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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연구 ㅣ 암실문고
앨 앨버레즈 지음, 최승자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평점 :
제목만으로 책을 집어들게했다. 첫 머리말을 읽고서 읽어봐야지.라는 마음을 먹게한 책.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죽음에 관한 책이 늘 궁금하다. 알지 못하는, 절대 알 수 없는 그것이기에 그런 것일까. 죽음에서도 자살은 특별하다. 생명의 기본 욕망은 “살아있음”을 유지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스스로 그 삶을 놓는 이들의 선택 자살. 그렇기에 더욱 궁금했다.
참고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게는 정말 어려웠다. 여전히 어렵다. 문학적으로 풀어가는 자살이라는 개념은…
첫장 “실비아 플러스” 저자의 지인이기도 했고, 시인 이였던 이. 그녀의 글과 그녀의 삶을 통해 왜 그녀가 자살을 했어야 했는지를 돌아보는 장. 제 3자의 눈이고, 그녀 스스로가 죽음에 대해 어떤 글도 남겨놓지 않았기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녀의 삶의 궤적과 시를 통해 짐작만 할 뿐. 그것은 그녀가 남편과의 이별을 통해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이별을 동시에 다시 떠올리게 했고 그것은 곧 사무치는 상실감을 되새기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것.
어느 순간 부터 드러난 그녀의 슬픔과 깊은 어둠이 시를 통해 드러나지만, 저자는 말한다. 예술가가 창조적 활동을 통해 그 슬픔과 상실을 드러낸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때로는 그 창조적 활동이라는 수단을 통해 그 심연에게 더 가까이 가도록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극을 통해 카타르시스 즉 부정적 감정의 해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관중들에게만 해당되었던 말 이였던 걸까.
잠깐씩 등장하는 그녀의 시들은 내게는 너무나도 어두웠다. 짙었고.
그리고 자살의 역사
자살을 부정하는 역사에서 기독교는 빼놓을 수는 없다. 처음부터 기독교에서 자살을 죄악시 하지는 않았다. 6세기에 이르러서야 ”살인하지말라“는 항목에 의거하여 다소 독특하게 해석한 것아 근거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인간의 영혼을 담는 그릇인 육체는 신이 주신 선물이기에 헛되이 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 그것을 계속해서 공고히 만들어가며 자살은 곧 금기. 그리고 두려운 무엇이 되었다.
자살에 대한 역사적 시각에서 로마법은 다소 이상했다. 로마법에서 자살은 죄가 아니다.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남의 목숨은 더더구나 아끼지 않는 법이다” p.122라는 이유로 자살자를 처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앵..? 자살을 하는 이유가 아니라 행위 그 자체만으로 판단하는 근거라기엔 너무나도 확장된 해석 아닌가.. (더군다나 노예는 그 목숨이 주인의 것이기에 그 자체가 주인의 투자금으로 보았다는 점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알고 있음에도 하.. 하는 한숨만 나왔다)
3장과 4장에서 다루는 자살이라는 세계 및 문학 부분은 문학가들의 글을 통해 자살을 다루지만, 읽을 수록 “죽음”이라는 그 자체에 매몰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소 난해하고, 문학가들의 어두운 문장 속에서 “죽음”이라는 것에 침잠해가는 무엇을 보는 느낌이랄까. 아. 그 자체가 우울감을 가져온다는 말이 아니다. 내 감정이 아니라 문학 그 자체가 오롯이 심연만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는 의미다. 시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기도 했지만.. 2차 세계 대전의 강제 수용소 같은 환경..
”그 개인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또한 어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그러한 죽음은 그 개인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도장을 찍어 줄 뿐이었다“ p.419
나의 자살이 나의 삶의 흔적이라니. 얼마나 끔찍했던 시대란 말인가. 강제 수용소의 죽음은 한 개인이 아니라 한 집단에 대한 학살을 통해 인간 자체의 몰개성을 나타낸다.
그런 시대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증명이 나의 죽음 뿐 이였던,,,, 너무나 극단의 시대였다는 점이 너무나 끔찍했다. 아.. 정말 3장과 4장은 나에게는 꽤나 난해하고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 흑.
마지막 장은 작가 스스로가 자살이라는 유혹. 행위로부터의 해방을 보여준다. 왜 이 책을 썼을까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는 부분이랄까. 서론을 읽으면서는 가까웠던 이의 죽음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 이 책에 이르렀는가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기에 이토록 자세하게 파고든 저자의 의도가 궁금했던 쯔음. 저자 스스로 역시 삶의 끝이라는 것에 매여있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가 왜 그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의 결과로 그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가 담담하게 쓰여진 마지막장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어쩌지 못하는 절망감을 품고 한번쯤은 떠올려봤을 법한 그 단어가 삶 속에서 어떻게 해소? 또는 묻어져? 가는 것인지가 쓰여있다.저자의 모든 감정에 동의 하진 않으나 저자가 이른 결말에는 부분 이해가 가기도 했다.
흥미로운 책이다. 여전히 터부시 되는 그 행위에 대해 쓴 연구. 말그대로 연구다. 연구.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로 쓰여진. 그것을 옹호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조금 어려웠지만,
읽어볼만하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