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 흙을 다룬 책에서 읽을 거리를 챙기기도 했지만 특별히 유익하지는 않았다. 이 책과 같은 날 산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의 지질학자 부분에서 단서를 하나 얻었다.
데이비드 몽고메리의 ‘흙‘도 펼쳐보았다. 이 책을 선물(번역자 이수영님으로부터) 받은 것은 2020년이니 지식 양이 많이 축적된 시기에 다시 읽으면 첫 독서에서 챙기지 못하거나 갈무리하지 못한 지식을 낚을 수 있을 것 같다.
’흙‘에 이런 구절이 있다. “화강암이 풍화되면 모래흙이 되고 현무암이 풍화되면 점토질 흙이 된다. 석회암은 녹아서 사라지면서 얇은 흙층과 동굴이 있는 암석지대를 만든다...흙의 생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흙의 원천인 암석을 이해해야 한다.”
몽고메리는 지형학자, 지구우주학부 교수이다. 앞서 언급한 흙 관련 책의 저자는 토양학자다. 몽고메리는 흙을 지구의 살갗에 비유했다. 그에 의하면 지구의 살갗은 사람의 살갗보다 훨씬 얇고 연약한 층이다.
’흙‘ 외에 몽고메리가 쓴 책에는 ’발밑의 혁명‘도 있고 공저인 ’핵심지형학‘도 있다. '핵심지형학'은 침식에서 퇴적까지, 지형수문학, 해안 지형과 해저 지형, 얼음, 바람 그리고 불, 빙하 지형과 주빙하 지형, 화산 지형 등 읽을 만한 챕터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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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일하고 밤에 글을 쓰는(또는 강의 준비하는) 주근야서(晝勤夜書)는 힘들구나. 그제 강의(‘기후 관점으로 보는 고구려 전쟁사와 연천‘)를 마쳤으나 이제는 지질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윌리엄 에긴턴의 ’천사들의 엄격함‘, 남성현의 ’바다 위의 과학자‘, 이경구의 ’실학, 우리 안의 오랜 근대‘ 등을 빌려놓았으나 여유가 없어 21일 이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이 책들은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이어서 신청자인 내게 대출권이 먼저 주어졌다.)
남성현의 ’바다 위의 과학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한 해양과학 지식이 방대해 보이지만, 앞으로 발견할, 아니 발견해야만 하는 해양과학 지식에 비하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바다는 여전히 대부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고 지구상 가장 탐사가 부족한 영역에 해당한다.“ 지구 속에 대한 앎보다 바다에 대한 앎이 부족하다. 화산활동으로 해저(海底)가 융기해 만들어진 갈라파고스는 어떤가. 가장 앎이 부족한 바다 아래의 화산이 융기해 육지가 만들어진 것이니 모르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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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푸크너(Martin Puchner)는 ‘변화하는 행성 지구를 위한 문학‘에서 기후 비상사태의 시기에 문학을 읽는 것은 때때로 로마가 불타는 동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과 조금 비슷할 수 있지만 지구의 이러한 전환점에서 과학자, 정책 입안자 및 활동가들은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의 힘에 눈을 떴다고 말한다.


로마가 불타는 동안 바이올린을 연주했다는 이야기는 네로의 행위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 논자는 네로가 불타버린 잿더미 속에서 자신이 바라던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는 모습을 꿈꾸며 초기 기타를 연주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이 논자는 그런 행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결단력 있는 리더십도 아니라 말한다. 어떻든 이 대목만 읽으면 문학은 한가한 담론으로 보일 법 하다. 하지만 푸크너의 생각은 달리 있다.


푸크너는 인간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기에 바로 그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환경 재앙을 피하는 길이라 말한다. 그는 오늘날 북아프리카부터 라틴아메리카까지 수없이 많은 정치 난민은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기후 난민이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그런 난민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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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이 있다. 광교(廣橋)와 장교(長橋)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후에 이 이름은 시장이 배오개 터에 자리 잡으면서 널리 모아 간직한다는 의미의 광장(廣藏)이 되었다. 광장(廣長)이란 말을 만들었다.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과 장수왕(長壽王)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광개토대왕은 영토를 넓힌 임금이기에 광(廣)이 어울리지만 아버지인 광개토대왕 못지 않게 큰 역할을 한 장수왕을 오래 산 것에 초점을 두고 장수(長壽)라고 지칭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잘 간직하여 지킨다는 의미의 장수(藏守)는 어떤가. 책을 읽고 학문에 힘쓰는 것을 의미하는 장수(藏修)는 어떤가. 고구려 기록이 없으니 알 수 없으나 장수왕은 학문에 힘쓴 임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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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신명기(申命記)의 원어인 deuteronomy는 두 번째 법, 되풀이되는 법이라는 의미를 갖는 말이다. 신명기의 한자인 申命記에서 申이 거듭 신이니 말이 된다. 命은 규정, 가르침, 도(道), 이법(理法) 등의 의미가 있다. 요즘 잘 안 쓰지만 거듭 당부하는 것을 신신당부라 하니 어법과 맞는다. 어떻든 철 관련 자료를 찾다가 신명기 8장 9절에 이르렀다. ‘네가 먹을 것에 모자람이 없고 네게 아무 부족함이 없는 땅이며 그 땅의 돌은 철이고 산에서는 동(銅)을 캘 것이라‘가 그것이다. 


이 구절(9절)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아름다운 땅에 이르게 하시나니 그 곳은 골짜기든지 산지든지 시내와 분천(噴泉)과 샘이 흐르고”(7절)와 “밀과 보리의 소산지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나무와 꿀의 소산지라”(8절)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이다. 9절 중 ’그 땅의 돌은 철이고’를 ‘그 땅에서는 돌이 철이고’로 번역해 놓은 곳도 있다. 내가 찾은 자료(책)는 ‘그 땅의 돌을 취하여 쇠를 얻을 수 있고‘라 풀이해 놓았다.


정리하면 1) ’그 땅의 돌은 철이고‘(성경), 2) ’그 땅에서는 돌이 철이고‘(인터넷), 3) ’그 땅의 돌을 취하여 쇠를 얻을 수 있고‘(책) 가운데 3)이 가장 자연스럽다. 이는 제철의 원료로 쓰이는 광석을 의미하는 철광석(鐵鑛石)이란 말에도 들어맞는다.  젖과 꿀만이 아니라 철(광석)과 구리까지라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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