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시대 1~3 세트 - 전3권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남영 지음 / 궁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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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라딘 서재에 아예 접속하지 않았다. 처음엔 의도한 일이 아니었으나, 이게 얼마나 놀랍도록 마음이 편한 지 발견한 뒤로는 적극적 결정이 되어 북플과 알라딘 앱까지 지웠다. 일전에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대차게 까며 서재에 입주신고를 한 바 있다. 그 두 플랫폼에 죄가 없단 건 아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가 SNS의 성질을 띠는 모든 것에 몹시도 지쳐있었다는 점이다. 플랫폼을 바꾸는 건 해결책이 아니었다. 비슷한 그 무엇도 하지 말았어야 했던 거였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글을 쓰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버렸고, 염치 없이 슬금 돌아왔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느슨한 형태의 운용이 되지 않을까.


짝꿍은 내가 본 어떤 인간보다 공부에 특화된 사람이다. 흥미 여부와 관계없이 본인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아가는 데 게으름이 없다. 그가 아니었으면 나로서는 얼레벌레 눙치고, 잊고 넘어갔을 것들을 그는 성실히 알아보고 설명해준다. 그로써 내 생각을 넓혀준다. 부작용은 간혹 아주 엉뚱한 문제로 다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관련해 짝꿍은 지상군을 동원한 본토전으로 갔으면 인명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다, 일본은 항복을 안 했을 것이다, 나는 일본이 패전할 것이 이미 명백한 단계였다, 반인륜적이고 불필요한 실험이었다로 논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휘어진 시대 3권 p. 289~292) 그가 이야기한 근거는 대의명분, 내가 이야기한 근거는 대의명분 외의 세 가지 이유 중 세 번째 이유로 제시되어 있었다. (다른 두 맥락은 1) '거대과학의 운명' 즉, 그렇게 많은 예산과 자원이 투입된 프로젝트에서 아무런 가시적 성과도 없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원폭은 개발되기로 결정된 순간부터 사용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것과 2) '진주만'에 대한 미국의 복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린 사안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여러 요소를 두고 네 건 틀렸고 내 말이 맞다로 쓸데없이 다툰 거였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특정 근거에 더 꽂혀서 그 이유만이 옳게 사안을 꿰뚫고 있고, 사실관계를 더 잘 설명하고 있다고 믿을까.


어떤 결정의 뒤에는 단 하나의 동기가 있을 수도 있고, 수십수백가지 동기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 이유조차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왜 그 중 어떤 설명이 다른 것들보다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질까? 왜 그 설명만이 '진짜'인 것처럼 느껴질까? 실제로는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거나 아무 것도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제시된 근거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이러한 설득력의 차이가 때로는 파괴적으로 치닫는 많은 논쟁의 진짜 원인일 것이다.


'제시된 근거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설득력의 차이'를 근본적 입장 차로 볼 수 있을 것이고, 바로 여기에서 진정으로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발생한다.


이때 각각의 근거가 가진 내재적, 외재적 차이, 즉, 해당 사실이 얼마나 진실한지, 해당 요소가 결정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각 요소가 사안과 얼마만큼 관련되어 있는지, 사안과 별개로 해당 요소가 도덕적, 윤리적,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각 요소는 각기 어떤 층위에서 작용하는지, 해당 요소나 맥락에 대한 설명이 얼마나 단순한지, 복잡한지, 잘 알려져 있는지, 숨겨져 있는지 등은 부차적 문제일 것이다.


이번에도 문제는 각자가 지닌 위치성과 당파성이 아닐까. 당신은 무엇에 설득되도록 살아온 사람인가. 당신은 숨겨진 맥락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인가 널리 공인된 사실일수록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가. 통계와 자료에 설득되는 사람인가 사유와 직관에 더 의존하는 사람인가. 당신은 어디에 이입하고 무엇을 배척하는가.


어떤 논쟁에서든 결국 비슷한 사람들이 어느 하나의 근거 뒤로 몰려들어 다른 하나의 근거 뒤편에 모여든 다른 무리의 비슷한 사람들과 진부한 싸움을 반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맥락, 근거, 요소, 사실, 설명. 무엇이라 부르든 그것을 정교하게 다듬고, 확인하고, 점검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겠으나, 궁극적으로는 무용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239) 트루먼은 포츠담 회담의 준비기간에 베를린의 폐허들을 둘러보았다. 회고록에서 그는 이런 글을 썼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이보다 슬픈 광경은 본 적이 없다...... 이제는 평화가 자리 잡을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술은 도덕이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수백 년은 더 발전한 것 같다. 아마 도덕이 기술을 따라잡을 때가 되면 더 이상 도덕이 지킬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글을 쓴 바로 그가 도덕이 전혀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무기 사용을 최종 명령하며 도덕과 기술의 격차를 극적으로 높여버렸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방대하고 아득한 과학적 발견, 과학자들의 개인사, 시대사회적 배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문외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엮어낸 훌륭한 과학사 교양서를 읽었다.


마이트너는 베를린의 폰 라우에에게 하이젠베르크와 폰 바이츠체커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 두 사람을 대단히 훌륭한 인물로 생각했으나 ‘그것은 실수였다.‘고 했다. 그랬더니 마이트너와 동갑나기인 고귀한 인품의 라우에는 별로 놀라워하지도 않고 이렇게 통찰력 있게 답신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현실의 거대한 비합리성과 화해시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상상 속에서 공중누각을 짓곤 합니다. 자신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좋은 면만을 찾아내려는 터무니없는 행동을 한답니다. 그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지요." 하이젠베르크의 행동에 대해 필자가 읽은 가장 설득력 있는 통찰이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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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9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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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견고하고 겹이 두터운 소설이다. 화자 아드리아의 현재, 소년기, 아버지 펠릭스의 젊은시절, 펠릭스가 수집한 바이올린 스토리오니에 얽힌 이야기가 수십 내지 수백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솔기없이 맞물린다. 제 속도를 못 이기고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회상을 정신없이 쫓아가다보면 책이 끝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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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18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드디어 이 맛에 빠진 분!

책먼지 2023-06-21 11:3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덕분에 집중력 위기 극뽁이요!!!

잠자냥 2023-07-09 23:55   좋아요 1 | URL
너무 극복해서 일만 하나요?!

은오 2023-06-29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지님은 생존신고를 하시오!!

건수하 2023-07-07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먼지님은 집중해서 책 읽느라 서재에 못 오고 계신 것인가..!
<나는 고백한다>는 이미 다 읽으셨을 것 같은데..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길 바래요.

은오 2023-07-0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지님이 너무 보고싶어.................................

잠자냥 2023-07-09 23:55   좋아요 1 | URL
쟝쟝도 나타나서 자랑질하고 다니던데 먼지는 먼지가 되어 날아갔는지?! 어딨어요?!

은오 2023-07-10 00:04   좋아요 0 | URL
어렵기로 소문난 잠자냥님이 먼지님 찾아요!! 먼지님 얼른 돌아와!!
이러다 저 먼지님이 너무 그리워서 내 책장에 있는 먼지에 대고 인사하는 또라이 되겠어요 😫

잠자냥 2023-07-10 00:16   좋아요 1 | URL
먼지 없잖아요…..

은오 2023-07-11 01:10   좋아요 0 | URL
뒤져보면 나올지도....?! 근데 귀찮으니까 그냥 책먼지님이 나타나시는 걸로 합시다!!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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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위기의 원인과 경과, 영향이 이토록 구조적이고 전방위적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성장지상주의는 인류와 생태계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혔고 인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마저 앗아갔다. 시스템 설계자들에게 자신들이 세상에 내놓은 기술을 통제할 의지나 능력이 없단 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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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6-11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벌써 다 읽으셨군요! 😃

책먼지 2023-06-11 17:34   좋아요 2 | URL
저 이거 너무 궁금해서 교보에서 사와서 다른 책 다 제쳐놓고 이것부터 읽었습니다!!! 이 책 읽고 나니 긴 호흡의 장편소설이 읽고 싶어졌어요!!!

잠자냥 2023-06-12 23:53   좋아요 1 | URL
먼지 님 긴 호흡 장편 읽고 싶다면 자우메 카브레 <나는 고백한다> 왕추천이요.

책먼지 2023-06-13 08:40   좋아요 1 | URL
저 추천 듣고 지금 책 검색해보고 왔는데 세 권 세트 바로 장바구니 직행이요!! 급박한데 얘는 전자책이 없네요..???

잠자냥 2023-06-13 11:43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은근 집중력을 요하는 작품이므로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추천합니다...
전자책 훑기 방식으로는 무리무리....

DYDADDY 2023-06-11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동서양의 고전들은 절제와 미덕, 혹은 중용을 강조하는데 지금의 자본주의는 끝없는 자본축적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고‘ 있죠. 통제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방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만 자본의 집적도가 상승할테니까요. 집중력도 그 희생되는 것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먼지 2023-06-11 17:49   좋아요 4 | URL
대디님 완전 맞아요!! 스키너의 비둘기처럼 사람들이 자극에 반응하도록 조종하면서 (좋아요 버튼이나 무한 스크롤 같은 기능을 통해서) 그야말로 집중력을 강탈해가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경영자나 기술자와 그 자녀들은 디지털 디톡스하고요.. 이 책에 잠든 사람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점점 더 사람들을 못 자게 만들고 빠른 속도로 살게 만들어서 돈을 더 쓰게끔 아주 한계까지 쥐어짜더라고요.. 집중력 위기를 경제 성장의 ‘로드킬’이라고까지 표현하는데 진짜 맞는 말 같고, 집중력이 희생되면서 기후변화나 그외 사회 구성원들의 집중력을 크게 요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는 것과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게 진짜 너무 무섭습니다ㅠㅠ

독서괭 2023-06-12 1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백자평을 보니 저도 급박한 마음이 듭니다 ㅠㅠ 내일 살 듯요 ㅠ

잠자냥 2023-06-12 14:12   좋아요 2 | URL
알라딘 새 유행어 탄생
급박하게 산 책 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6-13 08:37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이 유행 격하게 환영합니다!! 급박한 책 사기 회의론자 잠자냥님 누구보다 빨리 유행 캐치ㅋㅋㅋㅋ

괭님 혹시나 아직 책 입수 못하셨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먼저 보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책에 언급되어 있길래 궁금해서 보았는데 책과 핵심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더라고요!!

독서괭 2023-06-13 14:24   좋아요 3 | URL
영상은 볼 자신이 없어서.. 급박주문을 마쳤습니다 ㅋㅋ
 

은오님이 아름다운 질문들을 쏘아 올릴 때만 해도.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잠자냥님의 어마어마한 답변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나는 이 일이 어디로 흘러갈 지 알지 못했다. 그저 지나가던 한 떨기 먼지로서 감탄만 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물론 호들갑도 좀 떨었다).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건 부캐 부자 잠자냥님(a.k.a. 캣gpt, 프랑스 고양이, etc.)의 댓글을 발견했을 때였다. "이 페이퍼를 본 후 7일 이내에 페이퍼를 쓰지 않으면 7개월 동안 당신은 책을 살 수 없게 됩니다." (이 댓글 어쩐지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됐을 것 같지 않나요?) 책을 살 수 없다니! 책을 살 수 없다니?! 책을 살 수 없다니!!!! 이건 책 읽기보단 책 지르기에 중독되어 있는 책먼지를 꿰뚫어 본 회심의 일격이 아닌가! 해당 페이퍼를 거듭 다시 읽는 방식으로 7일씩 새로고침하겠다는 나름의 편법을 고안했으나 혹시 답을 달고 싶어도 그간 올라온 고품격 페이퍼들 앞에 망설이고 있는 알라디너 분들이 계시지는 않을까 싶어 이따위로 써도 된다는 마구잡이의 선례를 남기고자 이 글을 쓴다.


1. 병렬독서 하시나요? 아니면 한 권씩 읽고 한 권 다 끝내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시나요? 엄청 두껍고 머리 아픈 책이면요?


병렬독서가 혹시 '한꺼번에 여러 책을 벌여 놓고 수습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라면, 맞다, 병렬독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권을 저질러 놓아도 한번에, 동시에, 여러 권을 펴놓고 읽는 건 불가능하다. 실제로 눈앞에 여러 책을 펼쳐 놓는다 하더라도 독서의 순간에 내가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단 한 권 뿐이다. 그러므로 병렬독서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고 이론과 실재는 다른 법. 현재 읽고 있는 책들을 출근 전에 찍어왔다(그렇다, 출근해서 이 글을 쓰려고 아침부터 벼르고 있었다).



외출할 때 보통 종이책 두 권과 전자책 기기를 챙긴다. 주력해서 읽는 책은 한 권이고 나머지 한 권과 전자책은 막상 가지고 나왔는데 그 책을 별로 읽고 싶지 않거나 책을 다 읽었을 때를 대비해서 들고 다닌다. 지금 가장 열중해서 읽고 있는 책은 데어라 혼의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이 책의 강점은 잔인할 정도로 객관적인 자기 인식이다. 진짜로 자존감이 높고 강인한 사람은 은유나 미화 없이 스스로의 결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e.g., 뭐 어때? 이게 나인 걸). 이 책이 딱 그렇다. <일본산고>는 현실이 너무 답답해서 사이다 같은 글을 읽고 싶어 골랐고, <현장비평>은 직업인으로서의 비평가의 고충을 엿볼 수 있어 재밌다.




























직업과 관련하여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읽는 책, 관심이 가는 주제와 관련된 책, 재미로 보는 책 등 전략적으로 분류를 정해 병렬독서를 하는 경우, 모임에서 읽는 책, 혼자 읽는 책, 자기 전에 읽는 책, 진지하게 책상에 앉아서 읽는 책, 이동 중에 읽는 책 등 상황에 따라 구분해서 병렬독서를 하는 경우 등 병렬독서의 사례는 다양할 것이다. 내 경우는 읽던 책에 질렸거나 그저 궁금하단 이유로 다른 책을 펴고, 또 다른 책을 펴면서, 대책 없이 읽고 있는 책을 증식시키는 편이다. 한 권씩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통째로 습관을 뜯어 고치고 싶다.


2. 도서관에 신청도 하시고 전자책도 구입하시는 것 같은데 도서관 신청or전자책 구입or종이책 구입은 어떤 기준인지?


a. 통장 잔고가 위험할 때: '책을 너무 많이 샀어, 절약해야 해' 싶으면 1) 밀리의 서재에 전자책이 있는지 확인한다. 2-1) 없으면 인터넷 서점에 전자책이 있는지 확인한다. 2-2)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지 확인한다. 3) 상호대차도 불가능하면 도서관에 신청한다(페미니즘 관련 도서의 경우 수요가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일부러 신청하기도 한다).


b. 급박할 때: 서점에 사러 가거나 인터넷 서점에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릴 여유도 없다. 당장 읽고 싶다. 그런데 전자책이 있다. 전자책을 산다.


c. 무거울 때: 종이책이 있지만 들고 다니기 무거울 때 같은 책을 전자책으로 추가 구매할 때도 있고, 여행이나 출장 일정이 잡혀있을 때 작정하고 전자책만 구매할 때도 있다.


d. 집이 좁을 때: 열린책들, 을유문화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전자책으로 먼저 읽다가 가독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종이책으로 건너간다. 반대로 너무 좋아서 소장하고 싶을 때 종이책을 사기도 한다. 그 외 장르소설이나 종이책으로 사기 아까운 책도 전자책으로 먼저 읽는다.


3. 읽은 책은 다 100자평 남기시는 건가요?


기록에 집착하다가 책 읽기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던 적이 있어서(강박적 성향이 있는 사람은 취미까지 생산적이면 위험하다고 한다) 아예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거나 포스트잇에 짧은 감상을 써서 책 표지 안쪽에만 붙여두고 넘어갈 때도 있다.


4. 막상 읽어보니 별로라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가는 책은 미련 없이 덮으시는지 아니면 그래도 붙잡고 완독하시는지?


왜 별로라고 느끼는지 먼저 생각한다. 당장 생각나는 경우는 총 네 가지이다. a) 좋은 책이지만 내 수준이 못 따라갈 때 b) 내가 기대했거나 예상했던 바와 다를 때 c) 감정을 지나치게 건드리거나 아예 아무 감흥도 일으키지 않을 때 d) 정말 나쁜 책일 때. 앞의 두 경우에는 끝까지 읽지만 뒤의 두 경우에는 포기한다.


5. 중고로 팔아버리는 책과 남기는 책은 어떤 기준인지?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을 것인가'이다. 다시 읽을 것 같지 않다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거나 좋은 책이라도 팔고, 다시 읽을 것 같으면 선호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남긴다.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사람들이 애초에 물건을 살 때부터 되팔 것을 염두에 두고 포장과 영수증을 모두 보관하고, 물건을 모시듯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걸 책에 비춰 생각해보니 중고로 책을 팔 걸 생각했을 때 그게 나의 독서 경험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지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다. 팔 걸 생각하면 당연히 책에 마음껏 표시를 하거나 플래그를 붙이는 걸 망설이게 되고 슈퍼바이백 기간에 팔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 쫓기듯 책을 읽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땐 되도록 그냥 안 팔 책이라고 생각한다.


6. 책 구입하실 때 중점적으로 보시는 게 뭔지? 평소 믿고 보는 작가라면 그냥 구입해도 되겠지만 아니라면 저자 이력이나 뭐 소재나 상 받은 목록이라든가 뭘 주로 보시는지. 더해서 이런 책은 아묻따 거른다 하는 것도 있으실 텐데 궁금합니다.


먼저, 무조건 거르는 책. 앞서 답변 주셨던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자기계발서는 믿고 거른다. 너는 존재만으로 소중하고 지나치게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힐링서 역시 거르는 종목이다. 나는 세상이 단순하다고 말하는 책들이 싫다.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고 믿고 쉽게 설명하려 드는 책이 싫다. 경제적 성공도 마음의 평화도 다 개인에게 달려 있다고 말하는 책이 싫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말만 들려주는 책이 싫다.


책을 살 때는 막 산다. 다 산다. 알라디너 분들이 좋다고 해도 사고, 지인들이 추천해도 사고, 한겨레 신문 주말판 서평을 읽고 흥미로워도 사고,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홀려서도 사고, 상을 받았어도 사고, 상을 못 받았어도 사고, 좋아하는 작가는 말할 것도 없고, 못 들어본 작가라도 사고, 심지어 싫어하는 작가라도 산다. 본문 미리보기 정도는 하고 사지만 미리보기가 없어도 인용된 몇 줄이 취향인 것 같으면 사고, 굿즈가 예쁘거나 책 디자인이 예뻐도 산다.



헥헥.. 저주를 풀었으니 이제 책 사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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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에 관한 그 어떤 것
    from 수하의 서재 2023-06-12 16:18 
    잠자냥님을 알고 싶었던 은오님의 마음을 보았을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걸 적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잠자냥님의 저주 (세상에 이 곳에서 책을 못 사게 하는 저주라니요) 그리고 다락방님께만 다정할 수 없어 - 공평함에 강박관념이 있는 편이다 - 얼떨결에 적어보게 되었다. 물론 책먼지님을 좋아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떤 질문에 대답하는 거 엄청 어려워한다. 그러므로 상당히 재미없는 답변일거라는 점 미리 알려드린다. 다락방님이
 
 
DYDADDY 2023-06-09 1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책은 영어 원서라잘 모르지만 액자의 그림과 같은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잠모님댁 서재가 비슷해 보이기도 하구요. 물론 그 서재 바닥은 어지럽지는 않았지만요. 사진의 윗 책장 공간이 허전해보이는데.. 저주에 걸리지 않으셨으니 금방 다 채우시겠죠? ^^

책먼지 2023-06-09 18:54   좋아요 0 | URL
액자의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 일리야 밀스타인의 <Writer in the Snow> 아트포스터입니다!! 대디님 말씀 듣고 보니 정말 잠자냥님 서재가 연상되네요??? 그림 속 공간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라 보고 있으면 마음 편해지는 느낌!! 책도 책이지만 계절의 풍경이 보이는 큰 창문 앞에 저렇게 걸터앉아서 책 읽을 수 있는 게 제일 부럽습니다. 액자 아래 있는 건 원서 같지만 사실 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듄 신장판, 걸 클래식 세트입니다ㅋㅋㅋ 대디님 낚여버리셨군요!! 후후후 대디님도 혹시 저주에서 풀려날 생각 없으신지요??

DYDADDY 2023-06-09 19:53   좋아요 2 | URL
그림에 대해 설명해주셔서 고마워요. 하다못해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놓고 꿈을 키워가야겠어요. ㅋㅋㅋㅋ
언젠가는 읽어야지 라며 생각하고 있는 것이 니체 전집과 MEGA 전집 그리고 도스토에프스키 전집이었는데.. 그냥.. 부럽습니다. ㅎㅎㅎㅎㅎ
책을 읽는 목적 중에 하나가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게된 페이퍼로 방금 전에 저주에서 풀렸습니다. 다음 책은 조금 쉬어갈겸 가벼운 책을 읽어야겠어요. ^^

다락방 2023-06-09 15: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책먼지 님 답변도 너무 멋지다 근사하다. 무엇보다 마지막 사진 진짜 너무나 뽀대 작렬합니다. 흑흑.
그리고 저도 전자책 급박해서 산 적도 있어요. 제가 그게 어디더라, 아무튼 외국 가려고 인천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 안에서 팟캐스트 듣다가 ‘스티븐 킹‘의 <미저리>가 너무너무 지금당장 읽고 싶어진 거에요. 비행기에서 읽을 책 몇 권을 가방에 넣어뒀는데 그거 말고 미져리!! 이렇게 되어서 인천공항 내리자마자 공항 서점으로 갔지만, 당연히 그 오래된 책은 팔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아아 어쩌지 너무 읽고 싶은데 어쩌란 말인가 하다가 퍼뜩! 아 이북!! 하고 부랴부랴 아이폰으로 그 뭣이냐 인터넷 열고(애플은 정책상 전자책 구입 노노) 피씨버전으로 알라딘 접속해서 전자책으로 미저리를 구입, 그렇게 읽었다는 급박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요 책먼지 님, 맨 마지막 사진 같은 거 좀 자주, 많이 올려주시면 안될까염? (애교)

맞아요, 저는 힐링서도 거릅니다. 힐링서 너무 싫어요 ㅋㅋㅋㅋ 저는 힐링서가 주는 힐링 보다는 좋은 소설의 좋은 문장들이 그 자체로 힐링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힐링~

잠자냥 2023-06-09 16:05   좋아요 3 | URL
난 힐링서 제목만 봐도 곳통이 느껴짐 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6-09 19: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다락방님의 구염뽀짝함에 넘어가버렸고요.. 사진 찍는 거 뭐 어렵겠어요!! 자주 올려보겠습니다!! 저는 사실 이 사진을 이렇게 좋아해주셔서 오히려 좀 어리둥절힌 상태입니다ㅋㅋㅋ

아니 대체 왜 아무리 책을 챙겨도 팟캐스트에서 갓 소개하는 책이 가장 재밌어보이는 것일까요? 저는 회사에서 알라딘 서재 글 읽다가 진짜 너무 급박하게 읽고 싶어져서 전자책 자주 지릅니다😭 오늘 다락방님이 소개해주신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도 저 지금 너무 급박해요!!!

ㅋㅋㅋㅋㅋ 힐링~ 글자에서 살랑 바람부는 느낌ㅋㅋㅋㅋ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어요!! 좋은 소설의 좋은 문장과 함께 주말에 무조건 푹 쉬시길요!!!

잠자냥 2023-06-09 16: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먼지 님도 먼지 1도 안 나올 거 같은 깨끗한 책상을 갖고 있군요?
이 사람들 다들 넘나 깨끗해..... 저기 다락방 울게 말이야.

급박하게 책을 사야할 경우가 있군요. 전 학교 숙제 이후로는 급박하게 책을 사야 할 때가 있다고는 생각 못했거든요. 중고로 되팔려고 물건을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는 거 저도 이해가 안 갔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책에도 그건 적용되네요!? 저도 되팔 생각으로 책을 엄청 깨끗하게 보려고 애쓰고 있더라고요? 으음...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그나저나 거듭 읽는 책은 그렇다면 무엇?

끝으로 이제 책 사는 걸 허하노라........ 부캐 부자 잠자냥 올림....(아 살다살다 내가 부자가 다 되어보네요. 그것도 부캐 부자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09 16:14   좋아요 4 | URL
알라딘에 정녕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은 저 하나 뿐인건가요... 하아-

DYDADDY 2023-06-09 16:34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 스캔한 파일이 정리가 안되는 1인도 여기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6-09 17:05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정리정돈 못 하는 사람 여기있어요. 혼자가 아닙니다 ㅋㅋ

건수하 2023-06-09 17:59   좋아요 2 | URL
정돈 못하고 안하는 자 여기도 있어요 ㅎㅎ 정돈할 시간에 책 더 읽겠다는 핑계를 대봅니다 ㅋㅋ

책먼지 2023-06-09 19:19   좋아요 2 | URL
으아ㅋㅋㅋㅋㅋ 서재분들 다들 다정하셔가지고 다락방님 혼자가 아니라고 줄줄이 고백을ㅋㅋㅋㅋ 저는 정리가 취밉니다.. 가서 다 정리해드리고 싶네요.. 일단 대디님은 정리 못한 걸 찾으려고 스캔한 파일까지 거론하셨단 점에서 탈락!! 이쪽으로 오세요 딱 봐도 잠자냥님이랑 은오님이랑 제 계열이십니다ㅋㅋㅋ

잠자냥님 저 지금 <도둑맞은 집중력> 너무 급박해서 회사에서 전자책 결제할까말까 백번 고뇌하다 짝꿍도 읽혀야될 것 같아서 간신히 참았습니다!! 그렇게 읽고 싶게 글쓰시면 이렇게 급박해진다구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파는 걸 고려하는 거 자체가 엄청 스트레스더라고요ㅠㅠ

잠자냥님 부캐 부자, 땡투 부자, 적립금 부자 아니신가요!!!

책 지름을 허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책먼지 2023-06-09 19:35   좋아요 4 | URL
거듭 읽는 책 고민하다가 제 머릿속에서 비슷하게 묶이는 작가들 중에 누구 책을 팔고 누구 책을 팔지 않는지 생각해봤는데요. 이언 매큐언(처분)-줄리언 반스(보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처분)-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보관), 올리비아 랭/비비언 고닉/조앤 디디온/아니 에르노(처분)-캐럴라인 냅/리베카 솔닛/마르그리트 뒤라스(보관), 코니 윌리스/어슐러 르 귄(처분)-마거릿 애트우드(보관)

저도 여성주의 책들은 거의 보관하는 것 같고 한나 아렌트 수집합니다ㅋㅋㅋ

DYDADDY 2023-06-09 20:00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 몇년 전에 생긴 회전근개파열로 모든 책을 스캔본으로 만들었어요. 문제는.. 그 파일들이 정리가 안되어 포기하고 항상 검색을 합니다. 몇십 기가라서요.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6-09 20:48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저도 도둑맞은 집중력 동거인도 좀 읽으라고 종이책으로 샀습니다 ㅎㅎ

역시 처분과 보관의 기준이 명확하시군요!

독서괭 2023-06-09 17: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주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달려왔습니다 헥헥.. 근데 달려와놓고 생각해보니, 저는 올해 목표가 책을 안 사겠다는 사람인데, 7개월동안 책 못 사는 저주라면 기꺼이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일단 마지막 사진 너무 멋지고요. 제가 가진 건 그중 ‘작은 아씨들‘ 밖에 없네요. 사놓고 아직 못 읽고 있는 벽돌..
대충 쓰신다고 해놓고 a.b.c.d. 항목 나누어 딱딱 분석하신 거 인상적입니다 ㅎㅎ 공감도 되고요. 살 때부터 되팔 걸 생각하고 하는 독서가 독서경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말씀도 매우 공감가네요.
전 저주를 해결하러 남은 시간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책먼지 2023-06-09 19:44   좋아요 4 | URL
저에겐 저주인 것이 괭님에게는 축복이군요!!! 그렇다면 괭님께는 책을 사게 되실 거라는 협박을 날리겠어요!!!
저도 걸 클래식은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소장용으로 구매했습니다 후후
저는 구체적 사례를 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ㅠㅠ 분석뇌 사용하는 게 그나마 가장 접근 가능한 방식!! 그래서 여러 책을 한 주제로 묶어 큐레이션 해주시는 괭님 페이퍼에 제가 감탄과 동경을 금치 못하는 것입니다🥹
릴레이에 참여하지 않으시면 괭님은 책을 사게 되실 것입니다🔮🪄🧙‍♀️

건수하 2023-06-09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 저주가 있었나요? 금시초문…!
사놓고 못 읽은 책 많은데 나름 괜찮은데? 생각한 저와 책먼지님이 달라서,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사진도 보게되어 기쁩니다. ☺️

책먼지 2023-06-09 20:03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손가락의 농간으로 저주(?)가 비밀댓글로 달리는 바람에 아마 수하님이 놓치신 것 같습니다!! 뭐가 다르고 비슷한지 저도 격하게 알고 싶은데요..🥹 7일 입니다 수하님!!

건수하 2023-06-09 20:54   좋아요 4 | URL
음음 저는 진짜 별로 쓸 말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려했는데…

다락방님에게 다정한 멘트를 날렸는데 책먼지님에게 차갑게 돌아설 수가 없군요 😼

근데 진짜 재미없을건데… 쩜쩜

책먼지 2023-06-11 17:54   좋아요 1 | URL
후후후 이렇게 수하님도 낚여버리셨군요!! 답으로 점 하나만 다셔도 즐겁게 읽을 자신 있습니다!!!

건수하 2023-06-13 09:23   좋아요 1 | URL
즐겁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은오 2023-06-11 0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급박할때 ㅋㅋㅋㅋㅋㅋ “급박”에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지금 당장 읽고싶은 책이 있긴 해요. 전 하루는 기다릴 수 있는데 일요일 껴서 하루 더 늦어지면 괴롭긴 하더라고요.

”미리보기가 없어도 인용된 몇 줄이 취향인 것 같으면 사고“ 너무 공감되고요. 인용된 몇 줄에 꽂혀서 샀는데 그거 빼고 별로였던 책도 꽤 있었습니다.

아니 그리고 사진 미쳤는데요? 책먼지님 집 어디에요?! 코앙ㅇ아쾅쾅쾅ㅇ!!!!! 문열어줘요 구경 좀 하게!!!(그 와중에 도끼전집 악령 맨 왼쪽거 무늬 길이 안맞는 거 킹받음.... 왜 저렇게 만든 걸까요?)

책먼지 2023-06-11 18:0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은오님은 저의 급박함을 틀림없이 이해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하아.. 주말끼면 진짜 괴롭죠.. 근데 막상 책이 오면 또 마음이 식을 때도 있고 저도 저를 모르겠네요 진짜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막 사면서 별로인 책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긴 합니다!!

하아.. 저 무늬 달라서 킹받는 거 제 짝꿍은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차라리 다른 책 하고라도 맞추던가.. (그리고 이걸 콕 찝어준 은오님 너무 좋네요😭💕)

은오님 일단 정리정돈 안 되는 다른 분들 댁 출장방문 밀려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ㅋㅋㅋㅋㅋㅋ 저는 참고로 요리도 잘합니다.. 어떻게 제가 은오님 댁으로 갈까요..??

자목련 2023-06-12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출근 전 사진이라니요. 그렇다면 항상 정리가 된 상태라는 거구요. 급박해서, 그런 책 있어요. 왜 인지 모르게 당장 읽고 싶은 책.다시 읽을 것인가, 그렇게 정리하지만 막상 다시 읽지 않는 책으로, 땡처리 수준으로 팔게 되더라고요. ㅠ.ㅠ

표지, 디자인, 제목에 끌려 사기도 해요.(아, 잊고 있어요. 저도 그런 이력이 있다는 걸)
마지막 사진, 정말 근사합니다. 책먼지 님 서재도 잠자쟝님 서재처럼 정갈할 것 같아요, 책먼지 조차 없을 것 같아요, 맞죠?

잠자냥 2023-06-12 11:36   좋아요 2 | URL
책먼지는 알라딘 서재에 나와있으므로, 책먼지님 서재에 책먼지는 없답니다. 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6-13 09:44   좋아요 1 | URL
알라딘 서재로 피신나온 책먼지 전격 인터뷰 “저는 책에 먼지가 쌓이는 게 너무 싫었어요”

책먼지 2023-06-13 10:07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도 급박함 이해하시는군요!! 와락!!! 맞아요ㅜㅜ 급박함의 부작용이 그거예요 미친듯한 충동으로 손 떨고 다리 떨며 지르는데 막상 받아보면 내가 왜 그랬지 싶고ㅠㅠ 물론 엄청 좋은 책 만날 때도 있지만요!!!

어우 저 자목련님 책 사는 기준 더 자세히 알고 싶은데.. (큐앤에이 해보시라고 제안하고 싶어서 드릉드릉)

저 스트레스 받으면 정리하는 타입이라서.. 손목 아파 죽겠다면서 맨날 책 우르르 다 꺼냈다 재배치하고..😭 사진 찍은 쪽은 침실이라 원서랑 장식용 책만 있어 정갈한 것이고 서재는.. 지금 한번 또 책 우르르 꺼냈다 미처 정리가 안 된 상태라 아주 엉망입니다ㅠㅠ 바닥에 여기저기 책탑 쌓여있고.. 그야말로 난장판.. 최대한 빨리 읽고 책을 많이 처분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쯤되면 그냥 책장을 늘려야 하나 싶고.. 책먼지가 알라딘으로 피신나온 데는 다 이유가..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옥타비아 버틀러의 우화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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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줄기를 따라가야 하는 독자에게 주인공 로런 올라미나의 일기는 현재로 기능한다. 즉, 거기에 붙은 딸 라킨의 주석은 모두 사후적인 것이 된다. 갓난아이일 때 납치당해 입양아로 자란 라킨은 그를 납치한 극우 기독교 분파의 가치관을 주입받으며 억압 속에 자란다. 해당 기독교 분파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익숙한 슬로건 아닌가. 이 책이 현실을 예언했기에 새삼 차트를 역주행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한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재럿 대통령을 등에 업고 광신과 맹목 속에 그들만의 십자군 전쟁을 치른다. 로런이 일군 공동체에도 침입해서 납치, 폭력, 강간, 살인, 약탈을 자행한다. 공동체의 삶의 터전인 에이콘을 '재교육소'로 만들어서 사람들을 강제로 수용하고 목줄을 채워 노예로 부리며 '교화'시킨다. 라킨은 이런 자들이 가르치는 정통 기독교 교리를 배우며 자랐고 따라서 라킨에게 로런의 '지구종'은 사이비 종교이고 로런은 '사이비 교주'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 책의 두 주요 화자 사이에는 커다란 시점과 관점의 격차가 존재한다. 게다가 '잃어버린 딸'과 '딸을 찾지 못한 엄마'라는 데서 오는 권력차도 있다. 로런을 부당하게 비난해도 괜찮은 존재가 있다면 그건 라킨뿐일 것이다. 두 화자의 엇갈리는 관점 사이에서 독자는 어느 화자도 온전히 신뢰할 수 없으며 양쪽 모두를 어느 정도 의심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감이 책 전반을 지배한다.


이 책은 묻는다. 그토록 사랑을 강조하면서 정작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등돌리게 만드는 종교가 과연 옳은가. 그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올라미나의 '지구종'에도 전혀 설득되진 않았으나 굳이 골라야 한다면 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잘해주는 쪽을 고를 것이다. 광기와 굴종, 배반을 경계하고 이성과 상식, 배려에 가치를 두는 쪽이 당연히 더 낫다.


한편 이 책은 최악의 인간성은 어떤 기전과 형태로 발현하는지 보여주는 생태 보고서 같다. 보고 있기 괴로울 정도로 극악한 온갖 인간군상이 등장하는 와중에도 최악의 빌런을 꼽자면 로런의 남동생인 마크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마크는 얼핏 보기에 무해하고 심지어 선한 사람으로까지 보인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인정 욕구가 강하고 자신의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 어떤 비겁한 선택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마크가 엇나간 데 로런의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로런은 자신이 일군 공동체에서 마크가 필요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구종'을 망칠까봐 그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도록 내버려뒀다. 하지만 로런은 마크를 성노예 포주에게서 구출해왔고 그의 생명을 구했다. 반면 마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파가 로런에게 잔학행위를 저질렀음을 알면서도 그를 외면했고 로런을 설교의 재료로 써먹었으며 진즉 라킨의 행방을 찾고도 로런에게 알리지 않았다. 로런이 라킨을 애타게 찾는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찾는 것 같지 않다며 로런을 비난했다. 아마 그런 식으로 상대를 비난하면서 본인이 저지른 짓을 정당화했을 것이다. 세 살에 아이를 찾고도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입양 가정에 방치함으로써 로런이 딸을 찾을 기회뿐만 아니라 라킨이 사랑받으며 자랄 기회 역시 박탈했다. 


우화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이후 후속편이자 완결판인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가 번역되어 나오기까지 1년 넘게 기다렸다. 1권의 주요 문제가 '일단 살아남기'였다면 2권의 주요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더 가깝다. 1권이 로런이라는 개인과 그 개인을 구성하는 특질(초공감능력 등)에 더 집중했다면 2권은 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2권은 더 나은 삶과 안정을 바라면서 되려 불안과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버린 이들에게 충분히 '우화'로 기능할 것이다.


"우린 온갖 방식으로 학대당했어요.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이죠. 온 힘을 다해 낫는 중이고요. 그러니까, 아니에요. 우린 정상이 아니에요. 정상인 사람들은 우리가 이겨낸 걸 이겨낼 필요가 없었어요. 만약 정상이었다면, 우린 이미 죽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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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6-05 0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나온 한권이 끝이 아니었군요 그 책 읽지는 않았지만... 이건 2032년부터 나오다니, 지금하고 차이가 많이 나지 않네요 예전 소설에서 앞날을 상상하고 쓴 게 맞을 때 많죠 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미국은 신앙이 지배하는 나라 같은 느낌도 듭니다 어느 나라든 신앙이 없지는 않지만... 신앙이라는 게 나쁜 건 아닌데, 그걸 이용해서 안 좋은 걸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네요


희선

책먼지 2023-06-08 10:48   좋아요 0 | URL
희선님 말씀처럼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현실에 비춰볼만한 지점이 많았어요!!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사회체제가 무너지는 모습이라던가 혼란한 사회를 틈타 자격없는 자가 득세했을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지 등이요!! 신앙을 도구로 이용했을 때 무서운 점은 개인이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악행을 저지르고도 그게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한다는 점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