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가라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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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사랑한다는 그 어떤 남자의 말은,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말 일 수도 있고,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고, 내가 그를 위해 많은 걸 버려주길 바란다는 말일 수도 있지. 단순히 나를 소유하고 싶거나, 심지어 나를 자기 몸에 맞게 구부려서, 그 변형된 형태를 갖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고, 자신의 무서운 공허나 외로움을 틀어막아달라는 말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공포야.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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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디 에센셜 The essential 1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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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은 2011년 작이지만 내게는 가장 최근 읽은 그녀의 작품이므로 신선한 채소의 풀향 가득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밝은 내용은 아니지만 시적인 문장들이 그림과 같아서 느리게 읽기에도 적합하다. 숨겨진 보석을 늦게늦게 찾아낸 기분이다. 늘 보물찾기에 서툴러 허둥거리는데 드디어 찾았다. 뿌듯하다.

밤은 고요하지 않다.
반 블록 너머에서 들리는 고속도로의 굉음이 여자의 고막에 수천 개의 스케이트 날 같은 칼금을 긋는다.
흉터 많은 꽃잎들을 사방에 떨구기 시작한 자목련이 가로등 불빛에 빛난다. 가지들이 휘도록 흐드러진 꽃들의 육감, 으깨면 단냄새가 날 것 같은 봄밤의 공기를 가로질러 그녀는 걷는다. 자신의 뺨에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이따금 두 손으로얼굴을 닦아낸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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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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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받아 부서졌던 부서진 사람의 치유와 회복을 은은하게 투명한 수채화 처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가슴 아프지만 견딜만하고 피하지 않아도 좋을만큼 슬프다. 각자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희미하지만 웃을 수 있는… 멋진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작가님 사랑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웃었고
거기에는 이해와 담담한 응시가 있을 뿐,
회한이나 두려움 같은 건 없었다(209)

슬픔으로 열고 그리움으로 닫는 문(303)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 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그런 극단의 마음과 싸우다보면 아주 간단한 일상의 일도 할 수 없었다. 길을 못찾거나 버스 번호를 잃어버리거나 걸어다니거나 물건을 사는 평범한 동작에도 서툴러졌다. 그게 상처로 부스러진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상이었다. 트라우마는 그렇게 기본적인 행위부터 부수며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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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는데 다시 읽고싶은 책이다.
쫓기듯 덤벙덤벙 책갈피를 넘겨서인가.
나이가 드니 아무리 흥미진진 하여도 단숨에 읽을수가 없다. 생활이, 삶의 변수가 너무나 많아졌다.
다행히 뚝뚝 끊어가며 읽어도 재미있다. 좋은 소설이다. 마치, 번역된 외국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생경한 소재와 영화적 스토리 때문린가. 모든 게 좋아서 남은 이들의 지리멸렬한 삶을 상상만 하려니 아쉬웠다.

무엇보다, 구병모라는 이름만으로 작가의 성별을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여성이다. 이럴수가. 아주 오랜 시간을 의심없이 남성으로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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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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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사는 생물. 나무는 동물과 바람에 씨앗을 묻혀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가로지른다.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열매를 맺고 가을이 오면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에는 멈추었다가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난다. 폭풍, 짐승, 해충, 세균, 박테리아, 인간에 의해 나무는 일상적으로 상처를 받고 그것을 치료하는데 평생을 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나이테를 만들면서, 땅 속 깊이 더 멀리 뿌리를 내리면서, 하늘 높이 더 멀리 잎을 튀워 올리면서 오직 한자리에서 수천 년을 살아가는 나무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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