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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 Dear my body, Dear myself
이유진 지음 / 마고서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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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이유진)


유진 씨가 오랜시간 힘내어 쓴 글을 읽었다. 나는 몸이 크게 아픈 경험은 없지만, 우울증을 오래동안 겪어(앓아) 왔다. 아토피라는게 막연히 힘든 병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토록 사람을 괴롭게 하고 자기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병인줄 몰랐다. 저자는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솔직하게 적었다. 귀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함께 공감하고 읽을수 있게 글을 써주신 것이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아토피를 오랫동안 겪으면서 나는 왜 남들과 다른지, 왜 나여야 하는지 원망스러웠다고 하셨는데, 나는 우울증(무기력) 때문에 오랜시간 괴로워하고 죽음을 자주 생각하면서 그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며 이렇게 고통스러워 할까.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나의 우울증의 경력(?)은 30년이다. 30년동안 많이도 괴로웠고, 무얼 할 의지가 꺽이고 지쳐서 죽고 싶은 생각을 많이 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이 내 옆에는 짝지가 있었다.

무기력으로 낭비한 시간이 많았다. 무기력으로 흘려 보낸시간이 많았다. 저자가 아토피 때문에 휴식의시간을 강제로 보내고 나서 몸이 괜찮아졌을때는 그 잃어버린 시간만큼 보상하기 위해 자신을 치열하게 다그쳤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무기력으로 낭비한 시간을 상쇄하기 위해 무기력에서 벗어나면 열심히 열심히 애를 썼다. 그 애씀을 보고서 사람들은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보곤 했다. 나는 언제 다시 무기력해질지 두려웠다. 그래서 무기력해지지 않으려 늘 긴장하며 지냈다. 그렇게 애를 썼는데, 무기력으로 와르르 무너져 버리면 정말 살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무기력과 애씀의 반복. 그 반복이 너무나도 지긋지긋하고 지치게 했다. 

나의 우울증 경험을 감히 저자의 아토피 경험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할때 내게 마음을 써 주시는 글들을 댓글로 달아주셨던 것 같다. 

책에는 저자의 상담경험도 나오는데, 나의 상담 경험도 떠올랐다. 저자는 메일을 통해 상담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곤 했는데, 나는 예전에 그 생각을 못한게 아쉽다. 아마 저자보다 글쓰기에 대해서 흥미가 적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게도 너무 고마운 상담선생님이 생각나서 선생님에게 긴글을 문자로 보냈다. 

나의 제일 첫번째 목표는 우울증과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다. 죽으려고 하지 않고 살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짝지와 함께 사는 사람으로써의 예의이자 기본이기도 하다. 저자도 아토피와 상담 치료에 대해서 당분간 보류했다고 한다. 그것은 아토피가 난치병이기에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 들인 결과다. 

저자는 아토피와 우울증때문에 오랜시간 힘들어 했지만, 나는 저자가 가진 힘을 믿는다. 나라면 그렇게 못살아 왔을 것 같은데, 저자는 나보다 훨씬 내면의 힘이 크다고 믿는다. 

읽기 시작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고맙고 고마운 책이다. 페미니즘 활동은 약자의 말하기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이며 언제든 한 명이라도 들어줄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고 했다.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는 몸과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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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분투기 - 청년 주거권 활동가의 10년 현장 기록
지수 지음 / 교양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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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분투기(지수 지음)

부제는 ‘청년 주거권 활동가의 10년 현장 기록’ 이다. 청년들이 집을 구매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우리세대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또한 월세나 전세를 평생 전전할 줄 알았는데, 운이 좋게 집을 매매해서 살고 있다. 양산의 공단의 안쪽 지역이라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어서 그런지 집을 매매한지 10년이 되었는데 아파트값은 오르지 않는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내 돈과 합쳐 24평 집을 9600만원에 매입을 했다. 대출도 없고 이자내는 것도 없으니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두사람의 생활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런지 청년들의 주거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를 못했었다.

지은이 지수님은 2016년부터 주거권 활동가로 살아왔고 2021년부터 2025년 초까지 청년주거권 운동 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을 맡았다.

우리는 보통 집을 소유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관점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세입자의 경험을 집을 소유하기까지 지나가는 과정으로만 여긴다. 전세계계약이 만료되어 나가겠다고 하는데도 돈이 없다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들이 많다. 임대인들이 갭투기를 하는 과정에서 망하게 되더라도 세입자들의 보증금이나 전세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요원하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이고 그것이 자기계발인것처럼 권장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가는 임대인이나 부동산중개인들의 눈치만 볼뿐 세입자가 부당하게 겪는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어렵게 영끌해서 집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집을 매매했지만 그 지역이 재개발이 확정되었을때, 내가 반대하더라도 70%이상이 재개발에 찬성하게 되면 나는 집값을 돌려받을 방법도 없이 쫓겨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재개발이라면 살던 사람이 다시 살수 있게 만들어야 하겠지만, 땅값 집값만 올려놓고 기존에 살던 사람을 내쫓는 겪이다.

나는 10년 넘게 한 곳에서 살아서 2년마다 전세로 이사를 가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꼭 집을 마련해야하는 사회가 아니라 집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생활을 보장해 주는 ‘주거권’ 개념이다. 국가에서도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은행들 이자수익만 불려주는 대출제도 뿐이다. 서울의 반지하 가구 수는 25만으로 서울 전체 가구의 6퍼센트라고 한다. 열악한 거처를 없애기만 할 뿐,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열악한 거처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공공기관이 도심의 주택을 직접 매입해 공급하는 매입임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014년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출발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청년 세입자들이 수요자 중심의 집을 직접 구상하고 만들기 위해 탄생한 단체이다. 민달팽이 집은 주거권을 중시하는 집이다. 2014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22채의 달팽이집을 운영, 878명의 세입자가 이 곳을 거쳐 갔다. 2025년 현재 13채 257호의 달팽이집을 운영, 총 조합원은 568명이고 이 가운데 310명이 실제로 입주해 있다고 한다.

청년의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을때 늘 부모의 도움으로 집을 마련하게 되고 그러면 부모와 청년의 삶이 분리되기 어렵게 된다.

세입자들의 청년들이 이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다. 주거권이 세입자들이 당당히 요구할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받아들여지려면 많은 세입자들이 이런 정책적 한계와 사각지대의 실태를 공유하고 모여서 이야기하고 떠들어야 조금씩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세입자의 경험이 있는 친구들과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열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청년의 주거권 문제가 개인의 분노(절망)에만 머물지 말고 집단(모여서 떠들고 함께)의 분노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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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욕망에 대해 쓰기로 했다
장은나 지음 / 느린서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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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욕망에 대해 쓰기로 했다(장은나 지음)

남미새와 페미는 결국 충돌하는 것인가. 결혼은 가부장제에 복무하는 일인가? 페미니스트는 결혼하면 안되나? 안전한 연애와 평등한 연애를 하고 싶지만 페미스트라는 사실을 밝혔을때 그것을 편견없이 수용하는 남성들은 얼마나 있을까? 이상한 남자를 거르기 위해 처음부터 비건페미임을 밝혀야 하나? 일단 만나보고 중간에 밝혀야 하나? 언제즈음 밝히는게 좋을까?

여성을 내가 보호해주어야 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고 여성과 평등하게 깊이있게 대화하려는 남성이 드물다고 나도 느낀다. PC한 남성들은 육체적인 운동보다 사회적인 운동을 해서 덜 섹시해 보이기도 하고, 섹시하면서도 PC한 남성은 드물어서 누군가의 연인이거나 주변 동료들의 전애인이었던 경우가 많을 것 같다.

페미니스트이지만,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고 좋은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지 않고 내 안에서 잘 섞이기 위해서는 결국 그 욕망과 생각과 불안과 수치심에 대해서 편하게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한국사회에서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왜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어떤 이야기라도 수용되지만,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피해자로서의 경험은 이리도 발화되는 것이 어려운 사회일까.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책임감이라면 남성들과 자주 만나면서 이런 의제들을 꺼내서 그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깨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페미니스트로서 이뻐 보이고 싶고 매력적이고 싶고 좋은 사람과 연애하고 싶은 그 욕망은 내부에서 많은 충돌과 고민을 불러일으킬 것 같고 이런 고민을 가진 여성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장은나 작가님의 용기에 호응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의제를 안전한 관계망 안에서 함께 풀어내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엮어낸 작가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안전하고 매력적인 연애를 하시면서도 비건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멋진 작가님의 삶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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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수학, 페미니즘! -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쳐보았다
이임주 지음 / 봄알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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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수학, 페미니즘!: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쳐보았다(이임주 지음)

아마 나에게는 올해의 책이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15여년전에 교육공동체 벗에서 나온 오늘의 교육을 매달 읽고 독서모임을 2년정도 한 적이 있다. 우리들은 흔히 교육이 문제라고 말들은 쉽게 하지만 다들 교육과는 연루되지 않아서 함부로 말을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괜찮은 교사가 교육철학을 실천하려고 해도 학교장이나 선배교사들이 지지해 주고 응원해주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학부모들의 민원들을 두려워하며 사고만 안일어나게 하는 소극적인 교육을 할수 밖에 없는 것이 교육의 현실이다.

<국어, 수학, 페미니즘!>은 제주의 대안학교에서 페미니즘을 정규과목으로 넣어 주 2시간씩 수업하고 있는 학교의 이야기이다. 비건을 하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페미니즘을 공부한다고 꼭 비건을 실천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의문이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저자인 이임주 선생님은 대안학교 선생님으로써 과거에 페미니즘을 수업과정안에 녹여내려고 하지만, 대안학교조차에서도 그 시도가 너무 어려웠다고 고백을 하신다. 대학원에 다니며 페미니즘도 공부를 하며 뜻이 많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학교를 열고 지금은 동백작은학교를 운영하고 계신다. 책은 학생, 교사, 학부모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변화된 삶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여대가 왜 필요한 것일까? 여대에서 여성들은 어떤 경험을 할까? 여대에서는 여성으로써 대상화되는 경험을 하지 않고 의견을 내고 주장을 하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 받지 않는다. 4년간 주체적인 여성으로써 살아가는 경험이 그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왜 여대가 필요할까? 여대 바깥의 공간이 여성들에게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수시로 남성들로부터 여성혐오를 경험한다. 그 경험은 위축되게 하고 이말을 해도 될까 눈치보게 만든다. 그리고 무언가 불편함이 생겼을때 그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것이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이다. 동덕여대에서 공학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학생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밀어부치는 정책이기게 학내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저항했다고 한다.

골때리는 그녀들을 시작부터 4년째 보고 있다. 여성들이 몸으로 하는 즐거움을 알게되면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4년동안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경이롭고 감동스럽다. 운전을 면허가 있음에도 할줄 모르는 사람과 차를 몰고다니는 여성은 활동범위부터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이 몸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될 때 그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삶은 더 확장되고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여 청소년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 충분히 몸으로 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어떤 주체성을 삶속에서 가지게 될까.

18년동안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남성으로써 지역에서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페미니스트라고 성격이나 결이 맞는건 아니지만, 그냥 만난다는 것 자체가 드문일이다 보니 만나게 되면 일단 반갑다. 경주에 페미니즘 책방을 컨셉으로 내건 너른벽을 알게되었을때도 얼마나 반가웠던가. 2년동안 나의 아지트가 되고 여기에서는 어떤 페미니즘적 주제도 안전하게 다양하고 깊게 이야기나눌 수 있다. 이 책 리뷰도 너른벽에서 쓰고 있다. 마침 오늘 사장님은 생리통이 심해 책방을 조금 늦게 여셨고, 나이가 들수록 두통까지 확장되 생리통이 힘들다고 이야기 하신다. 아플 때는 맛있는걸 먹어야 된다며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스윗문 에그타르트를 사갔다. 그런 이야기도 남성이 나와 편하게 할수 있는 편한 동료사이 이다.

얼마전에 읽은 <당신이 제게 그 질문을 한 2만번째 사람입니다>는 한예종에서 페미니즘을 가르치며 남학생들로부터 들었던 어이없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담은 책이어서 너무 반가웠다. 동백작은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학기내내 배우는 학생들은 동백작은학교를 어떤 이야기도 나눌수 있는 안전한공간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밖을 나서면 무심하게 던지는 여성혐오들을 만난다. 그 혐오에 대해서 본인들은 혐오인지도 인지를 못하는 그들에게 어떻게 표현을 하고 설명을 할지는 본인 학생들의 주체성으로 찾아갈 부분이다.

동백작은학교가 페미니즘과 비건을 실천하는 학교를 내새워서 입학을 하게 되지만 학생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교사들은 그 학생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그 의견들을 듣고 질문을 하며서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가게 한다. 학생들이 페미니즘 교육을 받으며 개인으로써 주체성을 가지고 삶에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내가 사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나는 경이롭다. 나는 책을 통해 그 과정을 추측할 뿐이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변화와 양육자들의 변화를 보았을때 얼마나 경이로울까.

교사포함 학생이 20여명 내외의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실험이기도 하지만, 이 과정이 녹녹치는 않다. 교사뿐만아니라 학생과 양육자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머리로만 하는 이해에 머물지 않고 삶의 실천으로 나아가기에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미 그것을 삶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공간이다.

많은 대안학교, 혁신학교, 일반학교에서 제주 동백작은학교로 페미니즘 교육 견학을 갔으면 싶다. 진심이다. 모든것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부분부분 적용해보고 실천해보고 현실의 벽을 만나더라도 실천하는 교사들이 양육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을 혐오하고 비난하는 많은 십대 이십대 삼십대 남성들이나 양육자들도 페미니즘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렵지도 않고 이렇게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인권이자 소수자철학인 페미니즘을 사람들은 왜 이렇게 거부감을 가지고 알려고 하지 않을까. 아마 페미니즘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자신과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어렴풋하게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가해자가 될수도 있고, 성희롱 가해경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것이 그렇게도 두렵기 때문인도 모른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리수도 있다고 인정하게되면 얼마나 삶이 혼란스러워질까. 아마 그래서 그들은 페미니즘 알기를 두려워하고 불편해 할 것이다.

장모님댁이 제주라 5월 연휴때 제주에 가면 조천에 있는 동백작은학교를 방문해보려고 한다. 멋진 교사들과 멋진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 사람들이 교육속에서 페미니즘을 녹여내기가 너무나 어렵다 어렵다 말들을 하지만 그걸 이미 실천하고 있는 동백작은학교, 너무 멋진 실천이자 실험이다. 경주 너른벽 책방과 울산 자크르 책방에서 이 책으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져서 대표님들에게 독서모임을 제안했다.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국어수학페미니즘 #동백작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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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가족
이하진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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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자의 가족(이하진 지음)

뜨거운 만화를 순식간에 읽었다. 이하진 작가님에 대한 인터뷰 글이 <그리, 터지다> 라는 박희정님의 책에 실려 있어서 그 인터뷰부분을 따로 읽고 만화를 읽었다.

도박중독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박이 요즘은 주식과 코인으로 옮겨 갔고, 그것또한 도박중독과 같은 형태를 띄고 있다. 작가님의 세째 시동생이 주식,코인 중독에 빠지고 그 가족들은 공동 의존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공동 의존이란 해당 중독자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한체, 그를 돕겠다는 마음이 그와 그 가족들을 더 힘든 구렁텅이로 내몰리게 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의 행포에 독립적으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이 도박중독이 되는 경우보다 남성이 도박중독이 되는경우가 훨씬 많은데, 여성이 도박중독이 되면 남편은 떠나버리지만, 남성이 도박중독이 되면 아내가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한국사회가 가부장 사회라는 반증일 것이다.

작가님은 어른들의 싸움속에서 자랐고, 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기대가 심한 환경속에서 자라다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만화를 제대로 할수없어 일반 대학에 진학을 하시게 된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팔자 좋네 라는 말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힘든 환경속에서도 그것을 버티기 위해 예술작업을 하는경우가 종종 있다. 작가님 또한 그런 경우다. 가족의 공동의존 상태때문에 일상이 망가지게 되면서 자신이 바로 서기 위해서 무언가에 몰두하는게 필요했고, 그것이 만화작업이었다.(만화 그리는 일은 장시간의 중노동이기에 만화 그리는 일이 마냥 행복한 일만은 아니다) <카산드라> 라는 웹툰을 2부까지 열심히 연재를 하신다. 역사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존재는 없었다. 여성은 존재했지만, 역사가 그들의 존재를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속의 카산드라와 헬레네를 주체적인 여성으로 해석하며 그린 만화가 <카산드라>이다. 다시 제 연재를 시작하셨다고 하시긴 하는데, 아직 종이 출판으로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쉽다. 어쨓든 만화 작업에 매진하다가 연재를 잠정 중단하게 된 것은 자녀가 유치원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아이가 제대로된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시게 된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에서 작가님은 도박중독 상담도 받으신다. 도박중독은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울증또한 마찬가지이다. 가정환경이나 어릴적 상처나 트라우마로 형성된 우울증은 학습된 무기력처럼 우울증으로 감정반응회로가 새로 형성되어버린 상태이다. 그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그렇다면 새로운 반응 회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새롭게 반응 시스템을 만들기까지는 우울증에 형성된 그 곱절의 시간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종종 우울증을 겪는 분들이 잘 지내다가 다시 심하게 우울해지고 죽고 싶고 그런생각이 든다는 말씀에 나는 종종, 자연스런 일입니다. 괜찮습니다. 일단은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버티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라고 말한다. 나또한 안정적으로 지내기까지 29년의 우울증의 시간을 거쳐서 알기 때문이다. 도박중독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자신이 의지가 약하고 도박중독에서 회복되는 것이 쉽지 않는 것을 인정하고 때론 도움도 받고 주변에 알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노력만으로 괜찮아지는 질병이 아니다. 때론 타인의 도움도 받고 약도 먹고 상담도 받고 지난한 시간을 여러사람들과 함께 버티고 생존해야 괜찮아지는 질병이다. 그래서, 우울증 자조모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울증을 겪는 누군가가 고립되지 않는 마음으로.

만화의 결말은 그래도 각자가 괜찮아지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짧은 몇장의 후기만화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을지 나는 가늠이 된다. 세째 시동생도 어디에선가 일용직 노동을 하며 재활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것처럼 그리고 있지만, 그 또한 다시 주식이나 코인을 하게될지도 모를 이야기이다.(물론 잘 버티고 회복의 방향으로 잘 살아가시길 응원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작가님또한 자신의 만화체가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고 만화시장또한 대량물량으로 공세하는걸 알기에 호다라는 팀을 꾸려 만화작업을 하신다. 이게 호다의 첫번째 작품이다. 호다의 다음 작품도 나는 크게 기대가 된다. 작가님은 말한다. 이렇게 호다를 만들어 단체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 작업이 잘될지는 모른다고. 다만, 워낙 인생의 바닥을 수없이 찍어본 경험을 하신 분이기에 더 이상 잃을게 없다는 생각에 안되더라도 아쉬울게 없다고 생각하신다. 나는 그 태도가 좋다. 안되면 말고 정신.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계속 해보시면 되고, 호다를 운영하는게 또 어려워져서 호다 활동을 못하실수도 있지만, 여성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가님의 만화 세계관에 관심이 많고 응원을 하고 싶어졌다. <카산드라> 또한 연재가 이어지고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꼭 읽어보고 싶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그 지난하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상기하며 정리하는 작업이 어디 녹녹했겠는가. 2023년에는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라는 작품으로 만화상도 받으셨다는데, 정말 그럴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우울증 자조모임 시즌2에서도 선정책으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픈 책이기도 하다. 너무 멋진 책이고 감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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