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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정조절력
윤여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8월
평점 :
딸이 결혼하여 새 생명을 품에 안은 뒤부터 부부는 아들을 양육하느라 쪽잠을 자면서 피곤하다며 아우성이다. 잠이 없는데다 예민한 외손자는 고집을 피우며 엄마 곁을 내주지 않는다. 뜻대로 안 되면 목청껏 울어 층간소음 민원이 들어올까 우려하며 아이를 들쳐 업는다. 아기 띠 안에서 겨우 잠을 붙였다. 자리에 내려놓으려 하면 금세 눈을 뜨는 아기라 다른 집안일을 병행하기 쉽지 않아 피로도가 더 높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잠 다 자면서 아기 키우는 호사는 쉽지 않다며 딸을 토닥인다.
산후조리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산모에게 건넨 한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박혀 있다.
“떡잎이 자기주장이 강하네요. 신생아가 크게 소리 질러 우는 바람에 옆에 자던 신생아가 모두 깨어나 운답니다…….”
태어난 지 사흘째 듣는 아기의 기질은 조리원에서부터 악명 높은 것처럼 보여 괴란쩍었지만 딸은 어쩔 도리가 없다며 잘 부탁한다고만 한 모양이다. 주말에 외손자를 보러 가면 아기는 무난하게 잠 들고 깨어나는 순둥이는 아닌 듯하였다.
말을 못하는 아기이지만 귀는 열려 있으니 말로 감정을 조졸해야 하는 이유를 들려주었다. 경험으로 알게 된 감정조절능력은 사회생활의 기초 체력으로 영유아 시절부터 길러줘야 할 영역이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만나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감정교육은 시작된다. 부모는 가정 공동 조절자로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감정의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감정을 배워 본 적이 없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길에 감정 교육이 함께한다.
AI시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영역인 ‘감정‧공감‧관계 형성‧회복탄력성’은 감정을 배우고 훈련할 기회를 획득함으로써 함께 연결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가운데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 자기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쌓는다. 감정은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신호로 가치중립적이며, 행동은 사회적 규범 안에서 조절되어야 한다. 화가 치밀어 올라도 폭력적인 행동을 삼가는 것이 사회적 행동 규범임을 알고 폭력을 쓰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긍정적인 감정만 표현하며 사는 일이 능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정 표현에 서툴러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저자는 아들을 키우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육아는 감정을 억누르는 과정이 아니라 감정을 친구로 여기며 행동의 원천이 되는 원료인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책임질 권리가 있다. 나와 아이의 감정에 각자의 주인이 있음을 배우고 경험과 상황을 통해 학습되고 구성되는 감정을 공부해야 한다.
감정이 흐르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서 시작되는 감정교육은 양육자의 감정 주파수가 아이의 정서적 기준점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은 말을 배우기 전부터 느낌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정서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감정 언어는 감정 조절력의 기초 자산으로 표정과 말투, 분위기 등으로 표현되는 점에 착안하여 감정 조절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의 흐름을 정확히 인식하여 내 감정을 솔직히 설명하고,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보여 주는 훈련을 통해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고 충동을 통제하며 생활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공동 조절자로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관계 형성을 위한 실천은 감정조절력을 길러주는 일곱 가지 훈련법으로 감정지능을 자라나게 할 수 있다.
첫째, 어떤 감정이든 ‘표현해도 된다’고 말해준다.
둘째, ‘감정 어휘’를 풍부하게 사용한다.
셋째,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넷째, 감정은 ‘일시적’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다.
다섯째, 감정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
여섯째, 아이가 감정적인 불편함과 친해지도록 응원한다.
일곱째, 부모가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속담처럼 감정은 헤아리기 어렵고 감정을 다루기 어렵다.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레 터득하는 감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대한 학습은 하지 않은 채 무심히 살았다. 부모는 학습과 연습으로 아이의 감정조절력을 길러 줄 책임이 있음을 지나치지 말고 가정에서부터 아이의 감정조절력 향상을 위한 실천이 따라야 한다. 사회적 관계의 기초인 공감능력은 타인의 가정을 알아차리고 이해함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