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이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다가 놓다가 했다. 오랫동안 읽느라고 더 그랬는지 마지막에는 이 책이 정말 지겨워져서 그만 읽고 싶기도 했다. 어쨌든 다 읽고 나서 속이 후련했다. 이제 다른 책 읽어야지 하고 있는데 자꾸만 이 책 생각이 나는 거다. 롤런드의 이야기가 뭔가 정리되지 못 한 개운하지 않은 맛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백자평으로 롤런드는 14살 때 피아노 교사와의 관계가 삶에 영향을 미친 건 맞지만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고 썼다. 롤런드는 너무 어릴 때 교사와 성적인 관계에 있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둔다. 피아니스트가 되거나 문학적 재능을 뽐낼 수도 있었던 미래의 가능성을 저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변변한 직업 없이,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야망 없이 평생을 표류하며 살았다. 그 삶 속에서는 사랑했던 여자도 있고 아들도 있으며 원치 않던 이별도 있다. 말년에 가서는 확장된 가족을 이루어 가족의 사랑 안에서 비교적 평온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다소 무기력하고 지루한 사람이지만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았던 한 사람을 따라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피아노 교사에게 분명 상처를 받기는 했지만 인간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인생이 다 그렇듯 엄청나게 행복하고 엄청나게 불행하기 보다는 그럭저럭 살다보면 살아진다. 나를 떠났던 사람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만나면 반갑고 서로 삶이 그리 쉽지 않았구나 이해하며 토닥토닥하다가 그렇게 평온하게 인생을 정리하는 노년을 맞고... 뭐 이런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지겹다 지겨워!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하루가 지나면서 계속 생각해 보니 롤런드의 인생이 이렇게 흘러간 원인은 어린 시절 피아노 교사와의 그 사건 때문이었다고 이 긴 소설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롤런드는 피아노 교사 미리엄의 영향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결국 그가 사진을 정리하면서 미리엄의 사진도 끼워 넣는 것도 그 이유라고

그러니까 평생을 간직한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 롤런드가 한때 시를 쓰고자 노력했지만 끝내 쓰지 못 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써온 일기를 결국 다 태워버린다는 것에서 어쩌면 롤런드는 평생 미리엄의 영향 속에서 살고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롤런드는 자신이 겪은 그 경험을 고발할 수 없었다.

미리엄이라는 경험을 드러내지 않고 쓴 시는 모호하기만 할 뿐 예술적 성취가 될 수 없었다

앨리사가 롤런드를 떠나서 위대한 소설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앨리사는 자신의 진실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남들을 불편하게 하고 설사 타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게 진실이 아닐지라도, 예를 들어 앨리사의 어머니에 대한 앨리사의 관점이 모두 진실은 아닐지라도, 어찌되었든 앨리사는 자신의 관점을 고수하며 끝까지 글로 밀어붙이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롤런드는? 과거 피아노 교사와의 관계를 계속해서 기억으로 불러내지만 그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일에 망설인다. 어린 시절 그루밍 성범죄에 해당하는 게 맞다고 남들은 생각할 테지만 롤런드 자신은 그 당시 그도 즐겼다고, 미리엄을 그때는 사랑했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지 못 한다

만약 아들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는 당연히 분노할 테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도 당연히 분노하는 게 마땅하지만 그는 50년이 지나 노년이 되었을 때도 여전히 과거 그때는 자신도 미리엄을 사랑했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이런 모호한 관점을 솔직히 드러내서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논쟁적인 글을 쓸 용기도 없다. 아니 그럴 생각 자체가 없다. 그래서 그는 창작자가 아닌 관찰자로만 남겨진다.

이게 바로 피아노 레슨이 그에게 남긴 교훈이 아닐까? 미리엄은 그의 삶을 지배했고 그 강렬했던 지배력이 점점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끝까지 남아서 롤런드의 삶과 함께했다. 자신이 완벽한 피해자라는 인식을 거부하고 미리엄을 가해자의 위치에만 두지 않는다는 그 자체로만 봐도 미리엄이 롤런드의 삶에 끼친 영향력은 끈질겼다. 롤런드는 결코 과거의 상처로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상처로부터 자유롭지도 못 했다. 불행하지는 않았지만 미리엄에게서 도망친 후 그 상태에서 변화하지 못 하고 멈춰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노년이 되어 찾은 평온은 그러한 삶에 그저 적응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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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2-1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어서도 지난 일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없다면 그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교훈으로 느껴집니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감싸고 정당화시킨다면 반성할 게 있을까요?ㅠㅠ

망고 2025-12-20 00:58   좋아요 0 | URL
반성이라기 보다는 이 책의 주인공이 11살때 피아노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14살때 그 교사와 성관계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그루밍 성범죄의 피해자인데 그가 일생동안 그 피해에 대해 자신을 제대로 피해자의 위치에 놓지 못 해요. 이런걸 보면서 저는 이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못 하고 계속 피아노 교사의 영향력 아래에서 살아온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마디로 주인공의 삶 자체가 어릴때 당한 그 사건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거죠.

다락방 2025-12-20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롤런드 인생에 대해 나쁘다고 타인이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일이 롤런드 인생에 영향을 미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인생이 흘러간 거요. 망고 님도 언급하셨지만, 사진들 속에 피아노선생님을 껴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저도 제 리뷰 제목을 ‘과거는 언제나 미래에서 나를 기다린다‘ 라고 쓰려고 했거든요. 그건 가해자에게도 그렇지만 피해자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요.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망고 2025-12-20 15:23   좋아요 0 | URL
소설로 읽는 저도 롤런드의 11살, 14살 때의 경험이 충격이었는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실제 롤런드라면 그 사건이 인생에서 정말 큰 영향을 미쳤겠죠. 그 이후 큰 난관없이 그런대로 살아가는 롤런드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70년쯤 살다보면 무뎌지나보다 하고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책을 덮고 가만히 떠올려보니 롤런드의 인생 전반적으로 피아노 교사의 영향이 지대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미리엄이 나중에 너무 잘 살고 있어서 가해자의 미래가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한편 현실적이기도 한 것 같고... 롤런드는 고발도 안 하고... 아아... 롤런드의 인생이 답답했어요 이게 다 미리엄 때문이다!!!

잠자냥 2025-12-20 0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흐르고 인생이 흘러도 한 사람의 생에선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롤런드의 삶에서 피아노 선생님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읽고 별로인 작품 리뷰 남기기 쉽지 않은데 망고스키 박수👏👏👏

망고 2025-12-20 15:26   좋아요 1 | URL
롤런드가 어릴때 그런 경험만 없었어도, 학교에 잘 다녔어도 다른 미래가 펼쳐졌을 텐데 그 사건으로 인해 롤런드의 지루한 70평생을 읽어야 했어요 이언 매큐언 가만안도!!!
한달 넘게 읽었는데 아무것도 안 쓰면 지는 것 같아서ㅋㅋㅋㅋㅋ 리뷰 남겨봤습니다. 망고스키 기특하나요?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12-20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부분이 궁금해요. 롤런드가 ‘그 때 나도 미리엄을 사랑했다‘라고 생각하는 대목이요. 이게 피해자가 자신의 고통을 설명 혹은 희석시키기 위한 건지 아니면 정말 자신의 감정이 그랬는지... 다른 사람은 정확히 판별하기가 어렵잖아요. 이럴 때 누구 말이 사실 혹은 진실에 더 가까운지...

책을 덮고 계속 생각나는 작품, 그런 소설이 특별하잖아요. 와~~ 재밌다!하고 잊어버리는 소설보다요. 이 소설은 롤런드의 삶이랑 연결되어 있어서 가볍다고 볼 수 없는 결말인데, 망고님 글 읽다보니깐 어쩌면 이 소설이 꽤 괜찮은 소설이겠구나 싶어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망고 2025-12-20 15:41   좋아요 1 | URL
롤런드가 14살 때 세상이 핵전쟁으로 멸망할 것 같은데 자신은 섹스도 못 해보고 죽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간절함에 미리엄을 찾아갑니다. 미리엄이 이미 11살때 롤런드에게 키스를 하면서 덫을 놓은거였고 롤런드는 거기에 걸려든 거죠. 그래서 그날 이후 롤런드는 미리엄을 계속 찾아가고 그렇게 소년과 성인의 사귐이 이루어지는데... 그 당시도 그렇고 늙어서도 그렇고 롤런드는 자신이 찾아간 거니까 자신을 피해자의 입장에 확실이 놓을지 망설여요. 재밌는건 롤런드가 그 사건을 평생 딱 두명의 여자에게 고백을 하는데 그 일을 듣고나서 여자들은 대번에 그건 피아노 교사의 세뇌이고 너는 범죄 피해자다 라고 정의를 내린다는 거죠. 하지만 롤런드는 겉으로는 그렇다고 인정하면서도 속으로는 과연 내가 피해자이기만 할까? 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걸 보면서 만약 롤런드가 11살 14살 소녀였다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 당연히 자신이 피해자라고 뒤늦게라도 알고 분노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성인과 아동의 관계인데 당연하잖아요.
아무튼 롤런드가 그 사건으로 인해 미리엄의 영향력 아래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제 생각은 그가 미리엄에게 제대로 분노하지 않는다는 점, 고발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작되었어요. 어쩌면 14살때의 미리엄 만큼 그를 애타게 원하고 소유하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롤런드는 미리엄을 사랑했다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이 뭔가 불편하고 답답했던 것 같아요.
가볍게 볼 책은 아닌데 어쨌든 다 읽어서 후련하고 이제 생각 그만해야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
 
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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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때 피아노 교사와의 관계가 롤런드의 삶에 분명 영향을 미치긴 했겠지만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과연 그게 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뜻밖의 고난과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할 수 있는 건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롤런드는 그렇게했고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았다. 나는 지루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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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12-19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평이 좋습니다. 저도 지루하게 읽을까봐 미루고 있었는데요 ㅋㅋㅋ

망고 2025-12-19 12:55   좋아요 1 | URL
저는 롤런드라는 인물이 매력적이지 않았는데 또 이 소설은 그 인물 중심이라...게다가 다루는 시간대가 워낙 넓다보니 지루했던 것 같아요ㅠㅠ

잠자냥 2025-12-19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망고는 지루했다! 이언 매큐언아!

망고 2025-12-19 13:0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역시 이언 매큐언은 꾸준히 저랑 안 맞아요! 그리고 롤런드라는 인물 자체가 저랑 너무 안 맞아요. 그 인물이 지루했고 노년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정말 으... 이언 매큐언이 이제 노년이라 이런 글을 썼을 것 같은데 저는 읽으면서 너무 힘이 빠지고 그만 읽고 싶었어요. 그래도 생각할 부분이 꽤 있긴 했어요^^

잠자냥 2025-12-19 14:12   좋아요 1 | URL
저도 이언 매큐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수영 강습 받고 씻고 나왔더니 이렇게 눈이 새하얗게.

수영장 들어갈 때는 분명히 눈 안 왔는데 나오니까 하얀 세상이다. 너무 좋다ㅋㅋㅋ




눈부신 하얀 도화지 주차장ㅎㅎㅎ 


겨울 밤 수영. 깨끗한 첫눈도 밟고 참 좋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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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2-04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눈이라니요, 눈이라니요!!

망고 2025-12-04 21:46   좋아요 0 | URL
눈이 왔어요😂 눈 오는 걸 못 봤는데 수영장 문 열고 나오니 새하얀 세상이었어요🤣

잠자냥 2025-12-04 22:01   좋아요 2 | URL
서울도 엄청 왔는데 ㅋㅋㅋㅋㅋ 울 푸코 한나 오늘 백신 맞으러 가는 길이라서 ㅋㅋㅋ 니들 묘생 첫눈 보라니까 눈은커녕 울고불고 난리부르스 😹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4 22:08   좋아요 1 | URL
아가냥들 백신 맞았군요 첫눈이 꽤 많이 와서 길도 막혔을텐데 잠자냥님 고생하셨겠어요 냥이들 눈에 발자국 콩콩 찍게 해줬나요? 발시려운 느낌 알려주셔요 발 털고 다니는 모습 귀욥잖아요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12-05 10:00   좋아요 0 | URL
망고냥이가 생각보다 발이 크군요?! 🤣 🤣 🤣

망고 2025-12-05 11:00   좋아요 0 | URL
힝 저 발 큰거 어떻게 아셨어욧!🤣

책읽는나무 2025-12-05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눈이닷!
우리동네선 눈 구경하기 힘든데 늘 알라딘 이곳에서 덕분에 눈 구경을 자주 합니다.ㅋㅋㅋ
수영 열심히 하고 계시군요.
눈과 수영!
이질적이면서도 또 잘 어울리는 풍경이네요.^^

망고 2025-12-05 11:00   좋아요 1 | URL
눈 구경 힘든 따뜻한 남쪽나라. 넘 부럽습니다 추운 겨울 싫어요😆 눈도 싫어하는데 어제 마주한 하얀 카페트 같은 눈은 예뻐보였어요😄
겨울 수영 어떻게하나 걱정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상쾌하고 좋네요ㅎㅎㅎ

2025-12-05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05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는 비도 오고 바람도 쌩쌩 불고 수영장에 정말 가고 싶지 않은 날씨였다. 하지만 나는 꼭 가야했다. 왜냐하면 수영복을 새로 또 샀기 때문에. 그거 입어보고 싶어서ㅋㅋㅋ

탈의실은 보일러를 틀어서 바닥이 따뜻했고 온풍기도 틀어서 공기도 따뜻했다. 우리집보다 더 따뜻하잖아.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드디어 새 수영복을 입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에 산 수영복은 귀엽고 색깔도 쨍해서 마음에 든단 말이지.

수영장 물은 따뜻 미지근하다. 처음 들어갈 때만 약간 추운가 싶지 발차기 한 바퀴 돌고 오면 금방 몸에서 열이 난다.

얼마 전에 유튜브를 보고 내 발차기에 문제가 많다는 걸 깨달았고 고치기 위해서 발차기를 열심히 차면서 준비운동을 했다. 근데 잘 안되네. 내 다리가 채찍이 된 듯, 허벅지를 내리고 무릎을 약간 굽혀서 촤악 내려치는 것처럼 차고 나서 허벅지를 올리면서 무릎 구부리지 않고 올리기. 이때 발목은 흐물흐물하게 힘 빼기. 이렇게 해야 한다는데 쉽지 않다... 발차기도 제대로 차려면 어렵구나.

그리고 자유형 한 바퀴 돌고 나니 강습시간이 되어서 강습레인으로 갔다.

단체강습인데 회원님들이 정원의 반도 안 오셨다. 나랑 강습 시작을 같이한 동기 두 분도 안 나오셨다. 이 분들이랑 강습 중간 중간 수영장 벽에 붙어서 조금씩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오늘 또 나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레인에 사람이 몇 명 없으니 끊임없이 돌게 된다. 자유형, 배영, 평영으로 돌고 돌고 돌고. 틈틈이 선생님 안 볼 때 벽에 붙어 쉬다가 들켜서 빨리 출발하라고 지적받고, 자유형은 너무 설렁설렁 한다고, 배영은 팔 돌리는 타이밍 못 맞춘다고, 평영은 발차기 약하다고 지적을 받았다. 결론은 세 영법 다 못 하고 있다 였다. 하아... 계속 도니까 힘들어서 자세고 뭐고 신경 쓸 수가 없어서 더 엉망이 되었던 것도 있다. 선생님은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라고 하셨다. 그렇긴 하다. 쉬지 않고 돌고 도는 상급자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어떻게 저렇게 하나 싶다. 다들 아가미 하나씩 장착하고 있는지 숨 차 보이지도 않고... 나는 언제쯤 저런 체력이 될까?

마지막에는 집중적으로 접영 웨이브로 돌았는데, 접영 웨이브는 맞게 하고 있다고 별 지적을 받지 않았다. 어머나 나 웨이브가 되고 있는 거야? 지상에서는 웨이브란 못 하는 몸치였는데 내가 물속에서 몸을 꿀렁꿀렁 웨이브란 걸 하고 있다는 말인가...재밌구나!

강습이 끝나고 씻고 수영장을 나왔더니 상쾌하고 시원했다. 이 맛에 겨울 수영하는 구나 싶었다. 여름에는 수영하고 나오면 다시 더워서 땀이 나는데 겨울엔 참 쾌적하고 시원하다. 겨울 수영, 매력 있어.

어쩐지 몸이 상쾌하고 가뿐해서 수영 가방을 흔들며 룰루랄라 깡충깡충 주차장으로 뛰어 갔다. 역시 수영 시작하길 잘 했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책을 샀다. "애도하는 음악"

20세기 2차대전을 겪고 나서의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역사도 살펴보는 책 인 것 같다.

아직 서문도 안 읽은 상태지만 곧 읽을 거다. 올해를 넘기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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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1-28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고 님의 수영 라이프 응원합니다. 화이팅!!

망고 2025-11-28 13: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당 수영은 참 재밌어요. 춥다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겨울에도 꾸준히 다니려고요 화이팅!!ㅋㅋㅋㅋ

잠자냥 2025-11-28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수영모 쓴 사진이 없으므로 무효! ㅋㅋㅋㅋ

망고 2025-11-28 20:37   좋아요 0 | URL
저 무한도전에 나온 수영모 쓴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ㅋㅋㅋㅋ상상해 보시죠😆

잠자냥 2025-11-28 23:51   좋아요 1 | URL
무도를 안 봐서…..😭😭😭

망고 2025-11-29 07:18   좋아요 1 | URL
제가 올린 첫번째 캡쳐 사진이 무한도전이라 저거 보고 상상하란 말이었는데 말이죠ㅋㅋㅋㅋ아니 잠자냥님은 무도도 모르시는군요 저는 무도에 나온 대화도 외우는거 많은데ㅋㅋㅋㅋㅋㅋ

hnine 2025-11-28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잠깐 검색해보니 포함된 음악가 네명중에 쇼스타코비치가 있어서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이라는 소설을 떠올렸어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정치, 역사에 맞물려 탄생하는 줄거리였거든요.
그런데 20세가 음악은 저는 좀 어렵더라고요.
저는 눈이 아주 나빠서 이제는 수영을 배우고 싶어도 곤란해요. 안경 쓰고 물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ㅠㅠ

망고 2025-11-28 20:48   좋아요 0 | URL
오 <시대의 소음> 안 읽었는데 관심이 가네요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저도 20세기 음악은 익숙치가 않아서 잘 듣게 되지 않아요 너무 추상적이랄까...잘 모르지만요😅
눈 나쁜 분들도 수영 많이 하시던데...수경에 도수 넣는 분도 계시고 안 보이면 안 보이는대로 하시더라고요 어차피 수영장 물 속이라 선명하게 볼 필요가 없으니...나인님 하실 수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5-11-29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100번 정도 이야기한 거 같은데, 저희 아이들이 수영을 오래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자주.... 제가 수영을 오래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영장 근처에 오래오래 있었으니깐요. 그 오랜 시간, 단 한 번도 수영에 매력을 느낀 적이 없는데 망고님 수영 글만 읽으면 막 하고싶고 ㅋㅋㅋㅋㅋㅋ 잘 안 되어도 계속 도전하면 될것 같고. 그런 생각이 들어요.
유튜브 보시면서 발차기 고치려 하신다는 이야기도 신기하구요. 수영을 할줄 알면, 그 설명이나 몸짓을 보고 자세 교정도 가능하군요.
아...... 더 이상 저에게... 수영의 세계를 소개하지 말아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1-29 23:25   좋아요 0 | URL
수영에 매력을 못 느끼셨는데 저로 인해 도전할 마음이 드셨다니 너무나 뿌듯한걸요?ㅋㅋㅋㅋ 수영 진짜 재밌는데...제가 운동을 시작만 하고 포기하는 나약한 인간인데ㅋㅋㅋㅋ수영은 재밌게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물에서 노는 거지 운동하는 거란 생각이 잘 안들기도 하고요. 옛날에 조금 배우고 나서 왜 그만 뒀는지, 계속 할 걸 하는 후회도 요즘 해요. 저랑 같은 수업 듣는 많은 분들이 다들 하는 얘기가 너무 재밌다면서, 좀 더 일찍 시작할걸 입니다. 단발머리님 도전해보세요!!! 겨울에 수영장 한가할때 하시면 더 좋을텐데...
요즘은 유튜브에 정말 좋은 수영 선생님들이 많아요. 발차기 고치는 영상도 국가대표 수영 코치님 영상을 보고 아주 쉽게 설명해 주셔서 알게 된 방법이고요ㅎㅎㅎ세상 진짜 좋아져서 방에서도 영상만 봐도 수영을 쉽게 배울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다니까요
 
프랑켄슈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160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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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혐오스럽다고 버림받고 그래도 사랑받고 싶어 세상에 다가가지만 배척당해서 점점 증오로 악마가 된 괴물, 미치광이 과학자인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멀쩡한 사람이었던 프랑켄슈타인. 공포소설인 줄 알았는데 탁월한 심리묘사,아름다운 문장이 감동이었다. 역시 원작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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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1-22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죠잉? 영화 속 빅터 너무……🤣

망고 2025-11-22 23:16   좋아요 0 | URL
영화 속 빅터는 정말 인간미가 없었어요 전혀 매력적인 캐릭터도 아니고! 영화만 보고 소설 안 읽었으면 완전 오해할뻔😡

Falstaff 2025-11-22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네스 브레너의 <프랑켄슈타인>이 원작하고 제일 가깝더라고요. 드니로의 괴물도 좋았던 기억인데 벌써 몇 년 전이라 가물가물하기는 합니다.
제 의견으로 이번 댈 토로의 영화는 완전 망작인 걸로....

망고 2025-11-22 23:19   좋아요 0 | URL
저는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접한게 이번 영화였어요😅 영화보고 너무 불만족스러워서 소설 읽었더니 소설이 훨씬 좋았어요 저도 망작이란 말씀에 살포시 동의합니다😆

단발머리 2025-11-22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는 한 편도 안 봤지만 결론은 망고님과 같은 걸로 주문할게요.
역시 원작이 최고다! 👍

망고 2025-11-22 23:35   좋아요 1 | URL
영화가 싫었던게 또 너무 징그럽고 잔인한 화면이 길게 나와서 두번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들었어요ㅠㅠ 원작에선 그런 설명이 거의 없던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