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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소통 -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김주환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2월
평점 :
생각이 감정을 지배하고, 몸을 견인한다는 주장이 주류적인 입장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전적으로 거꾸로 거스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즉 몸도 소통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것.
생각을 바꾸면 감정이나 정서를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을 비틀어, 생각이 만들어지는 뇌과학을 고찰하면서 눈으로 보도 듣고 느끼는 것부터 출발하여 의식의 흐름을 개괄하면서 우리의 감정과 정서의 문제는 결국 내면의 소통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도발적인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 내면소통을 물질의 작용, 정보의 패턴, 흐름과 구조 등과 연관지어 프리스턴의 자유 에너지 원칙, 마코프 블랭킷 모델, 데이비드 봄의 내재적 질서와 내향적 펼쳐짐의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기계론적인 인간이라는 설정에서 벗어나 소통하는 인간으로서의 전환, 이 도드라진 주장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읽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제대로 된 내면소통을 통해 마음 근력을 강화하는 첫번째 단계로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을 살피면서 마음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관을 소개한다. 핵심은 뇌의 편도체와 전전두피질의 연결망으로, 이들은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성장 과정에서 교육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발달하며 시소를 타듯 점차 부적인 관계를 보이게 된다고 설명한다.
마음근력은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자기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나 자신과의 소통능력인 자기조절력, 타인과의 통합 및 연결을 지향하는 타인과의 소통능력인 대인관계력, 열정과 변화를 이끄는 세상과의 소통능력인 자기동기력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신경망은 mPFC(내측전전두피질)임을 밝힌다. 흥미로운 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 상태에서 오히려 활성화되는 디폴트모드네트워크의 핵심이 바로 이 신경망이며,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바라보는 메타인지 또는 성찰의 과정에서 디폴트모드네트워크가 더욱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미래 교육이 지향하는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과도 이 신경망이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마음근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의 전제로, 유전자 결정론이 아닌 환경의 영향에 따른 후성유전학, 그리고 신경 가소성에 기반을 두고 뇌의 습관적인 작동 방식을 바꿔 뇌의 신경망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즉, 마음 근력은 뇌 신경세포의 연결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나'는 단 하나의 정해진 실체가 아니고, 오히려 '나'라는 관념 자체가 내 몸이 지각하는 경험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경과이며, '나'라는 실체는 내면소통의 방식과 내용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언한다.
자아 역시 일상을 경험하는 경험자아와 이를 지켜보는 근본적인 배경자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물리학과 생물학의 통합, 양자역학에 착안하여, 의식도 양자역학적 원리에 따라 발생한다는 관련 이론들을 설명하는데, 이에 따르면 우주적 의식은 짝을 이뤄 존재하는 보완성, 창조적 상호작용, 진화성, 숨겨진 전체성, 우주적 통제성, 반복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 몸의 세포가 작동하는 방식과도 일치한다고 제시한다.
뇌의 의식은 일종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내가 실체라는 단일성, 다양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의미 부여하면서 편집하는 동시성, 시간이 흘러간다고 믿는 연속성, 내 몸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체화성, 능동적인 추론을 하고 있으면서도 외부를 투영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수동성 등이 이에 속한다.
저자는 뇌의 작동 방식으로 자유에너지의 원칙과 마코프 블랭킷 이론을 차용하고 있다. 뇌는 감각 자료를 추론하여 감각정보를 생산하고 통합된 환상들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에서 능동적 추론이 작용한다. 이때 적용되는 자유에너지의 원칙은 모든 생명 시스템은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는 경계를 가지고 있고, 경계 밖 외적 정보와 경계 안 내적 모델 간의 괴리가 생길 때 예측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적 모델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예측 오류를 줄이려는 내재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이 때 최고 상단에 자의식이 위치한다는 것이다.
마코프 블랭킷 이론은 마코프 체인의 개념이 발전한 것으로, 마코프 체인은 하나의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그 이전의 사건에 영향을 받을 경우 두 사건은 마코프 체인으로 묶여 있다고 상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여러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얽혀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네트워크를 이룰 때 마코프 블랭킷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데, 하나의 특정 사건 또는 어떤 변수 A가 있을 때, 그 A에 직접 영향을 주거나 A가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묶어서 A의 마코프 블랭킷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코프 블랭킷의 A 외 모든 변수는 A와 조건부 독립이 된다. 이를 생명체에 적용하면, 생명체는 내부 상태, 외부상태, 감각상태, 행위상태의 네 가지 상태를 갖게 되는데, 이중 감각상태 및 행위상태가 내부상태의 마코프 블랭킷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뇌의 내부와 외부 환경 사이에는 마코프 블랭킷 역할을 하는 몸이 있다. 그러므로 내 몸의 감각을 느끼고 내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보는 소매틱 운동은 단순히 신체활동이 아니라 내부 상태와 외부 상태를 연결하고 재조정하는 능동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도파민의 역할에 대해서도 단순히 보상의 체계 속에서 다루기 보다는,도파민이 예측적 조절 및 예측 오류의 최소화 과정에서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 아래, 무엇이든 처음 마주한 것처럼 마음이 작동될 수만 있다면 도파민 회로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마음 습관이 형성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저자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넘어서서 양자역학이 가진 불연속성, 비결정성, 비국지성을 포용하면서 데이비드 봄의 내재적 질서에 집중한다. 봄은 세계는 우리가 보는 것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주의 모든 정보는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접히고 얽히고 내포되어 있으면서, 이 서로 접힌 상태의 구조들이 계속해서 펼쳐지므로 현상의 세계로 나타난다고 본다. 모든 것이 전체 안에, 그리고 전체는 모든 것 안에 있다는 주장으로 대변되는데, 예를 들면 홀로그래피 같다는 것이다. 즉 작은 조각 하나에도 전체의 이미지가 담겨 있고, 흐릿한 개개의 정보가 모여 전체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퍼스는 기호 현상을 주창하면서 기호는 해석하는 행위를 통해 끊임없이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이라고 보는데, 봄과 퍼스의 이론을 참고하여 저자는 내면소통의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양자역학이 물질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몸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전자는 고정된 입자가 아니고 내부의 구체적인 방향을 향해 붕괴되어 가면서 동시에 바깥으로 확장되는 과정에 있는데 이 과정은 양자잠재력에 의해 가이드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이 일정한 행위를 하는 능동적 실체로써 작용한다는 것이다. 배가 레이더 신호로 방향을 결정하여 나아가듯이, 실제 움직임은 엔진의 힘과 파도 및 바람의 힘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레이더가 배의 진행 방향을 형성시키는 과정인 것처럼, 정보는 형성시키는 과정의 잠재력이라는 것. 나아가 의식은 인과 관계가 아니라 생성 질서, 즉 스스로 펼쳐지면서 재조직해가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이론적 고찰에 치중한다면, 2부격인 책의 후반부에서는 내면소통 명상의 중요성을 일깨우는데, 명상은 나의 생각, 감정, 감각 움직임 등을 지금 여기에서 실시간으로 알아차리는 것이며 배경자아가 경험 자아의 다양한 측명을 알아차리는 것으로써 다양한 명상의 개념, 종류와 방법 등을 제시한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뇌과학 등의 환원주의를 경계하는 것인데, 내면소통을 위한 마음근력의 향상을 위한 기본 방향 설정에 도움을 받는 것일 뿐, 그 이론의 정확성과 효과성은 뇌과학자의 몫으로 철저히 남겨둔다는 점을 분명히 언급한 부분이다.
다만 체계적인 이론과 실천적인 교재로써의 통합성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뇌신경망을 바꾸어나가야 하는 이유 나 관련 이론 등이 실제적인 효용성에 맞추어져 있어서, 뇌과학, 철학, 양자역학 등 이론적 깊이가 상당히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음에도, 관련 이론에 대한 심도있는 학습과 탐구는 철저히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는 데는 넘치고도 남는다.
마음근력 훈련을 통해 비인지능력과 성취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자신의 기본 역량을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나아가 자신이 처한 환경을 주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킴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에 있어서 매우 새로운 관점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자기 자신이 먼저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과 그러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야만 한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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