아요 0 | URL
저 책이 특이해서 한번에 손이 가지는 않는 거 같아요. 근데 또 안 읽기엔 울프의 글이 매력적이고요. 언제 다시 함 들춰보세용 ㅎㅎㅎ 늘 들어주셔서 고마운 마음 아시죠!!

단발머리 2023-02-0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네요. 유수님은 제가 책을 고르는 범위 ‘밖‘에 계셔서 유수님 고르시는 책들은 제게 항상 새롭고요.

주부,라는 말이 어색한 주부로 사는 게 힘들기는 해요. 저는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고 또 포기가 쉬운 사람이라서 (실제로 제 성격이 그래요) 어느 정도 수긍하는 면이 있었고요. 그래도 울화가 처밀었던 시간이 분명 있었고. 또 그 때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랬습니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였죠. 내가 아이를 학교에 보냈는데, 내가 왜! 아이반 교실 청소를 해야하나요! 이걸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여기, 알라딘에 물어보고 그랬죠.

저는 직업을 가진 여성,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인정(?)받는 여성의 머리 속에서도 이런 ‘천사 죽이기‘ 전쟁이 일어난다고 보거든요. 공적인 영역에서조차 사적으로 취급받는 경우도 많구요. 암튼 고민하고 생각할 게 많습니다.

유수님, 읽기와 쓰기를 제가 응원합니다! 우리 찬찬히, 오래오래 같이 이야기 나눠요!!

유수 2023-02-03 10:01   좋아요 1 | URL
저도 같은 이유로 단발님 읽으시는 책을 즐겨 구경(만)합니다. 교실 청소를 왜?? 설명하시기에 길 거 같아서 여쭤보기도 죄송하지만요ㅠ 저도 그런 마음으로 북플로 기어들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요 공적 영역에서의 균열감도 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모르는 세계를 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같이 고민하고 귀도 기울이고 단발님께 또 배우고 갑니당

유수 2023-02-03 11:13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이 책은 엄청 좋은 책이다! 강추다! 모두 다 봐라!!까진 모르겠어요. 대형 출판사의 울프 책들을 이미 많이 봐서 눈이 높잖아요. 만듦새도 대체로 신경 쓴 티가 팍팍 책들, 안 읽었다 해도 집에 다들 한권쯤 있을 거 같고.
근데 이 책 편집 후기라든가, 선정된 글들 보다보면 실험적이고 의미있다고 느껴지는 지점도 있긴 합니다.

단발머리 2023-02-03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 너무 멋진거 아니에요? 우아, 너무 폼납니다!!!

유수 2023-02-03 10:03   좋아요 1 | URL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22/02/07/the-radical-woman-behind-goodnight-moon 시간 나시면 이 기사 읽어보세요. 좋아하실 거 같아요.
 

“봄 네거리에 섰던 내 발이 저녁 안개에 속아서 남문을 향하여 걸어가다가 돌아서서 북으로 걸어간다. 
아아 북에는 내 경우가 있다. 운명이 있다. 나는 그것을 못 벗는다.”19

문학에서, 어디에서든, 자아와 대면하는 여성을 본 적이 있나?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해외 문학을 좋아했던 것도 겨우겨우 뒤지면 나오는 그런 사람들 찾는 재미 때문이었을 거다. 그걸 뭉뚱그려 내 취향이라고 오랫동안 오해했다. 
방정환의 여성 혐오, 여성 문인 이차 가해 이력(방정환은 ‘은파리’라는 필명으로 김명순이 “남편을 다섯이나 갈았다는 처녀시인”이라며 비난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기사 출처-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211281054011)을 알게 되면서 듣게 된 이름, 김명순의 에세이가 책으로 나온다고 해서 펀딩했다. 
<사랑은 무한대이외다>의 작가 소개가 적힌 책날개는 김명순의 재능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가득차 있는데도, 글은 그와 대비되게 고독하고 쓸쓸하다. 아는 공식이다. 
무한대라는 사랑이 궁금하다. 읽는 것에서부터 시인의 사랑에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나와 내 마음속에 박힌 그림자의 주인과는, 운명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접근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을 아는 나는 구태여 내 마음속에 박힌 그림자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그 그림자의 주인이 눈앞에 보이면, 나는 눈을감을 것이고, 또 가까이 온다면, 나는 피할 것이다. 하나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나와서, 죽을 때까지 꼭 하나인 그를 꼭 한 마음으로 일초일분도 마음을 고치지 못하고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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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2-02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s://youtu.be/BtKwvphdWRg
ebs 다큐 여성 백년사 1부 링크 - 본다고 해놓고 자꾸 미루게 돼서 댓글로.

난티나무 2023-02-03 0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
저도 집에 있는 책들 중에 김명순 글 있었던 거 같은데 제대로 못 읽었어요.

유수 2023-02-03 10:10   좋아요 1 | URL
저도 소개글이나 작품세계, 기사로 말고 글은 처음 읽어요. 책 괜찮아요. 나중에 알라딘 상품등록되면 둘러보세용!

은오 2023-02-03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수님 어릴때부터 책 좋아하셨구나. 저는 성인되고 책 읽기 시작한 사람... 앞으로 유수님한테 많이 배워야지!!

유수 2023-02-03 10:09   좋아요 2 | URL
어릴 때 ‘부터’는 아닌 거 같고요. 이거저거 시키니까 귀찮아서 그만하게 하려고 책 읽었던 거 같아요. 성인돼서 좀 읽을 걸 그랬다 요즘 싶어요.
안되는데! 제가 배울건데!!
 

이거저거 쓰다 날아감. 임시저장 안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지만 누굴 탓해. 곱게 잠 못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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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02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헐... 임시저장했는데도요? 왜?! 어디갔어! 유수님 글 내놔라 알라딘!!! 임시저장을 했다면 알라딘을 탓합시다 ㅜㅜ

유수 2023-02-02 16: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은오님 옆에서 화내주니 든든함요 ㅋㅋㅋ글 보러 가야지🔥

단발머리 2023-02-02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어요. 에구ㅠㅠㅠ 열악하다 알라딘 서재여… 임시저장 믿지 마시고요. 저는 딴 곳에 쓰고 나서 옮긴답니다….
아, 유수님 글 아까비 ㅠㅠ

유수 2023-02-02 16:18   좋아요 0 | URL
역시.. 그런 일이 있는 거였엉… 피씨버전으로 임시저장하며 쓰던 게 등록 누르니 로그인 화면으로 튕기더라고요? 기기 여럿으로 보면 기존 기기 로그아웃인 건지.. 그러면 저장이 안되든가!! 조만간 또 끼적일게요. 임시저장 믿지 않겠드아..

잠자냥 2023-02-02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다 좋아요 누르니까 뭔가 사악한 느낌이네요;
애기가 또 꾹 누른 거 아닙니까. ㅎㅎㅎㅎ

유수 2023-02-02 16:33   좋아요 2 | URL
사악함이 잠자냥님의 기본 꺼풀 아니세요? 무릎 내주며(달라고 한 적 없다고요? 예예) 입문합니다.

은오 2023-02-03 05:45   좋아요 2 | URL
변자냥님 까칠하긴하지만 사악까지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의 부담스러운 무근본 부비적거림도 거부하는척하면서 다 받아주시는거 보면 또 다정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

유수 2023-02-03 10:11   좋아요 1 | URL
은오님//여기선 침만 뱉을 수 있어요. 딴데가서 해요 훠이훠이~
 
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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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랫목을 모른다. 책에서 말하는 이불 속 방바닥의 뜨끈함과 안락. 무엇보다 그걸 마련해 두고 기다리는 할머니집. 안타깝게도 그런 경험을 우리는 공유하지 못한다. 당연한 거지. 서로가 살아온, 살 시간대가 교차하고 갈라지는 것이 우리 관계의 특별함이니까. 그런데 영유아들을 키우다 보면 가끔 느끼는, 세대 차이라고만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들이 있다. 아이들 세대는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한편으론 어떤 경험들은 영영 못해보고 살게 될까, 세상에 우연이 조금씩 없어지는 거 같아 아쉬워, 두려워, 엄마가 되기 전에 친구가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같은 감정을 나눴는데 이제 와 보면 그런 상실감은 기실 아이들보다는 내 인생에서 멀어져버린 어떤 것들을 향한 건지도 모르겠다.


<겨울이불>은 학교에서 돌아온 듯한 아이가 눈 쌓인 마당을 가로지르며 시작한다. 빈 귤 껍질이 구석에 뒹구는 방에 들어가 겨울 이불을 들추면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 눈길을 홀로 걸어 집에 돌아왔던 바깥세상과는 온도도 빛깔도 다르다. 간식을 파는 매점은 흰 곰이 운영하고 여기저기 널부러져 잠든 동물들, 잠꼬대하다 배고파서 깬 다람쥐, 신나게 넌센스 퀴즈 내며 깔깔대는 친구들이 있다. 수건은 대중소 크기별로, 밥공기는 언제 먹어도 뜨끈할 수 있도록 뚜껑 덮여 이불 속에서 데워진다. 모두가 제모습으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몸을 녹인다. 간식을 배불리 먹고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라도 얘기할라 치면 살살 머리를 쓸어내리는 손길에 까무룩 잠들어버리고 마는 장판 위의 세상.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면서 속으론 내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마음이 저릿했다. 읽을 때마다 나는 그럴 것이다. 아이에게는 구운 계란과 식혜를 몇날며칠 만들어 줘야했다. 각자 다른 이유로, 함께, 몸이 뭉근히 데워지는 경험이었고 이제 어떤 아쉬움은 내려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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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1-27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랫목 이불 속에 발 집어넣고 귤 까먹고 싶네요!
 

샬럿 퍼킨스 길먼 <누런 벽지>, 에이드리안 리치, 영화 <벌새> 등 인용하면서 수시로 깨워주는 이 책 다 같이 읽어주셨으면.

죽은 아기가 그 마을 어떤 성씨의 조상이며, 살았다면 큰 인물이 되었을 거라고 맺기도 한다. 흔히 "비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신분적 제약 때문에 좌절과 죽음을 맞게 되는 민중 영웅담"이며,
"자신들의 영웅을 수용하지 못한 민중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주제" <한국민속문학사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민중이나 영웅과 같이 웅장한 담론으로는 이 작은몸의 안타까운 죽음을 담아 내기 어렵다. 말이 좋아 ‘아기장수‘지, - P92

는 "아기가 바람벽을 기어오르고 천장에 올라가 붙었다."는 진술은 고립무원에 빠진 산모의 비명이다. 샬럿 퍼킨스 길먼의 <노란벽지>에서는 산후우울증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주인공이 벽지의무늬가 살아나 기어다니고 뒤집힌 눈깔들이 사방에서 자신을 노려다고 믿는다.
두 번째는 죽은 아기에 관한 것이다. 아기는 파리나 거미, 노래기처럼 천장에 올라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벌레들은 장군감으로 비유되기는커녕 징그럽고 더럽게 여기는 미물들이다. 죽음을 부른 아기의 ‘비범함‘은 기실 자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의장애거나 가부장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더러운 핏줄‘을 달리 말한것일 수 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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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1-26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을거에요. 바로는 아니지만, 책 제목 적어두었어요. 그럼 저의 바램 시간 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님, 글 좀 자주 쓰셨으면.........
유수님, 글 좀 더 길게 쓰셨으면........

유수 2023-01-26 14:21   좋아요 1 | URL
제가 단발머리님께 배우고 싶은 부분 아니겠습니까?🤣🤣 노력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1-26 14:24   좋아요 1 | URL
귀여운 아가들 얼른 자라도록 제가 탬버린 흔들면서 응원할게요!
잘하실거에요, 유수님은!!
떡잎부터 다르잖아요, 유수님은!! 👍🏼👍🏼👍🏼

유수 2023-01-26 14:37   좋아요 1 | URL
자주도 못 쓰고…길게 쓰는 건 정말 어렵고 이렇게 콕 집어 주셔서 찔리는ㅋㅋ 떡잎은?? 단발님 보시기에 제가 떡잎이 달랐구나.. 얼렁뚱땅 기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