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자신을 책 읽는 바보라는 별명을 지었다. ‘간서치(看書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책 보는 일을 즐거워했다. 가난한 서얼 출신인 그는 남의 책을 베껴주는 품을 팔면서 책을 읽었다. 이뿐만 아니다. 풍열로 눈병이 걸려 눈을 뜰 수 없는 가운데 실눈을 뜨고 책을 읽었다. 동상에 걸려 손가락 끝이 곪아 피가 터질 지경인데도 책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쓸 정도로 치열했다. 장작이 없어 차가운 방 안에서 추위를 견디다 《한서》 한 질을 이불처럼 펼치고, 《논어》를 병풍으로 삼아 냉기를 막았다는 이덕무의 일화는 독서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다.

 

이덕무는 독서에 네 가지 유익함이 있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 추위를 막아주며 근심과 번뇌를 없애주는 데다 기침까지 낫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덕무에게 독서는 기운과 기운이 통하여 막힌 것을 뚫어주게 만드는 우주의 이치다. 다만 건강이 안 좋은 상태에서 독서가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독서가 질병을 말끔히 치유해주는 만능 치료법이라고 할 수 없다. 이덕무처럼 눈병에 걸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책을 읽으면 시력이 더 악화할 수도 있으니까. 독서의 치유 효과는 플라세보 효과의 예로 보면 좋겠다. 병을 낫게 할 수는 없어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은 된다. 실제로 영국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6분 정도 독서를 하는 사람의 심장 박동수와 근육 긴장이 풀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음악 감상, 커피 마시기, 산책 등과 같은 스트레스 해소법들보다 독서가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더 큰 효과가 있었다.

 

이처럼 독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유용한 장점과 효과가 너무나도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무시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우린 이덕무처럼 굶주리지도, 춥지도 않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 ‘책 안 읽는 사회’라는 불명예스러운 표현은 지겹도록 들었다. 무슨 연유인지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무슨 별에서 온 외계인처럼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대놓고 무시하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오늘 동아일보 1면에 보도된 기사 중에 ‘책따’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책을 읽으면 따돌림을 당하는 현상을 뜻한다. 쉬는 시간에 학생이 책을 읽으면 다른 학생들이 그에게 다가와서 장난을 걸면서 독서를 방해한다. 아이들은 독서를 구닥다리 행위로 여긴다. 게다가 책 읽는 아이가 보면 은근히 질투심도 느껴진다고 한다. 마치 책 읽는 모습이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조그만 교실에 갇혀 똑같은 내용만 암기하면서 배우고 있다. 교실은 3년 내내 배틀 로얄(Battle Royale)이 펼쳐진다. 연필이라는 무기를 들고 시험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전략서인 문제집을 풀기 시작한다. 30여 명 남짓의 학생들은 친구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입시제도에 벗어날 수 없다. 탈출구는 없다. 이 게임이 끝나려면 잔인하게 수능시험을 쳐야 한다. 수능시험은 최후의 결전이다. 이 결전을 대비하기 위해 고등학생들은 3년 동안 교과서와 문제집을 봐야 한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성적표를 받게 되면, 입시 배틀 로얄은 종료된다. 여기서 명문대에 가는 학생은 배틀 로얄에서 살아남은 승리자다. 입시에 인질 잡힌 학생들에게 독서는 사치다. 아니, 최후의 결전에 승리하는 데 있어서 독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 읽을 시간에 문제집을 더 보게 된다. 이래서 책 읽는 사람은 교실의 별종이다. 독서를 곧 입시 경쟁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는 탈선으로 생각한다. 오늘날의 교실은 책을 읽고 싶어도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 없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이곳은 교과서와 문제집만 허용된다. 교실의 아이들이 불쌍하다. 이런 환경이 익숙해져서 독서의 즐거움을 모른다. 교육 기관은 '책따' 문제를 해결하려고 독서 문화를 장려하는 제도를 시행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맞지 않은 무기를 억지로 장착하는 셈이다. 책을 많이 읽게 해서 성적에 반영하는 교육 체제는 또 다른 경쟁을 낳는다. 오히려 독서를 더욱 기피할 수 있다.  

 

한가하게 앉아서 책이나 읽는 시대는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책을 읽어 내린 선조들의 미덕이 언제 끊겼나 싶다. 학생들은 수험공부에 시달리고 어른들도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유흥과 환락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감에 빠져 마음의 수양을 뒷전으로 보내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책만 읽고 살아가기는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책은 만들어질 것이며,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내일을 꿈꿀 것이다. 물건이야 낡을수록 기쁨이 사그라지지만, 책은 읽을수록 충만해지는데 우리 책의 신세는 왜 비루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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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8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8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5-03-18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저 이 책 무척 좋아해서 여러번 읽고 손때 묻혀뒀는데 아버님이 가지고 가셔서 다시 샀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저두 어제 병원에서 또 버스정류장에서 책을 꺼내들고 있자니 시선들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럴때마다 좀 머쓱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읽는 기쁨! 요것도 추억이지 싶어요

cyrus 2015-03-18 20:33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이 책을 감명깊게 읽으신 분들이 많군요. 역시 책을 가까이하는 분들은 통하는 게 있어요. ^^

작년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지하철에 책 읽는데 중학생들에게 방해받은 경험담을 독서 모임 커뮤니티에서 본 적이 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독서를 멀리하게 되니까 몰상식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러다가 몇 년 뒤에 버스나 지하철에 책 읽는 사람을 보기 힘들 것 같아요. ㅠㅠ

아무개 2015-03-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 읽고 눈물을 줄줄...흘렸던 기억이...

하아.....책따라..그런게 있군요.

cyrus 2015-03-18 20:35   좋아요 0 | URL
저도 책바보를 읽으면서 감동받았어요. 남들이 뭐라하더라도 독서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tella.K 2015-03-1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시키려면 별놈의 이유를 다 만들어서 따를 만든다니까.
너무 예뻐도 따고, 공부 잘해도 따시킨다잖아.
책따도 있다니? 책 읽기 힘든 세상도 세상이지만
그 전에 별 이유를 다 만들어 따를 만드는 이 세상이 더 문제라고 생각해.ㅠ

그나저나 나 이 책 오래 전에 구판으로 사 놓고 아직도 안 읽고 있다.
하도 안 읽어서 중고샵에 팔까 했는데 그러면 안 되겠는데?ㅋㅋ

cyrus 2015-03-18 20:40   좋아요 0 | URL
댓글 분위기로 봐서는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덕무 이야기 정도는 읽어야 할 것 같아요. ^^

누님 말씀에 공감해요. 요즘 자신과 조금 다른 사람을 보면 일부러 소외하고 차별하는 경향이 있어요.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닌텐도 게임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도 따돌림 받는다고 하더군요.

단발머리 2015-03-1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리뷰 읽고 있노라니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저는 `추위`를 잊게 해준다, 에서 맞아,맞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 같은 입시제도하에서 진짜 공부가 가능할까요?
저는, 어렵다고 봐요. 아하...

cyrus 2015-03-18 20:41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회의적으로 생각해요. 미래의 자녀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막막합니다.

오쌩 2015-03-1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픔을 잊는것 까지는 모르겠고.ㅎ
근심,걱정에서 잠시나마 초연해질수 있는 점은 저도 크게 공감해요.
예전 학교다닐때 야자시간에 책읽다가
선생님이 공부안한다고 책을 뺏아간적이 있는데, 문제풀이에 치중하는 공부,답맞추는 공부가 현실인 세상에서
제대로된 학교교육이 나올지 의문이네요


cyrus 2015-03-19 18:49   좋아요 0 | URL
저는 수업이 일찍 마쳐서 교과서를 덮고 책을 읽었는데 선생님한테 핀잔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때가 고3이라서 수능문제집이 아닌 소설책을 들춰보는 제자가 걱정이 되어서 하신 말씀이었지만, 잠깐이라도 책을 읽을 여유를 이상하게 보는 선생님의 생각이 실망스러웠어요.

개암나무 2015-03-2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따? 별별 따가 다 등장하네요;;; 헐;
그나저나 이 책 있었던가 하면서 찾아보니 갖고 있는건『책에 미친 바보』였네요.
평을 살피니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는 하는데 『책만 보는 바보』도 읽고 싶네용.

cyrus 2015-03-27 22:37   좋아요 0 | URL
책 제목이 비슷해서 저도 혼동할 때가 있습니다. ㅎㅎㅎ

간서치 2015-06-15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고 두고두고 다시 펴보고.. 읽다가 눈물도 나고 그랬어요.. 자꾸 손이 가는 새우깡 같은 책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했고요..

cyrus 2015-06-15 20:04   좋아요 1 | URL
그래서 닉네임이 ‘간서치’군요. 정말 뜻이 깊은 닉네임이네요. 이덕무는 독서가의 워너비이자 <책만 보는 바보>는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고, 가지고 있어야 할 책입니다.

간서치 2015-06-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래서 간서치가 되고 싶어졌지요...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목표를 크게 잡으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이 생에 못되더라도 다음생에라도 말이죠.

cyrus 2015-06-17 21:02   좋아요 0 | URL
간서치님은 목표를 꼭 이루실거라 믿습니다. 저도 많이 배워야 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 공존하려는 인간에게만 보이는 것들
캐스파 헨더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냄비에 푸짐하게 깔린 콩나물과 미나리 등 갖은 채소와 함께 어우러진 아귀탕은 얼큰하고 담백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아귀와 콩나물, 여기에 고춧가루가 한데 버무려져 만들어지는 아귀찜도 매콤한 맛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아귀의 어원은 아구(鵝口)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굶주린 입’이다. 아귀의 입은 몸 전체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크고 못생긴 데다 꽃게, 조기, 갈치 등 갖가지 바다 어패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60년까지는 어물전의 골칫거리였으며 때문에 음식재료로 대접받지 못했다. 인천에 사는 어민들은 이 생선이 입만 큰데다 별로 먹을 만한 부위도 없어 그물에 잡혀 올라오면 다시 물에 던져버렸는데 이 때문에 ‘물텀벙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우리는 아귀를 이용해 처음으로 요리를 만든 무명씨에게 감사해야 한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아귀로 음식을 만드는 일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아귀를 처음 본 사람은 못생긴 아귀의 모습에 겁먹기 쉽다. 조업 경험이 많은 어민들은 그물에 잡힌 아귀를 본 순간 놀랬을 정신적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무명씨의 아귀 요리 도전 덕분에 아귀는 괴물 오명에 벗어나 영양분이 풍부하고 맛 좋은 음식재료가 될 수 있었다. 아귀의 반전 매력 하나 더. 아무거나 집어삼킬 수 있는 커다란 입을 가진 모습과 다르게 아귀는 저지방 식품이라 다이어트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생물 중에 아귀처럼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가 이제는 지구에 사라져서는 안 될 귀한 존재로 대접받는 경우가 많다. 아홀로틀은 도롱뇽의 일종이다. 미소를 지으면서 웃는 듯한 아홀로틀의 매력에 빠져 집에서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도롱뇽이 중세 동물우화집에서 위험한 동물로 소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도롱뇽은 불에 타지 않는 동물 혹은 독을 지닌 동물로 여겼다. 뱀장어는 하와를 유혹하는 뱀과 닮았다는 이유로 불길한 동물로 오해받았으며 거대한 다리를 가진 문어는 바다 괴물 크라켄으로 둔갑하였다. 옛날 박물학자들은 생물 도감에 있어야 할 동물을 괴물도감에 포함했다. 그들이 내세우는 기준은 단순하다. 미(美)와 정상적 형태에 가깝지 않은 동물은 생물 도감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못한 채 기괴한 생물로 분류된다. 여기에 인간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이 된다. 과학의 햇살이 세상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데도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괴물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인어, 설인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캐스파 핸더슨의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은 현대판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다. 알파벳 A부터 Z로 시작되는 순으로 지구상에 살 것 같지 않은 희귀한 생물들을 소개한다. 돌고래, 일본원숭이, 복어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생물들은 TV나 생물학 교과서에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심지어 바다 아래 깊숙한 곳에 사는 것도 있다. 심해생물의 외형은 딱 봐도 외계에서 온 생명체 같은 느낌을 준다.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 생태 과정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우리에게는 그저 수수께끼를 지닌 특이한 존재다.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생물도 처음에는 특이하고 위험한 존재였다. 인간은 어떤 생물에 관한 정보가 부족할수록 더욱 정밀한 검증 절차 대신에 상상력으로 허전한 지식의 빈자리를 채워 넣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의 인간은 이런 방식으로 생물을 이해하고자 했다.
 
하지만 상상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왜곡된 지식을 무수히 양산한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는 무비판적인 자료 집대성으로 인해 황당무계한 내용이 적지 않다. 박물학에 관한 한 최초의 백과사전이지만 환상적으로 묘사한 동물도 나온다. 플리니우스는 뿔과 날개가 달린 말, 사람의 얼굴을 한 짐승 등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적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이 현대판 《박물지》라고 해서 우리가 아는 지식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동물의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상상력이 학문을 지배했던 과거에 유행했던 옛 지식을 추적하면서도 동시에 과학적으로 검증된 현실의 진리를 보여준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자신의 책을 ‘알라테이아고리아(aletheiagoria)’라는 신조어로 표현했다. 진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알레테이아(aletheia)’와 환등기(phantasmagoria)를 합한 것이다. 중세 동물우화집과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는 인류의 상상력이 투영된 세계를 총망라해서 보여주는 환등기다. 저자는 오래된 환등기를 작동시켜 상상력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진리를 복원한다. 그 진리가 진귀한 생물이 인간과 공존하면서 사는 모습이다. 이 진리를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인간과 관련된 지식을 동원한다. 그래서 글이 옆으로 새는 느낌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단점을 독자에게 미리 밝히고 있다. 앵무조개의 눈을 설명하다가 어느 순간에 사진기의 역사까지 언급하고 있다. 저자의 글쓰기에 처음은 적응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 과학, 문화, 역사 등을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서술된 한 권의 백과사전으로 봐도 좋겠다.   

 

저자는 현대의 박물지 항목에 ‘인간’을 추가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인간은 생물과 공존하기보다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나온다. 고대의 박물지에 아홀로틀, 뱀장어, 문어가 괴물이었다면 현대판 박물지인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에 나오는 유일한 괴물이 바로 인간이다. 한때 동물을 무서워했던 인간은 과학의 힘을 믿고 상상력의 안개를 걷어치움으로써 자연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상상력의 안개 덕분에 태초의 생태를 오랫동안 간직하던 동물들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졌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선한 존재가 인간이다. 이 책의 ‘인간’ 항목은 독자들이 새로 추가할 수 있다. 상상력을 동원해도 좋다. 과연 인간의 행동은 지구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지구의 보존 아니면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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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1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종말!ㅠㅜ 인간보다 더 무서운건 없다던 부모님 말씀이 떠오르네요 ^~^

cyrus 2015-03-17 21: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너무 많습니다. ^^;;

AgalmA 2015-03-1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물지> 번역작품으로 한번 봤으면 했는데, 해외원서로도 잘 없는 듯 하데요? <산해경>처럼 온갖 도해들이 가득할테니 볼만할텐데 말이죠.

cyrus 2015-03-17 21:23   좋아요 0 | URL
펭귄북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플리니우스의 박물지 표지를 본 적이 있어요. 이런 책도 펭귄북스 시리즈에 포함될 정도면 유럽에서는 고전으로 읽는다는 거죠. 저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이 책도 번역될 날이 찾아올까요? ^^;;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하다. 숭배하는 대상을 그리고 풍경을 그리고 욕망을 형상화하고 관계와 입장을 정의한다. 마침내 내면의 풍경인 자화상을 그린다. 타인의 얼굴을 보듯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며. 동서고금의 많은 미술가는 자신에 대한 궁금증, 정체성을 고민한 결과를 자화상에 반영해왔다. 화가의 자화상은 예술가로서 자아를 확보하기 위한 자기탐구의 과정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또한, 화가가 사는 그 시대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화상이라는 장르가 정착되기 전까지 화가들은 종종 자신의 그림 속에 본인의 얼굴을 몰래 그려 넣곤 했다. 화가의 시선은 그림 밖의 관람객을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 연구가들은 군중이 가득한 그림 속에 숨어 있는 화가의 모습을 미니(Mini) 자화상인 동시에 화가의 서명으로 본다. 비록 그림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이를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 화가라는 사실을 관람객에 넌지시 주장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는 있어도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화가가 지녀야 할 자긍심을 표출한다.

 

 

 

 

 

그렇지만, 화가가 자의식이 강한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그림 속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는 건 아니다. 제대로 된 자화상 한 점 남기지 않은 화가들도 있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추한 외모를 인식해서였는지 자화상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마찬가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다빈치의 자화상은 긴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노인의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다. 하지만 다빈치의 자화상으로 추정한 것뿐이다. 일부 연구가는 다 빈치의 자화상이 아니라 다빈치의 제자가 그린 스승의 초상화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다빈치의 자화상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그림이 없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의 모델이 다 빈치라는 가설이 하나의 신화처럼 전해지기도 했다. 이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가들은 동성애자였던 다빈치가 자신을 여성으로 그렸을 거라고 주장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이용해 다빈치의 자화상과 모나리자를 비교했는데 여러 가지의 유사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한다.

 

당신이 무심코 보면서 지나쳤을 수많은 그림 속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화가의 얼굴이 숨어있다. 이제부터 소개할 그림 중에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것도 있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그리고 컴퓨터 사양에 따라 그림 이미지의 명암과 색상에 약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림 속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마트폰 화면에 너무 오랫동안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 그냥 재미로 봤으면 한다. 정답은 글 마지막에 있는 접힌 부분 펼치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총 7점의 명화들을 보게 되면  월리를 찾아라시리즈를 만든 영국의 삽화가 마틴 핸드포드의 아이디어가 이미 미술의 대가들이 쓰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쾌락의 정원」 오른쪽 패널  1506년경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1535~1541년

 

 

 

 

 

 

보티첼리  「동방박사의 경배」  1575년경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1509~1510년 

 

 

 

 

 

 

피터르 브뤼헐  「세례자 요한의 설교」 1566년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물랑루주」  1892~1895년

 

 

 

 

 

 

 

에두아르 마네  「튈르리에서의 음악회」  1862년

 

 

 

 

 

 

자크 루이 다비드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1807년

 

 

 

 

 

 

 

 

※ 정답

 

 

 

1. 히에로니무스 보스

 

 

 

 

 

 

 

2. 미켈란젤로 (성 바르톨로메오는 살가죽이 벗겨지는 벌로 순교했다. 그가 들고 있는 자신의 살가죽에 나타난 얼굴이 미켈란젤로다. 회개의 의미로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3. 보티첼리

 

 

 

 

 

 

4. 라파엘로 (관람객 쪽으로 바라보는 젊은 인물)

 

 

 

 

 

 

5. 브뤼헐

 

 

 

 

 

 

6. 로트렉 (소년시절에 다리를 크게 다쳐 짧은 체형의 불구자가 되었다)

 

 

 

 

 

 

7. 마네

 

 

 

 

 

 

8. 다비드

 

 

 

 

 

 

 

※ 참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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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3-14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절한 당대의 천재화가 라파엘로는 꽤 아름다운 청년이었군요..미켈란젤로나 다빈치 정도 살았다면 엄청난 작품들을 남겼을텐데...

cyrus 2015-03-16 15:55   좋아요 0 | URL
라파엘로가 미남이라서 짧은 인생을 살았음에도 여러 명의 여인들과 사귀었다고 해요. 비록 작품 수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보다 적지만, 연애 횟수로서는 단언 라파엘로가 최곱니다. ^^

만병통치약 2015-03-14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아 놓고 보니 멋지네요! / 그래서 제가 그림을 그리면 사람얼굴이 그렇게....

cyrus 2015-03-16 15:56   좋아요 0 | URL
예전에 중학생 때 미술시간에 자화상을 그려본 적이 있어요. 그 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이상하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오랫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낯설어요.

해피북 2015-03-1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박~~~~~ 너무 재밌어요 ㅋㅡㅋ
마치 영화에서 감독들이 까메오로 출연하는것 처럼 그림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네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요^~^

cyrus 2015-03-16 15:59   좋아요 0 | URL
제가 알아본 그림 이외에도 더 있는데 너무 많아서 패스했어요. ^^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자와 단둘이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상황과 그토록 사고 싶었던 절판본을 책방에서 발견하게 되는 상황 중에 딱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 지금까지 살았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절판본을 운 좋게 발견하는 성공률이 짝사랑하는 여자와의 데이트가 성사되는 성공률보다 월등히 높았다. 관심 있는 여자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그런 거(?)는 내 삶에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지금은 여자보다는 책 읽는 시간이 좋다.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절판본을 찾는 것도 기적이 필요하다. 책방이나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책이나 비싸서 못 사는 책을 싸게 살 때가 있다. 지금까지 책방과 온라인 중고서점을 애용하면서 수차례의 기적을 경험했다. 특히 지난 주말에 절판본을 발견했던 기적 같은 일은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다.

 

기적의 발단은 책을 주제로 한 글이었다. 지난주 토요일에 <시사IN>에 게재된 박태근 인문MD의 글을 우연히 읽었다. 글의 제목은 「그때 그 시절의 ‘베스트셀러’들」.(글 제목을 클릭하면 박태근 MD의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무한도전 토토가’로 1990년대 유행가를 따라 불러보는 추억에 공감했듯이 1990년대 베스트셀러가 진열대를 차지했던 서점의 풍경을 되돌아보면서 출판 및 독서문화의 향수를 느껴보는 글이었다. 박태근 MD는 1990년대에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독특한 성격의 베스트셀러로 《월리를 찾아라》를 언급했다.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월리를 찾아라》를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수준 높은 외국 그림책이 많이 나오지만, 199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꼽으라면 단언 《월리를 찾아라》가 되겠다. 책을 멀리하는 아이의 책장에 한 권쯤은 꽂혀 있을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월리를 찾아라》를 펼치는 순간, 공부할 때 생기지 않았던 집중력이 갑자기 생겨난다. 요즘 아이들은 각종 게임과 어플이 가득한 최첨단 장난감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라도 못 산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 눈과 머리를 모으고 월리를 찾아대던 시절이 있었다. 《월리를 찾아라》 는 단순히 숨은 그림을 찾는 그림책이 아니다. 아이들의 눈과 머리를 즐겁게 해주는 멋진 장난감이었다.

 

월리는 1987년에 영국의 삽화가 마틴 핸드포드의 펜에 의해 탄생했다. 대교출판을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다,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대교출판에서 나온 《월리를 찾아라》를 읽었다. 2008년에 예꿈이라는 출판사에 재출간되었지만 절판되었다. 영국과 호주에서는 월리로 알려졌지만 나라마다 이름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왈도, 우리나라와 노르웨이는 윌리라고 부른다. 대교출판에 처음 나왔을 때는 ‘월리’라고 표기했는데, 예꿈출판사에 재출간되면서 ‘윌리’로 개명되었다. 사실 예전에 월리를 윌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월리라는 발음이 지금도 여전히 생소하다. 

 

월리 열풍에 힘입어 TV 만화 시리즈로도 나왔는데 이십년 전에 KBS 2TV에 만화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만화 에피소드 중간에 월리가 숨겨진 그림이 나오는데 시청자들도 월리를 찾아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시간 관계상 그림을 잠깐 몇 초만 공개했는데 월리를 찾으려고 TV 브라운관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대다가 어머니한테 혼나기도 했다. 그 당시 TV는 요즘처럼 거대한 HD 화면이 아닌 아날로그 화면이라서 아무리 시력이 좋아도 월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화가 끝나고 나면 월리가 있는 곳을 알려줬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월리는 숨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월리를 찾아라》에 관해서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어렸을 때 《월리를 찾아라》를 사지 못했다. 엄마에게 책을 사달라고 졸랐던 적이 있었는데 엄마는 끝내 사주지 않았다. 아마도 그림만 있는 책이 학습 발달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친구의 집에 놀러 가면서 《월리를 찾아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친구와 로봇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면서 노는 것보다는 《월리를 찾아라》를 보는 것이 좋았다. 친구의 집에 가면 친구가 가진 장난감을 탐내는 것이 당연한 건데 나는 《월리를 찾아라》를 갖고 싶었다.

 

 

 

온라인 중고서점에 판매되는 월리 시리즈의 최저 가격이 15000~20000원대이며

제일 비싼 가격으로 40000원을 넘는다.

 

 

내 마음속에 잔불로 남아있던 어린 시절 책에 대한 소유욕이 다시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월리를 찾아라》의 중고가가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라딘 중고샵에 검색을 해봤다. 세상에 이럴 수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그것도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 두 권이 중고샵에 있는 것이다. 두 권의 책 상태가 ‘최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주문했다.  

 

 

 

 

 

 

어제 주문한 책을 받았다. 15년 만에 추억의 책을 만져보게 되었다. 비록 내가 어렸을 때 즐겨 보던 책은 아니었지만, ‘날 찾아봐라!’라고 말하듯이 해맑게 웃는 월리의 얼굴이 무척 반가웠다. 눈 빠지도록 월리를 찾았을 땐 실실 웃는 월리의 얼굴이 얼마나 밉상이었던지. 깨알같이 그려진 많은 사람들 사이에 월리만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월리는 얄밉게도 어린 독자에게 적지 않은 미션을 부여한다. 월리의 여자친구 웬다, 마법사 할아버지, 강아지 우프, 월리를 괴롭히는 우드로를 찾아야 하고, 월리가 여행 중에 잃어버린 소지품들도 찾아야 한다. 이걸 다 찾으려면 족히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월리보다 제일 참기 힘든 캐릭터가 강아지 우프다. 우프는 빨간 줄무늬 꼬리만 드러낸 채 숨어 있다.

 

 

 

 

 

 

만약에 월리 시리즈가 다시 나온다면 아이들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의 자리를 뺏을 수 있을까? 서글프지만 월리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집중력을 쏟아낸다. 학습 능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시력을 떨어뜨린다. 안구가 움직이는 횟수가 적고, 너무 한곳에만 향하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벌써 시력이 나빠서 월리처럼 안경을 쓰고 다닌다. 《월리를 찾아라》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눈이 피로해서 시력에 안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내심, 관찰력을 높이는 데 도움 된다. 나는 월리 시리즈가 아이들보다는 시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이 많이 애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력 저하를 예방하려면 안구 운동을 자주 해야 한다. 즉, 안구를 상하좌우로 자주 움직여야 한다. 어젯밤에 오랜만에 월리를 찾아보니까 눈에 힘이 들어간다. 스마트폰의 존재가 잊힐 정도로 몇 시간동안 월리를 찾으러 그림 여행을 했다. 눈이 피곤해도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월리 덕분에 이십 년 전의 시간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림에 푹 빠져들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이 잡문을 보는 이웃님들도 방 한 구석에 먼지 쌓인 채 잠들어 있을 월리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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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3-1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찾다가 인내심 폭발해서 막 난리치곤 했는데 ㅋㅋㅋ 그리고 나라면 책 말고 남자를 택하겠어!!

cyrus 2015-03-12 22:31   좋아요 0 | URL
역시! ^^

[그장소] 2015-03-11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그 남자랑..같이 한정판 내지 절판본 그 책을 사러가면 안되는 건가요? ㅎㅎㅎ

앤의다락방 2015-03-12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옛날 생각나네요^ ^

새아의서재 2015-03-12 0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나님이나 그장소님에게 한표. 저도 남자욧!

붉은돼지 2015-03-12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자는 성공률이 높다고 하셨으니 앞으로는 전자를 한번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ㅋㅋㅋ

cyrus 2015-03-12 22:34   좋아요 0 | URL
전자의 성공률이 너무 저조해서 이루어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sslmo 2015-03-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과 더불어 눈의 초점을 애매하게 맞춰 숨겨진 숫자나 그림따위를 찾아내는게 있었는데, 전 그걸 하는 요령을 아직도 모른다는~ㅠㅠ
때문에 아직도 이 책이 왜 날개돋힌듯 팔렸었는지 모른다는~ㅠㅠ

새아의서재 2015-03-12 09:25   좋아요 0 | URL
매직아이맞죠? ㅋ 저도 아직도 그거 어뎧게하는지몰라요. .

sslmo 2015-03-12 09:30   좋아요 0 | URL
아, 맞다~^^
그동안 적조하셨어요, 어디 다녀오셨어요~, 달걀부인님?^^

cyrus 2015-03-12 22:39   좋아요 1 | URL
매직아이도 90년대에 많이 나왔어요. 저도 월리 시리즈가 유행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신기해요. ^^

새아의서재 2015-03-12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안일들하느라구요. 다시 중국에 왔거든요. ^^ 이제서야 정리하고 어제부터 책 잡았어요.

sslmo 2015-03-12 09:3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자주 아껴 뵈여~^^

수이 2015-03-12 10:00   좋아요 0 | URL
컴백하셔야죠 얼른~ ^^

transient-guest 2015-03-13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사랑 데이트는 말 그대로 데이트일 뿐이지 사귀게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저도 절판본 구입기회를 선택하겠습니다!!! 참 현실적이지요??ㅎㅎㅎㅎ

cyrus 2015-03-13 20:4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아요. 현실적인 선택은 맞는데... 쪼금은 슬프네요.. ^^;;

[그장소] 2015-03-1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트도 첫..하루가 ..한번이 있어야 다음도 그다음도 있죠..꼭 될 거란 보장이 되어있는 만남은 정략결혼뿐 아닌지ㅎㅎㅎ그건 어쩐지 거래같잖아요.^^ 살면서 가슴떨며 누군가의 그림자만 따라 걷던 기억조차 없이..아니면 누군가 자신에게 그런 마음을 품는 사람조차 없다..여겨지면 참 사막같을것 같아요.추억만들기..란 노래 도 있죠..왜~^^
넘..꿈 같은 소리만 하죠..ㅎㅎㅎ 제가 잘 그래요.균형을 많이 깨뜨리곤 하는 편인지도 모르겠어요..

cyrus 2015-03-13 20: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연애도 일단 직접 해보고 경험이 많아야 느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짝사랑은 많이 해봤는데 다음 단계로 발전한 경험이 없어요... ^^;;

[그장소] 2015-03-1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상처받기 싫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트라우마같이)안전한 길로만 다니는 일종의 습관이실지도요..^^
짝사랑에 빠진 자신을 더 사랑하시는 걸까나..?!ㅎㅎㅎ
계단이 없는건지..아님..길없는 곳의 것만 보시던가요..내 연애 말고 타인의 연애만이 이상적으로 보이는..^^

cyrus 2015-03-14 21:30   좋아요 0 | URL
상처받기 싫은 것도 있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연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
 
뭉크 뭉크 다빈치 art 1
에드바르드 뭉크 지음, 이충순 옮김 / 다빈치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것에 욕심을 부린다. 부, 명예, 건강 그리고 행복한 삶 등 여러 가지를 누리고 싶어 하고 그것에 집착한다. 사람 욕심은 한없지만, 그중 가장 큰 욕심은 무병장수. 인간의 가장 큰 소망이 건강이다 보니 의학 수준은 높아졌다. 그렇다고 모든 질병으로부터 인간이 해방된 것은 아니다. 소음과 공해 그리고 전자파가 가득한 도시에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인간은 태곳적부터 본능적으로 많은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기아와 질병 또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왔다. 지금 우리에게 기아와 전쟁의 두려움보다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건강에 대한 불안에서 매 순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뭉크의 그림은 무의식 속에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현대인의 불안과 고뇌를 현실보다 어두운 색채 속에 일그러진 선으로 그렸다. 뭉크의 예술 세계에는 항상 불행했던 기억으로 가득하다. 그림이 바로 일기이며, 자전이고 삶의 고백이다. 뭉크는 노르웨이에서 군의관 아버지와 독실한 신앙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하지만 그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폐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크게 의지가 되었던 누이마저 잃게 되자 자신도 늘 죽음의 환각에 시달렸다. 그 자신 어린 시절을 병과 정신착란,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로 가득 찼었다고 회상했을 정도였으니, 그의 그림의 중심주제가 죽음이었다는 해석도 일리가 있다.

 

뭉크는 미술의 길에서 자기를 발견했고, 자신의 불행한 심정을 가장 진실하게 그려냄으로써 역으로 새로운 삶의 통로를 찾았다. 그러나 불행은 그를 떠나지 않았으니 그의 그림이 과격하다 하여 전시장이 폐쇄되기도 했고 알코올 중독과 정신 착란으로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뭉크의 삶은 끊임없는 의문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미술이 유일한 위안일 뿐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편안함을 얻지 못했다. 아버지 역시 종교에 지나치게 심취한 성격이상자였다. 애증이 엇갈리는 이들 부자의 관계는 불행하게도 아버지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뭉크는 아버지의 자살로 우울증에 빠져 괴로워한다. 아버지 사망 소식을 알게 된 날에 쓰인 뭉크의 일기에 당시 심란했던 뭉크의 정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뭉크의 정신 상태는 길에 지나가는 늙은 남자를 죽은 아버지와 닮았다고 착각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에드바르트 뭉크  「담배를 들고 있는 자화상」 1895년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항상 책상 옆에 앉아 있던, 입 언저리의 담뱃대에서 회색 연기를 뿜어내고, 등은 굽고 낡은 잠옷 차림이던, 사람들이 말을 건네면 항상 친절한 미소를 보내던 그가. 짙은 담배연기 사이로 미소를 짓던 바로 그가. 다시는 그 미소를 볼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44쪽)

 

 

뭉크 연구가들은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이 상처받은 유년기의 기억이 되었고, 뭉크 예술세계의 우울한 색조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뭉크가 프랑스에 체류하면서 쓴 미공개 일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버지의 죽음 역시 정신적으로 연약한 뭉크를 괴롭히게 한 불행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뭉크는 반으로 갈라져 버린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자신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던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버려 상실되었다는 사실에 더욱더 고통스러웠다. 뭉크는 늘 죽음이 자신 곁에 있다고 믿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 뭉크는 「담배를 들고 있는 자화상」을 통해 회색 연기가 나는 담배를 피웠던 아버지의 영혼을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인 캔버스에 잠시 불러들인다. 아직도 아버지의 표정을 잊지 못한 것일까. 죽은 아버지를 떠올릴수록 뭉크는 극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죽음의 얼굴은 미소 짓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가장하여 뭉크 앞에 나타난다. 어두컴컴한 배경에 시나브로 사라지는 담배연기를 눈으로 따라가면 무언가를 주시한 채 불안감에 떠는 뭉크의 동공을 마주친다. 틀림없이 뭉크가 두려움 짙은 눈으로 바라본 것은 죽음의 얼굴이었으리라.

 

《뭉크뭉크》는 미공개 일기와 자신을 후원해준 구스타프 쉬플러에게 보낸 편지들 그리고 뭉크가 직접 쓰고, 삽화가 있는 짤막한 이야기 세 편이 담겨 있다. 회화, 드로잉, 판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방식을 이용하여 주로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흔적들과 아픔을 그대로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그와 같은 형상을 좀 더 사실적으로 드러내기 위하여 설명적인 텍스트를 작품에 덧붙이기도 한다. ‘자유도시의 사랑’과 아담과 하와를 패러디한 ‘알파와 오메가’는 분열증에 가까운 뭉크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뭉크는 ‘알파와 오메가’에서 오메가를 뱀의 유혹에 굴복하는 하와보다 더 악랄한 여자로 묘사했다. 오메가는 알파 몰래 짐승들과 부정한 관계를 맺는다.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고뇌에 시달렸던 뭉크는 여성에 대한 악의적 감정을 ‘알파와 오메가’에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뭉크는 죽음 다음으로 여성을 두려운 존재라고 봤다.

 

뭉크의 일기는 뭉크의 내면에 투영된 불안과 절망, 자연의 절규 자체다. “핏빛으로 물드는 하늘 아래 검푸른 해변과 도시에는 불로 된 피와 혀가 걸려 있었다”는 저 유명한 「절규」의 착상 이미지뿐만 아니라 일기 속에서도 온통 기괴한 비명으로 넘쳐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 덮쳐올 죽음의 거대한 손길에 대한 예견이라고나 할까. 앙드레 말로는 “예술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덧없고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을 담아낸 게 예술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예술가는 가도 예술은 살아남아 언제까지나 그 영혼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뭉크는 살아 있는 영혼을 그대로 캔버스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살아 있는 생생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숨 쉬고, 느끼고, 아파하고, 사랑하는 그런 모습의 사람들이어야 한다.” 뭉크는 사랑, 죽음, 고통, 불안 등의 감정을 거친 붓질로 그린다. 그것은 불행한 개인사에 기초한, 뼈아픈 영혼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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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3-10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뭉크는 그림이 의외로 익숙(?)해서 관심이 많이 가는 화가예요.불행한 개인사라... 읽어보고싶습니다

cyrus 2015-03-11 16:14   좋아요 0 | URL
혹시 익숙한 그림이라면 ‘절규’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 저는 처음에 ‘절규’ 같은 뭉크의 그림을 봤을 때 불쾌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뭉크의 생애를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림이 어두워서 여러 번 볼수록 슬픈 느낌도 나요.

붉은돼지 2015-03-1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아담이 눈 뜰때의 주인공이 가지고 싶어한 물건이 아마 턴테이블, 타자기 그리고 뭉크화집이 아니었던가요

cyrus 2015-03-11 22:2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저는 이 주인공을 보면서 화보, 타자기, 절판본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

나와같다면 2015-05-1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뭉크의 `절규`를 보면 그가 느낀 극한의 공포. 공황상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것 같아요. 그 작품은 극 사실주의 작품으로 느껴집니다. 그는 분명히 그 하늘 색을 봤고.. 그 적멸감을 느꼈을거예요....