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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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받아 부서졌던 부서진 사람의 치유와 회복을 은은하게 투명한 수채화 처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가슴 아프지만 견딜만하고 피하지 않아도 좋을만큼 슬프다. 각자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희미하지만 웃을 수 있는… 멋진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작가님 사랑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웃었고
거기에는 이해와 담담한 응시가 있을 뿐,
회한이나 두려움 같은 건 없었다(209)

슬픔으로 열고 그리움으로 닫는 문(303)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 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그런 극단의 마음과 싸우다보면 아주 간단한 일상의 일도 할 수 없었다. 길을 못찾거나 버스 번호를 잃어버리거나 걸어다니거나 물건을 사는 평범한 동작에도 서툴러졌다. 그게 상처로 부스러진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상이었다. 트라우마는 그렇게 기본적인 행위부터 부수며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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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는데 다시 읽고싶은 책이다.
쫓기듯 덤벙덤벙 책갈피를 넘겨서인가.
나이가 드니 아무리 흥미진진 하여도 단숨에 읽을수가 없다. 생활이, 삶의 변수가 너무나 많아졌다.
다행히 뚝뚝 끊어가며 읽어도 재미있다. 좋은 소설이다. 마치, 번역된 외국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생경한 소재와 영화적 스토리 때문린가. 모든 게 좋아서 남은 이들의 지리멸렬한 삶을 상상만 하려니 아쉬웠다.

무엇보다, 구병모라는 이름만으로 작가의 성별을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여성이다. 이럴수가. 아주 오랜 시간을 의심없이 남성으로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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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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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사는 생물. 나무는 동물과 바람에 씨앗을 묻혀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가로지른다.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열매를 맺고 가을이 오면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에는 멈추었다가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난다. 폭풍, 짐승, 해충, 세균, 박테리아, 인간에 의해 나무는 일상적으로 상처를 받고 그것을 치료하는데 평생을 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나이테를 만들면서, 땅 속 깊이 더 멀리 뿌리를 내리면서, 하늘 높이 더 멀리 잎을 튀워 올리면서 오직 한자리에서 수천 년을 살아가는 나무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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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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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에는 작은 열매를 좋아하는 작은 새가 많았다. 새는 섬 곳곳을 날아다니며 작은 열매를 먹었다. 새의 몸을 통과하고도 파괴되지 않은 씨앗은 흙 위에 떨어졌다. 씨앗은 파묻혔고 수많은 동물이 그 흙을 밟았다. 다람쥐처럼 작은 동물은 씨앗을 모아 곳곳에 숨겼다. 숨겨둔 씨앗을 까맣게 잊고 거듭 숨겼다. 그중 어떤 씨앗은 움텄다. 새싹이 올라왔다. 새싹 근처에는 새싹이 많았다. 동물은 새싹을 밟았다. 새싹은 죽지 않았다. 새싹은 흙과 비와 태양으로부터 스스로 양분을 구하며 수십 년 동안 뿌리와 줄기를 만들었다. 새싹은 어린 나무가 되었다. 9p-

나무를 좋아하지만 나무에 대하여 깊이있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그냥 거기에 있기에 바라보고 지나가고 이파리를 모으거나 가지를 잘랐을 뿐이다. 오늘도 대추나무와 감나무의 가지를 잘랐다. 너무 키가 크다는 이유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 잔가지 굵은 가지를 순식간에 잘랐다. 어떤 설명도 양해도 없이 무자비하게. 마치 이 모든 노동의 이유가 나무 탓인냥 그렇게 뭉툭한 모양새로 잘라진 나무의 굵은 기둥을 보면서 처음으로 죄책감을 가졌다. 넓은 세상에 심어졌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까. 다른 하늘 아래였다면 멋진 새둥지도 이고 지고 맘껏 키를 세우고 높이 날아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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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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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축복이고 구원이다. 이해도 인정도 받지 못하는 불행은 죽음보다 더한 의지의 소멸이다.

그는 연민과 불가해함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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