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늦잠을 자서 택시를 탔다.
(으윽..... 돈 아깝다.)

좀 자려고 했는데 라디오 소리가 너무 컸다.
난 참을까 말을 할까 망설이다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라디오 소리 좀 작게 해 주시겠어요?"

아저씨는 말했다.
" 아예 꺼 버리지 뭐."

오디오 버튼을 왼쪽으로 확 돌려서 꺼 버렸다.
세상이 다 조용해 졌다.

버스나 택시를 탔을 때,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시끄러운 라디오를 듣는 것은 고역이다.

제일 싫은 건 라디오 드라마.
정치야사 이런걸 드라마로 만들어서 하는 건데
듣고 있으면 정말 짜증난다.성우들 목소리도 싫다.

기독교 방송이나 더 나아가 목사들의 설교 테이프를 듣고 있는 택시도 그렇다.
기독교 방송까지는 같이 들을 수 있다. 좋은 음악도 나오고...
그런데 유명 목사의 설교 녹음방송이나 아예 설교 테이프를 틀어 놓은 경우는....
" 믿씁니까? "
하이 톤으로 쩡쩡 울리는 설교의 절정에서 꺼 달라고 말하기도 무섭다.
택시기사는 완전히 몰입해 있는데...

한낮에 하는 노래자랑 같은 방송은 또 어떤가?
청취자들이 전화를 해서 전화기를 잡고 노래를 한다.
" 안녕하세요! OO동에 사는 OO엄마입니다."
" 반갑습니다. 응원하시는 분들이 있나요? "
" 네. 지금 이웃들이 모여있어요. "
" 응원 한번 들어볼까요? "
" 네....잠깐만요... (부시럭 부시럭)
OO엄마, OO엄마, 홧팅! "
" 예...좋~습니다. OO동의 명가수 OO엄마의 노래를 들어 봅시다!"

OO동의 명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전화기를 잡고 눈을 꾸~욱 감고 열창하는 사람의 표정이 떠올라서....

그런데 피식 웃으면 아저씨는 나도 그 방송을 좋아하는 줄 앍고 말한다.
" 재미있죠? 라디오가 테레비 보다 재미있다니깐! "

이런 라디오 폭력은 버스나 택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번은 등산을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더블 데크까지 있는 커다란 라디오를
오른 손에 들고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냥 올라가기도 힘든데
밧데리도 무식하게 큰 거 4개는 넣어야 하는
그 커다란 라디오를 들고 올라가는 아저씨.

향긋한 나무 내음,
작은 새들의 웃음 소리,
이런 서정적인 느낌들과 어울리지 않게
그 아저씨는 군가 같은 걸 들으며 등산을 했다.
너무 시끄러워서 바위에 앉아서 쉬다가
그 아저씨랑 안전거리를 확보한 다음에 올라갔다.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기분에 관계 없이
자기가 듣고 싶은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상대방은 소음 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장정일도 택시의 라디오 폭력에 대해 말했다.
택시 기사들은 라디오를 틀어 주는 게 서비스인지 안다고...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버스, 택시에서 원하지 않는 라디오를 들어야 하고,
카페, 식당, 백화점에서 원하지 않는 음악을 들어야 하고,
( 제발 Bugs Top 1000 random 듣기는 좀 참아 줬으면 좋겠다. )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의 시시콜콜한 전화 통화를 들어야 하고,
시사영어사 및 부동산,대출 정보 등 온갖 마구잡이 판매/홍보 전화를 받아야 한다.

절대 아침에 늦잠 자지 않으리...
절대 택시 타지 않으리....

아까운 택시 값에 다시 한번 가슴 치는 후회를 하며.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arine 2005-03-1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택시 아저씨한테 라디오 꺼달라는 말 해 주기 어려운데... 저도 가끔 버스나 택시 타면 라디오 방송 소리에 머리 아플 때가 많아요 하루 종일 버스 안에 앉아서 운전해야 하는 기사 아저씨들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요... 그 보다는 큰 소리로 핸드폰 통화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더 짜증나요

2005-03-1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3-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트로트 메들리 커다랗게 틀어놨을 땐 정말로 벽뚫고 나가고 싶지요. =_=
수선님 출근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토닥토닥.. ^^

릴케 현상 2005-03-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더라구요^^그런 공간에서가 아니면 내 취향이 아닌 것들과 접할 기회가 없으니까 좋아하지 않아도 유심히 듣는 편이거든요~ 남들은 너무 자주 들어서 싫어하는 건가 싶긴 하네요^^

kleinsusun 2005-03-1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꺼달라고 한게 아니라 "좀 작게 해주세요!" 했답니다. 꺼달라고는 무서워서 못해용.
속산이신님, 어제 술 한잔하고 늦게 들어갔는데 피곤한데도 무의식적으로 컴을 켰어요. 사실 못 일어날만했죠.근데...다행히 지각은 안했어요.5분 전 출근

kleinsusun 2005-03-1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토닥거려 주셔서 감사합니당. 오늘 서울은 아주 꾸물꾸물하답니다.회색도시예요. 비가 쏟아진답니다.곧.
산책님 말도 맞네요. 그런 기회가 없으면 취향이 아닌 방송을 들을 기회가 없죠. 긍정적 사고로 전환!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