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까?

" 가장 행복했을 때를 떠올려라! "

작년 여름에 본 영화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다.
디멘터를 이겨내기 위한 어려운 마법 "익스펙토 페트로눔".
"익스페토 페트로눔" 을 외칠 때는 온 마음을 모아서, 온 정신을 집중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 나라면 어떤 생각을 하며 주문을 외울까? "

가장 행복했던 기억.
내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란....

그 때, 영화를 같이 본 사람은 소개팅을 하고 몇 번 더 만난 남자였다.
긴긴 공부를 드디어 끝내고 개업한지 얼마 안된 의사였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범생이"의 전형이었다.

극장에서 나와 저녁을 먹을 때, 문득 궁금했다.
그 사람에겐 가장 행복한 기억이 어떤 건지...
그 사람에게 물었다.

수선 :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뭐예요?
닥터 K : (5초 정도 생각하다가) ...대학 합격했을 때요.
수선 : 연애나 뭐 다른 건 없어요?
닥터 K : 그렇게 좋았던 기억은 없는데...

참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고작 대학 합격한 날이라니...

그런데... 가만가만 생각해 보니,
펄쩍 뛰고 미친 듯이 좋아한 기억을 가만가만 생각해 보니,
나 또한 대학 합격 발표한 날이 생각나는 거였다.

ARS 전화로 합격을 확인했을 때,
난 정말 너무 좋아서 펄쩍 펄쩍 뛰었다.
그것도 그 사람 많은 KFC에서....

발표예정 전 날이었는데,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 봤다.
KFC에 있는 공중전화로...
근데....뜻밖의 기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수험번호 OOOOOO O.O.O은 합격자 명단에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

난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KFC에서 집까지는 10분 정도 거린데, 집까지 춤을 추면서 달려갔다.
엄마도 아빠도 내가 장원급제라도 한 것처럼 좋아하셨다.

그 기억말고는....
그렇게 펄쩍펄쩍 뛰면서, 춤을 추면서 좋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뭐....02년 월드컵 때 펄쩍펄쩍 뛰긴 했지만...

그 "범생이" 아저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참 시시하다.
고작 생각나는 기억이 대학 합격했을 때라니...

다른 사람들은 가장 행복한 기억이 뭘까?
프로포즈하고 "Yes"를 들었을 때?
결혼한 날?
첫 아이를 낳은 날?
첫 아이가 "어마...엄아....엄마!"를 최초로 부른 날?
처음으로 집을 산 날?

궁금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안 해본 일들이 많아서 앞으로 행복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화.양.연.화.

내 인생의 화영연화는 항상 "Now & Here"이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화양연화"가 지나가 버리면 슬프니까...
"화양연화"를 기억하며, 곱씹으며, 뒤돌아 보면서
"그 때가 좋았어" 노인들처럼 말하면서 사는 건 싫다.

"Now & Here"를 즐기며 행복하게!
매일 매일 더 즐겁고 행복하게!
날마다 더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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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1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입니다. 우울해도요^^

날개 2005-04-1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정말로 너무좋아 펄쩍거렸던 적이 거의 없나봅니다..
대학합격때는 좋긴했지만 안도감이 더 컸던것 같고, 출산했을때도 좋긴했지만 후련함이 더 컸었어요..
우리 같이 시시해집시다..^^

로드무비 2005-04-13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원더풀 라이프'라는 영화 비디오 구해서 꼭 보세요.
바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사람들의 회상이에요.
죽은 사람들의......

야클 2005-04-1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용 ^^.

바람돌이 2005-04-1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대학졸업후 3수끝에 3년의 백수생활 끝내고 교사임용고시 1차시험 합격했던 날. 너무 좋아서 울었던건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좋았던건 4년을 하루종일 붙어다니면서도 친구인줄만 알았던 지금의 남편에게 좋아한다는 고백 받던 날. 다음날 좋아서 하루종일 바보처럼 입찢어져 다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둘째가 뱃속에서 쑤욱 나오던 순간 - 이제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된다는 환희에 만세를 부르고 싶었답니다. 이러고 보니 전 참 행복한 사람이군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팡팡 전해드립니다.^^

kleinsusun 2005-04-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참 행복한 사람이네요.근데...좋아한다는 고백 받기 전에 모르셨어요? 느끼시면서도 확신이 없어서 모르는 척 하셨죠? 정말 로맨틱한 얘기예요.행복 바이러스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5-04-1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좋은 일 있나봐요!!!살짝쿵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뭘까??????
로드무비님.<원더풀 라이프> 꼭 볼께요. 벌써부터 두근두근...
날개님, 아침마다 한번씩 팔짝 뛰어보는게 어떨까요,우리?^^
물만두님, 네....바로 지금입니다. 즐겁게 춤을 추면서....랄랄라...

야클 2005-04-1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 딱히 결정된건 하나도 없구요.-_-;
어제 돈 꼴고 팔았던 주식 오늘 하한가로 꼽혀서 너무 다행이구요(어휴 그래도 어제 팔길 잘했당)... ^^
이달이 가기전에 밀려있던 소개팅 두어건은 할거같구요.... ...♥
오늘 감사 나간 회사는 자료가 준비 안되서 다음주에 나가걸랑요. 그래서 오늘 하루 맛난 점심만 먹고 땡땡이 쳤구요.... ^^~
며칠전에 누나가 자기 타던 멀쩡한 차 우리집 앞에 버려서 내가 주워서 타고있구요..^^♬
다음달엔 중국 놀러가구요^^V
등등...
하여간 전 오늘 보다 더 나은 화양연화가 오고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요.내 인생의 왕년이~~^^*

오렌지향 2005-04-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연애하고 신혼여행가고 그리고 결혼 3주년을 맞는 지금 이순간까지... ㅋㅋ 좀 심하죠 나. 회사일로 달라이 라마의 " 용서"를 부여 잡으며 스트레스를 다잡으려 하지만...

2005-04-14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04-1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양연화가 지나가도 슬프지 않습니다.제 섬세한 더듬이로 돌아볼때 언제부터인가 내려가는구나...라고 느껴집니다.물론 사회적으론는 더욱 높이 승진할 수도있고 돈도 더많이 벌수도 있고 그렇겠지요.하지만 제 안에서 저에게만 솔직한 녀석은 화양연화가 지나간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슬픈걸까요.그건 봄이가고 여름이 온다고 펑펑우는 것과 같지 않나요. 지나간다고 슬픈거나 그 뒤가 없는건 아닙니다.그....유명한...저도 좋아하는...어떨때는 씁슬한 기분마저 들게하는...그런말이있지요.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말 아닙니까?
어쨋건 화양연화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제가 제일 기뻣던 일은 님보다 훨씬 시시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일입니다. 한참 야구에 미쳐있었죠.팀을 만들어서 매일 연습하고 동네다른 팀이랑 시합하구.언젠가 1년 선배들이 한번 붙자고 그런겁니다.그 팀은 제가 없는 상태에서(참고로 전 투수) 저희 팀에게 졌던 경험이 있지요.늘 선발2순위였던 친구가 제가 없는 대신 던졌는데 무지 잘던졌나봐요.어쨋건 경기가 시작되고...전 상대팀 타자들에게 톡톡히 당했지요.1년선배팀을든 "야...지난번에 던졌던 애 나오라그래..이번엔 복수해주마" 그러는 겁니다.그래도 팀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제 자존심에 물러날수는 없지요. 결국 2점 뒤진 상태에서 저희팀 마지막 공격이 되었습니다.앞 선 타자들이 베이스를 꽉채웠습니다.제 타석이 되었지요.(아..아직도 그때의 각오와 떨림이 생생하네) 상대팀 투수가 던진 공이 가운데로 몰렸습니다.약간 높았지요....."딱...." .... 동네 공터 저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흰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1루주자까지 다 들어오고 경기 끝났습니다.역전 3루타죠(동네야구엔 담장이 없어서 홈런이 없었습니다.)....정말 기뻣습니다.한방에 그 하루의 자존심 뭉게진거 친구에게 생긴 질투,동료들에대한 미안함...다 날렸습니다.
해가 뉘였뉘였지고 있었는데....만화 처럼 혼자 하늘로 뛰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만화장면을 모방한거죠.대개 그럴때 만화는 붉고 커다란 태양을 배경으로 스틸화면으로 끝나죠. 어디서본 만화같지만 제 경험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면 전 항상 이야기를 합니다.진짜 그렇기때문에....... ... 제가 인생에서 가장 기뻣던 날입니다. 시시하나요.^^

2005-04-14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4-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now and here 할래요. ^^ 언젠가 할머니가 되면 그래, 그때가 좋았어. 하고 지금을 그리워할까요? 그때에도 지금이얏!하고 거만하게 뻐길 수 있음 좋겠는데. ^^;

kleinsusun 2005-04-1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향님, 좀 심한게 아니라 많이 심해요.^^ 아.....이 봄에 "싱글"을 이다지도 외롭게 하다니...그래도 듣기 좋네요. 저도 님처럼 멋진 연애를 이 봄에 할께요.나중에 자랑해야쥐.호홋.

속삭이신님, 뭘까...궁금하지만 비밀이니깐.... 행복한 기억에 집중해서 주문을 외우세요! 이루어져라, 얍!

moonnight님, 우리 행복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자구요.ㅋㅋ

kleinsusun 2005-04-1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요즘 좋은 일이 많네요. 특히 감사가 연기된거...뜻밖의 휴가가 생겼을 때 정말 기쁘죠? 갑자기 생긴 오후 시간...뭘할까 생각하는 그 행복한 고민.
야클님의 "화양연화" 쭉~ 자랑해 주세요!

드팀전님, 하나도 시시하지 않은데요. 정말 멋진 기억이예요.
홈런을 친 꼬마 야구선수의 그 황홀한 기분!
패전투수 감사용이 승리했을 때 보다 더 신났을 것 같은데요.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생생하죠. 그 기억...끝까지 생생하게 간직하세요!

릴케 현상 2005-04-14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귀던 여자랑 일 년이 다 되어 갈 때 그애 등을 꼭 껴안고 한참(한 1분) 있은 적이 있어요. 그러고는 "나 행복해"라고 말했어요. 평생 첨 마음이 충만해 지는 느낌이 들었죠 종교체험을 해 보지 못했지만 아마 그런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 후로 이제 살면서 좋은 일은 기대하지 않게 되었죠^^

kleinsusun 2005-04-14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음이 충만해 지는 느낌"...저도 그런 충만함, 행복함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로드무비 2005-04-1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어요.
산책님, 그런 순간이 있으셨구만 저한테는 딴 소리. 흥=3
수선님, 곧 원더풀 라이프 페이퍼 올릴게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나이브 ㅋㅋ한 퇴근길이 되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