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光州) 지질공원 해설사인 S 선생님이 전화를 해 한반도 형성사에 대해 쓰라고 한다. 광주의 지질 형성사 강의를 앞두고 있는 S 선생님에게 존 맥피의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권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시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백서’를 읽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계속 미뤄온 나는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읽기로 한다.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라는 길희성 선생의 책 제목대로라면 모든 책이 지구과학의 정점으로 가는 도구가 되겠지만 처한 여건과 관심, 지적 수준 등에 따라 읽어야 할 책이 다르기 마련이다. 각기 거치는 여러 다른 공부의 여정(旅程)들은 최종적으로 하나로 수렴하게 된다.
다만 그곳에 이르는 중간 단계들에서 나의 관심사는 다른 사람의 관심사와 경쟁관계가 된다. 물론 지금 선택하지 않은 책은 다음 단계에 읽게 된다는 점에서 두 책은 배타적이기보다 시간 차이를 두고 선택되는 관계라 해야 옳다. 존 맥피의 ‘이전 세계의 연대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강은 상류에서부터 침식되었다. 물길은 산비탈이나 언덕 비탈을 파내며 탐욕스럽게 다투다가 끝내 갈라졌고 이제 두 강은 다시 하나의 물길이 되기 위해 합류한 쟁탈하천이 된다.(48 페이지)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의 관념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자연스럽고 바람직스러운 학문의 수렴(收斂)과는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