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진 야산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야생차는 고향 하동의 특산물로 가정의 상비약처럼 자리한다. 변변한 약국 한 군데 없는 궁벽한 동네, 봄과 여름에 채취한 찻잎은 환절기 건강을 챙기는 데 요긴하였다. 할머니는 봄에 찻잎을 따다 찻잎을 시들게 한 뒤 아랫목에서 발효시킨 차를 겨울에 끓여 주었다. 방안을 훈훈하게 데우는 화로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잭살차 주전자가 놓여 있다. 방안을 달구는 화톳불 빛깔처럼 붉은빛으로 우러난 잭살차는 약용 음료로 감기 예방에도 한몫했다. 기관지에 좋은 돌배를 함께 끓이면 단맛은 배가 되어 면역에도 도움 되었다.

 

 할머니는 세상을 뜨기 전 농약을 치지 않으면 물러 떨어지는 감 농사 대신 병이 잘 안 들고 벌레도 잘 안 먹어 기르기 수월한 차 농사를 지었으면 하였다. 조상들 제사를 모시는 조건으로 받은 땅에 차나무를 심어 손자들이 자라면 찻잎을 수확하여 차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였다고 한다. 할머니는 생전 후손들을 위해 가을에 씨앗을 받아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이듬해 봄 심은 뒤 여름에 손가락만큼의 가지를 잘라 심었다 이듬해 봄 움트기 전에 밭으로 옮겨 심었다고 한다. 할머니의 바람대로 차나무는 잘 자라 잎을 내어주고 가을에는 꽃을 피워 그윽한 차향을 바람에 실어 보낸다. 잘 익은 열매를 짠 기름으로 나물을 무치면 느끼함이 덜하여 주로 쓴다. 녹차 씨를 이용한 기름에는 카테킨·사포닌 같은 노화 예방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건강한 기름으로 유용함이 더한 녹차이다.

 

   828년 신라 흥덕왕 3년 대렴(大廉) 공이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오면서 차나무 씨앗을 가져와 왕명으로 화개 동천에 차를 심었다. 지리산 남녘 화개동천은 밤낮 기온차가 크고 지리산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개울이 흘러 다습하고 안개가 많아 녹차 시배지로 적합한 조건을 충족한다. 그래서인지 하동읍에서 화개를 향해 섬진강변을 달리다 보면 차밭이 제각각 도열하듯 늘어서 있다. 차밭에서 차와 함께한 시간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선대에서부터 존재해 왔던 것이다.

   ‘차를 만드는 사람에서는 차를 만들어 소비자들과 교유하는 생활이 일상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렸다.

   ‘차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근데 그게 너무 재미있어.’

   7대째 차 농사를 지어 온 도심다원 대표는 전통 방식을 지키며 차를 만들어온 장인의 손길이 전해진다. 어려서부터 차를 마시며 자랐고, 어른이 되어서는 차를 만들며 평생을 차와 함께해온 관록이 묻어난다. 대표는 집집마다 다른 김치 맛만큼이나 녹차 역시 깊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진대 경험으로 알아차리는 순간을 중시한다. 4월에 딴 새순으로 만든 차는 일 년 내 품고 있던 성분을 배로 가지고 있어 5월에 만든 차보다 깊은 맛이 우러난다며 차 농사를 지으며 터득한 내용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기라도 하듯 그는 도심다원에 있는 큰 차나무를 가꾸며 오늘도 차밭을 지킨다.

 

   고통 없이는 지혜를 얻을 수 없다는 하동 토박이 만수가 만드는 차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서 큰 욕심 내지 않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사는 일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 건강해지고 싶어 몸에 좋은 차를 만들어 마셨고, 만수가 만든 차를 마시고 소비자들이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를 만드는 질박함이 그의 목소리에서 묻어난다. 극도로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부탄을 찾아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될 경제적인 작물로 선정된 녹차를 가르쳐준 일을 들려준 삼태다원 대표 말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차 사업을 처음 시작한 조태연가 대표는 우리 차를 세계 시장에 알리기 위해 실천하였다. 1990년대 작업을 할 때에는 육 년을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차를 만들었다는 말에서는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그의 집념을 알 수 있었다. 차에만 골몰하다 보니 아집이 생겨 차에 대한 안 좋은 평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열린 마음으로 차를 만들며 생긴 문제점을 조금씩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차 동호회에서 쌍계사 근처로 차를 마시러 왔다 인연이 되어 살고 있다는 천년지향 부부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부부는 주거 안정을 바라기보다는 아무것이 없어도 어디에 가든 몸 가고 솥만 있으면 차를 만들었을 정도로 차를 사랑하고 차와 함께해온 삶이다. 찻잎은 상온에서 산소와 만났다 시간이 지나면 달궈진 솥에 들어가 열기를 쬐며 덖어지다 향은 깊어진다. 덖은 차의 열기를 식히며 비비기를 반복한 뒤 다시 솥에 들어가는 찻잎은 그윽한 향을 더한다

 

   농사를 짓는 이들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절기(節氣)를 염두에 두고 계절마다 챙겨야 할 것들을 준비한다. 욕심을 내지 않고 뿌린 대로 거두는 일상에 익숙한 팔순의 어머니는 고향 하동에서 25년째 차를 만들고 있다. 섬진강 건너 광양 매화 밭,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 찻잎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차밭을 오가며 올해 차 농사를 가늠한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에 곡물들이 잠을 깬다는 속담처럼 녹차 농사를 짓는 이에게 곡우는 좋은 차를 만들어 내는 분수령이 되는 절기이다.

 

   초의선사는 지리산 칠불선원 아자방에서 참선하던 중 고전다서에서 필요한 내용을 뽑아 다신전으로 묶었다. 이 다서(茶書)는 찻잎 따기에서부터 차 만드는 방법, 차를 오래 보관하는 법, 다구(茶具)로 차를 우려 마시는 법까지 차에 대한 이론을 개괄적으로 싣고 있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산비탈에는 야생으로 자란 차나무들이 이웃하여 자라 지역민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보살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도 시절 인연에 따라 잎을 내밀고 꽃을 피우듯 차나무에는 새순이 돋는다. 햇볕이 가득한 산비탈에는 4월 초순부터 눈을 틔우기 시작한 녹차는 참새 혀처럼 뾰족하게 내밀고 올라온다. 이른 봄부터 시작되는 채다(採茶)는 여름이 깊어질 즈음 끝이 난다. 너무 서둘러 찻잎을 따면 차 맛이 온전치 못하고, 너무 늦으면 신성함이 흩어져 다신(茶神)이 사라진다고 다신전에서는 기술하고 있다.

   어머니는 이슬이 채 깨기도 전, 새벽의 서늘한 기운을 받으며 주먹밥을 챙겨 차밭으로 향한다. 손으로 찻잎을 끊어내는 톡톡 소리는 만물을 일깨우며 녹차 밭의 고요를 깬다. 찻잎을 딸 때는 절기가 중요한 만큼 찻잎은 때에 맞춰 따야 한다. 곡우 전 5일을 최고로 삼아 차를 만드는 만큼 우전차는 녹차의 맛과 향, 기운까지 빼어나 차를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참새 혀처럼 올라온 잎을 따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르게 찻잎은 자라므로 여린 순을 톡톡 따 담으려고 손을 재게 놀린다. 하루 종일 찻잎을 따더라도 혼자 2킬로그램을 따기 힘들 정도로 고된 일이지만 어머니는 녹차 잎이 돋기 시작하는 봄을 기다린다.

   차향 가득한 하동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차밭 풍경을 담은 그림은 싱그러운 빛으로 안온함을 준다. 오십 년 넘게 봐왔던 낯익은 고향의 모습이지만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봄 한철 차밭에서 찻잎을 따고 차를 만드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지내는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차 문화의 시초인 쌍계사와 차 시배지 등을 담은 그림은 오랫동안 차와 함께해온 삶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 이뤄낸 문화를 형상화한 것이었다.

   조그마한 일에도 크게 반응하며 에너지 넘치는 십대들과 생활하는 시간, 차 한 잔을 마시며 격해지는 감정을 가라앉힌다. 다관에 끓인 물을 부은 뒤 차를 넣어 우려 마시는 상투(上投) 방식으로 찻물을 따라 마신다. 홀로 차를 음미하는 시간은 신령스러운 기운을 느끼기 쉽다고 한 것처럼 차 한 잔에 굴곡진 인생의 조각들을 녹여내며 마음을 다스린다. 향기롭고 맛이 일품인 차를 가까이하며 해마다 녹차를 만드는 철에는 고향을 찾는다. 노쇠한 어머니 혼자 차를 따고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힘을 보태고 싶어 서이다. 녹차 여린 잎을 따서는 차를 덖고 비비는 과정을 거쳐 수제차를 만들며 자부심을 갖는 어머니는 불의 열기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당부한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며 그 옛날 할머니가 하던 방식대로 차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차를 보낸다. 차 맛으로 오롯이 평가받으려는 견습생처럼 오늘도 차 공부를 하면서 차향을 맡는다.

 

다원 순례길, 표지판에 그려진 마스코트 찻잎새는 이정표가 되어 도보 여행자들이 헤매지 않도록 길을 안내한다. 차에 문외한이었던 찻잎새가 다도 경연을 앞두고 칠불사를 찾아가 초의선사의 혼령을 만나 다인(茶人)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은 우리 녹차에 대한 애정을 더한다. 잭살차를 어려서부터 마시고 십 수 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 차를 만들며 녹차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열고 있지만 한 잔의 차가 내게로 오기까지의 공정을 잊을 때가 많다. 차 한 잔에 담긴 다인들의 노력과 정성을 새기며 오늘도 마음을 다스리는 명약으로 차 한 잔을 우려 마신다. 물이 끓어오르는 찰나 산란한 마음을 재우고 집중하는 가운데 맑은 차를 음미하는 시간은 번민을 털어내는 정화의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종이 꿈꾼 나라 - 실록으로 읽는 세종의 위업
이석제 지음 / 인간과자연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말과 한자가 서로 통하지 않아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한 한글 창제는 세종의 큰 업적으로 남아 있다. 자주·애민·실용·창조 정신으로 집약되는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넘어서는 세종의 인간애는 성군으로 자리할 바탕을 이룬다. 태종은 충녕대군에게 할 일이 없으니 평안하게 즐기라는 말 덕분에 유희와 애완의 격물을 두루 갖추며 성장하였다. 자유분방한 양녕대군은 세자로서 궁중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종사를 이을 수 없다는 신하들 상소에 따라 충녕대군은 조선 4대 왕위에 올랐다. 외유내강형의 충녕대군은 학문을 좋아하는 군주로 선택과 집중의 지도력을 발휘하며 조선을 통치하였다.

 

   학문을 즐기며 경연을 게을리하지 않은 세종은 고질병에 시달리면서도 글을 읽는 동안 생각을 일깨워 정사에 접목하여 시행하는 부분이 많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 세종은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성리의 학문을 정독해 고금의 모든 일에 통달하여 어느 한쪽에도 막힘이 없었다. 편안한 때에도 위태로운 일이 닥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나라를 보호하는 계책을 널리 알렸다.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군사 훈련을 독려하며 화포를 비롯한 각종 신무기 개발에도 전력을 다하였다. 세종은 국토를 안전하게 방어하여 백성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왕의 사명이라고 여기며 왜인과 야인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세종은 왕이 거처하는 궁궐에서 포를 쏘아 올려 최강의 나라를 향한 선전포고를 드러내며 치국과 관련 책을 두루 섭렵하며 무사 양성 계획을 세워 실행하였다. 궁궐 내 활터를 지어 활쏘기 연습을 시키고, 격구로 무예 연습을 지속하였으며, 도순검사들을 각 도에 파견하여 군대 형편을 살피게 하였다. 조선에 복종하면서 평화롭게 지내다가도 갑자기 침략과 약탈을 자행해 변방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여진족을 토벌하는 데 공을 세운 최윤덕은 6진을 개척한 김종서와 함께 북방 정책을 펴 나라를 튼튼히 하는 데 힘을 쏟았다.

 

   편안한 때일수록 위태로운 것을 잊지 않고 경계함은 나라를 위하는 도리임을 한시도 잊지 않은 세종은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변경에 성을 쌓는 일은 만세의 장구한 계책을 위함이었다. 한가할 때 성책을 굳게 하고 수비하기 위해 천리장성을 완성하기까지 백성들의 궁핍과 고통은 수반될 수밖에 없었지만, 세종은 뜻을 함께하는 신하들과 함께 변방을 방어하기 위해 군비를 강화하며 후일을 도모하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손에 넣으려는 야욕은 힘없는 나라를 침탈하는 일로 이어져 백성들이 받는 고초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일왕의 대장경판 구걸과 사신 단식 투쟁, 노략질 모의 등은 끊이지 않았고, 훗날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일제의 야만적 침략은 핍박으로 이어져 굴욕적인 역사로 큰 발자국을 남겼다. 세종초, 대마도 토벌 이후 많은 것을 주면 줄수록 더 많은 것을 찾아서 배를 타고 넘어오는 왜인들로 삼포 왜인 단속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세종은 나랏일을 보면서 모든 부정적인 일들을 자신의 부덕과 책임으로 돌리고 성찰하며 지혜를 모으기 위해 경서를 읽고 또 읽었다. 백성들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제도는 혁파하고, 쇄신 정책을 펴나갔다. 공정성을 상실해 힘없는 백성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법(貢法)을 정해 시행하였다. 전 백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백성에게 좋은 방안을 찾아 실행에 옮겼을 정도로 세종은 민본 사상을 실현하였다. 병든 노인과 환과고독(鰥寡孤獨)에게 은혜를 더 베풀었고, 여자 노비들은 출산 전과 출산 후 휴가를 법제화해 모성을 보호하였다. 백성이 법을 몰라서 죄를 범하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법을 알게 하는 것이 긴요하며 죄수를 가두는 옥을 정결하게 유지하는 일까지 살폈을 정도로 자애(慈愛)를 실천하였다

 

   무지몽매함을 벗어난 백성들이 스스로 잘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음을 간파한 세종은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문자를 창제하였다. 백성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지어 널리 보급하려는 큰 뜻을 세웠다.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대부분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세종 혼자서 비밀리에 했던 일임을 실록의 기술을 통해 알 수 있었다. 14431230일 세종은 정음 28자를 처음 만들어 예를 간략히 들어 보인 뒤 집현전 학자들에게 한글 서적을 편찬케 하였다. 세종은 한글 창제 후 한글의 쓰임을 실험하고 연구하기 위해 고질병을 들어 세자에게 섭정을 위임코자 하였다. 하지만 신하들의 거센 반대로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찌르는 듯 아픈 임질[대상포진]과 시야가 흐려지는 안질을 앓으면서도 선택한 일에 집중하는 실천력으로 한글은 세상에 빛을 보았다.

 

   글자를 가진 민족만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한글 작업 완료 시점을 몇 개월 남겨두었을 때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세종은 왕위를 내려놓겠다고 하였다. 새 글자인 한글을 창제한 후 집현전 학자를 중심으로 중국어 자전을 번역하게 해 책자 보급에도 힘을 썼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짠 것처럼 세종은 백성들이 전하고 싶은 바를 쉽게 전하여 소통할 수 있는 일상을 위해 쇠한 몸으로 선택한 일에 집중하였다. 우리 말과 중국의 말이 다름을 아는 데서 출발한 자주적 관점과 백성들의 안위를 염려하며 만백성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는 민본주의적 관점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세종답게 실현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둘이 한 집에서 살아가기 위해 서로에게 배려할 부분은 많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걷다 보면 돌연한 일들에 발목이 잡혀 상처를 내며 살아갈 때도 왕왕 있다. 경험하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은 위험 부담을 떠안고 출발하는 모험 같은 것이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시 생활에 익숙지 않은 친구 둘은 월세를 아낀다는 명분으로 셋방에서 함께 지내다 1년은 근근이 버틴 뒤 갈라섰다. 소설 아파트먼트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 주인공과 빌리의 관계를 들여다보니 스무 살의 룸메이트가 떠올랐다.

 

   방 한 칸에서 함께 지내더라도 청소와 빨래, 연탄재 처리 등 해야 할 일들이 있었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핫바지 방귀 새듯 빠져나간 친구가 떠올라 한참을 웃어젖혔다. 짙은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새벽 연탄재를 버리러 가는 일은 늘 내 몫으로 자리했다. 지난밤 숙취로 늦잠을 잔다거나 새벽바람을 쐬면 비염이 도져 생활이 힘들다는 등의 이유를 대는 친구를 대신해 고무 대야에 연탄재를 이고 가는 시간은 계약 기간 만료일까지만 버티자고 곱씹으며 자신을 달래야 했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재능을 연마하며 기량을 발휘하는 길을 찾아 나선다. 보증된 기성체제 안에서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다는 안도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1996년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대학원에서 문예창작 워크숍 수업을 듣고 있다. 용기 내어 자신이 쓴 소설을 두고 합평 수업이 이뤄진 날, 원생들의 신랄한 비판과 교수의 혹평에 희망을 품기 힘들었다. 유일한 동료 수강생 빌리는, 소설가로 성장할 재능이 스스로에게 있는지 반문하며 실의에 젖어 있는 나에게 힘을 돋워 주었다. 자신의 소설을 지지해준 빌리의 문학적 재능에 매혹을 느낀 나는 그에게 룸메이트를 제안하였다.

 

   아버지가 지원해주는 학비와 용돈으로 별 어려움 없이 대학원 생활을 하는 나와 달리 빌리는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밤에는 바텐더 일을 하며 학비와 용돈을 마련해야 했다. 빌리가 일하는 바에 들른 주인공은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바의 지하실에 임시로 묵고 있는 그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임대한 대고모 집에서 함께 살자고 제안하였다. 작가로 성공하려는 꿈을 좇아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 서로의 글을 읽으며 평을 함으로써 개선책을 모색하는 최고선을 지향하며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둘 사이에는 틈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주인공은 우연한 자리에서 만난 여성과 문학적인 삶을 함께하는 꿈을 꾸며 마음을 나누려 하지만 남성성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빌리는 수려한 용모에 강한 남성성으로 여성을 압도하는 힘이 있어 주인공에게 열등감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대고모 소유의 아파트이지만 안정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던 주인공은 빌리와의 생활이 쌓일수록 열패감이 자리하였다. 그에게 선의를 제공하며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 평가하며 살던 주인공도 그와 살면서 부딪히는 일들에 본색을 드러내게 되었다. 나를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말로 고립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인공은 문학적 동반자로 곁에 있는 빌리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로 자기 균열이 일어났다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 애쓰며 지낸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특권을 쉽게 조롱하면서도 후하게 베푸는 것들에 매어 사는 빌리를 보면 환멸을 느꼈다. 창작지원 장학금을 받아 그가 아파트를 떠나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공모전에 작품을 낼 수 없도록 원고 파일을 날려버렸다. 주인공은 그가 간직하고 있는 애장품 같은 물건들을 파기하였다. 창작의 영감을 주는 기록물과 습작 모음집 등을 모두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버리고 강도가 든 것처럼 위장하였지만 빌리는 모든 사실을 알아차렸다. 주인공은 강도 위장 사건으로 불법 임대 거주 사실이 드러나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했다.

 

   감정의 밑바닥에 자리하는 동물적 본능을 여과 없이 드러낸 주인공을 비웃으며 빌리는 창작 지원금을 받고 다른 룸메이트를 찾아 이사를 갔다. 읽고 쓰기를 좋아한다는 교착점이 빚은 환상에 끌려 친밀해진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 후 그는 중간급 작가로 가정을 이루었고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성취를 더하였다. 한편 주인공은 작가가 될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출판사 교열팀장으로 일하며 또 다른 길을 찾았다. 동일한 구조의 칸칸이 들어앉은 아파트 거주 가정이 각양각색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해주기를 바라며 작가의 꿈을 꾸며 지내온 두 청년의 열망은 서로에게 완충재로 자리하지 못하였다. 존재의 소멸과 가치의 상실을 받아들이며 조금씩 깊어지는 것이 인생이 아닐는지 두 청년의 청춘 시절을 통해 떠올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거닝 -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이라영 외 지음 / 동녘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교시 수업 마치는 종이 채 울리기도 전에 학생들은 손을 씻고 급식실로 질주한다. 열을 체크한 뒤 손소독제를 받아 손바닥을 문지른 뒤 한 줄로 서서 식판에 밥과 반찬을 받아 칸막이 식탁 앞으로 간다. 제육볶음, 감자 베이컨 볶음과 밥을 받은 아이들이 눈에 띈다. 육류 중심의 편식이 일반적인 아이들은 비타민 겉절이가 있지만 채소 반찬은 먹지 않으려 급식 때 채소 반찬은 받지 않는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시행으로 학생들 영양까지 챙기는 단체 급식으로 편리해졌지만 육류 반찬이 안 나올 때가 거의 없어 점심시간이 불편해졌다.

   새 학기로 바쁜 봄을 보낸 여름과 먹거리가 풍성한 가을에는 도시락을 싸와 집 밥으로 점심을 해결하였는데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학교 급식을 이용한다. 붉은 고기를 안 먹는 대상자가 신경 쓰여서인지 조리사는 고단백 음식도 섭취해야 한다며 식이 습관을 바꾸려 하였다. 성장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단체 급식 식단을 짜더라도 육류에 편중된 식단 구성은 달갑지 않으면서도 채소 반찬 위주로 점심을 해결한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반찬을 안 받으니 개구쟁이 소년은 고기를 받아서 자신에게 달라며 청할 때도 있어 육식 위주의 식단에 길들여진 듯해 걱정되곤 한다.

   현대인들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질병을 앓으며 늘어난 평균 수명에 비해 삶의 질은 떨어져 건강한 생활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건강을 잃고 치료를 받다 고통 속에 이 세상을 뜬 지인들이 늘어날 때마다 무탈한 일상의 소중함을 재발견한다. 건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어떤 것도 꾀하기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식생활습관에서 오는 여러 질병을 보면서 채식을 지향하며 지낸다. 동물 착취와 학대를 최소화하려는 삶의 방식인 비거니즘(veganism)을 지향하며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라는 부제가 붙은 비거닝을 살핀다. 생활 속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의 솔직 담백한 일상은 완전 채식을 강요하지 않아 심리적 부담은 덜하다. 동물 학대 논란을 고려해 우유를 두유로 대체하고, 각종 과자와 라면을 튀기는 데 쓰이는 팜유는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식습관을 바꾸는 실천은 선택의지에 따른 자기결정권이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법규에 따라 수많은 동물들이 대량으로 살처분되었다. <<묻다>>의 저자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짐승들을 매몰한 지 3년 후 그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전시했다. 사진 옆에 살처분된 닭과 오리, 돼지 등의 숫자를 실어 통렬한 아픔과 강한 죄책감은 비정한 인간들의 이기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구제역으로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속 생명체의 절규는 살고 싶은 욕망을 담고 있는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후로 육식 섭취를 줄이고 어패류와 과일, 채소, 곡류 중심으로 섭취하며 지낸다.

   '맑고 신선한 해표, 해표 식용유

   광고를 들으며 지내온 지도 꽤 오래되었다. 1971년 해표 식용유는 식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대두를 수입하여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소와 돼지를 먹여 축산업을 장려하게 되었으며, 기름을 짜고 남은 다량의 재료들이 가축의 곡물사료로 쓰여 축산업 발달을 돕게 되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지상에 공급되는 모든 것들은 그 제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주고받는 연결고리로 묶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식용유와 동물성 식품들이 저렴하고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되어 가공식품 섭취를 크게 늘려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세계적으로 장기화된 코로나 19사태로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야하는 위기의 시대에 기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뉴노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그 이후는 이전의 세계와는 확연히 달라져 미래를 대비할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장기화된 장마, 폭우와 폭염, 한파를 겪으며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촉발된 환경 파괴를 멈추고 환경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 사람보다는 여럿이 함께하는 연대와 실천이 더 값진 때에 한 끼만이라도 자연 상태의 곡식과 채소와 과일 등을 먹으며 탄소 배출량을 줄여가려는 실천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험으로 알아가는 공부가 그 무엇보다 소중함을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직접 경험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여러 이유로 행동하기 어려울 때에는 한계를 뛰어넘는 방편으로 책을 읽으며 지낸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꾸고 다듬는 과정에 독서의 선한 영향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지대함을 알면서도 책 한 권을 붙들고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매체 발달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책 읽기의 진가를 뒤늦게 발견한 후로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은 욕구는 커진다. 책을 읽고 표현하는 데 쌓인 힘은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갈 용기를 준다. 출근하기 위해 나서는 길 가방에는 읽을 책 한 권을 넣는다.

 

   열매를 거둬 노년을 준비하는 인생의 가을, 높아지는 하늘은 명징함으로 마음을 맑게 틔운다. 32년째 청소년들과 함께 만나 소통하며 지내 온 시간은 다채로운 빛깔로 인생을 물들이며 너와 나를 성장케 한 소중한 시간이다. 도서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책 이야기를 나누던 찰나는 추억 속 의미를 짙게 드리우고 사제 간의 정을 이어준다. 여순 사건을 계기로 흑백으로 나뉘어 쫓고 쫓기는 상황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단된 국가의 아픔은 순수한 사랑과 대비돼 통절함을 더했다. 1년 남짓 청소년용으로 출간된 태백산맥을 읽고 문학기행을 꿈꾸며 다양한 독후활동을 벌인 뒤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한 여정이라 추억의 명장면으로 떠오른다.

 

   분단문학의 최고봉이라는 조정래 작가의 작품 <<태백산맥>>의 산실인 문학관으로의 기행은 일제 말기해방여순사건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현대사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 둔 대하소설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문학관에 이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집을 둘러보면서 소설 속 인물들을 불러내 보았다. 사상적 삶을 실현하기 위해 소화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한 정하섭은 박꽃처럼 수수한 소화의 아름다움과 그녀의 맑은 기품에 끌려 외줄타기 사랑을 이어갔다. 이념을 위해 사랑을 거세한 채 스스로를 옥죄며 시련의 길을 택한 이상주의자 정하섭을 가슴에 품고 사는 박꽃 같은 새끼 무당 소화(素花)의 헌신적인 사랑은 숭고함이 더한다. 정하섭의 이념을 따르며 그를 향한 사랑의 표식으로 아이를 옥에서 낳으면서까지 그와의 정신적 합일을 지향했다.

 

   2017년 중학교로 내려와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애를 먹었다. 45분 수업 시간 오롯이 앉아 있기는커녕 교실을 돌아다니며 어수선함을 조장하기 일쑤라 수업 진행 자체가 힘들었다. 공책을 마련하여 짧은 시를 옮겨 적고 공감 가는 구절을 찾아 이유와 함께 발표하며 문학 작품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친구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횟수가 늘면서 교사의 발표에도 조금씩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를 급하게 해결하기보다는 조금 더디 가더라도 이들의 행동 변화를 기다리며 작품으로 아이들과 만나 마음을 토닥이기로 했다.

 

   소설을 발표하는 시간, ‘태백산맥을 다시 읽으며 소설 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도 각기 달라 어떤 길을 걸을지 알 수 없다는 말은 염상진과 염상구를 두고 이르는 말일 테다. 염상진은 신분적 차별 없이 인간답게 살아갈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빨치산 투쟁을 선도하는 지도자로 조직원들의 힘을 규합하는 일에 앞장섰다. 반면 형의 영민함에 짓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염상구는 형을 향한 시기와 분노를 표출하였다. 염상진 대장의 뜻을 따르며 갖은 고초를 달게 받는 혁명가 하대치는 빨치산들이 자멸하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다리에 총상을 입은 안창민을 끝까지 보호하려는 두터운 인간애를 드러낸다.

 

  201712월 태백산맥문학관 개관 9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뤄진 북 토크에 참석해 작가와 함께한 시간은 문학 작품을 읽고 표현한 활동에 감칠맛을 더했다. 숱한 등장인물들 속에서 이념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나 집에서 자식들을 건사하는 이들이나 모두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는 의미가 있다는 작가의 말은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는 십 대들과의 생활에 의미를 찾게 한다. 그 나름대로 의미를 안고 성장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이자고…….

 

 

  

선이 굵은 대하소설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여 가는 여정에 분단문학의 최고봉이라는 작품 <<태백산맥>>은 일제 말기∼해방∼여순사건∼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현대사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 민족의 화해를 시도하는 작품입니다.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 많은 이들은 형장의 이슬처럼 사라졌고, 또 다른 이들은 갖은 고초를 겪으며 죽어간 이들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새 역사를 만들어가는 길 위에 서야 함을 일깨워주고 핏빛 선연한 골짜기를 넘어 피안의 세상으로 갔습니다. 사선을 넘나드는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 목숨을 보전한 이들은 한낱 주검으로 화한 영령들의 주검을 목도하며 밝은 내일의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 존재의 당위성을 역사적 진보에 담으며 미명의 어둠을 걷어내는 일에 가세하였습니다. 질곡의 시대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사상적 갈등으로 첨예한 대립을 보인 민족적 충돌은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어 잔혹한 죽음으로 관계를 와해시켜 민족적 아픔을 심화했습니다.

 

  광복의 기쁨에 젖을 새도 없이 좌우익의 첨예한 대립으로 칼날을 세우고 대척하다 보니 균형 있는 사회의 조화를 이루기에는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분단 조국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하며 통일을 염원하는 대장정에 나서서 분단국가로 동강 난 민족의 허리를 잇는 일이 소중함을 일깨운 작품 이념적 대립으로 서로를 향한 반목과 질시에서 벗어나 사랑의 손길을 내밀며 살아남은 하대치를 통해 인동초 같은 생명력을 발견합니다. 단신이지만 타고난 뼈대가 굵었고, 어려서부터 농사 등의 잡일을 하느라 단련된 하대치는 강단지게 염상진 대장의 뜻을 따르며 갖은 고초를 달게 받는 혁명가로 거듭납니다. 신봉하던 이들의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하대치는 흔들림 없이 새로운 역사를 잇는 주체로 오롯이 자리하는 그의 생존과 존재의 이유를 묻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