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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968 - 복원의 시대를 위해 돌아보는 1968년 이후 한강 상실의 이력
김원 지음 / 혜화1117 / 2025년 6월
평점 :
김원(金源) 선임연구위원은 하천 복원, 홍수 대책, 4대강 등을 연구한 분이다. 2025년 6월에 나온 그의 책 ‘한강, 1968’은 강(江)의 과거와 현재를 알게 하고 미래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한강을 방문하고 한강을 금빛 모래의 강으로 묘사한 사실을 인용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했다. 금빛 모래의 강이란 참으로 격세지감이 있는 표현이다. 한강은 우리 나라 수도 서울을 흐르는 강일뿐 아니라 여타 강들의 미래와 관련해 참고해야 할 강이다. 한강은 내가 사는 연천을 흐르는 강이 아니지만 연천의 두 강 중 하나인 임진강이 파주를 거쳐 합류하는 강이다.
실제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1929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하천조사서'에 임진강도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총독부는 1938년 조선직할하천공사연보를 발간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실린 1935년 마포의 사진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당시 한강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는 점이 하나이고, 비슷한 시기에 크게 번성했던 임진강의 한 포구인 고랑포구를 촬영한 사진의 출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 다른 하나다.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는 말은 당시 한강에는 모래톱과 섬이 많았던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일제가 한강 개수(改修) 공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강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이후다. 1968년 2월 10일 밤섬 폭파가 감행되었다. 이는 여의도 매립(埋立)을 위한 조치였다. 모래를 준설(浚渫)하고 준설한 모래로 강을 매립해 택지를 조성했다. 돈을 위한 결정이고 행위였다.(35 페이지) 책에는 돈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한 번 더 나온다. “개발의 시대 어디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하천은 경제성을 근거로 한 사업의 대상이었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거리낌 없이 제방과 댐을 만들었다. 결국 돈이었다.“(373 페이지)
이는 결정권자들이 강을 오로지 골재 공급원으로 보았다는 의미(349 페이지)이며 강보다 땅을 우선시했다는 의미다.(368 페이지) 강을 준설해 얻는 골재 가운데 핵심은 모래다. 그런데 모래가 사라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진다는 점도 그렇고. 수심이 서서히 깊어지지 않고 예측할 수 없게 불규칙적으로 깊어지기에 익사 위험이 생기는 것도 그렇다. 모래가 사라진 만큼 강 수면 폭이 넓어져 수심이 얕아진다. 물놀이도 할 수 없게 된다. 강변 도로는 사람들을 강에 접근하게 하기 어렵게 했고 고수부지로 인해 강변은 부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저자는 하천에 결코 이로운 시설이 아닌 보(洑)는 철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313 페이지) 보 또는 수중보는 강을 상류와 하류로 단절시켜 생태계를 단절시킨다.(300 페이지) 강은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흐르는 생물(生物)이다. 강은 단순히 물이 흐르는 공간이 아니다. 형태, 수심, 유속, 강바닥의 모래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물속에 사는 생물을 결정하고 수질을 좌우한다. 강의 자정작용도 거기에서 나온다.(295 페이지) 그런데 강의 그런 특성이 인간에게는 비효율로 여겨진다. 운하로 이용할 수도 없고 강 주변의 농지를 이용하기에도 불편하기 때문이다.(368 페이지)
유럽은 운하를 만들기 위해 물길을 직선으로 바꿨고, 우리는 농지 확보를 위해 강을 잘라 직선으로 흐르게 했다. 우리는 강폭을 줄이고, 강을 직선으로 흐르게 했다. 지류는 다른 곳에 이어붙였다.(368 페이지) 흥미로운 사실은 밤섬이 폭파된 후 원래의 밤섬보다 더 넓은 면적의 섬이 생겼다는 점이다. 철새 도래지가 되었고 물도 정화되었다. 그 결과 밤섬은 2012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었다. 밤섬의 사례는 장항습지와 비교 할만하다. 장항 습지는 홍수로 하중도가 사라진 뒤 물에 실려온 토사들이 퇴적된 결과다. 밤섬은 인공의 결과 사라진 뒤 퇴적물이 쌓여 습지가 만들어진 경우이고 장항 습지는 홍수라는 자연의 사건 이후 퇴적물이 쌓여 습지가 만들어진 경우다. 어떤 사례이든 자연은 복원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구불구불하게 흐르던 강이 인위에 따라 직강(直江)이 된 것, 준설 및 매립으로 만들어진 땅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공원이 지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저자는 복원이 어려우면 회복이라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원은 망가진 하천을 원래 하천으로 만드는 것이다. 회복은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가 불가능하면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복원이나 회복이 불가능할 경우 새로운 상태로 만들되 기본 방향은 최대한 원래 상태게 가깝게 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 이를 교정이라 한다.(389 페이지)
저자는 광화문 월대 복원과 한강 복원을 비교한다. 문화재 복원의 공감대는 높지만 자연 복원의 공감대는 그리 높지 못하다. 2024년 8월 18일 유럽연합(EU)이 자연복원법을 발효시켰다. 상징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매우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담은 법안이다. 자유롭게 흐르는 강을 목표로 댐과 보를 철거하라고 법으로 강제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경제성이나 효율성이 아닌 자연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이미 모래가 사라진 강에 모래를 쏟아붓고 있다.(391 페이지)
모래는 중요하다. 물을 한 곳으로 몰아 수면 폭을 좁히고 그에 따라 수심을 깊게 하는 것이 모래다. 그 결과 배가 다닐 수 있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시 모래가 있는 한강을 만들면 된다. 모래와 수면을 조화롭게 하면 된다. 굳이 수중보를 세우지 않아도 배가 다닐 수 있다. 하천설계기준에 따르면 수심이 3.5미터에 이르면 최대 1500톤급의 배가 다닐 수 있다.(385 페이지) 한강종합개발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130~210명이 탑승할 수 있는 20~50톤급 유람선과 500~1000톤급 바지선을 띄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수심 2.5미터에 맞춰 수중보 높이를 정했다. 한강의 기적은 다름 아닌 모래의 기적(368 페이지)이란 말이 가슴을 친다. 서울 아파트의 고향은 한강(369 페이지)이란 말도 그렇다.
‘한강, 1968’을 읽으며 두 책을 떠올렸다. 조 핸델스만의 ‘흙이 사라진 세상’이란 책과 빈스 베이저의 ‘모래가 만든 세계’란 책이다. 전자는 ‘우리 발 밑 지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위태로운 미래‘란 부제의 책이다. 김원 연구원의 책을 ’모래가 사라진 세상’이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후자는 스마트폰, 유리, 건물 등이 모두 모래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 강조하는 책이다. 소중히 여겨야 할 모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그간 나는 모래를 주로 지질학의 대상으로만 대해왔다. 이번 읽기로 모래가 대부분 인간의 경제성 및 효율성 등과의 연관하에서 대해져 왔음을 알았다. 많은 것을 배웠다. 저자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