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는, 눈코 뜰 새 없는 생활이 계속 되고 있다.
집에 가면 기절하다시피 잠이 든다.
"잠이 든다" 보다는 "쓰러진다"가 적당한 표현인 듯...

잠들기 전에 조용히 앉아 자신의 호흡을 지켜보며 명상을 하라고,
잠들기 전에 일기를 쓰며 하루를 찬찬히 돌이켜 보라고,
잠들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어 주라고
TV와 신문과 수많은 책들과 수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매일매일 단 15분씩의 명상이 당신의 삶을 바꾼다고,
매일매일 단 15분씩의 일기 쓰기가 당신을 성공으로 이끈다고,
매일매일 단 15분씩의 스트레칭이 당신의 몸을 바꾼다고
TV와 신문과 수많은 책들과 수많은 사람들은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은데....
매일매일 하면 삶이 달라진다는 거
해보진 않았지만 당근 그러리라 생각되는데
실제로 집에 가면 그냥 쓰러져서 잠이 든다.

다음주는 방콕 출장,
그 다음다음 주는 일본 출장,
그 다음다음 주는 유럽 출장이 잡혔다.

설레이기도 하고 조금 흥분도 하고 해야 할 텐데,
왠지 스케쥴이 나를 집어 삼키는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걸음 빠른 배려 없는 남자랑 헉헉 되며 걷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주말엔 내가 휘말려 들어가고 있는 일상의 가속도에 제동을 좀 걸어야 겠다.
정말이지 가만히 앉아서 찬찬히 정리를 해야 겠다.
안 해도 될 일은 과감히 머릿 속 목록에서 빼 버리고,
하기 싫은데 별 쓸데 없는 의무감으로 하려 한 일도 빼 버리고,
거절을 못해서 만든 허접한 약속도 취소하고,
일상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겠다.

그리고 밤에 집에 들어오면
스트레칭을 하든 명상을 하든
좀 "relax"하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기 위해서....

그런데....
참 이상한 건...
정말 이해되지 않는 건...
이렇게 바쁘고 정신 없는데
바쁘면 아무 생각 없는 게 정상인 것 같은데...

외.롭.다.
나....정말 토낀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선배가 말했다.
그래서 토끼는 키울 때 두 마리를 키워야 한다고...
왜 그걸 몰랐을까...
잠시 우리랑 살다간 토토가 생각났다.
(토토 : 몇년 전 키우던 토끼 이름, 토끼중의 토끼란 뜻으로 내가 지었다.)
토토는 그 때 외로워서 죽었을까?

외롭다.
허접한 관계성에 의존하지 말자! 라고 하면서도
슬슬 약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외롭다고 허접한 관계성에 의존하면
정작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의존적인 허접한 관계에서 더 피로해지고, 결국 더 외로워진다.
그럼 또 허접한 관계에 의존하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니...
이 봄에...
다 꽃구경 하고
주말 마다 예식장이 미어 터지고
놀이공원에는 손을 꼭 잡은 커플들이 넘쳐 나고
카페들은 소개팅하는 어색한 남녀들로 자리가 없을 때,

이 때...한 번 본격적으로 외로워 보자.
8월의 한 여름까지 살아 있으면...
나는 토끼가 아니다. 하하...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5-04-2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수선님, 많이 외로우시구나.
어떡한다죠?
요즘 왜 수선님 리뷰가 안 올라올까 생각했답니다.
외롭다고 당황하면 안돼요.
그나저나 외국 출장 줄줄이......
수선님을 부러워하는 사람들 많다는 것 잊지 마세요.
그럼 조금 덜 외로워지려나?^^

로드무비 2005-04-2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한잔 어때요?ko-hi-.gif

 


icaru 2005-04-2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돈나 좋아하세요~? 안 좋아하실 수도...
아무튼 이 여편네가 기 불어넣는데는 한 일가견 하는 것 같습니다...
8월의 한여름까지...넉끈히 계시라고 기 한 방 불어넣구 가요~~~~!!




야클 2005-04-2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화창한 봄날에 즐겁게 지내셔야 되는데...

거칠은 벌판으로 달려가자♬ ↖^^↗
힘내세요.
곧 지나갑니다. 힘든 일이든, 외로움이든. ^^

물만두 2005-04-2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자!

돌고개쇼로 외로움 떨치시길^^


마냐 2005-04-22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히히. 여기 정신못차리구 쓰러지는 사람 또 있어서...반갑슴다. 그렇게 미친듯이 한 계절을 보내고나면, 또 나름 여유를 값지게 누릴 줄 알게 되는 거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거죠. (자기합리화의 귀재임다)

옛말에 틀린거 없다고, 바쁘고 많은 사람들에게 부대끼면 정말 군중속 고독이 생기더만여. 언젠가, 고개를 들어 사무실 전체를 조망했는데, 내가 속을 털어낼 인간이 안 보이더라구요. 그렇게 늘 술마시고, 웃고, 떠들었는데.....가끔 그럴 때가 있더이다. 결혼을 해도, 등돌리고 코고는 옆지기 옆에서 외롭고, 엄마랑 노는 대신 컴퓨터게임을 하겠다는 애들을 보며 외롭고, 어느새 양만 늘고 질이 떨어진 내 인간관계에 외롭고......가만 따져보면, 객관적으로 외로운게 아니라 주관적으로 외롭죠. 그리고, 다시 '울증' 대신 '조증'이 시작되더군요. 수선님은 바쁘시다니까....덜 앓고 지나가실걸루 기대함다. 힘내세요.

드팀전 2005-04-2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회사 일많이 시키네....벌어서 편법증여할꺼면서(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자!!)
뭐 바빠서 놀 시간이 있겟나..... 외로울때 놀아줘야되는데.놀이가 인간을 얼마나 건강하게 하는데 놀지도 못하고 쓰러질 정도로 일을 시켜대냐... 주말에 노새요.그냥 놀아요.몸으로 하는 거루다가 놀아요.
좀 다른 이야긴데...언젠가 그냥 삶이 외롭고 허망하고...뭔가 잘못살고 있는 거 같구.그런생각이 든적이 있어요.한달정도 그랬나봐요.문득 학교에 가고 싶었어요.그래서 오랜만에 옛날에 다니던 학교를 다녀왔죠.그냥 슬슬 구석구석 걸어다녔어요.자주 친구들과 앉아있던 벤치에서 담배도 피우고 지나가는 한참 어린 후배들도 바라보고 한 두시간 그냥 바라보다 걷다가 생각하다 그랬네요.의기소침했었는데 왠지 기운이 나더라구요.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도 생각나고 아픈 기억도 떠오르고 지금은 다른 길을 가는 친구들의 모습도 보이고.
지나가는 아이들 모습에서 그 시절 내모습과 고민들도 오버랩되고...
그러다가 정말 문득 ...뜬금없이 정전되듯이...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너 열심히 잘살아왔구나." "지난 시절도 그렇게 잘 해왔으니 그걸 믿어도 되겠다.""지금 잠깐 힘들었지만 더 어려운고민들도 자알 버텨왔구나.다 쓸모없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외롭고 답답한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구나." .."그래.앞으도도 나의 인생이 곤란을 겪기도 하겠지만 또 그속에서 뭔가 얻어서 자..알 살겠구나." "널 믿는다.잘 해왔어"....... 그런 생각들이 막들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혼자 자뻑하는 걸 수도 있었지만. 학교를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때와 다른 느낌이엇어요.그 짧은 시간에 조금 큰 거죠. ..... 님에게도 그런 경험이 언젠가 찾아갈 겁니다.힘내세요.잘해왔어요.!!!!

2005-04-23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4-2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어요.
"우리 수선님이 많이 외로우시구나". 따뜻한 느낌! 엄살피는 애처럼 느껴졌어요.제가.....고맙습니당.기분 up!

복순이 언니님, 마돈나 언니의 눈빛에서 에너지를 땡겨왔어요.
열정적인 마돈나 언니. 그렇게 다 태우면서 살고 싶어요.

야클님, 요즘 술 많이 마신다구요? 너무 과음은 조심하세요.
전 지금 위염으로 약 먹고 있거든요. 즐거운 봄날 보내세요!

물만두님, 돌고래가 뽀뽀하는 사진을 올리시면 어떻해요??? 허걱.... ^^

kleinsusun 2005-04-2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양만 늘고 질은 떨어진 인간관계" 정말 적나라한 표현이네요.
정신 못차리고 쓰러지는 사람...바로 저....주말을 맞이하여 일어납니다. 아자!
오늘 부터 "조"증이 시작된다는 일기예보가...^^

드팀전님, "다 쓸모없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외롭고 답답한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구나."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드팀전님 글은 항상 제 맘에 와닿네요. 의미 없는 시간은 없겠죠, 그죠? 네...맞아요. 저 잘해왔어요. 스스로에게 박수를, 짝짝짝!

2005-04-23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친구 Ken이 말했다.

" You are like a rabbit! "

난 생각했다.
무슨 말이지? 토끼처럼 귀엽단 말인가?

Ken이 말했다.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다고....
너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고....

외로우면 죽는다.

토끼가 외로우면 죽나?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난 네이버 지식을 검색했다.
아니....정말..... 여러 애니에서 "외로우면 죽는" 토끼의 캐릭터를 볼 수 있었다.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다"는 말을 네이버에서 확인한 순간,
난 정작 Ken이 한 말의 핵심을 생각했다.

그러니까....
중요한건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다"는 속성이 아니라
"내가 토끼의 속성을 가졌다" 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외로움을 두려워 한다.
나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나는 외로움을 잘 탄다.

이런 말이다.

들켰다. 어떻게 알았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Ken하테 들켜버릴 정도면....

나는 외로움을 잘 탄다. 인정.

예술가들은 외로움을 위대한 그림이나 음악으로 승화시키기도 하는데,
나는 외로워서 그다지 좋지도 않은 남자랑 한동안 만난 적도 있다.
비겁하게도....내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다고 외로움이 없어지는건 아니었다.
수술이 불가능할 때 아편으로 통증을 잊는 전쟁터의 군인들처럼
그냥 순간적으로 고통을 잊는거다.

다시는 외로답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게...얼마나 비겁하고 이기적인 행동인지 알기에....

외로울 때 하는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배고플 때는 아무거나 맛있는 것처럼...
배고플 때 먹는 라면이
배부를 때 먹는 호텔 스테이크 보다 맛있는 것처럼...

외로울 때는 무언가에 매달리듯이
사랑이라 착각되는 연애질을 하기에 딱이다.
배고플 때는 쇼핑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외롭다고 연애를 하면 안되지....

스스로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할 없다.
대등한 관계에서 사랑할 수 없으니까...
자꾸 의지히고 칭얼거리게 되니까...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외로움을 극복해야 하는가?

일에 미쳐서?
취미생활에 빠져서?

그것도 도피다.
부질없는 연애질이랑 본질적으로 같다.
다른 대상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물론 혼자하는 일이기에 상대방을 다치게 하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말이 되는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는 걸 성인답게 인정하고,
외로움이 다가올 때 웃으며 인사하기.
덤덤하게....

외롭다는게 병도 아니고,
외로우면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덤덤하게....

그러니...
외롭다고 허접한 연애하지 말기,
술 마시지 말기,

그냥 내게 다가온 외로움을 관찰하기.

Ken한테 말해 줘야지.
나 토끼 아니라고....

이 봄....몸도 마음도 가벼워 지고 싶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5-04-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워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말씀, 가슴에 와서 박히는군요.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어요. 그래요, 외로워도 덤덤하게, 술 마시지 말기.

겨울 2005-04-16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기 때문입니다. 봄은 원래 외로움의 몸살을 앓는 계절이에요. 생명을 잉태하고 꽃을 피우는 만물을 시샘하는 거예요. ^^

moonnight 2005-04-16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와 함께라 해도 외로울 때가 있잖아요. 가끔은 그렇기에 오히려 더 고독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수선님 말씀처럼 외로움이 다가오면 인사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편한 거 같애요.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감정으로 생각하고 미워하기보다.

드팀전 2005-04-17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한동안 혼자 오래살았거든요.타향에서...근데 별로 외롭진 않았어요.성격이 낙천적이어서 그런 것두 아닌데...오히려 낙천적이고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많이 탑니다.부재에 민감하지요.이게 또 재미있는 세상의 모순이군요.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때도 있지만 '자기내면과의 대화'라는 시간으로 돌려 생각하면 허접한 관계성 보다 제 생각으로는 만배정도 충만한 시간이 된 다고 생각합니다.(이건 제 여관방생활 1년과 하꼬방 세상 2년이 준 개인적 경험이기도 합니다.)의외로 몰랐던 것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최근에 보는 글렌굴드 전기중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혼자 있다고 꼭 고독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내가 말하는 고독은 물론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벗삼고 있다.반면 내가 혼자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나 자신이 내게 결핍되어 있을 때,'내게 결핍되어 있는 그 누구'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일 때,이런 상태는 고립이다.(반대로 사랑은 상대방이 거기 있을 때조차 그가 그리운 상태를 말한다.) 고독 속에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거기,내 안에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것이다.그런가 하면 상대방과 내가 모두 결핍되어 있는 단절도 있다."



2005-04-17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갑자기 살이 쪘다구?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나잇살" 이라구?
절대...그럴 리는 없지.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오늘 아침 10시 30분쯤....
커피 한잔이 너무도 땡겼다.
스타벅스 같은 럭셔리한 커피 말고
사무실 커피의 대명사 "동서 커피믹스".
그 달달한 맛이 너무도 땡겼다.

난 원래 커피믹스를 마시지 않았다.
왜냐...너무 달아서...

그런데 작년 10월부터 하루에 2~3잔을 마셨다.
잠이 덜 깬 피곤한 아침, 달달한 커피 믹스를 하나 마시면
그제서야 몸이 작동하는 기분이랄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 수록 단 게 땡겼다.

그래서....매점 언니의 사랑을 받을 만큼 초콜릿을 샀다.
ABC 초코렛이나 키세스를 한 봉지 사서 옆 사람, 앞 사람 몇 개 주고 ,
일하면서 나 혼자 냠냠 다 먹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 수록,
지치면 지칠 수록,
단 게 땡겼다.

초콜릿을 먹으면서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눈이 빠지게 쳐다 봐도 모니터 유리는 튼튼했다.)

그 결과....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4월 초.
나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지난 토요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뭐 별건 아니고 커피믹스,초콜릿,사탕,아이스크림 절대 금지.
그리고 이건 좀 어렵지만.... 술 안마시기.
밤에 늦게 안 먹기.

일주일 가깝게 잘 지켜 왔다.

그러나...
오늘 오전 10시 반,
커피 믹스 한잔이 너무나 마시고 싶은 거였다.

한참을 갈등하다가......마셨다.

마시면서 생각했다.
왜 그렇게 커피믹스가 땡겼을까?

이유는... 우울해서....
오늘 아침 유난히 우울했다.

어젯밤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가서 땀을 짝 뺐는데
이상하게 개운하지 않고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우울해졌다.
그 우울함이 오늘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오늘 아침 커피 믹스를 마시면서 깨달았다.
우울함과 단 음식의 상관 관계를...
( 뭐 예전에 몰랐던 건 아니다. 모르는 척 했을 뿐...)

피곤할 때,
힘들고 외로울 때,
지치고 무기력할 때,
왜 그렇게 단게 먹고 싶었을까?

폭식증 환자들을 치료할 때,
전문가들은 일기를 쓸 것을 권한다.

언제 먹고 싶은가?
먹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먹기 전에 기분은 어땠는가?

폭식증 환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음식을 찾는다고 한다.

즉, 감정적 고통을 음식에 의존하는 거다.

나 또한 내게 찾아온 고통을 가만히 지켜보는 대신
초콜릿을 먹으면서 피하려 했던건 아닐까?

지난 몇개월 동안 많이 힘들었다.
이제....다시 피어나는 봄....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내 자신을 그 누구 보다도 소중하게 돌보고 사랑하며
"회춘"하려 한다.

내 인생의 아름다운 봄날을 위해.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이드 2005-04-1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도 같이요!

2005-04-15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4-15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어제 우울해서 밤에 혼자 라면 끓여 먹고 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화사한 봄꽃만큼 환하게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구요.
수선님의 아름다운 봄날을 위해 화이링!!!

2005-04-15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렌지향 2005-04-1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살때문에 저도 항상 고민 많이 해요. 여자라면 이뻐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이자 즐거움이죠. 저도 애기 낳고 8개월을 점심에 밥대신 운동을 해서 4키로 간신히 뺐어요. 살이 빠지면 날아갈거 같다가 아침에 미동도 않는 체중계 보면 또 스트레스 받고...너무 상심 마시고 다시 시작해보자구요.

클리오 2005-04-1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 첨 인사드려요.. 이제쯤은 커밍아웃을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아리땁고 활기찬 수선님을 몰래 보기만은 힘드네요. ^^ 우울증 치료는 단 음식도 있지만, 햇빛도 좋다네요. 햇빛을 너무 많이 보면 봄바람 나버릴 우려도 있지만, 듬뿍듬뿍 받는 햇살이 감정적으로 좋다고 해요.. 이번 봄 활기차게 보내요!! 계속 우울하신거 아니죠?

moonnight 2005-04-1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게 만든 커피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 커피믹스도 덜 달다는 생각에 직접 조제해서 먹지요. 다방커피 -_-;
우울할 때 단 게 정말 당기고 잔뜩 먹고 나면 더욱 우울해지고. ㅠㅠ 정말 악순환이에요.
요즘 저도 커피 자제하고 있어요. 얼마전에 신문 보니까 단 음식은 오후 네시쯤 먹으라고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사발잔으로 두잔 마시던 커피를 오후에 한 잔만 먹고 있답니다. 완전히 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럼 너무 슬플 거 같아서. ;;

야클 2005-04-15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 꿀꿀하고 피곤할땐 찬 고무마케잌에 커피가 제겐 특효약이죠. 피곤할 땐 단 음식이 다들 땡기나 보죠.
어제 밤에 드라마 보니까 공유 몸매가 좀 부러웠다는... 운동 좀 해야지 하면서도 과자 잔뜩 먹고 잤다는... 운동해야겠다는 의지를 되살려주는 페이퍼네요. ^^

kleinsusun 2005-04-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고구마케잌 좋아하시는군요.저도 좋아하는데.... 운동 열심히 하세요!

moonnight님, 커피를 "조제"해서 드시는군요.우하하하.오후 네시의 커피,여유가 느껴져요.

클리오님,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기뻐요!!!
마태우스님의 리뷰 특강에 등장하셨었죠? ^^
클리오님의 서재에 놀러갔다 왔어요.
"보해 골드" 정말 재미있더군요. 앞으로 자주 만나요!

kleinsusun 2005-04-1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하이드님, 네....같이 하자구요! 행복한 여름을 위해 홧팅!

바람돌이님, "화사한 봄꽃 만큼 환하게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 가슴 벅찬 말이네요.
네....이 세상 누구보다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구요!!!

오렌지향님, 의지의 한국인이네요!!!8개월 동안 점심을 먹지 않고 운동을 하시다니!!!
저도 점심시간에 요가를 할까 생각중이랍니다.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05-04-16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까?

" 가장 행복했을 때를 떠올려라! "

작년 여름에 본 영화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다.
디멘터를 이겨내기 위한 어려운 마법 "익스펙토 페트로눔".
"익스페토 페트로눔" 을 외칠 때는 온 마음을 모아서, 온 정신을 집중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 나라면 어떤 생각을 하며 주문을 외울까? "

가장 행복했던 기억.
내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란....

그 때, 영화를 같이 본 사람은 소개팅을 하고 몇 번 더 만난 남자였다.
긴긴 공부를 드디어 끝내고 개업한지 얼마 안된 의사였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범생이"의 전형이었다.

극장에서 나와 저녁을 먹을 때, 문득 궁금했다.
그 사람에겐 가장 행복한 기억이 어떤 건지...
그 사람에게 물었다.

수선 :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뭐예요?
닥터 K : (5초 정도 생각하다가) ...대학 합격했을 때요.
수선 : 연애나 뭐 다른 건 없어요?
닥터 K : 그렇게 좋았던 기억은 없는데...

참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고작 대학 합격한 날이라니...

그런데... 가만가만 생각해 보니,
펄쩍 뛰고 미친 듯이 좋아한 기억을 가만가만 생각해 보니,
나 또한 대학 합격 발표한 날이 생각나는 거였다.

ARS 전화로 합격을 확인했을 때,
난 정말 너무 좋아서 펄쩍 펄쩍 뛰었다.
그것도 그 사람 많은 KFC에서....

발표예정 전 날이었는데,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 봤다.
KFC에 있는 공중전화로...
근데....뜻밖의 기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수험번호 OOOOOO O.O.O은 합격자 명단에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

난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KFC에서 집까지는 10분 정도 거린데, 집까지 춤을 추면서 달려갔다.
엄마도 아빠도 내가 장원급제라도 한 것처럼 좋아하셨다.

그 기억말고는....
그렇게 펄쩍펄쩍 뛰면서, 춤을 추면서 좋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뭐....02년 월드컵 때 펄쩍펄쩍 뛰긴 했지만...

그 "범생이" 아저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참 시시하다.
고작 생각나는 기억이 대학 합격했을 때라니...

다른 사람들은 가장 행복한 기억이 뭘까?
프로포즈하고 "Yes"를 들었을 때?
결혼한 날?
첫 아이를 낳은 날?
첫 아이가 "어마...엄아....엄마!"를 최초로 부른 날?
처음으로 집을 산 날?

궁금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안 해본 일들이 많아서 앞으로 행복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화.양.연.화.

내 인생의 화영연화는 항상 "Now & Here"이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화양연화"가 지나가 버리면 슬프니까...
"화양연화"를 기억하며, 곱씹으며, 뒤돌아 보면서
"그 때가 좋았어" 노인들처럼 말하면서 사는 건 싫다.

"Now & Here"를 즐기며 행복하게!
매일 매일 더 즐겁고 행복하게!
날마다 더 행복해지자!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5-04-1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입니다. 우울해도요^^

날개 2005-04-1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정말로 너무좋아 펄쩍거렸던 적이 거의 없나봅니다..
대학합격때는 좋긴했지만 안도감이 더 컸던것 같고, 출산했을때도 좋긴했지만 후련함이 더 컸었어요..
우리 같이 시시해집시다..^^

로드무비 2005-04-13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원더풀 라이프'라는 영화 비디오 구해서 꼭 보세요.
바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사람들의 회상이에요.
죽은 사람들의......

야클 2005-04-1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용 ^^.

바람돌이 2005-04-1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대학졸업후 3수끝에 3년의 백수생활 끝내고 교사임용고시 1차시험 합격했던 날. 너무 좋아서 울었던건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좋았던건 4년을 하루종일 붙어다니면서도 친구인줄만 알았던 지금의 남편에게 좋아한다는 고백 받던 날. 다음날 좋아서 하루종일 바보처럼 입찢어져 다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둘째가 뱃속에서 쑤욱 나오던 순간 - 이제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된다는 환희에 만세를 부르고 싶었답니다. 이러고 보니 전 참 행복한 사람이군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팡팡 전해드립니다.^^

kleinsusun 2005-04-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참 행복한 사람이네요.근데...좋아한다는 고백 받기 전에 모르셨어요? 느끼시면서도 확신이 없어서 모르는 척 하셨죠? 정말 로맨틱한 얘기예요.행복 바이러스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5-04-1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좋은 일 있나봐요!!!살짝쿵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뭘까??????
로드무비님.<원더풀 라이프> 꼭 볼께요. 벌써부터 두근두근...
날개님, 아침마다 한번씩 팔짝 뛰어보는게 어떨까요,우리?^^
물만두님, 네....바로 지금입니다. 즐겁게 춤을 추면서....랄랄라...

야클 2005-04-1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 딱히 결정된건 하나도 없구요.-_-;
어제 돈 꼴고 팔았던 주식 오늘 하한가로 꼽혀서 너무 다행이구요(어휴 그래도 어제 팔길 잘했당)... ^^
이달이 가기전에 밀려있던 소개팅 두어건은 할거같구요.... ...♥
오늘 감사 나간 회사는 자료가 준비 안되서 다음주에 나가걸랑요. 그래서 오늘 하루 맛난 점심만 먹고 땡땡이 쳤구요.... ^^~
며칠전에 누나가 자기 타던 멀쩡한 차 우리집 앞에 버려서 내가 주워서 타고있구요..^^♬
다음달엔 중국 놀러가구요^^V
등등...
하여간 전 오늘 보다 더 나은 화양연화가 오고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요.내 인생의 왕년이~~^^*

오렌지향 2005-04-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연애하고 신혼여행가고 그리고 결혼 3주년을 맞는 지금 이순간까지... ㅋㅋ 좀 심하죠 나. 회사일로 달라이 라마의 " 용서"를 부여 잡으며 스트레스를 다잡으려 하지만...

2005-04-14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04-1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양연화가 지나가도 슬프지 않습니다.제 섬세한 더듬이로 돌아볼때 언제부터인가 내려가는구나...라고 느껴집니다.물론 사회적으론는 더욱 높이 승진할 수도있고 돈도 더많이 벌수도 있고 그렇겠지요.하지만 제 안에서 저에게만 솔직한 녀석은 화양연화가 지나간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슬픈걸까요.그건 봄이가고 여름이 온다고 펑펑우는 것과 같지 않나요. 지나간다고 슬픈거나 그 뒤가 없는건 아닙니다.그....유명한...저도 좋아하는...어떨때는 씁슬한 기분마저 들게하는...그런말이있지요.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말 아닙니까?
어쨋건 화양연화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제가 제일 기뻣던 일은 님보다 훨씬 시시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일입니다. 한참 야구에 미쳐있었죠.팀을 만들어서 매일 연습하고 동네다른 팀이랑 시합하구.언젠가 1년 선배들이 한번 붙자고 그런겁니다.그 팀은 제가 없는 상태에서(참고로 전 투수) 저희 팀에게 졌던 경험이 있지요.늘 선발2순위였던 친구가 제가 없는 대신 던졌는데 무지 잘던졌나봐요.어쨋건 경기가 시작되고...전 상대팀 타자들에게 톡톡히 당했지요.1년선배팀을든 "야...지난번에 던졌던 애 나오라그래..이번엔 복수해주마" 그러는 겁니다.그래도 팀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제 자존심에 물러날수는 없지요. 결국 2점 뒤진 상태에서 저희팀 마지막 공격이 되었습니다.앞 선 타자들이 베이스를 꽉채웠습니다.제 타석이 되었지요.(아..아직도 그때의 각오와 떨림이 생생하네) 상대팀 투수가 던진 공이 가운데로 몰렸습니다.약간 높았지요....."딱...." .... 동네 공터 저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흰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1루주자까지 다 들어오고 경기 끝났습니다.역전 3루타죠(동네야구엔 담장이 없어서 홈런이 없었습니다.)....정말 기뻣습니다.한방에 그 하루의 자존심 뭉게진거 친구에게 생긴 질투,동료들에대한 미안함...다 날렸습니다.
해가 뉘였뉘였지고 있었는데....만화 처럼 혼자 하늘로 뛰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만화장면을 모방한거죠.대개 그럴때 만화는 붉고 커다란 태양을 배경으로 스틸화면으로 끝나죠. 어디서본 만화같지만 제 경험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면 전 항상 이야기를 합니다.진짜 그렇기때문에....... ... 제가 인생에서 가장 기뻣던 날입니다. 시시하나요.^^

2005-04-14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4-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now and here 할래요. ^^ 언젠가 할머니가 되면 그래, 그때가 좋았어. 하고 지금을 그리워할까요? 그때에도 지금이얏!하고 거만하게 뻐길 수 있음 좋겠는데. ^^;

kleinsusun 2005-04-1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향님, 좀 심한게 아니라 많이 심해요.^^ 아.....이 봄에 "싱글"을 이다지도 외롭게 하다니...그래도 듣기 좋네요. 저도 님처럼 멋진 연애를 이 봄에 할께요.나중에 자랑해야쥐.호홋.

속삭이신님, 뭘까...궁금하지만 비밀이니깐.... 행복한 기억에 집중해서 주문을 외우세요! 이루어져라, 얍!

moonnight님, 우리 행복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자구요.ㅋㅋ

kleinsusun 2005-04-1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요즘 좋은 일이 많네요. 특히 감사가 연기된거...뜻밖의 휴가가 생겼을 때 정말 기쁘죠? 갑자기 생긴 오후 시간...뭘할까 생각하는 그 행복한 고민.
야클님의 "화양연화" 쭉~ 자랑해 주세요!

드팀전님, 하나도 시시하지 않은데요. 정말 멋진 기억이예요.
홈런을 친 꼬마 야구선수의 그 황홀한 기분!
패전투수 감사용이 승리했을 때 보다 더 신났을 것 같은데요.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생생하죠. 그 기억...끝까지 생생하게 간직하세요!

릴케 현상 2005-04-14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귀던 여자랑 일 년이 다 되어 갈 때 그애 등을 꼭 껴안고 한참(한 1분) 있은 적이 있어요. 그러고는 "나 행복해"라고 말했어요. 평생 첨 마음이 충만해 지는 느낌이 들었죠 종교체험을 해 보지 못했지만 아마 그런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 후로 이제 살면서 좋은 일은 기대하지 않게 되었죠^^

kleinsusun 2005-04-14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음이 충만해 지는 느낌"...저도 그런 충만함, 행복함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로드무비 2005-04-1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어요.
산책님, 그런 순간이 있으셨구만 저한테는 딴 소리. 흥=3
수선님, 곧 원더풀 라이프 페이퍼 올릴게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나이브 ㅋㅋ한 퇴근길이 되길 빌며...)
 


타이페이는 어찌 보면 좀 지루한 도시다.

야시장이라도 가지 않으면 뭐 그리 신기할 것도 없고,
그냥 무덤덤한 일상이 펼쳐지는 도시니까....
사실....로마나 파리 같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관광지가 아닌 도시들은
우리들의 일상의 터전이다. 서울이 그런 것처럼...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고, 퇴근하고 술 한잔 하고, 주말에는 늦잠자고, 데이트하고....
이렇게 되풀이 되는 일상의 터전.
생산하고 소비하고,
태어나고 죽고,
결혼하고 이혼하고,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분노하고....
이렇게 삶을 붙들어 매는 장소.

Taipei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바로 횡단보도 신호등이었다.

위 사진을 보면 "30"이라고 써있다.
30초가 남았다는 거다.
이 숫자가 계속 바뀌다.
30,29,28,27,26......5,4,3,2,1,0.
"0"이 되면 빨간불로 바뀐다.

아....정말 "살벌한" 신호등이다.

뭐 우리나라는 더 하지만....
초록색 불로 바뀌자 마자, 금방 깜박 깜박...
도대체 할머니들은 어떻게 건너라는 건지....
왠만한 사람들은 다 뛰어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마다 생각한다.
도대체 기준은 무엇인가?
물론 보행 시간이 더 길면 안 그래도 막히는 차가 더 막힐 수 있다.
하지만,그 짧은 시간에 구부정한 할머니들, 장애인들, 어린이들이
헐떡이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Taipei의 신호등은 말 그대로 "Digital".
정신 없이 "숫자"가 바뀐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자기가 "몇초" 기록으로 뛰었는지도 알 수 있다.^^

뭐...합리적이기는 하다.
길을 건너기 전에 정확히 몇초 남았는지를 보고
건널것인지 말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
아니면...5초안에 한번 전력질주를 해보던지...

그래도 그 신호등은 참 "살벌"하게 느껴진다.

가끔 이 "디지털" 세상에서
난 너무 "아날로그적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숨가뿐 디지털 세상에서
유유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는,
잡문을 쓰며 즐거워 하고 있는 나는,
무한 경쟁시대에 늦잠을 자고 있는 나는,
핸드폰에 기능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귀찮아 하는 나는,
너무 아날로그적 인간이 아닌지....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야클 2005-04-1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지털세상에 전혀 적응을 못한다면 문제가 있지만.... 아날로그적인 사람=인간미 넘치는 사람 아닐까요? 난 너무 태평스럽고 당당한데? ^^ 난 여전히 컴퓨터 날라다니면서 1분당 타자수 빠른 사람 보다는 글씨 예쁘게 잘 쓰는 사람이 부러운데...^^

하이드 2005-04-1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광화문에는 숫자는 아니지만 칸이 하나씩 줄어드는 신호등이 있답니다. ^^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타협일까요?
뭐 깜박거릴때, 그거 보구 마구 뛰어가긴 좋긴해요.

로드무비 2005-04-1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00프로 아날로그 인간입니다요.^^

파란여우 2005-04-1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아날로그로 살면 출세는 못해도 마음은 편합디다....^^

바람돌이 2005-04-10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에 중국 북경에서 이런 신호등을 봤었는데.... 중국의 무법천지 교통체계에 질려있던 터라 북경에서 이런 신호등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었는지... 근데요 웃기는건 아무도 이 신호등을 지키지를 않더라고요. 같이 여행간 우리만 서있지 중국사람들은 빨간불일 때도 잘도 건너더군요. 근데 더 웃기는건 열심히 기다린 우리 막상 파란불이 되어서 건너려니 차들이 아무도 서지를 않네요 결국 빨간불일때랑 똑같이 열심히 눈치보면서.... 요즘은 좀 달라졌을까요?
하다보니 디지털이니 아날로그니 하고는 상관이 없는 얘기네요. 저는요 아직까지는 사람의 살내음이 더 좋은 아날로그 인간이랍니다. 아마 죽을때까지 그럴 것 같여요.

드팀전 2005-04-1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아날로그파군요.ㅆㅆ 왠지 디지털 하면 기계적이고 냉정한것 같구.아날로그하면 인간적인 이미지를 주어서 그런가요. 몇분처럼 진짜 아날로그적 삶을 추구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는 아날로그에 대한 낭만(복고주의)의 이미지를 쫓는거 아닐까요? 전 초딩때부터 문과적 인간이라 스스로 결정해서 현세대의 기술문명발전에 늘 뒤늦지만 또 문과적인 상상력으로 디지털/아날로그형인간의 구분에서 실제는 그렇지 않으며 심정적으로 아날로그에 동조하는 건 왜일까 생각해봅니다.디지털은 비인간화 아날로그는 인간화 형태로 구획지어질 경우...다음 이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실까 궁금하군요. 혹시 유비쿼터스라고 들어들 보셨겟지요.유비쿼터스의 라틴어뜻은 "(신은)어디에나 존재한다" 라는 거라더군요.좀 쉽게 말하자면 디지털,컴퓨팅환경이 자연스런 일상속에 스며들어 사용자가 그 환경에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거라는 건데.(매트릭스같지요.) 극단적인 그런상황까진 아니어도 말이죠.우리는 지금 생활에서도 디지털환경 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본인은 아니라고 믿고있죠.알라딘,댓글,인터넷...인간적 사이트라 생각하는 이 서재도 디지털 환경속에 있습니다.출퇴근할때 교통카드쓰시나요? 핸드폰은요?
전 디지털/아날로그의 이분법적 구분과 아날로그=인간주의(물론 기술적으로 보면 그렇긴하지만)라는 신화아닌 신화에 비판적 물음을 하고 싶습니다.

icaru 2005-04-1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광지 도시가 아닌 이상...일상의 터전 같은 도시...타이페이고만요~ ^^ 서울처럼요..졸업하자마자...상하이에서 자리잡아 살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하는 말이... 그냥 서울 같다고... 그냥, 서울.. 일상의 터전과 같은 도시라 그런가...어델가더라도...그 곳에서...먹고 일하고 그렇게 살기 시작하면....다 비슷해지는 것인가...아무튼요~

색다른 글....잘 읽고 갑니다...... ^^*

kleinsusun 2005-04-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전 아직도 "깍뚜기" 글씨를 쓴답니다. 사람들이 어린이 글씨인지 알아요.^^
미스하이드님, 저희집 앞에도 칸이 하나씩 줄어드는 신호등이 있답니다.할머니들은 만땅일 때 부터 건너도 다 건너기 힘든...
로드무비님, 요즘은 "디지털 파마"도 있더군요. 로드무비님은 못하시겠어요.ㅋㅋ
파란여우님, 백조생활 준비 잘 하고 계신가요? 좋은 책 많이 읽으시길...
바람돌이님, 북경에도 이런 신호등이 있군요? 아....저는 이번에 첨 봤는데....
신호등은 숨 넘어가게 움직이는데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다니....우하하하.
복순이 언니님, 상하이에서 자리 잡고 살면 정말 서울 같을 것 같아요.
일상의 터전이 되면.... 생계의 터전이 되면.... 처음엔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가도 그냥 앞만 보고 총총거리며 걷게 된다면....

kleinsusun 2005-04-12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네....맞아요.우리는 Digital Device들 없이 못 살만큼 휘둘려 살고 있어요.
매트릭스처럼 그 안에 있죠.
제가 말하는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란 말이죠.....감성적, 인간적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보다는, 디지털처럼 "clear"하지 못하다는 그런 말이예요.
또 디지털 세상의 변해가는 속도에 헉헉된다는 그런 말도 되구요.

근데...드팀전님, 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 "디지털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2005-04-12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5-04-12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신호등도 저렇죠..그러나 아무도 신호등을 보고 건너지 않는다는...처음 하루는 신호등이 저렇구나 했는데 그 이후로는 신호등이 있는지 여부도 기억이 안납니다. 천안문 광장의 그 큰 도로도 마구 건너는 담대함이 생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