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기다리며 동화서적을 서성였다.
지하철역 안에 있는 서점이라 사람이 많았으나,
별로 매출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요즘은 망하는 서점이 많아서 불안하다.)
바닥을 치는 경기 때문인지
재테크, 창업, 처세, 명상 서적들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사고 싶은 책 두권을 발견했다.
<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열림원)
정현종이 번역한 문예출판사 판이 절판되어 아쉬웠는데,
장영희 선생님이 번역한 이쁜 양장본이 나와 기쁘다.
<거인 - 신과 인간의 버림받은 아버지, 인챈티드월드> (원제 : Giants and Ogres,1985 타임라이프/ 권민정 옮김/ 분홍개구리).
안 그래도 낮에 만난 친구랑 켈트 신화 얘기를 하다가,
거인 얘기를 읽고 싶었는데 눈에 확 띄었다.
막바로 살까 하다가 책값을 보니 17,500원.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할인되는데,
방에 책들이 위태위태하게 쌓여있는데,
좀만 참자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좀더 둘러 보다가 종교 코너에서
<생활 속의 관음경>(우룡 큰스님 / 효림)을 발견했다.
아빠 선물로 샀다.항상 종교/철학 코너에 가면 아빠가 좋아하실만한 책이 없나 두리번 거린다.
작년에 대행 스님의 <삶은 고가 아니다>를 선물하고 억수로 칭찬 받았다.( 아주 오랫만에 들어본 칭찬이었다. ㅋㅋ 노처녀 딸의 입장에서 혼날 일은 많아도 칭찬 받을 일은 거의 없다.)
울 아빠는 약대를 나오셨다.
대학교 2학년 때 철학과로 전과를 하고 싶었는데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하는게 허용되지 않아 못하셨다고 한다.
(약대 편입이 별따기 만큼 어려운 요즘. 약대에서 철학과로 전과하려는 학생은 정말 희귀종일 꺼다. 그런데....그 당시에도 그랬다고 한다.)
그 때 철학과로 전과를 하셨다면
아마도 울 아빠는 모 대학의 철학과 교수가 아닐까?
정말 [Sliding Doors]를 보는 것 같다.
인생은 많은 선택과 상황에 의해 흘러간다.
아빠의 호의적인(?) 반응을 잔뜩 기대하며
성적표 들고 집에 들어오는 고딩 심정으로 왔는데
아빠의 반응이 심드렁.....
그래도 한번 읽어 보시기나 했으면 좋겠다.
좋은 책을 만나는건
유망 주식을 발굴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그만큼 발품도 팔아야 하고, 평소에 관심도 많아야 한다.
책값은 싸니까 주식 만큼 리스크는 없지만
그래도 안목을 갖추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봄이다. 좋은 책을 많이 만나는 계절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