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Ken이 말했다.

" You are like a rabbit! "

난 생각했다.
무슨 말이지? 토끼처럼 귀엽단 말인가?

Ken이 말했다.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다고....
너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고....

외로우면 죽는다.

토끼가 외로우면 죽나?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난 네이버 지식을 검색했다.
아니....정말..... 여러 애니에서 "외로우면 죽는" 토끼의 캐릭터를 볼 수 있었다.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다"는 말을 네이버에서 확인한 순간,
난 정작 Ken이 한 말의 핵심을 생각했다.

그러니까....
중요한건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다"는 속성이 아니라
"내가 토끼의 속성을 가졌다" 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외로움을 두려워 한다.
나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나는 외로움을 잘 탄다.

이런 말이다.

들켰다. 어떻게 알았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Ken하테 들켜버릴 정도면....

나는 외로움을 잘 탄다. 인정.

예술가들은 외로움을 위대한 그림이나 음악으로 승화시키기도 하는데,
나는 외로워서 그다지 좋지도 않은 남자랑 한동안 만난 적도 있다.
비겁하게도....내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다고 외로움이 없어지는건 아니었다.
수술이 불가능할 때 아편으로 통증을 잊는 전쟁터의 군인들처럼
그냥 순간적으로 고통을 잊는거다.

다시는 외로답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게...얼마나 비겁하고 이기적인 행동인지 알기에....

외로울 때 하는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배고플 때는 아무거나 맛있는 것처럼...
배고플 때 먹는 라면이
배부를 때 먹는 호텔 스테이크 보다 맛있는 것처럼...

외로울 때는 무언가에 매달리듯이
사랑이라 착각되는 연애질을 하기에 딱이다.
배고플 때는 쇼핑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외롭다고 연애를 하면 안되지....

스스로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할 없다.
대등한 관계에서 사랑할 수 없으니까...
자꾸 의지히고 칭얼거리게 되니까...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외로움을 극복해야 하는가?

일에 미쳐서?
취미생활에 빠져서?

그것도 도피다.
부질없는 연애질이랑 본질적으로 같다.
다른 대상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물론 혼자하는 일이기에 상대방을 다치게 하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말이 되는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는 걸 성인답게 인정하고,
외로움이 다가올 때 웃으며 인사하기.
덤덤하게....

외롭다는게 병도 아니고,
외로우면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덤덤하게....

그러니...
외롭다고 허접한 연애하지 말기,
술 마시지 말기,

그냥 내게 다가온 외로움을 관찰하기.

Ken한테 말해 줘야지.
나 토끼 아니라고....

이 봄....몸도 마음도 가벼워 지고 싶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5-04-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워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말씀, 가슴에 와서 박히는군요.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어요. 그래요, 외로워도 덤덤하게, 술 마시지 말기.

겨울 2005-04-16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기 때문입니다. 봄은 원래 외로움의 몸살을 앓는 계절이에요. 생명을 잉태하고 꽃을 피우는 만물을 시샘하는 거예요. ^^

moonnight 2005-04-16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와 함께라 해도 외로울 때가 있잖아요. 가끔은 그렇기에 오히려 더 고독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수선님 말씀처럼 외로움이 다가오면 인사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편한 거 같애요.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감정으로 생각하고 미워하기보다.

드팀전 2005-04-17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한동안 혼자 오래살았거든요.타향에서...근데 별로 외롭진 않았어요.성격이 낙천적이어서 그런 것두 아닌데...오히려 낙천적이고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많이 탑니다.부재에 민감하지요.이게 또 재미있는 세상의 모순이군요.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때도 있지만 '자기내면과의 대화'라는 시간으로 돌려 생각하면 허접한 관계성 보다 제 생각으로는 만배정도 충만한 시간이 된 다고 생각합니다.(이건 제 여관방생활 1년과 하꼬방 세상 2년이 준 개인적 경험이기도 합니다.)의외로 몰랐던 것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최근에 보는 글렌굴드 전기중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혼자 있다고 꼭 고독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내가 말하는 고독은 물론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벗삼고 있다.반면 내가 혼자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나 자신이 내게 결핍되어 있을 때,'내게 결핍되어 있는 그 누구'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일 때,이런 상태는 고립이다.(반대로 사랑은 상대방이 거기 있을 때조차 그가 그리운 상태를 말한다.) 고독 속에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거기,내 안에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것이다.그런가 하면 상대방과 내가 모두 결핍되어 있는 단절도 있다."



2005-04-17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