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쌀쌀해진 날씨였으나 움츠러들지 않고 미용실에 다녀왔다. 미용사가 의식 있는 불교 신자이기에 이진경 교수의 불교를 철학하다를 소개해드렸다.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고 같은 저자의 신간이 나온 것을 알았다. 나온 지 한 달이 채 안된 '불교를 미학하다란 책이다.

 

요즘은 불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에 한 달 가까이 된 책 출간 소식을 알지 못하다가 아침에 '불교를 철학하다'를 소개한 것을 계기로 지은이 이름을 검색해 알았다. 읽을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불교를 미학하다'640 페이지나 되는 벽돌책 수준의 책이다. 배울 점이 많은 책으로 손색 없어 보인다. 혹시 불교를 과학하다같은 책도 나올까?

 

201811불교의 의미를 어떤 전공자보다 래디컬하고 설득력 있게, 그러면서 자유롭게 풀어쓴 책이 이진경의 '불교를 철학하다'이다.”란 글로 시작하는 리뷰를 쓴 기억이 새롭다. 저자가 기울인 지적 노고의 결과물을 2만원~3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수고를 기울이지도 않고 얻는 점을 감안하면 독서란 참으로 효율적인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많이 생각하고 배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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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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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은 2천 5백년에 걸친 과학책의 역사를 다섯 챕터로 나누어 살펴본 책이다. 저자는 실험물리학과 운용과학을 전공한 브라이언 클레그(Brian Clegg; 1955 - )다. 다섯 챕터란 고대 세상의 기록, 출판의 르네상스, 근대의 고전, 고전을 벗어난 과학책, 다음 세대 등이다. 저자는 글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궁극적으로 과학을 존재하게 하는 위대한 발명품으로 본다. 로마인들의 사례가 흥미롭다. 그들은 과학 발전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지만 1세기에 코덱스를 개발하여 과학책뿐 아니라 책 전체에 엄청나게 기여했다. 코덱스는 여러 낱장을 한 다발로 묶어서 한 장씩 넘겨 가며 한 쪽씩 수월하게 읽고 원하는 부분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현재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책이었다. 


코덱스는 두루마리보다 사본을 만들기 좋게 한 발명품이었다. 코덱스에 이어 등장한 인쇄 기술은 책을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한 수단이 되었다. 13세기 영국의 수도사 로저 베이컨은 엉겅퀴에도 만족하는 나귀에게 상추를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 말을 했다. 대중이 과학 지식을 접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17세기 갈릴레오는 걸작으로 여겨지는 자신의 과학저술을 대중도 볼 수 있도록 라틴어가 아닌 자국어(이탈리아어)로 썼다. 19세기에 나온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이 분야의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컬러 삽화를 넉넉히 활용해 지구의 역사가 이전에 추정된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중요한 가설 등 당시 지질학의 최신 지식을 전달했다. ‘지질학의 원리’는 다윈이 비글호 항해 중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책으로 유명하다. 


다윈은 책에 나오는 동일과정설(Uniformitarianism)의 영향을 받고 오랜 지구 역사를 통해 생물종이 변화해왔다는 생각을 발전시켰다. 저자는 과학책을 글의 발명 이래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하는 길을 환하게 비춘 등대로 정의하며 앞으로도 과학책이 오랜 세월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 말한다. 점토판의 중요성은 거론할 만하다. 최초의 문자기록이 남은 곳은 점토판이다. 영어로 Clay라 하는 점토(粘土)는 차지다, 끈적끈적하다란 의미의 점과 흙을 의미하는 토가 만난 단어다. 지질학적으로는 2 마이크로(1/ 100만)미터 이하의 무른 흙을 의미한다. 점토판에 임시로 남긴 자국은 점토를 물에 적시고 닦아내면 지울 수 있어서 판을 재사용할 수 있었고 점토판을 가마에 구우면 기록을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었다.


고대의 놀라운 건축물 가운데 인류 문명에 오랫 동안 막대한 영향을 준 곳으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도서관에 보관된 책은 대부분 파피루스 두루마리 형태였다. 화재를 비롯 여러 차례의 공격을 당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소장본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가 보존된 것은 8세기부터 14세기 사이에 아랍어권 학자들에 의해 번역되어 서구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는 1556년 ‘금속에 관하여’를 쓴 독일의 저술가다. 순수 과학 도서라기보다 공학 도서에 가까운 책이다. 과학과 공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1746년 프랑스의 지질학자 장 에티엔 게타르는 지표면에서 지질학적으로 유사한 시대를 나타내는 지도를 처음으로 제작했다. 프랑스의 지질학적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점선과 실선, 다른 기호 등을 이용해 흑백으로 인쇄한 이 지도에는 모래 지대, 이회암 지대, 금속을 함유한 지대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암석과 광물이 드러난 시대보다 암석과 광물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관심을 둔 이 지도는 지질도라기보다 광물도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말을 참고하자. 이 말은 헬렌 고든의 ‘깊은 시간으로부터’에 나오는 글(135 페이지)이다. 고든에 의하면 1800년대 초반에 프랑스의 조르주 퀴비에, 알렉상드르 브롱나르, 영국의 윌리엄 스미스가 최초의 지질도를 작성했다. 이 지도들은 지표면 아래의 암석을 보여주고 그 암석들의 상대적 연대와 퇴적 방식을 기록했다는 면에서 큰 도약이었다. 1810년 퀴비에와 브롱나르가 파리와 그 주변 지역의 지도를 발표했다. 스미스는 1815년 세계 최초로 한 나라에 대한 진정한 비교 지질도를 발표했다. 신사 지질학자들의 시대에 측량사였던 스미스는 부자도 아니었고 귀족도 아니었고 인맥이 좋지도 않았다.


1796년 스미스는 자연은 경이로운 순서와 규칙성으로 단일 산물들(화석)을 쌓아올렸고 저마다 특유의 지층에 배정했다는 글을 썼다. 조르주 퀴비에는 동일과정설과 상보적(相補的)인 격변설의 주장자다.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갈릴레오 이후 르네상스 시대의 또 다른 비범한 인물인 아이작 뉴턴이 등장하기 전 그 틈새를 채운 인물이다.(149 페이지) 우리는 진공이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무 물질도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을 본질적으로 피해야 할 나쁜 것이라고 선언했고 17세기까지 그런 공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156 페이지) 아이작 뉴턴은 자신을 자연철학자보다 수학자로 여긴 듯 하지만(그리고 연금술과 신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가 수립한 빛, 중력, 운동에 관한 이론이 남긴 영향은 아인슈타인 외에는 비견할 만한 사람이 없을 만큼 엄청났다.(158 페이지)


뉴턴은 점성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의 서재에 있던 1700여권의 책들 중 점성술에 관한 책은 네 권이었지만 점성술은 뉴턴에게 잠재적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로베르토 트로타 지음 ‘우리는 별에서 시작되었다’ 297 페이지) 뉴턴은 그럼에도 후에 점성술을 허영과 공허함을 특징으로 하는 과학으로 가장한 술(術)로 규정했다. 과학자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scientist가 등장한 것은 1834년이다.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지질학이 대중에게 그렇게까지 큰 흥미를 자아낼 만한 학문이 아닌 듯 하지만 라이엘이 활동한 시대에는 신문 1면을 장식할 만큼 큰 논란이 일어나고 대중의 관심이 쏠린 분야였다. 논란의 주제는 지구의 나이였다. 원래 지구의 나이는 성경 내용을 바탕으로 추정된 결과가 오랫동안 수용되었으나 라이엘이 새로운 이론을 수립하고 확장해 기존의 생각을 뒤집은 것이 발단이 되었다. 


라이엘의 동일과정설은 산과 계곡이 매우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과정으로 형성되었으며 현재의 상태가 되기까지 수백만 년이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지질학의 원리‘를 읽은 다윈은 지질학적 연대를 생물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영감을 얻었다. 지질학이 발전하면서 동일과정설만으로는 지구의 형성 과정을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화석 기록에서 현재 우리가 대량 멸종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물론 대량멸종은 예외적인 현상이다. 다윈은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에서 라이엘의 지질학 연구에서 볼 수 있는 과학적 엄격함과, 가설을 세우지 않고 사실을 수집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접근 방식을 자신의 연구에 적용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설명했다. 


프랑스의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는 시각적인 표현에 주력한 에른스트 헤켈과는 대조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 곤충이 주제인 그의 책이 큰 인기를 끈 이유는 문체가 독자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228 페이지) 180년 시대를 앞서간 매우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알프레드 베게너가 쓴 ’대륙과 해양의 기원‘이란 책이다. 그의 이론은 그가 세상을 떠난 1930년 이후 적어도 20년은 지나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단단해 보이는 지구 표면이 실제로는 상대적인 움직임이 일어나는 거대한 암석 판이라는 주장이다. 베게너가 떠올린 위대한 생각은 아메리카 대륙을 아프리카, 유럽 대륙과 나란히 놓고 보면 직소 퍼즐 조각들처럼 가장자리가 서로 맞물리는 듯한 형태임을 알아챈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대륙의 형태뿐만 아니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는 양쪽 대륙에서 발견된 화석 기록에도 두 대륙이 한때 한 덩어리였음을 암시하는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에 베게너는 각 대륙이 매우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지질학적인 시간 흐름에 따라 새로운 대륙 구조가 생기거나 있던 대륙이 분리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베게너의 이론이 그의 생전에 수용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는 지질학자가 아닌 기상학자였고 그린란드 탐험가였다. 그는 대륙의 이동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했고 이동 속도를 1백배나 과대평가했다. 시간이 흘러 지구에 관한 더 많은 사실이 알려진 후에야 베게너의 이론이 실제 가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세기 초의 물리학 도서들 가운데 일부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과학자의 손에서 나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가 주인공들이다. 아인슈타인은 잇따라 쏟아내듯 발표한 네 편의 논문에서 분자의 크기를 결정하고, 양자 물리학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보탰고,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우주와 시간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E=mc²을 증명했다. 이어 12년간의 연구 끝에 역작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의 글이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는 책이 설명하는 내용의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 이론과 관찰 내용을 그냥 제시하기보다 그것에 담긴 철학적 의미, 때로는 그 시대에 문화적으로 중시되던 신학적 의미까지도 함께 소개했다. 에딩턴은 1919년 직접 탐험대를 꾸려 일식 현상을 관찰하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한 인물이다. 


1922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태어난 토머스 쿤이 쓴 ’과학혁명의 구조‘는 대중이 아닌 같은 분야 전문가들을 주 독자로 여긴 기존 과학 도서들의 흐름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눈여겨볼 만한 책이다. 쿤의 책을 읽으려면 칼 포퍼의 ’탐구의 논리‘를 먼저 읽을 필요가 있다. 포퍼는 과학적인 탐구의 핵심은 가설의 반증가능성이라 보았다. 반증할 수 없는 가설은 과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적 진실을 도출하는 연역법이 아닌, 최신 근거를 토대로 가장 가능성이 큰 결론을 도출하는 귀납법이 과학의 방식이라는 의미다. 포퍼의 철학은 과학을 점진적인 과정으로 본다. 지질학의 동일과정설이 설명하는 자연의 형성과정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우주의 구조를 밝힌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이 과학에 일으킨 것과 같은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하지만 포퍼는 그런 변화는 새로운 이론이 수립되고, 그 이론을 시험하고, 반증 가능성을 찾는 전체적인 과정의 중심이 아니라고 보았다. 


쿤은 이와 반대로 지질학의 격변설과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과학적 혁명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인식 체계의 전환이라고 설정했다. 쿤은 인식 체계의 전환이 일어나면 과학자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그 결과 과학자들의 말은 기존의 의미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쿤은 과학적 관점은 사회적 요소가 반영되므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레이첼 카슨의 책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기존 대중 과학책들과 달리 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리처드 파인만은 ’QED(양자전기역학) 강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혹시 여러분은 제 설명을 듣고 나면 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저는 왜 여기서 여러분을 귀찮게 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제가 설명할 내용을 어차피 이해하지도 못할 텐데 왜 거기에 앉아 계시죠? 왜냐하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외면하면 안 된다고 여러분을 설득하는 게 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을 제가 가르치는 물리학과 학생들도 이해 못합니다. 저도 이해 못하는 내용이거든요. 이걸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내가 이 책에서 가끔 인용하는 구절이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은 전자 패턴의 재배치이고, 원자폭탄의 폭발은 양성자 및 중성자 패턴의 재배치란 말이다. 저자는 자신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던 1970년대에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접했다고 말한다. 대화하듯 설명하는 문체와 방대한 자료를 다른 책들과는 전혀 다르게 제시하는 파인만의 독특한 방식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일반 교과서들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1970년 작인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이 거론된 것과 달리 1999년 작인 프랑수아 자콥의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자콥은 “우리는 핵산과 기억, 욕망과 단백질의 가공할 혼합물이다. 저물어 가고 있는 이번 세기에는 핵산과 단백질이 우리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다음 세기의 관심사는 기억과 욕망이 될 것이다. 이러란 물음들에 대해 누가 대답해 줄 것인가?”라는 말을 했다. 


자콥은 196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다. 자크 모노는 진화를 생물이 낮은 수준에서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는 메커니즘으로 해석하는 마르크스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진화는 무작위로 일어나는 과정이므로 더 낮은 수준의 생물로 진화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런 점은 스티븐 제이 굴드의 견해를 연상하게 한다. 레이첼 카슨의 책 중에서는 ‘침묵의 봄’보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가 선정되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카슨은 해양과학자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대중에게 생물이 아닌 유전자의 관점으로 진화를 설명한 최초의 시도 중 하나다. 저자는 과학의 여러 소분야 중에서 이론의 해석에 크게 몰두하는 분야는 양자역학이 유일하다고 전제했다. 그에 의하면 코펜하겐 해석은 닥치고 계산이나 하라는 방식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2014년 나온 카를로 로벨리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제대로 설명하면 대중이 과학에 얼마나 더 큰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를 멋지게 보여준 물리학 책이다.(317 페이지) 로벨리는 양자중력이론 전문가다. 아인슈타인 이후 물리학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뉘었다. 하나는 양자물리학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상대성이론이다. 두 이론은 매우 설득력 있지만 양립할 수 없다. 저자는 과학책은 물리학, 우주학 분야의 책이 대부분이고 다른 분야의 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320 페이지)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저자의 궁금증이자 내 궁금증이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과학책 분야로 화학을 예로 들었다. 지질학은 어떤가? 내가 화학을 잘 모르기 때문인지 모르나 나는 지질학이 훨씬 흥미롭다. 닉 레인의 ‘바이털 퀘스천’이 소개되어 반가웠다. 피터 앳킨스의 ‘우주의 마법 같은 탄생’을 소개받아 감사하다. 저자는 이 책을 에미 뇌터가 개발한 수학의 대칭성 개념을 활용하여 물리학의 여러 기본 원리를 추론한 탁월한 글 솜씨의 책이라 설명했다. 저자는 대중의 참여가 지금처럼 중요한 시대는 없었다고 말하며 일부 정치적 신념과 손잡은 반과학적 관점을 물리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책을 쓰는 과학자들’은 좋은 책은 물론 과학을 보는 시각도 많이 알게 해준 책이다. 지질학만으로 이루어진 비슷한 책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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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분야라 해야 할지 기독교 분야라 해야 할지 철학 분야라 해야 할지 모르나 읽고 싶은 책이 두 권 생겼다. ‘바울과 철학의 거장들’, ‘플라톤과 예수 그리스도등이다. 이 책들을 읽는다면 올해 초 읽은 케노시스 창조이론에 이어 올해 읽은 두 번째, 세 번째 신학 또는 기독교 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신학 또는 기독교 책을 잘 안 읽는다 해도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을 의미하는 케노시스를 다룬 책도 읽었다는 점은 자랑스런 일이다. 시간을 더 오래 전으로 끌고 가면 나는 러셀 스태나드의 과학 신 앞에 서다와 리처드 마우의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 ‘젊은 지구론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부제로 하는 임택규의 아론의 송아지등을 읽었다.


케노시스 창조이론은 읽을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 또는 목회자들이 탐욕과 위선을 버리고(자기를 비우고)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어떻든 기독교인인 나는 한 번도 바울을 정통(?) 해설로 읽은 경험이 없다. 1990년대 민중신학자들의 비판적 담론으로 바울을 읽은 이래 2013년 출간된 싸우는 인문학에 나오는 철학자 서동욱 교수의 사도 바울은 왜 급진 정치철학자로 각광받는가와 다른 책들에 나오는 몇 편의 글을 통해 바울을 만난 바 있다.


민중신학자들의 바울론은 바울이 기독교를 세계 종교가 되게 했지만 예수의 메시지를 관념화시켰다는 데로 모아진다. 아감벤, 지젝 등의 논리는 기독교 메시지로 로마를 돌파한 바울에게서 신자유주의 타개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등의 논리라 생각한다.


바울과 철학의 거장들’, ‘플라톤과 예수 그리스도읽기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철학이론에 대해 더 친숙해지는 것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바울, 나아가 기독교와 친해질 기회를 잡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이론물리학자 로베르토 트로타의 우리는 별에서 시작되었다에 의하면 인간의 수명은 서구 국가에서 4000() 동안 지속된다. 20대부터 책을 읽는다고 계산하고 주 1권을 읽을 수 있다면 살아 생전 30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남독(濫讀) 대신 선별독(選別讀)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그 무분별이 내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다. 여전히 내 목표는 인문과 자연의 창조적 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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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968 - 복원의 시대를 위해 돌아보는 1968년 이후 한강 상실의 이력
김원 지음 / 혜화1117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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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金源) 선임연구위원은 하천 복원, 홍수 대책, 4대강 등을 연구한 분이다. 2025년 6월에 나온 그의 책 ‘한강, 1968’은 강(江)의 과거와 현재를 알게 하고 미래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한강을 방문하고 한강을 금빛 모래의 강으로 묘사한 사실을 인용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했다. 금빛 모래의 강이란 참으로 격세지감이 있는 표현이다. 한강은 우리 나라 수도 서울을 흐르는 강일뿐 아니라 여타 강들의 미래와 관련해 참고해야 할 강이다. 한강은 내가 사는 연천을 흐르는 강이 아니지만 연천의 두 강 중 하나인 임진강이 파주를 거쳐 합류하는 강이다. 


실제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1929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하천조사서'에 임진강도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총독부는 1938년 조선직할하천공사연보를 발간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실린 1935년 마포의 사진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당시 한강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는 점이 하나이고, 비슷한 시기에 크게 번성했던 임진강의 한 포구인 고랑포구를 촬영한 사진의 출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 다른 하나다.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는 말은 당시 한강에는 모래톱과 섬이 많았던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일제가 한강 개수(改修) 공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강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이후다. 1968년 2월 10일 밤섬 폭파가 감행되었다. 이는 여의도 매립(埋立)을 위한 조치였다. 모래를 준설(浚渫)하고 준설한 모래로 강을 매립해 택지를 조성했다. 돈을 위한 결정이고 행위였다.(35 페이지) 책에는 돈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한 번 더 나온다. “개발의 시대 어디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하천은 경제성을 근거로 한 사업의 대상이었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거리낌 없이 제방과 댐을 만들었다. 결국 돈이었다.“(373 페이지) 


이는 결정권자들이 강을 오로지 골재 공급원으로 보았다는 의미(349 페이지)이며 강보다 땅을 우선시했다는 의미다.(368 페이지) 강을 준설해 얻는 골재 가운데 핵심은 모래다. 그런데 모래가 사라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진다는 점도 그렇고. 수심이 서서히 깊어지지 않고 예측할 수 없게 불규칙적으로 깊어지기에 익사 위험이 생기는 것도 그렇다. 모래가 사라진 만큼 강 수면 폭이 넓어져 수심이 얕아진다. 물놀이도 할 수 없게 된다. 강변 도로는 사람들을 강에 접근하게 하기 어렵게 했고 고수부지로 인해 강변은 부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저자는 하천에 결코 이로운 시설이 아닌 보(洑)는 철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313 페이지) 보 또는 수중보는 강을 상류와 하류로 단절시켜 생태계를 단절시킨다.(300 페이지) 강은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흐르는 생물(生物)이다. 강은 단순히 물이 흐르는 공간이 아니다. 형태, 수심, 유속, 강바닥의 모래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물속에 사는 생물을 결정하고 수질을 좌우한다. 강의 자정작용도 거기에서 나온다.(295 페이지) 그런데 강의 그런 특성이 인간에게는 비효율로 여겨진다. 운하로 이용할 수도 없고 강 주변의 농지를 이용하기에도 불편하기 때문이다.(368 페이지)


유럽은 운하를 만들기 위해 물길을 직선으로 바꿨고, 우리는 농지 확보를 위해 강을 잘라 직선으로 흐르게 했다. 우리는 강폭을 줄이고, 강을 직선으로 흐르게 했다. 지류는 다른 곳에 이어붙였다.(368 페이지) 흥미로운 사실은 밤섬이 폭파된 후 원래의 밤섬보다 더 넓은 면적의 섬이 생겼다는 점이다. 철새 도래지가 되었고 물도 정화되었다. 그 결과 밤섬은 2012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었다. 밤섬의 사례는 장항습지와 비교 할만하다. 장항 습지는 홍수로 하중도가 사라진 뒤 물에 실려온 토사들이 퇴적된 결과다. 밤섬은 인공의 결과 사라진 뒤 퇴적물이 쌓여 습지가 만들어진 경우이고 장항 습지는 홍수라는 자연의 사건 이후 퇴적물이 쌓여 습지가 만들어진 경우다. 어떤 사례이든 자연은 복원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구불구불하게 흐르던 강이 인위에 따라 직강(直江)이 된 것, 준설 및 매립으로 만들어진 땅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공원이 지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저자는 복원이 어려우면 회복이라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원은 망가진 하천을 원래 하천으로 만드는 것이다. 회복은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가 불가능하면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복원이나 회복이 불가능할 경우 새로운 상태로 만들되 기본 방향은 최대한 원래 상태게 가깝게 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 이를 교정이라 한다.(389 페이지) 


저자는 광화문 월대 복원과 한강 복원을 비교한다. 문화재 복원의 공감대는 높지만 자연 복원의 공감대는 그리 높지 못하다. 2024년 8월 18일 유럽연합(EU)이 자연복원법을 발효시켰다. 상징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매우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담은 법안이다. 자유롭게 흐르는 강을 목표로 댐과 보를 철거하라고 법으로 강제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경제성이나 효율성이 아닌 자연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이미 모래가 사라진 강에 모래를 쏟아붓고 있다.(391 페이지) 


모래는 중요하다. 물을 한 곳으로 몰아 수면 폭을 좁히고 그에 따라 수심을 깊게 하는 것이 모래다. 그 결과 배가 다닐 수 있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시 모래가 있는 한강을 만들면 된다. 모래와 수면을 조화롭게 하면 된다. 굳이 수중보를 세우지 않아도 배가 다닐 수 있다. 하천설계기준에 따르면 수심이 3.5미터에 이르면 최대 1500톤급의 배가 다닐 수 있다.(385 페이지) 한강종합개발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130~210명이 탑승할 수 있는 20~50톤급 유람선과 500~1000톤급 바지선을 띄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수심 2.5미터에 맞춰 수중보 높이를 정했다. 한강의 기적은 다름 아닌 모래의 기적(368 페이지)이란 말이 가슴을 친다. 서울 아파트의 고향은 한강(369 페이지)이란 말도 그렇다.


‘한강, 1968’을 읽으며 두 책을 떠올렸다. 조 핸델스만의 ‘흙이 사라진 세상’이란 책과 빈스 베이저의 ‘모래가 만든 세계’란 책이다. 전자는 ‘우리 발 밑 지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위태로운 미래‘란 부제의 책이다. 김원 연구원의 책을 ’모래가 사라진 세상’이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후자는 스마트폰, 유리, 건물 등이 모두 모래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 강조하는 책이다. 소중히 여겨야 할 모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그간 나는 모래를 주로 지질학의 대상으로만 대해왔다. 이번 읽기로 모래가 대부분 인간의 경제성 및 효율성 등과의 연관하에서 대해져 왔음을 알았다. 많은 것을 배웠다.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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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리스(Martin Rees)는 ‘여섯 개의 수’에서 천문학을 거대과학으로 규정했다. 이는 천문학이 크고 값비싼 장비를 필요로 하는 학문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고재현은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에서 물리학과에 입학할 당시에는 사물의 근본적인 이치를 밝히는 학문인 물리를 먼저 공부한 후 천문학으로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가졌으나 입학 후 치른 첫 시험에서 자신은 110점 만점에 60도 정도를 받았는데 소수이지만 만점자가 몇 명 나온 것을 보고 ‘천재는 따로 있구나, 나의 사고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이론 물리학이나 천문학이 아닌 고체 물질을 다루는 실험물리학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참고할 부분이 많은 내용들이다. 


천문학자들이 크고 값비싼 장비를 필요로 하는 만큼 아마추어들이 별을 관측하는 데도 전문 장비들이 필요할 것이다. 지질학과 지구물리학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질학은 지구의 물리적 구조, 과정,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지구물리학은 물리학 기반 기술을 사용하여 지구를 연구한다. 지질학은 현장 조사를 많이 하고 암석과 지층을 지도로 만들고 해석한다. 지구물리학은 현장 작업보다 데이터 분석, 모델링, 컴퓨터 기반 작업을 주로 한다. 나는 얀 잘라시에비치의 ‘지질학‘과 윌리엄 로리의 ’지구 물리학‘을 모두 읽었지만 그 차이를 생각하지는 못했다. 


’지질학‘에서 안 사실 중 하나가 outcrop과 exposure의 차이다. 전자는 일반적인 노두를 의미하고 후자는 특별한 (조사에 쓸만한) 노두를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지구 물리학‘에서 안 사실 중 하나가 지구 내부의 열은 지각의 암석과 맨틀의 방사능에 의해 발생하는 열과 지구가 생길 때부터 있던 열로 나뉜다는 사실이다. 


내가 지질학과 지구물리학의 차이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학문에서든 필요한 부분을 유용하게 찾아내 쓰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별을 빛나게 하는 연료에서 나온 핵폐기물로 우리 각자는 우리 은하에 퍼져 있는 수천 개의 서로 다른 별에서 유래한 원자를 가지고 있다는 물리학자 마틴 리스의 말을 호상철광층과 연결해 서술하려는 프로젝트는 잠시 뒤로 미루어야겠다. LIP(large igneous province)에 대해 서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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