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갑자기 살이 쪘다구?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나잇살" 이라구?
절대...그럴 리는 없지.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오늘 아침 10시 30분쯤....
커피 한잔이 너무도 땡겼다.
스타벅스 같은 럭셔리한 커피 말고
사무실 커피의 대명사 "동서 커피믹스".
그 달달한 맛이 너무도 땡겼다.

난 원래 커피믹스를 마시지 않았다.
왜냐...너무 달아서...

그런데 작년 10월부터 하루에 2~3잔을 마셨다.
잠이 덜 깬 피곤한 아침, 달달한 커피 믹스를 하나 마시면
그제서야 몸이 작동하는 기분이랄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 수록 단 게 땡겼다.

그래서....매점 언니의 사랑을 받을 만큼 초콜릿을 샀다.
ABC 초코렛이나 키세스를 한 봉지 사서 옆 사람, 앞 사람 몇 개 주고 ,
일하면서 나 혼자 냠냠 다 먹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 수록,
지치면 지칠 수록,
단 게 땡겼다.

초콜릿을 먹으면서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눈이 빠지게 쳐다 봐도 모니터 유리는 튼튼했다.)

그 결과....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4월 초.
나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지난 토요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뭐 별건 아니고 커피믹스,초콜릿,사탕,아이스크림 절대 금지.
그리고 이건 좀 어렵지만.... 술 안마시기.
밤에 늦게 안 먹기.

일주일 가깝게 잘 지켜 왔다.

그러나...
오늘 오전 10시 반,
커피 믹스 한잔이 너무나 마시고 싶은 거였다.

한참을 갈등하다가......마셨다.

마시면서 생각했다.
왜 그렇게 커피믹스가 땡겼을까?

이유는... 우울해서....
오늘 아침 유난히 우울했다.

어젯밤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가서 땀을 짝 뺐는데
이상하게 개운하지 않고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우울해졌다.
그 우울함이 오늘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오늘 아침 커피 믹스를 마시면서 깨달았다.
우울함과 단 음식의 상관 관계를...
( 뭐 예전에 몰랐던 건 아니다. 모르는 척 했을 뿐...)

피곤할 때,
힘들고 외로울 때,
지치고 무기력할 때,
왜 그렇게 단게 먹고 싶었을까?

폭식증 환자들을 치료할 때,
전문가들은 일기를 쓸 것을 권한다.

언제 먹고 싶은가?
먹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먹기 전에 기분은 어땠는가?

폭식증 환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음식을 찾는다고 한다.

즉, 감정적 고통을 음식에 의존하는 거다.

나 또한 내게 찾아온 고통을 가만히 지켜보는 대신
초콜릿을 먹으면서 피하려 했던건 아닐까?

지난 몇개월 동안 많이 힘들었다.
이제....다시 피어나는 봄....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내 자신을 그 누구 보다도 소중하게 돌보고 사랑하며
"회춘"하려 한다.

내 인생의 아름다운 봄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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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4-1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도 같이요!

2005-04-15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4-15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어제 우울해서 밤에 혼자 라면 끓여 먹고 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화사한 봄꽃만큼 환하게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구요.
수선님의 아름다운 봄날을 위해 화이링!!!

2005-04-15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렌지향 2005-04-1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살때문에 저도 항상 고민 많이 해요. 여자라면 이뻐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이자 즐거움이죠. 저도 애기 낳고 8개월을 점심에 밥대신 운동을 해서 4키로 간신히 뺐어요. 살이 빠지면 날아갈거 같다가 아침에 미동도 않는 체중계 보면 또 스트레스 받고...너무 상심 마시고 다시 시작해보자구요.

클리오 2005-04-1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 첨 인사드려요.. 이제쯤은 커밍아웃을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아리땁고 활기찬 수선님을 몰래 보기만은 힘드네요. ^^ 우울증 치료는 단 음식도 있지만, 햇빛도 좋다네요. 햇빛을 너무 많이 보면 봄바람 나버릴 우려도 있지만, 듬뿍듬뿍 받는 햇살이 감정적으로 좋다고 해요.. 이번 봄 활기차게 보내요!! 계속 우울하신거 아니죠?

moonnight 2005-04-1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게 만든 커피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 커피믹스도 덜 달다는 생각에 직접 조제해서 먹지요. 다방커피 -_-;
우울할 때 단 게 정말 당기고 잔뜩 먹고 나면 더욱 우울해지고. ㅠㅠ 정말 악순환이에요.
요즘 저도 커피 자제하고 있어요. 얼마전에 신문 보니까 단 음식은 오후 네시쯤 먹으라고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사발잔으로 두잔 마시던 커피를 오후에 한 잔만 먹고 있답니다. 완전히 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럼 너무 슬플 거 같아서. ;;

야클 2005-04-15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 꿀꿀하고 피곤할땐 찬 고무마케잌에 커피가 제겐 특효약이죠. 피곤할 땐 단 음식이 다들 땡기나 보죠.
어제 밤에 드라마 보니까 공유 몸매가 좀 부러웠다는... 운동 좀 해야지 하면서도 과자 잔뜩 먹고 잤다는... 운동해야겠다는 의지를 되살려주는 페이퍼네요. ^^

kleinsusun 2005-04-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고구마케잌 좋아하시는군요.저도 좋아하는데.... 운동 열심히 하세요!

moonnight님, 커피를 "조제"해서 드시는군요.우하하하.오후 네시의 커피,여유가 느껴져요.

클리오님,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기뻐요!!!
마태우스님의 리뷰 특강에 등장하셨었죠? ^^
클리오님의 서재에 놀러갔다 왔어요.
"보해 골드" 정말 재미있더군요. 앞으로 자주 만나요!

kleinsusun 2005-04-1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하이드님, 네....같이 하자구요! 행복한 여름을 위해 홧팅!

바람돌이님, "화사한 봄꽃 만큼 환하게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 가슴 벅찬 말이네요.
네....이 세상 누구보다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구요!!!

오렌지향님, 의지의 한국인이네요!!!8개월 동안 점심을 먹지 않고 운동을 하시다니!!!
저도 점심시간에 요가를 할까 생각중이랍니다.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05-04-16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