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물리학 - 우리가 사는 행성의 구조와 작동 방식 DEEP & BASIC 시리즈 6
윌리엄 로리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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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에서 지구물리학자로 경력을 바꾼 윌리엄 로리의 책이다. 지구물리학은 물리학의 방법을 사용하여 지구의 물리학적 성질 및 지금까지 일어났고 앞으로도 계속될 지구의 진화를 지배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지구과학 분야다. 지구물리학은 지구 궤도 인공위성으로 관찰할 수 있는 지표의 변화에서부터 관찰할 수 없는 지구 심층부의 활동까지 아우른다. 물리학 실험은 세심하게 통제되는 실험실 환경에서 이루어지지만 지구물리학 연구는 자연이 만들어놓은 환경 속에서 수행해야 하며 따라서 완전히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지질학적 과정은 매우 긴 시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된다. 지구 자기장의 느린 변화는 수천 년에 걸쳐 일어나며, 판의 이동은 수천만 년에 걸쳐 일어난다. 하지만 이렇게 느린 시간의 과정도 바위에 흔적을 남기며 지구물리학의 방법으로 이것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 우주에서 지구의 물리학적 성질을 측정할 수 있게 되자 측지학(測地學; geodesy)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지구의 중력으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측지학은 지구의 형태와 중력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구의 많은 부분은 사람이 직접 측정할 수 없는 지역이다. 가령 지구는 70%가 바다로 덮여 있다.


지구물리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지진학(seismology)이다. 지진은 인류가 마주치는 가장 큰 재난이지만 이런 재난에서 생겨난 지진파가 어떻게 지구를 지나가는지 연구하는 과정에서 핵, 맨틀, 지각의 동심(同心; concentric) 구조가 밝혀졌다. 냉전 시기에 핵실험 금지조약을 감독하는 과정에서 지진계의 발전이 필요했다. 소규모 핵실험과 작은 지진을 구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수소와 헬륨은 현재 알려진 우주 원소의 73%와 25%를 차지한다. 나머지 2%는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다. 태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력에 의해 입자들이 질량 중심으로 뭉쳐질 때 정확히 중심을 향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회전이 일어난다. 지구는 자체 중력에 의해 점점 다져지면서 작아졌는데 이때 열이 방출된다. 방사성 붕괴에 의한 열까지 가세해서 마침내 내부 온도가 철이 녹는 온도까지 올라갔다. 중력에 의해 무거운 원소들(철, 니켈)이 중심부로 모여 밀도가 높은 핵이 되었고 가벼운 원소들은 위로 올라가서 핵을 감싸는 규산염 맨틀이 되었다.


화학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진 얇은 지각이 나중에 맨틀 표면에 형성되었고 여러 번 바뀌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지진 작용은 지구의 응력(stress)과 변형(strain) 사이의 관계에 의존하며 따라서 지진학을 이해하려면 이러한 성질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응력은 단위 넓이에 주어지는 힘을 말한다. 응력에 의해 생겨나는 상대적인 뒤틀림을 변형이라 한다. 응력이 점점 커지면 물질은 마침내 탄성 한계에 이르고 그 한계를 넘으면 물질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더 큰 응력을 가하면 응력에 비례하는 정도를 넘어서는 큰 변형이 일어나고 계속해서 응력이 커지면 마침내 물질이 파괴된다.


횡파가 액체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액체가 매질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핵은 엄청난 압력에 의해 고체 상태이고 외핵은 유체로 열에 의한 대류가 일어난다. 지판(地板)의 수평 방향 길이는 수천 킬로미터에 이른다. 지진의 90퍼센트 이상은 지각에서 기원한다. 단층에서 발생한다는 의미다. 단층이란 고체 암석 덩어리에 균열이 일어나서 단층면을 사이에 둔 바윗덩어리들이 상대적으로 이동한 것을 말한다.


변형의 느린 축적은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심지어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동안 축적되다가 단층의 특정 위치에서 암석이 탄성 한계에 도달하면 부서지고, 당겼다가 놓은 용수철처럼 되튄다. 이때 억눌려 있던 탄성 변형 에너지가 갑자기 격렬하게 방출되어 지진이 일어난다. 지진의 전 세계적인 분포는 판의 경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판의 발산 경계와 수렴 경계 외에도 판이 생성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서로 지나가는 경계 유형을 보존 경계라 한다.


최근 지진학자들은 단층의 운동이 항상 파괴적인 지진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새로운 종류의 느린 지진이 발견된 것이다. 원인은 아직 모른다. 대부분의 지구물리학 연구에서는 뉴턴의 중력 이론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끌어당기는 물체가 매우 무겁거나 서로 가까이 있으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사용해야 한다. 가령 태양 주위를 도는 수성 궤도를 설명할 때가 전형적인 예다.


지구 내부에서 압력은 위쪽에 있는 지층의 무게로 인해 깊이에 따라 증가한다. 해수면에서 대기압은 10만 파스칼에 가깝고 지구 중심부의 압력은 대기압의 360만 배 이상이다. 지구와 달의 질량 중심은 지구 중심으로부터 약 4600km 벗어난 지점에 있다. 지구의 반지름인 6371km보다 충분히 안쪽이다. 지구와 달은 이 점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마치 두 무용수가 왈츠를 추는 것처럼.


지구가 태양을 도는 타원 궤도는 실제로는 이 질량 중심의 궤적이다. 지구와 달이 질량 중심 주위를 회전하는 운동에 의해 지구에 원심 가속도가 생긴다. 가속도의 방향은 달에서 정반대로 멀어지는 쪽이다. 달의 중력은 이 방향과 반대다. 둘을 합친 효과로 조석(潮汐)이 생긴다. 이 힘에 의해 등퍼텐셜면이 변형되어 럭비공처럼 생긴 길쭉한 타원체 모양이 된다. 지구의 표면은 조석에 의해 달의 방향으로도 부풀어 오르고 그 반대 방향으로도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부분의 크기는 다르다. 지구는 매일 두 번 조석 부풂을 겪는다.


고위도 지역에서는 조석이 하루에 두 번 일어나지만 적도 지역에서는 하루에 한 번 일어난다. 대개 조석은 해수면의 변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구의 단단한 부분에서도 조석이 일어난다. 이를 지각(地殼) 조석이라 한다. 이는 지구의 단단한 표면에서 수직으로 최대 38센티미터, 수평으로 최대 5센티미터의 변위로 나타난다. 태양도 조석에 기여하여 1년 1회와 1년 2회의 성분을 만든다.


태양의 질량은 달의 질량보다 훨씬 크지만 지구로부터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어서 태양에 의한 조석 가속도는 달의 45퍼센트에 불과하다. 각각의 조석 변위가 럭비공 모양이라고 상상하면 럭비공이 같은 방향일 때 달의 조석과 태양의 조석이 서로 강화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표상의 물질이 침식으로 깎여나가거나 빙상이 녹으면 지각평형의 반응으로 산이 융기한다.


점탄성(viscoelasticity)이란 것이 있다. 응력이 짧게 가해질 때는 탄성적으로 반응하지만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응력이 가해지면 끈적끈적한 점성 유체처럼 반응한다. 보통은 고체의 성질을 보이는 맨틀이 흐르는 것도 점탄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점탄성의 반응은 캐나다 북부와 페노스칸디아에서 상부 맨틀의 빙상에 대한 반응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빙상의 무게에 눌리면 지각 중심부가 맨틀로 내려간다. 변위를 일으킨 맨틀로 인해 주위의 땅이 살짝 솟아오르는데 젤리를 누르면 주위가 조금 솟아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빙하기 이후에 이완이 일어나면서 지금은 반대의 운동이 일어난다. 솟아올랐던 가장자리가 가라앉고 있고 반면 중심부는 융기하고 있다. 이 거동은 암권의 휨강성(flexural rigidity; 휨에 대한 저항)과 상부 맨틀의 점성과 모두 관련된다. 지구 내부의 열은 지구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이 에너지가 판에 지질학적 운동과 지자기장 생성 같은 지구 전체에 걸친 지질학적 과정에 힘을 공급한다.


지구 내부의 열은 두 가지 근원에서 생겨난다. 하나는 지각의 암석과 맨틀의 방사능에 의해 발생하는 열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가 생길 때부터 있던 열이다. 방사성 열원은 주로 우라늄 238, 우라늄 235, 토륨 232, 포타슘 40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에 의해 열을 지속적으로 내놓는다. 이들은 주로 지각에 존재하지만 일부는 맨틀에 존재한다. 태초의 열은 지구가 불덩어리로 생성되던 시기에 남은 열이다.


용암의 흐름은 중력에 의해 발생하며 화산 폭발에서 뜨거운 물질의 분출은 압력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두 경우 모두 이류(移流; advection)에 의한 열전달이 일어난다. 반면 열대류는 밀도와 온도 차이로 인한 부력에 의해 물질이 이동하면서 일어난다. 맨틀 플룸은 지구 표면의 이른바 열점의 근원이다. 열점은 해양과 대륙에서 판 내부의 열류량이 크고 화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지역이다. 이것은 판 경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화산 활동의 한 유형으로 여기에서 생성되는 현무암은 확장 해령에서 생성되는 현무암과 화학적 조성이 약간 다르다.


맨틀 플룸은 뜨거운 물질로 이루어진 비교적 가는<세; 細> 기둥으로 볼 수 있다. 폭은 대략 100~200km다. 지구 내부의 녹은 핵은 자기장을 생성하기 위한 조건을 만족한다. 핵의 유체는 좋은 전기 전도체이므로 자기장 속에서 핵의 유체가 흐르면서 전류가 유도되고 이것은 스스로 강화되는 과정을 통해 다시 자기장을 만든다. 판의 가장자리에서 생기는 해양 지각의 화성암인 현무암은 지자기장 속에서 주변과 같은 온도로 냉각되면서 자화(磁化)된다.


1억년 전에 형성된 해양지각에서 추출한 현무암은 여전히 식을 때의 자기장 방향으로 자화되어 있다. 퇴적암도 형성되는 시기의 자기장을 기록할 수 있다. 바위가 풍화되고 침식될 때 미세한 알갱이들이 바람이나 물에 의해 운반되어 강바닥, 호수, 바다에 퇴적된다. 물에 잠긴 퇴적물 속의 미세한 자철석 낱알은 작은 나침반 바늘처럼 행동할 수 있고 침전 중 또는 직후에 자기장에 대해 정렬할 수 있으므로 퇴적되는 지점의 지자기장 방향으로 자화되며 약하지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잔류 자기는 퇴적암을 단단하게 하는 자연적인 지구화학적 과정을 거치면서 퇴적암에 고정된다. 용암에서처럼 이 자화도 매우 오랜 동안 유지될 수 있다. 많은 자연 현상이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에 지구물리학 탐사에서 이론에 딱 맞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기도 한다. 지구과학자들은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통제할 수 없다. 단지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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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해령(mid ocean ridge)에 대해 검색하다가 분수령(分水嶺)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가 watershed라는 사실이 기억나 water를 magma로 바꿔 magmashed라는 단어를 만들어 검색하니 이런 답이 나왔다.


<Magmashed는 연천군 전곡읍과 관련한 지질학 용어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Magmashed라는 단어가 지질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shed는 분리하다(separate), 나누다(divide) 등의 의미를 갖는 말이다. 그나저나 마그마를 나눈다는 의미의 magmashed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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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이야기란 책이 눈에 띄어 열어 보았으나 저자 데이바 소벨이란 이름은 낯설게 느껴진다. 행성 이야기처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으나 아직 읽지 않은 갈릴레이의 딸의 저자이기도 한 분이다.
과학사를 문학처럼 즐길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가진 과학 저널리스트라고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천문학 책은 지질학 책에 비해 소수이다. 칼 세이건을 우상으로 여겼던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책도 몇 권 있다.
그의 우주 교향곡 1, 2권은 흥미롭게 읽었다. 행성 이야기는 태양, 수성, 금성, 지구, 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등의 천체를 다룬 책이다. 태양은 항성이고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등은 행성이고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강등된 천체다.
행성보다 작고 소행성보다 큰 천체를 왜소행성이라 한다. 행성 이야기의 출간 연도는 2005년이고 명왕성이 왜소행성이 된 해는 2006년이다. 명왕성은 구형(球形)이 될 만큼 크지만 궤도 우위를 행사하고 궤도 주변을 깨끗이 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지구과학 교사 앙은혜는 명왕성은 행성이 지나는 길에 공전을 막는 방해물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강등되었다고 말한다.(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지구과학 참고)
지구를 다룬 '천문학이 없다면 지리학도 있을 수 없다'에서 저자 소바는 대륙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지각판 위에 승객처럼 타고 있다는 말을 한다.(104 페이지)
소바가 문학적이라는 말은 “달 자신은 밤에만 있기를 거부한다. 달은 떠 있는 시간 중 절반은 햇빛이 있는 하늘에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거나 혹은 구름으로 착각한다.”는 말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다.
소바는 가끔씩 일어나는 달의 지진은 액체 상태의 핵을 가진 살아 있는 행성의 동요가 아니라 조석(潮汐)의 압박에 대한 미미한 반응이라고 분명하게 간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126 페이지) 지구의 지진이 earthquake라면 달 지진은 moonquake다.
그건 그렇고 moonquake이니 월진(月震)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소바의 말은 보충되어야 한다. 조석의 압박에 대한 미미한 반응 외에 몇 가지 이유가 더 있기 때문이다. 달 탄생 이야기가 빠져 있는 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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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삶과 죽음 - 지구와 인류의 미래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탐험
피터 워드.도널드 브라운리 지음, 이창희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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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지구’의 속편격인 ‘지구의 삶과 죽음’은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고생물학과 지구과학, 우주과학 학자인 피터 워드와 천문학자인 드널드 브라운 리이다. 과학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행성들의 생애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며 두 저자는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이 이제 지구의 삶과 죽음을 추측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천문학, 지질학, 고생물학은 모두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바위, 화석, 망원경을 통해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은 모두 과거의 파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미래를 알려면 오늘날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먼저 알아야 하고 이 세계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모델은 진흙이나 나무로 만든 것이 아니라 숫자, 물리학, 화학에 기초를 둔 것이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들은 지구의 종말을 과학적이고 물리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저자에 의하면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 정도 되었고 생명은 적어도 34억 년 전에 나타났다. 저자에 의하면 생명의 역사는 지구가 점점 서늘해지고 바다가 생기고 대기가 산소로 가득 차고 육지가 서식 가능해지는 등의 변화에 대한 적응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체 조직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우주 창조의 초기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최초의 별들이 생겨나 핵융합을 하다가 폭발한 뒤에야 생겨났다.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들은 이 거대한 불꽃놀이 속에서 한순간에 태어났다. 그러니까 이 불꽃놀이 속에서 우주의 새벽에 태어난 수소와 헬륨 같은 단순한 원자들이 모여 탄소나 철 같이 더욱 복잡한 원소들이 태어난 것이다.


우리의 고향인 지구는 인간의 몸만큼이나 복잡하고 신비롭다.(44 페이지) 지구 탄생부터 6억 년까지의 초기 역사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렇게 오래된 바위가 지구 표면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49 페이지) 지르콘이라는 광물의 조그만 입자를 통해 초기 지구의 모습을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는 있다. 물론 이 지르콘이 들어 있는 바위는 까마득한 옛날에 변해 버려서 연대 측정도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방사성 원소인 토륨과 우라늄이 붕괴할 때 나오는 결과물을 이용해서 과학자들은 지르콘의 나이를 오차 1 퍼센트 범위 내에서 측정할 수 있다. 초기 지구의 역사를 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 조그만 입자들은 일찍이 42억 년 전부터 지구에 바다와 대륙이 존재했음을 증언한다.


그러나 지르콘 알갱이 하나로부터 얻은 결과와 달이라는 위성 전체를 연구한 결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표면을 침식하는 공기도 없고 바다도 없는 달은 잘 보존된 지구 역사의 복사본 역할을 한다. 운석의 충돌은 후에 지구가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드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구가 좀 더 조용한 방법 즉 궤도에 조그마한 돌들이 모이는 방식으로만 형성되었다면 지구는 차갑고 생명이 없는 곳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환경에서는 충돌이 있었다고 해도 소규모였을 것이고 따라서 충돌 에너지가 곧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에 지구는 거의 행성 크기 운석과 얼음덩이에 얻어맞았고 이들이 워낙 지구 깊숙이 박혀 버렸기 때문에 열, 물 그리고 나중에 대기를 만들 기체 성분들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지구의 크기가 더 이상 변하지 않게 되자 이 외부 천체들이 가지고 들어온 에너지가 표면을 녹여 깊이 수백 km에 이르는 마그마의 바다가 지구를 뒤덮었다. 원시 지구의 표면은 녹은 바위였으며 대기는 수증기를 비롯한 이런저런 기체가 뒤섞인 채 무지막지하게 뜨거웠을 것이다. 문자 그대로 생지옥이었을 지구의 표면은 폭격이 뜸해지면서 식었고 결국 따뜻한 물이 바위로 된 지각을 덮은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수 억년에 걸쳐 거대 운석이 지구를 가끔 때렸다. 갓 생겨난 바다는 몽땅 증발했다가 다시 응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당시에는 충돌로부터 겨우 수천 년 이내에 바다가 다시 형성되곤 했다.


오늘날 지구로 들어오는 물질의 대부분은 거의 먼지다. 바다가 끓어오르는 끔찍한 사건은 약 39억년 전에 끝났고 이때 앞으로 수십억 년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안정적 바탕이 생겨났다. 그러나 완전히 안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내부의 열로 인해 지구는 대기와 바다를 갖게 되었지만 그 열은 또한 대륙판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생명이 존재하지 않던 약 3,000미터 깊이의 바다를 마른 땅덩이들이 갈라놓기 시작했다. 지구 내부의 열과 압력으로 인해 대양 바닥을 구성하는 바위보다 더 가벼운 바위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결국 둥둥 떠다니는 대륙을 만들어냈다. 초기 지구에는 대륙이 없었거나 있었어도 매우 적었을 것이다.


대륙은 지구 내부의 지질학적 과정이 진행되면서 성장해 갔다. 오늘날의 대륙 면적은 20억 년 전의 두 배에 달한다. 어떤 행성에 고등 생물이 존재하려면 표면에 물이 있고 물 위로 육지가 머리를 내민 구조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고 물로 된 바다가 있었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진 단순한 물 분자는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 범위와 같은 범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물은 뛰어난 용매로 바위를 풍화시켜 흙을 만들기도 하고 대기를 정화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화학 변화를 매개한다.


얼음이 물 위에 뜨는 것도 중요하다. 얼음이 바다나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면 결코 녹지 않았을 것이다. 그 결과 결국 지구의 모든 물이 얼어붙었을 것이다. 물 위에 뜨는 얼음은 위의 차가운 대기와 아래의 물 사이에서 단열재 역할을 해서 물속에서 생물이 살 수 있게 해준다. 지구의 대기와 물이 땅속의 바위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기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56 페이지) 지구 탄생 초기에 우주 공간으로부터 지구와 충돌한 덩어리에 들어있던 기체와 수분은 끊임없는 화산활동을 통해 밖으로 분출되어 얇은 공기와 물의 막을 형성했고 이 막 속에 생명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 전체의 무게와 비교해볼 때 물의 양은 하찮은 정도다.


지구의 경우 물은 지구 전체 무게의 1 퍼센트 십분의 일도 안 된다. 그렇다면 이 물은 어디서 왔을까? 바깥 공간 특히 화성 궤도 바깥의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왔다. 작은 혜성이나 소행성부터 달이나 화성 크기의 바위 덩어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크기의 덩어리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물을 가져왔다. 한쪽에서는 화산 폭발과 함께 마그마가 지상으로 뿜어져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오래된 지각이 다시 뜨거운 내부로 끌려 들어가 녹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렇게 지각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과정은 지구 대기의 조성을 유지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다. 생명이 지구에 언제, 어떻게, 왜 태어났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어쩌면 생명은 바다 표면에서 수천 미터 깊이의 해저 화산 분화구 근처에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암석에 남아 있는 흔적을 보면 일찍이 36억 년 전쯤 원시적인 박테리아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아마 온 지구를 불덩이로 만들었던 맹폭격이 끝난 직후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때 이미 진화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박테리아는 뜨거운 온천부터 깊은 땅속 바위 속까지 별별 장소에 다 있으며 이들은 공룡과 포유류가 지상에 군림한 기간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지구를 지배해왔다. 지구에 존재한 총 기간으로 따지면 박테리아는 생명체의 왕이다. 약 30억 년 전 무핵 세포로 이루어진 박테리아들은 무리를 지어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깔개 모양의 널찍한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원시적이고 기이한 구조로 먼 미래를 이야기할 때 다시 등장한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오늘날에도 존재하지만 이제는 아주 짠물인 늪이나 아주 뜨거운 호수 같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처음의 산소는 육지와 물속의 철과 모두 반응했다. 따라서 대기 중에 산소와 바닷물의 철은 계속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22억 년 전쯤 반응이 끝나고 평형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대기에 산소가 축적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대기권 꼭대기에 오존층이 생겨 파괴적인 자외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졌다. 지구에는 대기의 조성과 압력, 기온, 생명이 없는 행성과는 매우 다른 육지의 모습 등을 지탱하는 고도로 복잡한 생명 유지 시스템이 존재한다.


대륙판의 이동은 대륙의 표이(漂移)라는 땅덩이의 움직임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지구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왜냐하면 대륙판의 이동은 바위, 바다, 대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희귀한 지구에서 저자들은 대륙판 이동은 워낙 중요해서 어떤 행성에서든 복잡한 생물이 진화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현상인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지구에서는 육지를 이루는 판과 대양의 밑바닥을 이루는 판들이 마치 끓는 죽 위에 떠 있는 가죽 조각들처럼 떠다니며 서로 마찰하기도 한다. 이 현상 때문에 지구 표면의 온도가 물을 액체 상태로 유지하기에 적합해진다.(84, 85 페이지)


지각이 움직이는 것은 지구의 내부가 뜨겁기 때문이다. 이 열은 지구 속에 있는 방사성 원소들이 천천히 붕괴 할 때 나온다 표면을 향해 올라가는 이 열로 인해 맨틀 속에 녹은 바위들이 거대한 대류를 만들어낸다. 끈적끈적한 맨틀도 위로 올라와 지구 표면에 평행하게 이동하면서 식어 다시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움직이면서 녹은 바위는 깨지기 쉬운 지각을 끌고 이동한다. 이 지각은 어떤 경우에는 대양의 밑바닥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대륙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대류 과정에서 새로운 지각이 계속 생겨난다. 대양의 파도 밑에는 지구에서 가장 긴 산맥이 자리 잡고 있다. 중앙 해령이라고 불리는 이 산맥은 마치 야구공의 실밥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있다.


산맥의 가운데에는 금이 나 있으며 이 균열 부분에서 새로운 현무암질 지각이 마그마의 형태로 솟아오른다. 이렇게 솟아오른 마그마는 깊은 바다 속의 차가운 물과 닿아 금방 굳어버린다. 새로운 마그마가 밀고 올라오면서 먼저 굳은 지각은 바깥쪽으로 계속 밀려나간다. 수백~ 수천만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지각은 대류하는 맨틀의 등을 타고 출생지인 균열 부분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나 모든 여행이 그렇듯 이 지각의 여행에도 종점이 있다. 보통 대륙과의 경계 지점에 도달하면 이제까지 흘러온 대양저는 중력의 힘에 의해 밑으로 가라 앉아 대류하는 뜨거운 맨틀 속으로 천천히 돌아간다. 대륙의 산맥이 형성되는 곳은 바로 이렇게 대양저가 아래로 가라앉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산맥이 형성되는 이유는 대양판이 대륙 판의 가장자리와 충돌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뜨거운 마그마가 솟아올라 화강암 같은 화성암 형태로 굳기 때문이기도 하다. 태양계의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도 화산은 있지만 지구 같은 산맥은 없다. 이는 오직 지구에서만 대륙 판이 이동한다는 분명한 증거다.(87, 88 페이지) 대양저보다 가벼운 대륙은 거대한 뗏목처럼 떠 있다. 생명의 진화에서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 뗏목들은 물로 인해 생겨났다. 앞에서 이야기한 균열 부분에서 태어난 깊은 바다 속의 현무암이 균열부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주요 광물의 결정 구조 속에 물을 받아들여 화학 조성이 변한다. 이러한 과정은 수화(水化)라고 한다. 현무함을 이루는 광물의 결정 격자 안에 물 분자가 들어 앉는다는 이야기다. 후에 현무암이 다시 지각 밑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수화된 바위가 먼저 녹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녹은 바위는 표면으로 떠올라 식으면서 화강암이나 안산암이 된다.


이들은 가볍기 때문에 대양저 위로 떠오른다. 그 결과물이 대륙이다. 대륙은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에 맨틀 속으로 다시 들어가지도 않고 파괴되지도 않는다. 대륙은 쪼개지기도 하고 조각이 나기도 하고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기도 하지만 기본 부피는 결코 줄지 않는다. 오히려 대륙은 지구가 탄생한 이래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88 페이지) 이 이야기는 새로운 마그마가 균열 부분에서 계속 올라오면서 대양저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는 앞의 이야기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대양저는 대륙 언저리에서 다시 가라앉아 마그마가 되지만 대륙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화된 광물질들은 화산을 통해서 용암의 형태로 올라오기도 하고 화강암이나 안산암의 형태로 계속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


이렇게 대륙은 매년 650~ 1300 세제곱킬로미터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륙 언저리의 화산대에서 새로운 지각이 솟아오르고 오래된 대양저의 지각이 맨틀 속으로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광물의 형성, 열, 가스, 수증기의 분출 등으로 인해 화학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과정은 일부 원소를 제거하고(가라앉는 지각과 함께) 일부 원소를 대기로 들여보내고(화산 폭발을 통해) 지구 대기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한몫 한다. 대륙판의 움직임은 포유류나 조류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일련의 생리 과정에 비유될 수 있다. 저자는 자신들이 수집한 데이터와 수집한 모델에 따르면 2억 5000만년 전 지구의 모든 대륙이 곤드와나 대륙이라는 형태로 한데 붙어 있었던 것처럼 2억 5천만년 후에는 지금의 대륙들이 서로 가까워져 결국 제2의 곤드와나 대륙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한다.(132 페이지)


까마득한 옛날에도 대량 멸종이 있을 때에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꼭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이제 2억 5000만 년 후인 지금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다시 나타난 것은 이들을 잡아먹는 동물이 다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작은 대륙이 모여 초대륙이 되었다가 다시 흩어지는 식의 순환을 윌슨 사이클이라고 한다. 윌슨은 J. 투조 윌슨을 말한다. 모이고 흩어지는 주기가 완전히 끝나려면 5억 년이 걸리는데 대륙판의 움직임이 이러한 경향을 바꾸리라는 증거는 현재 보이지 않는다. 초대륙의 내부는 오늘날보다 훨씬 혹독한 기후에 시달리게 된다.


태양이 지금보다 어두웠을 때 지구가 얼어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기체가 많아 약한 열을 붙잡아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양이 밝아지면서 금성처럼 찜통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흙, 바다, 바위 등의 창고에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되어 생명이 살 수 있는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었기 때문이다.(153, 154 페이지)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산화탄소는 이제 대기에 아주 미량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지금처럼 탄소를 가두는 자연적 과정(주로 규산염의 풍화)이 계속되면 결국 식물의 광합성에 필요한 수준 이하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거의 모든 생물의 에너지원이자 호흡에 필요한 산소의 생산자인 식물이 사라질 것이다.


수십억 년 동안 지구는 절묘한 생물학적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금부터 5억에서 7억년 후면 지구는 갈색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규산염 암석이 풍화하면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할 수 있다. 이는 규산염 암석이 탄산(물에 녹은 이산화탄소)과 반응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어떤 과학자들은 식물이 없어져도 대기의 산소량은 별로 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는 그 반대임을 보여준다. 식물이 사라지면 산소를 만들어내는 광합성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반면 죽은 동식물이나 화산이 뿜어낸 가스처럼 산소를 붙잡아두는 중요한 과정은 멈추지 않는다.(167 페이지)


박테리아나 세균이 산소를 이용해 죽은 동식물을 분해함으로써 산소가 소비된다. 박테리아는 작은 데다가 골격도 없고 껍질도 없기 때문에 화석을 남기는 일이 거의 없다.(172 페이지) 어떤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의 시대는 결국 끝나지 않았으며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고 동물들이 박테리아가 지배하는 행성의 표면을 잠시 어슬렁거리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175 페이지) 지구에 생존할 수 있는 물리 조건이 갖춰지자마자 생물이 생겨났음은 화석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최초의 생물은 박테리아였다. 박테리아는 버제스 엽암층이 증언하는 대로 동물이 쏟아져 나오기까지 세계를 지배했다.


주도권은 신속하게 동물로 넘어왔고 박테리아의 시대의 종말은 참혹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얕은 바다의 지배권을 빼앗기고 새로 등장한 동물들에게 먹히는 신세가 되었다. 대기에 산소가 풍부해져서 고등 동, 식물이 살 수 있게 된 것이 이러한 변화의 바탕이 되었다. 35억년이나 지속된 저산소 세계가 마침내 종말을 고한 것이다.(175 페이지) 판구조론과 대륙판의 움직임이라는 현상이 우주 생물학자에게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고등한 생물체가 존재하는 곳이며 유일하게 대륙판의 움직임이 있는 행성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대륙판의 움직임이 지구 역사에서 상당히 이른 시기에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지구의 모든 생명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바다가 사라지면 대륙판의 움직임도 함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바다의 소멸과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열이 줄어드는 것, 이 두 가지가 대륙 판의 움직임을 정지시킬 수 있다. 바다의 소멸은 아주 미묘한 이유로 판의 움직임을 멈춘다. 해저에서 솟아 나오는 용암이 바닷물과 접촉하면 바위의 조성이 변하고 이에 따라 바위가 대양의 밑바닥에서 맨틀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이 없으면 판은 너무 뻣뻣하고 딱딱해서 밑으로 내려갈 수 없다. 물이 들어가면 판에 탄력성이 생겨 구부러지면서 맨틀로 다시 내려갈 수 있다.(207 페이지)


물이 없는 상태에서도 뜨거운 마그마는 표면으로 올라올 수 있지만 그냥 뻣뻣하고 평평한 면을 이루며 굳어버릴 것이다. 금성과 화성에는 판이 밑으로 내려가는 지역이 없고 따라서 대륙판의 움직임도 없다. 물론 금성이나 화성에도 표면에 판을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맨틀 대류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표면 자체는 움직일 수 없는 단단한 바위 층이다. 판의 움직임이 멈추면 그 결과는 영원히 지속된다. 산맥의 형성이 멈추고 바다 밑바닥에는 육지에서 흘러들어온 퇴적물이 계속 쌓인다. 지구는 더 평평해질 것이다. 금성과 화성의 지각처럼 지구의 지각도 두꺼워지고 이에 따라 지각 밑에 열이 축적된다.


그래서 금성처럼 지구에서도 내부의 열이 한꺼번에 분출하여 지각이 다 녹아버릴 수도 있다. 대륙 판은 움직이는 것은 태양 에너지가 아니라 지구 내부의 에너지며 갈수록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과 달리 지구 내부의 에너지는 연료가 줄어들고 있다. 지구 내부에서 열을 내는 핵 붕괴는 시간이 가면서 줄어든다. 판의 움직임이 멈추면 대양의 주변부에서 판이 맨틀 속으로 내려가는 일도 정지할 것이다. 그러면 산맥이 융기하는 일도 없어진다. 산이 침식으로 윗 부분이 깎여나가 가벼워지면 그만큼 솟아오르지만 긴 세월이 지나면서 이 힘도 사라지고 결국 침식이 이길 것이다. 동시에 침식된 산의 입자들은 강물과 바람을 타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 가라앉으면서 물을 밀어내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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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분야의 좋은 신간들(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다가올 초대륙)보다 새물결 플러스의 신간인 루이스 마코스의 플라톤과 예수 그리스도를 먼저 읽어야겠다. 부제는 플라톤 사상이 기독교 신앙에 미친 영향이다. 플라톤 철학이 단순한 이교도적 사상이 아니라 기독교 진리를 준비하는 예비적 복음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한 신학 교수는 위의 책이 기독교 이전의 그리스도인인 플라톤에 대한 눈부신 해설서라고 말한다. 저자는 철학 박사이자 영문학 교수이다. 선입견 없이 겸허하게 읽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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