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저녁, Taipei로 날아 간다. 야~

오랫만에 가는 출장이다.
9월 초 Tokyo 출장 이후 처음.

한번도 대만에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살.짝.꿍 기대 된다.

날씨는 물론 따뜻하겠지....
어떤 옷을 가져가야 할까....
머릿 속이 바쁘다.

도시와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인도를 사랑하고 숭배하는 사람과,
인도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 있듯이....

난 아시아를 좋아한다.
태국,말레이지아,싱가폴, 일본, 중국...
특히 태국 땅을 밟으면 가슴이 다 뛴다.
사랑하는 남자 앞에 선 그런 기분이다.

싫어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
음식도 맛 없고, 뭐든 다 비싸고,
운전석이 오른 쪽이라 차를 렌트하기도 겁나고,
불친절한 사람도 많다.

대만이 나랑 궁합이 맞는 곳이면 좋겠다.
가서 막 가슴이 설레였으면 좋겠다.
태국처럼...일본처럼...

Taipei로 날아 간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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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3-1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좋겠다. 잘 다녀 오세요

코마개 2005-03-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넘 좋겠다. 가서 맛난것 많이 드시고 오세요. 전 해외여행 가면 하루 3끼 밖에 먹을 수 없는 저의 한계가 넘 원망스럽던데..그리고 저도 태국 무지 좋아 합니다. 패키지 여행만 다녀온 사람들은 방콕이 복잡하고 볼것 없는 곳이라고 하지만...그 진면목을 알면 헤어나올 수 없을 거예요.

물만두 2005-03-1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글샘 2005-03-1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다 다른 거 보면 신기하죠? 난 번지르르한 남의 것이나 주워다 모아 놓은 넝마같은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보다는 후질그레한 중국이 좋던데... 저도 태국은 꼭 가 보고 싶네요. 대만도... 늘 즐겁게 사시는 수선님이시니, 즐거운 출장 되시길...

로드무비 2005-03-1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왜 뜸하신가요?
타이페이 잘 다녀오세요.
고량주나 한 병 사오시든가요.ㅎㅎ
멋지게 보내고 돌아와 재밌는 이야기 많이 들려주기를......

marine 2005-03-1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들 다르군요 전 루브르나 오르셰,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등을 보고 너무 감동받아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 그런데 영국 사람들 중에 인종차별 하는 이들이 있긴 있더군요 대만 갔을 때 생각보다 구경거리가 많진 않았지만, 가이드인 화교 아주머니가 워낙 친절하셔서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

날개 2005-03-1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  숫자까지 배웅을 해주는군요~~!

225757


마태우스 2005-03-1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듣기로는 대만 사람들은 중국어를 쓴다고 하더이다
<--죄송합니다. 제 딴에는 유머였는데 좀 썰렁했나요?

moonnight 2005-03-1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좋으시겠어요+_+;;
대만은 못 가 봤는데 다녀오셔서 좋은 얘기많이해주세요. 맛난 것두 많이 드시구요^^

2005-03-14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03-1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출장, 알찬 출장은 물론, 신나는 여행까지 되기를.

파란여우 2005-03-1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 오세요^^ 띵호와~~~~^^
 

오늘 아침 늦잠을 자서 택시를 탔다.
(으윽..... 돈 아깝다.)

좀 자려고 했는데 라디오 소리가 너무 컸다.
난 참을까 말을 할까 망설이다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라디오 소리 좀 작게 해 주시겠어요?"

아저씨는 말했다.
" 아예 꺼 버리지 뭐."

오디오 버튼을 왼쪽으로 확 돌려서 꺼 버렸다.
세상이 다 조용해 졌다.

버스나 택시를 탔을 때,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시끄러운 라디오를 듣는 것은 고역이다.

제일 싫은 건 라디오 드라마.
정치야사 이런걸 드라마로 만들어서 하는 건데
듣고 있으면 정말 짜증난다.성우들 목소리도 싫다.

기독교 방송이나 더 나아가 목사들의 설교 테이프를 듣고 있는 택시도 그렇다.
기독교 방송까지는 같이 들을 수 있다. 좋은 음악도 나오고...
그런데 유명 목사의 설교 녹음방송이나 아예 설교 테이프를 틀어 놓은 경우는....
" 믿씁니까? "
하이 톤으로 쩡쩡 울리는 설교의 절정에서 꺼 달라고 말하기도 무섭다.
택시기사는 완전히 몰입해 있는데...

한낮에 하는 노래자랑 같은 방송은 또 어떤가?
청취자들이 전화를 해서 전화기를 잡고 노래를 한다.
" 안녕하세요! OO동에 사는 OO엄마입니다."
" 반갑습니다. 응원하시는 분들이 있나요? "
" 네. 지금 이웃들이 모여있어요. "
" 응원 한번 들어볼까요? "
" 네....잠깐만요... (부시럭 부시럭)
OO엄마, OO엄마, 홧팅! "
" 예...좋~습니다. OO동의 명가수 OO엄마의 노래를 들어 봅시다!"

OO동의 명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전화기를 잡고 눈을 꾸~욱 감고 열창하는 사람의 표정이 떠올라서....

그런데 피식 웃으면 아저씨는 나도 그 방송을 좋아하는 줄 앍고 말한다.
" 재미있죠? 라디오가 테레비 보다 재미있다니깐! "

이런 라디오 폭력은 버스나 택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번은 등산을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더블 데크까지 있는 커다란 라디오를
오른 손에 들고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냥 올라가기도 힘든데
밧데리도 무식하게 큰 거 4개는 넣어야 하는
그 커다란 라디오를 들고 올라가는 아저씨.

향긋한 나무 내음,
작은 새들의 웃음 소리,
이런 서정적인 느낌들과 어울리지 않게
그 아저씨는 군가 같은 걸 들으며 등산을 했다.
너무 시끄러워서 바위에 앉아서 쉬다가
그 아저씨랑 안전거리를 확보한 다음에 올라갔다.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기분에 관계 없이
자기가 듣고 싶은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상대방은 소음 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장정일도 택시의 라디오 폭력에 대해 말했다.
택시 기사들은 라디오를 틀어 주는 게 서비스인지 안다고...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버스, 택시에서 원하지 않는 라디오를 들어야 하고,
카페, 식당, 백화점에서 원하지 않는 음악을 들어야 하고,
( 제발 Bugs Top 1000 random 듣기는 좀 참아 줬으면 좋겠다. )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의 시시콜콜한 전화 통화를 들어야 하고,
시사영어사 및 부동산,대출 정보 등 온갖 마구잡이 판매/홍보 전화를 받아야 한다.

절대 아침에 늦잠 자지 않으리...
절대 택시 타지 않으리....

아까운 택시 값에 다시 한번 가슴 치는 후회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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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3-1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택시 아저씨한테 라디오 꺼달라는 말 해 주기 어려운데... 저도 가끔 버스나 택시 타면 라디오 방송 소리에 머리 아플 때가 많아요 하루 종일 버스 안에 앉아서 운전해야 하는 기사 아저씨들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요... 그 보다는 큰 소리로 핸드폰 통화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더 짜증나요

2005-03-1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3-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트로트 메들리 커다랗게 틀어놨을 땐 정말로 벽뚫고 나가고 싶지요. =_=
수선님 출근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토닥토닥.. ^^

릴케 현상 2005-03-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더라구요^^그런 공간에서가 아니면 내 취향이 아닌 것들과 접할 기회가 없으니까 좋아하지 않아도 유심히 듣는 편이거든요~ 남들은 너무 자주 들어서 싫어하는 건가 싶긴 하네요^^

kleinsusun 2005-03-1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꺼달라고 한게 아니라 "좀 작게 해주세요!" 했답니다. 꺼달라고는 무서워서 못해용.
속산이신님, 어제 술 한잔하고 늦게 들어갔는데 피곤한데도 무의식적으로 컴을 켰어요. 사실 못 일어날만했죠.근데...다행히 지각은 안했어요.5분 전 출근

kleinsusun 2005-03-1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토닥거려 주셔서 감사합니당. 오늘 서울은 아주 꾸물꾸물하답니다.회색도시예요. 비가 쏟아진답니다.곧.
산책님 말도 맞네요. 그런 기회가 없으면 취향이 아닌 방송을 들을 기회가 없죠. 긍정적 사고로 전환! 감사합니당.
 

종이컵을 쓰면 환경이 오염된다. - Everyone Knows!!!

회사원들은 개인 머그컵을 사용해야 한다. - Many people try.

하지만 개인 머그컵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번거롭고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차라리 종이컵을 쓰는 게 낫다.

오늘 아침 평소 보다 일찍 출근하여 머그컵을 씻다가
"설거지 부대"가 떠올랐다. 그 요란한 "설거지 부대".

회사가 지금 빌딩으로 이사오기 전 빌딩은 19층에 여자 화장실이 없었다.
그래서 20층 화장실은 항상 붐볐다.
20층에는 모 회사의 안내센터가 있었는데,
매일 아침 "설거지 부대"가 요란하게 설거지를 했다. 조직적으로!

20개 넘는 머그컵을 커다란 쟁반에 들고 와서
비장한 각오로 고무장갑을 끼고 워밍업을 한 다음,
한 사람은 퐁퐁을 묻혀 거품을 내고, 다른 한 사람은 흐르는 물로 헹구었다.
어찌나 열심히도 하는지....
아침부터 "설거지 부대"를 만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설거지 부대"를 볼 때 마다 생각했다.
차라리 종이컵을 쓰지...
자기 컵 자기가 씻으면 될 것을 왜 그 난리인지...

설거지 당번은 모두가 평등하게 돌아가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막내들이 순번을 정해서 했다.
(자발적인 행동인지 관습을 따라야 하는 비극인지, 혹은 상부의 지시인지는 알 수 없다.)

한번은 선배사원의 "지도편달"을 목격한 적도 있다.
뉴 페이스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고참이 말했다.(※설거지 부대 전원은 20~25세의 여자)

" 이렇게 길쭉한 컵은 그렇게 씻으면 커피 자국이 안 지워져.
솔을 넣어서 닦아야지."

환경오염....막아야 한다. 쓸데 없이 쓰레기 만들면 안 된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다른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여 한다는 것은?
뭔가 불편하다.

환경보호....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일상에서의 환경보호란 습관의 산물이다.
음식 안 남기기,
먹을 만큼만 시키기(욕심 부려 많이 시키지 말기),
휴지는 휴지통에,
자기 컵은 자기가 책임지기.

"설거지 부대"에 의존해서 "그린 오피스"가 되기 보다는,
차라리 종이컵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면 자기 완결형의 진정한 그린 오피스가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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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3-0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적으로 동감하옵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항상 고개를 끄덕이죠(자는 거 아니어요!!). 전부터 님의 서재를 찾았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싶은데요, 앞으로 잘하면 되죠??

marine 2005-03-0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머그컵을 남에게 맡기다니, 놀랍군요 머그컵은 바로바로 씻지 않으면 커피 자국 달라 붙어서 잘 안 씻어지잖아요 여자 농구 선수들은 선배들 빨래까지 맡아서 하는데 정은순 선수인가는 자기 집 빨래까지 숙소에 가져와서 후배들 시킨다고 원성이 자자했다는 얘기가 생각나네요

nemuko 2005-03-0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예리한 눈썰미와 그걸 풀어가는 글솜씨에 감탄합니다....

드팀전 2005-03-0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치사하군.다 본전생각나서 그런거죠.그러고 보니 군대 있을 때 생각이 나네요.
제가 사단 본부대 있었거든요.저도 첨에 식판을 무지하게 닦았어요.점심먹고 당연하다는 듯.때론 '수고해'하면서 다 놓고 가더군요. 저희 동기들이 좀 많았거든요.그래도 1인당 10개 이상은 닦아야 했어요.그래서 저희 동기들과 약속을 하나했죠. 나중에 우리가 고참되면 지껀 지가 닦자. 그래서 다음 기수가 들어왔을때 우리껀 우리가 닦았어요.고참들꺼까지 뭐라 할 수 없으니..그건 후임들이 닦았지요.그 다음달이 되니 저희 동기들과 바로 밑 기수들도 자기껀 자기가 닦았지요.지들이 우리 눈치봐야 되니까 그렇게 할 수 밖에.이렇게 이렇게 하면서 나중에 저희 윗고참이 나가고 나니...전부 각자 식기는 각자 닦게 되었답니다.오래전일이지만 그때 그일은 아직도 뭔가 의식적 노력으로 변화를 이끈 소중한 경험이어서 아직도 기억합니다. 변화가 어떻게 오는 건지..작게 나마 느꼇던 추억입니다.
본전 생각 난다 하는 넘들이 사회발전을 막는 넘들입니다.처단하라!!!

2005-03-08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08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3-0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멋진 경험입니다.
개개인의 공감대와 노력이 조직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군요.
그 "설거지 부대"도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kleinsusun 2005-03-0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앞으로 많이 지도편달해 주세용.
나나님, 맞아요.맞아.커피믹스는 설탕 많이 들어가고 끈적끈적해서 잘 안지워지쟎아요, 그걸 아침부터 수세미로 빡빡 문질러 닦고 있다니깐요. 헉
numuko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부끄부끄

2005-03-09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nerist 2005-03-0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다른 이야기지만. 헤헤... 저희 사무실에서 머그잔을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팀장님께서 명쾌하게 정의해주시더군요. "머그잔에다 담뱃재 털수 없는 거 아니냐." ㅎㅎㅎ

야클 2005-03-0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수선님의 예리한 관찰력과 문제의식,그리고 물흐르는 듯한 글솜씨! ^^
책 준비 잘 되어가나요? 날아다니는 참새가 맨발이라고 따라서 옷 얇게 입지 말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감기가 다시 유행인가 봅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V

kleinsusun 2005-03-1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야클님. 봄옷 입은 사람들 틈에서 무안할 정도로 두껍게 입고 다니고 있어요. 야클님도 곧 바쁜 시즌 끝나시죠? 피곤하시더라도 힘내세요!홧팅!
 

친구를 기다리며 동화서적을 서성였다.
지하철역 안에 있는 서점이라 사람이 많았으나,
별로 매출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요즘은 망하는 서점이 많아서 불안하다.)

바닥을 치는 경기 때문인지
재테크, 창업, 처세, 명상 서적들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사고 싶은 책 두권을 발견했다.

<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열림원)
정현종이 번역한 문예출판사 판이 절판되어 아쉬웠는데,
장영희 선생님이 번역한 이쁜 양장본이 나와 기쁘다.




<거인 - 신과 인간의 버림받은 아버지, 인챈티드월드> (원제 : Giants and Ogres,1985 타임라이프/ 권민정 옮김/ 분홍개구리).
안 그래도 낮에 만난 친구랑 켈트 신화 얘기를 하다가,
거인 얘기를 읽고 싶었는데 눈에 확 띄었다.

막바로 살까 하다가 책값을 보니 17,500원.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할인되는데,
방에 책들이 위태위태하게 쌓여있는데,
좀만 참자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좀더 둘러 보다가 종교 코너에서
<생활 속의 관음경>(우룡 큰스님 / 효림)을 발견했다.
아빠 선물로 샀다.항상 종교/철학 코너에 가면 아빠가 좋아하실만한 책이 없나 두리번 거린다.

작년에 대행 스님의 <삶은 고가 아니다>를 선물하고 억수로 칭찬 받았다.( 아주 오랫만에 들어본 칭찬이었다. ㅋㅋ 노처녀 딸의 입장에서 혼날 일은 많아도 칭찬 받을 일은 거의 없다.)

울 아빠는 약대를 나오셨다.
대학교 2학년 때 철학과로 전과를 하고 싶었는데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하는게 허용되지 않아 못하셨다고 한다.
(약대 편입이 별따기 만큼 어려운 요즘. 약대에서 철학과로 전과하려는 학생은 정말 희귀종일 꺼다. 그런데....그 당시에도 그랬다고 한다.)

그 때 철학과로 전과를 하셨다면
아마도 울 아빠는 모 대학의 철학과 교수가 아닐까?
정말 [Sliding Doors]를 보는 것 같다.
인생은 많은 선택과 상황에 의해 흘러간다.

아빠의 호의적인(?) 반응을 잔뜩 기대하며
성적표 들고 집에 들어오는 고딩 심정으로 왔는데
아빠의 반응이 심드렁.....
그래도 한번 읽어 보시기나 했으면 좋겠다.

좋은 책을 만나는건
유망 주식을 발굴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그만큼 발품도 팔아야 하고, 평소에 관심도 많아야 한다.
책값은 싸니까 주식 만큼 리스크는 없지만
그래도 안목을 갖추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봄이다. 좋은 책을 많이 만나는 계절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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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3-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다닐 땐 동화서적이 세상에서 제일 큰 서점이라 생각했는데. 우후.

2005-03-06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3-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 들르면 꼭 책 한권을 사들고 나와야 안심이 되요. 서점이 없어질까봐... 참 미흡한 보탬이지만 그리 하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자기 만족이 더 크지요...호호 ^^ 슬픈 카페의 노래는 저두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어요. 곧 선물 받게 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당첨! 큭.)

2005-03-06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3-0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슬픈 카페의 노래를 찜해놓았답니다. ^^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_-;
책 좋아하시는 건 아버님을 닮으셨나봐요? ^^
눈이 무지하게 오더니 오늘은 무척 화창하네요. 곧 날이 풀려서 강변에 책들고 나가 읽을 수 있게 됐음 좋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marine 2005-03-07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빠가 저한테 선물하는 책은 대체로 대단한 감동이 몰려 오는데 비해, 전 아빠에게 감히 책 선물할 엄두가 안 나요 도대체 어떤 책을 좋아할지 감이 안 잡히거든요 누군가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참 힘든 것 같아요
 
10cm 예술
김점선 지음, 그림 / 마음산책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 읽으면서 통쾌했다.
나도 김점선처럼 좀 "자기 확신"에 차서,
"독한 년" 소리 들으면서 그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엉뚱하지만 고집있게 그렇게 좀 살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하느님이 김점선의 삶을 내것과 바꿔 준다고 하면
나는 겁이 나서 사양할거다.

김점선의 스승, 김상유 선생님은 제자들에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그런 게 아니다. 집에서 탄 돈으로 물감 사서 기분 나는 대로 물감칠을 하면 그게 예술인 줄 아느냐?
너희들이 정말 예술가가 되고 싶으면 결혼해라.백마 탄 왕자가 아닌 아주 가난한 사람과.얼음물을 손에 넣고 기저귀를 빨고,시장에서 콩나물 값을 깍으며 사는 고난을 이겨내고 나서도 그림을 그려야지...지금처럼 살면 너희들은 기생충이다.부모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이다."
(p43)

이 말을 듣고 김점선은 결혼했다. 그것도 한달 안에...
선생님의 뜻에 꼭 맞는 가난한 남자와...
콩나물 값을 깍는 정도가 아니라 콩나물 값도 없어서 산에서 나물을 뜯어 먹고 정부미를 먹으며 살았다.
남편은 백수에 알콜중독이었다.

모든 일에는 댓가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하면 그 선택에 맞는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무서워서 결정을 잘 못한다.
항상 망설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래서 아직 결혼을 안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김점선이 만약 뜨리뜨리한 집안의 며느리였다면
지금처럼 눈치 안보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원색으로 넘쳐 흐르는 김점선의 그림처럼 야생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퉁퉁거리며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살 수 있었을까?

나는 내 남편이 내가 빨리 안 죽어서 잠깐 개로 태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내겐 생을 정리할 삼십 년이 필요하다.나는 남편보다 삼십 년 늦게 죽을 것이다.그 개는 삼십 년쯤 살게 될 것이다.
남편은 아천리 어떤 집, 내가 가끔 놀러 가는 집에 개로 태어나 있다가 가끔 내가 가면 우리는 초감성으로 만난다.내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개도 굶어 숨을 거둔다.우리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같은 해 같은 동네에서, 우리는 세 살 때부터 손잡고 프리스쿨에 다닌다.우리는 백 년 동안 싸우지 않고 무지무지 좋아하며 산다.사랑은 당대에 완성되지 않는다.

(p140)

다른 여자들처럼
"여보, 조금만 기다리세요! 함께 가지 못해서 미안해요.
저도 곧 당신 계신 곳으로 갈께요."
라고 말하지 않고,
자신은 현생에서 30년이 더 필요하니,
남편이 개로 태어나서 30년을 기다리다가
다음 생에 둘이 무지무지 좋아하며 100년 동안 산다는 자신감, 사랑에 대한 확신.

이 여자....정말 쿨하다.

대학원에 가겠다는 김점선에게 아버지가 한푼도 주지 않겠다고 하자
김점선은 동생들을 다 모아놓고 말했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다 학교를 자퇴해라.너희들의 월사금은 다 내가 쓰겠다.너희들 중 한 놈도 밤새워 공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우수한 놈도 없고,학문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놈도 없다.미래에 대한 야망도 없는 너희들은 어정쩡한 놈들이다.그러니 너희가 돈을 쓰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낭비다.너희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교통표지판과 날아오는 고지서만 읽을 줄 알면 충분하다.너희들은 이미 한글을 깨쳤으니 그만 공부해라.그렇지만 나는 너무나 우수하다.지금 공부를 중단한다는 것은 민족 자원의 훼손이다.내 민족의 장래에 먹구름이 끼는 것이다.그러니 너희들이 더 이상 돈을 안 쓰는 것은 애국 애족하는 길이다."(p56)

우하하하.
동생들 공부시키려고 누이는 공부를 포기하고 한 헌신하는 것이 정상으로 인식되던 시대에(김점선은 46년생이다) 김점선은 정말 통쾌한 역습을 했다.

김점선의 책을 읽고 있으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건강한 자의식에서 나오는 통쾌함과 후련함.
한 바탕 운동을 하고 땀을 짝 흘린 기분이다.

김점선이랑 한 살 차이인 우리 엄마.
제발 김점선 아줌마의 반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이기적이었으면 좋겠다.

김점선은 말한다.

두 팔을 하늘 높이 쳐들고 만세를 부르자.
만세를 부르면 회색빛 심장이 뚝 떨어져 나간다.어떤 치욕이 우리를 짓누를지라도 우리는 벌떡 일어서 만세를 부르자.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도 힘들다고 징징 울지 말자.일어나서 만세를 부르자.몸에서 툭 소리를 내며 고통이 떨어져나간다."
(p18)

만세를 부르자구.만세!만세!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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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3-0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세, 만세, 만세~
정말 울 엄마 세대에 저런 분도 계셨네요..으어어.

moonnight 2005-03-0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46년생이시라니.. 엄마랑 겨우 두살 차인데..
동생들 공부시키느라 국민학교만 겨우 나오시고 도시로 나와 일하시면서 공부하는 외삼촌 뒷바라지 하셨다는 우리 엄마. 훌쩍. ㅠㅠ
그땐 다 그랬다. 고 하시지만 못 배운 데 대한 아쉬움이 느껴질 때면 맘이 아픕니다.
김점선씨 대단한 사람이군요. 그 시대에 그렇게 당차게 살아가기는 정말로 쉽지 않았을텐데요.
우리엄마들도 조금 더 이기적이면 좋겠단 말씀에 찬성.
저도 만세입니다. ^^

글샘 2005-03-0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분 그림만 봤댔는데, 훌륭한 사람이군요. 입술만 페미니스트인 <잰체>하는 인생들에게 <페미니즘>의 본색을 확깨는 삶으로 보여주시는...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이군요. ^^ 주말 잘 보내세요.

kleinsusun 2005-03-0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김점선. "건강한 자아"를 절절하게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당당한 여자, 자기 확신에 찬 여자, 쿨한 여자.
에너지가 넘칩니다. 읽어 보세요!

로드무비 2005-03-0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얼마전 책을 말한다, 라는 프로에 박완서 씨와 함께 나왔는데요.
(두 분이 절친한 친구랍니다.)
그 표정과 말투, 우스워 죽는 줄 알았어요. 갈갈갈~~넘어갔죠.
<나, 김점선>이라는 책을 오래 전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너무 만족스러워서 그랬는지 이상하게 그 다음 책들은 사지 않게 되더군요.
그걸로 딱 됐다, 그런 기분이랄까?
아무튼 아주 멋진 분입니다. ^^

kleinsusun 2005-03-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정말 독특하고 재미있는, 건강한 자아로 가득찬 사람 같아요.
이 책 읽으면서, 김형경이 이 책 읽으면 또 "나르시시즘" 어쩌구 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근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함부로 정신분석하지 마라!"란 글이 있더라구요.ㅋㅋ 일요일 행복하게 보내세요!

플레져 2005-03-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좋아해요. 리뷰도 쓰고~ ^^ 틈틈이 그녀의 그림도 보고~
요즘 제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인간관계는 분석하지 말 것 이랍니다. 분석하다가 날 세요. 자기 망상으로만 가득차버려서... 저두 로드무비님 처럼 이 책 한 권만 읽고는 딱 됐다 싶어서 다른 책들은 그냥 보고 미소만 짓습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셔요 ^^

kleinsusun 2005-03-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자기 망상으로 가득 차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도 <10cm 예술 2>는 안 읽으려구요. 읽었다 실망할까 겁나요.ㅋㅋ

2005-03-16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3-17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읽구...기분좋게 정리하구....상 타서! 적립금 챙기구...만세~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