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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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다. 제목 유다는 당연히 성경에 나오는 그 유다일 것인데 과연 그 유다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던 거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내가 궁금했던 부분만 언급 하자면 "유다"에 대해서 확실히 아주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배신의 아이콘 유다는 사실 가장 예수를 사랑했고 절대로 예수를 배신한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예수를 전적으로 믿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이 소설은 말한다.


배신자 유다에 대한 이와 같은 해석은 이 소설 속에서 민족을 배신했다고 손가락질 받았던 인물에 대한 변호로 활용된다. 그 인물은 시오니즘에 반대하며 유대인과 아랍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적인 주장을 펼치다가 민족의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은둔하여 외롭게 죽는다. 이 인물은 바로 작가 아모스 오즈의 분신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실제로 아모스 오즈는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에서 평화를 외치다가 배신자라는 비난을 세게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의 이력으로 보아 배신자에 대한 사유는 어쩌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기독교 주류와는 전혀 다른 "유다"를 펼쳐 보이는 것으로 이 소설은 유대인 전체에 대한 변호를 하기도 한다. 예수를 배신한 유다는 유대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이 예수를 배신했다는 즉 유다=유대인이라는 일반화가 서양 기독교 문화권에 퍼지게 되면서 혐오의 씨앗이 만들어 졌다. 그러한 혐오에 불을 붙일까봐 역대로 유대인 사상가의 어떤 책에도 유다에 대한 언급은 피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로 유다가 과연 배신자가 맞는지에 대한 해석을 비튼다면,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유다가 곧 유대인라는 통념도 변할 것이라고 이 소설은 넌지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니 이 책이 아주 딱딱한 담론만 던지는 소설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학원생이 감성이 풍부하고 살짝 어설픈 젊은 남자라 그의 시선을 따라가는 맛이 풋풋했다. 묘사도 섬세하고 서정적이라 문장을 읽는 맛도 좋았다.

읽는데 꽤나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책장이 빨리 넘어갔다. 서사로 이루어진 소설이 아닌 주로 등장인물들이 앉아서 논쟁을 주고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소설임에도 집중력있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소설이다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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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오즈 ˝유다˝ 읽고 있다.
투명한 고요. 이 표현 너무 마음에 드네^^


이 모든 것들 위에 추운 겨울 저녁의 고요가 내려앉았다. 이 고요는 이리 와서 함께하자고 부르는 투명한 고요가 아니라, 무관심하며, 아주 대단히 오래되고, 등 돌리고 앉은 고요였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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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를 보고 내용상 약간 부족함을 느껴서 원작 소설을 보고자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원서를 샀는데 바로 이게 실수였다. 몇 번을 집어 던졌는지 모른다!

너무너무 재미없었다. 원서를 읽을 때는 그저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셋째도 재미다. 재미라는게 흥미위주의 가벼운 재미도 물론 포함이지만 내가 감탄할 수 있는 문학적 성취나 지적인 흥미 같은 것도 당연 재미에 속하는 것이다. 아무리 원서에 단어가 어렵고 문장이 복잡해도 이런 재미들이 있으면 참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도통 재미가 없었다!

스릴러인가 하고 읽었지만 전혀 스릴러가 아니고 그렇다고 문학적으로 가슴을 때리는 이야기를 하고 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소설 속 인물이 읽는 소설 이야기는 그것대로 긴장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순전히 소설 속 소설이라는 형식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나와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소설 속에서도 이미 소설이라고 하면서 나오는 이야기를 대체 무슨 긴장감을 가지고 읽을 수가 있겠는가? 이건 그냥 소설일뿐이라는 한계가 정해져 있는데?

그리고 그 소설을 읽는 수잔의 이야기는 정말......공감도 안 되고 재미도 없고.

대체 왜 수잔은 에드워드의 소설을 읽으면서 양심에 찔려하는 건데? 그 이야기와 수잔의 첫 번째 결혼 생활과의 연관성을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거지?

게다가 문장들이 너무너무 짜증난다. 길게 줄줄 늘어지거나 불완전한 문장들로 끝내버리는 이 작가의 문체는 정말이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읽다가 이게 뭔소리지 하고 돌아가서 다시 읽기를 계속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책을 집어 던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래도 한번 어떻게 끝내나 보자며 다시 가지고 와서 꾸역꾸역 읽다보면 도통 등장인물 그 누구에게도 정이 쌓이지 않고 오히려 화가 쌓이기 시작해서 급기야는 뛰어넘기 신공을 발휘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나는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다시는 이 작가의 책을 보지 않겠어 라고.

작가 이력을 보니 대학에서 문학을 가리쳤던 교수님이었다. 어쩐지! 학생들 가르치며 소설을 분석하던 습관대로 소설을 쓰신것이로구만. 소설을 너무 머리로 썼다 했지.

아무튼 이 책은 책장 속 눈에 안 띄는 구석탱이에 처박아 둬야겠다. 책에 대한 나의 소심한 복수다.

 


ㅠㅠ 요즘 올해들어 산 책이 택배사에서 안 오고 있다. 교보랑 예스24에서 산 것들. 벌써 열흘이 넘었다.

새 책이 안와도 읽을 책은 많지만 그래도 안 오니 답답하고 뭐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이 더욱더 곱게 보일리가 없었던걸까? ㅋㅋㅋㅋ 쓰다 보니 분노의 후기가 되었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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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12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수님 자신이 창작한 주인공들을 분석 하듯이 ㅋㅋ
소설 작법(페이지 터너)는 리 차일드와 킹 작가가 교수님들보다 훠!얼씬!^^

새해 연휴 시작 되는 주 이전에 망고님 주문 도서들 안전하게 도착 해야 하는데...

망고 2022-01-12 23:48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교수님이 소설을 여러방면으로 생각해 보도록 썼는데 너무 가슴으로 안 와닿고 그냥 학생들한테 소설은 이렇게 구성하고 독자들은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등등을 본보기로 보여주듯 쓴 느낌이에요ㅜㅜ 에잇 영화로 끝냈어야 할것을
 


2022년 첫날 읽고 있는 책은 "안나 카레니나"다.

사실 한 10년전에 사 놓고 묵혀 둔 책이다ㅋㅋㅋㅋ 내 책장엔 10년이상 안읽고 묵힌 책들이 꽤 있다ㅠㅠ

주로 세계문학 고전들이 그러한데 언젠가 읽겠지 하면서 미뤄두다 보면 책장에 늘 그 상태로 자리잡고 있는게 익숙해진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급기야 눈에 잘 안 띄는 상황까지 가게 되고 익숙해서 없는듯하게 10년쯤 책장에 고이 잠들어 있어도 신경쓰지 않게 된다. 그리고 새 책은 계속 쌓이고 쌓이고... 

그래서 이제는 반성을 좀 하고, 새해에는 책장 파먹기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암튼 결론은 그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를 이제 시작했다는 거다.

오늘 1권을 다 읽었는데 1권까지는 약간 갸우뚱한 느낌이다. 지루하거나 그런건 아닌데 유명세에 비해선 뭐 이 작품이 그렇게 대단한가 하는 느낌이라... 아직 1권이라 그렇겠지?

근데 이 책을 읽다보니 번역이 기존에 보던 번역서의 느낌이 아니고 뭔가 신선하다. 번역문인데 간간이 튀어나오는 한글표현들이 색다르다.  

특히나 '숙부드럽다'는 표현은 처음 들어봐서 국어사전 찾아보기 까지 했다.


숙부드럽다 [숙뿌드럽따]  
  • 1.

    형용사 물체가 노글노글 부드럽다.

  • 2.

    형용사 심성이 참하고 부드럽다.

  • 3.

    형용사 품행이 얌전하고 점잖다.

표준국어대사전


그렇구나. 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새로운 단어를 알게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망고가 올해는 숙부드러운 고양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당장 활용해 본다.


안나 카레니나 베고 뒹굴거리는 망고. 올해 15살 아직 우리집 애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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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1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1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2-01-01 1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망고님 2022년 새해 안나카레니나로!!

배부른 냥이 !망고님에게 간식 더 달라고 책을 빼았나봐여
     />  フ
     |  _  _ l
     /` ミ_Yノ
     /      |
    /  ヽ   ノ
    │  | | |
 / ̄|   | | |
 | ( ̄ヽ__ヽ_)__) \│ /
\二つ
.*˝ ☆˝*.

( + 福 + )
˝*****˝
새해 복 마뉘 ^ㅅ^
 

망고 2022-01-01 18:11   좋아요 2 | URL
스콧님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냥이가 넘 귀여워요 꼬리까지 완벽^^ 스콧님 올해도 유익한 글 많이 써주시고 건강하세요😸

골드문트 2022-01-01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박형규 선생은 아휴,아흔이 훌쩍 넘었을 텐데요, 그래서 이이의 문장이 예스러운 곳이 많습니다.
요즘 문법과 단어를 선호하시면 젊은 역자들의 책을 선택하시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전 박선생의 조금 꼬리꼬리한 문장을 좋아합니다만, 전적으로 제 취향입니다. 어차피 이 책을 쓴 늙은이도 오늘 낼 하는 인생의 막차를 탈 무렵에 대책없이 가출해서 이름없는 역에서 죽잖아요. 그래 늙은 이의 번역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ㅎㅎㅎㅎ, 개뿔도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

망고 2022-01-01 19:09   좋아요 3 | URL
오 역자님이 현재 그렇게 연세가 드셨군요 전혀 몰랐어요 이제야 번역이 왜그런지 납득이 갑니다 근데 싫다는건 전혀 아니고요 오히려 엄청 신선했어요 그래서 전 고전소설의 맛을 살리고자 옛스런 표현들을 일부러 이렇게 사용했구나 했어요😁덕분에 몰랐던 표현들도 알게 되어서 좋았고요! 골드문트님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2-01-01 19:48   좋아요 3 | URL
ㅎㅎㅎ 꼬리꼬리! 골드문트님 댓글은 정말 재밌습니다.
그렇죠? 망고님!^^

망고 2022-01-01 19:53   좋아요 3 | URL
네^^꼬리꼬리~꼬리 하나만 쓰면 그느낌 안 사는데 꼬리꼬리는 정말 절묘합니당 왠지 좀 귀엽기도하고요ㅎㅎㅎ
 



루시 바턴과 윌리엄은 대학에서 만나 결혼했고 딸 둘을 두었다. 윌리엄은 결혼 생활 내내 여러명의 불륜 상대가 있었고 루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윌리엄은 대학 시절부터 부부의 친구인 여자와도 바람을 피웠다. 윌리엄은 정말 최악의 남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도 루시는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그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이 불륜상대 때문에 자신을 버릴까봐 두려워서 서럽게 울며 남편을 붙잡고는 제발 나를 떠나지 말라고 사정하기 까지 했다.

젊은 시절 루시 바턴은 그랬다. 자신이 남편을 버려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버려질까봐 울며 매달리던 사람이었다.


루시에게는 너무너무 가난해서 춥고 배가 고팠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은 아이들을 학대하다시피 훈육 했고 학교에서는 더럽고 냄새난다고 놀림의 대상이 되었던 성장기. 그것은 그녀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이런 루시가 대학에 가서 사랑에 빠지게 된 윌리엄은 여유 있는 집안에서 사랑 받고 자란 외동아들로 루시와는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이었지만 루시를 편안하게 해 주던 사람이기도 했다. 너무 가난해서 집에 TV가 없었기 때문에 대중문화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들을 하나도 몰랐던 루시에게 윌리엄은 다정한 안내자 역할도 해주었다. TV도 같이 봐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고 비행기도 태워주고 어머니 집에 데리고 가주기도 하면서 윌리엄은 루시에게 세상을 보여주었다

윌리엄 전에 만났던 남자는 루시의 촌스러운 패션을 지적하거나 가난한 집에서 자란 것을 신기해하며 루시를 기분 나쁘게 하곤 했다. 하지만 윌리엄은 루시에게 차근차근 가르쳐주며 함께 손을 잡고 길잡이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루시는 윌리엄과의 관계를 헨젤과 그레텔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윌리엄은 헨젤이고 루시는 그레텔이라고. 둘다 어린아이고 숲속에서 길을 잃어 빵조각을 찾으며 나아가야 하지만 그레텔은 헨젤이 있어서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그래서 루시는 윌리엄에게 남들에게는 절대 하지 못 할 어린 시절의 깊숙한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을 수 있었고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 하지만 윌리엄 앞에서는 어린아이같이 엉엉 울어버릴 수도 있었다. 윌리엄과 살던 집은 진정한 집이라고 느끼는 유일한 집이었다고 하고 나중에 재혼한 남편과 살던 집은 진정한 의미의 집이라 부르지 못 했다고도 한다.

 

이토록 루시 바턴에게 윌리엄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루시는 윌리엄을 떠난다. 아이들이 다 대학을 가게 되고 결혼 생활도 20년쯤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루시가 떠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소설가가 되면서 드디어 독립할 용기가 생겼기도 했고 그 당시 루시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윌리엄과 이혼 후에도 루시는 계속 그와 친구로 지낸다.

루시의 현재 나이 64, 윌리엄은 71살이다. 그러니까 루시와 윌리엄은 40년 이상을 알고 지내온 셈이다. 부부로 20, 친구로 20년을 함께하는 관계란 어떤 걸까? 소설을 읽는 입장의 나로서는 이런 관계가 과연 현실에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 좀 놀라웠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루시라면 이런 관계를 지속할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루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마음 한 구석에 외로움과 우울함을 조용히 쌓아놓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꽤 자주 현실 속에서 남들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에 휩싸인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이런 자신을 보고서 비웃고 있다는 부끄러운 감정도 동시에 든다고 한다. 이 느낌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루시는 그런 느낌이 두렵다. 이런 루시의 감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윌리엄이다. ‘루시 또다시 그런 느낌이 드는 거야?’ 하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 이 세상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남편 윌리엄인 것이다. 이런 관계는 외로움이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되곤 하는 루시에겐 참 소중했을 것이다. 그래서 윌리엄은 루시의 누구보다 가장 친밀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윌리엄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 할 때 루시는 윌리엄한테는 권위가 있다고 말한다. 울타리 같은 든든함을 권위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느꼈는데, 앞서 말했던 그레텔의 손을 잡고 길을 찾아가는 헨젤과 같은 느낌을 루시는 내내 윌리엄에게 투영한다.

그래서 루시가 재혼한 남편이 병에 걸렸을 때, 그리고 그가 죽었을 때 전화한 사람은 윌리엄이었다. 루시의 전화를 받고 윌리엄은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처리해 준다.

결혼 생활 중 시어머니 캐서린이 죽어갈 때도 윌리엄은 감정적이었던 루시와 달리 이성적으로 다가올 캐서린의 죽음 이후의 문제를 처리해 나갔다.

이러한 윌리엄의 모습들에 루시는 마음속에 그 권위에 대한 확신을 단단히 쌓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윌리엄에게 몇 가지 충격적인 일이 닥치면서 루시가 알고 있던 윌리엄이라는 이미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 균열은 그전부터 생겨오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윌리엄이 점점 늙어 가는 게 보였을 무렵, 윌리엄의 등이 예전처럼 꼿꼿하게 서 있지 않다고 느꼈을 때 루시는 윌리엄을 보며 마음 아파한다. “오 윌리엄!”을 삼키며.

윌리엄이 겪은 가장 충격적인 일은 최근 자신에게 이부 누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70살이 될 때 까지 까맣게 모르던 일이었다. 거기에 현재 윌리엄의 세 번째 결혼까지 파탄이 난 상태라 그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윌리엄에게도 루시는 가장 친한 친구이고 어머니 캐서린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루시의 존재가 위안이 된다. 그래서 윌리엄은 어머니에 대한 진실과 누나를 확인해 보기 위한 여행에 함께하자고 루시에게 부탁한다.

 

루시와 윌리엄은 죽이 맞아 웃기도 하고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면서 여행을 한다. 여행 하는 모습이 꼭 오래된 부부 같기도 했다. 이제는 배고픈 걸 참지 못 하는 노년의 루시 바턴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밌는 부분이기도 했고.

아무튼 여행에서 윌리엄은 누나가 아주 잘 살고 있으며 윌리엄과는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게다가 어머니가 자랐던 집도 가서 보게 되는데 그 집이 너무 작고 형편없어서 충격을 먹는다. 이건 루시도 마찬가지였다. 루시가 자랐던 집보다도 더 작고 가난해 보이던 집이었던 것이다.

루시가 보기에 늘 우아하고 사랑스럽고 상류층 사람처럼 보였던 시어머니 캐서린. 캐서린은 한번도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윌리엄도 루시도 캐서린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캐서린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루시를 소개할 때는 늘 이렇게 말했다. “Lucy comes from nothing”(루시는 출신이랄 것이 없어)

루시에게 캐서린의 취향대로 옷을 사주고 골프를 배우도록 종용하고 루시를 고급스러운 휴양지에 데리고 가주기도 했던 캐서린은 정말로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윌리엄은 이제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모두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여행은 끝난다.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에 윌리엄은 풀이 팍 죽어 있다. 급기야 그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까지 보게 된 루시는 다시 한번 오 윌리엄!”을 삼킨다.

그러니까 루시는 윌리엄의 길이가 맞지 않은 짧은 바지를 볼 때도, 매치되지 않는 색깔의 양말을 볼 때도, 커다랗고 황량한 아파트에 윌리엄 혼자 있는 모습을 볼 때도  윌리엄!을 삼켰다. 요즘 따라 윌리엄의 모습에 루시는 자꾸만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한동안 뜸했다가 다시 만난 윌리엄은 루시에게 또 다르게 다가온다.

그의 얼굴에서 권위가 사라졌음을 보게 된 것이다. 루시를 안전하게 느끼게 해 주었던 그 헨젤의 모습이 윌리엄에게서 사라졌다.

단단하기만 할 것 같은 윌리엄이 슬퍼하는 모습을 봐서일까? 그도 한낱 늙어가는 외로운 인간이라는 연민이 자아낸 결과일까?

아니 어쩌면 캐서린이 살아 있을 때 루시도 윌리엄도 캐서린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던 것처럼 아마도 루시는 윌리엄을 알지 못 한 것일 수도 있다. 그의 아주 작은 일부만 알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변한 건 루시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헨젤에게서 안전함을 느꼈던 그레텔이 다 커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히려 윌리엄이 루시의 존재로 인해 위로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 윌리엄!”은 루시의 성장을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서서히 극복해 가는 과정, 윌리엄에게서 안전함을 느끼다가 이제는 윌리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젊은 시절 윌리엄의 다리를 붙잡고 제발 나를 떠나지 말라고 울며 매달리던 루시와 현재의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모습의 루시를 비교해 보면 그녀의 성장이 확 와 닿는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부터 봐온 루시가 이제는 덜 외롭고 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오 윌리엄!”을 덮는다. 이제 나는 루시 바턴을 두 딸과 함께 백화점에서 수다를 떨며 쇼핑하는 모습으로 상상할 수 있다.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노년의 루시 바턴을 그려볼 수 있어서 정말 안심이 된다.

 

 

짤막한 현재의 일화들에 의식의 흐름처럼 끼어드는 회상들이 이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데, 시간과 시간 사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여백이 많지만 부족하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루시 바턴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 진액만 쭉 짜 놓은 거 같은 느낌이다. 문장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이전 소설보다 더 간결하다. 하지만 그런 간결함에 정말 많은 감정을 담고 있어서 짧은 문장 하나하나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 엘리자베스! 작가님 글이 너무 좋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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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2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망고님에 따끈 따끈한 오! 윌리엄 리뷰!! 넘 ㅎ 좋습니다 !^^

망고 2021-12-22 14:54   좋아요 1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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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O☕️O

감사합니당~ 커피드세요 스콧님ㅎㅎ

다락방 2021-12-22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고님은 이 책을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번역본 출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윌리암이 그 윌리암이로군요. 루시 바턴의 연작이네요. 저도 얼른 읽고 싶어요.

망고 2021-12-22 16:2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번역본 나오기전에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거 같은데요 정말 문장이 간단하고 분량이 짧은데 단어도 어렵지 않아요 도전해 보시길 추천해요

다락방 2021-12-22 16:41   좋아요 0 | URL
아아 제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시는 망고님 🥺

망고 2021-12-22 16:49   좋아요 1 | URL
일단 시작해 보셔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