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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그레이 ㅣ 윌북 클래식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
앤 브론테 지음, 허진 옮김 / 윌북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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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 중에서 유일하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앤 브론테다. 고전문학전집 중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다. 최근에 출간된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읽은 후 『아그네스 그레이』도 읽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책이 두 권이나 되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고전문학이면서 현대의 사회상을 그대로 담은 듯한 작품을 읽으며, 앞서가는 생각을 가진 작가는 다른 법이라고 생각했다.
아그네스는 가난한 목사인 아버지, 그와 결혼하기 위해 재산을 포기하고 집을 나온 대지주의 딸인 어머니, 언니와 함께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투자 실패로 돈에 쪼들렸다. 언니는 그림을 그려 돈을 벌고, 어머니는 씀씀이를 줄였다. 부모님과 언니에게 보호받던 아그네스는 자기도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 가정교사를 반대하는 부모님을 시간을 두고 설득했다. 뜻을 굽히지 않은 아그네스의 강인함은 어머니의 청혼과도 닮아 있었다.
가정교사를 대하는 블룸필드 부인이나 새들을 함부로 죽이는 도련님을 보고 아그네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와는 다른 교육을 받았던 이들과의 차이가 드러났다. 가정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가족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는 도련님의 행동과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칭찬을 받은 아가씨가 어떻게 바뀌겠는가 말이다. 가정교사를 무시하는 부인이나 예의를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조금 놀랐다. 아그네스는 ‘흔들림 없이 성실하게 계속 노력하면 아이들도 결국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로 집에 돌아왔다가 해고되어 다시 가정교사로 떠난다. 가족이 그리워 휴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가족은 아그네스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존재였다. 아그네스는 어떤 변화든 더 나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다시 떠날 생각을 했다.

고전문학에서 로맨스가 빠질 수 없다. 아그네스에게도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 다른 소설 같으면 연금이 많은, 큰 저택을 가진 남자가 등장하겠지만, 앤 브론테는 평범한 남자를 아그네스 앞에 등장시켰다. 가난한 교구 부목사 웨스턴 씨였다. 그는 아그네스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사람을 방문하여 돕는 친절한 남자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마을의 부인에게 성경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차를 마시기도 했다. 저택과 작위가 있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로절리가 웨스턴 씨에게 추파를 보내는 모습을 보자 혼자 질투에 눈이 먼 아그네스를 등장시켜 독자를 즐겁게 했다.
앤 브론테는 아그네스에게 주체성과 자립심을 키워주었다. 마음에 든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그를 기다리는 모습 등에서 현대 여성과 비슷함을 발견했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에서 주인공이 스스로 그림을 그려 살아갈 방법을 모색했던 것처럼,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함께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했다. 아그네스도 가정교사를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앤 브론테의 경험과 꿈을 모티프로 삼은 것 같았다.
아그네스는 자부심이 강했다. ‘흔들리지 않는 단호함, 헌신적인 성실함, 지칠 줄 모르는 끈기, 살뜰한 보살핌’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가정교사의 지위에 대하여도 자세히 말하였다. 부인이나 아이들이 무시하면 하인들도 가정교사를 무시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여 아이들의 교육을 살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매일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은 서로 마음과 행동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상대방의 행동이 항상 눈앞에 보이고 말이 항상 들리기 때문에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끌려가서 결국 서서히 불지불식간에 그들처럼 행동하고 말하게 된다. (158페이지)
어떤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고 지내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서서히 물들어 비슷한 행동, 비슷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가정교사만 탓하기도 한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고, 아름다운 숙녀로 변하게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이 형성되지 않느냐 말이다. 가정교사를 했던 경험을 살려 세세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액턴 벨이라는 가명으로 쓴 첫 번째 소설이다. 29세 젊은 나이에 요절한 앤 브론테의 작품이 많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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