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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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까 말까 하다가 손석희 씨와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 읽었다. 인터뷰 내용은 좋았고, 많이 생각하고 나왔고 고심해서 표현을 골랐다는 느낌을 받았다. '질문들' 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어서 원래 이 정도로 진지한 프로그램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본인의 작품에 대한 설명, AI에 대한 생각, 이미지가 중시되는 지금 시대의 글에 대한 관점 등이 흥미로웠다. 



책을 읽고 나서는 인터뷰가 더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허영, 질투, 위선이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인간적인 것이라고 독자가 위로 받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까지 한다고?' 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서, 별로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첫 단편 <홈 파티>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으로 불편했다. 나는 김애란 작가와 동년배인데 비슷한 시간을 살아왔다고 해서 꼭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지는 않는 것 같다. <홈 파티> 외에는 그래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었지만, 내가 신경쓰지 않는 것들이 세세하게 언급된 것이 많아서 잘 공감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홈 파티>를 보고는 그러고보니 나는 주변에 부유한 사람이 별로 없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처음 내가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나만 그런게 아니고 다들 이런 경험이 있구나, 내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이 세상이 그런 거구나, 그런데 이런 걸 누가 이미 (때로는 1세기도 전에) 기록했구나,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이 그랬구나- 하고 위로가 되었는데. 



물론 이제는 많이 읽어서 여성들의 비슷한 경험담보다는 다른 것을 더 읽고 싶어 한다. 그러고보면 <안녕이라 그랬어> 에 나오는 이야기들로 위로를 받는 사람들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애란 작가 작품을 예전에 몇 개 읽었으니 이제는 감흥이 덜한가 보다. 그렇지만 유독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위로가 되기보단 씁쓸한 게 많았던 것 같아서, 요즘 사람들이 더 예민하고 힘든가 싶다. 아니면 내가 내 삶의 어려움에 침잠해서 요즘 둔해졌을 수도 있다. 미묘한 불편함을 표현하는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을 보고 '오랜 시간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한 기운'을 느끼고, 그런 걸 '내장의 관상' 이라는 표현으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 말고도 세상엔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게 많아서. 



이미상 작가의 <이중 작가 초롱>을 읽고 이렇게까지 쓴다고? 하며 놀랐던 적이 있다. <안녕이라 그랬어>에 나오는 일상적인 이야기들보다도 센 이야기들인데, 똑같이 표현력이 좋아도, 내용이 불편해도 그때는 새롭게 보여준다는 게 좋았다. 이제 내가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그만 읽을 때가 되었나보다. 



+ 인터뷰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소설의 소재로 삼지만, (소설을 집으로 비유할 때) 독자들이 집에 들어오기도 전에 싫증을 내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한다는 말을 하면서 '집의 콘크리트나 뼈대로 세우지 말고' 독자들이 읽고 나서 '사회적 공기가 몸에 냄새처럼 배어서 바깥 공기와 만나서 환기되는 식으로 상기되면 좋겠다' 라고 했었다. 물론 작가의 성향 문제이지만 김애란 작가쯤 되면, 이렇게 유명하고 상도 많이 받은 작가라면, 이제 독자들이 집에 들어오기도 전에 싫증을 낼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제 고정팬이 많은 작가이니 좀더 직접적으로 얘기해줘도 되지 않을까. 물론 작가가 나는 여전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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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비 2026-05-13 0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애란 작가의 팬이긴 합니다만, 김애란님은 너무 일찍부터 문단의 스타, 대가로 여겨져 온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어요. 초기 소설의 엣지가 최근엔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죠.

건수하 2026-05-13 10:04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초기 소설이 더 좋았던 기억이에요. 그 소설을 읽었던 저와 지금의 제가 다르긴 하지만..
익숙한 것 말고 다른 시도도 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 그 주제와 방식이 작가에게 중요한가 봐요.

잠자냥 2026-05-13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굴들….?
질문들 아닌가요🤣

건수하 2026-05-13 07:58   좋아요 0 | URL
앗 이런 😹

망고 2026-05-13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장의 관상은 정말 뭘까 싶네요 피부과다녀온 관상이면 몰라도😆

건수하 2026-05-13 10:57   좋아요 1 | URL
피부과 다녀온 관상!! 직관적이고 좋은데요 ㅋㅋㅋ

잠자냥 2026-05-13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다시 보니 페이퍼 제목이 참 찰지고 재미납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5-13 10:58   좋아요 1 | URL
어 저는 창의적이지 못하고 구차한가 싶었지만 쓰고 싶어서 썼는데... (소심함)
잠자냥님 이런거 좋아하시는군요? ㅎㅎㅎ

찰지고 재미나다니 기쁩니다~

잠자냥 2026-05-13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석희의 질문들>은 게스트가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진지한 프로그램 같아요. 전 관심 있는 사람 나올 때만 좀 챙겨봤는데(윤 씨 탄핵정국 때와 내란재판 관련 방송은 다 봤음 ㅋㅋㅋㅋㅋ) <봉준호> <최재천, 배두나> <문형배> 편이 좋았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기대하고 봤는데 외교적 위치 때문인지 거의 대부분의 질문에 뭉뚱그려 대답해서 좀 실망... ㅎㅎㅎ

“<홈 파티>를 보고는 그러고보니 나는 주변에 부유한 사람이 별로 없었구나 라고 생각” 했다는 부분에서 빵 터졌어요. 저도 그런 듯ㅋㅋㅋ

건수하 2026-05-13 11:00   좋아요 0 | URL
오호, 언급해주신 인물들 궁금합니다. 최재천 교수 빼고... (이 분은 너무 자주 나와서) 하나씩 챙겨볼까봐요.

부유한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있어도 티내기 어려운 분위기였던 것 같기도 해요. 아무래도 예술계 쪽에는 부유한 사람이 많거나, 만날 일이 많겠죠? 자전적인 경험이 많이 들어간 에피소드 같았다는..

잠자냥 2026-05-13 11:18   좋아요 1 | URL
손석희가 영화를 굉장히 많이 봤더라고요.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봉준호와 아주 신나서 쿵짝이 잘 맞아서 이야기하더라고요. 배두나 편은 배두나라는 배우 자체에 관심이 없었는데 괜찮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마치 여러분이 질문들에 나온 김애란의 이야기를 듣고 오호? 해서 책을 읽게 된 것처럼?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