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 - 청소년을 위한 세계 여행 가이드 창비청소년문고 44
최재희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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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낭을 메고 떠난 여행 길 위에서 특별한 체험과 색다른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며 일상으로 돌아와 힘을 내어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어려서부터 할머니로부터 함흥차사라는 말을 즐겨 들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는 해가 떨어져 어둑 신이 내려앉을 때에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손녀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애정 담긴 말이다.


   동북아시아의 중간에 있는 대한미국의 인천공항은 세계적인 공항의 중심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활주로를 통해 세계로 뻗어가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1부에서는 자본과 사람이 모이는 대도시 여행으로 뉴욕과 파리, 도쿄를 다뤘다.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맨해튼을 갈 때 이용하는 옐로 캡은 노란색과 검은색 조합으로 명시성을 띤다. 시각적 효과를 꾀한 택시 회사의 전략 덕분에 교통사고율이 낮은 뉴욕이라니 놀라웠다.

 

   도시에 녹지가 많을수록 시민이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생각으로 조성한 센트럴파크는 도시의 열섬현상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있어 친환경 정책에도 부합한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시테섬은 강의 수위가 일정한 지리적 여건으로 파리의 중심으로 불렸다. 세계적 유물로 넘쳐나는 루브르 박물관은 제국주의의 산물로 가져온 것과 나폴레옹 시대에 들여온 것들이 많아 약탈의 전리품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네다 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여 에도성을 둘러 본 뒤 도시를 연결하는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와 나고야로 이동하는 여행을 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인류가 빚은 문화 경관으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인도의 바라나시, 도시의 운명을 바꾼 에스파냐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물의 축복을 기뻐하는 성대한 물 축제가 열리는 태국 방콕을 담았다. 중화학 공업의 기틀을 갖춘 빌바오는 생산과 성장 중심의 정책으로 네르비온강의 수질오염이 극심하였다. 공업의 쇠퇴 후 산업 발달의 부작용으로 오염된 네르비온강을 살리기 위하여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아름다운 구겐하임 미술관을 탄생시켜 많은 관광객을 끈다.

 

  3부에서는 자연이 만든 세상, 그 위에 숨 쉬는 인간 편으로 브라질의 항구 도시 리우데데자네이루, 러시아의 신비한 호수 바이칼호, 화산의 흔적을 간직한 뉴질랜드의 자연을 담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횡단 열차를 타고 침엽수림 터널을 지나 이르쿠츠크에 도착하여 차로 세 시간 정도 달려 바이칼호에 도착한다. 울혼섬 후지르 마을에 있는 부르한바위는 샤먼바위로 영적인 면을 담고 서 있는 듯하다.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인 바이칼호는 세계 최대의 담수량과 에메랄드빛을 발하며 흐르는 물줄기는 오욕에 찌든 인간을 정화해 줄 듯하다.

 

   4부에서는 세상을 존중하는 여행자로 현지 사람들에게 골고루 이윤이 배분되는 여행인지, 내 여행이 여행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피며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독자들을 전제한다. 여행지 환경과 문화를 존중하고, 여행하며 지불하는 비용이 여행지에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공정 여행은 탄소 배출이 심한 항공기를 이용하는 여행자의 도리이다. 커피 애호가라면 에티오피아 이리가체페 커피 농장을 찾아 커피를 마시며 생산 농가에 밀착된 여행도 있을 것이다. 유대인 학살, 인종 청소로 악명 높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아 아픔을 기억하는 여행지로 폴란드를 실었다. 게르만족의 우월성에 사로잡힌 히틀러의 광적인 만행의 현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일어나서는 안 될 역사적 재난을 기억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학업 성취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학생의 시간을 옥죄는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에 청소년의 여행은 그림의 떡으로 비춰지곤 한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설렘 가득한 시선으로 볼 세계 여행 가이드 <<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이다. 책은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자를 위한 지리적 정보와 함께 인간과 자연이 상호 작용하며 함께 일군 자연과 인문 경관을 만나게 한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접하는 경험은 사고의 지평을 활짝 열어 준다.  


* 이 서평 도서는 창비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지리를알면여행이보인다#최재희#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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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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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움직이는 여행자로 미답의 세계를 밟는 자신을 상상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견딘다.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에서 비껴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이며 내면의 갈등을 직시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면 순례를 떠올린다. 세상사 잊고 욕심을 털어버린 채 길 위에 서서 성자들이 걸었던 길을 묵묵히 따르며 살아온 시간을 반추하여 나를 돌아보는 일은 의미 있는 순례로 자리할 것이다.

70대 이혼녀 순례씨는 습기 가득한 공중목욕탕에서 세신사로 일하여 번 돈을 모아 순례 주택을 지었다. 장기 전세 붙는 것보다 순례 주택 들어가는 게 어렵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에게 순례 주택은 임대료가 싸다. 도로 확장 공사로 보상금을 많이 받아 순례 주택을 짓고 건물주가 되었지만, 순례씨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불로소득을 달가워하지 않는 순례씨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건물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 임대료를 받으며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한다.

순례씨는 시세보다 낮은 월세에 형편이 어려운 세입자에게 일정기간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 순례 주택 입주자는 와이파이, 옥탑방, 옥상 정원을 공유하고, 순례 주택 입주민 수칙을 따른다. 몸과 마음이 엉망인 엄마를 대신하여 그녀는 수림을 사랑으로 키웠다. 수림의 외할아버지는 순례씨와 연애를 하였지만 외동딸의 반대로 부부의 연을 이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의 번 돈으로 좋은 입지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딸 부부는 경제적 자립과는 거리가 멀다.

사위는 전임 교수 될 때까지만 장인에게 도와 달라 하였고, 딸은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 큰딸 사교육비를 충당하였다. 수림은 학교 갈 즈음 순례씨 집을 떠나 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1군 가족과 합류하였다. 하지만 세속적인 성취에 골몰하는 생물학적인 가족과는 거리를 느낀 터라 부모와 언니와는 소원해졌다. 순례 주택으로 이주함으로써 공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1등을 고수하려는 미림의 현실적 꿈은 어려움에 봉착하였지만, 주도형 학습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양광 사업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휘말려 살던 집을 날려 오갈 데 없는 수림 가족을 순례씨가 받아줬다. 1군 가족은 5년을 대기하여도 입주하기 힘든 순례 주택으로 이사하였지만, 살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여 기존의 입주자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얹혀 살며 의존하는 ‘캥거루족’으로 생존하느라 자립을 위한 경제활동은 없었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는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않는 부모를 보며 수림은 ‘어른은 어떤 존재일까?’를 화두처럼 붙들고 사유하였다. 순례씨는 최측근인 수림에게 ,

‘어른은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잘라 말하며 수림의 부모가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녀는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관심을 두고, 입주자인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어 연대하였다. 양심적으로 번 돈을 귀하게 쓰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순례씨는 순례 주택을 국경 없는 의사회에 기부하는 상속을 선택하였다. 그녀는 측량에 필요한 줄자를 최측근 수림에게 주었다. 줄자로 외형적 크기를 재며 성장을 관측하고, 마음의 깊이를 재단하며 타인과 상생 ‧ 공존하는 삶을 지향하는 마음을 줄자에 연결하였다.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진 홍길동처럼 길동은 선의의 속임수를 써서 수림 부모가 경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였다. 수림은 마흔이 넘어 돈을 처음으로 번 엄마, 새벽 배송 포장을 돕는 아빠를 보며 타인에게 기대지 않는 어른을 그렸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지.’ [호밀밭의 파수꾼] 중

제도권 교육에 부적응하여 학교 밖으로 밀려난 홀든이 여동생 피비에게 한 말이다. 열여섯 살 수림이 홀든과 겹쳐 보인 이유는 철 들지 않은 어른을 성숙한 어른으로 유도하는 촉매이고 싶은 바람을 담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른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꺾지 않고 아이들의 성장을 도우며, 삶에 닥치는 어려움을 약진의 발판으로 삼을 때 인생의 순례자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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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
이혜미 지음 / 크레파스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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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한 딸이 서른셋에 엄마가 돼 아들을 키우느라 애쓰며 지낸다외손자가 태어난 후 단조로운 가족은 사랑을 쏟을 대상을 만나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첫딸 출산 후 복직하여 일하느라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였다엄마와 함께 지내며 어리광을 부릴 때에 딸은 가고 싶지 않은 보모 집에 맡겨졌다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생떼를 쓰는 아이를 뒤로한 채 걸음을 바삐 놀려 일터로 향하였다퇴근하면 부모를 기다린 딸이 함께 놀아달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할 일이 많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곁을 주지 않았던 게 마음에 멍울로 남아 있다.

   예순넷인 남편은 퇴직 후 초등학교 앞등굣길 교통 봉사로 하루를 시작한다남편은 오지랖이 넓어 이웃에게 관심이 많고 무엇이든 공유하고 싶어 한다. 학생들과 오래 생활해서인지 아이들을 좋아하여 아침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반가이 맞는다. 섬김의 나눔을 중시하는 남편은 실속 있게 살지 못하여 아내의 타박을 들을 때가 있지만 괘념치 않는다. <<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골수에 사무친 효행을 실천하는 남편이 먼저 떠올랐다. 물음을 던지기 전에 효도는 조건을 따지지 않고 행하여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자식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 몸을 챙기지 않고 일하였다. 불사조처럼 강단진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는 유전자를 타고났다그는 직장 일을 마치고는 아내가 운영하는 슈퍼에서 다시 일하느라 고단할 텐데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일하는 가장으로 열심히 사는 게 무엇인지 입증한다아버지는 딸들에게 배운 것이 없어 육체적 노동으로 고생이 많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강하였다아버지는 못 배워 고단한 생활을 감내하면서도 딸들에게 많이 배워 세상을 넓게 보고 편히 살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 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로 혼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저자의 부모는 베이징으로 무술 유학을 간 딸이 석사 학위를 마칠 때까지 군소리 없이 지원하였고둘째 딸이 재수 끝에 서울대 미대로 진학하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못 배운 한은 오래 간다고 하지만 아르바이트 하나 안 시키고 딸 둘을 공부시키기 쉽지 않았을 터인데 부모는 학비와 용돈을 군소리 없이 충당하였다.

   386세대의 부모는 할머니 세대를 봉양하고 자식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생활하였지만자식 세대에게 손 벌릴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는 세대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는 속담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부모는 끝없는 사랑과 정성으로 자식을 키웠지만부모 생각하는 자식은 그리 많지 않음을 알아차린다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처럼 여기던 자식도 성장하면서 부모와 거리를 두는 게 현실이다자기 앞가림도 힘든 각자 도생하는 시대에 부모는 뒷전으로 밀려나고길어진 노후에 부양의 책임이 지워지면 어쩌나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슬픈 현실이다.

   길어진 노년에 부모 역시 스스로 책임질 만한 여력을 갖춰야 자존감 있게 생활할 수 있다저자의 부모는 젊은 시절밤낮 없이 일하여 모은 돈을 잘 관리해 검약한 생활로 부를 이룬 부모는 자식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정도로 노후를 대비해 두었다부모는 건물주로 다달이 들어오는 월세가 있어 큰일을 겪는 이변이 없는 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자식은 부모 부양에 대한 짐을 덜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딸의 마음 한쪽에서는 부모 은혜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효심이 꿈틀대고 있는 듯하다.

   부모가 바라는 효도는 거창한 데 있지 않다적적한 노년에 부모는 아침에 걸려 오는 짧은 안부 전화에 마음이 따뜻해지고생일에 전하는 꽃 한 송이에도 기쁨의 미소를 띤다그들의 행복은 큰 보상이나 값비싼 선물에 있지 않다. 다만 자식이 자신을 잊지 않고 하루 중 잠시라도 마음을 써준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긴다. 물질적인 효도에 한정 짓지 말고, 정서적 지지와 따뜻한 관심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효를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럴 때 부모의 마음에는 조용히 등불이 하나씩 켜질 것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부모가 늘 곁에 있을 것이라는 착각으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미루며 살고 있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제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부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따뜻한 밥을 함께하는 시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제 좀 살 만하니 부모와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지.’

  마음먹었는데 예기치 않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부모를 그리워하며 회한에 젖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다. 효도하고 싶어도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회한 섞인 말이 흰소리가 아님을 안다

효도는 내일로 미루는 다짐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실천해야 할 사랑의 언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부모를 향한 작은 관심과 따뜻한 한마디면 된다.

  오늘 하루 부모의 안부를 묻고,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웃으며 마음을 나누는 소소한 행동이 쌓여 행복을 이룬다. 각자 처한 상황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의 효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일련의 행동은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큰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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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로마 여행지도 2024-2025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로 만든 로마 여행 가이드 총정리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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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볼거리가 먹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여행자들의 시선을 끈다. 한정된 시간에 봐야 할 문화 유적지를 찾아 강행군하던 20년 전 가족 여행을 떠올리며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지도>>를 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자유 여행자로 길을 나서는 독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으로 입국한다. 로마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방법까지 간명하게 기재된 대형 지도를 펴들고 길 위에 섰다.




   이용 날짜에 따라 맞춤형 교통권을 예매하여 가야 할 곳을 찾아 나선다. 판테온 신전이 고풍스런 로마의 골목에 자리하여 성과 속이 조화를 이루어 공존하는 것처럼 표지에는 카페 차림판과 이방인을 응시하는 고양이가 눈길을 끈다.


   옅은 갈색 상자를 열면 대형 로마여행지도, 로마주요지역 여행지도, 가이드북, 트래블 노트, 스티커가 포함되어 여행의 실효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에이든 지도임을 알아차린다. 여행지에서 해봐야 할 목록을 작성하는데 도움 될 체크리스트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 장면을 상상하며 유적지를 관람하는 제안을 포함하였다. 콜로세움에서는 25만 명을 수용한 전차 경기를 상상해보고, 아로마 레스토랑에서 콜로세움을 보면서 식사하기, 진실의 입에 손 넣고 사진 찍기 등을 목록에 담았다. 여행하려는 도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에이든 여행 지도는 지도 한 장 들고 가벼이 떠나고 싶은 여행자를 돕는다.


   방수 종이로 제작된 에이든 여행 지도라 비가 내리더라도 비에 젖을 염려 없이 대형지도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에이든 여행 지도의 장점이다. 여행 계획을 세우고 기록하는 재미를 더하는 플래그 스티커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나 다녀온 곳을 표시할 수 있어 여행자의 여행지를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다.


   곳곳이 박물관이라는 말에 호응하듯 골목을 따라 걸으며 유적지를 찾아 유물을 관람하느라 땀깨나 흘렸던 추억을 곱씹는다. 로마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고, 관광 명소, 교통편, 주요 도로 등을 담은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는 여행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한 정보를 업데이트한 흔적이 지도에 드러난다.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 책자를 꺼내 들고 긴 비행시간을 달랠 날을 기다리며 여행지도 제작자가 보내는 편지를 읽는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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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정조절력
윤여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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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이 결혼하여 새 생명을 품에 안은 뒤부터 부부는 아들을 양육하느라 쪽잠을 자면서 피곤하다며 아우성이다. 잠이 없는데다 예민한 외손자는 고집을 피우며 엄마 곁을 내주지 않는다. 뜻대로 안 되면 목청껏 울어 층간소음 민원이 들어올까 우려하며 아이를 들쳐 업는다. 아기 띠 안에서 겨우 잠을 붙였다. 자리에 내려놓으려 하면 금세 눈을 뜨는 아기라 다른 집안일을 병행하기 쉽지 않아 피로도가 더 높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잠 다 자면서 아기 키우는 호사는 쉽지 않다며 딸을 토닥인다. 


  산후조리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산모에게 건넨 한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박혀 있다. 

  “떡잎이 자기주장이 강하네요. 신생아가 크게 소리 질러 우는 바람에 옆에 자던 신생아가 모두 깨어나 운답니다…….”

  태어난 지 사흘째 듣는 아기의 기질은 조리원에서부터 악명 높은 것처럼 보여 괴란쩍었지만 딸은 어쩔 도리가 없다며 잘 부탁한다고만 한 모양이다. 주말에 외손자를 보러 가면 아기는 무난하게 잠 들고 깨어나는 순둥이는 아닌 듯하였다. 


  말을 못하는 아기이지만 귀는 열려 있으니 말로 감정을 조졸해야 하는  이유를 들려주었다. 경험으로 알게 된 감정조절능력은 사회생활의 기초 체력으로 영유아 시절부터 길러줘야 할 영역이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만나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감정교육은 시작된다. 부모는 가정 공동 조절자로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감정의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감정을 배워 본 적이 없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길에 감정 교육이 함께한다. 


  AI시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영역인 ‘감정‧공감‧관계 형성‧회복탄력성’은 감정을 배우고 훈련할 기회를 획득함으로써 함께 연결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가운데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 자기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쌓는다. 감정은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신호로 가치중립적이며, 행동은 사회적 규범 안에서 조절되어야 한다. 화가 치밀어 올라도 폭력적인 행동을 삼가는 것이 사회적 행동 규범임을 알고 폭력을 쓰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긍정적인 감정만 표현하며 사는 일이 능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정 표현에 서툴러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저자는 아들을 키우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육아는 감정을 억누르는 과정이 아니라 감정을 친구로 여기며 행동의 원천이 되는 원료인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책임질 권리가 있다. 나와 아이의 감정에 각자의 주인이 있음을 배우고 경험과 상황을 통해 학습되고 구성되는 감정을 공부해야 한다. 


  감정이 흐르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서 시작되는 감정교육은 양육자의 감정 주파수가 아이의 정서적 기준점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은 말을 배우기 전부터 느낌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정서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감정 언어는 감정 조절력의 기초 자산으로 표정과 말투, 분위기 등으로 표현되는 점에 착안하여 감정 조절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의 흐름을 정확히 인식하여 내 감정을 솔직히 설명하고,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보여 주는 훈련을 통해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고 충동을 통제하며 생활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공동 조절자로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관계 형성을 위한 실천은 감정조절력을 길러주는 일곱 가지 훈련법으로 감정지능을 자라나게 할 수 있다. 

  첫째, 어떤 감정이든 ‘표현해도 된다’고 말해준다. 

  둘째, ‘감정 어휘’를 풍부하게 사용한다.   

  셋째,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넷째, 감정은 ‘일시적’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다. 

  다섯째, 감정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 

  여섯째, 아이가 감정적인 불편함과 친해지도록 응원한다. 

  일곱째, 부모가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속담처럼 감정은 헤아리기 어렵고 감정을 다루기 어렵다.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레 터득하는 감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대한 학습은 하지 않은 채 무심히 살았다. 부모는 학습과 연습으로 아이의 감정조절력을 길러 줄 책임이 있음을 지나치지 말고 가정에서부터 아이의 감정조절력 향상을 위한 실천이 따라야 한다. 사회적 관계의 기초인 공감능력은 타인의 가정을 알아차리고 이해함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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